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흐를수록 알라딘의 '분위기'가 점점 더 이상해 지는 것 같아 심히 걱정스럽습니다.

[플라톤의 신성한 잠언(箴言)이라고 키케로(Cicero)가 정확하게 부른 것, 즉 자기 부모에 대해 폭력을 사용해서는 안 되는 것처럼 자기 조국에 대해서도 폭력을 사용해서는 결코 안된다는 말]처럼, 어떤 영리조직이든 자기 자신의 고객에 대해서는 결코 폭력(혹은 폭력이라고 느낄 만한 '힘')을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 * *
















되풀이되는 엄중한 도발의 결과 때문이라는 것 65∼66쪽

우리가 어떻게 행동할 때 비로소 분개심을 표출하는 우리의 행위가 방관자에게 완전히 유쾌하게 느껴지고 그리고 방관자로 하여금 우리의 분개에 완전히 동감하게 할 수 있을 것인가?

무엇보다도 먼저 우리의 분개를 격발시킨 원인이, 만약 우리가 그것에 대해 어느 정도라도 분개하지 않는다면 우리 자신이 비열한 인간으로 되어버리고 그리고 두고두고 모욕을 받게 될 그런 것이어야 한다. 사소한 침해에 대해서는 무시해 버리는 편이 오히려 낫다. 사소한 시빗거리가 있을 때마다 흥분하는 심술궂고 남의 말꼬리 잡고 시비하기 좋아하는 성격만큼 비열한 것도 없다. 우리가 분개하는 이유는, 우리 스스로 불쾌한 격정으로 화가 나서가 아니라, 분개하는 것이 적절하고 또한 사람들이 우리에게 분개하기를 기대하고 또 요구하고 있다는 자각 때문이어야 한다.

인류가 느낄 수 있는 격정들 중에서 이 분개의 격정만큼 우리로 하여금 그것의 정당성에 대하여 재삼 의문을 가져보게 하고, 우리가 그것을 표출하기 전에 조심스럽게 우리의 본래의 적정성 감각에 비추어 보게 하고, 또한 냉정하고 공정한 방관자가 우리가 표출하는 분개를 보고 어떤 감정을 가지게 될 것인지 진지하게 생각해 보도록 하는 것도 없을 것이다. 관대함이나 우리 자신의 사회적 지위와 존엄을 유지하고자 하는 관심만이 사람들을 불쾌하게 하는 이 격정의 표현들을 고상한 것이 될 수 있게 해주는 유일한 동기이다. 이 동기가 우리의 전체 품격과 태도를 특징짓는 것이 되어야만 한다. 우리의 태도는 반드시 소박·소탈하고, 감추는 것이 없고, 솔직해야만 한다. 과단성이 있되 독단적이 아니어야 하고, 고결하되 오만하지 않아야 하며, 무례하고 상스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상해를 가한 자에 대해서조차 너그럽고 솔직하면서도 모든 적절한 배려를 다해 주는 그런 것이어야 한다. 간단히 말해서, 분노의 격정 때문에 인간의 선한 본성이 훼손되지 않았음을, 그리고 만약 우리가 어쩔 수 없이 복수를 하게 된다면 그것은 마지못해서, 필요에 의해서, 그리고 되풀이되는 엄중한 도발의 결과 때문이라는 것이 우리가 그것을 표현하려고 일부러 노력하지 않고서도 우리의 전체 행동에서 저절로 드러나야 한다.

분노가 이런 방식으로 억제되고 진정된다면 그것은 심지어 관대하고 고상하기까지 한 것으로 인정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분개(憤慨)의 감정 149쪽

분개(憤慨)는 방어를 위해서, 그리고 오직 방어만을 위해서, 천성이 우리에게 부여해준 감정인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정의를 지키는 보호장치이자 죄없는 사람을 지키는 안전장치이다. 그것은 우리로 하여금 우리에게 가해지려는 해악을 물리치고 이미 가해진 것에 대해서는 보복을 하도록 촉구한다. 그리하여 가해자로 하여금 자신의 부정한 행위를 반성하도록 하고, 나아가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같은 처벌을 받을까봐 두려움을 갖도록 함으로써 유사한 죄를 범하지 못하도록 한다.


분개의 감정이 달성하고자 하는 주요 목적 181∼182쪽

분개의 감정이 달성하고자 하는 주요 목적은 우리의 적으로 하여금 고통을 느끼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로 하여금 자신이 자신의 과거의 행동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도록 하고, 또한 그로 하여금 과거의 행동을 후회하도록 만들고, 그로 하여금 그가 해악을 가한 그 사람이 그와 같은 식으로 대접을 받아서는 안 되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닫도록 만드는 데 있다. 우리를 해치거나 모욕을 준 사람에 대하여 우리로 하여금 분개하게 만드는 것은 그가 우리를 무시하는 태도, 우리보다 자기기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불합리한 태도,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언제라도 그의 편의에 따라 또는 기분에 따라 희생되어도 좋다고 생각하는 그의 터무니없는 자애(自愛: self-love) 등이다. 그의 행동에 나타난 두드러진 도덕적 부적정성, 그의 행동에 담겨 있는 큰 오만과 불의는 종종 우리에게 우리가 당한 해악 그 자체보다도 더욱 큰 충격을 주고, 우리를 격분하게 만든다. 다른 사람들이 응당 받아야 할 몫에 대한 보다 올바른 감각을 그에게 심어주는 것, 그가 우리에게 지고 있는 빚이나 그가 우리에게 행한 잘못을 그가 깨닫도록 해 주는 것 등이 우리가 보복하려는 주요 목적이다. 만약 이 목적이 달성되지 못한다면 보복은 항상 불완전하다.


