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론 산책 - 소설보다 재미있는 진화의 역사
션 B. 캐럴 지음, 구세희 옮김 / 살림Biz / 201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참 어려운 분야다. 실험실에서 연구를 한다고 나오는 것도 아니고, 끊임없이 발품을 팔아 지각 속에서 증거인 화석을 찾아야 한다. 온전한 화석을 찾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 화석을 연구하는 것도 쉽지 않고.. 그리고 연구결과를 받아들이는 것도 쉽지 않다. 다윈은 종의기원의 기본적인 내용을 알고도 20년이나 묵혀두어야 했다. 당시 종교적인 분위기 때문에... 그리고 실제 연구결과에 대해서도 지질학, 생물학 등 내부에서의 깐깐한 비판을 이겨내야 한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진화론이다. 이 책은 이런 진화론의 여정을 보여주는 책이다.

 

진화론 역사의 선조는 훔볼트이다. 그가 진화론을 생각한 것은 아니지만 그의 남미 대륙 연구가 많은 이들에게 아이디어를 주었다.

 

그리고 두번째로 다윈과 월레스와 베이츠에게 진화론의 공을 돌려야 한다. 사실 월레스와 베이츠가 없었다면 다윈은 그의 <종의 기원>을 펴내지 않았을 수도 있다.

 

자연 선택이라는 개념과 그것을 증명하는 증거 수집의 한가운데에 세 번의 항해와 세 명의 영국인 자연과학자가 있었다. 그중에서 가장 잘 알려진 것은 다름 아닌 찰스 다윈의 비글호 항해다. 다윈이 자연사와 진화 이론 연구에 기여한 바는 매우 잘 알려져 있지만 그가 어떻게 그 배에 올랐는지, 그의 견해와 동기가 무엇이었는지, 어떻게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세계관을 갖게 됐는지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잘못 이해되기도 했다. 자신의 믿음에 확신을 갖지 못한 채 비글호에 올랐던 신학생 한 명이 미래에 혁명적 이론을 제시할 사람이 되리라고는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항해를 시작할 때만 해도 다윈에게 그 어떤 위대한 이론을 지지하거나 반박할 증거를 찾으려는 의도 따위는 없었다. 그의 진화 이론이 구체적 형태를 띤 것은 항해가 끝나고 자신이 그곳에서 본 것이 무엇인지 혼자 생각하기 시작하면서였다. 반면 알프레드 러셀 월레스와 헨리 월터 베이츠는 항해 시작부터 진화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하나의 종이 변화할 수 있다는 생각은 1840년대 중반 이미 지식인 사이에서 조금씩 퍼지고 있었다. 친구인 베이츠에게 함께 아마존으로 가 ‘종의 기원이라는 문제를 풀’ 자료를 모으자고 제안한 것은 바로 월레스였다.

(중략)

이들의 여정은 힘들고 괴로운 순간과 환희에 찬 기쁨의 순간으로 채워진, 진정한 서사시였다. 벌레, 새, 움직이는 것이면 무엇이든 수집하던 세 남자는 종의 다양성과 하나의 종안의 변종들, 그리고 이러한 종과 변종들의 지역적 분포에 대해 점점 올바르게 인식하게 됐다. 그들이 각자 나름대로 중요한 발견을 할 수 있었던 것도 본디 이러한 인식 때문이었다. 이 덕분에 다윈은 '자연선택'이라는 개념과 공통 조상에게서 퍼져 나온 후손의 발달을 연구했고(2장), 월레스는 개체 사이의 '생존투쟁'이라는 자신의 독립적인 개념과 아시와와 오세아니아 동물을 분류하는 이른바 '월레스 선'에 전념했으며(3장), 마지막으로 베이츠는 야생에서 자연선택에 대한 최고의 증거를 제공했던 동물의 의태 현상 이론을 확립할 수 있었던 것이다.(4장) 다윈의 <종의 기원> 이후 진화 이론은 모두 영원히 다윈의 것 처럼 보이게 됐지만 그러한 이론이 발전하고 초기 과학계로부터 널리 인정을 받는 데는 각각 월레스와 베이츠의 공이 컸다고 말할 수 있다. (32~34쪽)

 

자연선택과 적자생존이라는 개념이 나왔다고 진화가 설명되는 것은 아니다. 진화에는 너무 많은 간극이 있었다. 그리고 왜 공룡들은 갑작스레 사라졌는지 규명해야 할 것이 너무 많았다. 그것을 찾기 위해 그랜드캐니언을 뒤지고, 몽골을 뒤지며 학자들은 진화의 연대기를 하나씩 채워나갔다. 공룡이 갑자기 멸종한(? 멸종은 아니니) 원인도 찾아냈다. 그리고 진화의 연결고리들 바다에서 육지로 나온 생물을 찾아내며 진화를 차근차근 채워나갔다. 땀과 열정으로....

