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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놀이 - 공지영의 첫 르포르타주, 쌍용자동차 이야기
공지영 지음 / 휴머니스트 / 2012년 8월
평점 :
남편보고는 읽지 말라고 해야겠다. 나보다 눈물 많은 사람이니까, 끝까지 읽을 수나 있으려나?
드라마, 영화 보고 잘 울지 않는 나, 개인적인 속상한 일들에만 눈물 흘리는 내가
무방비 상태로 흘러내리는 눈물에 당황했다. 어쩔 수 없었다.
너무 미안했다. 그동안 아무 것도 모르고 있었던 거.
아무 것도 모르지만, 학교에서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했다는 그런 류의 상처주는 말은 안 할 수 있다.
파업하면 빨갱이?
아무 것도 모르는 아이들이 가슴 앓이 했을 시간에 눈물이 더 흘렀다.
당사자들, 가족들, 그리고 희생자들.
그들에게 할 말이 하나도 없다.
평택. 그곳에서 2개월간 생활한 적이 있다.
한 학년에 한 반. 그 때 내가 맡았던 아이들 3학년.
대학 졸업장을 따고 처음으로 아이들을 만났다.
힘든 관문을 통과했건만, 부산에는 1년간 아무도 발령이 나지 않았다.
기다리는 동안 기간제 교사 자리도 없었다.
먼저 경기도에서 일하고 있던 동기가, 출산휴가 들어가는 교사가 있다고,
2학기부터 2개월간 기간제 교사를 하러 오라 했다.
졸업과 동시에 학원 강사로 몇 달 일했는데, 학원이 망하는 바람에 월급도 고스란히 떼였다.
놀고 있기 뭣해서 그곳에라도 가야겠다 생각했다.
결정을 내림과 동시에 1학기에는 한 자리도 없던 기간제 교사 자리가 2학기에는 여기저기서 나기 시작했다.
그래도 먼저 가겠다고 한 약속 저버릴 수가 없었다.
동기가 3명이 어울려 아파트 하나를 얻어 생활하는데 거기에 방이 하나 남는다고 했다.
함께 카풀해서 학교를 갈 수 있다고 했다.
그렇게 두 달을 그곳에서 보냈다.
역전에 있던 아파트에서 40분 이상을 달려 학교로 갔다.
가을이 익으면서 벼 이삭도 익어갔다.
그렇게 짧게 보낸 시간이 내 교직 인생의 출발이었다.
그 평화롭던 도시에서 일어났던 일이라고 한다.
아, 글 안 쓰려고 했는데, 길어져 버렸다.
연말이라 사람들은 마음이 들떠 있는데, 그들을 생각하면 모든 것이 미안하기만 하다.
정의가 승리하는 날은 언제일까?
사회를 이끌어 갈 힘은 도덕성에서부터 출발한다는 거 한 번 더 느낀다.
정의롭지 못한 이들이 망쳐 놓은 세상을 정의로운 이들이 바로 잡으려 애쓰고 있다.
나는 보탤 힘이 없지만, 이 책을 통해 바로 알게 된 것으로 그 미안함을 달래본다.
그리고 이 책을 빌려 읽었으니 한 권, 두 권... 사서 더 널리 알리는 일로 용서를 구하고자 한다.
고통에서 그들을 구하기 위해 알아야 할 자들이 알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