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다소 시들해졌지만, 작년 경제 화두 중 하나는 소득주도성장이다. 작년 말 전망,트렌드를 주제로 읽었던 책들의 메모 중에는 소득주도성장도 있다.   


 소득주도성장이라는 단어를 보면 포드가 생각난다. 승용차 대중화의 문을 연 헨리 포드는 공정시스템을 획기적으로 바꿔 자동차 생산성을 높이기도 했지만 자동차를 많이 팔려면 직원들의 소득을 높여야 한다고 생각해 임금을 두배로 높였다. 당시 자동차는 부유층의 전유물이었고, 포드가 아무리 혁신으로 원가를 절감한다고 하더라도 당시 노동자들이나 일반 시민들은 자동차를 살 수가 없기 때문이다. 


 소득주도성장은 이와 비슷하다고 본다. 뉴노멀이라는 저성장이 기정 사실이 된 지금은 소득주도성장이 필요한 때라고 본다. 지난 정권들을 통해 성장을 통한 낙수효과의 허구를 보았다.(낙수효과 자체가 없다는 이론도 있다.) 지금의 경제상황에서 소득주도성장은 분명 의미있는 정책이다. 


그럼에도 보수언론과 정치인들은 나라가 망할 것처럼 반대한다.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냥 문재인 정부의 정책이 싫은 것이고 나라가 어떻게 되고, 국민이 어떻게 되든 문재인 정부가 아무것도 못하게 해야 겠다는 생각외에 다른 것은 없다. 

소득주도성장은 기업에도 필요한 정책이다. 미중 무역분쟁과 같은 급변하는 국제 경제상황과 서구를 중심으로 보호무역주의가 대두되고 있다. 수출중심의 우리나라 기업들은 리스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안정적인 내수가 필요한 시점인데, 소득주도성장은 안정적인 내수를 위한 기반을 지원해 줄 것이다.  


물론 성장담론을 계속 가져가야 하는지에는 나도 의문이다. 그러나 현재의 경제 구조가 틀을 잡은 상태에 성장 담론에 대한 논의는 조금 더 거리가 먼 이야기이고, 그렇다면 경제의 안정을 추구할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 아닌가 싶다.  


<한국 경제 대전망>에서는 소득주도성장에 대해 몇 페이지에 걸쳐 설명 및 의견을 제시한다. 읽어볼 필요가 있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은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분배를 통한 성장이 가능하다는 이론에 기초해 있다는 점 에서 매력적이다 . 분배와 성장이 상충한다는 고정 관념에서 벗어나 복지 투자를 통해 가계 소득을 높이고 내수 기반을 확대해 성장도 하고 좋은 일자리도 창출 할 수 있다면 분배 개선을 위해 성장을 희생 시키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 그렇지 않아도 1997년 외환 위기 이후 심화 되고 있는 소득 불평등과 노동 시장 이중 구조는 이미 그 자체로 성장을 위협하고 사회 통합을 해치고 있다는 경고가 OECD와 IMF를 비롯한 여러 국제 경제 기구에 의해 제기 되어 왔다 . 또한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사회 안전망을 확충하고 적극적인 재정 정책을 구사 해야 한다는 권고가 여러 차례 제기되었던 터다 . 따라서 정부가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최저 임금의 인상 이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그리고 사회 복지 확충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국민적 공감대 가 형성 되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 더구나 4 차 산업 혁명의 시대에 사회 안전망에 대한 투자는 경제적 혁신 활동을 촉진 하는 의미 도 있다 . 핀란드를 비롯한 북유럽 국가들의 사례에서 보듯이 실패를 딛고 다시 도전 할 수 있는 사회 안전망이 있어야 왕성한 혁신 활동도 가능 하다는 그렇다 . 정부는 특히 소득 주도 성장만이 아니라 혁신 성장 경제를 한 묶음의 성장 전략으로 구사하고 있기 때문에 그 자체를 잘못된 방향 이라고 비판 할 수 는 없다.

...