 

"인간의 기원이라는 문제는 다윈의 혁명적인 책이 등장하던 바로 그 순간부터 모든이의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 이후 고생물학에서 가장 대담한 탐험과 위대한 발견들이 어류와 양서류, 파충류와 조류, 그리고 유인원과 인간 사이의 간극을 메우고 둘 사이를 연겷는 고리 역할을 했다.
나는 그중에서도 고생물학 역사상 가장 그 목표가 뚜렷하고 집요했던 탐험 중 하나로 이야기를 시작하고자 한다. 그것은 바로 고대의 인류를 찾기 위한 외젠 뒤부아eugen dubois의 탐험이었다. 그는 이 탐험을 위해 네덜란드에서 의사로서의 삶을 버리고 말라리아가 창궐하는 열대의 인도네시아로 향했다.(5장). 다윈의 새로운 이론에서 영감을 얻은 뒤부아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은 유인원과 인간 사이의 '잃어버린 연결고리'를 찾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발견한 '자바원인'은 최초의 연결고리로서 그 이후 발견된 모든 원시인류 화석과 ...각종 주장을 둘러싼 열띤 논쟁의 전조와도 같았다.

두 번째 이야기는 캄브리아기 화석에 등장해 다윈을 걱정시킨 동물의 흔적에 관한 사연이다. 더 오래된 화석과 동물 시대의 여명을 향한 연구 덕분에 찰스 월코트 charles walcott가 다음 두 가지 위대한 발견을 할 수 있었다.(6장) 첫째, 그랜드 캐니언 깊은 곳에서 그는 캄브리아기 이전에 생명이 존재했다는 명백한 증거를 발견했고 이 증거는 생명이 그 보다 훨씬 전에, 더 단순한 형태로 시작됐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그리고 두 번째로 캐나다 로키 산맥 정상, 버지스 혈암 Burgess Shale에서 그는 그 어는 것보다 역사가 길고 가장 특이한 생물의 가장 큰 흔적을 발견했다.
....
모든 화석 중에서도 가장 놀라운 동물은 물론 공룡이었다. 가장 위대한 자연사 탐험이라 불리는 로이 채프먼 앤드류스의 몽골·고비 사막 탐험(7장)은 공룡이 아니라 고대 인류를 찾기 위한 목적으로 처음 시작됐다.
....
백악기 말 공룡들이 갑자기 사라진 것은 초기 고생물학자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수십년 후, 물리학자 아버지와 지질학자 아들로 구성된 연구팀이 이탈리아 외곽의 작은 마을, 얄팍한 진흙층 속에서 최초의 단서를 발견하기까지 그 원인은 미스터리로 남아 있었다. 8장에서는 이 거대한 멸종현상, 곧 20세기 지질학, 고생물학, 생물학을 통틀어 가장 중요하고 혁명적인 발견 중 하나인 이 현상의 원인을 찾기 위해 과학자들이 전 세계를 탐험한 이야기를 들려 줄 것이다.
....
1960년대 공룡 화석이 발견되고 19세기에 발견된 주요 화석을 다시 검사한 끝에 사실 조류가 일종의 공룡이라는 사실을 깨달으며 공룡과 진화 연구에 르네상스를 맞은 것이다.(9장)

동물의 진화에서 '잃어버린 연결고리'를 찾기 위한 연구는 아직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최근 지구 미지의 지역을 탐험하면서 중요한 진화 현상을 보여주는 놀라운 생물들을 더 찾아냈다. 지금까지 발견된 것 중 가장 놀라운 과도기적 진화를 보여주는 화석이 최근 북극에서 발견돼 2006년 학계에 보고됐다. 어류와 네 발 달린 척추동물의 특성을 모두 보여주는 '피셔포드fishapod'라는 이름의 이 생물은 육지 동물의 변천 현상을 보여주며 동물 역사 전체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 하나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10장)"
(115~117쪽)

 

하지만 여전히 인간에 대한 연구는 더디기만 했다. 하지만 단초는 인간 화석이 아니라 유뮬로 부터 풀렸고, 과학의 발전으로 DNA 를 분석하게 됨으로 진화론의 부족한 부분들이 하나씩 메워져 나간다.