오만(傲慢)한 사람 483쪽

오만(傲慢)한 사람은 표리부동(表裏不同)하지 않고, 마음속 깊숙이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확신하고 있는 사람이다. 그러나 그러한 확신이 어디에 근거하고 있는지를 알아맞히기는 흔히 어려울 수도 있다. 그는 당신이, 그가 당신의 입장에 있을 때 자기 자신을 바라볼 그런 눈으로, 자기를 보아주기를 바란다. 그가 당신에게 요구하는 것은, 다른 게 아니라, 그가 생각하는 공정(公正)함이다. 만일 그가 자기 자신을 존경하는 것만큼 당신이 자기를 존경해 주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면, 그는 모욕(侮辱)을 당한 것 이상으로, 마치 그가 정말로 어떤 침해를 당한 것처럼 화를 내고 분개한다. 그러나 그런 때조차도 그는 자신이 당신에게 그런 요구를 하는 이유를 설명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는 당신에게 존경을 간청하려고 하지 않으며, 그런 행동을 경멸하는 척하기까지 한다. 그리고 그는, 자기 자신의 우월함을 당신으로 하여금 느끼도록 하기보다는 당신 자신의 비천함을 스스로 느끼도록 함으로써, 자기 스스로 상정(想定)한 지위를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그는 마치 자기 자신에 대한 당신의 존경심을 자극하기보다는 오히려 당신 자신에 대해 당신이 굴욕감을 느끼도록 자극하기를 더욱 바라는 것처럼 보인다.



양심, 가슴 속의 동거인(同居人), 내부 인간, 우리 행위의 재판관 및 조정자(調整者) 253쪽

그것은 이성(理性), 천성(天性), 양심, 가슴 속의 동거인(同居人), 내부 인간, 우리 행위의 재판관 및 조정자(調整者)이다. 우리가 다른 사람들의 행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을 하려고 할 때마다 우리 내심의 가장 몰염치한 격정을 향하여 깜짝 놀랄 정도의 큰 목소리로 다음과 같이 소리치는 것은 바로 이 사람이다. 즉, 우리는 대중 속의 한 사람에 불과하고, 어떠한 점에 있어서도 그 속의 다른 어떠한 사람보다 나을 것이 없으며, 우리가 그처럼 수치(羞恥)를 모르고 맹목적으로 우리 자신을 다른 사람들보다 우선시킨다면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분개와 혐오와 저주의 정당한 대상이 될 것이라고, 우리가 우리 자신들에 관련된 모든 것이 실제로는 사소한 것이라는 사실을 배우는 것은 오직 이 중립적 방관자로부터이고, 이 중립적 방관자의 눈에 의해서만 자애(自愛)가 빠지기 쉬운 잘못된 생각을 바로잡을 수 있다. 관용의 적정성과 부정(不正)의 추악성, 우리 자신의 큰 이익보다 다른 사람들의 더 큰 이익을 위하여 우리 자신의 그것을 양보하는 것의 적정성과, 우리 자신의 최대의 이익을 얻기 위하여 다른 사람의 가장 사소한 이익까지 침해하는 행위의 추악성을 우리에게 보여 주는 것은 바로 이 공평무사한 중립적 방관자이다.

많은 경우 우리로 하여금 그러한 신성한 미덕을 행하도록 촉구하는 것은 우리의 이웃에 대한 사랑도 아니고 인류에 대한 사랑도 아니다. 그러한 경우에 통상 생기는 것은 보다 강한 사랑, 보다 강력한 애정, 즉 명예스럽고 고귀한 것에 대한 사랑, 우리 자신의 성격의 숭고함, 존엄성, 탁월성에 대한 사랑인 것이다.

 - 아담 스미스, 『도덕감정론』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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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적 감정들 : 좋아함, 노여움, 감사, 동정, 죄의식, 수치 621쪽

트리버스는 도덕적 감정들을 호혜주의 게임의 전략으로 보고 그것을 다음과 같이 역설계했다.

'좋아함liking'은 이타적 관계를 시작하고 유지하는 감정이다. 대략적으로 그것은 타인에게 호의를 제공하는 자발성이고, 그 방향은 자발적으로 호의를 돌려줄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에게 맞춰진다. 우리는 우리에게 친절한 사람을 좋아하고, 우리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친절하다.

'노여움anger'은 친절함의 대가로 사기를 당하는 경우를 막아 준다. 착취 행위가 발견되면 당사자는 그 불쾌한 행동을 불공정한 것으로 분류하고 분노와 도덕적 공격의 욕구-관계를 단절함으로써, 그리고 때때로 사기꾼에게 고통을 줌으로써 벌을 주고 싶은 욕구-를 느낀다. 많은 심리학자들이 노여움에는 도덕적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거의 모든 노여움이 정당한 노여움, 즉 의분이라는 것이다. 격노한 사람은 자신이 손해를 입었고, 그래서 부당함을 시정해야 한다고 느낀다.

'감사gratitude'는 최초의 행동에서 비롯된 비용과 이익에 따라 보답하려는 욕구를 조절한다. 우리는 우리에게 호의를 베풀어 큰 도움을 주고 그로 인해 큰 손실을 겪은 사람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느낀다.

'동정sympathy'은 어려움에 빠진 사람들을 돕고자 하는 욕구이고, 감사를 벌기 위한 감정일 수 있다. 사람들은 호의가 가장 절실할 때 가장 많이 감사하므로, 어려움에 빠진 사람은 이타적 행동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기회다.

