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자평 중에 이런 말이 있다. '김난도 책보다 훨씬 알차다' 좋아요를 클릭할 수 밖에 없었다.
항상 책을 묶어서 읽는 성격상 트렌드와 관련된 책을 다섯권 엮어서 읽었다. IT 트렌드 책 세권은 별도로 묶더라도. 사실 제목자체가 라이프 트렌드라 별 기대 없이 다른 트렌드 책은 어떤 이야기를 하는가 비교해보려고 읽어쓸 뿐이다. 그런데 기대가 없어서 그런지 생각보다 괜찮은 책이었다.
물론 깊이를 따지기는 그렇지만, 나름 사회가 돌아가는 변화를 읽어내고, 그것이 갖는 사회적 의미와 저자의 생각을 잘 버무렸다. 마치 대한민국 트렌드를 다루는 듯 <트렌드 코리아>라고 이름지었지만, 정작 소비트렌드에만 한정시키고, 사람을 단순히 소비자로 보는 책과는 전혀 다르다. 에세이 읽듯 가볍게 읽어볼 만한 책이다.
부제 '아주 멋진 가짜'에 대한 부분은 읽어볼 만 하다. 진짜와 가짜가 혼재되어 있는 상황은 개인들의 욕망과 더불어 시대적 흐름과도 관련이 있다. 최근 명품 시장에 벌어지는 균열이 이런 트렌드와 관련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모피 반대 운동과 더불어 기존에는 싸구려 취급했던 인조가죽을 명품 회사들이 다루는 모습들은 분명 변화이다. 또한 최근 화면으로 보여주는 전시, 유명 교향악단 연주를 극장에서 녹화공연으로 즐긴다던지 하는 것은 진짜와 가짜의 경계가 점점 모호해지는 것을 뜻한다.
우리는 지금 의식주 전반에서 격이 다른 가짜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단지 의식적인 이유 때문만이 아니라 아주 실용적인 이유에서 그 것이 더 멋지고 가치 있기 때문에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래서 굳이 채식주의자가 아니어도 고기 대체재를 찾고, 동물보호주의자가 아니어 도인조 가죽으로 된 옷을 찾는다. 하지만 돈 때문은 아니다. 진짜가 너무 비싸서 값싼 가짜를 찾는 게 아니다. 오히려 매력적인 가짜는 관성에 젖은 진짜보다 더 고가일 수도 있다. 이쯤 되면 무엇이 진짜냐 가짜냐는 중요해지지 않는다. 그보다는 무엇이 더 가치 있고 멋진 라이프스타일과 소비문화를 이끌어 내느냐가 핵심이 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무리 오래되고 명성있는 오리지널이라 하더라도 새로운 시대에 맞게 지속적으로 진화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진짜도 멋지지 않으면 가짜에 뒤처질 수 있는 시대다. 소비 패러다임이 확장되고, 적극적인 소비 욕망이 표출되고 있기에 벌어지는 일이 다 이제 소비자는 단순히 진짜-가짜의 구도가 형성되었을 때보다 더 복잡하게 소비한다. 그리고 그만큼 더 소비의 주도권을 가져가려 한다. (71쪽)
N포세대에 대해서도 조금 다른 접근 방식을 보인다. 기성세대의 시각에서 벗어나길 바라는 마음이 보인다.
소소한 돈을 탕진하며 재미를 느끼는 것이다. 하지만 기껏 탕진한다면서 쓰는 돈이 몇 천 원이거나, 많아야 수만 원에 불과하다. 기성세대가 생각하는 탕진이 아니다. 그들은 도박을 하거나 유흥에 빠지거나, 턱없는 사업을 벌여 큰돈을 날리는 걸 탕진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창진잼에서의 탕진은 아주 작은 소비를 통해 스트레스를 푸는 행위다. 기성세대 중 에는 이들의 현실 문제를 타개하기는커녕 무력감에 빠져 쓸데없는 데 돈을 낭비한다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실 기성세대가 의미하는 정도의 탕진을 할 만한 돈을 가지고 있지도 않은데 말이다. 분명 한 건 그들이 가장 가난한 다음 세대라는 점이다. 이전까지는 기성 세대보다 ‘다음’ 세대가 늘 더 풍족했다. 경제 성장이 지속되었고 이에 비례해 고용 성장도 동반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더 이상 이 공식이 통하지 않게 되었다. Y세대가 원해서 그렇게 된 게 아니다. 결국 기성세대가 만들어 놓은 결과다. Y세대로서는 이제 자기 나름대로의 생존 전략을 찾을 수밖에 없다. 일상의 탕진잼도 변화한 현실에 대한 대응 전략이다. 기성세대만큼 충분히 많은 돈을 쓰며 소비를 할 수는 없으니, 소소한 일상의 소비를 통해 즐거움을 느끼며 아이러니하게도 ‘탕진’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이다. 기성세대는 자꾸만 그들에게 철없고, 끈기 없고, 목표도 없는 세대 라는 딱지를 붙인다 물론 어려운 시대를 헤쳐 나오기 위해 분투했던 기성세대로서는 배울 만큼 배우고 자신들보다 풍요로운 시대를 살아 온 것으로 보이는 Y세대의 행동을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새로운 세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과거에 살았던 기성세대의 방식이나 기준으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 더욱이 Y세대가 점점 사회 전반의 라이프스타일과 소비의 주체가 되어 가고 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그들의 문화, 사고방식, 현실적인 당면 과제 같은 것들에 주목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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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세대는 받아들이기 힘들겠지만, Y세대는 이런 삶의 방식에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 그들은 돈이라면 무조건 많이 벌고 보는 게 좋다고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가치 있게 향유하는 데 필요한 만큼은 벌어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그들은 오히려 부와 지위를 위해 삶을 다 바치는 기성세대를 안타깝게 여긴다. 흥미로운 것은, 자신만의 소소한 재미를 추구하는 Y세대의 특징이 곧 그들만의 일과 부를 창출하는 경로가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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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모두 Y세대라는 점이다. Y세대는 미디어와 콘텐츠 산업에서 기성세대가 수십 년간 쌓아 온 아성에 도전하며 새로운 주도권을 잡 아가고 있다. 비즈니스와 사회의 여러 영역에서 그들의 역할은 점점 더 커질 것이다. Y세대가 무엇이든 포기하는 세대라고? 아니다 그 들은 새로운 영역을 선택해 가고 있다. (98-101쪽)
젊은 세대를 비판하는 기성세대는 어떤가. 서울에서 유일하게 소방서가 없던 금천구, 금천구에 소방서를 지으려 하자 주민들은 사이렌 소음으로 집값이 떨어질 것을 우려해 반대했다. 서울 옥수동에서는 공고를 이전하라는 요구가 있었다. 2000세대 이상의 아파트가 들어서면 초등학교를 지어야 하지만, 기성세대는 1700세대씩 3구역으로 나누어 아파트를 지어 초등학교 부지까지 아파트를 지어 버렸다. 그리고는 원래 있던 공고를 이전시키고, 그곳에 초등학교를 지으라고 했다. 이 것이 기성세대의 모습이고, 현재 어른의 모습이다.
