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토막 서현우 사계절 중학년문고 22
김해등 지음, 이광익 그림 / 사계절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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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거리며 읽은 책 한 권이 늘었다.

서현우의 별명이 왜 `반토막`일까? 라는 독자의 궁금증에서부터 이 책은 이야기가 시작된다.

아이들이 친구의 별명을 부를 때는 거의 이름이나 신체적인 특징을 이용한다. 이에 대한 반응도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즐기는 아이와 괴로워 하는 아이. 즐기는 쪽은 성격이 낙천적이고 대범할 확률이 높고, 심히 힘들어 하는 쪽은 소심할 가능성이 높다.

오바마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될 당시, 자기 행님이 당선되었다며 자신을 오바마라 스스로 불렀던 얼굴 까무잡잡했던 모군은 그 넉살 덕에 그 해 우리 반 반장이 되었고, 커다란 덩치와 이름 덕에 샅바라고 불렸던 나의 첫 제자는 자기를 지칭할 때 스스로 "저, 샅반데요."라고 해서 가장 인상깊은 별명으로 기억된다. 

 

서. 현. 우. 반토막이라니!!! 틀림없이 남보다 체구가 왜소할 것이다. 힘으로 억누르려 하는 아이들의 좋은 먹잇감일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이 이야기는 현우가 무언가를 해 내는 그런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예상이 된다.

 

아이들이 뭉쳤다.

목소리 크고, 힘센 쌈짱 경호와 힘센 아이 옆에 붙어 살살거리는 살살이 종구, 그리고 친구들에게`공주병 환자`라고 놀림받는 것이 싫은 수연이, 아이들의 잘못된 행동을 선생님께 꼰지르려고 하는 범생이 반장 오귀빈, 그리고 반토막 서현우까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들의 조합은 어떤 사건과 만나게 될까? 이 아이들은 우리 모두가 그러하듯 나름의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다. 그 속에는 그들 나름의 아픔이 있는 것이다. 경호가 힘센 척 하는 것도 할머니랑만 사는 자신의 처지가 남의 무시를 받기 좋을 거라 스스로 생각하기  때문인 것처럼 말이다.

 

경호가 만들어 낸 특별한 놀이에 참석하겠다고 식판을 두드렸던 이 아이들은 경호를 따라 학교 뒤편의 자작나무 숲으로 간다. 몸통이 하얗고 검은 눈처럼 생긴 옹이 덕에 날씨와 맞물려 으스스한 분위기를 한껏 자아내어 주는 이 숲에서 아이들이 겪게 될 일이 이 이야기의 핵심이다.

 

힘이 이동하는 것을 느끼면 금방 배신을 하는 종구와 천하무적일 것 같은 쌈장 경허도 무서움 앞에서는 겁많은 꼬맹이일 뿐이었다. 비바람과 어둠 속에 갇힌 아이들, 숲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쉬웠는데 나오려고 하니 문이 철커덕 잠궈지는 바람에 아이들의 상상은 무수한 괴물들을 불러들인다. 이 어려움을 누가 이겨 나갈까? 그렇다. 우리의 주인공 반토막 서현우의 눈부신 활약이 시작되는 거다. 신체의 결함이 아이의 성격적 결함을 대표하는 것은 아니니까. 서현우는 또래보다 침착하여 주변을 관찰하거나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상황을 파악하고 침착하게 대처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그 덕에 지금 그들이 처한 문제점을 정확하게 바라보고 냉정하게 이해할 수 있었고, 수연이 덕에 용기내어 어려움을 극복하여 무사 탈출을 할 수 있었다. 그 속에 포함되어 있는 자세한 이야기는 독자가 찾아 보면 되겠고, 분명한 것은 아이들이 이 책을 무척 흥미진진하게 읽을 것이라는 것이다.