'죄의식guilt'은 발각될 위험에 처한 사기꾼을 괴롭힐 수 있다. H.L. 멩켄은 양심을 "우리에게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을지 모른다고 경고하는 내면의 목소리"로 정의했다. 만일 피해자가 미래의 모든 도움을 끊는다면 사기꾼은 비싼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그는 자신의 악행을 배상하고 그런 일을 되풀이하지 않음으로써 관계 단절을 막는 일에 관심을 기울인다. 사람들이 사적인 범죄에 대해 죄의식을 느끼는 것은 그 행위가 공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죄가 발각되기 전에 자백하는 행위는 진실함을 입증하고 피해자에게는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좋은 근거가 된다.

'수치shame'는 범죄가 발각된 후의 반응으로 공개적인 뉘우침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데, 이것도 분명 같은 이유에서다

 - 스티븐 핑커,『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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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의 경제적 비용


현대세계에서 거의 모든 경제활동은 개인에 의해서가 아니라 높은 수준의 사회적 협동을 필요로 하는 조직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재산권, 계약, 상법 등은 시장지향적인 현대 경제체제를 이룩하는 데 필수불가결한 제도이지만, 이런 제도가 '사회적 자본'과 '신뢰'로 보완된다면 경제활동 비용을 상당히 절약할 수 있다.

한편 신뢰는 공유되는 도덕규범이나 가치를 지닌, 그 전부터 있어 온 공동체의 산물이다. ...... 이런 공동체는 경제학자들이 말하는 의미에서의 합리적 선택의 산물이 아니다. 

필자는 지난 번 책『역사의 종언과 최후의 인간』에서 일반적으로 경제적인 동기라고 받아들여지는 것이 실제로는 합리적인 욕망의 문제가 아니라 인정받으려는 욕망의 구체화임을 다소 장황하게 주장한 바 있다. ......

경제생활이 가능한 한 최상의 물질적인 풍요를 얻는 것뿐만 아니라 승인과 인정을 얻기 위해서 추구되는 것이라면, 자본주의와 자유민주주의의 상호 의존성은 더욱 명백해진다. ......

경제학자 알베르트 히르쉬만은 근대 부르주아의 등장을 귀족사회의 특징인 명예에 대한 '열정'을 신흥 부르주아지의 특징인 물질적인 '이해관계'로 대치시킨 '윤리적 혁명'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사실상 이런 대체는 최초의 자유주의적 정치이론가 토마스 홉스의 마음속에 크게 자리하고 있었다. 홉스가 보기에 시민사회란 종교적인 열정에서든 귀족적인 허영심에서든 간에 합리적인 부의 축적에 명예에 대한 욕망을 의식적으로 종속시킨 것이라고 생각했다.

- 프랜시스 후쿠야마,『트러스트』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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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9-07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경써주셔서 항상 감사합니다.
이번 일은 '분개'해야하는 일이라고 저는 판단했습니다.
처음에야 순간적으로 불편하고 욱~하는 정도의 일이었지만, 알라딘의 태도에 의하여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되는 것이라 판단했습니다. 저는 아무거나 시시비비를 가리기 좋아하는 성격은 아닙니다, 세상에서 완전히 올바른 것도 완전히 그른 것도 없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제 행동에도 찬반이 분명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현재 이렇게 행동하는 것이 올바르다 생각합니다. 알라딘이 제시한 틀 내에서
무조건 수용해야 한다면, 제가 세상에 대해서 고민할 필요조차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다만..... 사람의 반응이란 정말 다양하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해봅니다.

oren 2011-09-07 13:37   좋아요 0 | URL
'분개'에 대해 깊이 성찰한 도덕철학자의 말을 곧이곧대로 따르자면, '사람들을 불쾌하게 하는 이 격정의 표현들'을 고상한 것이 될 수 있도록, [과단성이 있되 독단적이 아니어야 하고, 고결하되 오만하지 않아야 하며, 무례하고 상스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상해를 가한 자에 대해서조차 너그럽고 솔직하면서도 모든 적절한 배려를 다해 주는 그런 것이어야] 한다고 하는데, 그게 참 쉽지 않으니 늘 문제 입니다.

2011-09-07 23: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oren 2011-09-08 10:18   좋아요 0 | URL
제겐 너무 과분한 말씀이네요..

그리고, 이미 인용했던 내용들이 많은데 자꾸만 울궈 먹는 것 같아 다소 식상하기도 하구요. 그래서 이 글은 안 올릴까 하다가, 혹시나 처음 접하는 분들도 있지 않을까 싶어서 '염치 불구하고' 올린 겁니다. ㅎㅎ

암튼 댓글 남겨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페크pek0501 2011-09-09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oren님 덕분에 도덕감정론을 사기로 했어요. 예전의 페이퍼도 읽었는데 좋은 내용이 많더라고요. 감사 드립니다.

oren 2011-09-09 17:16   좋아요 0 | URL
네.. 『도덕감정론』은 저도 오래 전부터 벼르던 책이었는데, 다 읽고 나서도 또 다시 펼쳐 읽고 싶고, 또 읽을 때마다 대단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이런 경험을 하게 만드는 책은 매우 드물었던 것 같습니다)

pek님께서 이 책을 사기로 하셨다니 저도 몹시 기쁘네요. 그리고 댓글 남겨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2011-09-10 18: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11 00: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9월 하순에 찾아가본 智異山
지리산 둘레를 따라 만난 풍경 ①
지리산 둘레를 따라 만난 풍경 ②


한걸음 한걸음이 건강이요, 재미요, 즐거움이다. 인생의 근심걱정은 금권주의, 사회의 본질적 속악함과 함께
- 김이 솟아 오르는 골짜기의 가장 낮은 밑바닥에 달라붙는 추악한 독기처럼 - 아득히 저 아래쪽에 남는다. 위쪽에서 우리는 맑은 공기와 날카로운 햇빛 속에서 신들과 함께 걷고, 인간은 서로를 알며 자신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를 안다. 어떤 감정도 '우리 종족의 시조들처럼 충실한 동지들'과 더불어, 어느 냉혹한 절벽을 공격하러 전진하는 감정보다 영광스러울 수는 없다. 설령 바깥쪽으로 툭 튀어나간 기울어진 바위 선반 위에서 오로지 구두징 한 개의 마찰만으로 육체가 희박한 공기 속에 떨어져 내리는 것과, 영혼이 저 위 천국으로(그렇게 희망하자) 날아 오르는 것을 막고 있을 뿐일지라도 한 손의 손가락에 아직도 한 파티의 생명을 맡길 수 있고, 아랫도리에 '무릎이 풀어지는 공포'의 기미가 전혀 없다는 것을 아는 것보다 통쾌한 일은 없다.

