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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꿀 권리 - 어떻게 나 같은 놈한테 책을 주냐고
박영숙 지음 / 알마 / 2014년 6월
평점 :
아침독서 운동을 함께 하면서 내가 한 일 중 하나는 독서 지도에 관련한 책을 찾아 읽는 것이었다.
그 때 만난 책 중에서 <<내 아이가 책을 읽는다>>라는 책은 다른 책들과는 다른 느낌을 주었다.
나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책을 읽도록 지도하고, 어떤 도서를 추천하면 좋을지 알려주는 책이라는 생각을 갖고
이 책을 샀는데 읽어보니 무언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도서관 운동에 열심이셨던 이성희 선생님의 강연을 듣다가
도서관을 찾는 아이들은 학급에서 소외된 아이들일 가능성이 크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친구들이랑 어울려 놀지 못해 도서관을 찾을지도 모른다는 말을 듣고,
아이들의 모습을 한 번 더 들여다 본 적이 있다.
도서관에 오면 조용히 앉아서 책 읽기를 바라는데, 아이들은 도서관에 와서 놀 때가 많다.
휴대폰 사용 금지인데, 고학년의 경우 도서관에서 휴대폰을 켜고 게임을 하거나 통화를 하거나, 친구들과 낄낄거리거나...
한 무리의 6학년들이 모여서 친구들과 숙제를 하면서 서로 보여주기도 하고,
심지어는 독서록을 베끼기까지 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참 많이 화가 났다.
우리 학교는 저학년 300권, 중학년 200권, 고학년 100권의 독서록을 쓰면 학교장 상장이 나간다.
한 두줄씩만 쓰면 되는 거라 쓰는 부담은 없다.
이 활동은 쓰게 하는 것에 목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책을 읽게 하는 것에 목표가 있는 거다.
그런데 이걸 베껴서 쓰고 상을 받는다면 말이 안 되는 거 아닌가!
아이들에게 상 하나라도 받게 하고 싶은 담임 선생님께서
지금껏 게으름 피운 아이들에게 지금까지 읽은 책 내용 되짚어서라도 다 써 오라고 하셨나 보다.
안 써 가면 선생님에게 혼난다 싶은 아이들이 선택한 것은 잘 쓴 아이들 것 보고 줄줄이 베껴가기였던 것.
그림책을 읽는 저학년의 경우 많이 쓰는 아이는 1000권 가까이 쓰기도 하는데,
고학년만 되면 이것이 귀찮은 일이 되어 실적이 좋지 못하다.
나야 제대로 읽지 못해서 100권을 못 채운다면 상을 못 받는 거고, 그건 할 수 없는 거라 생각하지만,
또 어떤 분 생각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이것만큼은 받아야 되는 상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시기도 하나 보다.
만약 그렇다면 처음부터 꾸준히 아이들을 관리하고 체크했어야 하지 않나?
하여튼 지난 번 도서관에서 이 일 때문에 나는 맘이 많이 상했었다.
좁은 도서관에서 6학년의 행패(?)를 힘들어하는 동생들이 있다.
그래서 가끔은 "네 이녀석들~"을 외치면서 도서관 군기를 잡기도 한다.
사서 선생님의 말씀은 아이들이 더 안 듣는 경향이 있어서 가끔은 도서관을 지키기 위해 출동한다.
지난 금요일, 얼마 전 내게 야단을 들었던 6학년 남학생들 무리가 방과후 도서관으로 들어선다.
휴대폰을 들고 전화를 하는 소리가 들려서 일부러 큰 소리로 "교내 전화기 사용 금지인데 누구냐?"고 이야기 했다.
스윽 보니 만화책들을 읽고 있는데, 분명 다 읽은 책을 책상 위에 그대로 두고, 의자는 밀어놓지도 않고 가 버릴 것 같아서
또 큰 소리로 문 닫을 시간 다 되었느니 뒷정리 잘 하라고 이야기 했다.
우리 학교의 인사말은 "사랑합니다"인데, 작년에 가르쳤던 아이 하나가 맘이 상했는지 인사도 안 하고 휙 지나간다.
'녀석, 쪼잔하기는...'하고 혼자 생각하다가 친구들 따라 다시 돌아왔길래 "야, 000! 니는 와 인사도 안 하노?" 했더니
어쩔 수 없이 인사를 한다. 엎드려 절받은 기분!
그런데, <<내 아이가 책을 읽는다>>를 읽을 때도 그랬지만 박영숙 '간장'님의 이번 책을 읽으면서도 아이들을 이해하고 품어주지 못한 나의 모습을 보면서 나의 작은 그릇이 부끄러워졌다.
갈 곳 없어 방황하던 청소년을 품어주고,
그렇게 책과 안 친하던 아이들이 손에 책을 드는 모습에서 희망을 읽고
다 큰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면서까지 그들의 삶을 마음에 품어 주시는 분.
힘들고 어려운 일이 생기면 '간장님'께 전화해서 하소연 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박영숙 관장님께서 아이들에게 하신 일들이 어떠한 것들이었을까 가늠해 보게 된다.
"내가 암이래요."라며 전화해서 꺼이꺼이 우는 아이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가슴이 먹먹해졌다.
어린 나이에 무슨 암이냐고, 오진하는 의사도 많다고, 다른 병원에 가서 다시 검사 해 보자고...
쿵내려 앉는 가슴을 안고 아이를 진정시켜 나가다가
"너 같은 아이가 우리 사회의 암적인 존재!"라고 이야기 했다는 말을 듣고
슬퍼 우는 아이의 눈물을 닦아 주신 이야기를 읽으면서 가슴이 먹먹해진다.
도서관이 책읽는 공간, 공부하는 공간이 아닌
더 나은 모습으로 사람들의 희망이 되기를 바라시는 박영숙 관장님의
느티나무 도서관 이야기가 벌써 10년을 훌쩍 넘겼다고 한다.
책의 페이지페이지 마다가 감동의 연속이다.
책을 통해 더 나은 세상을 바라보고, 더 멋진 꿈을 꾸어 나가기를
앞으로는 도서관에 찾아오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을 기특하게 바라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아이들이 도서관에 오면 그래도 더 나은 도서관 이용자가 될 수 있도록 야단치지 않으면서 이끌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