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얼굴을 한 시장 경제, 공정 무역
마일즈 리트비노프.존 메딜레이 지음, 김병순 옮김 / 모티브북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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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산주의가 무너진 지금에 있어서 자본주의를 견제할 만한 경제방식은 없어 보인다. 어느 책에선가 이런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공산주의나 자본주의 모두 인간을 생산도구로 생각할 뿐이다라는 점이다. 그리고 다른 책에서 '인간적'이라는 말을 발견하곤 마음에 담아내었다. 인간을 존중하는 경제체제라면 공산주의가 되었건 자본주의가 되었건 사람이 사람다울 수 있는 생활방식이 될 것이라는 꿈 같은 희망을 가져 보았다.
 
 이 책에 눈길이 강하게 꽂힌 것은 바로 제목 때문이었다. 제목은 그말 그대로 공정무역은 인간의 얼굴을 한 시장경제라는 것이다.  
 
 공정무역의 개념은 아주 쉽다. 노동자들이 생산한 제품, 농산물에 공정한 가격이 매겨지고 노동자, 농민들은 정당한 임금을 받게 된다. 이는 가난한 노동자, 농민들이 가난에서 벗어나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준다. 공정무역에 의해 만들어진 제품이나 농산물은 안정된 작업환경 및 윤리적인 방식에 의해 생산되므로 제품의 질이나 안정성이 높다. 또한 대규모기업들의 횡포에서 벗어날 수 있어 합리적인 가격에 제품을 구매할 수 있어 생산자, 소비자 모두 윈-윈 할 수 있는 경제구조이다.
 
 이 책에서는 이런 공정무역의 실제 사례들을 보여주고 있다. 제3세계에서 생산되는 많은 농산물들은 2-30년전에 비해 하락하였다. 특히 커피의 경우는 30여년 전의 1/5 가격 밖에 되지 않는다. 아프리카, 중남미의 많은 농민들이 생산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가격으로 인해 다국적기업의 플랜테이션의 임금노동자가 되는 등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생산성 향상을 위한 농약은 농민 자신의 건강에도 심각한 해를 입혔다. 그러나 소규모 조합 등을 중심으로 공정무역을 시작한 후 그들은 최소한의 삶을 보장받게 되면서 제품의 질에 대해서 고민하면서 유기농법을 도입하는 등 발전을 하게 된다. 공정무역에 덧붙여지는 초과이익은 농업기반외에 교육환경 등 기본적인 삶의 조건 등을 확충하는데까지 발전하게 된다.
 
 공정무역의 갖는 장점은 비단 가난에서의 탈출과 유기농법, 교육기반 확대 등에만 그치지 않는다. 점차 민주주의의 원리가 도입된다는 데에서도 큰 의의를 찾을 수 있다. 국제 공정 무역은 여성에게 남성과 똑같은 권리외에 여성의 고유한 건강과 안전 등을 보장하는 것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따라서 협의체내에서 여성들의 발언권이 보장되는 등 사회적인 여성의 권리가 뿌리내릴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 뿐 아니라 몇 해전 쓰나미로 사회기반이 파괴된 동남아시아를 돕는 일에도 이들은 적극적으로 도왔다. 조합 중심으로 운영되던 창고, 트럭 등을 이용하여 최선의 원조를 하였다. 
 
 그러나 공정무역의 앞날도 그리 쉽지 만은 않다. 일단 대규모 기업들이 공정무역에 관심이 없거나 관심이 있다하더라도 겉치레 정도의 수준에 그치고 있다. 또한 대체로 자유무역을 주장하는 경제학자들은 이런 공정무역을 노골적으로 비난한다. 애덤 스미스 연구소는 2004년 보고서를 통해 '시장 가격보다 가격을 더 올리기 위해 그럴듯하게 의도된 간섭주의자의 음모는 시장의 현실을 무시한다. 따라서 이들은 결국 실패로 끝나거나 질병을 더 악화시키는 치료법이 되고 말 것이다.'(232쪽) 네슬레 보고서에서는 '만일 커피 재배 농민들이 시장 가격보다 높은 공정 가격을 받는다면 농민들은 커피 생산을 더 늘릴 것이고 이는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을 더 왜곡하여 커피 생두의 가격을 떨어뜨릴 것이다.'(232쪽) 자유무역을 예찬하는 이들은 사회전체 부가 증가하면 빈부격차는 자연적으로 해소될 것으로 믿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자유무역이 대세인 지금 전세계의 빈부격차는 날로 심해져가고만 있다. 네슬레 보고서는 커피 생두의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오히려 기존 체제에서는 생산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가격으로 많은 자영농민들이 플랜테이션 노동자로 전락하였다는 사실을 애써 무시한다.
 
