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는 한국이다 - 한국 축구 124년사, 1882-2006 인사 갈마들 총서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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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지금 대한민국은 축구다. 신문을 펴들건, 거리를 나서건, TV를 켜건, 물건을 구매하려고 해도 월드컵의 포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 즈음 축구의 사회문화적 위치를 다룬 책들이 출간된 것은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단순히 축구에 대해서만 소개하는 책들이 대부분이지만, 책을 사랑하는 이들이 축구속으로 쓰윽 들이밀 수 있는 계기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가치는 사회문화사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 어떻게 보면 축구를 중심으로 한 대한민국 축구사로 볼 수 있지만, 축구라는 프리즘을 통해 124년의 한국의 역사를 들여다 볼 수도 있다.

은 근래의 한국적 교양만들기 작업과 언론에 비친 역사 작업을 하고 있는데, 이책은 그 작업의 연장선에 있다고 생각된다. 2002년 월드컵을 경험한 우리에게 축구는 단순히 축구이상이기 때문에 축구의 사회문화적 의미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축구하면 언뜻 2002년 월드컵부터 광적인 응원문화가 형성되고, 우리의 관심이 고조된 것 처럼 보이지만 사실 축구가 우리나라에 도입되고 얼마되지 않은 때부터 축구는 삶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 1930년대 경평전(서울팀대 평양팀의 경기)이 있는 날이다. ‘경평전이 있는 날은 거의 가게 문을 닫았고 평양 기생들은 영업을 포기했다. -평간 세 시간 거리인 기차 속은 응원인파로 초만원이었으며 이기면 양조장들에선 행인에게 막걸리를 공짜로 퍼먹이기도 했다.’(39. 조선일보 98.11.10) 월드컵 16강 기념 안주 무료 하듯이 70년전에도 축구는 단순히 축구를 넘어 생활이었다. 1969년에는 70년 멕시코월드컵 예선전 한일 경기가 개최되었다. ‘개막 4일 전에 한일전 입장권이 매진되자 대회위원장 은 입장권을 사지 못한 팬들을 위해 서울 운동장 앞, 남산 야외음악당 등 서울시내 13개소에 대형 텔레비전 스크린을 설치해 무료 관람시키기로 했다고 밝혔다.’(110. 조선일보 69.10.7) 지금 광화문에서 대형 전광판을 통해 경기를 관람한 것처럼 40년 전에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한국축구에 비상이 걸리는 상황이 발생한다. 1966년 영국월드컵에서 북한이 8강 기적을 이룬 것이다. 당시 남북간의 대결이 심하던 상황에서 아시아의 맹주역할을 하던 한국보다 북한의 성적이 좋다는 것은 한국에는 충격적인 일이었다. 곧 정부주도의 국가대표팀이 만들어지게 되는데, 이 국가대표팀은 중앙정보부(지금의 ) 소속이었고, 국가대표팀에 소집된 선수들은 군 미필자의 경우 모두 소위를 달아주는 웃지 못할 일도 있었다. 축구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가졌는지 가늠해 볼만한 사건이다.

