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도서관에 다녀왔다.

집 근처 도서관이라고 하는데 버스를 타고 20여분 나가야 해서 도서관 카드 만들 때 가고 재방문은 처음이었다.

아무튼 방문하게 된 계기는 신청했던 희망도서를 찾으러 가는 거였다.

희망도서 연락이 없길래 '안됐나' 싶었는데 몇 주간의 텀이 있는 것이었다.

해가 반갑기도 했으나 가는 동안 이미 지치는 느낌이 들었다.

희망도서 받아보니 누구보다 가장 먼저 읽는 것이라 느낌이 좋았다.

역시 책은 새 것일 때가 좋구나. 물론 헌 책도 좋기는 하지만.


토요일에 갑작스레 집 앞에 나갔다가 큰 택배 상자가 도착한 걸 보고 나도 모르게 눈살이 찌푸려졌다.

옆지기가 시킨 음식물처리기였다.

부피도 크고 집이 점점 좁아지는 느낌이 들어 짜증이 일었는데 얼마 안 가 싫은 표정을 거두었다.

나는 음식을 만들지도 않고 옆지기가 해주는 음식을 먹기만 하는 입장인데 내가 화를 낼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여름이라 날이 더워지고 꿉꿉한 날씨에 음식물 처리가 곤란해질 시점이었다.

"잘했어요."

효과 여부를 떠나서 사용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편리해지면 그걸로 만족이다 라는 생각을 했다.




주말에는 이런 책들을 읽었다.


<서양사정>은 후쿠자와 유키치의 베스트셀러작으로 일본 지식인이 주목한 서양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불과 작년에 번역본이 나왔다는 게 놀랍기는 했다. 




주말부터 읽기 시작한 책들이다.


<중국철학사>는 이 달 내내 조금씩 읽을 예정이다. 목차만 봐도 뇌가 꽉차오르는 듯한 책이다.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의 작가 이름이 낯설지 않다 생각했는데 그녀가 낸 다른 책인 <세컨드 핸드 타임>을 예전에 읽었던 것 같다.(근데 왜 내용이 기억이 나지 않는거지ㅠㅠ) 읽으면서도 생각하는 것이 전쟁이 벌어짐으로 인해서 일상이 무너지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는 것이다. 전쟁은 파괴이자 약탈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  




오늘 아침에 이북 리더기를 열었다. 의도하지 않았는데 이미 받아놓았던 대여 이북에 <젠더 모자이크>가 있었다. 아니 이건 <신비롭지 않은 여자들>에서 나왔던 '모자이크 뇌'에 대한 내용이겠네 반가웠다. 성별로 분업된 뇌를 설명하려는 것은 잘못되었고 사람의 뇌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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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2-07-11 10: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제 도서관에 갔었는데
하도 책을 사대서 볼만한 책이 없지
싶어서 아예 검색도 안해 봤네요.

아 그리고 보니 저도 희망도서 신청
을 했었네요 ㅠㅜ

음식물처리기 저도 부럽습니다.

거리의화가 2022-07-11 10:59   좋아요 3 | URL
ㅋㅋ 신간을 많이 사면 아무래도 도서관에 새로운 내용의 책이 없을 것 같기는 합니다.
저는 문학 작품은 많이 안 읽기도 하고 사기가 좀 애매해서 그럴 때 도서관을 이용해야될 것 같아요. 앞으로 희망도서 열심히 신청해보려고요ㅎㅎㅎ

음식물처리기 부피는 좀 크지만 옆지기의 흐뭇한 표정을 보니 효과는 좋은가봐요. 편리하면 됐지 하는 생각을 합니다^^;

다락방 2022-07-11 11: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거리의화가 님께 땡투하고 임소연 작가의 책을 구입하였습니다. 후훗.

거리의화가 2022-07-11 11:06   좋아요 2 | URL
앗 다락방님 감사합니다ㅎㅎㅎ 알찬 책이었어요. 다락방님께도 좋은 책이길 바라봅니다^^

페넬로페 2022-07-11 11:1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늘도 아침부터 날씨가 더워요.
옆지기가 해주는 음식을 먹기만~~
이 문장에 확 더 더워지네요.
음식물 처리기 100대라도 사 주십시오 ㅎㅎ
저는 어제 희망도서 신청하지도 않았는데 도서관에 신간이 도착해 있어서 아침도 먹기 전에 후딱 다녀왔어요.
집에 있는 책을 읽자 결심하고 요즘 책을 잘 안사는데 그러기는 커녕 도서관에 가서 읽지도 않는 책을 또 잔뜩 빌려옵니다.
왜그렇게 사는지 저도 저 자신을 잘 모르겠어요^^

거리의화가 2022-07-11 11:14   좋아요 2 | URL
그러게요 이 더운날 요리하는데 제 입장만 생각하는게 참 저도 못됐다 생각했습니다. 더군다나 제 돈으로 산 것도 아니고 본인 돈으로 사서 좀 미안했네요. 당분간 뭐라도 사주면서 당근을 주어야겠다라는 생각했습니다.
도서관이 터널을 지나야 해서 좀 애매해요. 버스 타고 20분을 가야하는데 주말이면 버스도 띄엄띄엄 다녀서는ㅋㅋ 그렇다해도 신간을 조금이라도 덜 사기 위해서 희망도서를 열심히 신청해봐야겠다 싶습니다^^

얄라알라 2022-07-11 13:15   좋아요 3 | URL
페넬로페님도 거리의화가님 레삭매냐님 다들 도서관~~
저는 어제 도로 잘못 빠져서 도서관 가려다가 엉뚱한 데로 샌 바람에 반납을 못했더니 연체 문자 홍수를 아침부터 받네요^^

바람돌이 2022-07-11 11: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옆지기가 해주는 밥에 팍 꽂혔어요. 음식물쓰레기 처리기 그까이거 당장 사줍니다. 뭔들 못사줄까요. ㅎㅎ
저는 도서관 희망도서 신청을 아주 알뜰히 써먹는지라 새 책 받을때마다 좋아요. ㅎㅎ

거리의화가 2022-07-11 11:24   좋아요 2 | URL
요리하시는 많은 분들께 죄송해지네요. 저의 만행을 용서해주시길^^;
암튼 도서관 희망도서 앞으로 팍팍 이용해보려고 합니다. 한 달에 3권까지 가능하더군요. 이번 달 아직 한 번도 신청 안했으니 노려보려구요ㅎㅎㅎ

바람돌이 2022-07-11 11:32   좋아요 2 | URL
엥? 한달에 3권 너무 작은데요. 분관인가요??? 보통 분관은 한달 3권. 본도서관은 1주일 2권이에요. 심지어 다른 도서관에 다 각각 신청도 가능합니다. ㅎㅎ 물론 도서관 순례를 해야하는 문제점이 있지만....

거리의화가 2022-07-11 11:34   좋아요 2 | URL
저희 지역은 너무 넓어서 다른 도서관 돌아다니기에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클 것 같아요ㅋㅋ 그래도 이용하는 도서관보다 약간 더 먼 도서관이 있길래 거기는 한번 이용해볼만할 것 같습니다.

하이드 2022-07-11 12:39   좋아요 2 | URL
저는 다섯권씩 열다섯권! 근데, 월마다 사주는 경우도 있고, 딜레이 되는 경우도 있어요. 어짜피 모든 도서관이 다 멀어서... 도서관 순례 합니다. ㅎㅎ

거리의화가 2022-07-11 12:57   좋아요 1 | URL
하이드님 그런 속사정이 있으셨군요. 그런 많은 권수가 한 곳에서는 불가능하다고는 생각했습니다ㅎㅎㅎ 도서관 순회 여행도 괜찮겠네요.

mini74 2022-07-11 11:3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잘하셨어요 화가님 ㅎㅎㅎ친구네집은 남편이 청소를 도맡아 한다고 해요 그래서 어떤 청소도구를 사든 별말 안한다고.. 치우는 사람이 어지르는건 괜찮다네요. ㅎㅎ 음식 해주는 옆지기라니!!! 저희집 옆지기는 빵 잘 사주는 오빵! ㅎㅎㅎ 그것도 포켓몬빵으로요. 전쟁은~ 다시 꺼냈습니다. 다들 읽으시는 모습 보니 재독하고 싶은 마음에요 ~

거리의화가 2022-07-11 11:40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 빵 잘사주는 오빵! 빵터졌어요^^ㅎㅎㅎ 파리바게뜨가 근처에 있는데 노동자 처우 문제 때문에 불매하고 있거든요. 다른 빵집을 찾는 중입니다ㅠㅠ
전쟁은~ 재독하면 더 선명하게 보이는 것들이 있을 것 같아요. 미니님 화이팅!