"원시 인류의 화석을 찾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완전히 다른 문제다. 우리의 조상은 떼를 지어 드넓은 대륙을 떠돌아다니지도 않았고, 해저 깊숙한 곳에 살지도 않았다. 또한 다른 동물들처럼 그 수가 많지도 않았고 시간과 공간이라는 차원에서 훨씬 더 제한된 분포를 보였다. 몸통뼈는 두개골로부터 쉽게 분리되고, 두개골은 조그만 충격에도 산산이 부서진다. 뒤부아의 발견 이후 앤드류스의 탐험을 포함해 인간과 유인원사이의 관계에 중요한 단서를 줄만한 증거는 거의 40년 동안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유럽에서 발견된 네안데르탈인 화석은 몸집과 두개골 크기가 현대 인간과 훨씬 더 비슷했지만, 오히려 완전히 다른 종이 아니냐는 의견까지 제기됐다. 인간과 유인원 사이 간극을 메울 수 있는 증거라고 보기엔 확실히 거리가 있었다. 유인원에서 인간으로의 진화과정을 연결할 다른 고리는 알려지지도 발견되지도 않고 있었다. 그러니 우리가 알고 있었...던 것이라고는 1920년대 초기 뒤부아 이후 크게 나아진 것이 없었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고대 인간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을까?
(뒤부아 연구 이후 아시아에 집중함) (273쪽)"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무대는 다시 아프리카로 넘어갔다. 그러한 관심의 이동을 촉발한 것은 화석이 아니라 도구였다. 1920년대 후반, 다량의 도구가 아프리카 동부에서 발굴됐고 이것이 다른 곳에서 발견된 것과 비슷하거나 더 오래된 것으로 보아 고대에 도구를 만들어 사용하던 존재가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도구와 그것을 만든 사람의 흔적을 찾기 위한 뼈를 깎는 노력이 바로 다음에 이어질 이야기의 중심에 있다. 새로운 인간과科 동물화석이 아프리카 동부에서 발견된 것은 그로부터 30년 가까이 지난 1959년, <종의기원>이 출판된지 정확히 100년 후 였다. 유인원과 우리를 연결하는 원시인류의 모습이 그 때 부터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인간 기원 연구의 초점은 아프리카에 맞춰져 있다. 그러나 새롭게 드러나는 인간 자연사의 그림이 화석이나 도구에서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살아있는 사람과 고대 인간의 DNA를 검사해서 인류의 역사를 해석하는 완전히 새로운 방식은 인간 기원 연구에 혁명을 일으키며 인간 기원의 역사를 새롭게 쓰게 했다."(274~275쪽)

 

우리는 이 발견을 이뤄낸 과학자들에게 감사해야 한다. 그들은 사자와 마딱드리기도 하고, 북극곰의 공포와 싸워야 했으며 실제로 풍토병으로 고생하거나 사망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발굴에 필요한 자금문제로 항상 힘들어했다. 그리고 이 연구는 아직 진행중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책으로 가는 문 - 이와나미 소년문고를 말하다
미야자키 하야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의 부제는 <이와나미 소년문고를 말하다>이다. 먼저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 십년동안 이어져 올 수 있는 소년문고가 있다는 것이. 물론 우리나라도 비슷한 몇 개를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생명력이 이와 같지 않다. 제대로 된 책을 만들지 못하는 문화탓인지 잘은 모르겠지만.

 

<책으로 가는 문>은 하야오에게 인상깊었던 이와나미 소년문고에서 50권을 선정하는 일과 그와 관련된 어린이 및 어린이 문학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책에 대한 저자의 짧은 소개이다.

 

<어린왕자>

처음으로 다 읽었을 때의 기분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말로 내뱉으면 소중한 뭔가가 빠져나가 버릴 것만 같아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있었습니다. 한 번은 읽어야 합니다. 어른이 되면 같은 작가의 <인간의 대지>도 읽어보세요. (18쪽)

 

책을 읽으면서 맞다. 어린왕자에 대한 가장 정확한 설명이다. <어린왕자> 말을 더 붙이면 붙일수록 사족이 되는 책이다.