재미있게 읽었다. 중학년 이상 무리없이 읽을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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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진아 팬클럽 회장님 책읽는 가족 54
이용포 지음, 한지선 그림 / 푸른책들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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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올해 여러 책으로 작가 이용포를 만났고, 그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물론 아직 읽지 못한 그의 책은 천천히 찾아 읽을 생각이다.

이 책은 작가의 이름을 알기 전에 책의 이름을 먼저 알았던 책이고, 언젠가 꼭 한 번 읽어보아야지 맘 먹었던 책이다.

이 책 읽으면서 사실 코끝이 찡해서 혼났다.

어떤 내용이 나오냐 하면...

다양한 노인 문제가 나오는데...

독거노인의 외로움, 황혼 이혼을 마음 먹은 할머니 이야기, 나이 들어 서로 의지하고 살아야겠다고 맘 먹은 할머니와 할아버지 이야기, 치매 노인, 먼 곳으로 떠나 있는 자식들을 그리워하는 부모 마음을 궁상맞지 않게 써 두었는데 이야기를 읽는 내도록 고생하면서 우리를 키우신 부모님의 노고와 그에 대한 보답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사는 현실에 가슴을 콕콕 찌르는 아픔이 있었다.

사실, 핵가족인 요즘, 아이들에게 할머니, 할아버지라는 존재는 그렇게 가까운 존재는 아닌 것같다. 직장을 다니면서 자식을 보살펴 주십사 하는 필요에 의해서 같이 살거나 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우리집 처럼 어린 아이들이 자라는 집들은 바쁘다는 이유로 부모에게 소홀하기 쉽고, (나는 그렇다ㅜㅜ) 후회는 하지만, 쉽게 전화 안부 조차 잘 드리지 않는 편이다 보니 이 이야기는 맘 편하게 읽기 어려웠다.

지금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겪는 그 외로움의 고통은 머지 않아 우리가 다시 겪어야 할 고통이다. 우리는 그 분들의 마음을 잘 보살피지는 못해도 이해는 하는 세대라면 이 책을 읽어낼 아이들에게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존재가 어떤 의미일까를 생각해 본다면 이 책이 해 낼 몫은 무척 크리라 생각된다. 

내가 기억하는 나의 부모에 대한 기억과 손자, 손녀인 희망이와 찬이가 기억하는 외할아버지, 외할머니의 기억은 조금 달랐다. 언제나 생각하면 그저 포근한 분, 너무 좋은 분, 그래서 보고 싶어서 눈물을 훌쩍이게 하는 분이더라.

먼저 부모를 떠나 보낸 나같은 사람이 읽으면 슬플 책, 연로한 부모님을 곁에 두고 있는 이가 읽으면 전화기로 손을 뻗게 할 책, 할머니, 할아버지의 정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할 책, 이 책은 여러모로 가족간의 소통을 이야기해주는 참 좋은 책이기에 많은 이들이 읽어보면 좋겠다.

태진아 팬클럽의 회장직을 맡아 쫓아 다니는 할머니에 대한 부끄러운 마음이 아닌,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눈치보지 않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용감한 할머니로 우리 할머니의 진가를 제대로 알아 준다면 그 가정에는 웃음꽃이 만발하리라.

5편의 단편 동화 어느 하나 빠지는 내용 없는 생각거리를 많이 제공해주는 글읽기였고, 우리 주변의 일들을 억지스럽지 않게 잘 풀어두어 공감을 잘 이끌어내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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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11-12-12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이 따뜻해지는 동화일 것 같아요. 할아버지, 할머니에 대한 애뜻한 마음도 생겨날 것 같고 아이들이랑 함께 어른들도 읽으면 좋겠네요.^^

희망찬샘 2011-12-13 05:59   좋아요 0 | URL
꿈섬님 잘 지내셨어요? 이사는 무사히??? 하셨다는 글을 읽은 기억이 나네요. 어른들에게도 좋은 동화, 맞아요. 기회되면 한 번 읽어 보세요.

