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0년대 후반 많은 흑인이 미국 남부의 인종차별과 폭력을 피해 오클라호마의 털사로 이주했다. 1900년대 초 석유 관련 사업으로 그 일대의 경제가 급격히 성장하자 성공한 흑인 중산층들이 많이 늘어났다. 털사의 그린우드 지역은 블랙 월 스트리트라고 불렸는데 많은 비즈니스와 고급 상점들이 즐비하고 경기는 활황이었고 의사, 변호사, 성공한 사업가 등 흑인 부자들이 모여 살고 있었다.
1921년 5월 30일 엘리베이터 안에서 19세의 흑인 소년 딕 로랜드가 엘리베이터 걸인 17세 백인 소녀 새라 페이지의 발을 밟았거나 넘어지자 새라 페이지가 비명을 지르면서 비극이 시작되었다. 딕 로랜드는 다음날 백인 소녀를 폭행했다는 혐의로 감옥에 갇혔고, 백인 신문은 우리가 그 소년을 '잡아야' 한다고 부추겼다. 딕 로랜드를 보호하려는 흑인과 보복하려는 백인이 감옥 앞에서 충돌, 2명의 흑인과 10명의 백인이 사망한다.
셰리프가 로랜드를 내놓는 걸 거부하자 분노한 백인 폭도들은 흑인들이 공격을 계획하고 있다는 거짓 소문을 퍼뜨리며 그린우드 지역으로 몰려가 약탈, 방화, 살인은 자행한다. 경찰은 이 학살을 방치했을 뿐 아니라 폭도들에게 무기를 제공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이 일로 300여 명의 흑인이 살해되었고 수백 명이 부상 당했으며 블랙 월 스트리트에 있던 200여 개의 비즈니스 건물과 1,250 채의 집이 모두 잿더미가 돼 8,000 여명이 홈리스가 되었다. 당시 언론은 이 사건을 흑인과 백인의 무장 충돌이라고 보도 했고 오클라호마 대 배심원은 이 충돌의 원인을 로랜드를 보호하려 무장을 하고 간 흑인 탓으로 돌리며 백인에게 아무 죄도 없다고 결론 내렸다. 폭동이라 불렸기에 집과 비즈니스를 잃은 흑인들은 보험회사로 부터 보상을 받을 수 없었고 졸지에 삶의 터전을 잃고 빈털터리가 된 이들은 지역을 떠났다.
사건 발생 후 75년이 지나서야 이 사건의 진상에 대해 제대로 된 조사를 시작했고 이후 인종 폭동이 아니라 인종 학살이라 명명되었다.
이번 칼데콧 아너와 코레타 스콧 상을 받은 <Unspeakable: The Tulsa Race Massacre>는 바로 이 사건을 다루고 있다. 털사에서 무슨 일이 있었다는 말은 작년에 바이든 대통령이 인종학살 100주년으로 그곳에 방문한다는 뉴스에서 얼핏 들은 것 뿐이었는데 이 그림책을 읽고 그 끔찍한 비극에 대해 알게 되었다.
옆에 있던 딸에게 고등학교 때 AP US History (AP 과목은 고등학교에서 대학 수준의 수업을 듣는 걸 말한다. 굳이 AP 수업인 걸 쓴 이유는 그래도 제대로 된 수업이리라는 걸 알려주기 위해서다) 수업 시간에 이 사건에 대해 배웠냐고 물었다. 짧게 한 줄 정도로 넘어갔던 걸로 기억한다네? 이렇게 중요한 사건을, 그것도 나름 진보적인 캘리포니아에서, 대충 넘어간다니??
이 그림책의 그림을 그린 Floyd Cooper의 할아버지는 털사 인종 학살의 생존자로 당시 이야기를 해 주곤 하셨다고 한다. 그의 할아버지는 오래전에 돌아가셨고, Floyd Cooper도 작년에 암으로 세상을 떴지만 이렇게 좋은 작품으로 남아 사람들에게 그때의 이야기를 계속 들려주고 있다. 여기서 다시 한번 <Watercress>의 작가 Andrea Wang의 말을 되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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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기 전에 쓰려고 급히 쓰고 나갔다 와서 보니 이런 실수가! 다시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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