은 우리나라에 축구가 도입된 124년도부터 2006년 월드컵 바로 직전까지의 축구를 담아냈다. 한국적 축구에 대해 분석을 하는데, 의 여타책에서 보는 것과 같이 한국의 축구에 대한 시각은 볼만하다. 우리에게 축구는 축구자체를 넘어선다. 축구자체에 대한 관심은 적은데 반해 축구를 매개로 일종의 놀이판의 역할을 한다. 한국의 축구는 일종의 한풀이의 성격이 강했는데, 10여년 전부터는 놀이판의 성격을 강하게 띠고 있다. 그래서 저자는 일부에서 비판하는 것과는 다르게 우리나라 전통의 놀이문화의 측면에서 축구를 보자고 말한다. 전통적으로 우리나라는 놀이문화가 강했는데(전통적인 놀이수단 만이 아니라 심지어는 관혼상제 모두 놀이문화를 안고 있었다. 다만 일제 식민지와 개발독재의 시간을 거치면서 노동이 강요되는 시대가 되었지만) 지금의 아파트 문화 등으로 대체되는 현실에서는 마땅한 놀이터를 찾기 힘들다. 그런점에서 축구는 그런 놀이판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붉은악마라는 자발적인 동아리활동을 통해 전파된 열광의 문화가 2006년에는 자본의 손아귀에 넘아가버려 불만이다. 서울광장에 대한 사용도 붉은악마, KTF등 컨소시엄이 SKT,조선일보, KBS 컨소시엄에 지면서 붉은악마가 만든 응원문화와 월드컵공식후원업체 KTF SKT 컨소시엄이 제공한 응원대에 초청(?)되는 기괴한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이 점은 책에서도 지적된다. 평소 축구에 관심을 가졌던 기업들은 월드컵에서 제외되어 버리고 축구에 전혀 투자도 안하던 기업이 월드컵의 효과를 독차지 해버리는 –SKT를 대표적으로 지적- 점은 축구문화 발전을 위해서도 고려되어야 하는 부분이 아닐까?)

이 책은 축구를 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든 읽어볼 만한 책이다. 일단 기본적으로 축구라는 프리즘으로 대한민국을 바라볼 수 있다. 축구의 역사를 통해 대한민국의 근현대사를 읽어낼 수 있다. 역사를 전공하거나 역사에 관심이 많다면 역사의 한 부분을 축구라는 틀로 채워 입체적으로 역사를 볼 수 있고, 축구팬이라면 한국의 축구에 대한 많은 지식과 잡다한 내용들을 알게되는 기쁨을 누리게 될 것이다.

그런데 책에서 하나의 오류가 발견된다. 1966년 영국월드컵에서 8강전에서 포르투갈에 3;4로 역전패하게 되는데 북한선수들은 금의환향했다. 그러나 대부분 숙청당했다.(106) 통제된 사회에서 풀려버린 북한 대표팀은 포르투갈과의 경기 전날 영국의 여성들과 환락의 밤을 보냈고 그로 인해 포르투갈 전 패배 후 모두 아오지탄광을 갔다고 이영만의 책(공하나에 얽힌 10만가지 사연 : 기자의 스포츠 X파일. 174)을 인용하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당시를 다룬 다큐멘타리 영화 천리마축구단에서도 당시 남한에는 그런 소문이 돌았다고 지적하는데, 사실 포르투갈전 전날 북한팀은 숙소를 구하지 못해 수도원(교회에 소붙어 있는)에 간신히 머물렀는데 그곳의 시설이 북한선수들에게는 너무 생소했다고 한다. 여러명이서 숙박할 수 있었던 다른 숙소와는 달리 그곳은 개인 기숙사 시설 같은 곳이라 1인씩 생활하는데 문제는 방이나 숙소 곳곳에 걸려있는 성상(예수상, 성모상)들과 예배소리였다. 전날 컨디션 조절에 실패한데다가, 세계최강 포르투갈은 맞아 먼저 3골을 넣었는데, 당시 북한팀은 축구선진국처럼 게임을 조절할 줄 몰랐다. 보통 3골정도 먼저 넣으면 수비위주로 전술을 바꾸게 되는데 북한팀은 그런 노련미가 부족했다. 당시 남북한의 상황을 보여주는 장면이라 생각된다. 북한의 선전을 결코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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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그 빛과 그림자 - 개정증보판 예림신서 2
에두아르도 갈레아노 지음, 유왕무 옮김 / 예림기획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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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이 한국을 장악했다. 스포츠, 축구 뿐만 아니라, 축구와 거리가 멀어 보이는 문화행사들도 축구와 관련된 행사 혹은 월드컵 기념 할인을 한다. 아직 서점까지 접수하지는 못했지만, 축구에 대한 서적이 책방 한 가운데를 차지 하고 있다. 6 12 KBS TV 책을 말하다의 주제도 축구였다.