대부분 의 유럽 복지 국가들이 경제적 풍요를 바탕으로 나아갔던 것과 달리 한국은 사회 안전망이 매우 엉성한 상태에서 지난 20년간 두 차례의 경제 위기를 맞았고 근로자들은 무방비상태로 시장의 위험에 노출 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 우리 경제는 소득 주도 성장으로 이제야 본격적인 복지 국가의 단계 로 진입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 이 시점에서 우리가 유념 해야 할 것 은 1970-1980 년대 유럽의 복지 국가들이 경험했던 함정을 피하 기 위한 선제적 경제 개혁 조치들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소득 주도 성장의 단순 논리에만 매몰 되어 복지 투자를 성장 전략 의 일환으로 인식한다면 재정 개혁을 소홀히 하고 , 방만한 재정 운용도 성장을 위한 정부 투자로 둔갑할 위험이 발생 한다. 복지 투자를 확대하면서도 아껴쓰고 잘 쓰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겠지만 지금도 100 조원에 달하는 국가 보조금 사업과 조세지출을 합리화하기 위한 노력은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 이다 .

...

무엇보다 시급한 것이 노동 시장 구조 개혁이다 . 정부가 지금 최저 임금 인상과 근로 시간 단축 ,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을 통해 저임금 불안정 일자리를 좋은 일자리로 만들기 위해 온갖 노 을 다하고 있다 . 이러한 정책적 노력과 동시에 정부는 저임금과 장시간근로 ,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노동 시장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혁하는 방안도 함께 강구 해야 한다.

(136-13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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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9-02-10 23: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현재와 같은 자산 중심의 경제구조를 소득 중심의 경제구조로 옮겨가야한다는 의견에 동의합니다. 그래서, 미래의 언젠가, 현재의 BS 중심의 재무제표가 IS 중심으로 바뀌게 되었을 때가 우리 경제의 많은 문제가 해결되는 시점이 아닐까도 조심스레 생각해 봅니다..

雨香 2019-02-11 08:28   좋아요 1 | URL
공감합니다. 특히 자산과 그로 인한 자산소득이 영향이 크면 클 수록 사회는 역동성을 잃어버릴 수 밖에 없습니다.
 

2019년도 정부 예산을 보면 정부가 가지고 있는 고민과 방향을 엿볼 수 있다. 이건 2019년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MB정부가 4대강에 많은 예산에 많은 배정을 한 것은 MB정부의 성격이 토건임을 보여주는 예이다. 


<한국경제대전망>은 정부 예산안을 따로 다루고 있다.경기 침체가 현실인 시점에 정부 재정은 경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특히 경제침체는 저소득층이나 소외된 계층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사회 안전망을 확충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렇더라도 여전히 우리사회의 사회안전망은 부실하다. 기술이 급변하고 있어 지금의 사회구조에도 큰 변화가 있을 수 밖에 없다. 현재 기술의 발전은 과거와는 달리 사람을 필요로 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사회안전망이 해답이 될 수는 없지만, 사회안전망을 통해 새로운 사회구조에 적응할 시간과 기회를 주는 것이 맞다고 본다. 그런측면에서 복지재정은 지속적으로 확충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2019 년도 예산안을 대규모로 편성하면서 정부 지출이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19 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 총지출이 2018년 429조원에서 2019년 에 471조원으로 9.7%나 증액 편성됐다 . 경기 침체 방어막 역할을 톡톡히 해 낼 듯하다 .

민간 소비는 2018년 2.7% , 2019년 2.6%로 비교적 높은 수준이 지속될 것이다 . 경기 흐름 으로만 보면 민간 소비를 짓누르는 구조적 요인이 즐비 하다 . 고용 여건이 좀처럼 개선되지 못하면서 임금 근로자의 근로 소득과 자영업자의 사업 소득이 정체되고 , 대출 증가 및 금리 상승으로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지는 만큼 가계의 씀씀이가 줄어들 것이다 . 저출산 · 고령화에 따른 노후 불안과 일자리 불안 , 주거비 부담도 소비 심리를 위축 시킬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계가 정부로부터 지급 받는 공적 이전 소득이 크게 늘면서 민간 소비 에 단가 될 것이다 . 아동 수당과 기초 연금이 2018년 에 약 2.3조원 증가했는데 , 2019년 에는 약 4.7조원 증가할 전망이다 . 저소득층 기초 생활 보장 제도 , 장애인 연금 등 의 복지 정책 과 청년 · 노인 을 위한 일자리 정책 도 가계 소득 증가 에 기여할 것이다 . 이에 따라 2005년 이후 14 년 만 에 민간 소비 증가율( 2.6 % )이 경제 성장률( 2.5 % )을 추월 할 것으로 기대 된다 . 항상 경제 성장률 을 갉아 먹던 천덕 꾸러기 소비가 효자 종목으로 등극하는 순간이다 . (66-67쪽)

