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원은 1층에 있다. 큰~ 통유리가 밖에서도 학원 내부가 훤히 보일 정도로 탁 트여있는 데다가, 학원 맞은 편은 제법 예쁘게 지어 놓은 단독 주택인데, 하얀 나무 벽과 삼각형으로 솟은 지붕, 집을 둘러싼 나무들 때문에 전망이 좋다고 볼 수 있다.
요 근래 들어 학원 간판도 새로달고, 유리창에 선팅도 새롭게 했다. 새로운 마음으로.. 게다가 버티칼도 새로 해서 아주 새로운 느낌이 나야.. 하건만.. 문제는 유리창이었다. 지난 몇 일동안 비가 내내 오는 바람에 유리창 청소를 못 한 것이다. 물론 하기 귀찮기도 했다. ㅡㅡ;
오늘은 아이들이 모두 놀러가서 몇명 안 왔길래 옳다구나 싶어 함께 일하는 선생님과 함께 이 뙤약볕에 유리창을 닦기 시작했다. 웁스. 생각보다 훨씬 더 힘들었다.. ㅡㅜ 땀이 삐질삐질나고.. (최근들어 그렇게 흘린적이..있었나 싶을 정도...) 점점 힘들었다. 힘이 들어서 그만하고 싶었지만 우리 두 여인네는 일을 시작한 김에 오기가 나서 몸이 부서져라(너무 했나.. 고작 유리창 닦이에.. 몸이 부서져라..^^;) 닦아 대기 시작했다.
'선생님, 힘드네요..'
'그쵸, 그만 하시고 들어가세요 제가 마저 할께요'
'아니예요. 이거(닦는 용액) 쓰니깐 잘 닦이는 데요.'
헉헉헉..
....
대략 이런 식이었다.
그렇게 둘이서 1시간은 닦았나부다. 아직도 성이 차진 않았지만 우리는 대낮의 폭염과, 마침 찾아온 손님 때문에 그냥 들어와버렸다.
그런데..
창을 닦고 밖을 보니.. 세상에.. 이렇게 더 예쁘고 깨끗해 보일 수가 없는 거였다. 여태까지 어떻게 살았는지.. 참.. 마치 안경 없이 0.4 로 지내다가 1.0 도수에 딱 맞는 안경을 낀 것 처럼.. 세상이 새롭게 보였다. 더군다나 오늘의 햇빛은 정말 찬란(!????)하지 않았던가..
햇빛에 반사되어 보이는 맞은 편 집의 하얀나무벽이 더 하얗게 보였다.
...
내가 세상을 바라볼 때도, 그렇게 깨끗하게, 투명하게 진실을 볼 수 있도록 내 눈의 렌즈를 닦아 줘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뭘로, 얼마나 오래, 얼마나 힘들여서 닦아 내야 하는 걸까?
암튼 오늘 극심한(!?) 노동 후의 먹는 순두부 찌개 맛만은 끝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