 - 알버트 프레드릭 머메리

 * * *

○ 일시 : 2011. 8.19(금) 13:30 ∼ 8.21(일) 13:30
○ 산행 코스 : 백무동 → 장터목(1박)  → 천왕봉  → 세석평전  → 벽소령  → 연하천(2박)  → 노고단  → 성삼재
 

거의 5년 만에 다시 지리산을 종주하게 되었다.

처음으로 지리산을 찾았던 게 대학 1학년 여름방학때(1981년) 였으니, 그로부터 따지면 지리산과 인연을 맺은지도 어언 30년이 되었다. 정말 세월이 빠르다는 말을 절감하지 않을 수 없다.

지리산을 오를 때마다 늘 '지리산을 처음 올랐을 때의 추억'을 되새기곤 하지만, 이번 산행에서는 유달리 '그 시절 그 친구들과의 추억들'이 몹시도 그리웠고, 특히나 이번 산행 코스는 여태껏 올랐던 방향과 정반대 방향(천왕봉 → 노고단)으로 다녀왔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왜냐하면 산행 도중 수없이 마주치게 된 풋풋한 젊은이들(특히 대학생들이 많았다)을 보면서 30년 전의 '우리들' 모습을 떠올리지 않기 위해 애쓸 도리가 도무지 없었기 때문이다. 지리산에 오른 대개의 대학생들은 너무나 싱그러운 젊음을 푸른 나뭇잎처럼 발산하고 있었고, 나는 어느덧 딱딱한 껍질을 온 몸에 두르고 있는 나무처럼 제법 많은 세월을 살아 온 중년이 되어 있었다.


<앨범 속 사진 1> 1981년 8월, 대학 1학년 여름방학때 지리산 정상에 오른 모습


(그 당시엔 멋도 모르고 청바지에 운동화를 신고 종주산행을 했나 보다. 사진 속 수박 한 통이 인상적이다)


언제부터 산을 좋아하게 되었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어쨌든 30년 전 처음으로 가 본 '지리산'은 정말 좋았다. 제법 거창한 4박5일의 종주 산행이었던 데다가, 텐트와 5일분의 식량 때문에 짐도 무거웠고, 등반대의 구성원이 남학생 6명과 여학생 2명으로 이뤄지는 바람에 텐트를 남학생용 대형(7∼8인용) 1개,  여학생용 소형 1개(3∼4인용)로 구색을 맞춰 가져 갔는데, 대형텐트는 정말 무게가 장난이 아니었고, 텐트를 치고 걷는데도 시간이 꽤나 걸렸기 때문에 더욱 고생이 심했고, 그만큼 잊지 못할 추억으로 가득 찬 산행이 되었다.

그 당시를 다시금 회상해 보면, 아무튼 그 땐 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거친 산길을 걷고, 하루 세끼씩 꼬박 꼬박 8인분의 식사를 준비하고, 식사를 하고, 설겆이를 마치고, 또 야영을 하는 과정들이 결코 만만치 않았는데, 그런 과정에서 서로 돕고 도우며 '진한 우정'이 싹트게 되었다. 그 때 함께 산행을 한 친구들은 물론 '평생의 친구'가 되었다. 그러고 보니 마침 내일 6쌍의 부부가 저녁모임을 갖는데, 대부분 이 때 함께 등반을 간 친구들이다(한 쌍의 부부는 이 때 등산을 함께 간 남학생과 여학생이다).

그 당시엔 1인당 회비를 15,000원씩 거뒀던 걸로 기억하는데(한 학기 등록금이 대략 50만원쯤 했다), 꽁치 통조림은 너무 비싸 정어리 통조림을 훨씬 더 많이 준비해 갔던 기억이 특히 생생하다. 매 끼니때 마다 '정어리 통조림 찌개'는 빠지지 않았고, 배낭을 꾸릴 때마다 그 속에 그득했던 정어리 통조림이 과연 '몇 개나 줄었는지' 세어보곤 했던 기억이 새롭다.

이번에 지리산 종주 산행을 다녀와서 '30년 전 추억'도 떠올려 볼겸 책장 한 켠에 수북히 쌓인 '앨범'을 뒤져보니 내가 산을 좋아하긴 좋아했나 보다 싶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처음으로 얻은 여름휴가때도 배낭에 텐트를 짊어지고 곧장 설악산으로 달려 갔으니 말이다.


<앨범 속 사진 2> 1988년 8월, 직장생활 1년차 여름휴가때 설악산을 찾은 모습

(이 때부터는 월급도 타고 등산화도 사 신었지만, 여전히 청바지를 입고 산행을 했던 모양이다.)


직장생활을 하면서부터 회사 산악회의 총무와 간사 등을 (아마도 10년쯤) 떠맡아 주말마다 이 산 저 산을 참으로 많이도 쏘다녔던 것 같다. 앨범 속을 뒤져보니 온통 '****** 산악회'를 내걸고 찍은 단체사진만 수두룩하다. 그래도 지금 되돌아 보니, 그 때가 참으로 행복했고 참으로 젊었던 시절이었던 것 같다.