경기 침체에 정부가 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은 재정 확대와 통화 확대가 있다. 조금 설명을 하자면 재정 확대는 정부 예산을 투입하는 것이고, 통화 확대는 시중에 돈이 넘치게 하는 것이다. 통화 확대 정책은 미국과의 금리차이와 시중 유동 자금이 많아 좋지 않은 정책이라고 보고 있다. (이 책은 2018년 하반기에 씌여지다 보니 부동산 시장은 저자들의 우려와는 다르게 흘러갔지만 저자들의 지적을 보면 부동산 정책에서 고려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다.)

그래서 재정확대 정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하는 것이고, 이는 앞에 이야기한 정부 예산안이 늘어나게 된 배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통화확대 정책은 불투명하기 때문에 재정정책을 펴야하고 재정정책은 정부 예산에 반영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경기 침체는 고통스러우며 , 특히 저소득층의 삶을 파고든다. 정부가 손을 놓고 있을 수만 은 없는 이유다 . 정부의 경기 활성화 정책은 경기 회복의 마중물이 되어 민간의 경제 활동 을 자극 할 수 있다 . 최고의 민생 대책이자 경제 대책인 셈 이다 . 손꼽히는 정책 수단으로 는 재정 확대와 통화 확대( 금리 인하 , 부동산 활성화 등)이 있다 .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한국 은행이 기준 금리를 인하 할 여지는 거의 없으며, 오히려 금리를 올려야 할 처지다. 2018년 9월 현재 한국의 기준 금리는 미국보다 0.75% 포인트나 더 낮으며 2019년에는 1 %포인트 이상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 물론 한국 경제가 나쁘고 미국 경제가 좋으니 한국 금리가 더 낮은 게 이상한 것은 아니다. 문제는 금리 격차가 너무 크다는 것이다 . 한국과 밀접한 신흥국에서 외환 위기가 발생할 경우, 외국인 투자가 갑자기 빠지면서 외환 시장 불안으로 확산 될 가능성도 배제 할 수 없다. 2019 년도 정책 수단 으로 통화 확대 정책이 적합하지 않다는 뜻이다 .

부동산 활성화 대책도 부작용이 상당 할 것이다 . 최근 경기는 안 좋은데 유동 자금이 넘치다 보니 , 주택 시장으로 흘러 들어 집값이 크게 오르고 있다 . 정부는 집값을 잡기 위해 종합 부동산세 인상 등의 투기 수요 억제책을 내놨고, 분양 원가 공개 같은 더 강력한 대책 도 테이블 위에 올라와 있다. 정부와 한국 은행은 기준 금리 인상으로 투기 수요를 막아야 하는 상황 인데, 만약 투기 수요를 잡지 못한 상태에서 주택 공급 대책을 내놓을 경우, 첫 삽 을 뜨기도 전에 투기 수요가 몰리면서 집값은 오히려 더 오를 것이다. 덩달아 전세 가격 도 상승 하면서 경제 심리가 위축 될 것이다 . 이것도 적절한 정책 수단은 아니다.