책읽는나무 2022-07-11 12: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보세요~화가님 남편 분을 지지하는 알라디너님들이 계속 늘고 있어요.
저도 당연히 한 표 던졌습니다ㅋㅋㅋ
저는 음식물 냄새도 그렇고, 양을 확 줄이려면 음식물 쓰레기를 건조시켜 분쇄하는 기계를 살까? 뭐 그런 생각을 하고 있어요. 울집 남편이 그런 비슷한 기계가 있다고 알려주더라구요.
살까?말까? 고민만 하고, 아직 검색해보진 않았어요. 자리 차지할까봐 그것도 고민이더라구요ㅜㅜ
청소도 청소기 한 번 미는 것도 땀이 많이 나서, 물걸레질은 엄두도 못내서 늘 바닥이 찜찜하다고 하니 주변에 청소기 종류 매니아 언니가 로봇 시키라고 하더라구요!!ㅋㅋ
이렇게 하나씩 기계를 늘리다 보면 집 안은 온통 사이버 세상!!!!ㅋㅋㅋ
하지만 로봇 청소기는 심히 고심 중입니다.^^
도서관은 저희도 주말에 다녀 왔었어요.
희망도서 신청하려고 들어 갔더니 장기 연체자라고 안되어....그럼 또 사야 하나? 또 고심 중입니다. 왜 이렇게 살 게 많을까요?
갑자기 확~덥네요^^

거리의화가 2022-07-11 12:56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 제 옆지기 팬이 많이 늘어가는 것 같아요. 제가 너무 못하긴 합니다. 책에만 몰두하고 신경안쓰는 것 같아서 반성해야겠어요.
음식물 양 자체를 줄이기는 쉽지 않더군요ㅠㅠ 주중에 점심은 회사 식당에서 먹어서 딱 먹을 만킄만 담아 먹으니 남기질 않는데 집에서는 아무래도 그렇질 못하네요. 2사람 먹을 양이지만 항상 마트는 조금이라도 싼 가격에 먹으려면 대용량 포장을 사야하고 그러다 보면 음식물이 남게 되는 듯합니다. 악순환이네요. 분쇄기 가격이 좀 나가는 것 같더라구요. 그래도 분쇄하면 냄새가 좀 덜나겠죠.
청소라도 제가 해야 하는데 요새 제가 거의 하질 않아서 화가 많이 쌓였을 것 같아요. 로봇청소기 가지고 있는데 생각만큼 만족스럽진 않더군요. 그래서 그냥 청소기 사용하게 됩니다ㅠㅠ 여름은 음식도 청소도 참 어려운 계절입니다.
장기연체 해제가 빨리 되어야 도서관에서 빌리실텐데요^^; 나무님 즐거운 한주 보내세요^^ㅎㅎㅎ

얄라알라 2022-07-11 13:16   좋아요 2 | URL
헉. 장기연체자에게는 그런 페널티가 있나요?^^;; 저는 연체 자주하지만 희망도서 신청에 브레이크 당해본 적은 없는데^^:;

책읽는나무 2022-07-11 14:57   좋아요 2 | URL
단발머리님 서재에 올리신 울프 책 시리즈는 책이 넘 예쁜데 권 수가 많아서인지 넘 비싸서 엊그제 신청하려고 로그인 했다가 아웃 당했어요. 저도 첨 알았어요.
저쪽 도서관은 그런 시스템이었나 봅니다. 그렇다면 내일은 저쪽 도서관을 가보려구요. 하~ 저쪽도 한 달 넘게 연체해설라무네...ㅜㅜ
내가 이런 사람이 아녔었는데 여기 저기 장기 연체자로 찍혀서 요주의 인물이 되었네요ㅜㅜ

거리의화가 2022-07-11 15:27   좋아요 2 | URL
여기 도서관은 희망도서 신청 기준에서 3권 넘어가는 도서는 안 받는다고 되어 있네요-_- 저도 울프 책 시리즈 읽어보고 싶은데 말이죠. 사는 방법밖에 없는건가ㅠㅠ

scott 2022-07-11 23: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잘했어요.]
무더운 여름 화가님의 칭찬 한마디에
남편 분 쒼나게 요리 하실 것 같습니다 ^ㅅ^

거리의화가 2022-07-12 09:06   좋아요 1 | URL
네 잘했어요란 말을 자주 하려고 합니다^^ 듣는 사람도 기뻐하지만 하는 저도 그 반응을 보면 또 기분이 좋아지고 그러네요ㅎㅎㅎ 스콧님 신나는 한주 되세요!

페크pek0501 2022-07-12 17: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음식물처리기 사고 싶더라고요. 잘 하신 것 같습니다.^^

거리의화가 2022-07-13 09:34   좋아요 0 | URL
네. 여름 되니 진짜 필요성이 느껴지더군요. 눅눅하고 꿉꿉한 날씨에 참 처치 곤란인 음식물입니다ㅠㅠ
가격대는 좀 있지만 현명한 소비인듯 싶습니다.
 

자학시대 통론

고대는 본디 귀족정치였으므로, 정권의 소유자가 곧 재산의 소유자이자 지식의 소유자였다. 즉 정치경제상의 통치계급이 곧 지식계급이었으니, 이른바 관료와 스승이분리되지 않았다는 말이다. 귀족들은 집정하여 일을 맡은 만큼 자연히 책을 저술할 여가가 적었고, 또 이미 정권을 잡고 있어서 어떤이상(理想)이 있으면 실제 행위로 나타내어 "정치와 교화의 전장"으로써 실현할 수 있었으므로, 반드시 책을 저술할 필요도 없었다. - P28

중국철학사상 철학 학파의 수에서나, 토론한 문제의 다양성과 그 <범위의 광범함에서나 그리고 연구 흥취의 농후함과 기상의 왕성함등에서나, 자학시대가 제일이었다. - P29

춘추시대(春秋時代)부터 한나라 초에 이르기까지는 중국역사상 일대 해방의 시대였다. 당시의 정치제도, 사회조직, 경제제도에 모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고ㅣ - P29

고대의 봉건제도하에서 천자, 제후, 경대부는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인민의 주인이었다.
서인은 자신이 토지를소유할 수 없었기 때문에, 오직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주인인그들의 농노(農奴)일 뿐이었다. - P33

봉록의 세습제와 정전제가 파괴되고, 서민이 해방되어 사유재산을 경영하여 부호가 된 것인데, 이는 고대 경제제도의 일대 변동이었다.
"이런 여러 대변동은 춘추시대에 태동하여 한나라 중엽에 완성되었다. 이 수백 년간은 중국사회 진화의 일대 전환기였다. - P35

한 사회의 구제도가 날로 붕괴되는 과정 중에 자연히 보수적인경향의 사람들은 "세상풍조가 예전과 같지 않고, 인심이 날로 하락하는 것"을 목도하고, 마침내 구제도의 옹호자로 나서게 되는데, 공자가 바로 그런 인물이었다. 그런데 구제도가 아직 동요하지 않을 때에는 그것이 구제도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사람들의 존경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했으나, 구제도가 이미 동요했다면 구제도의 옹호자는 당대의 군주 및 일반인들이 믿고 따르게 하려면 반드시 옹호하는 이유를 밝혀 구제도에 대한 이론상의 근거를 부여해야 했다. 이런 종류의 작업은 공자가 실마리를 열었고, 그후에 유가학파가 계승했다. 유가의 공헌은 바로 여기에 있다. - P36

『한서』 「예문지(藝文志)」는 말한다.
제자 10가(諸子十家) 중에서 일정 수준에 이른 것은 9가 뿐이다. 그것들은모두 왕도(王道 : 주왕실 중심의 정치체제)가 이미 쇠미하고 힘의 정치를 구사할 즈음, 당시 군주들의 희로의 취향이 달랐던 데서 비롯되었다. 그리하여 9가의 학술이 벌떼처럼 일제히 일어나, 각기 한 측면을 바탕으로 스스로 진리로여긴 내용을 숭상하여, 그것을 가지고 변설을 구사하여 제후와의 영합을 도모했다. - P37

