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모랜덤 살림지식총서 10
최성일 지음 / 살림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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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미국 읽기의 아주 좋은 동반자이다. 아직 본격적인 미국 읽기에 앞서 이 책을 만난 것은 큰 행운이다. 지은이 최성일은 출판평론가이다. 종종 그에게서 책에 대한 귀한 정보를 얻었던 터라 참 반가운 마음이 앞섰다.

 '미국 메모랜덤'은 미국에 대한 책 소개서이다. 어떤 책을 통해 미국을 알아가면 좋을 지 조언을 해 준다.  '제 1부 미국은 이런 나라'에서는 거시적으로 미국을 다루고 있는 책들을 소개한다. 미국의 개요를 소개하는 책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 나라의 문화가 궁금하다'(학민사)라는 책에서는 미국이 어떻게 불려왔는지를 보여준다. 애초 아메리카를 딴 '아미리가'(亞米利加)로 표기하다가 '미국(米國)을 거쳐 현재의 '미국(美國)으로 불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한국인이 쓴 미국인상기는 크게 세가지로 구분된다. 유학생, 이민자와 언론사 특파원이다. 그에 따라 미국에 대한 인상이 큰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미국인상기의 역사는 생각보다 오래되었다. 구한말 당시 미국유학을 경험한 '윤치호 일기'가 있다. 
 그리고 세계 유명인들 장 보드리야르, 움베르트 에코, 마빈 해리스 그리고 시몬느드 보봐르 또한 미국인상기를 남겼는데 이들 각자 신선한 시각으로 미국을 다루고 있다. 문제는 조금 오래되었다는 점인데. 

 '제 2부 미국을 읽는다'에서는 본격적인 미국 읽기를 시작한다. 아메리카, 뉴욕, 맥도날드, 스타벅스 등 미국을 대표하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책을 소개하고 있고, 인물을 중심으로 미국을 엿볼 수 있는 책과, 문화로 미국 읽기를 시도하는 책들에 대한 소개 또한 읽은 만 하다.

 '제 3부 미국 깊이 읽기'에서는 미국에 대한 접근을 시도했던 책에서 한 걸음 더 나가 미국으로 직접 들어간다. 미국의 정치적 기반을 마련했던 토마스 페인의 '상식'과 같은 책을 소개한다. 기존의 역사서와는 다른 입장에서 서술된 책도 소개하고 있는데 콜럼버스의 악행으로 부터 시작하는 하워드 진의 '미국민중저항사'(일월서각), 미국·스페인 전쟁의 이유를 쿠바 해방이 아닌 흑인 공화국이 생기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이면의 이유를 지적한 케네스 데이비스의 '미국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것, 미국사'(책과함께), 윌슨의 민족자결주의는 벨기에의 권리로 생각한 것이지, 베트남과 같은 남동아시아나 남미같은 나라의 권리로는 인식하지 않았다는 제임스 로웬의 '선생님이 가르쳐준 거짓말'과 같은 책을 이야기한다. 미국의 주류사회인 보수사회와 대외정책에 대해 출간된 책들에 대해서도 평을 한다.

 지은이는 단순히 미국을 소재로 한 책에 대한 소개만으로 그치지는 않는다. 이진의 '나는 미국이 딱 절반만 좋다'(북&월) 에서는 지은이의 미국에 대한 호감과 반감이 분명히 구별되지 않고, 단지 공화당 지지자와 민주당 지지자의 대비 같은 것으로 지면을 채우고 있고, 함께 병기한 영어문장은 독서의 흐름을 방해한다며 책에 대한 평가에서도 인색하지 않다. '주홍글씨'의 경우 완역판에 보여지는 '세관'은 소설의 줄거리에 별반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많은 문고본에서는 누락되는 경향이 있는데 '세관'은 소설의 배경이 되는 시대적 정황을 일러주는데다 날카로운 풍자가 일품이라는 정보도 제공한다. 

 미국 읽기를 시도하면서 솔직히 두려움이 있었다. 미국을 소재로 한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기준을 잡기가 어려웠고, 제목만으로는 내용을 가늠하기 힘든 책들도 많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런 미국 읽기의 중요한 방법을 제시하는 아주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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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문화지도 살림지식총서 9
장석정 지음 / 살림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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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사에 대한 책을 한 권 읽고 나서 살림지식총서를 대상으로 미국 읽기를 시도하였다. 현재까지 살림총서만 9권째이다. 처음에 마음에 둔 것은 미국의 정체성(총서 002), 영화로 보는 미국(총서 007), 미국 문화지도(총서 009)이다. 문화를 통해서 미국을 엿 보는 것은 바로 삶의 모습들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서나 정치사회쪽에서 놓친 부분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다. 

