그림책에서 이야기책까지 - 상상력을 키우는 독서가 진짜 독서!
와키 아키코 지음, 홍성민 옮김 / 현문미디어 / 2006년 12월
평점 :
절판


이 책에 대한 리뷰를 보니 많은 댓글이 달렸다. (다른 사이트) 정말 좋은 책이니 꼭 읽어 봐야겠다는 내용이었다.  

우리 집에도 있는 책인데, 그렇담 나도 서둘러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책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책을 무척 많이 사서 읽다 보니 그게 그 책인 것 같고, 이제는 조금 식상한 감이 없지 않아 읽는 것을 잠시 'STPOP'한 상태인지라 이 책도 조금 읽다가 덮어 두었나 보다 생각하면서 읽었는데, 이런~ 끝까지 줄이 다 쳐져 있는 거다. 그런데, 왜 기억 속에 안 남아 있었던 걸까? 첫 읽기에서는 별 생각 없이 읽었나 보다. 하지만, 두 번째 밑줄 긋기는 조금 달랐다! 2번 읽으니 정리가 잘 되어 좋긴 하다.   

그림책을 읽던 아이들이 이야기책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가도록 하기 위해서는 책의 권수로 평가하는 '다독'은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은 마음 깊이 새겨 두어야 할 내용이라 생각한다. 권수를 늘리기 위해서 대충 읽는 아이들(다니엘 페낙에 의하면 이것 또한 눈 감아 주어도 좋은 일이지만...)은 진정한 독서가가 될 수 없다는 것. 이런 아이들은 권수를 늘리기 위해 또래 수준보다 낮은 책읽기를 선호할 수도 있다는 거다.  

예전 아이들은 지금처럼 책을 읽지 않았으나 큰 문제가 없었던 것은 이야기를 해 주시는 어른이 있었다는 것,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그런 어른들은 사라진 채 그를 대신 할 책의 자리에 영상매체가 들어 앉아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는 이야기 또한 의미심장하다. 북스타트가 지니는 의미에 대해서도 책과 함께 짚어 보면 좋겠다.  

훌륭한 책은 읽기만 해도 쓴 사람의 인간성과 그곳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의 인간성을 자연스럽게 전해준다. 어린이와 가까운 주위의 어른이 자신이 정말 좋다고 생각하는 책을 어린이에게 전하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돕는 것, 그것이 생활 문화를 잃은 시대의 우리가 어린이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많지 않은 일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 한다.  

어린이의 책 기피 현상의 주요 원인이 초등학교 시절에 경험하는 불행한 독서 체험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부분에서는 갑자기 정신이 번뜩 들었다.  

아이가 글을 읽을 수 있게 되면 책을 읽어주지 않는 것은 큰 잘못이라는 내용은 다니엘 페낙의 <<소설처럼>>이나 <<하루 15분, 책읽어주기의 힘>>에서도 만난 내용이라 새롭진 않지만, 다시 한 번 더 새겨 둘 일이며 새학년에 책읽어주는 선생님으로 아이들과 한 번 더 만나리라는 다짐을 하게 한다. (2009년에는 제대로 못 했다.) 아이들은 신뢰할 만한 어른(부모나 선생님)이 글을 읽어줄 때 모험으로 가득한 이야기의 세계를 두려움 없이 여행할 수 있게 된다고 하니까 말이다.  

저자는 요즘 그림책들의 화려함을 경계하고 있다. 너무 자세하게 잘 그려진 훌륭한 그림들은 아이들에게 상상의 여백을 빼앗아 간다는 것이다. 상상력이란 책을 읽으면서 선물 받을 수 있는 귀한 선물인데, 그것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이 슬픈가 보다. <<숲속에서>>처럼 검정이나 어두운 갈색으로 그려진 그림들이 그래서 더 귀하다고 하는데, 이미 많은 화려한 그림책들을 만난 아이들도 과연 그렇게 생각할까는 의문이다. 그림이 화려할 때 상상의 숲은 '자신의 것'이 아닌 '주어진 것'이 되어 버린다는 말은 일리 있어 보이지만 말이다. 