<톰 소여의 모험>

이 얼마나 자유로운 소년 시절인가요. 그런데 이 책은 무척 어려운 시대에 쓰였습니다.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나쁜 영향을 주는 책으로 평가되었으니까요. 요즘에는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없을 테지요. 훨씬 자유로운 시대이니 말입니다. 그런데도 아이들은 몹시 부자유스럽게 살고 있습니다. 이상한 일 아닌가요. (45쪽)

 

<톰 소여의 모험>에 대한 하야오의 평을 들으면서 공감할 수 밖에 없다. 아이들은 훨씬 더 부자유스럽다는 말이 가슴을 후빈다. 지금 우리의 현실이니까.

 

하야오는 어린이 책에 대한 평과 함께 어린이 문학, 일본에 대한 고민도 함께 담고 있다.

제가 학생이었을 무렵, 전쟁 전 세대 선배들에게 물으면 "부모 몰래 읽었다"라든가 "읽을 책이 없어서 옆집 아저씨한테 다쓰카와분코를 빌려와 닥치는 대로 읽었다"라는 이야기뿐이었습니다. "책 따위나 읽으면 제대로 된 사람이 못된다" 하는 말을 듣고 자랐다고도 했습니다.
....
이러한 생각이 바뀐 데는 전쟁에 패배한 영향이 컸다고 생각합니다. "사고를 하지 않으니까 이런 어리석은 전쟁을 해서 나라를 망하게 했다"라는 것이지요. 그래서 "책을 읽지 않으면 안 된다"하고 생각이 바뀌었으리라 생각합니다. (84쪽)

 

전후 뒤바뀐 생각들. 평소 하야오의 생각이 묻어나온 글이다. 그가 보기에 일본 우익들은 여전히 사고를 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어린이들에 대한 관심이 많다. 그래서 그는 계속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작품을 만들고 있다. 그리고 그 따뜻함이 아이들의 상상력을 계속 채워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메가트렌드 2045 - 미래를 통찰하는 눈
마티아스 호르크스 지음, 배진아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트렌드 책들을 몇 권 읽고 있는데, 이 책만한 책은 못 봤다. 일단 기본적으로 접근 자체가 바람직하다. 다른 트렌드책들이 소비트렌드에만 국한되어 있고, 읽다보면 용어 만들기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처음부터 쭉 관통하지만 역사에서 다양한 이론을 접목시켜 미래를 조망하고 있다.

효율적인 예측과 행동의 근거는 그처럼 다양한 차원들이 한데 통합된 곳에서만 나올 수 있다. 무엇보다도 다음의 세 가지 새로운 '인터페이스 학문', 즉 간학문이 그러한 통합에 도움이 될 것이다

....