 이 책만 읽으면 공정무역의 미래는 밝아 보인다. 물론 인간의 얼굴을 한 공정무역이 발전한다면 우리는 지속가능한 사회를 이룩할 수가 있을 것이다. 공정무역에 대한 소개가 이 책이 처음인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공정무역의 개념을 담고 있는 협동조합, 소규모이지만 공정무역에 의한 제품들이 수업되고 있고, 서해문집에서 출간된 '희망을 거래한다'라는 책은 이 책에서도 소개되고 있는 '막스 하벌라르'라는 소재로 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공정무역은 우리에게 낯선 단어이다. 이 책을 통해 한국에서도 제품에 대한 고민과 함께 고통하고 있는 제3세계 농민들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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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미사일 방어체제 살림지식총서 5
정욱식 지음 / 살림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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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0년대 초반 MD라는 단어를 신문 등에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부시, MD. MD, 부시. 간단하게 말하면 MD는 미사일방어체제를 말한다. 적이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신속하게 미사일 발사위치를 찾아내고 이동경로를 분석해내어 피해를 입기 전 공중에서 격추시키는 방어체제를 가리킨다. 1990년대 걸프전에서 MD의 첫 걸음을 보게 되었다. 패트리어트 미사일이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이라크의 미사일을 무력화시키는 장관을 경험했던 것이다.

 그러나 사실 2007년 지금에 이르러서 MD는 쏙 들어갔다. MD의 진행이 방해받았는지는 모르지만 아마도 지금껏 많은 진전을 보이고 있을 것이다. 

 이 책의 2/3는 MD에 대해서 고찰하고 있다. 애초 구 소련의 해체이후 재래식무기 감축 등 무기 감축협상(ABM) 조약을 이행하지 않고 조약의 폐기를 내세우며 MD를 구축하려는 미국은 노골적으로 군사제국을 추구하고 있고, 다른 나라에도 강요하고 있다. 공산권국가가 무너진 현재 미국은 예전만큼의 군사력이 필요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더 큰 군사력을 유지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상대도 안되는 나라들을 미국의 적으로 만들어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미국의 군사력 증강의 이유를 군산복합체에서 찾고 있다. 애초 잘 못 결합된 정부와 군 그리고 군수산업체는 50여년째 한배를 타고 있고, 이제는 끊을래야 끊을 수 없도록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다. 군수산업은 미국의 산업을 이끌어내는 핵심산업이고, 정부는 또한 이들의 산업을 보장해주고 있고, 심지어는 판매상의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군수산업은 정부 혹은 정치인들의 선거자금의 핵심 지갑이다. 문제는 이 군산복합체의 폐해가 미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예를 들자면 미국내 차세대전투기 사업에서 보잉사가 실패하자 미국은 한국의 차세대 전투기 사업권을 보잉사(F-15)에 가져다 주었다.

 MD 체제건 또 다른 군사전략이건 간에 그것들은 미국의 군사력 증강과 군수산업의 이익을 채워주기 위한 구실에 불과하다. 문제는 미국과 미국 군수산업의 이익에 세계 여러나라가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연 우리는 언제까지 미국 군수산업의 호구 노릇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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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아저씨의 오두막집 중학교 영어로 다시 읽는 세계명작 31
해리엣 비처 스토 지음 / 넥서스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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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톰 아저씨의 오두막 집'(원제 : Uncle Tom's Cabin)은 어린 시절 읽어야 하는 이야기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인지 예쁘장하게 포장되어 팔리거나 어린이들을 위한 책 들 사이에서 찾기가 쉬운 책이다. 그러나 실상  어른들이 읽어야 하는 내용으로 가득차 있다. 실제 이 책만큼 미국을 뒤흔든 책을 찾기는 쉽지 않다.

 '톰 아저씨의 오두막집'을 다시 집어든 것은 미국사책(미국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것, 미국사)에서 설명된 것 처럼 이 책에 대한 파장때문이었다. 남북전쟁이 이 책 때문에 벌여졌다고 할 수는 없지만, 노예제를 반대하는 북부인들에게 도덕적 분노를 갖게 한 책이기 때문이다. 노예의 일상적인 삶에 대해 무지하던 북부인들에게 노예의 처참한 삶을 보여주었고 그들도 인간임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반대로 남부인들의 분노는 하늘을 찔렀다. 링컨 또한 이 책의 저자 스토 부인을 만나서는 "이렇게 자그마한 여인이 그토록 큰 전쟁이 일어나게 한 책을 썼다는 거요"라고 말했다.

