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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8
라우라 에스키벨 지음, 권미선 옮김 / 민음사 / 2004년 10월
평점 :
이 책은 아마도 영화 제목때문에 익숙할 것이다. 나도 책을 읽기 전에 왠지 동화 속 이야기 같았던 '조니 뎁'의 맑은 눈동자를 먼저 기억했으니 말이다. 이 책에는 단순한 사랑과 열정, 그리고 먹을 것에 관한 이야기가 들어 있는 것만이 아니다.
나는 한 달에 한 번씩 배스킨 라빈스의 '초콜릿 무스'가 너무너무 먹고 싶어진다. 먹고 싶어져도, 먹을 수 있을 때도 있고, 못 먹고 지나가는 때도 있는데, 하루 종일 그 아이스크림-찐득찐득한 초콜렛 맛-을 생각하다가 저녁 때쯤 시간이 나서, 지나가는 길에 아이스크림 집을 들러 한 입 베어 물고 나면 정신에 스며드는 만족감이란! 안 먹을 수 없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그 사랑 이야기는 처음에 페드로와 티타의 사랑이야기로 시작하지만, 결국은 마마 엘레나를 비롯한 모든 사람의 사랑이야기로 옮아 간다. 한 달에 한 번씩 내가 먹고 싶어지는 초콜렛을 한 입 물었을 때 온 몸에 퍼지는 초콜렛 맛처럼, 페드로와 티타의 위험하지만 강렬한 사랑은 그들이 속한 온 가족, 온 지역에 퍼져 스며드는 것이다.
티타가 만드는 음식은 단순한 먹을 것이 아니다. 그 안에는 삶이 녹아 있고, 그 음식은 다른 사람에게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것이 때로는 눈물이 될 수도 있고, 때로는 강렬한 사랑이 될 수도, 어떤 때는 죽음을 불러오기까지 한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하는 모든 일들. 그것이 무엇이든, 요리든, 연주든, 글쓰기든, 우리는 메시지를 담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내 옆에 있는 사람에게 일차적으로, 그리고 내 옆에 옆에 있는 사람에게 이차적으로, 그리고 삼차적으로, 그리고 얽히고 섥힌 그물처럼 서로 영향을 주고, 또 받으며 주거니 받거니 하게 되는 것이다.
이 원제의 뜻은 부글 부글 끓어오르는 초콜렛을 연상하는 말이라지만, 나는 오히려 "달콤쌉싸름한" 초콜렛이 더 맘에 드는 것 같다. 한 번 태어나면 운명이 다할 때 까지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인생인데, 그 안에는 달콤함도, 달콤함에 비해 너무나 큰 댓간인 쌉싸름함도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살아가야 하는 인생. 마치 한 달에 한 번씩 초콜렛을 먹고 싶어지는 것처럼, 그렇게 우리는 세상의 모든 자극에 완전한 무방비상태로, 어떤 면에서 필연적으로 달콤쌉싸름함을 맛보며 하루하루 살아가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초콜렛이 맛있는 것처럼, 무의미한 인생도, 초콜렛만큼 맛있다. 달아도, 써도.
참 이국적인 책이었다. 지난 번에 인상깊게 보았던 영화, "프리다"를 연상시키는 회화적 분위기. 요리책같기도 하고, 미술관 같기도 하고, 그리고 소설책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