"한 무제(漢武帝: 재위 140-87B.C.) 초기에, 위기후(魏其侯)와 무안후(武安侯)가 재상에 임명되면서부터 유가는 융성했다. 드디어 동중서의 대책문에서는 공자를 공공연히 찬양하고 여타의 백가를억눌러 배척했는데, 학교의 관청을 세워 주(州), 군(郡)마다 수재(茂材 :秀才)와 효렴(孝廉)을 천거한 것은 모두 동중서로부터 비롯되었다." - P40

동중서의 주장이 시행되면서 자학시대(子學時代)는 끝이 나고,
동중서의 학설이 수립되면서 경학시대(經學時代)가 시작된다. 대체로 음양오행가(陰陽五行家)의 사상은 유가(儒家)와 결합되어, 동중서에 이르러 체계적으로 표현되었다. 이 이후부터 공자는 신(神)으로, 유가는 유교(儒敎)로 변했다. 소위 고문학(古文學)이 출현하고나서야 공자는 점차 인간으로, 유교는 점차 유가로 회복되었다. - P41

"설령 종이 되더라도 성내는 기색은 없었으니", 이미 사람들은 그런 신경제질서에 안정했음을 알 수 있다. 한나라는 비록 중농억상(重農抑商) 정책을 펴기는 했지만 이런 사회적, 경제적 질서를 결코 근본적으로 변경할 수는 없었다. 춘추시대부터 개시된 대과도기는 여기서 종결되고, 한때 왕성했던 사상도 여기서쇠했다. 이 이후부터 현대 이전에 이르기까지 중국의 정치·경제 제도와 사회조직은 왕망(王: 재위 8-23A.D.)이 정치적 힘으로써한때나마 강제 개혁한 것 외에는 근본적인 변동이 없었기 때문에, 자학시대의 사상적 특수 상황도 다시 나타나지 않았던 것이다. - P42

고대철학은 대부분 바로 과거의 이른바 제자의 학(學) 안에 존재한다. 따라서 중국철학사상 고대는 자학시대라고 할 수 있다. 이 시대의 제자를 사마담은 음양(陰陽), 유(儒), 묵(墨), 명(名), 법(法), 도덕(道德)의 6가(家)로 나누었다. 가(家)라고 이름한 이유는 제자가 모두 개인적으로 강학했기 때문이다.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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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사정 - 완역
후쿠자와 유키치 지음, 송경호 외 옮김 / 여문책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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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자와 유키치는 서양 사상을 받아들이면서 일본이 '문명개화'를 통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던 인물이다. 그는 일본 메이지시기를 대표하는 인물로 자국 내에서 평가를 받았고 조선의 개화파에도 영향을 미쳤던 인물이다. 임오군란 이후 박영효와 김옥균을 필두로 한 개화당은 후쿠자와와 긴밀히 교류하였고 귀국해서는 신문을 발행하고 개혁을 주장하며 갑신정변을 일으키기도 한다. 유길준은 1881년 '조사시찰단'의 일원으로 일본에 가 후쿠자와가 세운 게이오기주쿠에서 수학했다. 그가 지은 '서유견문'에는 일본이 서양 정치를 본받아야 하는 모습을 담은 조항을 통치의 근본으로 소개하였다.

후쿠자와는 평가가 갈리는 인물이기는 하지만 그가 일본 개화에 중요 역할을 한 지식인이었음에는 분명하다. 『서양사정』 초편은 후쿠자와 첫 저작임에도 당시에도 베스트셀러가 될 정도로 인기가 있었던 책이라고 한다. 원래는 『서양사정』을 두 편의 책으로 발간할 계획이었으나, 「초편」 발간 이후 서양 사회의 기본 원리를 담은 「외편」을 기획하면서 「초편」, 「외편」, 「2편二編」의 총 3책으로 구성되었다.

후쿠자와는 1860년에 미국에 다녀왔고 1862년부터 1년 동안 유럽사절단의 통역관으로 유럽을 시찰하고 돌아왔다. 「초편」은 그 때 작성한 일지와 유럽에서 수집한 자료, 막부가 소장하고 있던 참고 서양 서적에 기초하여 정리한 것으로 서양의 풍속과 아메리카, 네덜란드, 잉글랜드 각 나라별 역사, 정치, 군, 경제의 항목을 담았다. 「외편」은 버튼John Hill Button의 Political Economy for Use in Schools and Private Instruction(PE)를 읽고 새롭게 알게 된 서양 지식을 소개한 것으로 사회 경제, 정치 경제에 대한 여러 개념을 담고 있다. 「2편」은 「외편」에서 부족했던 개념을 블랙스톤William Blakstone의 글을 통해 보충하고 러시아, 프랑스에 관한 내용을 다룬다.
「외편」에서 그가 주목했던 버튼은 19세기 중반 사람으로 자유주의자로 자유권을 바탕으로 자립한 인간들이 구성하는 경쟁 사회가 문명의 근간을 이룬다는 생각을 가졌던 인물이다. 또한 웨일랜드Francis Wayland의 『정치경제학의 요소Elements of Political Economy』에서는 정부의 직분을 좀 더 상술하기 위해 끌고 오기도 했다. 웨일랜드는 자유방임주의 경제학을 주장하던 인물이었다고 한다.
「2편」의 블랙스톤은 18세기 영국 법률가이자 정치인으로 'right'라는 개념을 그의 사상을 통해 더 구체화하려고 했다.

이렇게 보면 후쿠자와가 주목했던 인물들의 공통점은 자유주의에 방점이 찍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증명하는 현장으로 18세기 영국과 프랑스, 네덜란드, 19세기의 미국, 러시아 등에 서양인들이 주목했고 후쿠자와, 나아가 일본이 주목한 것이 이해가 된다.

이 책은 일차적으로 당대 유행하던 서양 서적을 번역한 책이다. 때문에 독창성이 없다고 판단할 수 있으나 후쿠자와는 서양 서적을 번역하여 일본에 소개하면서 일본이 나아갈 길이 무엇인지, 일본 근대 사회의 기본 토대가 될 이념들을 제시하는 작업을 했다는 면에서 가볍게 볼 수 없는 책이다. 실제로 이 책은 일본의 근대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으나 주변국인 조선, 나아가 동아시아에서 근대가 어떤 모습으로 형성될 것인지 보여준다는 의미도 있다.

내가 감히 생각하건대, 오직 해외의 학문(文學)과 기예(技藝)만을 강구할 뿐 각국의 정치풍속이 어떠한지를 자세히 알지 못한다면, 설령 그 학문과 기예는 얻었을지언정 그 경국의 근본은 살피지 않은 것이기에, 실용實用에 이익이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해를 초래함도 가늠할 수 없을 것이다.
본디 각국의 정치풍속을 살피기 위해서는 그 역사를 읽는 것만 한 것이 없다. 그러나 세상사람은 앞서 언급한 지리 이하의 여러 학문을 빨리 배우기만 원하기 때문에 역사를 읽는 자가 매우 드물다. 실로 학자의 결점이라 하겠다. - P23

후쿠자와 뿐 아니라 유길준도 주목했던 문명의 정치 6조란 무엇인지 확인해보자(P29~30).
제1조. 자주임의自主任意 사농공상 간에 조금도 구별을 두지 않으니 본디 문벌을 논하는 일 없고 조정의 지위를 가지고 사람을 경멸하지 않는다. 상하 귀천이 각각 그 소임을 얻어 조금도 타인의 자유를 방해하지 않으면서 천품의 재능을 펼치게 하는 것을 취지로 한다.
제2조. 신교信敎 사람들이 귀의한 종교를 받들어 정부에서 이를 방해하지 않음을 말한다.
제3조. 기술과 학문을 장려해 새로운 발명의 길을 여는 것.
제4조. 학교를 세워 인재를 교육하는 것.
제5조. 보임안온保任安穩 정치가 일정해 변혁하지 않고 호령號令은 반드시 믿음이 있고 속임이 없으며 사람들은 국법에 의지해 편안히 산업을 경영함을 말한다.
제6조. 인민이 굶주림과 추위를 걱정하지 않게 하는 것.
-> 이는 비단 오늘날의 정치에서도 고려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조목들이라고 할 수 있다. 종교의 자유와 인민의 구제에 대한 법이 눈에 띈다.

