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밥헬퍼 > 또다시 허를 찔리며

아마도 몇 번이고 이 글을 접했던 것 같다. 자칫하면 힘쓰고 애써서 돌고돌아 겨우 지금의 자기 자리에 돌아오는 삶을 살지는 않는지 다시 돌아볼 일이다. 

                           물질적으론 부자, 시간적으론 가난뱅이


              볼프강 작스  (독일‘부퍼탈 기후, 환경, 에너지 연구소 선임연구원)


  한 관람객이 어떤 목가적인 장면을 찍기 위해 카메라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소박하게 차려입은 한 사람이 해변가 모래 위로 밀려오는 파도에 흔들거리는 낚싯배에서 꾸벅꾸벅 조는 모습이었다. 카메라 셔터를 찰칵 누르자 그 어부가 잠에서 깨어났다. 관광객은 그에게 담배 한개비를 건네며 말을 걸기 시작했다.

“날씨도 좋고, 바다에는 고기도 많은데 왜 당시는 바다에 나가 고기를 더 잡아오지 않고 여기 이렇게 빈둥거리며 누워있고?”

  어부가 이렇게 대답했다.

“내가 오늘 아침에 필요한 만큼 충분히 고기를 잡았기 때문이죠.”

그러자 관광객이 말했다.

“그러나 이걸 한번 상상해보시오. 만약 당신이 하루에 서너 차례 바다에 출항한다면 서너배는 더 많은 고기를 잡아올 수 있소. 그러면 어떤 일이 생길지 알고 있고?” 어부가 모르겠다고 고개를 저었다. “한 일년쯤 지나면 당신은 통통배 한척을 살 수 있게 될 겁니다. 2년만 고생하면 통통배를 하나 더 살 수 있게 되겠지요. 그리고 3년이 지나면 작은 선박 한두척을 살 수 있게 될 테고, 그러면 한번 생각해보시오. 언젠가는 당신 소유의 냉동공장이나  훈제가공공장을 지을 수 있게 될 테고, 결국에는 당신이 소유한 여러 척의 어선들을 진두지휘하여 물고기 떼를 추적할 헬기도 한대 장만할 수 있게 되거나 아니면 당신이 잡은 고기를 대도시까지 싣고 갈 트럭을 여러 대 살 수 있게 되겠지요. 그러고 나면…”   

“그러고 나면?” 어부가 물었다.

관광객은 의기양양하게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그러고 나면, 당신은 조용히 멋진 해변가에 앉아서 햇볕을 받으며 졸면서 아름다운 바다를 바라보게 될 겁니다!”

그러자 어부가 관광객을 쳐다보며 말했다.

“그게 바로 당신이 여기 오기 전까지 내가 하고 있었던 거잖소!”

                                                                                             (하인리히 뵐 原作)


녹색평론 2003년 11-12월 통권 73호 159-160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에튀드는 연습곡이라는 뜻이다.

연습곡이란 말그대로 기교적인 연습을 위한 곡으로서, 자신의 감정, 느낌, 악곡의 형식 보다도 손의 유연한 움직임, 특정 손가락의 연습, 특정한 아티큘레이션의 표현 등에 중점을 두어 작곡한 곡이다.

기교적인 연습곡의 대표적인 곡으로는 하농, 체르니, 바이엘 등을 들 수 있겠다. 이런 연습곡들은 주로 손가락의 기계적인 움직임에 주력하게 하며, 물론 음악적인 요소가 아주 없진 않지만 연주곡으로는 적당하지 않은 지나치게 반복적이고, 단순한 리듬과 선율이 이어진다. 여기에 조금더 음악적인 요소를 가미한 것이 부르크뮐러의 연습곡이라 할 수 있겠다.

나는 개인적으로 부르크뮐러의 25개 연습곡을 많이 사랑한다. 길지도 않고, 어렵지도 않으나 분명히 음악적인 이야기가 숨어있으며, 모든 곡은 상상력을 자극하는 요소들로 가득하다. 제목도 많은 것을 연상하게 되어 있는 재미있는 주제들로 구성되어 있다. 아이들에게 그런 부분들을 설명해 줄 때 아이들의 반짝이는 눈을 보며 속으로 생각한다. "으이구~ 귀여운 것들!!"

이런 곡들은 초급용에 해당하고, 굳이 에튀드라는 이름을 붙여 연주회에서 연주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그에 반해 쇼팽에 이르면, 연습곡에 단순한 기계적인 의미가 아닌, 음악적인 의미가 더해진다. 테크닉과 음악은 함께 가는 것이라는 진리에 동의하는 나의 견해로 보면, 쇼팽의 연습곡은 체르니나 하농의 그것보다도 더 중요하고 깊은 의미를 지닌다. 기계적인 훈련을 꾸준히 오랜 시간해야 잘 칠 수 있는 곡이 쇼팽의 에튀드지만, 또한 그 안에는 무궁한 음악이 숨어있고, 살려야 할 멜로디, 반드시 말해 주어야 할 메시지들이 너무나도 다양하고 재미있게 나타나 있는 것이다.