축구에 대한 책은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는데, ‘책을 말하다에서 소개한 축구, 그 빛과 그림자라는 책이야기를 접했다. 책에 대한 이야기의 독특성과, 책의 저자가 에두아르도 갈레아노라는 점이 흥미를 끌었다. 에두아르도 갈레아노의 책을 읽지는 못했지만, 그에 관한 기사를 읽은 기억이 있다. ‘불의기억이라고 라틴아메리타의 역사를 서술한 그의 책을 소개했던 기사가 떠올랐다. 민중의 시선으로 라틴 민중의 역사를 기술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기에 일단 그의 글에 대한 믿음이 생기는 순간이었다.

양장본으로 곱게 치장한 책의 가격은 16,000. 초판 발행은 2002, 개정증보판 2006. 출판사의 마케팅 냄새가 솔솔 풍긴다. 무수히 많은 꼭지들과 한꼭지에 보통 한두쪽 글(물론 대여섯쪽이 넘어가는 꼭지들도 많지만). 책의 모습은 완연한 에세이집이다.

책 첫머리를 열어들면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온다.

이 글을 수년 전 칼레야 데 라 코스타에서 나와 마주쳤던 적이 있는 그 꼬마들에게 바친다. 그들은 축구를 하고 돌아오는 길이었고 다음과 같이 노래를 불렀었다. 우리는 이겼다. 우리는 졌다. 그러나 우리 모두 즐겁다.’

쭈욱 관통하고 있는 것은 바로 즐기는 축구에 대한 저자의 그리움이다.

책은 저자의 축구에 대한 짧은 생각과 추억(선수, 경기)로 채워져 있다. 1900년대 초반 그라운드에서 자신의 실력을 발산했던 축구 스타들의 추억들이 많이 나온다. 우리가 알고 있는 펠레 이전의 축구스타들, 예를 들자면 펠레 보다 더 많은 골을 넣었던 프리덴라이히, 축구장에서 써커스와 같은 현란한 기술을 선보인 가린샤 등 많은 남미의 축구선수들이 나온다. 책에 등장하는 선수들은 대부분 현란한 기술 축구를 보여준다. 축구의 아름다움.. 저자가 그 선수들을 추억하는 것은 바로 그 때의 축구에 대한 미련때문이다.

축구의 역사는 즐거움애서 의무로 변해가는 서글픈 여행의 역사이다. 스포츠가 산업화되어 감에 따라, 경기를 하면서 맛볼 수 있는 아주 단순한 기쁨의 미학을 앗아가버렸다.’(75)

그런 축구의 즐거움이 사라지면서 축구는 이제 축구의 아름다움을 놓치고 패배에 대한 두려움을 낳았다고 설명한다. 1900년도 초반 2-3-5(수비수 2, 미드필더 3, 공격수 5) 이던 축구의 전술이 1900년대 후반에 들어서는 4-4-2 등 수비를 강조하는 쪽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또한 축구의 상업화가 선수들을 발노동자로 전락시켜(이전에는 다른 직업을 가지고 축구를 했던) 선수들의 수명을 약화시키고, 팀의 성적을 우선시하면서 축구의 재미가 반감되었다고 지적한다. 1900년 초반에 비해 경기당 득점은 절반, 선수들의 수명도 절반으로 줄었음을 지적한다.

간혹 보여지는 FIFA에 대한 비판도 매섭다. 축구의 상업화, 성역화를 통해 FIFAcarcy(FIFA+Cracy)를 이룩해낸 아블란제와 블래터에 대한 비판은 축구팬이거나 축구팬이 아니더라도 유심히 봐야 할 대목이다.

98년 월드컵에 대해서는 1위 아디다스(프랑스), 2(브라질),4위 나이키라고 지적하는 점도 매섭다.