  미국 문화지도는 솔직히 기대하는 마음으로 들었다. 그러나 저자를 보는 순간 실망하였다. 바로 총서 008 '미국 뒤집어보기'의 저자와 같았다. 그런 실망은 책을 읽는 과정에서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지은이는 '미국 뒤집어보기'에서 했던 말을 또 다시 하고 있다.  미국에 대한 우리의 자세는 반미 아니면 친미로 나뉘어졌는데 정말 필요한 것은 미국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것, 지미(知美)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지은이는 그래서 미국인들의 삶의 모습을 한국과 대비하여 보여주고 있다. everyone 다음에는 단수동사를 쓴다는 사실을 통해 개인 하나하나의 관심을 갖는 미국이라고 소개하고, 우리와는 다른 도량형을 쓰고, 지방분권이 잘 이루어지고 있고, 우리처럼 적당히가 통하지 않고 프로처럼 일하는 나라 등 삶의 모습을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지은이의 자세가 지은이가 주장하는 것 처럼 지미에 있지 않다는 점이다. 많은 책 혹은 언론에서 듣던바를 앵무새가 반복하듯 하고 있다. 우리는 이런데 미국은 저래서 선진국이야. 그런 식의 말이다. 예를 들자면 우리나라는 부패가 심한데 미국은 부패가 없다라는지, 우리나라는 사람의 위치에 따라 차별대우하지만 미국은 그렇지 않다는지 하면서 우리나라를 비판하는 내용을 우리는 수도 없이 들어왔다. 이 책은 그런 비판의 아류에 불과하다.

 여기서 더 큰 문제는 바로 그런 비판이 정당하느냐의 문제이다. 미국이 신뢰를 중시하는 사회이고, 합리적이고 정직한 기업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 들어왔지만 이제 그 말을 하는 사람들은 공부를 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지난 번 엔론의 회계부정사건에서 벌어졌듯이 더 이상 미국 기업이 한국보다 깨끗하다고 말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또 예를 들자면 탈세를 하는 한국으 대기업보다 세금 내기 싫어서 남태평양 무인도에다 본사 주소를 옮겨놓은  미국의 대기업은 훨씬 깨끗하다고 말할 수 있는가? 지은이는 또한 미국의 직원들은 프로페셔날 정신을 가지고 있어 정해진 시간 동안 자신이 맡은 일을 충실히 해 내는데 반해, 한국의 직원들은 인터넷이나 즐기고, 게으르게 일하면서 야근을 하는 둥 한다고 비판하는데 도대체 언제 쩍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다. 10년전 이야기를 지금 하는가? 왜 한국회사의 미국공장들은 한국공장보다 생산성이 나쁜지 알고나 있는지 모르겠다. 모 전자회사의 경우 한국공장의 정상품 생산율은 90%에 육박하는데 미국공장은 70% 수준 밖에 되지 않아서 고민이라고 한다. 그 회사 뿐 아니라 미국에 공장 혹은 연구소를 가지고 있는 대다수 한국 대기업들이 미국 자회사들 때문에 골치를 썩이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지 모르겠다.

 지은이는 결론적으로 미국을 비판하는 반미 세력을 비판한다. 애초 처음에 말한 것과는 다르게 지은이 자신이 철저하게 친미의 입장에서 글을 썼다는 것을 은근히 드러내고 있다. 모든 것을 미국의 탓으로 돌리는 반미주의자들은 단순하게 말한다는 것이다. 그런말을 읽었을 때 지은이가 과연 세계 정세에 관심이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미국의 역사를 알기나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지은이의 가장 큰 오류는 반미주의자들이 겉으로는 반미를 주장하지만 속으로는 보졸레 와인을 찾고 렉서슬 원하는 속물로 취급하고 있다. 이런! 모든 사람을 자기와 같이 생각하는 이런 일반화의 오류속에 빠져 있는 사람이 쓴 글이라니. 세상에 정말 순수한 사람이 많다는 사실을 잊고 모든 사람들이 다 자신처럼 물질만 추구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지은이는 조금 더 공부를 해야 할 것 같다. 물론 지식적인 측면에서는 공부해야 할 것이 없는지도 모르지만, 미국의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고 한국 국민 수의 절반이 넘는 미국의 가난한 사람들을 좀 만나보고 세상과 사람 공부를 좀 더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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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뒤집어보기 살림지식총서 8
장석정 지음 / 살림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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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평하는 데 있어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나의 생각과 같은 책이라고 해서 좋게 평가하고 반대라고 해서 나쁜 책이라고 해서는 안된다. 나의 의견과 같다고 하더라도 전혀 새로운 내용이 없거나 단순히 감상적인 이야기들만 나열했다면 그 책은 쓰레기이고, 정반대의 의견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거나 근본적인 문제를 건들고 있다면 소중한 책이다.