재정 확대 정책은 2019년의 침체기를 넘기에 특효약이 될 듯 하다. 보건 의료 분야를 중심 으로 공공 부문 일자리가 늘고 , 가계로 지원되는 아동 수당과 기초 연금은 소비로 순환 될 것이다. 2018년에 이어 2019년에도 정부 소비와 민간 소비가 경기 침체의 골을 메우고 경기 회복을 앞당길 것이다 . 가계 소득을 늘리는 정책도 지속해야 겠지만, 연구 개발 투자 를 확대해 이공계 청년 고용을 늘리고 사회 간접 자본 투자 확대로 건설 투자의 보릿 고개 를 넘어서는 것도 고려 해봄직 하다 . (68-69쪽)

경제 전망에 대한 책이 많이 출간되지만, 대부분 책을 제대로 읽지 못한다. 그런 제안 혹은 결론을 내는 과정이 중요한데, 결론만 보고 맞다 틀리다고 한다. 결론에 앞서 경제를 어떻게 읽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조건을 가정하는지를 설명한다. 그 설명의 조건들이 달라지면 당연히 경제는 다르게 움직인다. 사실 그 설명에서 많은 것들을 배우고, 세계 경제가 그리고 한국 경제가 어떤 상황인지를 알 수 있는 것이다. 

(북플에서 작성 후 PC로 수정, 전망,트렌드 책 들은 2018년 12월에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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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09 11: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2-09 11: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연말 연초에도 여러 주제로 책을 읽고, 정리를 하려고 임시 카테고리를 만들어 놓기는 했는데, 시간이 잘 나지 않는다. 뜸하게 남겨 놓긴 했지만 일단 2018년의 책 중에 몇 권을 기록해 둔다. 

언론 등에서 지정한 올해의 책은 한번 정리를 해두긴 했는데, 시사인이 선정한 올해의 책이라는 소책자와 2018년 출판 키워드를 다룬 기획회의 477호에서 2018년 책 중에 '몸으로 쓴 글'에 주목한 부분이 있다. 

매일 알라딘에 접속하고, 매주 신문과 <시사인>에서 책 관련 기사들은 빼놓지 않고 읽기 때문에, 생소한 책은 없지만, 차일 피일 미룬 책들이 대부분이다. <아픔이 길이 된다면>과 <개인주의자 선언>정도만 읽었을 뿐이다. 

기획회의 477호에서는 '현장의 글쓰기, 르포의 전진'이라는 꼭지로 아래와 같이 소개한다. 
‘나는...’하고 시작하는 고백의 사사, 현장의 글쓰기는 언제나 많은 사랑을 받는다. 일하는 사람, 사회적 관계를 맺는 사람, 자신의 자리에서 평범하게 버티어 나가는 사람의 몸에는 언제나 언어가 쌓이고 그것을 옮겨 적은 르포는 그 현장감과 함께 당사자가 길어 올린 특별한 사유로 반짝이게 되기 때문이다. 개인의 고백은 타인의 감정을 동하게 하는 힘을 가진다. 최근에는 전문직 종사자들의 서사가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계 종사자들의 고백으로 『나는 간호사 사람입니다』 ( 김현아 , 쌤앤파커스 ) , 『골든아워』 ( 이국종, 흐름 출판 ) , 『만약 은 없다』 ( 남궁, 문학동네 ) , 『아픔 이 길이 되려면』 ( 김승섭 , 동아시아) 등 이 나왔고 , 판사와 검사 등 법조게 종사자들의 고백으로 『검사내전 』 ( 김웅 , 부키 ) , 『개인주의자 선언』 미스 함무라비』 ( 문유석 , 문학 동네 ) , 『지연된 정의』 ( 박상규 · 박준영 , 후마니타스 )등이 나왔다 . 이들 대부분은 개인의 고백에 그치지 않고 , 이 사회가 가진 제도의 균열이나 허점을 직시하게 만들어 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
『고기로 태어나서』는 드물게 나오는 정통적인 르포르타주라고 할 수 있다. 작가가 『인간의 조건』 이후 5년 만에 내놓은 책이다. 꽃게잡이 배에서 돼지 농장까지 우리 사회의 노동을 기록해 온 그가 이번에는 식용 동물 농장 열 곳에서 일하고는 고기와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36-37쪽, 기획회의 477호)