이외에도 첫 월드컵부터 98년 월드컵까지 간략하게 월드컵의 소역사를 읽는 재미도 쏠쏠하고, 축구안에 역사가 담겨있는 점도 읽어낼 수 있다. 예를 들자면 1930년대 우루과이와 아르헨티나의 경기에서 우루과이가 승리하는데, 아르헨티나는 그 경기를 무효라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우루과이에는 2명의 흑인 선수가 뛰고 있었기 때문이다.

축구에 대해서 조금의 관심의 폭을 넓히기 위해 이 책은 참 유용하다. 축구를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미처 생각지도 못한 부분들을 읽어낼 수 있고, 단순히 생각하는 축구가 가지는 정치적 함의를 알 수 있다. 축구에 대한 잡다한 지식과 배후 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 또한 축구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 할 지라도 축구를 소재로 한 에세이처럼 쉽게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누구에게나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그런데 내용에 비해서 가격은 비싼편이다.)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축구를 위해서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머리속에 계속 자리잡은 것은 라틴아메리카에서의 축구는 스포츠를 넘어 문화이자, 생활이라는 점이다. (저자는 우루과이 출신이다.) 사회, 역사에 관심이 많은 저자가 축구에 대한 기억들을 되새김질하는 것을 보면 지속적으로 축구를 즐겼다는 점이다.

우루과이 사람들 모두가 그렇듯이, 나 또한 어렸을 적부터 축구 선수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나는 신기에 가까울 정도로 축구를 꽤나 잘한 편이었다. 그러나 밤에 잠을 잘 때만 그랬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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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역 옥루몽 1 - 대한민국 대표 고전소설
남영로 지음, 김풍기 옮김 / 그린비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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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루몽 1권을 집어들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고전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외면되었던 옥루몽이 깔끔한 표정으로 나타났다.

 

고전소설이라 하면 우선 홍길동전, 춘향전, 심청전 등이 떠오른다. 그에 반해 옥루몽의 인지도는 한참 떨어진다. 떨어진다고 하기 보다는 그간의 관심이 적었다는 이유외에 분량상의 이유(5), 판소리 영화 등으로 자주 접할 수 있었던 다른 고전소설보다 불리한 입장이었다는 점이 더 큰 것 같다.

 

우리나라의 대표 고전소설이라는 생각에 옥루몽 1권을 집어들었다. 솔직히 내용적으로는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다. 고전소설의 재미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문체의 맛이 요즘 같지 않고, 소재도 잘 알고 있는 소재라 재미가 반감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설 옥루몽을 펼친 순간 그대로 쭉 읽어내렸다. 이야기 전개도 재미있었고, 고전소설 특유의 다음 회를 기대하시라라는 말투의 재미에 손을 놓을 수 없었다. 어린 시절 비범했던 양창곡은 그 선조신선들의 능력을 이어받아 문무의 측면만 아니라 가난한 처지임에도 불구하고 태도가 남달랐다. 어떤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당당하게 마주치는 그의 모습은 여느 영웅소설과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여느 영웅소설과 다른 점은 배후 인물들의 다양성이다. 영웅소설은 주로 영웅 1명에 초점을 두다 보니 주인공을 제외하곤 평면적으로 그려지는 편인데, 옥루몽에서는 다양한 주변인물이 입체적으로 등장한다. 1권에서 보여주는 윤소저와 홍소저는 옛 여성의 품성을 그대로 갖고 있다. 여성의 아름다운 모습을 가지고 있는 윤소저와 시기와 질투에 앞선 홍소저는 수동적인 여성의 모습을, 기생 강남홍, 벽성선에서는 자유스런 여성과 여성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개인적인 추측이지만 조선 후기로 넘어오면서부터(황진이의 영향이라고 생각하는데) 기생들의 활약상을 보여주는 것은 그들의 사회적 위치보다 자유로운 문화활동과 애정에 대해 호의적으로 변한 것을 반영한다고 보여지기도 한다.