저자는 내가 글책을 읽기 시작하면서부터 눈길도 주지 않았던 삽화의 의미도 짚어주고 있는데, 그 삽화가 이야기의 상상을 도와주었던 기억들을 새롭게 이야기 한다. '호첸플로츠'시리즈를 사면서 남편은 "우와~ 내가 어릴 때 읽었던 책이랑 그림도 똑같다."하며 좋아했었고, 타샤튜더처럼 <<비밀의 화원>>에 그림을 그려서 유명한 삽화가도 있는 걸로 봐서 많은 아이들은 나처럼 무신경하게 그림을 읽지는 않는 것 같다. 그림책을 넘어 삽화가 그려져 있는 유년동화책을 넘어 정말 그림 하나 없는 책을 만나기까지 극복해야 할 과제들이 많이 있는데, 아이들은 처음 지겨운 몇 페이지의 고비를 잘 넘겨야 할 것이다. 그걸 옆에서 잘 도와주는 어른이 되기란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리라 여겨지지만 의미있는 작업이다.    

어른들이 읽는 전래동화의 잔혹함!은 어린이들이 읽는 느낌과 다를 수도 있다는 사실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나 또한 어린 시절에 한 번도 마녀를 가마솥에 넣어 버렸던 헨젤과 그레텔 이야기를 읽으며 잔인하다고 생각 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어린이는 자신의 키에 맞는 상상을 하기 때문에 괜찮다."라는 이야기에서 그 답을 찾을 수도 있겠다.  

장편을 읽기 시작하는 아이들에게 정말 재미있는 좋은 책을 읽어서 책의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해 주는 것은 평생독서가가 되도록 하는 아주 중요한 발판이 되리라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는 코닉스버그, 마이, 캐스트너, 린드그렌의 책을 만나보게 하란다. (린드그렌의 책을 통해 책의 재미를 알아가는 아이들이 많이 있다는 데는 동의를 하나 캐스트너의 작품은 조금 독서의 힘이 생긴 아이들이 읽을 수 있을 것 같은 개인적인 생각도 들고, 코닉스버그와 마이에 대해선 잘 모르겠다.)  

책을 소개해 주는 어른의 몫이 얼마나 중요한가도 짚어 준다. 뭐든 좋으니까 하는 식의 독서 권장은 결코 어린이의 자유를 존중하는 것이 아니라 어른의 수고를 덜어 줄 뿐이라고 하니! 아무리 도서관에 책이 많아도 아무도 빌려가지 않는다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니 그것을 아이들이 빌려가서 볼 수 있도록 권해주는 기술을 익혀 보도록 해야겠다.  

그리고 원작과 다이제트는 전혀 다른 작품이라는 사실 또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부분이다. 나 또한 집에 애니메이션 명작동화를 가지고 있는데, 헌책을 언니에게 얻으면서 아이들에게 이런 다이제스트판을 읽혀도 좋을까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언니는 그래도 책 안 읽는 아이들이 이렇게라도 읽어야지 이 책이 어떤 책이라는 정도는 알 수 있지 않겠느냐는 거였다. 그도 그럴 것 같다. 하지만, 제대로 된 원작을 아이들에게 무척 만나게 해 주고 싶은 맘이 있어 지금 알뜰살뜰 고전 시리즈를 모으고 있는 중인데, 그 중에는 700페이지를 육박하는 것들도 있어 아직 그 엄청난 이야기를 만나보지 않은 (사기만 하고 읽진 않았다.) 나를 들뜨게 한다.  

자, 그렇다면 좋은 책이란 과연 어떤 책인가? 

제대로 읽으면 만화나 애니메이션, 게임보다 재미있는 것이며 인간 세계를 바라보는 눈이 따뜻한 책이라고 한다. 그리고 훌륭한 아동문학은 어린이가 어른을 이해하는 가이드북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한다. 실제로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다보면 책의 재미에 빠져 들어 그 좋아하던 TV를 멀리하게 되었다는 이야기에서부터 엄마에게 책 좀 그만 읽으라는 잔소리를 들었다는 이야기까지 무척 많은 이야기를 하는 아이들을 만날 수 있다. 그 아이들은 정말 좋은 책의 친구가 된 것이다.  

판타지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잠시 살펴보자.  