<앨범 속 사진 3> 1990년 10월, 직장생활 3년차 가을에 용문산을 오르다가 찍은 사진

(총각사원 시절에 함께 간 직장 선배님이 찍어준 사진인데, 그 분의 취미가 사진촬영인줄 나중에 알았다)


지리산을 처음 갔을 때 내 나름대로 마음 속에 '다짐'해 둔 게 두 가지 있었다. 하나는 '적어도 5년에 한 번씩은' 꼭 지리산을 오르자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노부부가 지리산 정상을 함께 오르는 모습을 보고 나서 마음먹은 것인데) 60세가 넘어서도 저렇게 지리산을 함께 종주할 수 있는 사람을 '평생의 반려자'로 삼자는 것이었다. 사실 아내와 함께 지리산을 찾은 건 여러 번이었지만 '종주산행'은 여태껏 함께 해보지 못했다. 다만 두 아이가 대학입시를 마치는 대로 함께 '종주산행'을 다녀오자는 구두약속만 해놓은 상태다.

어쨌든 처음 지리산에 갔을 때의 다짐 가운데 어느 하나도 제대로 실행된 건 없지만, 딱 10년 만에 두 번째 종주산행을 다녀올 수 있었고(똑같은 노총각 신세의 고교 동창 세 명이 함께 갔다), 그 뒤로도 야간산행과 종주산행을 몇 번 더 다녀왔던 것 같다.


<앨범 속 사진 4> 1991년 10월, 10년 만에 두 번째 지리산 종주산행을 하면서......

(이 때는 4박5일 동안 야영을 하면서 [화엄사 → 천왕봉 → 칠선계곡]으로 종주산행을 했다)


지리산은 언제 찾아가도 늘 어머님 품 속 처럼 따스하고 포근한 느낌을 받곤 한다. 다른 산에서는 좀처럼 느끼지 못하는 독특한 감정이다. 그리고 지리산의 품은 다른 어떤 산들도 감히 비교조차 하기 어려울만큼 드넓고 넉넉하다. 지리적으로도 남한의 8도 가운데 3도를 차지할 만큼 넓다. 산이 높고 깊은 만큼 그 품에서 흘러 나오는 섬진강의 맑은 물은 또 얼마나 오랜 세월에 걸쳐 얼마나 많은 생명들에게 젖줄이 되어 왔던가 싶은 생각도 든다.

비록 내가 태어난 고향은 태백산맥 자락에 가깝지만, 어른이 되어 지리산을 찾고 부터는 이 곳에 매료되어 마음 속으로 늘 동경하는 곳이 되었다. 이른 봄 남녘의 지리산 자락에서부터 피고지는 구례의 산수유와 광양의 매화향기와 여름 내내 비구름과 운무를 가득 머금은 지리산의 여러 능선들과 계곡들, 가을과 겨울이면 온통 울긋불긋한 단풍과 새하얀 눈으로 뒤덮인 지리산의 모든 계절이 나에게는 너무나 매혹적이다.

이번 산행은 독특하게도 '동네 성당 산악회'에서 지리산을 종주한다는 선배님의 말씀을 듣고, 그 선배를 따라 (종교의 장벽을 무시하고)  '지리산이 좋아서' 무작정 따라 나섰다. 그 덕분에 오히려 일행들과 함께 휩쓸리지 않고, 산행 내내 조용히 마음속으로 내가 살아온 나날들과 앞으로 살아갈 날들에 대해 많은 생각들을 가져볼 수 있는 기회도 되었다.

올해는 유독 늦여름까지 비가 많이 왔던 만큼, 이번 산행에서는 우리 일행 역시 이틀을 꼬박 빗속을 걸을 수밖에 없었다. 그 때문에 지리산의 최대 장관인 '천왕봉 일출'도 볼 수 없었으며, 지리산의 숱한 비경과 절경들을 카메라에 담을 기회가 거의 없었다. 다음에 또 지리산을 찾게 되면 어둠을 헤치고 말갛게 솟아 오를 붉은 태양과, 태고의 세월을 느껴볼 수 있을 것 같은 멋진 지리산의 모습들을 카메라에 담아 보고 싶다.

이번 산행에서는 비록 많은 비를 맞으며 힘든 산행을 했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무릎이 풀어지는 공포'를 거의 느끼지 못할 만큼 체력적인 여유를 느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30년 전에 처음 지리산을 찾았을 때 마음 속에 다짐했던 두 가지를 이루기 위해서라도 부지런히 산을 찾아 다니고 싶고, 또 내일 만날 '오랜 친구들'과도 '다시 한번' 의기투합하여 지리산 능선을 함께 걸으며, 별이 빛나는 밤마다 까마득한 옛 얘기를 오래도록 함께 나눌 수 있는 날들을 기다려 본다.



1. 백무동에 도착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비가 내리기 시작~
(Shooting Date/Time 2011-08-19 오후 12:28:14)





2. 비빔밥과 청국장이 맛있었던 '옛고을' 식당




3. 지리산의 위용이 느껴지는 모습~





4. 장터목 산장을 불과 몇백미터 앞두고 마주친 장관...... (Shooting Date/Time 2011-08-19 오후 5:41:09) 




5. 빗물을 잔뜩 머금은 '모시대'(장터목 산장 도착 몇십미터 전)




6. 장터목 산장의 저녁 풍경 (Shooting Date/Time 2011-08-19 오후 6:10:22) 



7. 비바람 몰아치는 지리산 정상(1,915M) (Shooting Date/Time 2011-08-20 오전 6:58:04)




8. 잠시 '빗줄기가 약한 틈'을 이용해서 찍은 '곰취' (Shooting Date/Time 2011-08-20 오후 1:46:39) 



9. 지리산 산행길 내내 반겨준 '원추리'



10. 소박하고 수줍게 핀 '둥근이질풀'



11. 벽소령을 지나 연하천으로 가는 길목에서~ (Shooting Date/Time 2011-08-20 오후 4:34:15) 



12. 비구름만 가득하다가 아주 잠깐 보여준 운무 (벽소령과 연하천 사이)



13. 산행 3일째, 마침내 연하천 산장에서 맞은 눈부신 일출 (Shooting Date/Time 2011-08-21 오전 5:52:48) 



14. 연하천 산장에서 맞은 지리산의 아침 풍경 (Shooting Date/Time 2011-08-21 오전 5:57:33) 




15. 어느새 하늘은 가을이 느껴질 만큼 푸르고......