● 사회 시스템 이론 및 게임 이론
인간들 간의 상호작용을 '연속적인 게임'으로 이해하는 학문이다. 존 폰 노이만, 토마스 셸링, 조 내시 같은 초특급 기인들이 동서 냉전 기간에 이 학문의 기초를 마련했다. 게임 이론은 처음에는 군사훈련에만 적용되었지만, 그 후로 어마어마한 발전을 이룩했다. 그 결과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컴퓨터 모델을 이용하여 모든 사회 시스템에 대해 시뮬레이션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특정한 맥락이나 상황 속에서 개개인들로 이루어진 거대한 집단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그리고 위기와 협력이 어떤 식으로 전개되는지 등의 모든 과정이 이제 더는 비밀이 아니다.
● 인지심리학
최근들어 이 학문은 두뇌 연구소와 손잡고 인간이 주변환경을 '조화롭게 조정'하는 방식과 그로부터 어떤 결정과 행동이 도출되는지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인지심리학의 선구자인 대니얼 카너먼과 아모스 트베르스키는 이미 20년 전에 '인간은 오직 이성에 따라 행동한다'는 관념이 얼마나 근거 없는 것인지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여기에서는 밈meme이라는 개념이 무척 중요한데, 이 책에서도 자주 마주치게 될 것이다. 밈은 진화생물확자 리처드 도킨스가 맨 처음 이야기한 것으로 생물학적 유전자 '진gene'에 대응하는 말이다. 동물에게는 생물학적 유전자만이 아니라 문화적 유전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전제로 하며, 모방 등과 같이 비유전적으로 후대에 전해지는 요소를 말한다. 밈이 작용하기에 우리 뇌 속에서는 불안, 기대, 기피 사이에서 신중한 저울질이 이루어진다. 그리고 이를 통해서 지속적으로 모델이 만들어지고, 기대심리를 통해 자기 충족적 예언들이 생성되며, 궁극적으로는 미래를 '생산한다'.
● 확장된 진화론
250년 전 찰스 다윈이 진화의 기본 원칙들을 처음으로 설명한 이후, 이 개념은 험난한 길을 걸어왔다. 오늘날 '다윈주의'는 많은 사람의 머릿속에서 생사를 건 싸움, 오직 한쪽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싸움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세상은 지배와 복종이 아닌 공진화co-evolution를 토대로 한다. 새로운 진화론은 두가지 주요 분야인 진화심리학과 진화조직학을 통해 인간을 '서로 협력하면서 살아남는 존재'로 이해하도록 해준다. 우리가 아름다운 대상을 선호하는 이유, 부와 지위를 추구하면서도 서로 간에 공감을 느끼는 이유와 그 방식은 물론이고, 경제적인 위기가 악화되는 과정이나 기업이 번성하는 과정 또는 암과 같은 끔찍한 질병이 발달하는 과정 등을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궁극적으로 확장된 진화론에서는 이 모든 것을 진화 과정의 일부로 본다.

방금 언급한 이 세 가지 학문의 접점에서 통합적인 변화와 세계학이 대두하고 있는데, 나는 그것을 진화 예측학 evolutionary prognotics이라 부른다. (8~10쪽)

 

물론 저자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 부분들은 있지만, 그렇더라도 저자의 주장은 나름의 역사, 과학 등의 학문적 바탕을 가지고 있어 의미있다. 특히 저자는 인간과 사회가 전체적으로는 진보하고 있다고 말한다. 사회적 불평등이 어찌되었건 역사적으로 사람들의 복지수준은 좋아지고 있고, 수명또한 증가하고 있다. 또한 저자는 일반인들의 관습적 생각과도 다른 이야기를 한다. 세계화라고 하지만 정작 사람의 이동 등은 미미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유목민이라 떠들지만 실상 예전에 비해 이동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한다. 기술의 급격한 변화도 실제 삶에 변화를 일으키는 변화는 없다고 말하다. 이런 저자의 이야기는 합리적은 근거를 가지고 있다.

 

저자는 메가트렌드라는 것이 어떤 개별적인 특정시기의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때로는 후퇴할 수도 있다고 본다. 그러나 크게 보면 정반합을 거쳐 앞으로 나아간다고 본다. 보다 긴 콘트라티에프 주기를 활용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세계화 메가트렌드는 공간의 질서를 변화시킬 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의미에서 내적인 지평선과 각종 관계를 변화시킨다. 그리고 이렇게 함으로써 우리의 경제적, 정치적, 문화적 시스템 내부에서 새로운 협력을 요구하고 강요한다. 여성화는 남성과 여성의 공동생활 방식을 변화시킬 뿐만 아니라, 이와 더불어 가족의 조직 방식도 변화시킨다. 이것은 우리의 사회문화적 체계와 가치 체계에 더욱 고차원적인 복합성을 강요한다. 건강 추구 메가트렌드는 의료 분야 자체뿐만 아니라 우리가 자신의 신체와 육체적인 능력을 관리하는 방식과 자신의 노화 과정에 대처하는 방식까지도 함께 변화시킨다. 한마디로 '자기 자신을 인식하도록' 만든다. 새로운 직업이라는 메가트렌드는 노동과 생계 활동과정에 대한 우리의 기본적인 태도를 변화시킨다. 그리고 창조적인 협력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필수적인 요소로 만든다. 이렇게 보았을 때, 메가트렌드는 우리 문화 시스템 전체에 미치는 복합성의 압력이다. 다시 말해 변화를 재촉하여 복합성을 높이는 바람과도 같다. (404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핫트렌드 2015 - 국내 최초의 트렌드연구소가 포착한 Biz Trends 25
한국트렌드연구소 핫트렌드 연구위원회 지음 / 흐름출판 / 201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단 잘 모르겠다. 트렌드라고 이야기하는데 너무 많다. 트렌드가 25가지다. 이걸 트렌드라고 할 수 있나?