 또한 책을 읽는데 있어서는 모든 책은 좋다는 선입견을 버려야 한다. 요즘과 같은 경우는 정말 좋은 책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이다. 각종 도서평을 수시로 읽어야 하는 번거로움과 믿을만한 저자나 출판사에 의지해야 하는 일이 발생한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고 양질의 출판사에서도 쓰레기 같은 책을 많이 펴내곤 한다. 

 지은이는 미국이 우리와 굉장히 밀접한 관계에 있음에도 우리는 미국을 모른다고 단정한다. 그리고는 미국을 아는 것이야말로 우리에게 굉장히 필요하고 더불어 우리에 대해서도 알아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책을 시작한다. 그리고는 미국의 여러 모습을 다각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런면에서 살림지식총서002의 미국의 정체성과 비슷한 접근인 것 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책은 한마디로 쓰레기다. 저자는 '미국 뒤집어보기'라는 제목으로 독자를 현혹 시키고 있는데 실제로 저자가 이야기하는 내용은 피상적인 껍데기에 불과하다. 고작 한다는 이야기가 부시 대통령은 43대 대통령인데 사실 중간에 대통령직을 이어받아 차기 대통령이 된 적이 있으므로(24대 대통령 클리블랜드) 사실은 마흔두번째라는 등 미국의 신문은 그렇지 않은데 한국신문들은 머리보다 가슴으로 기사를 쓴다는 등 쓰잘데기 없는 이야기들을 통해 '너희 들은 모르고 있는 것 나는 알고 있다'식의 투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문제는 지은이가 한국에 대해서도 엉터리로 알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식 자본주의를 이야기하면서 우리나라의 달동네가 사라졌다는 말을 쓰고 있는데 이는 미국식 자본주의를 통해 가난을 해결했다는 식의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최고의 부촌으로 불리는 타워팰리스 정면에 판자촌이 아직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듯 하다. 강남 부동산으로 부의 방석을 깐 사람들은 미국식 자본주의를 찬양해야 하는 것 처럼 이야기하는데 우리나라의 부동산 투기와 미국식 자본주의정신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 참 멀다.

 책에 있어서는 미국을 찬양하고 한국을 비판하든, 한국을 찬양하고 미국을 비판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생각을 갖는 근거와 함께 마땅한 논리를 이야기해야 한다. 지은이가 이야기하는 문제들 중 태반은 지은이의 무지가 그대로 들어나고 맞는 말은 누구나 알고 있는 정도의 수준 밖에 되지 않는 이 책은 별 한개도 아까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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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보는 미국 : 할리우드 영화의 문화적 의미 살림지식총서 7
김성곤 지음 / 살림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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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에게 미국만큼 중요한 나라는 없지만 그 만큼 미국에 대해 무지하지 않나 싶다. 많은 사람들이 미국생활을 경험하기는 하지만 내가 보기에 그들 중 대부분은 미국의 겉 모습만 알 뿐 실제 사회구성원리나 사람들의 생활에 대해서는 무지해보인다. 미국을 굳이 가지 않더라도(오히려 미국 생활이 많은 편견을 갖게 할 것이다.) 미국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은 책이나 인터넷, 미디어(TV, 영화, 드라마)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그 중에서도 헐리우드 영화를 통해 미국을 이해하는 것 또한 하나의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영화는 영화 나름의 의미외에도 한 국가의 사회상과 민족, 국가의 집단심리, 그리고 한 시대의 문화를 읽어내는 중요한 문화텍스이다. 특히 대중매체가 주종을 이루는 미국의 경우, 미국영화는 미국사회와 문화를 반영하는 거울의 역할에 충실하기에 미국사회를 이해하는 중요한 단초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맞벌이 부부의 증가로 인해 집에 남겨진 아이들에 대한 우려가 대두될 때 '나 홀로 집에'라는 영화가 만들어졌고, 자연재해에 대한 불안이 있을 때는 '볼케이노', '딥 임팩트', '아마겟돈' 등이, 인간복제·가상혀닐 등이 사회적 관심사일 때 '매트릭스', '아일랜드' 등이 영화가 개봉되었다. 지은이는 이런 관점에서 미국의 여러 모습들을 엿보려 하고 있다. 미국적 가치관, 아메리칸 드림, 물질주의와 잃어버린 목가적 꿈, 자유주의와 보수주의, 법치문화, 개인의 자유, 인종문제, 가정관 그리고 미국의 영웅 등을 통해 미국 사회를 다각적으로 보여준다.