16. 아침에 보는 지리산 운해 (Shooting Date/Time 2011-08-21 오전 7:37:10) 



17. 토끼봉을 지나며......



18. 아침 햇살에 빛나는 '둥근이질풀' 



19. 화개재에서 쉬고 있는 등산객들 (Shooting Date/Time 2011-08-21 오전 9:24:57) 



20. 아침 이슬을 머금은 '원추리' (Shooting Date/Time 2011-08-21 오전 9:30:27) 



21. 오고, 가고 또 머무르고.....


22. 운무에 휩싸인 반야봉과 삼도봉



23. 등산로는 아니지만 '가 보면' 좋은 곳



24. 저 멀리 섬진강이 아스라히 보이는 곳



25. 아름다운 동행~ 



26. 종주산행의 종착지, 노고단 풍경 (Shooting Date/Time 2011-08-21 오후 1:03:13)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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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태백산의 겨울
    from Value Investing 2013-01-19 11:27 
    지난 주말, 오랜만에 들뜬 마음으로 '눈꽃열차'를 타고 태백산으로 향했었다. 겨울산으로 달려가는 야간열차 안에서 친구들과 막걸리며 맥주를 나눠 마시는 기분은 정말 요즘 어린애들 말로 킹왕짱이었다. 함께 여행을 나선 친구들과는 대학 1학년때 같은 과 동기생들로 처음 만났으니 벌써 30년 이상을 동고동락해 온 사이가 되었다. 이 친구들과 결정적으로 뭉치게 된 건 아무래도 대학 1학년 여름방학때 난생 처음으로 함께 나섰던 '지리산 종주 산행' 덕분이 아니었을
 
 
마녀고양이 2011-08-26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좋아요,,, 이제까지는 꿈도 안 꿨지만
이 페이퍼를 보면서 언젠가 너무 길지 않은(2박3일) 정도의 지리산 종주 여행을 저도
가족과 함께 해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사진 보니 가슴이 뛰는걸요, 올 가을에 지난번 말씀하신 북한산에라도 꼭 가겠습니다.

oren 2011-08-27 11:04   좋아요 0 | URL
50대 혹은 60대에 지리산을 처음 찾는 분들도 있더군요. 원대한 계획이 꼭 이뤄지길 바라고, '올 가을엔' 아주 가까운 북한산에 꼭~ 올라가 보시길 바랄께요^^

비로그인 2011-08-26 2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 oren님 오랜만에 들려봅니다.

사진 참 좋습니다. 저도 조만간,, 카메라를 ^^ 가을의 문턱에서 잘 감상하고 가겠습니다~

oren 2011-08-27 11:06   좋아요 0 | URL
어느 결에 가을 바람이 살랑거리는 계절입니다. 바람결님의 댓글이 무척이나 반갑네요.
바람결님이 카메라를 손에 잡으시면 너무 멋진 작품들이 마구 쏟아져 나올 것 같아요. 기대만발입니다.

blanca 2011-08-26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리산. 대학교 때 과 동기가 지리산에 왔다고 전화했던 기억이 나요. 나도 언젠가는 가겠다고 결심했던 기억이. oren님 사진들 보니 저도 신입사원 연수 때 설악산을 등반했던 기억이 나서 뭉클해지네요. 정말 설산이었는데. 서로 밀고 끌어주면서 함께 했던 추억들이 참 아련하네요.

지리산에 꼭 가보고 싶어요. 사진들도 참 좋네요. 특히 일출이요.

oren 2011-08-27 11:12   좋아요 0 | URL
우리나라만큼 아름다운 산들이 가까운 주변에 널려 있는 경우도 흔치 않은 것 같아요. 그런 산들마다 뚜렷하게 사계절이 따로 있으니 더욱 아름다운 것 같구요.

blanca님처럼 지리산에 처음 가보시는 분들은 가볍게 '노고단'에 올라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성삼재'에서 출발하면, 왕복으로 1~2시간 정도면 충분히 올라갔다 내려올 수 있답니다.

상종 2011-08-30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님의 지리산 종주 산행기를 읽으니 마음쏙 깊은 곳에서 욕정(?)이 솟구쳐나오네요
빨리 배냥꾸려 산으로 달려가라고
우중 산행이 힘들지만 그 만큼 기억에 오래 남을 겁니다.
감사히 잘 보았습니다.

순오기 2011-08-31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아~~~~~ 지리산 종주 멋진 산행이네요.
추억 속 사진과 지리산 풍경도 멋집니다!!
아름다운 동행은 옆지기님일까요?^^
지리산은 버스로 한바퀴 돌다가 잠시 내렸던 노고단 풍경만 알아요.ㅜㅜ

oren 2011-08-31 11:35   좋아요 0 | URL
지리산은 버스나 승용차로 돌아 다녀도 가 볼 데가 참 많은 곳인 것 같아요.

