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들면 다 읽기 전에는 놓을 수 없는 판타지라 소개 받았다. 그래서 당연히 장편일거라 생각했다.그런데, 여러 편의 이야기를 만났으니 득이라 해야 할까? 현실 세계를 벗어난, 그러나 현실인 이야기들. 상상력의 화수분을 안고 사는 듯한 작가들은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짧은 이야기들로 토막 나 있어서 읽기 편했다.기억을 모두 팔아 산 비늘들. 국경시장에서 화폐로 사용되는 그것들을 사기 위해 아픈 시간들을 내놓았는데... 고통과 대체된 그것들이 더 큰 향락으로 위로해 주지 못하고, 마지막 순간 죽음으로 응답한 걸 보니 우리네 고통 속에 함께 숨쉬고 있는 생명의 에너지가 분명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품어보게 된다.가벼운 마음으로 읽었는데 장면들이 하나씩 다가와 말을 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