순오기 2011-12-13 0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용포 샘, 팬이 되셨군요~~ 이 책은 정말 울컥!하지요.
이 작가님은 인간적으로도 참 끌려요. 그간 소식이 뜸했는데 간만에 안부문자라도 보내야겠네요.^^

희망찬샘 2011-12-13 06:55   좋아요 0 | URL
맞아요. 팬이 되었어요. 우리 반 아이들도 정말 좋아하는 작가랍니다. ^^
 
꺼벙이 억수 (반양장) 좋은책어린이 창작동화 (저학년문고) 1
윤수천 지음, 원유미 그림 / 좋은책어린이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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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자랄 때, 한 교실에 이런 아이 하나씩 있었던 것 같다.

외모로 보자면, 깔끔하지 못하고, 얼굴은 웃고 있지만, 영리해 보이지 않고, 그러나 마음은 순하디 순하여 아이들의 놀림을 한 몸에 받으면서도 대항 한 번 못하고! 남들이 싫다하니까 덩달아 '나도 싫어!'하는 그런 애. 사실 나에게 어떤 해꼬지도 안 했음에도 불구하고 친구들 사이에서 괄호 밖이 되는 아이들.

아니, 우리 자랄 때가 아니라 지금 아이들 자랄 때도 그런 것 같다.

왕따를 당하는 아이들을 보면 간혹 그 원인 제공을 하는 아이들도 있지만, 억수처럼 군중심리에 의해 이유없이 무시 받는 친구들도 많다는 사실을 생각 해 볼 때 이 책은 우리 아이들이 꼭 읽어야 할 책 중 하나다.

억수! 그는 어떤 아인가?

위에 언급된 외모, 성격외에 하나를 더 보태자면, 마음씨가 비단결 같이 고운 아이, 남의 어려움을 보면 자기 일처럼 나서서 도와주는 아이, 되돌아 올 보답에 대해 계산할 줄 모르는 아이, 쉽게 말하자면, '순수' 그 자체인 아이다.

이 이야기 중 <땅콩>은 초등학교 읽기 교과서에도 실려 있는데 이 이야기를 배우는 아이들(우리 반 아이의 말에 의하면 2학년 2학기 읽기 교과서에 나온다고 한다.)은 원문을 꼭 읽어보면 좋겠다. 일의 인과관계를 짚어 보면서 친구를 좋은 눈으로 바라보는 방법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날, 둘째 시간이 시작되고 난 후에 나타나는 억수, 늦잠을 잤을까? 밤늦도록 오락을 하느라 아침에 못 일어난 것은 아닐까? 대답을 하지 않으니 선생님은 선생님식의 상상을 하게 됐을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나타난 땅콩 할머니의 등장으로 억수의 선행이 알려진다. 길에 쏟아진 땅콩을 주워주느라 늦었던 것.

학급에서 가장 착한 친구에게 '학급별'이라는 것을 선물한다는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이찬호가 억지 착한 일을 할 때, 억수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진실함을 친구들에게 보여줬다.

 

"여러분! 왜 억수를 학급별로 뽑았나요?"

선생님이 이번엔 아이들을 향해 물었어요.

"진선이가 팔 다쳤을 때 가방을 들어 줬어요!"

"땅바닥에 떨어진 땅콩을 주웠어요!"

"고은이 대신 흙탕물을 뒤집어썼어요!"

"꽃밭에 난 풀을 뽑았어요!"

"휴지가 떨어져 있으면 주워요!"

"욕을 안 해요!"

"잘난 체 안 해요!"

 

(학급별 따기 어렵지 않아요. 이렇게 마음으로 우러나오는 착한 일을 하면 돼요!!!)

아이들이 억수의 진실된 마음을 바로 바라볼 수 있어서 참 좋았다. 역시 어린 아이들은 순수한 영혼을 가졌다니까!

