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책은 누크 심플 터치로 한글책은 갤탭 2로 사용하다 보니 불편한 점들이 있었다.
먼저 갤탭으로 보는 경우 눈의 피로도가 너무 크다는 점이다. 작년 4월부터 <밀리의 서재>를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무료 한 달만 하려고 그다음에는 두어 달만 더 하려는 마음에 미친 듯 읽어댔더니 시력이 팍팍 나빠지는 게 바로 느껴질 정도였다. 안 그래도 나이와 노안 탓에 침침한 눈이 악화 되어 뭔가 조치가 있어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한 5년 전부터 영어책은 더 이상 사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모든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 읽고 있다 (놀랍게도 이 다짐은 아주 잘 지켜지고 있다. 한 권도 안 산 건 아니지만 일 년에 한 권 정도의 책만 구입함) 우리 동네는 퍼블릭 도서관과 카운티 도서관 두 군데를 이용할 수 있는데, 코로나 이후 한동안 도서관을 닫아 종이책을 빌릴 수가 없고 전자책만 빌릴 수 있었다. 퍼블릭 도서관의 전자책은 쉽게 누크에 담아 읽을 수가 있지만 카운티 도서관의 경우 새로 만든 앱을 깔아야 하는데 갤탭 2가 오래된 태블릿이다보니 도서관 앱을 깔 수가 없는 것이다. 퍼블릭 도서관에는 없고 카운티 도서관에만 책이 있는 경우 안타깝지만 읽지 못하거나, 남편 태블릿을 빌려 읽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또한 카운티 도서관 앱뿐 아니라 '밀리의 서재'도 갤탭 2에 깔 수가 없기 때문에 읽기 전용앱 apk을 깔아서 사용했는데 이건 말 그대로 읽기 전용이라 컴퓨터에 들어가서 책을 고르고 찜을 한 뒤 다시 앱으로 돌아와서 사용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안 그래도 <밀리의 서재>앱이 불안정한데 이런 방식을 사용하니 하다가 오류가 나거나 잘 안돼서 짜증이 날 때가 종종 있었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전자책 전용 단말기를 하나 장만해야지 하고 찾아보니 새로 나온 크레마 시리즈 중에서 골라보면 어떨까 생각이 들었다. 내가 샀던 크레마 터치는 너무 초창기라서 그랬던 걸 거야. 요즘 나오는 건 괜찮겠지. 평도 나쁘지 않잖아. 그러면서도 선뜻 사겠다라고 마음 먹지 못하던 차에 우연히 구글 뉴스에서 오닉스 북스라는 전자책 전용 단말기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나는 처음 들어보는 제품이라 검색을 해봤는데 이게 전자책 단말기로 꽤 유명하네? e-ink 화면으로 여러 사이즈가 나오고 있어 와 이거 맘에 든다 했는데 세상에 가격이.... 가격이... 너무 비싸다. ㅠㅠ 그래서 오닉스를 사려는 마음을 접었다.
마음을 접었다면서도 계속 기웃기웃. 갑자기 포크 2가 세일을 한다는 글을 보았다. 포크 2는 너무 작은 거 같아서 고려 대상이 아니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결제를 누른 나의 손. (내가 구입한 뒤 후속 모델이 포크 3과 e-ink지만 칼라인 포크 칼라가 나왔다. 그래서 세일을 했던 거였음.)
*오닉스 북스 포크 2 (Onyx Boox Poke 2)
약 6개월간 사용했는데 현재까지는 대만족이다. 하지만 중국 회사라 내구성이 얼마나 좋은지는 알 수 없다. 몇 년 후에 화내면서 다시 글을 쓸지도 모른다.
혹시 이게 어떤 건지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알기 쉽게 설명하자면, 오닉스의 북스 시리즈는 말하자면 아이패드나 갤탭 같은 태블릿인데 e-ink 화면인 것이다. 그러니까 흑백 버전의 태블릿이라고 생각하면 되고 구글 플레이 스토어가 있어서 우리가 스마트 폰에 하듯 앱을 깔고 쓰면 된다. 어떤 사람들은 이걸로 인터넷도 하고 그러던데 나는 책 관련 앱만 깔아 책 읽는 전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루팅이나 그런 것 없이 킨들, 누크, 알라딘, 리디북스, 밀리의 서재등 거기에 도서관 책까지 다 읽을 수 있어 세상 편하다. 도서관이나 밀리의 서재 등을 사용할 때 전처럼 컴에서 빌리고 다시 읽기전용앱으로 올 필요 없이 단말기에서 직접 할 수 있어 좋다. e-ink 화면이라 눈이 피로하지 않은 건 당연하고 와이파이 끄고 있으면 배터리도 제법 오래 간다. 내가 누크에서 아쉬웠던 것이 밤에 볼 수 있게 화면 뒤에서 불이 나오는 거였는데 포크 2는 그게 된다. 밝기의 정도도 조절할 수 있음.
6인치라 좀 작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있는데 누크 심플 터치 화면 사이즈와 같기 때문에 나에게는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작고 가볍기 때문에 누워서 읽을 때도 편하고 가방에 넣고 다녀도 부담 없다.
사이즈가 궁금하신 분이 있으실까 봐 비교 샷. 화면이 켜져 있어야 사이즈 비교가 쉬울 거 같아 켜고 찍었다. 포크 2와 누크 심플 터치, 크레마 터치의 화면 사이즈는 같은데 전체 단말기의 사이즈는 포크 2가 작다.
포크 2는 두께도 얇아 케이스를 빼면 스마트 폰 두께이다.
지금까지 대체로 만족인데 마이크로 SD 카드를 넣을 수 없다는 게 아쉽다. 오닉스 북스 제품은 다 그런 듯. XX 전집 이런 거 읽지도 않으면서 막 구입했던 나는 혹시 저장 용량이 부족할 까봐 다운받지 않았다. 사실 다운 받아두어도 읽지도 않잖아. ㅎㅎ
내가 살 때 리모콘을 끼어주었는데 아니 전자책 단말기에 왜 리모콘이?
이렇게 생겼다.
나는 책 읽는 거로만 쓰니 리모콘이 필요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게 또 쓰다 보니 편하네. 게으름의 끝판왕이다. 종이책처럼 넘기는 것도 아니고 그냥 탁 치면 페이지가 넘어가는 건데 화면까지 팔 뻗는 것도 귀찮아서 손에 있는 리모콘을 클릭하며 페이지를 넘긴다. 누워서 책 읽을 때 무척 유용하다.
쓰다 보니 길어져서 전자책의 장점은 다음에 기회에.
혹 전자책 단말기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네이* 디지털 감성 e북 카페라는 곳에 가면 엄청난 양의 정보가 있습니다. 오닉스 말고 다른 e-ink 로 된 단말기들도 있으니 혹 전자책 전용 단말기를 구입할까 하는 분은 거기 가서 검색해보고 나에게 맞는 단말기를 찾아보는 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