'아름다운 동행'에 뒷모습만 찍힌 분들은 저도 이번에 처음 만난 분들입니다. 선배님이 활동중인 '동네 성당 산악회'의 종주 산행에 저 혼자 따라 나섰는데, 사진 속 '부부'와 같은 조(組)에 편성되어 있어서 늘 산행을 함께 했는데, 참 보기가 좋더라구요.

비로그인 2011-09-01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네의 넓은 가슴과 여유로움이 무척 부럽네. 아직은 올려진 글들이 눈에 설지만, 시간날때마다 찬찬히 읽어볼 생각이네. 인생의 뒤안길을 얘기하기에는 아직 이른 나이지만, 앞만 보고 달려온 협곡을 벗어나 가지않은 길에 대한 반추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지 않겠나. 슈바빙은 전혜린의 에세이에 나오는 뮌헨의 예술인의 거리라네. 가본적은 없지만 지은지 300년이나 되는 건물안에 들어서면 그 공간을 거쳐간 예술가들의 숨결을 좀 느껴보게 되지 않겠나. 좋은 글 고맙네.

oren 2011-09-02 11:15   좋아요 0 | URL
뮌헨에 그런 멋진 곳이 있는 줄, 슈바빙이 그런 곳인 줄 처음 안 것 같네. 전혜린의 책은 10대 때 뭔가 뜨겁고 숨을 할딱거리는 것 같은 느낌으로 읽은 것 같은데, 지금은 그저 무덤덤하게만 느껴지는 것 같네. '나이'로부터 비롯되는 느낌의 차이가 이토록 클 수 있다는 게 놀랍지만, 어쨌든 슈바빙에서 아침을 맞게 될 때 '전혜린'의 책을 다시금 펼쳐 보고 싶은 생각도 드네. 댓글 고마워~
* * *
격정적으로 사는 것 - 지치도록 일하고 노력하고 열기있게 생활하고 많이 사랑하고, 아무튼 뜨겁게 사는 것, 그 외에는 방법이 없다. 산다는 일은 이렇게도 끔찍한 일,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그만큼 더 나는 생을 사랑한다. 집착한다.
- 전혜린
 

(사진을 클릭하면 조금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일시 : 2011-08-24 오후 7:36:14, 오후 7:38:00
 - 장소 : 일산 호수공원


Shooting Date/Time 2011-08-24 오후 7:36:14



Shooting Date/Time 2011-08-24 오후 7: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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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y 2011-08-25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한순간입니다*^^*

oren 2011-08-25 14:45   좋아요 0 | URL
네.. 잠시 동안이었지만 딴 세상처럼 느껴지는 순간이었답니다.

stella.K 2011-08-25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몇년 전 일산호수 공원 갔었는데 정말 좋더군요.
사진 멋지내요.^^

oren 2011-08-25 14:52   좋아요 0 | URL
식구들과 풍동 애니골에서 저녁을 먹다가.... 저녁 노을이 예쁠 것 같아서 서둘러 호수공원으로 달려 갔는데, 정작 아름다운 일몰은 다 놓치고 뒤늦게 어두컴컴한 모습만 겨우 찍었답니다.

마녀고양이 2011-08-26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자주 보던 호수 공원이 맞습니까! ^^
진짜 멋지게 잡으셨네요.

oren 2011-08-26 16:07   좋아요 0 | URL
너무 어두컴컴하지 않나요?
다음엔 좀 더 일찍 나가서 '불덩어리'도 담고,
좀 더 '환상적인' 풍경을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해 볼께요 ^^
 
I have butterflies in my stomach


어느 경제학자의 표현처럼 '아무 말썽도 안 일으키는' 할아버지 단계에 대한 '미리부터의 막연한 걱정' 때문에 괜히 스스로 기분이 우울해지는 때가 유독 올해 봄을 지나면서부터 점차 잦아지는 느낌이 들곤 했습니다.