1학년 아이들이 이번 겨울 방학을 이용하여 읽어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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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 시험 보리피리 이야기 6
박선미 지음, 장경혜 그림 / 보리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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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3년 전인가 보다. 6학년을 할 때였는데 학교 복도 벽에 온통 낙서가 되어 있는데, 욕 투성이다. 한 아이에 대한 험담도 있다. 누가 그랬을까? 글자를 추적해서 범인을 가려보자. 했더랬다. 글자 보면 범인을 찾을 수 있나요? 했더니 자신 있다 하신다. 그렇게 해서 아이들에게 종이를 나누어 주고 글을 써 보게 했다. 그 중 한 반은 욕을 써 보라고 했다. 그랬더니 입에도 담지 못할 심한 욕들이 나오더라고. 그 중 너무나도 모범적인 아이가 과연 욕을 써 낼 수 있을까가 아이들과 선생님의 관심사였다고 한다. 너무 착하고 빠지는 게 없는 아이라 (성품까지 말이다.) 친구들도 누구 하나 적대감을 가지지 않은 그 아이의 욕 시험지가 화제가 되었던 날이 있었다. 그 날이 생각나는 동화다. 

야야네 선생님은 어느 날, 아이들에게 '욕시험'을 보자고 하신다. 시험도 이렇게 엉뚱한 시험이라니. 선생 딸이라는 이유로 남에게 잘못 보이면 안 된다는 마음, 남들이 잘 한다 치켜 세워주면 더 잘해야겠다는 마음. 야야는 그런 마음들 때문에 자유롭지 못하다. 생전 쓰지 않는 말이지만, 무심코 튀어나온 남을 따라 해 본 욕 한마디도 아이들의 공격을 당하는지라, 조심하고 또 조심하느라 알게 모르게 마음의 압박을 받는다. 이런 야야에게 욕시험은 어려운 과제다.  

억울해서 욕 하고 싶었던 때 없더나? 화가 나서 욕 하고 싶은 때 없더나? 다른 사람이 하는 욕 들은 거 없더나?... 

선생님 말씀 듣고 생각하고 생각하다 보니 쓸 말이 너무 많아 나누어 주신 시험지의 앞뒷면을 빼곡이 채웠는데, 교무실에 가 보니 선생님들이 그거 돌려보면서 키득거리시고, 그 모습을 보니 자신이 놀림감이 된 듯하여 속이 상한다. 시켜서 한 일이긴 하지만, 같은 학교 선생님이신 아버지 얼굴에 먹칠을 한 것도 같고 해서 어디 가서 하소연도 못 하고 우느라 눈이 퉁퉁 부은 야야. 그 때부터 담임 선생님이 미워져, 마음 속으로나마 선생님에게 안 좋은 말을 하기 시작한다.

'난데없이 와 욕은 써 보라고 해서 이래 망신을 시키고, 우리 아버지 얼굴에 똥칠를 하게 만드노?'
'내 입으로 욕이라도 한번 해 보고 그런 소리를 들었으면 덜 분하겠다. 이거는 머꼬? 욕 한번 못 해 봤는데 오만 선생님들이 다 내를 욕쟁이라고 한다 아이가?' 

 하고 혼자서 속으로 꿍시럭 거려 보지만, 별 수도 없고 맘도 편하지 않다.  선생님은 도대체 아이들에게 왜 욕을 쓰라고 하신 걸까? 그 때 우리처럼 범인 색출도 아닐테고 말이다.  

"넘들 때문에 하기 싫은 걸 억지로 안 해도 된다. 넘들한테 일없이 발라맞출 필요도 없고, 참산댁 딸 잘한다 카면 그걸로 됐지. 억지로 더 잘할라고 안 해도 된다." 