  그러나 사실 21세기 미국의 노예제를 모르는 대한민국에서 '톰 아저씨의 오두막집'을 이해하는 것은 힘들다. 단순히 착한 노예 톰과 착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만이 들릴 뿐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기 전에 미국의 노예제에 대한 이해를 필요로 한다. 책의 초반 배경이 되는 캔터키 주는 노예제를 실시하는 주였지만 북부주와 경계로 하고 있었기 때문에 노예들의 삶이 비참할 정도는 아니었다. 아마도 그래서 북부 사람들은 노예의 실상을 몰랐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볼 수가 있다. 그러나 뉴 올리언스로 대표되는 남부주는 노예들에게 죽음의 땅이었다. 혹독한 기후조건과 폭력속에서 가축보다도 못한 그들의 삶은 남부인들만의 전유물이었다.

  책의 내용을 들여다 보면 당시 노에제와 관련된 많은 사실들을 엿볼 수 있다. 노예시장에서 치아 등을 통해 그들의 건강상태를 파악했으며, 여자노예와 그 자식들은 함께 팔리고는 했지만 항상 그랬던 것은 아니다. 또한 노예들 간의 결혼이 일상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결혼을 인정받지 못했다. 또한 '도망노예법'에 의해 도망노예를 숨겨주거나 도와준 자도 법의 처벌을 받게 되어 있었다. 이런 당시의 시대상황을 이 책을 통해 엿 볼 수 있다. (그런 이해를 위해서는 사전 지식이 필요한데 '미국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것, 미국사'의 남북전쟁 전 상황과 살림지식총서 003 '자유의 여신상 : 마이너리티의 역사', 살림지식총서 004 '두 얼굴의 하나님 : 성서로 본 노예제'를 읽으면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의 전체적인 틀은 하나의 인간인 흑인노예와 기독교의 가르침이다. 얼핏 읽었을 때는 신앙서적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 신앙들 속에서도 흑인은 절대 천국에 가지 못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노예소유주도 있었음을 보여준다.

  얼핏 읽으면 이 책은 착한 사람의 아름다운 이야기 밖에 안 될 것이다. 소설적 매력또한 사실 떨어진다. 그렇지만 조금만 자세히 읽어보면 미국의 노예제를 살았던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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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정체성 : 10가지 코드로 미국을 말한다 살림지식총서 2
김형인 지음 / 살림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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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에게 있어서 미국은 무엇일까? 시애틀에 들렀던 하루 한 초밥집에서 혼자 온 미국인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되었다. 그는 부시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이었는데 한국은 미국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왔다. 나의 대답은 절반은 미국을 좋아하는 것을 넘어 동경하고, 절반은 미국을 싫어한다고 대답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미국에 대한 접근은 바로 이런 접근이 대세라고 생각한다. 물론 미국을 소재로 한 책들을 보면 미국에 대한 비판과 미국에 대한 맹종,찬양의 두가지로 귀결된다.

 사실 그런면에서 이 책은 미국을 좋게 평가하고 있는 책이다. 현재 미국이라는 아름다운 나라를 만들어낸 요소들을 짚어낸 책이다. 물론 작은 책이라는 한계 때문에 심사숙고한 고찰은 부족하겠지만, 미국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하는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지금의 미국이 존재하게 된 것은 이런 이런 긍정적인 요소들 때문이라고 읽히기는 하지만, 어쨌든 미국이라는 나라를 바라볼 때 고려해야 하는 것들을 조목 조목 잘 짚어냈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미국이라는 나라를 이해하기 위한 문화코드로

 1.  개인주의 - 다수의 횡포에 대한 견제

 2.  자유의 예찬 - 미국인의 원초적 생존 방식

 3.  평등주의 - 보통 사람의 나라

 4.  법치주의

 5.  다문화주의

 6.  청교도정신 - 충성 서약과 악의 축

 7.  서부 개척정신

 8.  실용주의

 9.  과학·기술에 대한 신뢰

 10. 미래지향성과 직설적 표현

의 10가지를 들고 있다. 실제로 미국을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요소인데 어떤 면에서 이는 서로 연관이 되어 있다. 애초 미국은 여러 이유들로 몰려온 이민자들이 만든 나라이다. 박해와 가난을 떠나 찾아온 이들은 생존을 위해 개인주의적 성향을 가질 수 밖에 없었고, 자유를 찬양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뜨내기들끼리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야 하기에 다문화주의가 녹아나게 되었다. 이에 서로간의 권리르 ㄹ보호하기 위해 법치주의가 자리잡고 명분보다는 실용주의와 직설적 표현의 문화를 갖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와는 달리 또한 지독한 편견의 모습을 보이는 청교도 정신이 아직도 살아있는 나라이다. 