 지은이는 영화 '아메리칸 뷰티'가 미국사회의 여러 모습을 보여준다고 한다. 주인공 레스터는 미국의 교외 중산층을 대표하지만 가장으로써의 위치를 상실한 현대 가정의 모습이다. 미국의 가정의 붕괴, 동성애, 마약, 섹스 그리고 혼외정사 등 가치관이 상실된 미국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저자는 이외에도 그런 레스터가 딸의 친구를 보며 연애감정을 느끼고 운동을 하려는 장면은 끊임없이 젊어지려고 하는 미국을 상징한다는 것을 읽을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자유분방한 레스터와 해병대 대령 출신 피츠의 대립은 도덕적 해이에 빠져있는 자유주의와 비인간적 위선의 길을 걷고 있는 보수주의 모두를 비판하고 있다고 폭 넓은 해석을 보여준다.

 이와 같이 영화를 통해 미국의 현재 처한 사회상과 그 뒤에 숨어있는 원인 혹은 책임에 대한 비판을 읽을 수 있다. 

 미국영화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가정을 지키려는 부모의 역할이다. 가끔은 무모하게 보이기도 할 정도로 바쁜 순간에도 가족을 챙기는 모습을 미국영화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직접적으로 가정을 파괴하는 악당으로 부터 가족을 보호해내고(가정이 파괴되어 가고 있는 미국의 현재의 사회상) 때로는 액션영화 등에서도 가족이야말로 가장 소중한 존재이다.(가정이 사회생활의 기본임을 강조) 우리는 얼핏 미국에서는 가족의 개념이 약한 것 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미국의 생활근간이 되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가족이라는 점을 영화에서 쉽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이 책은 문화적인 텍스트로 영화를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아주 훌륭한 책이다. 그러나 내가 이 책에 대해 별 셋이라는 인색한 평가를 내린 것은 아무래도 지은이의 방식으로 일반인이 영화를 통해 미국사회를 엿 보는 것이 쉽지는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겉으로 보여지는 사회상을 읽어내는 것은 충분하지만 그 이면에 숨어있는 자유주의와 보수주의의 싸움까지 읽어내기에는 힘들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그렇지만 사후적으로 읽어 미국사회를 이해하는데는 아주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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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얼굴을 한 시장 경제, 공정 무역
마일즈 리트비노프.존 메딜레이 지음, 김병순 옮김 / 모티브북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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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산주의가 무너진 지금에 있어서 자본주의를 견제할 만한 경제방식은 없어 보인다. 어느 책에선가 이런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공산주의나 자본주의 모두 인간을 생산도구로 생각할 뿐이다라는 점이다. 그리고 다른 책에서 '인간적'이라는 말을 발견하곤 마음에 담아내었다. 인간을 존중하는 경제체제라면 공산주의가 되었건 자본주의가 되었건 사람이 사람다울 수 있는 생활방식이 될 것이라는 꿈 같은 희망을 가져 보았다.
 
 이 책에 눈길이 강하게 꽂힌 것은 바로 제목 때문이었다. 제목은 그말 그대로 공정무역은 인간의 얼굴을 한 시장경제라는 것이다.  
 