사실 음악을 하면서 나는 쇼팽의 곡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었다. 나는 색채가 강한 라흐마니노프나, 리듬감과 파괴적인 화성이 살아있는 프로코피에프, 아름다우면서도 기괴한 선율의 뿔랑 등 현대나 러시아의 곡들을 먼저 접했기 때문에 쇼팽은 약하고, 여리고, 부드러우며 졸렸다.

그러나 계속 연주하고 공부하면서 왜 사람들이 그토록 쇼팽의 곡에 매료되며 그의 음악을 사랑하는지 조금 알 것 같다. 그의 곡은 선율적으로 아름답고 화성은 안정감 있으면서도 도전적이다. 그러면서도 쇼팽의 음악은 학구적이다. 연주하기도, 듣기도 까다로운 곡이 쇼팽이다.

쇼팽의 상상력은 연습곡에도 음악을 가미하기 시작한 것이다. 때로는 처절한 혁명의 외침을 때로는 귀여운 나비의 춤을, 때로는 차갑고 매서운 겨울 바람을, 때로는 넓고도 깊은 대양을, 때로는 양떼들의 넓은 들판을.  때로는 검은 건반으로반, 때로는 3도로만, 때로는 6도로만... 그의 다양한 음악적 상상력을 대체 누가 가늠할 수 있을까. 그는 졸립지도, 지루하지도 않은 음악가였던 것이다.

학부 공부를 마치고, 졸업하고 나자, 시험에 대한 부담이 없이 음악을 공부하면서 쇼팽의 에튀드를 여유를 가지고 연습하고 있는데, 한 곡 한 곡 칠 때마다 새로운 노래와 새로운 테마를 발견하게 된다. 그러면서 다시 한번 쇼팽의 음악사적인 의미를 되새기게 되는 것이다.

쇼팽이후로 많은 작곡가들이 연습곡을 만들었지만, 과연 쇼팽만큼 체계적인 기교의 연습과 음악을 함께 공부할 수 있는 곡이 있을까 싶다. 대체로 그의 이후의 연습곡들은 지나치게 기교적이거나, 지나치게 노래적이기 때문이다.

오늘 저녁에도 쇼팽의 에튀드를 연습할 꺼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오늘 하루종일 컴퓨터가 반항을 해댔다.

몇일전에 학원 앞에서 케이블 공사를 하더니, 잠시 전화와 인터넷이 안 됐었다.

그러고 나니 알라딘 메인화면에서 로그인만 하면 오류가 나고 컴터가 마비되는 것이다.

게다가 한/영 키를 아무리 눌러대도 영어밖에 나오질 않는거다.

 차라리 반대라면 좋으련만..

지금도 야후 메일에서 나의 서재 들어오기 해서 어렵게 어렵게 로그인을 했다.

하루종일 얼마나 짜증이 나던지..

영화 본 거 있어서 글 쓸라고 했었는데.. 잔뜩 쓰고 나니 오류나고 다 없어져서 지금 다시 쓸까 말까 고민중이다..

아~~ 글이고, 영화고, 만화고, 뭐든 두번하는 건 싫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밥헬퍼 2004-08-27 1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의 일이네요. 저도 그런 적이 있어서 뜬금없이 짜증날 때가 있던데...아뭏든 기분 안좋은 일인것은 분명합니다. 저는 그럴때 말없이 컴퓨터를 2-3대 때리고 시원한 물 한잔 먹으러 일어섭니다. 시원해지는 날 잘 지내십시오.
 

생각하며 연습하는 것은 연습 시간을 단축시키며 효율을 극대화 시킨다.

바이올린은 하루에 30분 정도밖에 못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신경을 많이 쓰게 되는 것 같다.

요즘에는 많이 익숙해져서, 30분보다는 많이 하게 되는 것 같다. 전에는 15분만 해도 팔이 아프고 힘들어서 하기 싫었는데.. 요즘은 30분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고, 훨씬 쉽게 연주할 수 있게 되었다.

역시 매일매일 연습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피아노는 역시..별 진보가 없이 더디기만 하다. 다음 주엔 레슨인데...ㅡㅜ

빨리 잘 치게 되길 바라는 마음 때문에 더 답답하게 느껴지는 것만 같다.

우~~~ 여행가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지난 5월.

김현주가 나오는 <파란만장 미스김 10억만들기>를 끝으로 드라마를 끊겠노라고 선언을 했었다.   그 당시 나의 드라마 중독은 최고 수준으로 본방과 재방송으로 각종 드라마를 섭렵, 내용과 갈등 관계, 주인공들의 이름과 채널번호 시간대.. 등등 시간되는 대로 틈틈이 정말 잘도 봤었다.

