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문화지도 살림지식총서 9
장석정 지음 / 살림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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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사에 대한 책을 한 권 읽고 나서 살림지식총서를 대상으로 미국 읽기를 시도하였다. 현재까지 살림총서만 9권째이다. 처음에 마음에 둔 것은 미국의 정체성(총서 002), 영화로 보는 미국(총서 007), 미국 문화지도(총서 009)이다. 문화를 통해서 미국을 엿 보는 것은 바로 삶의 모습들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서나 정치사회쪽에서 놓친 부분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다. 

  미국 문화지도는 솔직히 기대하는 마음으로 들었다. 그러나 저자를 보는 순간 실망하였다. 바로 총서 008 '미국 뒤집어보기'의 저자와 같았다. 그런 실망은 책을 읽는 과정에서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지은이는 '미국 뒤집어보기'에서 했던 말을 또 다시 하고 있다.  미국에 대한 우리의 자세는 반미 아니면 친미로 나뉘어졌는데 정말 필요한 것은 미국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것, 지미(知美)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지은이는 그래서 미국인들의 삶의 모습을 한국과 대비하여 보여주고 있다. everyone 다음에는 단수동사를 쓴다는 사실을 통해 개인 하나하나의 관심을 갖는 미국이라고 소개하고, 우리와는 다른 도량형을 쓰고, 지방분권이 잘 이루어지고 있고, 우리처럼 적당히가 통하지 않고 프로처럼 일하는 나라 등 삶의 모습을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지은이의 자세가 지은이가 주장하는 것 처럼 지미에 있지 않다는 점이다. 많은 책 혹은 언론에서 듣던바를 앵무새가 반복하듯 하고 있다. 우리는 이런데 미국은 저래서 선진국이야. 그런 식의 말이다. 예를 들자면 우리나라는 부패가 심한데 미국은 부패가 없다라는지, 우리나라는 사람의 위치에 따라 차별대우하지만 미국은 그렇지 않다는지 하면서 우리나라를 비판하는 내용을 우리는 수도 없이 들어왔다. 이 책은 그런 비판의 아류에 불과하다.

 여기서 더 큰 문제는 바로 그런 비판이 정당하느냐의 문제이다. 미국이 신뢰를 중시하는 사회이고, 합리적이고 정직한 기업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 들어왔지만 이제 그 말을 하는 사람들은 공부를 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지난 번 엔론의 회계부정사건에서 벌어졌듯이 더 이상 미국 기업이 한국보다 깨끗하다고 말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또 예를 들자면 탈세를 하는 한국으 대기업보다 세금 내기 싫어서 남태평양 무인도에다 본사 주소를 옮겨놓은  미국의 대기업은 훨씬 깨끗하다고 말할 수 있는가? 지은이는 또한 미국의 직원들은 프로페셔날 정신을 가지고 있어 정해진 시간 동안 자신이 맡은 일을 충실히 해 내는데 반해, 한국의 직원들은 인터넷이나 즐기고, 게으르게 일하면서 야근을 하는 둥 한다고 비판하는데 도대체 언제 쩍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다. 10년전 이야기를 지금 하는가? 왜 한국회사의 미국공장들은 한국공장보다 생산성이 나쁜지 알고나 있는지 모르겠다. 모 전자회사의 경우 한국공장의 정상품 생산율은 90%에 육박하는데 미국공장은 70% 수준 밖에 되지 않아서 고민이라고 한다. 그 회사 뿐 아니라 미국에 공장 혹은 연구소를 가지고 있는 대다수 한국 대기업들이 미국 자회사들 때문에 골치를 썩이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지 모르겠다.

 지은이는 결론적으로 미국을 비판하는 반미 세력을 비판한다. 애초 처음에 말한 것과는 다르게 지은이 자신이 철저하게 친미의 입장에서 글을 썼다는 것을 은근히 드러내고 있다. 모든 것을 미국의 탓으로 돌리는 반미주의자들은 단순하게 말한다는 것이다. 그런말을 읽었을 때 지은이가 과연 세계 정세에 관심이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미국의 역사를 알기나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지은이의 가장 큰 오류는 반미주의자들이 겉으로는 반미를 주장하지만 속으로는 보졸레 와인을 찾고 렉서슬 원하는 속물로 취급하고 있다. 이런! 모든 사람을 자기와 같이 생각하는 이런 일반화의 오류속에 빠져 있는 사람이 쓴 글이라니. 세상에 정말 순수한 사람이 많다는 사실을 잊고 모든 사람들이 다 자신처럼 물질만 추구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지은이는 조금 더 공부를 해야 할 것 같다. 물론 지식적인 측면에서는 공부해야 할 것이 없는지도 모르지만, 미국의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고 한국 국민 수의 절반이 넘는 미국의 가난한 사람들을 좀 만나보고 세상과 사람 공부를 좀 더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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