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오토바이가 오지 않던 날 사계절 중학년문고 5
고정욱 지음, 윤정주 그림 / 사계절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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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를 가졌지만, 언제나 자신에게 당당했던 동수를 상처 받게 한 세상의 이야기다.  

소아마비 장애를 가진 동수는 친구들이 놀려도 장애는 단지 불편한 것 뿐이므로 그 친구에게 맞설 수 있었다. 꿀릴 것이 없었다.  하지만, 어머니 등을 의지해서 등교하는 것은 늘 죄송스럽다.  

어느 날, 전학 간 학교에 경찰 아저씨가 오토바이를 타고 도움을 줄 친구를 찾아 나타났고 그 주인공으로 동수가 뽑혔다. 멋진 오토바이 탄다고 모두들 부러워 하고 경찰 아저씨의 미담 사례는 신문에 텔레비전에 소개되기까지 한다. 친구들은 주인공이 된 동수를 부러워 하지만, 동수는 자신이 주인공이 아니라 들러리임을 알고 서운하면서 묘한 기분을 떨칠 수 없다. 그 일이 알려지면서 경찰 아저씨는 특진을 하고, 졸업 때까지 동수를 태워 주겠다던 약속을 지키지 않은 채 더 이상 학교에 오지 않게 된다. 선물 하나를 들고 동수에게 나타난 날은 친구들이 경찰청 홈페이지에 남긴 안 좋은 글을 막아 낼 동수의 응원이 필요했기 때문. 씁쓸한 이야기지만, 그 덕에 동수는 세상을 조금 덜 믿게 되었으나 그래도 더 많은 자기 편을 얻을 수 있었다. 언제나 동수에게 애자라고 놀려대던 창진이도 동수의 친구가 될 준비를 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이 이야기가 고정욱 선생님과 어느 경찰관 사이에서 있었던 실제 이야기라는 사실이 가슴 아프다. 아니, 동화였다 할지라도 얼마든지 일어날 법한 이야기다. 우리는 장애인을 위하는 척 하지만, 사실은 자신이 좀 더 너그럽고 괜찮은 사람이라는 인정을 받고 싶어 가식적인 친절을 베풀 때도 있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어쩜 나도 공범이 아닌가 싶다.  

고정욱 선생님의 <<가방 들어 주는 아이>>를 읽으면서 나는 중 1 때 친구의 얼굴이 떠올라 사실 맘이 조금 불편했다. 그 친구는 어머니가 아이를 가졌을 때 약을 잘못 먹었던 관계로 기형으로 태어났다고 했다. 키가 무척 작은 대신 살이 무척 많이 쪄서 뒤뚱뒤뚱 걸어야 했던 친구는 무거운 가방을 들고 경사 가파른 학교 길을 오고 가기가 힘들었다. 오는 길이야 집이 다르니 할 수 없었고 그 당시 '착한 아이 콤플렉스'에 빠져 있던 나는 친구의 하교길에 가방을 들어 주면서 집에 데려다 주곤 했다. 우리 집에 가는 시간이 많이 걸리긴 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하는 것이 참 좋은 일이라 믿었기에 기쁜 맘으로 일을 시작했던 것 같다. 그런데, 잠시가 아닌 계속 그 일을 하려고 하니 슬슬 안 좋은 맘들이 들고 일어났다. 내가 그 일을 끝까지 했는지 중도에 그만 두었는지는 지금 기억 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 반 아이들 모두는 그 친구랑 큰 문제 없이 잘 지냈던 것으로 기억이 남아 있으니 나의 마음이 어쩜 친구에게 들통 나지는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아니, 알고도 모른 척 했으려나?)  

항상 말은 그럴 듯하게 하면서 더불어 살자고 하지만, 우리는 아직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사실 장애를 입어 힘든 이웃을 위해 내가 하고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으니 말이다. 소극적이긴 하지만 아이들에게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일이라도 열심히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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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양물감 2009-12-30 2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기억나는 친구가 있네요. 중학교때 친구인데, 대학교에 가서 같은 과에서 또다시 만났죠...
생각해보면, 저 역시 진심으로 그 친구를 대했는지, 착한아이콤플렉스였는지....잘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