 

IT야 워낙 빠르게 변하는 분야이다 보니 굳이 이야기 하지 않아도 여기저기서 많이 듣는 내용이고, 나머지는 잘 모르겠다. 어쩌면 다양한 분야에서 트렌드를 고르다보니, 그리고 전 부분을 다 트렌드화 하려다 보니 트렌드인가 싶은 부분이 너무 많다. 물론 소비의 다양한 분야를 볼 수는 있지만 그걸 트렌드로 봐야 할지는 잘 모르겠다. 저자가 많은 것이 오히려 일관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인 듯 싶다.

 

물론 시도나 고민은 의미있다.

정보와 지식이 널려 있는 오늘날, 우리의 경쟁력 수준은 이처럼 내면화한 지식이 얼마나 많고 얼마나 깊이 있는가에 달려 있다. 앵무새 지식은 아무리 많아도 의미가 없다. 생각해보라. 요즘은 백과사전을 스마트폰에 넣어서 들고다니는 시대 아닌가. 잡다한 디테일들은 언제든 꺼내 쓰면 된다. 통찰과 깊이가 있는 지식의 내면화가 나의 진짜 경쟁력이다.(10쪽)

지식의 내면화를 통해 트렌드를 바라보는 눈이 필요하다. 하지만 내용이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런 지식 없이 책을 읽는다면 와! 할 수도 있겠지만 항상 신문이나 경제연구소 자료들을 보는 사람에게는 좀 만족스럽지 못한 것 같다. 전망책들도 거의 비슷하고, 트렌드책들은 서로 용어만들기에 나서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빅 픽처 2015 - 지각 변동의 시작
김윤이 외 지음 / 생각정원 / 201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15년 전망과 관련해 <빅픽처2015>는 읽을 만하다. 몇몇 꼭지들은 뻔하고 동의하기 어렵지만, 대한민국에 대한 다양한 전문가들의 전망은 분명 생각해볼 부분임에 분명하다. 민주주의, 경제의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단순히 소비트렌드만 다루는 <트레드코리아2015>는 도대체 생각은 있는 책인지 모르겠다.

 

<빅픽처2015>에서 관심을 두게 된 건 몇 가지가 있는데, 민주적 자본주의에 관한 부분이다.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는 사실 하나로 엮일 수 없는 부분이지만, 1970년대 전세계적 호황(대한민국만 아니지)으로 자연스럽게 결합해왔지만 성장이 정체된 이후에는 이 둘의 관계를 어떻게 봐야 할지 생각해 볼 문제이다. '민주적 자본주의'라는 것이 결국 경제적기득권을 가진 사람들과 대다수 시민사이를 어떻게 조정하느냐의 문제인데, 점점 더 정부가 조정역할을 포기하고 한쪽 편을 들어주는 것 같다.

 

[경제] 자본주의 대논쟁 이후··· 한국자본주의의 방향은? (민주적 자본주의의 미래) - 임동균(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 교수)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는 근본적으로 다른 범주에 속하는 개념들이다. 민주주의는 권력과 강제력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에 관한 문제이고, 자본주의는 어떠한 제도적 장치를 통해 물질적 자원을 배분할 것이냐에 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마 우리가 사는 사회는 정치 영역 따로, 경제의 영역이 따로 존재하는 공간이 아니다. 오히려 양자를 구분하는 구분선이 잘 보이지 않는 형태로 긴밀하게 얽혀 있는 상태로 우리 사회의 기본 틀을 구성하고 있다. 때문에 개념적 차원이 아닌 현실적 차원에서 민주주의는 자본주의의 모양새를 잡고, 민주주의 또한 자본주의가 작동하는 방식을 규정하기에, 민주적 자본주의라는 것을 하나의 유기체로 보아야 한다."(142쪽)

...