 공정무역의 개념은 아주 쉽다. 노동자들이 생산한 제품, 농산물에 공정한 가격이 매겨지고 노동자, 농민들은 정당한 임금을 받게 된다. 이는 가난한 노동자, 농민들이 가난에서 벗어나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준다. 공정무역에 의해 만들어진 제품이나 농산물은 안정된 작업환경 및 윤리적인 방식에 의해 생산되므로 제품의 질이나 안정성이 높다. 또한 대규모기업들의 횡포에서 벗어날 수 있어 합리적인 가격에 제품을 구매할 수 있어 생산자, 소비자 모두 윈-윈 할 수 있는 경제구조이다.
 
 이 책에서는 이런 공정무역의 실제 사례들을 보여주고 있다. 제3세계에서 생산되는 많은 농산물들은 2-30년전에 비해 하락하였다. 특히 커피의 경우는 30여년 전의 1/5 가격 밖에 되지 않는다. 아프리카, 중남미의 많은 농민들이 생산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가격으로 인해 다국적기업의 플랜테이션의 임금노동자가 되는 등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생산성 향상을 위한 농약은 농민 자신의 건강에도 심각한 해를 입혔다. 그러나 소규모 조합 등을 중심으로 공정무역을 시작한 후 그들은 최소한의 삶을 보장받게 되면서 제품의 질에 대해서 고민하면서 유기농법을 도입하는 등 발전을 하게 된다. 공정무역에 덧붙여지는 초과이익은 농업기반외에 교육환경 등 기본적인 삶의 조건 등을 확충하는데까지 발전하게 된다.
 
 공정무역의 갖는 장점은 비단 가난에서의 탈출과 유기농법, 교육기반 확대 등에만 그치지 않는다. 점차 민주주의의 원리가 도입된다는 데에서도 큰 의의를 찾을 수 있다. 국제 공정 무역은 여성에게 남성과 똑같은 권리외에 여성의 고유한 건강과 안전 등을 보장하는 것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따라서 협의체내에서 여성들의 발언권이 보장되는 등 사회적인 여성의 권리가 뿌리내릴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 뿐 아니라 몇 해전 쓰나미로 사회기반이 파괴된 동남아시아를 돕는 일에도 이들은 적극적으로 도왔다. 조합 중심으로 운영되던 창고, 트럭 등을 이용하여 최선의 원조를 하였다. 
 
 그러나 공정무역의 앞날도 그리 쉽지 만은 않다. 일단 대규모 기업들이 공정무역에 관심이 없거나 관심이 있다하더라도 겉치레 정도의 수준에 그치고 있다. 또한 대체로 자유무역을 주장하는 경제학자들은 이런 공정무역을 노골적으로 비난한다. 애덤 스미스 연구소는 2004년 보고서를 통해 '시장 가격보다 가격을 더 올리기 위해 그럴듯하게 의도된 간섭주의자의 음모는 시장의 현실을 무시한다. 따라서 이들은 결국 실패로 끝나거나 질병을 더 악화시키는 치료법이 되고 말 것이다.'(232쪽) 네슬레 보고서에서는 '만일 커피 재배 농민들이 시장 가격보다 높은 공정 가격을 받는다면 농민들은 커피 생산을 더 늘릴 것이고 이는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을 더 왜곡하여 커피 생두의 가격을 떨어뜨릴 것이다.'(232쪽) 자유무역을 예찬하는 이들은 사회전체 부가 증가하면 빈부격차는 자연적으로 해소될 것으로 믿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자유무역이 대세인 지금 전세계의 빈부격차는 날로 심해져가고만 있다. 네슬레 보고서는 커피 생두의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오히려 기존 체제에서는 생산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가격으로 많은 자영농민들이 플랜테이션 노동자로 전락하였다는 사실을 애써 무시한다.
 
 이 책만 읽으면 공정무역의 미래는 밝아 보인다. 물론 인간의 얼굴을 한 공정무역이 발전한다면 우리는 지속가능한 사회를 이룩할 수가 있을 것이다. 공정무역에 대한 소개가 이 책이 처음인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공정무역의 개념을 담고 있는 협동조합, 소규모이지만 공정무역에 의한 제품들이 수업되고 있고, 서해문집에서 출간된 '희망을 거래한다'라는 책은 이 책에서도 소개되고 있는 '막스 하벌라르'라는 소재로 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공정무역은 우리에게 낯선 단어이다. 이 책을 통해 한국에서도 제품에 대한 고민과 함께 고통하고 있는 제3세계 농민들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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