"인자 고마 울어라. 니 속 썩어라고 한 거 아이다. 니 욕쟁이라고 놀릴라고 그란 것도 아이고. 너거들이 말로 하지도 못하고 꾹꾹 눌러 참고 있는 기 뭔지. 너거들 마음을 어둡게 누르고 있는 기 뭔지. 그기 알고 싶더라. 이 시험지에 대고 욕이라도 시원하이 다 풀어 놓고 너거들 마음을 훌렁훌렁 씻어 버리라고 그랬지."

아이들 맘 속에 자기만의 방식의 추가 놓여있고, 그 추가 무겁게 가슴을 누르고 있음을 아신 선생님은 이렇게 실컷 욕이라도 해 보게 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도록 해 주고 싶으셨나 보다. 

친근한 갱상도 사투리가 반갑고, <<달걀 한 개>>로 만났던 박선미 선생님의 글이라 더욱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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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남매맘 2011-11-22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꼭 읽어 보고 싶었는제 샘 리뷰 읽고나니 정말 궁금해지네요.

2011-11-24 14: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의 철부지 아빠 - 제9회 푸른문학상 동화집 미래의 고전 26
하은유 외 지음 / 푸른책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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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회 푸른문학상 동화집이 나왔다. 수백 편의 작품 가운데 가려 뽑은 주목받을만한 신인들의 작품이다.  

8편의 이야기가 마음을 꽉 차게 한다. 동화를 쓰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가지고 있는 내게 그들이 먼저 걸어 간 길은 부럽기만 하다. 작가들의 이력을 보면 문예창작학과나 국문학과를 나왔거나 그도 아니면 '동화창작모둠'에서 공부를 했다고 한다. 그저 책만 열심히 읽고, 책으로 글쓰기 공부만을 한다고 해서 동화가 쓰여지는 것은 아닌가보다 하는 생각을 하면서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진지한 고민을 해 보게 한다.  

동화집에서 여러 명의 작가들의 작품을 보면 이건 좀 낫고, 저건 좀 못 하다는 것들이 있는데, 이번 작품집은 그런 느낌보다 각양각색으로 개성있는 글들이 아름다운 무지개빛깔을 내고 있어 참으로 멋지다는 느낌이 우선 한다. 

<내 얼룩이>에서는 코시안 아이의 외로움과 두려움이 떠돌이 개와 함께 마음 속에 들어 와 가슴 한 켠을 시리게 한다. 아이들의 악랄함의 끝이 어디일지? 내 얼룩이는 절대 죽지 말아야 한다고 함께 응원해준다.
<공짜 뷔페>에서는 돌보아 주는 어른들 없이 살아가야 하는 두 형제의 막막한 세상살이가 한숨을 짓게한다. 선생님 결혼식장에 가서 뷔페에서 밥을 먹고 온 형아를 본 동생은 꿈나무 카드(무료급식 카드)를 가지고 눈칫밥 먹는 것 대신 뷔페에 가서 근사하게 밥 한 번 먹어보는 것이 소원이다. 그들이 생각해 낸 묘책이란? 형아가 선생님 결혼식장에 가서 축의금 대신 축하편지를 쓰고 뷔페 식사권을 받았다고 하자, 동생은 모르는 사람들의 결혼식장에 가서 형아가 그렇게 했던 것처럼 축하편지 쓰고 밥을 먹자고 한다. 모르는 사람에게 <결혼을 진짜 진짜 축하합니다. 구민준>이라고 쓰고, 그래도 너무 미안하니까 1000원이라도 넣자고 하는 형아. 그렇게 몰아서 먹어 댄 음식들은 결국 형아를 탈이 나게 만들고, 아파 있는 형아를 두고 동생은 딱 한 번만 해 보자고 한 일을 한 번 더 하게 되는데... 무책임한 부모를 탓해야 할까, 무책임한 부모가 되도록 만든 사회를 탓해야 할까? 두 형제와 같은 아픔을 가지고 있는 이 땅의 많은 아이들은 누가 돌봐야할지. '전화벨 소리'에서 돌아올 엄마를 함께 그려보게 하는 것은 어두운 이야기를 읽을 어린 독자들에게 작가가 주는 선물로 보인다.