그래서 저자는 시티즌 오블리제에 주목한다. 깨어있는 시민 혹은 시민의 의무를 다하는....
책은 이외에도 재미있는 소재들이 몇 있다. 아파트 천장이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은 이 책으로 처음 알았다. 그리고 보면 1990년대 이후 주요 건물들의 1층은 확 트이고 천장이 높아졌다. 느끼지 못했지만, 아파트 혹은 주택 모델하우스의 천장도 높다. 예전에는 단순히 아파트를 투자의 수단으로 생각했고, 보다 많은 입주를 생각했다. 천장이 높아진 것은 상대적으로 입주자가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천장이 높다는 것은 공간의 활욜성을 의미한다. 나만의 공간을 꾸미기에 높은 천장은 필수다
'손님은 왕이다'라는 슬로건이 한참 우리 사회를 지배했다. 솔직히 대한민국처럼 서비스 정신이 충실한 나라를 찾기 힘들다. 개인적으로 왜 손님은 왕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런 과잉 서비스 사회가 조금씩 변하고 있다.
지금까지 서비스 기업들은 경쟁이 치열해짐에따라 서비스 수준을 계속 높여 왔다 고객 확보를 위해 과잉서비스가 만연하었고 누군가의 장시간 노동 , 누군가의 감정노동으로 그 서비스를 채워왔다. 하지만 해당 서비스에 대한 적정 비용은 책정하지 않음으로써 결과적으로 노동 착취라는 현실을 만들어 냈다. 과잉서비스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는 근본적 이유가 이것이다.
고객의 권리가 극단적으로 존중받는 사회, 대한민국은 사실 과잉 서비스 사회다. 뭐든 너무 빠르고 너무 친절하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아침에 주문한 물건이 당일 배달된다는 게 사실 합당한 일일까? 게다가 배송비는 너무 싸거나 심지어 공짜인 경우도 있다. 과잉서비스에 합당한 비용은 지불하지 않으니 결국 애꿎은 희생은 배달 노동 자들이 치른다 누군가의 불합리한 희생을 통해 누리는 서비스는 결 코 좋은 서비스가 아니다. 우선 우리 사회에서는 손님이 왕이란 말부터 사라져야 한다. 암묵적으로 갑을 관계를 설정하지 말고, 합리적으로 상생하려는 접근법이 필요하다. 요즈음 식당을 비롯한 서비스업계에서 셀프 서비스가 자꾸 늘어나는데, 이는 단순히 인건비 절약을 위 한 것만이 아니라 과잉서비스를 줄이기 위한 움직임이기도 하다. 서로 배려하며 상생하려는 태도가 서비스 문화에서 확산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서비스업에서는 사람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말 그대로 서비스는 사람01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비스업 종사자의 인건비 수 준은 낮은 편이다. 서비스 노동익 가치를 낮게 보기 때문이다. 매장 분위기나 음식의 품질에는 신경을 쓰면서, 서비스 종사자들에게는 그 다지 투자를 많이 하지 않는 외식업체가 많은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서비스는 단순한 일이고 언제든 대체 가능하다고 여기는 것이다. 심지어는 이랜드의 외식사업 계열사에서 아르바이트 인건비를 체불 하기도 했는데, 피해자가 무려 4만4000여 명이었고 체불액은 84억 원에 이르렀다. 외식사업부 순이익이 100억 원가량이었다고 하니, 말 그 대로 서비스 노동자의 임금을 착취해서 이익을 남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323-324쪽)
그리고 저자는 착한 식당, 착한 가게에 대해서도 비판한다. 착한 식당이라는 게 결국은 누군가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최근 최저임금 반대 논란도 이런 행태에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의 희생을 강요해서 운영되는 사회가 조금 개선하자고 하니, 그것을 용납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이 책이 <트렌드 코리아>와 가장 크게 다른 점이 있다면 소비의 주체로써의 인간을 본다는 점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트렌드 코리아>는 인간을 단순히 소비의 객체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