훌륭한 판타지 작품에는 리얼리즘으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을 말해주기도 해서 사소한 모순에는 한쪽 눈을 감고 읽는 기술을 습득할 필요가 있다. '모순에 한쪽 눈을 감고 읽는다'는 것은 이야기 세계에 빠져드는 것과 이야기를 밖에서 들여다보는 것을 동시에 하는 것으로, 여기에도 메타인지 능력(자신의 인지 패턴을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판단하는 능력)이 관여하고 있다.

 아이들과 국어 시간에 옛 이야기를 만나면 가끔 이야기의 모순을 지적하는 아이들이 있다. 그럴 때면 나는 "이야기를 그렇게 따지고 분석하기 시작하면 그것은 더 이상 이야기로서 존재할 힘을 잃게 된단다. 그러니 그냥 읽어 주기 바란다."라고 말해 주었는데, 이런 친구들에게 '모순에 한쪽 눈을 감고 읽기'를 이야기 해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 이렇게 또 하나의 책을 통해 책을 권하는 교사로서 내가 해야 할 일의 방향을 제시 받았다. 참 뿌듯한 느낌이다.  

꼬리-186쪽의 책이 참 두껍게 느껴지는 것은 지나치게 좋은 종이의 질 때문인 듯하다. 한 번 읽고 말기에는 정말 고급 종이로 만들어졌다. 조금 종이의 질을 낮추고 책의 가격을 떨어뜨렸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또 꼬리-이런 류의 책은 일본에서 많이 출판되고 있는 듯하다. 일본의 아동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 같은데, 우리 나라도 이 분야에 대한 시장을 많이 개척하여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면 좋겠다. (물론, 우리 작가들이 쓴 책도 찾아보면 많지만, 굳이 비교하자면 그렇다는 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대한민국의 교사다 - 새시대 교육자 생존 전략 희망의 교육 5부작 5
조벽 지음 / 해냄 / 200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들고 제법 오래도록 학교를 오고갔다. 나를 쳐다 보며 우리 반 아이 하나가 "맞아요, 선생님 대한민국의 교사 맞잖아요." 한다. 또 아버지가 고등학교 교사인 오바마군은 "우리 집에도 이 책 있는데..."하기도 한다.   

미시간 공대 최우수 교수로 뽑혔다는 조벽 교수, 교수를 가르치는 교수로 이름이 나 있다고 한다. 그의 전공은 교육학이 아니라 기계공학이지만, 이 책은 정말 교육자라면 한 번쯤 읽어 보아야 할 훌륭한 안내서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 나라 교육은 다른 나라 (특히 미국) 랑 비교해서 많이 떨어진단 말이야! 

요즘 아이들이란 옛날 아이들과 달라서... 

라는 이야기를 입에 달고 있는 사람들은 이 책을 꼭 읽어 보면 좋겠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은 아마도 이 책을 절대 읽지 않을 것이다.)  

교사로서 우리가 아이들에게 얼마나 적절한 처방을 주어서 그들을 도울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자신의 교직관을 되돌아 보게 하며 달라진 요즘 아이들에게 발맞추어 나가는 요즘 교사가 되어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었다.

살아남기 위해서 교육자들은 스스로를 혁신하여야 한다. 시대의 특성에 따라 교육의 목표도 바뀌어야 한다. 장점 찾기 습관을 가져라. 학습자를 교육의 중심에 두어라. 내면의 동기를 중시하라. -새기고 싶은 말들이다. 

그는 한국 교육 개혁의 다섯 가지 걸림돌로 책임회피, 타성적 무기력, 불신감, 맹목적 신봉, 절망을 들고 이를 제거하기 위해 '시대의 흐름을 명확히 읽어라. 가르치는 사람 스스로 리더가 되라,  지금 당장 시작하라, 긍정적으로 사고하라, 새 시대 교수법을 익혀라.' 라는  다섯 전략을 제시한다. 이것이 새 시대 교육자의 생존 전략이라는 것이다.  

