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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미술가 - Art in Nature
김해심.존 K. 그란데 지음 / 보림 / 2012년 5월
평점 :
그러나...
이 책을 받아들고 가장 먼저 내가 한 일은 한숨을 푸욱 내 쉬는 일이었다.
어려운 책에 심각한 알레르기 반응이 있는 나로서는 이 책이 부담스러워 어찌해야할지 안절부절 좌불안석이었다.
안 읽으면 그만이지 않은가!
하지만...
참 좋은 출판사의 서평단 신청을 해 둔 상태라 이 책을 읽어내고 무언가를 끄적일 책임이 있었기에 그냥 던져 둘 수는 없었다.
그리고 제법 시간이 걸렸지만, 이 책을 다 읽어낸 나 자신을 우선 칭찬한다.
또한 썩 인기있는 베스트 셀러가 되지 못할지라도 이 책은 참 의미있는 책임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
나의 짧은 글솜씨로 쉽지 않은 일이긴 하겠지만 말이다.
요즘 사회 시간에 아이들과 '환경친화적인 삶'에 관한 공부를 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 책에 소개 된 '자연의 미술가'들과 그들의 작품에 대해 슬며시 언급을 해 보았다.
자연 속의 재료들, 가령 예를 들자면, 나뭇가지, 쓰러진 나무, 돌, 바위, 살아있는 나무, 식물 등을 이용하여 자연공간을 스케치북 삼아 방대한 예술 작업을 하는 이들, 시간과 함께 일어날 변화를 수용하는 그들의 시공간 예술에 어떤 경외감이 느껴진다.
이 책에는 9명(10명?)의 대지 예술 작가들의 130여점의 작품이 사진으로 공개되어 있다. 그들의 작업과정이 나온 부분도 있고, 오랜 세월을 거쳐 변화할 모습에 대한 예견이 되어 있는 부분도 있다.
자연을 훼손하고 헤집는 과정이 아니라, 자연 속에서 자연과 하나되는 과정을 보여 주면서, 앞으로는 이런 예술 분야가 더욱 각광을 받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도 했다.
오랜 시간 공을 들여 나왔다는 이 책이 예술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는 색다른 영감을 주는 책으로, 나같은 일반인에게는 새로운 세계를 인식하는 계기를 제공하는 가이드북으로서 제 역할을 다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책 속에 펼쳐지는 작품 사진들을 넋 놓고 보다가 해설을 곁들인 글들을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미술관의 야외 전시관이나 조각공원을 장식하는 작품으로 혹은 수목원을 아름답게 가꾸거나, 대학의 설치 미술의 어느 부분을 담당하거나...
순식간에 파도에 밀려가 작품은 사라지고 사진 한 장만 남아 그 예술적 가치를 논하기도 하는 경우,
또는 오랜 시간이 지나면 단으로 쌓아 두었던 나뭇가지는 썩어 없어지고 그 위에 올려진 돌덩이만 구조물의 흔적을 남기고 있을 것 같은 작품들까지!
순간적으로 없어지거나 시간과 함께 끊임없이 변화하는 작품들은 한마디로 살아있는 작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멋지고 근사했다.
이 위대한 예술가들이 남겨 둔 흔적을 사진으로나마 이렇게 만날 수 있었다는 것이 어딘가!
아마 이 책은 읽어내기는 힘들었지만 마음 속에 오래도록 남아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