시사인 별책부록 <2018 행복한 책읽기>에서는 출판인들의 추천하는 책으로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세 권은 < 골든아워 > < 검사내전 > <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 이다. 몸으로 쓴 기록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 특히 앞의 두 권은 각각 현직 의사와 검사가 바라보는 현장의 시선 이 생생하게 담겼다 . 〈 골든 아워>는 이국종 ... 그는 책에서 ‘중증외상환자들이 겪는 처참한 고통과 의료인들 및 소방대원들의 분투를 정확히 표현하고 싶었다 ˝ 라고 밝힌다 .송성호 이상북스 대표 는 “ 자신의 일에 충실한 사람만이 사회의 문제점을 깊이 들여다 볼 수 있고 , 타인의 생과 사의 갈림길 을 알 수 있다 . 글 도 참 잘 썼다 ” 라고 말했다.
 
< 검사내전 >은 현직 검사가 직접 검찰 안팎의 이야기를 들려 주는 책이다 . .. 또 다른 편집자는 ˝ 법에 관한 나름의 생각 을 이토록 유쾌한 필치로 풀어 낸 책은 처음이었다 . 즐겁게 읽다 보면 저자의 법철학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다 ” 라고 말했다.
 출판인 들은 신형철 문학 평론가의 문장에도 열광했다. 두 번째 산문집 〈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 을 추천한 이들은 생존한 이 가운데 가장 미문에 가까울 글쓰기 ‘순수하게 글로만 감명을 주는 저자’ '에세이 전성시대에 사유와 문장이란 무엇인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책’이라는 찬사를 보냈다. (64쪽)

몸으로 쓴 기록의 정점을 찍은 책은 < 고기로 태어나다>이다. 식용 동물 농장 열 곳에서 일한 작가의 경험을 담은 이 책 을 누군가는 한국 논픽션의 성취로 인정 했다. 주장 은 없되 읽는 자로 하여금 불편함을 자각하게 한다. 국내 고기 산업 에 관한 충격적인 르포르타주이자 선혈이 낭자한 밑바닥 노동에 관한 서글픈 비망록 이다. ˝ 너무 잔혹한 데 읽는 일을 멈출 수 없다 ‘ 같은 편집자들의 반응도 이어졌다 . 
<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 은 장애인 변호사가 장애인의 삶을 이야기 하는 책이다 . 이지은 위즈덤 하우스 편집장 은 “ 몸으로 써 내려간 경험자의 말은 언제나 힘이 세다고 느꼈다 . 술술 읽는 책은 아니지만 모두가 공존하는 삶을 위해서는 읽어야만 하는 책이다 ˝ 라고 말했다. (65쪽, 시사인 별책부록 2018 행복한 책읽기)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은 말미 올해의 저자 김원영 편에서 별도로 소개된다. 

그는 이 책에서 실격당한이라고 낙인 찍힌 장애인의 삶을 변론 한다 . 책에서 말하는 실격당한 삶 , ‘ 잘못된 삶은 존중 받지 못하는 삶이다 . 이들은 개별적 존재로 인정 받지 못한다 . 다수가 혐오하는 성적지향과 정체성을 가진 사람 , 장애나 질병을 가진 사람 대부분이 그렇다. 애초 책을 쓸 때부터 생활에 밀착된 체험과 추상적인 이론을 책 한 권에 담고 싶다는 욕심을 냈다 . “ 장애라고 하는 개념 자체가 물적으로 다가왔으며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 추상적인 권리 담론이 아니라 피와 살로 구성된 사람의 경험으로 다가오길 바랐죠 .˝ (72쪽)


사회학을 전공한 그가 변호사가 된 이유가 있다 . 대체로 사정이 여의치 않고 , 교육 수준이 높지 않은 장애인 친구들과 친척들은 무슨 일이 생기면 모두 그에게 물었다. 서울대에 다닌다는 이유에서다 . 사회 사상 이론을 허세스럽게 공부하는 대학생이었는데 , 푸코를 안다고 해서 친구 아버지의 밀린 임금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려웠다. 휠체어가 집안 어딘가를 긁어 놓았다며 임차 보증금을 돌려 주지 않겠다는 집주인과의 갈등을 해결할 수도 없었다 . 뭔가 현실적인 도구를 가져야 했다 . (73쪽, 시사인 별책부록 2018 행복한 책읽기)


김원영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 장애 당사자들 중에는 결국 엘리트 장애인의 이야기가 아닌가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현실적인 책을 냈다는 점에서 의미있다고 본다. 기자가 언급했듯이 장애인의 삶과 문제를 입체적으로 볼 수 있을 만한 책이다. 


