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에서 이야기책까지 - 상상력을 키우는 독서가 진짜 독서!
와키 아키코 지음, 홍성민 옮김 / 현문미디어 / 2006년 12월
평점 :
절판


이 책에 대한 리뷰를 보니 많은 댓글이 달렸다. (다른 사이트) 정말 좋은 책이니 꼭 읽어 봐야겠다는 내용이었다.  

우리 집에도 있는 책인데, 그렇담 나도 서둘러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책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책을 무척 많이 사서 읽다 보니 그게 그 책인 것 같고, 이제는 조금 식상한 감이 없지 않아 읽는 것을 잠시 'STPOP'한 상태인지라 이 책도 조금 읽다가 덮어 두었나 보다 생각하면서 읽었는데, 이런~ 끝까지 줄이 다 쳐져 있는 거다. 그런데, 왜 기억 속에 안 남아 있었던 걸까? 첫 읽기에서는 별 생각 없이 읽었나 보다. 하지만, 두 번째 밑줄 긋기는 조금 달랐다! 2번 읽으니 정리가 잘 되어 좋긴 하다.   

그림책을 읽던 아이들이 이야기책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가도록 하기 위해서는 책의 권수로 평가하는 '다독'은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은 마음 깊이 새겨 두어야 할 내용이라 생각한다. 권수를 늘리기 위해서 대충 읽는 아이들(다니엘 페낙에 의하면 이것 또한 눈 감아 주어도 좋은 일이지만...)은 진정한 독서가가 될 수 없다는 것. 이런 아이들은 권수를 늘리기 위해 또래 수준보다 낮은 책읽기를 선호할 수도 있다는 거다.  

예전 아이들은 지금처럼 책을 읽지 않았으나 큰 문제가 없었던 것은 이야기를 해 주시는 어른이 있었다는 것,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그런 어른들은 사라진 채 그를 대신 할 책의 자리에 영상매체가 들어 앉아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는 이야기 또한 의미심장하다. 북스타트가 지니는 의미에 대해서도 책과 함께 짚어 보면 좋겠다.  

훌륭한 책은 읽기만 해도 쓴 사람의 인간성과 그곳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의 인간성을 자연스럽게 전해준다. 어린이와 가까운 주위의 어른이 자신이 정말 좋다고 생각하는 책을 어린이에게 전하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돕는 것, 그것이 생활 문화를 잃은 시대의 우리가 어린이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많지 않은 일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 한다.  

어린이의 책 기피 현상의 주요 원인이 초등학교 시절에 경험하는 불행한 독서 체험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부분에서는 갑자기 정신이 번뜩 들었다.  

아이가 글을 읽을 수 있게 되면 책을 읽어주지 않는 것은 큰 잘못이라는 내용은 다니엘 페낙의 <<소설처럼>>이나 <<하루 15분, 책읽어주기의 힘>>에서도 만난 내용이라 새롭진 않지만, 다시 한 번 더 새겨 둘 일이며 새학년에 책읽어주는 선생님으로 아이들과 한 번 더 만나리라는 다짐을 하게 한다. (2009년에는 제대로 못 했다.) 아이들은 신뢰할 만한 어른(부모나 선생님)이 글을 읽어줄 때 모험으로 가득한 이야기의 세계를 두려움 없이 여행할 수 있게 된다고 하니까 말이다.  

저자는 요즘 그림책들의 화려함을 경계하고 있다. 너무 자세하게 잘 그려진 훌륭한 그림들은 아이들에게 상상의 여백을 빼앗아 간다는 것이다. 상상력이란 책을 읽으면서 선물 받을 수 있는 귀한 선물인데, 그것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이 슬픈가 보다. <<숲속에서>>처럼 검정이나 어두운 갈색으로 그려진 그림들이 그래서 더 귀하다고 하는데, 이미 많은 화려한 그림책들을 만난 아이들도 과연 그렇게 생각할까는 의문이다. 그림이 화려할 때 상상의 숲은 '자신의 것'이 아닌 '주어진 것'이 되어 버린다는 말은 일리 있어 보이지만 말이다. 

저자는 내가 글책을 읽기 시작하면서부터 눈길도 주지 않았던 삽화의 의미도 짚어주고 있는데, 그 삽화가 이야기의 상상을 도와주었던 기억들을 새롭게 이야기 한다. '호첸플로츠'시리즈를 사면서 남편은 "우와~ 내가 어릴 때 읽었던 책이랑 그림도 똑같다."하며 좋아했었고, 타샤튜더처럼 <<비밀의 화원>>에 그림을 그려서 유명한 삽화가도 있는 걸로 봐서 많은 아이들은 나처럼 무신경하게 그림을 읽지는 않는 것 같다. 그림책을 넘어 삽화가 그려져 있는 유년동화책을 넘어 정말 그림 하나 없는 책을 만나기까지 극복해야 할 과제들이 많이 있는데, 아이들은 처음 지겨운 몇 페이지의 고비를 잘 넘겨야 할 것이다. 그걸 옆에서 잘 도와주는 어른이 되기란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리라 여겨지지만 의미있는 작업이다.    