징세법, 국채, 지폐, 상인회사, 외교, 군사제도, 학문과 기술, 학교, 신문, 도서관, 병원, 구빈원(고아원), 농아원, 맹원, 정신병원, 특수학교, 박물관, 박람회, 증기기관, 증기선, 증기차, 전신기, 가스등 근대 사회에 필요한 정치와 경제, 군사, 외교법을 비롯해 다양한 문물과 제도를 담고 있다. 근대를 대표하는 박물관, 박람회, 증기기관/선/차, 전신기, 가스등의 산물은 근대를 상징하기도 하면서도 발전이라는 미명 하에 갈등의 씨앗을 뿌리내리게 만든 곳이기도 했다.

머리가 어느 정도 크고 나서부터 틈만 나면 박물관을 다니곤 했다. 어릴적 동물원을 들락날락했던 기억도 난다. 대부분 무료이거나 싼 값에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샌가 때론 불편한 마음이 들었는데 이는 문명의 이기라는 명목 하에 도굴하거나 약탈해온 물건, 또는 자신들이 개발한 것이 최고라는 것을 경쟁하듯 전시하는 행태가 못마땅해졌기 때문이다. 1904년 세계 박람회에서는 세계 여러 인종을 한 자리에 모아놓고 전시하기도 했다. 이의 의도는 분명하다. 인종에 따라 우수함과 열등함이 차이가 난다라는 것이다. 우수한 인종이 되기 위해서라면 다른 인종은 짓밟아도 된다는 발상은 끔찍하고 잔혹하기만 하다. 이는 인간의 편리에 따라 동물을 한자리에 모아놓은 동물원도 마찬가지다. 야생성을 억지로 잠재우고 순함을 길들이면서 인간의 패턴에 맞추는 작업은 동물에게 과연 행복일까 질문하게 된다. 인간만 편하자고 이런 것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이런 다양한 제도와 문물이 증기기관이나 전신기를 제외하고는 더 나은 문물로 대체되었을 뿐 현대로 그대로 이어졌다. 오늘날을 볼 수 있는 것들은 산업혁명 이후를 기점으로 발전된 근대의 산물들이다.

세상의 문명개화에 대해서 다룬 부분을 살펴보자(P179~181).

야만의 세상에서 행해지는 자유란 것은 마치 사람이 굶어죽도록 내버려두는 자유고 힘으로 포학하게 제멋대로 하는 자유며 죄를 범하고도 벌을 받지 않는 자유다. 어찌 이를 진정한 자유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문명개화에 따라 법을 세우고 세상이 한결같이 이를 시행하고서야 비로소 진정한 자유라는 것을 볼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어떤 사람은 야만은 천연天然이고 문명은 인위人爲라고 말하지만, 필시 글자의 의미를 오해한 주장이다. 문명의 세상에서 행해지는 것 중에 하나라도 천연에서 나오지 않는 것이 없다. 세상의 개화를 진전시키는 법칙을 세우면 그 법이 관대하지만 이를 위반하는 사람이 없고 각 사람이 힘에 제어당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 제어당하는 것이 문명의 모양이다. - P179

문명의 세계 안에 있으면서도 교화를 받지 않은 사람이 있는 것은 세상의 폐해라고 할 수 있지만, 그 폐해는 문명이 성대해짐에 따라 저절로 제거될 것이다. 또한 문명이 진보함에 따라 가난한 사람이 마음을 선동 당해 악한 일에 빠지거나 과거의 상공업이 산업을 일시에 잃고 곤궁해진 사람이 많아지는 일이 있으니, 문명의 폐해다. 이러한 폐해를 구제하기 위해서는 세상사람으로 하여금 세상의 전반적 형세를 이해하게 하고 그 심력을 써서 새롭게 생계를 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인도하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 - P181

자유는 방종이 아니라 일정한 법에 따라 행해져야 한다는 것도 중요하게 보고 있다. 또 문명은 힘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라는 것이 눈에 띈다. 문명으로 인한 폐해를 논한 것은 의외였다. 당시에도 문명으로 인해 피해를 받는 사람들이 있었다. 예를 들면, 증기기관이 들어오면서 산업의 형태에 많은 변화가 생겼고 이에 따라 사양 산업은 생길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한국으로 생각하면 석탄 산업도 그런 것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한때 한국의 일부를 이끌었던 석탄 산업은 사양길로 접어들었고 이제는 거의 남지 않았다. 그들은 강제로 쉬게 되거나 다른 산업으로 뛰어들어가야 했을 것이다.

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외교에 대해서도 살펴보자.

각국 정부의 부정함과 강포함을 제어해 완전히 이를 그칠 수 있는 방책은 없으니, 이것이 곧 천하에 전쟁이 끊이지 않는 까닭이다. 문명한 나라에서는 두 사람 사이에 쟁론이 일어나서 다툰다 해도 정부의 법으로 이를 중지시키고 그 쟁론을 제어할 수 있다. 문명의 교화를 입은 자는 모두 전쟁이 흉한 일이라는 것을 알고 힘써서 이를 피하지만 외교에서는 그러지 못한다. - P206
오늘날은 문명개화한 행복한 나라라고 칭하는 것도 내일은 뼈를 늘어놓고 피를 흘리는 전쟁터가 될 수 있으니, 단지 상전벽해에 비할 바가 아니다. 문명의 가르침은 전쟁의 근원을 그치기에는 충분치 않지만 점차 그 참혹함을 완화할 수 있다. - P207
잉글랜드에서 무역의 법을 새롭게 바꿔 이를 관대하게 한 이래로 각국의 외교가 한층 친근함을 더했다. 그 나라들 사이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잉글랜드와의 무역을 방해하게 되고 이에 따라 인민의 손해가 생길 수 있음을 스스로 알기 때문에 무사태평을 기원하는 자가 많다.
각국이 전쟁하는 원인을 근절하는 것은 무역의 법을 관대하게 하는 데 있다고 한다. - P208

사람 간에도 다툼이 발생하는데 국가 간 싸움은 더 할 것이다. 문명국이라고 해도 자국의 이익은 최우선이기 때문에 오히려 갈등이나 전쟁의 상황이 발생할 소지는 더 커지는 것이다. 여기서는 정치적 외교보다 경제적 해법에 주목을 하여 무역의 법을 관대하게 함으로써 전쟁의 원인을 근절할 수 있다라고 해놓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해결법이 된다고 하기에는 부족해보인다. 물론 국가 간에 정치적 싸움보다는 결국 경제적 싸움이 더 우위를 차지할 수도 있지만. 그렁메도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되는 것은 분명하고 이를 위해서 외교적 해법이 필요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특히 이는 오늘날에도 더없이 중요한 일이다.

정부의 종류로 우리가 흔히 아는 세 가지를 다루고 있다. 군주제, 입헌정치, 공화정치. 이 책에 등장하는 국가들 중 영국은 입헌정치를 선택했고, 프랑스와 러시아는 군주제, 미국은 공화정치를 선택했다. 오늘날도 여전히 세 가지의 정부 형태는 존재한다.

이 책은 서양 근대를 대표하는 여러 나라의 요약한 역사와 정치, 경제, 군사를 다루고 있다. 당시 서양을 주도하던 국가에 대해서 살펴봄으로써 이들이 걸어간 역사를 바라보는 후쿠자와 유키치와 일본 근대 지식인들의 모습, 나아가 조선의 개화 지식인들의 모습을 짐작할 수 있다. 다만 서양인이 바라본 문명은 어느 정도 비판적으로 바라볼 필요는 있다고 여겨진다. 이 책을 통해서 이들이 따르고 싶었던 문명이라는 것이 어떤 것이었는지 짐작해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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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2-07-13 03:0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후쿠자와 유키치 어디선가 들은 적 있는 이름인데 했습니다 일본 돈 만엔에 있는 사람 맞군요 이름만 듣고 뭘 한 사람인지 몰랐습니다 이때 한 일로 지폐에 얼굴이 나오기도 했군요 일본 게이오대학을 세우고 일영 사전도 처음 만들었다니... 이건 지금 찾아보고 조금 알았습니다


희선

거리의화가 2022-07-13 09:38   좋아요 4 | URL
오 맞습니다 희선님^^ 저도 만엔 주인공이라는 거 쓰려고 했었는데 넣었다가 뺐거든요ㅋㅋ 일본 지폐에 등장한다는 것은 그만큼 자국민들 입장에서 위인(!)으로 숭앙받는 사람이구나 싶었습니다. 게이오대학의 전신을 세웠고 거기에 유길준을 비롯한 조선인 유학생들이 많이 입학했답니다. 일영 사전을 만든 것은 처음 알았네요. 덕분에 알아갑니다^^ㅎㅎㅎ

scott 2022-08-10 16:1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화가님 이달의 당선 추카!
비 피해 없으신지요.
서울 무섭게(태어나서 첨으로 이런 비가 하늘에서)
쏟아졌네요

8월에도 열독 응원합니다 ^^

거리의화가 2022-08-10 16:33   좋아요 1 | URL
이틀동안 미친듯이 비가 내려서 이제 좀 그만 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점심시간에 파란 하늘이 나왔었는데 다시 또 우중충해졌네요. 오늘 퇴근길은 제발 무사하길 생각하고 있습니다.