 

옥루몽을 재미있게 읽은 이유는 첫째, 무협소설, 영웅소설과 같은 전개이다. 각 꼭지마다 위기상황이 닥치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이 무협소설과 같아 흥미있게 읽혀진다. 일개 어린 선비(지금으로 보면 청소년이지만)임에도 소주자사 황여옥 앞에서 한치의 두려움 없는 행동과 과거에 장원이 되고 난 뒤 여러 대신들과 임금앞에서의 당당한 모습, 지략이 겸비된 전투장면이 쉼 없이 읽힌다. 그렇다고 단순히 무협소설처럼 무공을 겨루는 장면만 등장하지 않음에도 무협소설과 같은 재미를 준다.

둘째. 중간 중간 읊어지는 한시는 소설의 흐름을 잠시 멈추게도 하지만, 나름대로 소설 읽기의 호흡을 고를 수 있고, 오히려 음미해 읽어본다면 옥루몽을 읽는 재미를 조금 더 하게 한다.

 

삼국지를 연상시키는 대목도 있어 비교해 보는 재미도 있다. 주인공 전투때의 주인공 양창곡의 지략은 제갈공명을 떠올린다. 남만왕 나탁은 삼국지에서의 남만왕 맹획과 유사하게 제갈공명에 지략에 말려 잡혔다, 풀렸다를 반복한다. 옥루몽의 지리적 배경이 중국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삼국지가 우리 선조들에게 미친 영향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다.

 

새로운 모양(책 표지와 편집)과 새번역 덕인지 옥루몽은 현대소설처럼 재미있게 읽힌다. 옥루몽 그 다음회의 재미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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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CURIOUS 14
팀 놀렌 지음, 이은주 옮김 / 휘슬러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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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너무 많다. 어떤 책이 좋은지? 작가는 어떤지? 고르기가 너무 힘들다.

체코여행을 계획하면서 체코에 대한 책을 고르고 있었다. 체코의 역사, 문화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서 여러 책들을 찾았다. 일단 체코의 역사를 다루는 책은 대한교과서(주)에서 '세계각국사' 시리즈로 출간한 체코슬로바키아사가 있는데 95년도 판만 있고, 이후 판이 아직 출판되지 않은 듯 하다. 체코와 슬로바키아가 분리한 부분이 포함된 책을 읽어야 하는데 말이다. 그나마 그 달램을 보충해 줄 만한 책으로는 '격정의 유럽역사 기행'(홍철의 지음/인물과사상사 펴냄)이 있는데, 유럽의 역사를 한번 훑어내기에 좋고, 특히 체코의 역사 문화에 대한 부분이 1/3가량 차지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문화에 대한 이해를 위해 카프카, 밀란 쿤데라, 드보르작, 스메타나, 무하 등의 서적과 음반을 가까이 할 예정이다. 그런 가운데 여행서적을 구해봤는데, 의외로 체코(프라하)에 대한 여행서적은 적었다. DK 시리즈가 좋다고 하는데 아직 우리나라에는 번역이 되지 않은 아쉬움을 뒤로 한채 정혜원이 쓴 '프라하'와 큐리어스 시리즈 중 하나인 '체코'를 구했다.

'체코'를 읽으면서 처음에 이야기한 질문이 자꾸만 떠올랐다. 이 책의 저자는 미국인으로 체코에서 영어회화 강사를 하고 있는데 미국인의 시각이 너무 크게 반영이 되어 있다. 자세히 읽다보면 저자의 말이 앞뒤가 맞지 않는 경우가 보인다. 저자는 공산주의에 대해 지나친 혐오감을 가지고 있어 보이는데, 체코문화의 잘못된 점은 무조건 공산주의 때문이라고 본다. 저자는 체코의 문화가 정적이고, 퇴근해서는 집으로 돌아가 버리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공산주의에 의한 감시체제가 남아서 그렇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몇 장 넘겨보면 체코인은 상당히 가정적이라고 긍정적으로 말한다. 어떻게 보면 퇴근해서 일찍 집에 가는 것이 가정적인 것과 연결될텐데 그런 식으로 구분하는 것은 책에 관심을 두고 읽게 되면 상당히 거슬리게 된다. 사실 체코가 아직까지 유럽의 중세와 근대를 지켜내고 있는 것도 공산주의로 인해 자본주의의 영향을 덜 받아서이기 때문일텐데 그런 부분은 전혀 생각을 못하는 것 같다. 저자의 역량이 의심된다.