어른들이 읽는 전래동화의 잔혹함!은 어린이들이 읽는 느낌과 다를 수도 있다는 사실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나 또한 어린 시절에 한 번도 마녀를 가마솥에 넣어 버렸던 헨젤과 그레텔 이야기를 읽으며 잔인하다고 생각 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어린이는 자신의 키에 맞는 상상을 하기 때문에 괜찮다."라는 이야기에서 그 답을 찾을 수도 있겠다.  

장편을 읽기 시작하는 아이들에게 정말 재미있는 좋은 책을 읽어서 책의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해 주는 것은 평생독서가가 되도록 하는 아주 중요한 발판이 되리라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는 코닉스버그, 마이, 캐스트너, 린드그렌의 책을 만나보게 하란다. (린드그렌의 책을 통해 책의 재미를 알아가는 아이들이 많이 있다는 데는 동의를 하나 캐스트너의 작품은 조금 독서의 힘이 생긴 아이들이 읽을 수 있을 것 같은 개인적인 생각도 들고, 코닉스버그와 마이에 대해선 잘 모르겠다.)  

책을 소개해 주는 어른의 몫이 얼마나 중요한가도 짚어 준다. 뭐든 좋으니까 하는 식의 독서 권장은 결코 어린이의 자유를 존중하는 것이 아니라 어른의 수고를 덜어 줄 뿐이라고 하니! 아무리 도서관에 책이 많아도 아무도 빌려가지 않는다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니 그것을 아이들이 빌려가서 볼 수 있도록 권해주는 기술을 익혀 보도록 해야겠다.  

그리고 원작과 다이제트는 전혀 다른 작품이라는 사실 또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부분이다. 나 또한 집에 애니메이션 명작동화를 가지고 있는데, 헌책을 언니에게 얻으면서 아이들에게 이런 다이제스트판을 읽혀도 좋을까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언니는 그래도 책 안 읽는 아이들이 이렇게라도 읽어야지 이 책이 어떤 책이라는 정도는 알 수 있지 않겠느냐는 거였다. 그도 그럴 것 같다. 하지만, 제대로 된 원작을 아이들에게 무척 만나게 해 주고 싶은 맘이 있어 지금 알뜰살뜰 고전 시리즈를 모으고 있는 중인데, 그 중에는 700페이지를 육박하는 것들도 있어 아직 그 엄청난 이야기를 만나보지 않은 (사기만 하고 읽진 않았다.) 나를 들뜨게 한다.  

자, 그렇다면 좋은 책이란 과연 어떤 책인가? 

제대로 읽으면 만화나 애니메이션, 게임보다 재미있는 것이며 인간 세계를 바라보는 눈이 따뜻한 책이라고 한다. 그리고 훌륭한 아동문학은 어린이가 어른을 이해하는 가이드북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한다. 실제로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다보면 책의 재미에 빠져 들어 그 좋아하던 TV를 멀리하게 되었다는 이야기에서부터 엄마에게 책 좀 그만 읽으라는 잔소리를 들었다는 이야기까지 무척 많은 이야기를 하는 아이들을 만날 수 있다. 그 아이들은 정말 좋은 책의 친구가 된 것이다.  

판타지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잠시 살펴보자.  

훌륭한 판타지 작품에는 리얼리즘으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을 말해주기도 해서 사소한 모순에는 한쪽 눈을 감고 읽는 기술을 습득할 필요가 있다. '모순에 한쪽 눈을 감고 읽는다'는 것은 이야기 세계에 빠져드는 것과 이야기를 밖에서 들여다보는 것을 동시에 하는 것으로, 여기에도 메타인지 능력(자신의 인지 패턴을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판단하는 능력)이 관여하고 있다.

 아이들과 국어 시간에 옛 이야기를 만나면 가끔 이야기의 모순을 지적하는 아이들이 있다. 그럴 때면 나는 "이야기를 그렇게 따지고 분석하기 시작하면 그것은 더 이상 이야기로서 존재할 힘을 잃게 된단다. 그러니 그냥 읽어 주기 바란다."라고 말해 주었는데, 이런 친구들에게 '모순에 한쪽 눈을 감고 읽기'를 이야기 해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 이렇게 또 하나의 책을 통해 책을 권하는 교사로서 내가 해야 할 일의 방향을 제시 받았다. 참 뿌듯한 느낌이다.  

꼬리-186쪽의 책이 참 두껍게 느껴지는 것은 지나치게 좋은 종이의 질 때문인 듯하다. 한 번 읽고 말기에는 정말 고급 종이로 만들어졌다. 조금 종이의 질을 낮추고 책의 가격을 떨어뜨렸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또 꼬리-이런 류의 책은 일본에서 많이 출판되고 있는 듯하다. 일본의 아동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 같은데, 우리 나라도 이 분야에 대한 시장을 많이 개척하여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면 좋겠다. (물론, 우리 작가들이 쓴 책도 찾아보면 많지만, 굳이 비교하자면 그렇다는 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