스콧님 감사해요~*^^*

그레이스 2022-08-10 16:2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화가님 당선 축하드려요

거리의화가 2022-08-10 16:33   좋아요 2 | URL
그레이스님 감사합니다^^*

mini74 2022-08-10 16: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와!! 하며 읽었던 글입니다. 축하드려요 *^^*

거리의화가 2022-08-10 16:33   좋아요 2 | URL
미니님 언제나 따뜻한 댓글 감사합니다^^

새파랑 2022-08-10 17: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역시 화가님~!! 축하드립니다~!!
거리의 화가가 아니라 미술관의 화가로 ^^

거리의화가 2022-08-10 17:20   좋아요 3 | URL
ㅎㅎㅎ 언제나 유쾌한 새파랑님의 댓글이 기분을 업시킵니다! 감사해요^^

청아 2022-08-10 18: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화가님! 어려워보이는 책들도 워낙 많이 읽으시고 리뷰까지 잘써주셔서 항상 감탄하고 있습니다. 당선 축하드려요^^*

거리의화가 2022-08-10 21:10   좋아요 2 | URL
부끄럽습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써보도록 해야겠어요. 미미님도 당선 곱절로 축하드립니다!

겨울호랑이 2022-08-10 22: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거리의화가님 글을 읽으며 ‘탈아입구‘를 추구한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 지식인들과 개화기 구한말 지식인들에게 근대화란 어떤 의미였을지를 생각하게 됩니다. 살기 위해 마지못한 선택이었는지, 아니면 적극적으로 세계의 중심지로 거듭나고 싶었던 것인가에 따라 근대화의 우선순위도 달라졌던 것은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거리의화가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거리의화가 2022-08-11 08:52   좋아요 2 | URL
조선 말 근대 개화 지식인들에게 일본의 지식인들이 끼친 영향은 아주 컸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청일전쟁을 기점으로 일본의 근대화라는 키워드가 조선에 충격을 줬을 테고~ 물론 그 이유가 말씀하신 대로 자구지책일 수도 있고 또는 내가 이 기회에 출세를 해보겠다라는 심산도 있을 것 같습니다. 중인 계급이었던 역관이 통역에 대한 구인이 많아질 만큼 세상이 바뀌었다, 이제 이전과는 분명 달라진 점을 일본의 많은 서양 번역서 등을 통해서 받아들이고 깨우친 면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 선두주자가 후쿠자와 유키치였을테고요.
겨울호랑이님 감사합니다.

희선 2022-08-11 00: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거리의화가 님 축하합니다 날이 바뀌었습니다 오늘 좋은 하루 보내세요


희선

거리의화가 2022-08-11 08:52   좋아요 1 | URL
희선님. 축하 인사 감사드립니다^^ 희선님도 당선을 축하드려요!

페넬로페 2022-08-11 01: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거리의화가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역사에 대해 깊게 탐구하는 독서를 하시는 화가님께 항상 감탄합니다^^

거리의화가 2022-08-11 08:53   좋아요 3 | URL
페넬로페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페넬로페님 이관왕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thkang1001 2022-08-11 13: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거리의화가님! 이달의 당선작 선정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거리의화가 2022-08-11 13:09   좋아요 1 | URL
thkang1001님 축하 인사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thkang1001 2022-08-11 13: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거리의화가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책읽는나무 2022-08-12 06: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역사는 이제 화가님께로!!
더 깊은 세계로 나아가는 화가님께로!!!
축하드립니다^^

거리의화가 2022-08-12 09:04   좋아요 1 | URL
나무님의 댓글이 저를 힘나게 합니다~ 애정 어린 댓글 감사드려요^^*

러블리땡 2022-08-12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거리의화가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ㅎㅎ 좋은 밤 되세요 ^^
 
신비롭지 않은 여자들 민음사 탐구 시리즈 4
임소연 지음 / 민음사 / 2022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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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 들어가 과 문을 열고 들어갔다가 놀랐던 기억이 난다. 나는 컴퓨터공학과, 남녀 성비는 대략 좀 더 보탠다고 해도 8:2 정도였다. 남자 과 동기들은 우스갯소리로 입학한 여자들은 꽃이라며 추켜세웠다. 그런데 이는 놀랄 일이 아니었다.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든 과학기술계의 성비 불균형 현상을 찾을 수 있다(P185)고 한다. 졸업 후 남자 동기들은 대부분 관련 일을 찾아 시작했는데 여자 동기들은 대부분 다른 일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았다. 여자 동기들은 나를 놀라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5~6년이 지나고 10년 쯤 지나도 이 일을 하는 나를 보고 동기들은 모두 놀라워했다. 대학 졸업 후 과학기술인의 진로를 밟아 관리자 직책까지 올라가는 여성의 비율은 10.6퍼센트에 불과하다(P184).

내가 일하는 세계는 능력이 가장 중요한 분야라고 이야기들한다. 실력이 있으면 남자든 여자든 관계 없다고 말한다. 나조차도 이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작가는 실력만 있으면 여자든 남자든 누구라도 과학자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은 편견과 고정관념으로 과학자의 길을 단념하거나 힘겹게 과학자로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을 못 본 체하는 말이다(P187)라고 말한다. 능력주의를 부르짖는 것은 과학기술계의 남녀 성비가 그렇게 꾸려진 것은 능력의 차이가 있는 것으로 설명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조차도 편견에 갇혀 있었던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는 10년도 넘게 이 일을 하면서 실력으로 꿇리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해왔다. 그런데 이 견고한 성비 불균형의 바닥 자체가 문제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뛰어난 여자들이 과학기술계에 진입하는 것만으로는 절대로 이 비율을 뒤집을 수 없다. 과학이 진정 변화하려면 잘하는 여학생이 아니라 평범한 여학생이 더 많이 필요하다(P190). 이는 내가 증인이다. 나는 뛰어난 사람도 아니고 그저 어떻게 하다 보니까 공학계에 발을 들여놓았지만 지금까지 일을 지속해서 하고 있다. 뛰어난 이들만 하라는 법 있나, 평범한 이도 충분히 해낼 수 있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뛰어난 여자들 몇 명이 과학기술계를 바꿀 수 있을까? 작가의 말처럼 평범한 다수의 여자들이 필요하다. 더 많은 사람들이 문을 두드리고 열어 젖혀야 견고하다고 믿는 이 과학기술계를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은 페미니즘과 과학기술이 만나는 여러 곳을 소개한다. 성염색체, 뇌과학, 임신, 난자 냉동, 인공지능, 로봇, 진화론, 사이보그 등 다양한 소재를 다루고 있다.

이 중 인상적이었던 부분을 소개해본다.

성별 간의 능력이 다르다는 주장은 뇌의 성차 연구를 사용하여 논리적으로 뒷받침되어 왔다. 여성의 뇌와 남성의 뇌의 크기는 다르니 능력의 차이도 다른 것 아니냐는 오래된 주장으로 이어져왔다. 하지만 예상할 수 있듯이 남성의 뇌가 여성의 뇌보다 대체로 크다는 것과 남성이 여성보다 더 똑똑하다는 주장은 빈약하다. 2020년 7월 미국 국립정신건강연구소의 발달 뇌 유전학자 아민 라즈나한 연구팀은 남녀 뇌의 차이를 해부학 관점에서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남성의 뇌는 시각과 기억력에 관련된 부위의 뇌가 더 컸고, 여성의 뇌는 의사 결정과 미각, 자기 조절 등과 관련된 부위가 더 컸다(P40). 특정 부위가 크다는 사실은 상대적으로 뇌를 가진 사람이 관련 기능을 더 많이 학습한 증거는 되지만 해당 기능이 우월하다는 결론으로 이어지지는 못한다.