시대의 흐름을 명확하게 읽어라- 

예전의 교육적 인간관이 '완성된 인간'에 있었다면 지금은 '발전되어 가는 인간'이라 할 수 있으며 소비적 교육경험에서 생산적 교육 경험으로 완성된 모습에서 완성되어 가는 모습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에서 무엇을 하게끔 할 것인가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고 이야기 한다. 희망의 원천인 교육자만큼은 아무리 사는 것이 힘들더라도 '못해먹겠다."는 말은 하지 말라는 말씀! 

가르치는 사람 스스로 리더가 되라- 

   
 

리더의 행동은 묵직하고 의도적입니다.  리더는 남의 말을 끝까지 들어 줍니다. 리더는 장단점을 두루 고려하며 트집을 잡지 않습니다. 리더는 편견을 버리고 앙심을 품지 않습니다. 리더는 근거없는 불신으로 불안해 하지 않습니다. 리더는 자기 이득을 챙기는 소인배가 아닙니다. 리더는 항상 신중하게 생각합니다. 리더는 대세가 아니라 대의에 의해 움직입니다. (마음을 바꾸면 말이 달라지고, 말이 달라지면 행동이 변하고, 행동이 변하면 인생이 바뀝니다.)

 
   
자신을 바치는 방법 -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내가 하기, 부정적인 자기 인식에서 벗어나기, 자신을 잊기, 무조건 주기(교육이란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행동), 진실을 추구하기, 최선을 다하기, 최선의 교수법은 베풂이라는 것 기억하기  
 
지금 당장 시작하라- 
유능한 교육자는 학생들에게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 행복한 사람은 급한 것보다 소중한 것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 유능하고 행복한 교육자가 되는 길은 학생들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다. 는 당부의 말씀 
여유는 생기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 한다. 가장 중요한 일은 가장 바쁜 사람에게 맡기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마지막 강의를 준비하면 교육자로서 좀 더 성숙한 자신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  
 
긍정적으로 사고하라- 
학습능력도 좋고 자세도 좋은 학생은 성취형(High achiever), 학습 능력은 있는데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딴짓만 하는 체제거부형(Outsider), 학습 자세는 좋은데 학습능력이 부족한 착실형(Pleaser), 학습능력도 별로 없고 학습자세도 좋지 않은 내맘대로형(Easy-goer) 중 교사의 특별한 도움이 필요하지 않은 성취형만을 좋아하는 교사의 마음 자세도 고쳐야 할 것. 교사가 존재하는 이유는 우리가 기피하고 싶은 학생들 때문임을 명심해야겠다.  
 
학생들의 장단점을 지적할 때는 민호는 영어 발음을 고쳐야겠지만 엄청 노력파야! 와 같이 희망을 잃지 않도록 격려해 줄 수 있게 단점을 먼저, 장점을 나중에 말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학생 중심으로 사고하려면 내가 수업 시간에 무엇을 할까 하는 사고보다는 학생들로 하여금 무엇을 하게끔 할까를 고려해야 한다고 이야기 한다. 또한 시험의 목표는 학생평가라는 결론지향적 목표보다는 학습 효과에 대한 피드백과 진단을 가능케 해 주는 발전 지향적 목표를 생각 해 보아야 한다. 그리고 우등생에 대한 도전의식도 구상해 보아야 한다는 말씀이 있었다.  
 
2004년에 나온 책이니 급변하는(?) 교육환경에 맞지 않은 부분도 있을려나? 아니면 너무 교과서적이고 고리타분한 이야기들? 하지만, 읽어나가면서 무수한 줄을 긋게 만든 참 좋은 책이라는 느낌만을 가득 받았다. 다시 정리해 놓으려고 살펴보니 너무 많은 내용들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몰라 글이 두서없이 이상한 글이 되고  말았지만, 교육자로서 어떤 양심을 가지고 어떤 자세로 아이들을 대해야 할 것인지을 생각하게 하고, 그렇게 아이들 앞에서 당당하게 나서서 "나는 대한민국의 교사"임을 자랑스럽게 외치고 싶게 만드는 책이었다. 교사라면 일독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되리라 여겨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구성애 아줌마의 초딩 아우성 - 앗! 궁금한 성
구성애 지음, 리갤러리 그림 / 올리브(M&B) / 2004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중고로 산 책! 남편이 책을 다른 곳에 꽂아 두었다. 아이가 읽기로는 조금 그런 것 같다고.  