"울프강 스트릭은 시장에서는 한계생산성에 원칙적으로 자원이 분배되고 그리하여 시장의 힘이 사람들간에 불균형하게 쏠리는 데 반해, 민주정치에서는 집합적 선택과 다수의 표결에 따른 사회적 요구 및 필요에 따라 자원이 분배된다고 하면서, 이 두가지 원칙은 근본적으로 모순관계에 있다고 주장한다.
....
요즘과 같은 재정긴축의 시기에는 자본축적을 위해 취해야 하는 정책과 시민들의 권리를 지켜주기 위한 정책간에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으며, 이는 사회 전체적인 갈등으로 이어진다. 이는 정부가 경제성장률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노동자들의 요구와 자본의 요구를 동시에 들어주어야 하는 어려움과도 맞물려 있다. 증가하는 불평등 및 양극화를 잡기 위한 노력과 견제를 다하지 않으면, 자유시장과 사적 소유권이라는 법의 테두리 내에서 대부분의 자원이 소수의 경제 엘리트에게 쏠리게 되고 이는 민주주의가 수행해야 할 정치적 자원의 배분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때문에 민주적 자본주의는 태생적으로 불완전하고 불안정하며 그 안에 근본적 모순을 담고 있는 체계라는 지적 또한 숱하게 제기되어 왔다."(151쪽)

 

교육 불평등의 문제 역시 심각하게 논의해야 할 대한민국의 문제이다. 죄도 있는 사람이 지으면 무죄가 되는데, 이제는 공부할 머리가 있어도 집에 돈이 없으면 공부해서는 안되는 대한민국이다. 대학등록금의 문제 해결하기 힘들다면 미국의 장학금 정책의 변화를 참고하는 건 어떨까?

 

교육불평등, 어떻게 출구를 찾을 것인가?(미국의 교육 불평등 해소법) - 유혜영(미국 밴더필트대학교 조교수)

 

"기회불평등의 문제는 단순히 사회적 정의라는 관점에서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경제적 효율성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뛰어난 재능을 타고난 사람들이 부모 세대의 가난 탓에 충분한 기회를 누리지 못해 제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얻지 못하거나, 반대로 능력이 뛰어나지 않으면서도 부모 세대의 부나 영향력 덕분에 사회적으로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직위를 차지한다면 이는 사회 전체의 관점에서 인력과 자원을 적재적소에 배분하지 못한 것이 된다."(156쪽)

" 하버드대학교의 경우는 단과 대학이나 전공별로 다양한 상이 있다. 뛰어난 졸업 논물을 쓰거나 의미 있는 공익 활동을 한 학생에게는 권위 있는 상을 수여함으로써 학생들의 노력이 빛나도록 만든다. 열심히 노력하는 학생들이 실제로 원하는 것은 자신이 노력한 데 대해서 인정을 받는 것과 졸업 후 일자리를 구하거나 대학원에 지원할 때 이를 알릴 수 있는 기회다. 따라서 이러한 보상이 반드시 금전적인 혜택, 즉 성적 우수장학금의 형태로 이루어질 필요는 없다. 대학 입장에서도 공부를 잘하는 부유한 학생에게는 권위 있는 상을 부여하고, 금전적 도움이 절실한 저소득층 학생에게는 경제적 지원을 하는 것이 이익이다. 왜냐하면 성적이 뛰어난 고소득층 학생은 장학금을 받든 상을 받든 관계없이 스스로의 미래를 위해 노력할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반면 저소득층 학생은 성적 기반 장학금 제도하에서는 처음에 장학금을 받지 못하면 학비와 등록금을 벌기 위해 많은 시간을 학업이 아닌 노동에 써야 하고, 그러다 보면 공부를 할 시간은 점점 더 줄어들어 성적 우수 장학금을 받을 확률이 점점 낮아지는 악순환의 굴레에 빠지기 십상이다. 그러나 만약 경제적 필요에 따라 장학금이 지급된다면 입학 후 학업이나 다른 분야에서 소득에 따라 받는 영향이 적어지기 때문에 저소득층 학생들 입장에서는 훨씬 더 공평한 출발선에서 대학 생활을 할 수 있고 졸업할 확률도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161~162쪽)

 

 

<빅픽처2015> 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만들어진 행복을 걷어차라(인간탐구에 관한 과학적 사실들) - 이효석(뉴스페퍼민트 대표)

 

