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요리가 자신의 숨겨진 재능이었음을 깨달은 남편.

틈날 때마다 요리 유튜브를 보며 그 재능을 갈고닦는 중이다.

한국 요리에는 청양고추가 들어가는 레시피가 많다고 그런데 여기서 구할 수가 없다고 투덜대더니 (아직 '꿩대신 닭' 수준에 미치지 못함) 작년에 마트에서 청양고추 모종을 판다며 신나서 사 왔다. 끝물이라 시들시들한 모종을 열심히 키워서 고추가 제법 열렸다.

식물을 키우는데 자신이 생겼는지 올해는 씨를 심어보자고 했다. 집에 언젠가 사놓은 청양고추 씨가 있어 그걸 심었는데 오래된 씨라 발아가 잘 안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좀 많이 심었다.

처음 2주 넘게 싹이 올라오는 기미가 없어서 역시 오래된 씨였어! 하며 포기했는데 3주쯤 지나니 세상에! 싹이 쑥쑥 나오는 거다. 발아율이 거의 100프로에 육박함.



얘네들을 하나씩 나눠서 모종 60개를 만들었다.



그냥 한국 풋고추면 많이 키워도 쓸 일이 많겠지만 매운 고추는 요리할 때만 쓰니 두어 개만 있어도 되는데.... 그래도 씨 심어 나온 녀석들이 기특해서 모종으로 만들어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내가 심고 싶었던 건 깻잎인데 깻잎씨야말로 너무너무 오래된 거라 땅에 심고 한 달이 되어도 자라지 않았다. 어디서 보니 씨를 축축한 키친 타올에 놓고 랩을 씌워놓으면 싹이 난다네? 그래서 한번 해보았다



오 이렇게 하니 뿌리가 나오네! 그래서 뿌리가 난 녀석들을 흙에 옮겨심었다



오른쪽에 있는 둥근 떡잎이 깻잎이다. 그리고 중간에 삐쭉 나오는 건 부추인데 씨를 심은 지 일주일 만에 저렇게 막 나오고 있다.


평생 모르고 살았는데 우리 green thumb이었나봐. 얘네들 나중에 밖에 심어도 잘 자라겠지? 이제 막 싹 나왔는데 벌써부터 뭐 해먹을까 연구하며 신났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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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04-29 13: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와 신기해요~ 전 뭐든 죽이는 사람이라^^; 이런 것 쑥쑥 잘 키우시는 분들 보면 대박!이라는 말만 나옵니다ㅎㅎ
다 자라면 어떤 요리에 먹을까 즐거운 기대네요~^^

psyche 2022-04-29 13:49   좋아요 1 | URL
저도 이런 거 잘 못 키운다고 생각하며 살았어요. 나중에 마당에 나가서도 잘 자랄지 모르겠지만 이만큼 키운 것도 어찌나 뿌듯한지. ㅎㅎ
잘 자라서 수확을 하게 되면 또 글을 올리겠습니다.

프레이야 2022-04-29 13: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파릇파릇 귀여운 아이들이네요. 뽑아 먹을 생각에 신남이 막 여기까지 전해져요. 먹고 먹히고 나의 피와 살이 되어주는 참된 너란 녀석 ㅎㅎ 대견하네요. 두 분 정체가 그린썸이셨어요!! 좋아요 👍
남표니께서 요리 재능이 있으시군요. 얼마나 다행ㅎㅎ 울남표니는 재능이 없어요 요리에. 하기는 하는데 맛이가 빈 느낌. 어딘가 빠진 느낌. 한끗차이의 그 맛을 못 내네요. 열심히 하는 거에 그냥 점수 주고 말아야 할 듯요.

psyche 2022-04-29 13:52   좋아요 2 | URL
부추 싹 조만큼 올라온 것 보면서 부추전 해먹을 생각에 막 들떴었는데 찾아보니 첫 해에는 머리카락 같이 얇다고 해서 급 우울해졌습니다. ㅎㅎ
제 남편은 라면 밖에 못 끓이던 사람이었는데 코로나로 집에 있으면서 요리 유튜브 보고 한번 해보더니 요리에 완전 빠졌어요. 남편이 김치도 막 담궈요. 덕분에 저는 신났답니다. ㅎㅎㅎ

프레이야 2022-04-29 14:45   좋아요 2 | URL
울남표니도 부추김치 파김치 이렁거 막 담구는데 그런대로 먹을만은 해요. ㅎㅎ 혼자만 맛나대요. 부추는 가늘게 올라오는 그게 영양 높다죠. 야들야들한 부추로 부추전 우왕 저도 좋아해요. 여기선 정구지라고도 한답니다 ㅋ 알콩달콩 해드세요. 그린은 참 기분 좋은 색이네요!