첫 페이지를 들춰보니 가슴 발달에 관한 이야기다. 주루룩 훑어 보지 않고 그것만 보고, 거기다 만화책이라는 이유로 "괜찮네, 뭐~"했다. 게다가 구성애 아줌마의 글 아닌가! 

희망이가 정말 뚫어져라 열심히 읽는다. 책의 거의 마지막 부분을 읽으며 "엄마, 자위가 뭐야?" 하는데, 순간 화들짝 놀랐다. "어, 그게... 그건 말이지...." 하면서 얼버무르고 있으니 남편은 그것 보라는 표정이다.  

희망이 왈 "이야기 하기 곤란해? 그럼 이야기 하지마!" 한다. 자기 혼자 교통정리까지 다 하고! 

그러고는 한참 있다가 내 나름대로 아이가 이해할 수 있게 설명을 해 주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이야기 해 주었다. 아이도 고개를 끄덕끄덕! (역시 난 좋은 엄마야! 하면서 나도 끄덕끄덕!) 

아이가 책을 두 번 읽고 나서 (이왕 엎질러진 물이니 이제 와서 막을래야 막을 수도 없다.) 내가 정식으로 책을 펴 들었다.  

이야기의 깊이가 참 적나라하면서도 심오하다. 그냥 숨기기 보다는 다 드러내 놓고 가르쳐야 한다는, 숨겨도 아이들은 음성적으로 다 알게 된다는 구성애 아줌마식의 교육 노하우가 잘 드러난 책이다. 남녀의 성기가 그대로 다 드러나게 그려져 있고, 아기가 어떻게 생기느냐는 질문에 그림으로 정확하게 남자의 아기씨가 여자의 몸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기까지 한다.  

2학년 할 때 슬기로운 배우면서 이 부분에 대해 아이가 묻는데, 아가씨였던 나는 어떻게 설명해 주어야 할지 몰라서 당황하고 있으니 질문했던 아이가 자기 식의 말로 정확하게 해설까지 곁들여 주어서 다른 아이들이 "아이~"했던 기억도 난다. (당시 아줌마였던 옆반 선생님은 정확하게 설명 해 주었다 하셨다.) 

아이들이 궁금해 할 만한 웬만한 이야기는 다 들어 있다고 보아도 될 듯. 심지어 아줌마인 나까지 잘 교육해 준 책이다. 만화가 참 예쁘게, 그리고 재미있게 그려져 있어서 교육적 효과도 더 높을 듯하다. 초등 고학년이 읽어보면 좋을 책으로 권하고 싶다. (근데, 학교에서 이 책 아이들 읽게 하면 고함 소리 제법 나겠다. 집에서 조용히 읽히는 것이 좋을 듯!)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아한 거짓말 창비청소년문학 22
김려령 지음 / 창비 / 200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무 기대도 하지 않은 책이 허를 찌르며 다가올 때가 있다.   

아침독서 신문에 원고 쓴 댓가로 받았던 여러 책 속에 섞여 있던 <<완득이>>! 책에 대한 정보가 없어서 별 관심 없다가 그저 한 번 펴 들었는데, 그만 놓지 못했다. 이렇게 재미있는 책읽기가 얼마만인가 하면서 신나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작가를 만나고 도서관에 가서 작가의 또 다른 책이 있어서 반갑게 <<내 가슴에 해마가 산다>>를 읽었다. '왜 이렇게 글을 잘 쓰는 거야?'하면서 말이다.   

내일을 준비하던 천지가 오늘 죽었다. 

뭐지? 천지가 이름인가? 그런데 죽었다고? 하면서 책장을 넘겼다.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가 한 아이의 죽음과 관계되었듯이 이 이야기도 그 또래 아이의 죽음과 관계한 이야기다. 두 죽음의 차이라면 죽음을 생각하기 시작하면서 세상이 살만한 것이라는 걸 알아가던 아이의 뜻하지 않았던 죽음과는 달리 천지의 죽음은  스스로 택한 죽음이라는 차이 정도.  

