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교회 사람들과 슈렉을 보러 갔었다. 음하하 공짜로 봤다! 별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워낙에 에니메이션을 즐기는 나인지라 즐거운 마음에, 게다가 돈도 안 들었고, 함께 간 사람들도 여럿 있어서 더욱 그 즐거움을 더했다.
슈렉은 못 생겼다. 하지만 나름대로 그도, 변신을 하고 보니 미남형이었다!! 짙은 눈썹과 딱 벌어진 어깨, 남성적인 턱선. 굵은 목소리와 다양한 표정. 멋진 남자였다. 사실 끝 부분에선.. 그 모습이 변하지 않도록 두 사람이 키스하도록 내심 바라기 까지 하였으니, 나도 역시 얼짱 신드롬에 휘말려 있는 게 사실인가 보다.
시끄러운 동키와 귀여운 장화신은 고양이, 그리고 개구리 임금님. 디즈니의 인어공주에서 나오는 문어 마녀와 피터팬의 팅커벨, 신데렐라의 마법사 할머니의 캐릭터를 섞어 놓은 듯한 요정 대모. 마차에서 내리자 마자 잠든채 엎어지는 잠자는 숲속의 미녀와 슈렉을 도와주는 돼지 삼형제와 늑대, 시골쥐 서울쥐(가 아닌가 생각한다..), 피노키오 등등등.. 정말 재미있고 신나는 동화 속 캐릭터를 보는 즐거움 또한 만만치 않다.
그 패러디는 또 어떤가. 여러가지 동화속 이야기는 물론이요, 미션 임파서블, 반지의 제왕, 기타 등등등(사실 잘 기억이 안난다.. 나머지는.. )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그래.. 정말 외모는 다가 아니야..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영화 보고 사람들이랑 밥먹으러 가서 TV에 나오는 연규진을 보며.. 언니에게 슬쩍 한마디. "언니, 난 쟤 무지 괜찮더라! 저 사람 아빠도 연기잔데, 아들이 더 잘생긴거 같어!" ㅡㅡ;
이 뿌리 깊은 외모 신드롬을 어찌한단 말인가.
아무튼 재미있었다. 언제나 교훈적이고, 교과서적인 방향으로 끝나는 에니메이션에 항상 내가 빠져드는 이유는 그래도 지킬 건 지켜야 한다는 나름대로의 확고한 기준이 있어서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주위에 너무나 잘 못된 것이 산재해 있는 현대. 아마도 우리는 만연해 있는 잘못된 가치관을 고쳐나가길 포기한 채 그저 묵과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치만 슈렉은 그런 것들을 모두 무시하고 그저 하고 싶은 말을 여과없이 하는, 솔직함이 있다. 오히려 그런 것에서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낀다면.. 내가 너무 지루한 사람인 걸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