작가는 성별, 국가 등에 따른 뇌의 차이보다 호르몬 활동성, 신체 크기, 직업 등 세부 항목을 만들어 뇌의 성차가 어떻게 이어지는지 들여다보자고 제안한다(P45). 성차로 구분하는 것은 성차별을 정당화하는 데 사용되는 한계가 존재한다. 이를 새롭게 디자인하려면 '모자이크 뇌'라는 개념을 끌고 와야 한다. 실제 뇌는 남과 여가 구분되지 않고 여성과 남성으로 구분되는 여러 특징이 중첩되며 혼합되어 있다는 것이다.
어렸을 적 나는 하는 행동도 모습도 남자 같아서 '선머슴' 또는 '톰보이'라는 말을 들으며 자랐다. 어떤 남성이든 여성이든 성별의 범주에 갇히게 하고 젠더 정체성을 고정하는 말은 어떤 사람에게든 폭력이 될 수 있다.

젠더라는 신화는 내가 가진 시간과 돈을 어디에 투입할 것인가, 어떤 직업을 선택할 것인가, 무엇을 내 인생의 중요한 가치로 둘 것인가 등 삶의 모든 순간에 개입한다는 점에서 우리의 삶에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하지만 이 신화는 지금껏 과학적인 방법론과 언어로 충분히 규명되지 못했다. 젠더에서 자유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신화의 영역에 있는 젠더가 보다 적극적으로 과학의 영역에서 다루어져야 한다. 모두가 각자의 모자이크 뇌로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은 편안하고 즐거울 것이다. - P48

임신에 대해서 아버지의 역할에 주목하자는 저자의 말은 통쾌했다. 여성이 임신할 수 있는 시기는 20~30대로 경력이 중요시될 때이다. 30대 중반 이후 가임력이 떨어지므로 여성의 난자를 냉동하여 보관했다가 필요할 때 이를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냉동 난자 산업이 등장했다. 한 조사에 따르면 2013~2015년 난자를 동결한 한국 여성들의 62퍼센트가 늦은 결혼 및 출산에 대비한다는 사회적 동기를 갖고 있었다고 한다(P92). 같은 난자 냉동을 선택한 미국과 유럽 여성 응답자의 88퍼센트가 '현재 파트너가 없어서'라고 답했다. 보통 나이가 많은 여성은 경력이 안정될 때쯤이면 좋은 파트너를 만날 확률이 낮아진다. 기껏 난자된 냉동을 꺼내쓸 수도 없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더군다나 난자 냉동 시나리오에는 남성의 역할이 없다. 정작 냉동 난자를 써야할 때 남성의 나이에 대한 고려는 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남녀의 생식 세포 모두 노화의 영향을 받고 남성의 나이가 들수록 정자의 질이 떨어지고 가임력이 감소한다는 연구는 많다(P95). 임신에는 난자와 정자가 필요하듯 남성도 반드시 자기 역할을 인식하고 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또한 여성은 임신을 한다고 해도 10개월의 시간을 태아에 좋은 것을 위해 노력하고 운동 및 식이 조절로 체중 감량을 해야 하는 고통에 시달린다. 자궁 속 태아는 어머니를 둘러싼 환경과도 연관이 있다. 빈곤한 환경이라면 부실한 영양 섭취로 제대로 된 몸 관리를 하기 어렵다. DNA 메틸화로 대표되는 후성유전학적 표지가 세대를 거쳐 전달된다는 보고가 있다. 지금까지의 사실을 보면 남성이 경험하는 환경이나 남성의 생활 습관이 정자 속 DNA의 메틸화 양상을 변화시키고, 이 변화가 수정된 배아는 물론 그 배아가 태어나 생산하는 생식 세포까지 전달된다(P83)고 한다. 아버지의 식습관이나 생애 경험이 태어날 아이의 습관이나 체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비만 연구는 현재 진행형이다. 신생 학문인 후성 유전학은 아직 밝혀지지 않거나 논쟁적인 부분이 특히 많다. 그럼에도 이 분야의 최신 연구는 유전자와 환경이 생각보다 더 복잡하고 밀접하게 상호작용하며 개인의 건강을 결정한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무엇보다 지금껏 유전자를 전달하는 역할만 담당한 남성에게 태어날 아이의 건강을 위한 새로운 임무가 부여된 점은 의미심장하다. 나의 몸은 어머니의 자궁 밖 아버지의 삶과도 연결되어 있다. - P84

<사이보그 선언문>에서 헤러웨이는 남성적 기술로 여겨지던 사이보그를 무조건 비판하지 않고 기술이 여성을 지배하기도 하지만 기술을 통해 해방되기도 한다는 양면성에 주목하면서 기술을 소비하고 생산하는 것에 여성이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을 촉구했다는 것에서 선구안적이었다. 하지만 정작 한국에서 사이보그는 성형 수술의 현실로 나타난다. 성형 수술을 받은 여성들은 부러움과 비판, 희화화의 대상이 되는데 정작 수술 이후의 효과에 대한 평가는 이루어지지 않는다(P164). 성형 수술 이후 변화한 몸과 적응하는 여성들의 이야기가 필요하다.

현실의 사이보그는 선언과 선택만으로만들어지지 않는다. 성형 기술의 실제 작동은 다른외과 수술이 작동하는 방식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성형 수술의 수행에는 의사 외에 간호 및 상담, 병원 경영 등을 담당하는 인력이 필요하며, 수술중은 물론이고 수술전후 상담 및 회복 과정에 여러 약품과 도구, 장비, 공간 등이 동원된다. 성형 수술을 받는 여성이 사이보그가 되는 과정에는 정상적인 몸을 규정하는 의학 지식체계와 외모지상주의 담론 외에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운 물질과 지식, 노동이 개입한다고 보아야 한다. - P162

과학기술과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질문이 남는다. 일상에도 다양한 과학 기술이 존재한다. 자연과 사물, 육체에 대한 이해부터 시작하는 것이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몸을 이해하는 것, 나를 둘러싼 세계를 과학적으로 바라보는 것, 나의 삶에서부터 시작하는 과학기술이 필요하다.

눈이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본다는 것은 보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고 배움에는 실패와 반복이 동반된다. 당연하고 익숙한 방식으로는 새로운 것을 볼 수 없다. 자연과 사물 그리고 그것들과 얽혀 있는 우리의 몸과 삶도 그럴 것이다(P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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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2-07-10 10:2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직 다 읽지못했지만 평범한 여성들도 과학기술계에 필요하다는 말 인상적이었어요.
다른 남성위주 분야도 마찬가지인것 같아요. ‘뛰어난 여성 인재가 없는 것이다‘라고들
말하지만 본질은 그게 아닌거죠.
컴퓨터공학 전공하셨군요^^ 거리의화가님처럼 꿋꿋하게 자신이 선택한 길을 갈수있는 여성들이 늘어났으면 좋겠어요.

거리의화가 2022-07-10 10:45   좋아요 3 | URL
저도 그 말이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 같아요. 과학기술계에 몸담은 다수가 남자라는 사실에 대해서 불만 자체를 가지려고 하지 않는다는 게 말이 안 되는 것이죠. 평범한 다수가 필요하다는 것이 저에게도 힘이 되는 말이었습니다^^
네. 계속 이 일을 하는 중입니다. 이제는 익숙해졌지만 초반에는 편견으로 참 힘들었네요. 여성들이 과학계, 공학계로 많은 이들이 나서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들어요. 감사합니다.

책읽는나무 2022-07-10 17: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라떼 시절엔 정말 공학 계열은 남녀 성의 비율이 엄청나게 차이가 났었던 것 같아요. 건축, 토목 쪽은 여학생이 한, 두 명 있던 곳도 있었다는 후문도 있었습니다. 과에 한 명이었던 여학생은 적응 못하고 전과 하거나, 자퇴 했었다는 소문도 들었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지금은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을테지만, 그 시절엔 왜 평범한 여학생이 더 필요한 세상이라는 인식을 못했을까요? 어쩌면 지금도 전 과학기술 쪽 분야 종사자 여성들은 평범한 사람들보다 더 뛰어난 여성들일 것이란 생각을 은연 중에 하고 있기도 하구요.
저도 화가님이 전공을 살려서 일을 하고 계신다니 그저 놀랍습니다^^
특히 IT쪽은 일단 남자들이랑 대등한 실력을 갖춰야 가능한 곳이 아닌가? 넘겨짚게 되는데, 화가님 글을 읽으며 생각해 보니, 대등한 실력을 갖추기 위해 동등하게 공부를 계속 해 왔다면, 어쩌면 어려울 것도 없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똑같은 시간의 똑같은 노력을 해 왔었다면 똑같은 실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싶네요.
이 당연한 것을 우린 너무 편견에 사로잡혀 지레 겁을 먹고 포기한 탓에 어쩌면 지금 특별하다고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네요.
암튼 계속 화가님은 오래 다니셔서 기술계 전문직 여성들의 롤모델이 되어 주셨음 합니다.