천지-죽은 아이 / 만지-천지의 언니 / 미란-만지의 친구 / 미라-미란의 동생이자 천지의 같은 반 친구, 천지의 죽음에 어떤 책임을 져야 할까? / 화연-이 아이는 과연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먼저 가서  미안해요. /그래도 씩씩하게 잘 지내겠다고 약속해 주세요 ./ 안 그러면 내가 속상하니까. 사랑해요, 엄마./ 다섯 개의 봉인실 중 그 첫 번째  

항상 부러웠던 우리 언니. / 내가 멀리 떠나도 잊으면 안 돼. 사랑해, 언니. / 다섯 개의 봉인실 중 그 두번 째   

너 참 밉다. / 그래도 용서는 하고 갈게. 나는 가도 너는 남을 테니까. / 이제 다시는 그러지 말기를. 이제는 너도 힘들어 하지 말기를 / 다섯 개의 봉인실 중 그 세 번째 (교묘하고 집요하게 긴긴 시간을 괴롭힌 친구 화연에게)

알아도 가슴에 담아 둘 수는 없었을까? / 가끔은 네 입에서 나온 소리가 내 가슴에 너무 깊이 꽂혔어. / 그래도 용서하고 갈게. 처음 본 네 웃음을 기억하니까. / 다섯 개의 봉인실 중 그 네 번째 (고통을 주는 직접적인 대상보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또 다른 이가 더 미울 수 있겠다. 항상 화연의 괴롭힘을 옆에서 지켜 보았던 미라에게)   

그리고 마지막 다섯 번째는 이 세상을 하직하려고 하는 자신에게! 

천지는 이렇게 다섯 장의 유언장을 실뭉치 속의 실패로 만들어 남겨 두고 떠난다. 마지막 사과까지 헌신짝 처럼 팽개쳐 버린 화연이 나도 참 밉다.   

만지가 실뭉치를 풀어가면서 실패를 찾아가는 것을 보며 미스터리물을 만나는 느낌이 들었고(다시 엉켜 버린 실뭉치는 과연 무엇을 의미할까?), 딸과 동생을 보내고도 씩씩하게 살아갈 수 밖에 없는 남은 가족의 아픔에 짠하면서 이어지는 모녀의 복수극(?)에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막막하기도 했다. 가해자인데, 갑자기 화연이 피해자로 느껴지는 것은 또 무슨 야릇한 장난이란 말인가!

그리고 책의 마지막 부분을 읽으면서 이 모든 복잡한 감정들을 일으킨 이야기들은 죽고 싶은 아이의 머릿 속에서 그려진 한 편의 드라마 같은 상상이었구나. 그래서 이 책이 '우아한 거짓말'이구나. 천지가 죽지 않아 정말 다행이구나!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고 글을 되짚어 보니 미란의 아버지 곽만호와 천지 엄마와의 억지스러운 만남도 어색하지 않게 짜집기가 된다. 작가는 이렇게 나를 한방 먹이는구나! 했는데...  

이 글을 쓰며 끝장면을 한 번 더 읽어보니 천지는 가족품에 안기고 친구하고 화해 할 그런 세상을 꿈꾸면서 이 세상에게 작별을 고하고 있나 보다. (헷갈려~) 

천지가 고민스러운 친구 관계로 엄마와 언니에게 손을 내밀었을 때 사는 것이 고단한 엄마와 자기 앞길이 바쁜 언니가 진심어린 마음으로 상처 받은 영혼을 이해해 주었더라면 결과는 어떻게 변하였을까? 우울한 마음을 잘 이겨내면서 친구로부터 독립하는 법을 익힐 수 있었을까?

4학년 어린 나이에 대응할 수 없었던 어떤 힘(아마도 성격적인 문제가 크게 좌우하겠지만) 앞에서, 끝까지 이겨내지 못한 어린 영혼에게 삼가 조의를 표한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순오기 2010-01-02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봐야 되는데 아직 주문도 안 했어요. 많은 분들이 칭찬하던데...김려령 작가라면 기대해도 될 듯.

희망찬샘 2010-01-06 05:40   좋아요 0 | URL
자살을 다룬 이야기라 읽기 그렇다는 분도 있던데요. 하지만, 제게는 작가를 한층 높게 보게 한 책이며 여운이 많이 남는 책이었어요. 꼭 읽어 보세요.
 