바쁘기는 하지만 그래도 연말 연초에도 여러 주제의 책읽기는 지속하고 있다. 또 다른 독서주제들이 있어 2018년에 몸으로 써낸 책들을 언제나 읽을 수 있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히 읽어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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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회사에 다닐 때 일이다. 개발이 끝난 프로젝트지만 양산에 들어가기까지 약간의 시간이 걸렸다. 논문이나 유사한 경쟁사 기술을 쉴 새 없이 검색한다. 재수없게 원천기술과 엮이기라고 하면 꽤 많은 수정이 필요하다. 다행히 코드만 약간 바꿔 특허침해 논란을 피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물론 그들의 기술을 참고한 건 아니지만, 알게 모르게 남의 기술을 침해할 수 있는 것이다. 


책을 쓴다는 것도 마찬가지일듯 하다. 적지 않은 책들이 표절 논란에 휩싸인다. 사실 그래서 책을 읽기가 어렵다. 물론 본인의 연구, 생각을 담아내며 많은 각주와 참고문헌을 꼼꼼히 체크하기도 하지만 그렇지 못한 이들도 상당하다. 특히 경영, 자기계발류의 책들은 어디서 본듯한 내용들 투성이다. 


스타 인문학자 배철현 서울대 교수, 표절의혹 제기 후 사직 https://www.yna.co.kr/view/AKR20190113028400501?input=1179m


종교 강의로 유명세를 탄 배철현 교수가 표절 논란으로 교수직을 사퇴했다. 


         


표절이 과연 그의 사상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그의 강연과 글은 충분히 생각해 볼 만한 가치가 있고, 단순히 학술서에만 표절을 했을수도 있다. 그럼에도 표절이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필요가 있다. 


배 교수는 연세대 신학과 학부를 졸업한 후 미국으로 건너가 2001년 미국 하버드대에서 고대 근동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세종대 교수를 거쳐 2003년 서울대 인문대 종교학과 교수로 임용됐다.

https://www.yna.co.kr/view/AKR20190112030700501?input=1179m


표절이 의심되는 책은 <유다인의 토라> 이다. 

배 전 교수가 세종대와 서울대에 임용된 것이 각각 2002년과 2003년임을 감안하면, 서울대 인문대 홈페이지에 실린 연구실적 기준으로 임용 시점 전에 단독으로 집필한 학술 연구서는 『타르굼 옹켈로스 창세기』단 하나밖에 없었다.


배 전 교수 저서 중 이와 동시에 발간된 『유다인의 토라 -- 타르굼 옹켈로스 창세기』도 있으나, 별도 연구서가 아니라『타르굼 옹켈로스 창세기』 중 전문적 내용을 삭제해 일반인용 대중서로 만든 것이다.

https://www.yna.co.kr/view/AKR20190113028400501?input=1179m


연합뉴스가 자세히 취재한 것이 있어 기록차원에서 남겨둔다. 


[표절의 해부]①배철현 前 서울대교수『타르굼 옹켈로스 창세기』

https://www.yna.co.kr/view/AKR20190113028400501?input=1179m


[표절의 해부]②논제도 논거도 똑같고 비문까지 '재탕'

https://www.yna.co.kr/view/AKR20190112052000501?input=1179m


[표절의 해부]③성공한 표절은 처벌할 수 없다?

https://www.yna.co.kr/view/AKR20190112051900501?input=1179m


[표절의 해부]④'의인 열 명'을 찾기 힘든 학계

https://www.yna.co.kr/view/AKR20190112051500501?input=1179m


* 마지막 기사 중에 씁쓸해지는 부분이 있다. 