그러나 체코에 대한 실용적인 부분들이 많이 설명되고 있어 체코에 장기간 여행하거나 체류할 계획이라면 옆에 한권 들고 가는 것이 상당히 좋을 것이다. 아울러 앞서 말한 두권의 책도 함께.  한국인이 쓴 책이라는게 오히려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실용적인 면에서는 이 책이 더 좋지만, 체코의 문화에 대해서 훑어보고 싶다면 '격정의 유럽역사 기행'을 추천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큐리어스 시리즈중에 '스페인' 편을 봤는데, '체코'는 '스페인'편에 비해 좀 못하다. 빨리 DK 시리즈가 번역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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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거세하는 생명공학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55
박병상 지음 / 책세상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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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가인 박병상의 책을 두권째 읽었다. 첫번째 책은 파우스트의 선택, 그리고 이번 책은 '내일을 거세하는 생명공학'이다. 두권의 책을 읽으면서 제목이 함의하는 바에 고민하게 되었다. 생명공학은 자신의 영혼을 메피스트에게 팔아버리는 것과 같이 위험할 수도 있고, 생명공학이 이야기하는 처럼 장밋빛 내일이 아니라 미래를 빼앗을 수도 있다는 점을 강하게 내비친다.


'내일을 거세하는 생명공학'은 크게 세가지에 주목한다. 생명공학이 갖는 불평등, 생명복제로 인한 불평등, 유전자정보에 의한 불평등이다. 어린 시절 생명공학(유전공학)은 인류의 미래를 책임질 축복이었다. 영양가 높은 동식물들이 나오고, 지금의 몇배가 되는 식량보급이 가능해지는 생명공학(유전공학). 생명공학(유전공학)은 모든 인류를 굶주림에서 벗어나게 하고, 식사에서 해방시켜 좀 더 생산적인 일을 할 수 있는 미래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지금 생명공학은 그런가?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고 있지만 불과 10여년전에 이야기하던 일이 현실화 되었다. 동일한 면적에서 몇배를 생산할 수 있는 농작물이 나왔다. 그리고 프리미엄 우유, 저지방 우유들 모두 생명공학의 작품이다. 영양가 높은 우유가 생산되고 있다. 그런 식량혁명이 이루어졌지만 여전히 지구상에는 엄청나게 많은 인류가 굶어죽고 있다. 이런데도 생명공학이 미래를 밝게 해준다고 생각하는가?


(잠시 사족을 붙이자면 인간생명의 태아, 배아(embryo)의 개념이 덧붙여지면서 10여년전 유전공학이라 불리던 학문이 생명공학으로 확장되었다. )