psyche 2022-04-30 01:21   좋아요 2 | URL
부추김치 파김치도 담그시다니 프레이야님 남편분도 대단하시네요. 혹시 프레이야님 입이 너무 높으신 거 아닌가요? 저는 남이 만들어준 건 다 맛있어서 남편이 요리하면 맛있다고 난리를 치니 더 열심히 하는 거 같아요. ㅎㅎㅎㅎ 가늘게 올라오는 부추가 영양이 높다니 다시 기대되네요. ㅎㅎ 쑥쑥 자라서 부추전 해 먹을 날이 빨리 오길.

다락방 2022-04-29 13: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니, 싹 나오는 거 보는데 왜이렇게 신나죠? 제가 막 다 신나네요!! >.<

psyche 2022-04-30 01:22   좋아요 1 | URL
싹 나오는 거 보고 너무 신나서 내가 늙어 그런가 했는데 다락방님도 그러시다니 이건 나이 때문이 아니군요. ㅎㅎ 매일 얼마나 나왔나 들여다 보느라 정신없어요.

유부만두 2022-04-29 14: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역시 전공자는 다르시군요!

유부만두 2022-04-29 14:02   좋아요 2 | URL
근데 이렇게 정성으로 키우면 그 깻잎이랑 부추는 아까워서 못 먹을거 같아요.

psyche 2022-04-30 01:23   좋아요 1 | URL
이게 전공이랑은 아무 상관이 없는.....
먹으려고 키우는 거라 전혀 아깝지는 않고 먹을 수 있게 쑥쑥 자라기는 바라고 있어. 좀 자라다가 만다는 사람들도 있어서.

hnine 2022-04-29 14: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실제로 저렇게 키친타올 위에 물 뿌리고 키우기도 하는 걸 봤어요. 실험실에서...^^
물론 식용으로 먹을 만큼 키우려면 흙으로 옮겨야겠지만요.
요즘은 여기서 마트에 가면 아예 실험대 같은데 자라고 있는채로 허브 팔기도 해요.

psyche 2022-04-30 01:24   좋아요 1 | URL
오래된 씨앗이라 정말 저렇게 하면 될까 했는데 뿌리가 나오고 싹이 트더라고요. 너무 신기했어요. 여기는 마트에 모종을 많이 파는데 우리가 원하는 한국 깻잎, 고추 이런 건 없어서 씨로 직접 키우게 되었네요.

페넬로페 2022-04-29 14: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식물이 싹을 키우는 모습이 넘 신기하네요. 청양고추는 많이 필요없으니 저 정도의 양으로도 충분할 것 같아요^^

psyche 2022-04-30 01:25   좋아요 1 | URL
주변에 아는 사람들에게 막 분양하고 있어요. 막 다섯개씩. 씨뿌려 나온 녀석들이라 그냥 뽑아 버리기는 아깝더라고요. 농부의 마음을 조금은 알 거 같네요

singri 2022-04-29 15: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헐 농사를 하셔야겠;;;;;

psyche 2022-04-30 01:26   좋아요 2 | URL
이제 막 싹만 나온 거라.... 앞으로 잘 키울 수 있는지 봐야겠죠. 농사는 부지런한 사람이 하는 거라서 저처럼 게으른 사람이 과연 잘 할 수 있을지는 무척 의문입니다.ㅎ

단발머리 2022-04-29 19: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코로나로 요리가 자신의 숨겨진 재능이었음을 깨달은 남편 ㅋㅋㅋㅋ 저 여기에서부터 기립!
기립박수 쳤습니다! 두 분 오래오래 행복하세요*^^*

psyche 2022-04-30 01:30   좋아요 1 | URL
남편이 요리 유튜브 보는 게 취미 생활이 되었다지요. 단발머리님 남편분도 나중에 어떤 계기로든 요리에 눈을 뜨게 될 수도 있답니다. 저도 전혀 상상 못했던 일이거든요. ㅎㅎ