배 전 교수의 표절 의혹과 관련해 자료를 검토하고 자문에 응한 소수의 학자들도 실명을 밝히기는 거부했다. 보복이 두렵다는 것이었다.


F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면담에서 배 전 교수의 저서 『타르굼 옹켈로스 창세기』에 대해 "어떤 변명을 하더라도 명백한 표절"이라고 수차례 강조했지만 실명 공개는 극구 거부했다.


F 교수는 과거 종교계 유명 인사에 대한 표절 의혹을 제기했던 사례를 언급하며 "당시 해당 단체에서 내 박사학위 논문을 다 뒤졌나보더라. 그 단체에서 학교에도 전화를 하는 등 그일로 내가 참 많은 어려움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실명 인터뷰를 하면) 서울대에서 우리 학교를 공격할 수도 있다"며 걱정을 드러냈다.


https://www.yna.co.kr/view/AKR20190112051500501?input=1179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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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2018년]을 말하다(http://blog.aladin.co.kr/rainaroma/10590364)에서 링크 걸어둔 책 소개 기사들 중에 아시아태평양물리센터에서 선정한 과학책이 있다. 이 책들은 몇 몇 알라디너분들이 소개하기도 했다. 

아시아태평양물리센터 선정 올해의 과학책 http://crossroads.apctp.org/myboard/read.php?Board=n9998&id=1372


몇 년 전 부터 과학책에 관심을 두고, 읽거나 구매하는 비중이 상당한데, 이번에 선정된 책들 중에도 절반의 책을 구매해서 가지고 있다. 나머지 책들중에서도 두어권은 추가로 구매할 듯 하다. 


유사과학을 다루고 잇는<과학이라는 헛소리>는 재미있어 보이는 부분만 발췌독을 하고 있고, <뷰티풀 퀘스천>은 앞 부분을 조금 읽고 어떰 책들과 엮어 읽을까 고민중이다. <전체를 보는 방법>은 지금 읽고 있는 <스케일>과 같이 읽을까 재 보는 중이다. <20세기 기술의 문화사>는 기술이라는 관점으로 20세기를 관통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듯 하다. 사진엔 없지만 <물속을 나는 새>는 연말에 새를 주제로 몇 권의 책을 더해 읽기를 했던 주제로 ‘이번엔 새야’라는 카테고리를 만들어 두기는 했는데, 언제 정리할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링크건 기사에 들어가보면 각 책들의 선정사유 혹은 간단한 소개가 되어 있다. 그 중에 <과학이라는 헛소리>를 옮겨본다. 


박재용 저 / Mid

 종교의 대치로 과학을 들먹이는 것을 탐탁지 않아 하는 편이지만, 적어도 어떤 면에서는 과학은 현대인에게 있어 일종의 종교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안타까운 것은 과학의 종교화는 종교가 지닌 긍정적인 측면이 아니라 부정적인 측면만을 복사해서 악용되는 경우가 너무나도 많다는 것이다. 과학이 아닌 유사과학이 과학의 탈을 쓰고 사람들을 속이고, 과학에 대한 잘못된 이해가 극단적인 비과학주의로 이어지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 점에서 『과학이라는 헛소리』는 일종의 과학 전도서라고 볼 수 있다. 이 책의 이전에도 무수히 출간되었던-그렇지만 곧 사라졌던- 과학이라는 가면 뒤에 숨은 사기와 허위, 다시 말해 유사과학의 민낯을 까발리는 책들의 연장선상에 있다. 하지만 이 책만이 가지는 차별점은 분명하다. 외국이나 지난 세대의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지금 살아가는 시대와 공간에서 건져 올린 현실밀착적 소재들을 우리의 언어로 속속들이 파헤치며, 헛소문의 가면 뒤에 숨은 진짜 괴물이 누구인지를 잡아내어 명백하게 보여준다는 것에서 말이다. 우리에겐 이제 우리만의 과학 안내서를 가질 때도 되었으니까.

이 은 희 (과학커뮤니케이터)

http://crossroads.apctp.org/myboard/read.php?Board=n9998&id=1372




(북플에서 작성후 PC에서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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