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철부지 아빠 - 제9회 푸른문학상 동화집 미래의 고전 26
하은유 외 지음 / 푸른책들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제9회 푸른문학상 동화집이 나왔다. 수백 편의 작품 가운데 가려 뽑은 주목받을만한 신인들의 작품이다.  

8편의 이야기가 마음을 꽉 차게 한다. 동화를 쓰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가지고 있는 내게 그들이 먼저 걸어 간 길은 부럽기만 하다. 작가들의 이력을 보면 문예창작학과나 국문학과를 나왔거나 그도 아니면 '동화창작모둠'에서 공부를 했다고 한다. 그저 책만 열심히 읽고, 책으로 글쓰기 공부만을 한다고 해서 동화가 쓰여지는 것은 아닌가보다 하는 생각을 하면서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진지한 고민을 해 보게 한다.  

동화집에서 여러 명의 작가들의 작품을 보면 이건 좀 낫고, 저건 좀 못 하다는 것들이 있는데, 이번 작품집은 그런 느낌보다 각양각색으로 개성있는 글들이 아름다운 무지개빛깔을 내고 있어 참으로 멋지다는 느낌이 우선 한다. 

<내 얼룩이>에서는 코시안 아이의 외로움과 두려움이 떠돌이 개와 함께 마음 속에 들어 와 가슴 한 켠을 시리게 한다. 아이들의 악랄함의 끝이 어디일지? 내 얼룩이는 절대 죽지 말아야 한다고 함께 응원해준다.
<공짜 뷔페>에서는 돌보아 주는 어른들 없이 살아가야 하는 두 형제의 막막한 세상살이가 한숨을 짓게한다. 선생님 결혼식장에 가서 뷔페에서 밥을 먹고 온 형아를 본 동생은 꿈나무 카드(무료급식 카드)를 가지고 눈칫밥 먹는 것 대신 뷔페에 가서 근사하게 밥 한 번 먹어보는 것이 소원이다. 그들이 생각해 낸 묘책이란? 형아가 선생님 결혼식장에 가서 축의금 대신 축하편지를 쓰고 뷔페 식사권을 받았다고 하자, 동생은 모르는 사람들의 결혼식장에 가서 형아가 그렇게 했던 것처럼 축하편지 쓰고 밥을 먹자고 한다. 모르는 사람에게 <결혼을 진짜 진짜 축하합니다. 구민준>이라고 쓰고, 그래도 너무 미안하니까 1000원이라도 넣자고 하는 형아. 그렇게 몰아서 먹어 댄 음식들은 결국 형아를 탈이 나게 만들고, 아파 있는 형아를 두고 동생은 딱 한 번만 해 보자고 한 일을 한 번 더 하게 되는데... 무책임한 부모를 탓해야 할까, 무책임한 부모가 되도록 만든 사회를 탓해야 할까? 두 형제와 같은 아픔을 가지고 있는 이 땅의 많은 아이들은 누가 돌봐야할지. '전화벨 소리'에서 돌아올 엄마를 함께 그려보게 하는 것은 어두운 이야기를 읽을 어린 독자들에게 작가가 주는 선물로 보인다.

<너, 그 얘기 들었니?>에선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거짓 소문들을 통해 악플로 고통받고 힘들어 했던 연예인들의 얼굴이 스쳐 지나간다. '보지 않았으면 남의 말 함부로 하지 말라!' 하지만, 아이들이나 어른들이나 우리 사는 세상이 남의 말을 하기를 좋아하고, 거기다가 더 재미있게 적당한, 아니 수위를 넘는 살들을 덧붙여 이야기하기를 즐기고 있으니 누군가를 고통에 빠뜨리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한다면, 말조심, 또 조심 해야 할 일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마법 가면>은 정말 근사하다. 동네 형아에게 죽도록 얻어 맞고 삥을 뜯기는 김지웅은 형아에게 맘껏 대들어 보고 싶지만, 형아 앞에서는 말만 더듬게 된다. 이제 그만 하라고, 형아가 그러는 거 싫다고 이야기 해 주고 싶지만, 그러다가 더 얻어맞을지 모르는 일이다. 그런 지웅이 앞에 가면을 파는 가게가 나타난다. 주인 아저씨는 원하는 일을 하게 해 주는 마법 가면이 있다고 이야기 한다. 하지만, 가면은 아무 데나 쓰면 안 되고 꼭 중요한 데서만 쓰라고 한다. 지웅이는 형아 앞에서 그걸 쓰고 그 동안 못 했던 말을 더듬지 않고 하고 싶다. 형아를 혼내주고 싶다. 그렇게 마법 가면을 들고 형아가 다니는 길에 서 있었는데, 형아에게 한바탕 하기도 전에, 자기처럼 형아가 더 큰 형아들에게 곤욕을 치르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이 가면은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성민이형에게 필요한 것 같다. 형아에게 그동안 못 했던 이야기를 속 시원히 다 한 지웅이는 마법의 가면의 힘을 빌려주기로 맘 먹는다. 가게에 가서 아저씨에게 마법 가면 굉장하더라 이야기 하니 웃으시면서 그거 마법 가면 아니라 하신다. 가면 담아두는 플라스틱 통인데, 그냥 장난 한 번 쳐 봤다고. 형아들에게 가면의 힘을 믿고 대들 성민이 형이 떠오른다. 이거 큰일이다. 달려간다. 실컷 얻어맞으면서도 다시는 형아들이 시키는 나쁜 일은 하지 않겠다고 이야기 하는 성민이형에게도 그 가짜 가면은 대단한 힘을 발휘한다. 용기란 어쩌면 애초부터 우리 마음 속에 숨어 있었던 것. 숨어있는 용기를 끄집어 내는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내 마음의 주인인 바로 나만이 할 수 있는 것.  

책 읽는 내도록 행복했다. 창작의 기쁨을 간접적으로 느껴봤다. 우리 주변의 일상이 다 이야기인 것을. 그러나 그 이야기를 풀어낼 재주를 가진 이들은 많지 않다. 아직은 이렇게 멋진 책들에 맞장구 쳐주는 일이라도 열심히 해야겠다.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생활한 알콩달콩한 이야기들이 내 마음에 이야기 싹을 내려서 어린 나무로 잘 자라 주었으면 하는 꿈도 덩달아 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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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처럼 2011-10-31 0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 3월 '최기봉을 찾아라'를 통해 알게된 푸른책들..선생님 덕분에 좋은 출판사를 알게되었습니다^^ 김서영선생님도 훌륭하시지만 김서영 작가도 멋지실 것 같아요..꼭 전공을 하고 관련학과 공부를 해야만 훌륭한 작가가 되는건 아니잖아요??선생님께서는 지식보다 더 훌륭한 자질과 경험을 가지고 계시잖아요.. 화이팅입니다^^

희망찬샘 2011-10-31 05:59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개콘 버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