사실 연습을 하고 지쳐 있는데 TV 드라마 만큼 나에게 휴식을 주는 것도 없다. 이상하게도 드라마를 보면 지끈지끈 욱씬욱씬하던 머리도 안 아프고, 머릿 속이 비면서 편해 지는 것이었다. 그래서 오히려 연습에 대한 보상심리로 쉬는 시간마다 드라마를 열심히 봤던 것 같다. 하지만 사실 난 TV를 많이 보는 건 바보가 되는 거라는 일종의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어서 이제는 그런 바보짓을 그만하겠노라고 선언했던 것이다.  그 당시 나의 고민은 대단해서 하나님께 기도를 할 정도였다. ㅡㅡ;

아무튼, 그렇게 요란하게 (나름대로) 선언을 한 후 갑자기 많이 바빠졌고, 피곤해서 드라마는 더이상 보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파리의 연인>도 처음엔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볼 시간이 없어짐과 동시에 안 보기 시작하자 관심도 좀 뜸해졌다) 그런데.. 나에게 TV에 대한 고정관념을 심어준 당사자- 우리 엄마가... 시간을 맞춰가며 앉아서 <파리의 연인>을 보는 것이 아닌가.

급기야는 핸드폰 컬러링을 바꿔달라, 재방송은 언제 하느냐, 벨 소리는 없는지, 길 가다가 박신양이 부른 노래를 따라하질 않나..  여태까지는 모든 드라마에 대해 시니컬한 반응을 보였던 우리 김여사께서 이런 반응을 보이시다니... 대체 어떤 드라마길래~ 뻔한 내용을 가지고 이렇게까지 열광하는 걸까.. 나도 엄마 옆에서 슬슬 앉아서 보기 시작했다.

사실 드라마를 본 것은 끝나기 전 약 3주정도다.

그런데 드라마를 보면서 내가 부러웠던 것은, 돈많고 매너좋고 카리스마 넘치며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는 박신양도, 슬픈 눈에 모성본능을 자극하며 오토바이, 드럼 등등 매력적인 아이템으로 주무장한 이동건도, 그들의 사랑을 받는 씩씩한 캔디, 김정은도 아니었다.

내가 부러웠던 것은 그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김정은이 아니라, 한 남자를 자기보다 더 사랑하는 한 여자였다. 아무리 힘들고 지쳐도, 태영이 기주를 바라보는 눈빛은 참 애절하고도 아련했던 것 같다. 뭐, 김정은이 연기를 잘 했다 못 했다를 떠나서 , 그저 어떤 상황에서 나보다 그 사람을 더 배려해 주는 마음씀, 내가 아픈 것 보다 그 사람이 더 아플까봐 염려해 주는 마음, 다칠까봐, 아플까봐 안타깝게 쳐다보는 그 눈길에서 난 문득, 나도 저렇게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을까.. 세상에 저런 사랑을 할 줄 아는 여자가 있을까. 저렇게 사랑할 사람이 있을까.. 등등 물음표가 연이어 생겼다.

드라마는 끝났지만 아직도 김정은의 그 눈빛이 생각나는 것 같다.

나도 언젠가는 그렇게 사랑할 만한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심히 걱정되는 가운데 드라마는 끝났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호밀밭 2004-08-21 1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리의 연인 처음이 더 재미있었다는 생각이 들지만 재미있게 봤어요. 여름 판타지 드라마, 님의 어머니 귀여우세요. 이렇게 말해도 되나요. 님이 어리고 첫째이시니가 어머니도 젊으신가 봐요. 컬러링도 아시고. 저는 드라마를 보는 게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좋아하는 드라마가 있으면 일주일 중 기다려지는 요일이 있고 그렇게 이틀 정도 기대감을 갖고 보내는 것도 재미있잖아요. 사람들이 다른 중독은 별로 특별히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으면서 드라마 중독은 좀 다른 시각으로 보기도 하잖아요. 저는 좋아하는 드라마가 없을 때는 허전하기도 해요. 파리의 연인도 조금 보다가 마음이 살짝 떠나서 한동안 즐기는 드라마가 공백 상태였어요.
님은 충분히 좋은 분과 예쁜 사랑 하실 것 같아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듯^^.

2004-08-21 19: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Hanna 2004-08-23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어린가요.. ^^; 그런가~ 그래도 25살이면.. 아주 어리진 않지요? 글구.. 우리엄마두.. 올해 53.. ㅡㅜ 엄마가 이제 50대라는게 실감이 나신대요. 그래도 점점 밝아지는 것 같아서 좋아요. 여자들은 나이먹으면 남성홀몬이 나와서 더 활동적으로 되고, 남자들은 오히려 여성홀몬이 나와서 집에만 있기를 좋아하고, 소극적으로 된다고 하더라구요?
좋아해서 열심히 보던 드라마가 끝나면 약간 서운해요, 그쵸? ^^

2004-08-24 00:4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