 물론 부정적인 요소도 많다. 다문화성은 아직도 진행중인 경우이다. 불과 100여년 전만 하더라도 불경하게 여겨졌던 토마토 소스가 미국의 하나의 음식문화가 되었던 것 처럼 불과 2-30여년 전 냄새나는 불결한 음식 김치가 이제는 쉽게 접할 수 있는 음식이 되었다. 그러나 먼저 온 이민자들이 뒤 이은 이민자들에게 가한 공격들을 보면 다문화성이라는 것이 피와 땀으로 만들어진 것임을 알 수 있다. 또한 청교도 정신으로 건전한 미국식 삶을 유도하였지만 이면에는 국가 파시즘적인 국가에 대한 충성맹세를 강요하고 있고, 1920년대에는 금주법을 실시하기도 하였다. 

  겉으로는 미국에 대해 긍정적인 것들만 나열한 것 처럼 보이는 이 책은 사실 가볍게 많은 부정적인 면들도 짚어가고 있다. 이민자 이야기 이외에도 서부 개척정신 시절의 카우보이들에 대한 환상과 인디언들의 불행을 짚어내고 있고, 각 나라 이민사의 아픈 기억을 들춰내고 있기에 미국을 이해하는 단초로 삼기에 좋은 책이다. 

  이 책을 통해 미국을 이해하려는 독자들에게 권하고 싶지 않은 책이지만, 미국에 대해 다양하게 이해하고 싶고 미국에 대한 관심을 넓히기 위한 독자들에게는 이 책을 바탕으로 좀 더 깊은 독서의 배경을 깔아줄 좋은 책으로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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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를 덮으면 외국어가 춤춘다
이서규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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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취약과목은 영어이다. 대학입시에서도 다른 과목에 비해 영어점수가 형편이 없었고, 취업을 할 때도 거의 바닥이나 다름없는 토익점수에도 꿋꿋하게 지냈었다. 그런 배경에는 나름대로의 영어 학습에 대한 신념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신념대로 영어공부를 하지 못했지만.

 그러다 우연히 이 책을 발견하고 읽게 되었는데 언어에 대한 접근법이 백프로 공감하는 내용이었다.  언어는 문화의 산물이기 때문에 그 나라 혹은 언어권에 대한 역사, 문화적 배경과 함께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 언어에 대한 역사, 문화적 배경이 병행되어야 그 언어에 대해 풍부한 감정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사실 그게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그 언어권을 경험해보지 못한 상태에서 풍성한 감정을 갖기는 어려우니까 말이다. 그래서 역사 문화에 관심을 두려고 하고는 있지만 매일 한걸음을 체 못 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 점에서 저자 이서규는 행복한 사람이다. 물론 그의 삶이 평탄하지 않았고, 삶에 대한 도전속에 부딪혀가며 얻은 외국어이다. 

 지은이는 먼저 언어는 삶의 흔적(역사, 문화)을 담아내고 있는 유기체라는 점에 주목한다. 그리고 실제 언어생활이 우리가 배우는 공식들처럼 딱 부러지는 교과서에서 나오는 언어가 아니라는 점을 짚어낸다. 즉 단어 하나하나에도 미묘한 차이가 있고, 감정이 있는 것이다. 또한 지은이는 소리 즉 듣기 공부에서 나타나는 오류들을 이야기하면서 언어는 monologue가 아닌 쌍방의 dialogue임을 주지시킨다. 그래서 사실 지은이가 제시하는 공부법은 점수따기 영어공부보다 훨씬 더 어려운 것이다. 그러나 반면 입체적인 외국어 공부를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외국어를 통한 풍성한 생활이 될 수 있도록 말이다.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휴식시간을 갖고자 미국에 잠시 체류하는 동안 어학교에 다녔었다. 워낙에 영어감각이 없는지라 나의 영어실력은 형편이 없었다. 그러나 종종 선생들은 나의 영어를 훌륭하다고 말하곤 했다. 물론 나의 회화실력은 다른 학생들에 비해 형편없지만 다양한 어휘를 구사하려고 노력하고 종종 딱 들어맞는 단어들을 쓴다는 것이었다. 이는 아마도 지은이가 말하는 것과 같은 방법으로 외국어를 접근했기 때문인 것 같다.

 다른 영어를 소재로 한 책들이 대체로 영어 학습법이 잘못되어 있다고 비판하면서 자신만의 독특한 학습법을 제시하고 있지만 실상 영어를 공부하는 동일한 틀 속에 놓였다는 점에서 동일한 오류를 범하고 있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실제 영어학습법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단지 영어도 외국어라는 점에서 공부해야 하는 방법과 실제 외국어를 익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단지 토익점수만을 올리기를 원하고 사회에서 원하는 점수 위주의 영어만을 원하는 사람에게 지은이의 방법은 무용지물일 것이다. 그러나 언어에 대한 관심속에서 보다 풍성한 외국어를 구사하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아주 좋은 제시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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