"이제 '만들어진 행복'의 실체를 알아보자. 만들어진 행복에는 인간의 이성이 감정을 지배할 수 있다는 믿음이 전제되어 있다. 이성과 감정은 분리되는 것이며, 이성이 감정을 지배해야 하고, 또 그것이 가능하다는 신념이 깔려있다. 더 나아가서는 눈 앞에 벌어지는 어떤 일이든 자신의 마음먹기에 따라 다르게 생각할 수 있으며, 따라서 행복 또한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주장한다. 이는 곧 행복하지 않은 자들의 문제가 사회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개인에게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다. 결국 사회가 가진 불평등과 구조적 모순을 개인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오늘날 무수히 쏟아지는 자기계발서 또한 '만들어진 행복'을 사고 파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만들어진 행복 누가 강요하는가?-행복의 이데올로기적 속성 122쪽)

 

"이성에 대한 믿음, 즉 인간이 세상을 이해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19세기에 이르기까지 팽배했다. 그러나 20세기 등장학 일련의 학문적 진전들에 의해 이러한 생각들은 무너져갔다. 수학분야에서는 괴델이 불완전성 정리를 이야기하며... ...
작은 물리학의 세계에 대해 우리가 알 수 있는 지식에는 한계가 있다는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
진화론은···인간이 여느 다른 생명체들과 전혀 다를 바 없는 자연의 일부....
물리학에서는 물질이 따라야 할 법직이 인간을 포함한 모든 세상을 지배한다는 것을 밝힘....
진화심리학은···습성, 도덕, 욕망 심지어 개성 역시도 단순히 진화의 과정...
경제학 분에에서도... 인간의 불완전성에 주목한 행동경제학..."
(더 이상 인간은 특별하지 않다-이성 우위 사고의 종말, 125~127쪽)

 

"세상이 물질로만 이루어져 있다는 것은 나의 생각과 의지가 곧 나의 뇌 속에 존재하는 뉴런과 화학물질들이 만들어낸 결과임을 의미한다."
(미래는 결정되어 있고 단지 예측할 수 없을 뿐이다-인간에 대한 또 다른 고찰, 128쪽)

"지난 200년간 과학의 발전은 인간을 바라보는 관점에 있어서 급격한 변화를 가져왔다. 근대 과학이 인류에게 선사한 인간의 이성, 합리성에 대한 믿음과 이를 바탕으로 한 자신감은 진화심리학과 행동경제학, 뇌과학 등의 발달과 함께 인간의 불완전성과 한계에 대한 인식으로 바뀌었다. 이는 인간의 의지에 모든 것을 맡기는 방법으로는 현실의 개선이 어려울 것이라는 한계를 말해주는 것이다.
앞으로 인간이 의지를 통해 바꿀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별하는 것은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다. 바꿀 수 있는 것에 대해 우리는 교육하고, 시도하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바꿀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수용하고, 이해하고, 대책을 찾아야 할 것이다. 적어도 어느 한 가지 관점, 예를 들어 '당신은 할 수 있다'고 외치며, '나는 할 수 있다'를 따라 외치라고 강요하는 ...무책임한 주장들은 점차 외면당할 것이다."인간을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 하나의 자연현상으로 보도록 만든 변화가 이 시대의 과학이 인간에게 주는 가르침이다.
또한 이런 가르침은 '만들어진 행복'이 갖는 한계를 알려준다. 이성이 감정을 완전히 제어한다는 것은 신화일 뿐이다. 적어도 '즐기라'는 명령, 동의, 다짐에 따라 즐기는 것은 내부로부터 비롯된 진정한 즐김과는 다를 것이다. 따라서 즐기라는 명령은 강압적이고 무책임할 뿐만 아니라 비과학적인 표현이 되는 것이다."
(뇌가 증명한다. 인간은 단순한 생명일 뿐이다.-뇌과학의 진화,132쪽)

아울러 트렌드, 전망 관련 책을 읽다보니 <트렌드코리아>는 너무 고민이 없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빅픽처>에서는 우버에 대해 긍정적인 점을 언급하지만 문제점도 지적합니다. 그러나 <트렌드코리아>는 별다른 고민없이 '판을 펼쳐라'의 사례로 활용하는데요. 트렌드코리아의 아쉬운 건 단순히 소비트렌드만 보다 보니 가치나 그 소비가 바람직한지에 대한 고민은 없어 보입니다.

"과연 우버가 창출하는 가치가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방향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
그러나 우버가 끊임없이 논란의 한가운데에 있는 것은 왜일까? 아마도 가장 큰 이유는 우버의 사업이 사회적 약자인 택시기사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108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