거리의화가 2022-07-10 20:36   좋아요 2 | URL
저희 학교에도 토목공학과 있었는데 여학생 1~2명이었던 것 같아요^^; 입학할 때 별 생각이 없었는데 애들이 하나 둘 흥미를 잃더니 졸업 이후에는 관련 일하는 애들이 없더라구요 안 그래도 여자애들은 수가 적었는데 이쪽일 아닌 곳으로 가는 경우가 훨 많았어요ㅡㅡ; 교육의 문제인 것 같기도 하고요. 과학자나 공학자가 뭔가 대단하고 뛰어나야할 수 있는 것처럼 묘사되잖아요. 박사님 이미지?ㅎㅎ 끈기가 저를 여기까지 이끌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포기하는 것이 싫은 것보다 그때는 어쨌든 빨리 돈을 벌어야했고 뭐라도 해야했어요. 나무님 응원 감사드려요*^^*

건수하 2022-07-11 11:4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화가님 공학계열이시군요 저는 자연대.. 괜히 반갑습니다 ^^
저도 사두었는데 아직 펴보진 못했어요. 이번 달 내로 읽어보고 다시 오겠습니다 ^^

거리의화가 2022-07-11 11:47   좋아요 2 | URL
오 수하님은 자연대생이셨군요^^
이 책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어서 독자마다 꽂히는 파트가 다를 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수하님은 어떤 부분에 꽂히실지 궁금해집니다^^

mini74 2022-07-11 12:2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모대학 공대나 건축계열쪽 예전엔 아예 여자화장실도 없었다고 하죠. 그래서 가정대쪽으로 막 뛰어가서 볼일 본 이야기들 읽은 적 있습니다. 평범한 여자들이 평범한 다수가 필요하다는 말 공감이 갑니다.

거리의화가 2022-07-11 12:49   좋아요 3 | URL
화장실 불편했던 기억이 납니다. 불편하다고 생각했지만 바꿀 의지는 갖지 못했어요. 소수의 여학생을 위해 화장실 늘려달라 개선해달라 하면 왜 오버냐 라는 소리 들을 것 같아서. 음~ 저조차도 갇힌 사고방식이었던 것 같습니다ㅜㅜ 평범한 사람들이 더 많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감사합니다.

희선 2022-07-13 03: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제가 본 만화에서는 누구나 평등하게 하는 게 바로 과학이다 했는데,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기도 하네요 아주 잘하는 사람이 아닌 평범한 여성이 과학을 해야 한다는 말 맞네요 앞으로는 늘면 좋겠네요


희선

거리의화가 2022-07-13 09:39   좋아요 2 | URL
네. 현실은 이상과는 다릅니다^^; 여전히 일상 속에서도 성평등이 잘 되지 않고 있는데 과학계라고 다를까요. 오히려 더 갈라치기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ㅠㅠ 평범한 다수들이 많이 등장하길. 감사합니다.
 

~85p


읽으면서 몇 번 눈물이 차올랐다.
그런 장면은 거창한 것이 아닌 평범한 일상. 일상을 뺏겨 버린 박탈감의 감정을 나도 느꼈다.

32페이지의 인용문. 그냥 뭉클했다.

39페이지의 인용문은 <구술로 본 한국현대사와 군>의 군인들 인터뷰가 떠올랐다. 같은 군인들인데 국방부에서 진행한 인터뷰와 시간이 흐른 뒤 민간 조사단 앞에서 진행한 인터뷰가 달랐다.

조국을 위해 충성을 하라는 명령을 받고 군인이 되기 위해 며칠의 교육을 받고 나선 여성들.
남성 군인들 사이에서 비웃음과 멸시를 당하는 동안 더 악착같이 군인의 모습으로 태어나기 위해 노력하는 걸 볼 때 이게 뭔가 싶었다.

전쟁에서 75명을 죽였다는 사람이 실린 사진 속 이미지는 그냥 평범한 여인이었다고.

전쟁은 과연 무엇인지.

전쟁이 끝난 뒤 내 어릴 적 시골마을은 여자들의 세상이었다. 여자들의 마을. 남자 목소리를 나는 기억하지 못한다. 그때의 풍경은, 마을 여자들이 전쟁을 이야기하고, 흐느껴 울고, 흐느끼듯 노래하던 모습으로내 기억 속에 남아 있다. - P15

여자들의 이야기는 전혀 다른 것이고, 또여자들은 다른 것을 이야기한다. ‘여자‘의 전쟁에는 여자만의 색깔과 냄새, 여자만의 해석과 여자만이 느끼는 공간이 있다. 그리고 여자만의 언어가 있다. 그곳엔 영웅도, 허무맹랑한 무용담도 없으며, 다만 사람들 때론 비인간적인 짓을 저지르고 때론 지극히 인간적인 사람들만이 있다. 그리고 그곳에서는 사람들만이 아니라 땅도 새도 나무도 고통을 당한다. - P17

우리는 고통스러워할 줄도, 고통에 대해 이야기할 줄도 안다. 고통은 남루하고 힘겨운 우리네 삶에 의미와 가치를 부여한다. 아픔, 그건 우리에게 하나의 예술이다. - P20

사람은 참으로 오랜 시간이 흘러서야 지나온 세월이 바로 자신의 삶이었으며, 이제 그 삶을 받아들이고 떠날 준비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하지만 상처받은 채 떠나고 싶지는 않은 법.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은 척, 그렇게 쫓기듯 황망히는 지난 삶을 돌아보는 사람의 마음속엔 자신의 이야기를들려주고 싶은 욕구뿐만 아니라 풀지 못한 삶의 비밀까지 알아내고픈 욕구도 숨어 있다. - P21

사람들은 나에게 회상은 역사도 문학도 아니라고 말한다. 회상은 예술로 승화되지 못한 추레한 인생의 한 모습일 뿐이라고 이야기의 사원을 쌓아갈 원료들, 그건 언제나 넘쳐난다. 도처에 이 벽돌들이 굴러다닌다. 벽돌이 사원은 아니지 않느냐고? 하지만 나에게는 전혀 그렇지 않다……… 바로 그곳, 따스한 사람의 목소리, 과거가 생생히 반추되는 그목소리 속에 원초적인 삶의 기쁨이 감춰져 있고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삶의 비극이 담겨 있다. 삶의 혼돈과 욕망이 삶의 유일함과 불가해함이. 목소리 속에 이 모든 것들이 다듬어지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모습으로 남아 있다. 진짜 원본들이. - P26

역사는 거리에 있다. 군중 속에 나는 우리 한 사람한 사람이 역사의 조각들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어떤 사람은 반 페이지만큼의 역사를, 또 어떤 사람은 두세 페이지만큼의 역사를 우리는 함께 시간의 책을 써내려간다. 저마다 자신의 진실을 소리 높여 외친다.
하지만 뉘앙스의 함정. 그래서 이 모든 진실의 외침을 명확히 들어야만한다. 이 모든 것 안에 녹아들고 이 모든 것과 하나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동시에 자신을 잃어버려선 안 된다. 거리의 언어와 문학의 언어를 하나로 잘 버무려내야 한다. - P26

전쟁이라면 토할 것 같고 전쟁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역겨운, 그런책을 쓸 수만 있다면, 미치도록 쓰고 싶다. 장군들조차 전쟁이라면 고개를 돌리게 만드는 그런 책을⋯⋯⋯⋯남자동료들은 (여자동료들과는 달리) 그런 ‘여자‘의 논리에 기겁한다. 그리고 나는 곧바로 ‘넌 전쟁터에 없었잖아‘라는 ‘남성‘의 논리를 듣게 된다. 어쩌면 내가 전쟁터에 없었던 건 잘된 일인지도 모른다. 덕분에 ‘불같은 증오심‘은 나에게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이 될 수 있었고, 나는 군인의 관점도 남자의 관점도 아닌 보통 사람의 관점을 가지게되었으니까…… - P28

