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에델과 어니스트>는 동명의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 한다. 여자 주인공의 이름이 에델이고, 남자가 어니스트이다. 두명의 남녀가 만나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키우고 그리고 생을 마감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어떻게 보면 밋밋하다. 


         


그런데 그 밋밋한게 평양냉면처럼, 막 쪄낸 두부처럼, 도토리 묵 처럼 맛이 없는데 맛이 있듯 매력이 있다. 

밋밋하기만 한데, 흐뭇하면서도 마음 한켠 이야기 하기 힘든 감정이 슬그머니 올라온다. (복받쳐 오르진 않는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겠지만, 스토리를 알고 봐도 괜찮은 영화다. 


우유배달부 어니스트와 귀족집안의 메이드 에델이 만나 기족을 꾸린다. 둘은 레이먼드라는 아이를 하나 낳는데 얼마 되지 않아 독일의 침공으로 영국도 전쟁을 하게된다. 전쟁 중 어니스트는 소방대원으로 징집된다.

항상 유쾌한 어니스트가 침울한 장면이 세 번 정도 나오는데 그 중에 두번이 전쟁이다. 전투 중 그는 소방활동을 하는데 삶의 의지를 잃은 듯한 그는 폭격으로 아이들이 산산히 찢겨졌다고 이야기한다. 또 한번은 전쟁이 끝나고 주민들이 모여 파티를 하던 중 유쾌한 그 답게 춤을 추머 즐기다 한켠에 서있기만 하는 친구에게 같이 즐기자고 한다. 그 친구는 ‘나는 아들을 잃었잖나’라는 말에 그는 곧 사과하며 얼굴이 어두어진다. 전쟁을 겪어낸 부모를 그림과 동시에 전쟁이 남긴 상처도 함께 무심히 보여준다. 


에델과 어니스트의 정치적 견해 차이를 보이는 장면도 재밌다. 노동당이 집권했는데 전쟁때보다 못하다는 걸 지적하는 에델과 토리당이 집권하니 더 나빠졌다며 에델을 놀라는 어니스트의 모습은 한편으로 5-60년대 영국의 정치적 변동과 경제적 상황을 보여준다. 


에델은 정치성향 만큼 자식에 대한 사랑과 기대도 크다. 아들이 중등학교를 졸업하고 미술학교에 간다고 했을 때 실망한다. 아들이 결혼하겠다고 데려온 진에 대해서도 맘에 들어하지 않지만, 며느리가 조현병으로 애를 낳기 힘들다는 말에 (잘은 모르지만) 아들의 손을 꼭 잡아준다. 물론 당시 히피문화를 대변하는 아들의 장발에 아들만 보면 빗을 꺼내는 완고한 엄마이기도 하다. 


어니스트는 항상 유쾌하다. 그리고 항상 에델과 아들 옆에서 꿋꿋하게 서 있다. 평생을 우유배달일을 했지만 자신이 노동자라는 사실을 부러워 하지 않는다. (신문을 보다 자신의 주급이 노동자 평균 보다 낮다는 사실과 아들의 일당이 자신의 주급보다 많다는 사실에 짜증을 내는 장면이 있긴 하다)


20세기를 관통하는 사건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독일과의 긴장관계에서 전쟁 그리고 노동당과 토리당의 정권교체에서 60년대 히피 문화까지 에델과 어니스트의 주변에 시간과 함께 흘러간다. 삶에 있어서도(미시사라고 할 수 있겠지만) 빨래방이 생기고, 텔레비전이 들어오고, 인간이 달에 가는 모습을 지켜보기도 한다. 집안에 전화기가 놓이고, 자신들만의 승용차가 생기는 장면까지 시대의 변화를 볼 수 있다. 


전쟁중 레이몬드는 당시 정부 정책에 따라 시골로 피신하는데 돌아오는 길에 배나무 씨에서 틔운 싹을 뒷마당에 심는다. 그리고 에델의 말처럼 집처럼 커진 배나무를 바라보는 장면에서 막을 내린다. 


부부의 아들로 부부의 행복이었던 소년에서 장발의 청년이었던 레이몬드는 그림책 스노우맨(국내엔 눈사람 아저씨로 출간)의 저자이다. 노년에 부모를 기억하고자 동명의 그래픽 노블을 출간했다. 그렇게 20세기 중반을 살아낸 부모, 그리고 그 시대를 오롯이 버텨낸 서민들에 대한 헌사이다. 


* 애니는 단순한 스토리로도 좋지만, 이야기 자체가 당시 시대를 그대로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시대의 정치적, 문화적 변화를 보여주기도 하지만, 2차 대전 당시 독일이 영국을 폭격했을 때 영국 정부는 어린이들을 시골로 보내기도 했고, 부모의 유품을 정리하면서 구세군에 연락해야 겠다고 하는 장면에서는 주요 유품을 제외하곤 구세군에서 필요한 물건들을 가져가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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