<너, 그 얘기 들었니?>에선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거짓 소문들을 통해 악플로 고통받고 힘들어 했던 연예인들의 얼굴이 스쳐 지나간다. '보지 않았으면 남의 말 함부로 하지 말라!' 하지만, 아이들이나 어른들이나 우리 사는 세상이 남의 말을 하기를 좋아하고, 거기다가 더 재미있게 적당한, 아니 수위를 넘는 살들을 덧붙여 이야기하기를 즐기고 있으니 누군가를 고통에 빠뜨리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한다면, 말조심, 또 조심 해야 할 일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마법 가면>은 정말 근사하다. 동네 형아에게 죽도록 얻어 맞고 삥을 뜯기는 김지웅은 형아에게 맘껏 대들어 보고 싶지만, 형아 앞에서는 말만 더듬게 된다. 이제 그만 하라고, 형아가 그러는 거 싫다고 이야기 해 주고 싶지만, 그러다가 더 얻어맞을지 모르는 일이다. 그런 지웅이 앞에 가면을 파는 가게가 나타난다. 주인 아저씨는 원하는 일을 하게 해 주는 마법 가면이 있다고 이야기 한다. 하지만, 가면은 아무 데나 쓰면 안 되고 꼭 중요한 데서만 쓰라고 한다. 지웅이는 형아 앞에서 그걸 쓰고 그 동안 못 했던 말을 더듬지 않고 하고 싶다. 형아를 혼내주고 싶다. 그렇게 마법 가면을 들고 형아가 다니는 길에 서 있었는데, 형아에게 한바탕 하기도 전에, 자기처럼 형아가 더 큰 형아들에게 곤욕을 치르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이 가면은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성민이형에게 필요한 것 같다. 형아에게 그동안 못 했던 이야기를 속 시원히 다 한 지웅이는 마법의 가면의 힘을 빌려주기로 맘 먹는다. 가게에 가서 아저씨에게 마법 가면 굉장하더라 이야기 하니 웃으시면서 그거 마법 가면 아니라 하신다. 가면 담아두는 플라스틱 통인데, 그냥 장난 한 번 쳐 봤다고. 형아들에게 가면의 힘을 믿고 대들 성민이 형이 떠오른다. 이거 큰일이다. 달려간다. 실컷 얻어맞으면서도 다시는 형아들이 시키는 나쁜 일은 하지 않겠다고 이야기 하는 성민이형에게도 그 가짜 가면은 대단한 힘을 발휘한다. 용기란 어쩌면 애초부터 우리 마음 속에 숨어 있었던 것. 숨어있는 용기를 끄집어 내는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내 마음의 주인인 바로 나만이 할 수 있는 것.  

책 읽는 내도록 행복했다. 창작의 기쁨을 간접적으로 느껴봤다. 우리 주변의 일상이 다 이야기인 것을. 그러나 그 이야기를 풀어낼 재주를 가진 이들은 많지 않다. 아직은 이렇게 멋진 책들에 맞장구 쳐주는 일이라도 열심히 해야겠다.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생활한 알콩달콩한 이야기들이 내 마음에 이야기 싹을 내려서 어린 나무로 잘 자라 주었으면 하는 꿈도 덩달아 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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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처럼 2011-10-31 0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 3월 '최기봉을 찾아라'를 통해 알게된 푸른책들..선생님 덕분에 좋은 출판사를 알게되었습니다^^ 김서영선생님도 훌륭하시지만 김서영 작가도 멋지실 것 같아요..꼭 전공을 하고 관련학과 공부를 해야만 훌륭한 작가가 되는건 아니잖아요??선생님께서는 지식보다 더 훌륭한 자질과 경험을 가지고 계시잖아요.. 화이팅입니다^^

희망찬샘 2011-10-31 05:59   좋아요 0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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