Kletos 2022-04-29 21: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너무 재밌습니다 ㅎㅎ

psyche 2022-04-30 01:36   좋아요 1 | URL
네 싹이 나오는 재미가 아주 좋습니다. 매일 들여다 보고 있어요. ㅎㅎㅎ

바람돌이 2022-04-29 21: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의 코로나로 저희집도 남편이가 요리를 하고 있는게 여전히 적성이 아닙니다. 어제는 저는 방에서 남편이는 부엌에서 핸드폰 스피커폰으로 요리과정 알려주면서 요리를 했어요. 결과물은 괜찮았르나 남편이가 더더욱 요리를 싫어하여.... ㅠㅠ 저렇게 싹이 나는거 보면 진짜 신기해요. 한동안은 저 아이들이 커가는거 보는 재미로 사시지 않을까요? ㅎㅎ 글구 청양고추는 싱싱할때 믹서로 후루룩 갈아서 냉동실에 넣어놓고 필요할때마다 조금씩 꺼내쓰면 아주 오랫동안 먹을 수 있습니다. ^^

psyche 2022-04-30 01:40   좋아요 1 | URL
청양고추를 갈아서 냉동실에 넣어둘 생각을 못했어요. 좋은 아이디어 감사합니다!
정말 요즘 얘네들 자라는 거 보는 재미로 산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제일 먼저 싹이 얼마나 텄나 키가 얼마나 자랐나 보고 하루에도 수십번 들여다 보고 있어요. 나중에 꽃이 피고 열매를 맺으면 더 재미있겠죠.
사실 한국은 배달 음식도 많고 반조리도 많잖아요. 여기서는 내가 만들어 먹어야 하니 먹고 싶으면 자기가 해야 하고 결과물이 좋으면 신나서 또 하고 뭐 그런 거 같아요. ㅎㅎ

mini74 2022-04-30 0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추는 잘라도 잘라도 또 나고 또 나서 약간 무섭기도 했던 ㅎㅎㅎ식물도 애기애기하니 예쁩니다 ~

psyche 2022-05-01 13:17   좋아요 1 | URL
어머 그렇군요. 잘라도 잘라도 또 난다니 넘 좋은데요. 부추전 잔뜩 해 먹을 수 있겠네요. ㅎㅎㅎ

기억의집 2022-05-02 23:09   좋아요 1 | URL
근데 부추 계속 나긴 하는데,
나중에는 밭 갈아 줘야지 부추 자란다고 저의 엄마가 말씀하셨어요. 저의 엄마는 농사 욕심이 많으셔서.. 덕분에 부추 미나리 고추 파 깻잎 등등 다 텃밭에서 재배해 얻어 먹는데,, 저는 귀찮아서 못 할 것 같은데 싹 트고 자라는 거 보면 신기하고 재밌다고 하세요!!

psyche 2022-05-03 08:34   좋아요 1 | URL
저는 부추가 다년생인 것도 몰랐어요. 싹 나는 모양도 신기하더라고요. 처음 봤어요. 일단 올해 잘 키워서 부추 김치는 못해도 부추전은 해 먹을 수 있어야 할텐데....

친정이 원래 주택에 살았어서 저희 엄마도 마당에 이것저것 많이 심었었거든요. 저는 게을러서 마당있는 집에 살아도 안 했어요. 깻잎, 부추 이런 거 먹고 싶을 때 그거 사자도 고속도로 타고 한국마트 가는데 귀찮아서 안 먹고 말다가 드디어 직접 키우기로 했습니다. 올해 성공해야 앞으로 계속 할텐데 ㅎㅎ

기억의집 2022-05-02 23: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랩걸 읽으면 천년 지난 씨앗도 조건만 맞으면 발아된다던데요!! 한국 음식에서 없어선 안 될 청량고추죠. 특히 된장찌개. 청량이 들어간 거랑 안 들어 간 거랑 맛 차이가 엄청 나더라구요. 들깨도 수확하시면 좋을텐데. 미국은 들기름 구하기 힘들다는 이야기 들었거든요! 전문가 솜씨세요. 종이컵에 싹 틔우시는 거 보면~

psyche 2022-05-03 08:30   좋아요 1 | URL
들기름까지 짜서 먹을 수는 없고.... 깻잎이라도 많이 따먹을 수 있게 자랐으면 좋겠어요. 하루에도 수십번 들여다보고 있네요. ㅎㅎㅎ
전문가 솜씨 전혀 아니고 처음 씨 뿌려 키우는 건데 생각보다 잘 나와요. 이제 어느정도 키우면 밖에 심어야 하는데 과연 그때도 잘 자라려는지...

레삭매냐 2022-07-06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지난 가을에 쟁여둔
해바라기 과꽃 그리고 나팔꽃
등등의 싹을 틔우고 있답니다.

화분에서 어떤 녀석이 나올
지 궁금하더라구요 :>

단, 그린썸은 아닌 것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