생명공학은 어떻게 사회를 불평등하게 하는가? 유전자조작으로 산출량이 많아지거나 특성환경에 뛰어난 적응력을 보이는 작물들은 사실 대규모 농업자본에 의해서 개발된다. 좋은 수확과 수입을 벌어다 주는 작물을 재배하게 되면서 농업이 특정 종자에 의존하게 된다. 고유의 작물들은 사라지게 되고 대규모 농업회사에서 제공하는 작물만이 재배되는 환경이 이루어지게 되면서 개별 농가들이 무너지게 된다. 이는 우리나라에서도 조금씩 보이고 있는 현상이다. IMF 이후 우리나라 최대의 종묘회사였던 홍농종묘가 다국적기업에 넘어가게 되면서 우리나라의 종묘산업은 이미 다국적기업에 넘어간지 오래이다. FTA가 아니더라도 생명공학으로 인해 전통농가는 점점 발을 딛기 힘든 환경으로 옮겨갈 것이다. 또한 유전자조작된 젖소에 의해서 생산되는 우유는 일반 젖소에 비해 높은 단백질과 낮은 지방을 포함한다. 소규모로 산출되는 우유는 유전자조작된 젖소에 비해 영양가가 떨어지기 때문에 우유회사에 우유를 납품하기가 힘들어진다. 결과적으로 소뮤고 낙농업은 대기업에 복속될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심각한 윤리, 환경적 문제도 포함된다. 유전자조작된 소는 단순히 우유를 뽑아내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3년 정도의 수명밖에 되지 않는다. 젖소들은 운동을 전혀 하지 않고 양질의 우유를 생산할 수 있도록 유전자조작된 곡물들을 섭취하고, 심지어는 단백질을 높이기 위해 육류사료를 섭취하기도 한다. 젖소가 육류를 섭취하는 것은 사실 인류에 해악을 끼칠수도 있다. (광우병의 예에서 보여지듯이)


둘째, 생명복제로 인한 불평들이다. 생명복제의 문제는 근본적으로 생명윤리 문제를 포함하고 있다. 어떤 이들은 인간복제에 대해서는 반대하지만 동물복제에는 찬성한다고 한다. 그러나 사실 여기서 생명윤리에 대한 문제가 발생한다.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배아복제는 수정후 14일 이내에 한해서만 연구를 허용하고 있다. 이말은 수정후 14일까지는 사람이 아니라는 말이다. 한가지 짚고 넘어갈 것은 수정될 때 부터 생명으로 보는 인식에서 수정후 14일 이후로 생명을 인식하는 것이 바뀌었다는 사실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말은 생명공학연구자들의 장밋빛 환상이 생명으로 인식하는 시점을 늦출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때에 따라서는 뇌사자를 생명으로 인식하지 않는 것을 이용해 배아세포 때 뇌가 생성되지 않게 해 뇌 없는 인간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몇년내에는 실현불가능하겠지만 배아세포 연구가 14일까지 허용된 것을 보면 불가능해보이지는 않는다.) 그런데 이런 생명공학은 엄청난 자본의 투입을 필요로 한다. 엄청난 자본에 의해 연구된 만큼 생명공학으로 인한 이득은 부유한 계층에만 한정될 것이다. 그리고 의료자본은 생명공학을 이용해 태아를 이용한 돈벌이에 나설지도 모른다. 부모에게 아이의 부족한 점을 채울 수 있는 것들을 제안할 것이다.(예를 들어 부모가 신장이 나쁘다면 아이의 신장을 복제된 생명체의 신장으로 바꾸자는 제안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물론 이는 가정을 해 본 것이지만, 자본에 의해 연구되는 생명공학은 결국 자본의 입맛에 따라 연구를 할 것이고, 그 자본에 의해 사용처가 결정될 것이다.


셋째, 유전자정보로 인한 불평등의 문제이다. 언제부터인가 전세계적으로 게놈프로젝트에 열중하고 있다. 유전자지도를 그리겠다는 것이다. 그럼으로 유전자와 관련된 입지를 선점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되어 각 나라마다 경쟁이 치열하고, 게놈프로젝트는 후에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유전자라는 것이 모든 사람의 생명이 시작될 때 고유하게 가지고 있는 것이다. 곧 누구의 것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게놈 프로젝트는 만인의 소유인 유전자 정보를 어느 누군가가 독점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내가 가지고 있는 유전자정보에 대한 주인은 자본이라는 점이다.

 

저자의 세가지 비판을 읽으면서 생명공학은 철저하게 자본주의의 상품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생명공학이 보여주는 장밋빛은 대기업에서 벌이는 마케팅과 다름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생명을 담보로 한 장사라.... 생명공학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갖는 것이 나 자신을 위해서, 이웃을 위해서 그리고 후손을 위한 일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착찹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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