경찰 오토바이가 오지 않던 날 사계절 중학년문고 5
고정욱 지음, 윤정주 그림 / 사계절 / 200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장애를 가졌지만, 언제나 자신에게 당당했던 동수를 상처 받게 한 세상의 이야기다.  

소아마비 장애를 가진 동수는 친구들이 놀려도 장애는 단지 불편한 것 뿐이므로 그 친구에게 맞설 수 있었다. 꿀릴 것이 없었다.  하지만, 어머니 등을 의지해서 등교하는 것은 늘 죄송스럽다.  

어느 날, 전학 간 학교에 경찰 아저씨가 오토바이를 타고 도움을 줄 친구를 찾아 나타났고 그 주인공으로 동수가 뽑혔다. 멋진 오토바이 탄다고 모두들 부러워 하고 경찰 아저씨의 미담 사례는 신문에 텔레비전에 소개되기까지 한다. 친구들은 주인공이 된 동수를 부러워 하지만, 동수는 자신이 주인공이 아니라 들러리임을 알고 서운하면서 묘한 기분을 떨칠 수 없다. 그 일이 알려지면서 경찰 아저씨는 특진을 하고, 졸업 때까지 동수를 태워 주겠다던 약속을 지키지 않은 채 더 이상 학교에 오지 않게 된다. 선물 하나를 들고 동수에게 나타난 날은 친구들이 경찰청 홈페이지에 남긴 안 좋은 글을 막아 낼 동수의 응원이 필요했기 때문. 씁쓸한 이야기지만, 그 덕에 동수는 세상을 조금 덜 믿게 되었으나 그래도 더 많은 자기 편을 얻을 수 있었다. 언제나 동수에게 애자라고 놀려대던 창진이도 동수의 친구가 될 준비를 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이 이야기가 고정욱 선생님과 어느 경찰관 사이에서 있었던 실제 이야기라는 사실이 가슴 아프다. 아니, 동화였다 할지라도 얼마든지 일어날 법한 이야기다. 우리는 장애인을 위하는 척 하지만, 사실은 자신이 좀 더 너그럽고 괜찮은 사람이라는 인정을 받고 싶어 가식적인 친절을 베풀 때도 있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어쩜 나도 공범이 아닌가 싶다.  

고정욱 선생님의 <<가방 들어 주는 아이>>를 읽으면서 나는 중 1 때 친구의 얼굴이 떠올라 사실 맘이 조금 불편했다. 그 친구는 어머니가 아이를 가졌을 때 약을 잘못 먹었던 관계로 기형으로 태어났다고 했다. 키가 무척 작은 대신 살이 무척 많이 쪄서 뒤뚱뒤뚱 걸어야 했던 친구는 무거운 가방을 들고 경사 가파른 학교 길을 오고 가기가 힘들었다. 오는 길이야 집이 다르니 할 수 없었고 그 당시 '착한 아이 콤플렉스'에 빠져 있던 나는 친구의 하교길에 가방을 들어 주면서 집에 데려다 주곤 했다. 우리 집에 가는 시간이 많이 걸리긴 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하는 것이 참 좋은 일이라 믿었기에 기쁜 맘으로 일을 시작했던 것 같다. 그런데, 잠시가 아닌 계속 그 일을 하려고 하니 슬슬 안 좋은 맘들이 들고 일어났다. 내가 그 일을 끝까지 했는지 중도에 그만 두었는지는 지금 기억 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 반 아이들 모두는 그 친구랑 큰 문제 없이 잘 지냈던 것으로 기억이 남아 있으니 나의 마음이 어쩜 친구에게 들통 나지는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아니, 알고도 모른 척 했으려나?)  

항상 말은 그럴 듯하게 하면서 더불어 살자고 하지만, 우리는 아직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사실 장애를 입어 힘든 이웃을 위해 내가 하고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으니 말이다. 소극적이긴 하지만 아이들에게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일이라도 열심히 해야겠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양물감 2009-12-30 2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기억나는 친구가 있네요. 중학교때 친구인데, 대학교에 가서 같은 과에서 또다시 만났죠...
생각해보면, 저 역시 진심으로 그 친구를 대했는지, 착한아이콤플렉스였는지....잘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