"남편은 내가 걱정됐나봐. 지금도 내가 엉뚱한 이야기를 할까봐 속으로 끙끙 앓고 있을걸 해야 할 말만 해야 되는데 그러지 않을까봐서."
그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고, 그런 집이 한두 집이 아니었다. - P31

나는 ‘하찮은 이야기 따위는 필요 없소……… 우리의 위대한 승리에 대해 쓰시오.‘ 라는 추신이 덧붙여진 편지를 여러번 받았다. 하지만나에겐 바로 이 ‘하찮은 것‘들이 중요하다. 이 하찮은 것들이야말로 삶의 온기이자 빛이므로, 긴 머리 대신 뭉툭하게 잘려나간 짧은 앞머리,
뜨거운 죽냄비와 국그릇들이 돌아오지 않는 주인들을 기다리고 전투에나갔다 무사히 돌아오는 사람은 백명중에 일곱 명 정도였다는 이야기, 혹은 전쟁터에 다녀온 후로는 줄줄이 걸린 붉은 살점의 고기를 볼 수가없어서 시장에도 못 다니고, 심지어 붉은색이라면 사라사 천도 쳐다볼수가 없었다는 사연들・・・・・・ " - P32

이들은 여전히 그 시절에 애정을 느낀다. 이들에게 그 시절은단지 전쟁만이 아니었다. 그들의 젊음이었고 첫사랑이었다. - P34

내게 보내온 편지들마다 한결같은 내용이 쓰여 있다. "당신을 만났을 때 다 털어놓지 못했어요. 그때는 모든 걸 다 말할 수 있는 시대가아니었으니까. 우리는 많은 것을 알고도 침묵하는 데 익숙해져 있었어요…………." "당신을 다 믿을 수가 없었어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일을 입에 담아선 안 됐으니까요. 부끄럽기도 했고요." "의사한테 들었어요. 내가 무서운 병에 걸렸다는 걸………… 모든 걸 털어놓고싶어요....." - P39

나도 그네들처럼 오랫동안 우리의 승리가 두 얼굴을 가졌다는 사실을 믿지 못했다. 하나는 아주 멋진 얼굴, 다른 하나는 무시무시한 얼굴. 하지만 둘 다 흉측한 상처투성이라 봐줄 수가 없다. "육탄전에서는 상대방을 죽일 때 상대의 눈을 보게 돼. 그건 폭탄을 떨어뜨리거나 참호에 숨어서 총을 쏘는 것과는 다른 일이지." 그네들이 들려준 말이다. - P59

나를 이 집으로 이끈 건, ‘얼마 전 민스크에 있는 ‘돌격대‘라는 이름의도로장비 생산공장에서 선임회계원 마리야 이바노브나 모로조바의 은퇴식이 있었다‘는, 지역 일간지에 난 짤막한 기사였다. 그 기사에는 그녀가 전쟁중에 저격병이었으며 무공훈장을 11개나 받았다고 쓰여 있었다. 그녀의 총에 죽어나간 적병의 수만 75명이라고도 했다. 이 여인이전쟁 때 맡았던 일과 현재의 평온한 직업을 일치시키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신문에 실린 그녀의 사진을 봐도 그랬다. 아무리 봐도 평범한 보통 여인네였다. - P64

우리에게 ‘총도 쏠 줄 모르면서 어떻게 전선으로 가겠다는 건가?‘라고 묻더군. 그래서 우리는 기다렸다는 듯, 한목소리로 ‘이미 배웠다‘고 대답했지…… 그러자 다시 ‘어디서? 어떻게 배웠다는 건가? 붕대는 감을 줄 아나?‘라고 물었어. 오호, 붕대 감는 일이라면 자신 있었지. 군정치위원회 프로그램에서 우리 지역 의사한테 이미 배웠거든. 그제야 더이상 질문은 거두고 우리를 진지하게 대하기 시작하더군. 게다가 우리에겐 숨겨둔 카드가 한 장 더 있었어. 그건 바로 우리가 한두 명이 아닌 무려 40명이나 된다는 점, 그뿐 아니라 모두 총을 쏠 줄 아는데다 응급처치까지 할 줄 안다는 것이었지.
마침내 ‘가서들 기다리시오. 당신들의 요청을 긍정적으로 검토해보겠
‘소‘라는 답을 받아냈어. 아, 집으로 돌아오는데 얼마나 행복하던지! 결코 잊지 못할 거야・・・・・・ 그래, 그래... - P68

지금 기억으로 대령 이름이 브로트킨인가 그랬는데, 아무튼 지휘관인 그 대령이 우릴 보더니 버럭 화를 내는 거야. ‘성가시게 꼬맹이들이 달라붙었군. 이건 뭐, 여성무용단이라도 온 거야? 무슨 발레단이 온 거냐 말이야! 여긴 전쟁터지, 무도회장이 아니라고! - P70

우리의 사격 실력은 훌륭했어. 남자저격병들보다 더 뛰어날 정도였으니까. 최전선에서 불려와 고작 이틀간 훈련받은 게 다인 남자저격병들은 우리가 자기들의 임무를 거뜬히 해내는걸 보고는 깜짝 놀랐지. 우리 같은 여자저격병들은 아마 평생 처음 보았을걸. 사격 시범에 이어위장술을 해 보였어………… 대령이 숲속 빈터로와서 주위를 살피며 서성이다가 앞이 잘 보이지 않았는지 작은 둔덕에올라섰어. 그런데 갑자기 ‘작은 둔덕‘이 발밑에서 애처로운 소리를 내는거야. ‘아, 대령 동지, 더이상 못 버티겠어요. 너무 무거워요.‘ 와, 웃음이터졌어! 대령은 그렇게 감쪽같은 위장이 어떻게 가능한지, 보고도 믿질못했어. 그러고는 ‘이제 이 꼬맹이들에 대한 내 말은 모두 취소한다‘고했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령은 여전히 우리 때문에 힘들어했어……… 오래도록 우리에게 익숙해지지 못했지.. - P71

결국 그를 쓰기로 마음먹었지. 그래서 마음을 다지는데,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드는 거야. ‘사람이잖아. 비록 적이지만 저자도 사람이야.‘ 그러자 손이 덜덜 떨리고, 온몸에전율이 흐르면서 오한이 나기 시작했어. 무섭고………… 가끔 꿈속에서 그느낌이 되살아나. 말하는 지금 이 순간도 그렇고………… - P72

완전히 타버려서 새까만돌만 남아 있었지. 건물 터만 ……… 다들 근처에 가기를 꺼렸는데, 나는 왠지 가까이 가보고 싶은 거야………… 가서 보니잿더미 속에 사람 뼈들이 있고, 그 뼈들 사이로 까맣게 탄 별모양이 보이는데. 그건 거기서 불타 죽은 사람들이 바로 우리 부상병들이나포로들이었다는 의미였지. 그 일을 겪고 난 후로는 아무리 적병을 죽여도 더이상 괴롭지 않았어. 새까맣게 탄 별모양을 본 후로는…………..... - P74

나는 자다가도 ‘쿵‘ 하는 폭발음이 들리면 침대에서 뛰쳐나와 외투를 움켜쥐고는 문으로 달려갔어. 어서 어디로든 도망쳐야 했으니까. 그러면 엄마가 나를 붙잡아 꼭 끌어안고는 달래주셨어.
‘정신 차려, 제발 정신 차려. 전쟁은 끝났어. 너는 지금 집에 있잖아.‘ 엄마의 말에 정신이 들곤 했지. ‘그리고 엄마가 여기 있잖아. 엄마가 네 옆에………… 엄마는 조용조용히 말씀하셨어. 아주 작은 소리로… 큰소리로 이야기하면 내가 깜짝깜짝 놀랐거든………" - P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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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2-07-10 06: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읽으면서 눈물이 차 올랐다!!
맞아요.
공감합니다ㅜㅜ

거리의화가 2022-07-10 07:06   좋아요 2 | URL
나무님 잘 읽고 계신가요^^ 대화문이 많아서 책이 잘 읽히기는 하는데 역시 마음이 아파오는 책입니다. 마지막까지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