괜히 책을 읽는 속도도 조금은 더 느려지는 것 같고, 왕성한 의욕을 가지고 각종 취미생활에 쏟아붓는 시간들도 예전만 못한 것 같고, 곰곰히 생각해 보니 드높았던 나름의 목표와 꿈과 그것들을 향한 노력과 열정까지도 어느새 나도 모르게 조금씩 느슨해지고 희미해지고 옅어지는 느낌을 의식하는 시간들도 자꾸만 그 틈을 더욱 넓혀오면서, 나를 조금씩 어디론가 밀어내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하루종일 비가 쏟아지던 그저께 토요일엔 다행히 온종일 동네 도서관에 가서 열심히 책을 읽을 수 있었지만, 어제 일요일엔 도서관에 가서 겨우 오전에만 세 시간쯤 책을 읽고, 점심을 먹기 위해 누군가와 만났다가 그만 오후 내내 엉뚱하게도 커피를 마시며 '삶과 꿈'에 대한 두서없는 얘기들과 '잃어버린 시간들'에 대해서 숱하게 많은 얘기들만 나눴습니다. 히말라야 원정대에 참가했던 등산학교 선생님에 대한 얘기와 히말라야 트레킹을 다녀온 몇몇 친구들의 얘기까지 나누다 보니 어느새 저녁때가 되어, 다시 동네 도서관으로 되돌아 가서 펼쳐 놓은 책을 도로 챙겨 나온 뒤 그 사람과 함께 저녁까지 함께 먹고 나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마침 광복절인 오늘은 도서관이 휴관인 관계로 이번 주말에 예정된 '지리산 종주 산행' 준비를 위해 이것 저것 챙기느라 부산을 떨었습니다. 이번 산행은 안타깝게도 '산장에서의 숙박 예약'에 차질이 생기는 바람에 비박(bivouac)을 이틀이나 해야 할만큼 부담스러운 산행입니다. 그래서 십수년 전 암벽등반을 배우기 위해 '코오롱 등산학교'에 다닐 때 짊어지고 다니던 75리터 짜리 커다란 배낭과 침낭과 매트리스를 실로 오랜만에 다시 꺼내 봤습니다. 침낭은 다행히도 상태가 너무 좋아 비박에 대한 괜한 기대감까지 불러 일으킬 정도였으나, 안타깝게도 배낭은 먼지도 많이 뒤집어쓰고 있었던 데다가 색깔도 바래고 낡아 보여서 적지 않은 '세월의 간극'을 절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도 앞으로 자주 있을 것 같지 않은 비박 산행을 위해 대용량의 새 배낭을 사는 건 무리다 싶어 낡은 배낭을 부여잡고 먼지도 털어내고 분해할 수 있는 한도껏 분해해서 세탁기로 가져가 봤지만, 매미가 땅 속에서 살고 나온다는 시간만큼이나 기나긴 17년 가까운 세월을 이겨내고 그 배낭이 올 여름 지리산 산행을 위해 제대로 기능을 담당해 줄지 너무 걱정스러웠습니다. 그래서 결국 '덕이동에 가서 배낭뿐만 아니라 이것저것 둘러보자'는 아내의 권유대로 함께 집을 나섰습니다. 온갖 브랜드의 등산용품점들을 두루 섭렵하다시피 한 끝에 무척이나 마음에 드는 60리터 용량의 멋진 새 베낭도 구입하고, 생각에도 없던 아주 가벼운 고기능의 방수복까지 덤으로 사올 수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등산용 배낭은 몇년 전에 백두산에 갈 때도 새로 구입했었고, 그해 가을에 지리산을 종주할 때도 역시나 그 당시 산행계획에 적당한 용량(45리터)으로 따로 구입했었고, 이번에 또다시 새로운 배낭을 구입한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결국 산에도 자주 가지 않으면서 배낭에 대해서만 유독 지나치게 과잉투자를 하고 만 셈이지만, 어찌되었건 침낭과 매트리스, 버너와 후래쉬, 여러벌의 옷가지를 챙겨 넣고도 여유공간이 많았고, 쌀과 반찬을 비롯해서 집을 나설 때 챙겨갈 'DSLR 카메라'까지 넉넉하게 넣을 수 있는 여유를 지닌 배낭을 바라보니 마음이 무척이나 흡족하기만 합니다.

그렇지만, 내가 젊었을 때 '히말라야의 빙벽'이라도 오를 수 있을 것만 같았던 그 뜨거운 열정이 함께 했던 '낡은 배낭'은 어느새 오늘 저녁을 마지막으로 명백한 쓰레기로 뒤바뀐 신세가 되어 집 밖으로 간단하게 내동댕이쳐진 것도 사실이며, 며칠 후면 오르게 될 엄마 품속 같은 그 넉넉한 지리산도 어느새 '앞으로 또 얼마만큼 더 갈 수 있을지 여부'를 따져보는 '여럿 가운데 하나'의 대상과 범주 속에 슬그머니 새로 편입된 사실이 괜히 서글퍼지는 하루였습니다.

'그렇고 그런' 하루를 이제 막 마감하려 할 즈음에 정말 운이 좋게도 blanca님의 '정신이 번쩍 드는 글'을 읽어 보니, 불현듯 제가 오래 전에 어디다 써 두었던 '인생이라는 모험에 찬 여행'이라는 글도 다시금 생각나고. 17년 전쯤 번지점프가 몹시도 하고 싶어서 일부러 그 짜릿한 모험을 할 데가 '여러 곳' 있다는 호주로 신혼여행을 가서  점프대에 올라 '번지~~~~~~~~' 하면서 멋지게 뛰어 내렸던 그 스릴 가득한 모험을 '아무 말썽도 안 일으키는' 할아버지가 되어서도 다시금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용기마저 생기는 것 같아 주절주절 이 글을 쓰게 됩니다.

아무튼, blanca님의 글 속에 등장하는  '번지점프하는 할머니'가 불러 일으키는 스릴 넘치는 상상 덕분에 저 또한 잠시나마 '가슴이 쿵쾅거리는' 멋진 모험들을 다시금 떠올려 볼 수 있어서, 모처럼 하늘을 박차오르는 새처럼 기분이 상쾌해지고 좋아졌습니다.

 * * *

40세가 지나면......

40세가 지나면 활기가 조금 떨어지기는 하지만, 육체와 정신의 힘은 여전히 활동적인 삶을 이끌기에 충분하다. 탐욕, 분노, 고집, 야망 같은 젊은이의 충동은 중년이 되어서 모두 사라지지는 않으나, 더 잘 통제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에게 중년의 삶은 점진적이거나 급격한 정체의 과정이 된다.

'아무 말썽도 안 일으키는' 할아버지 단계

····· 그러자 세 번째 친구가 "그는 아무 말썽도 안 일으키잖아"라고 덧붙였다. 영국은 할아버지 단계에 들어섰을런지도 모른다. 영국은 제국을 상실하고, 미국과의 특별한 관계를 잃고, 유럽과의 관계에 대해서 불확실해하며, 유럽의 지도국은 분명 아니면서도 영광스러운 과거 때문에 단지 '여럿 가운데 하나'인 상태에 대해서는 어색해하고 있다. ····· 결론적으로, 영국이 세계경제의 선두에 이르렀다가 다음 단계에 쇠퇴한 것은, 대체로 강렬한 생명력이 점차 경직성과 변화에 대한 저항에 잠식당한다는 내재적인 경향을 쫓는, 국가 생명주기 개념에 잘 부합한다.

 - 찰스 P. 킨들버거, 경제 강대국 흥망사 1500-1990 中에서


 * * *


'인생이라는 모험에 찬 여행'


■ 윌리엄스 대학 기념비에서

  "높이 오르라. 멀리 오르라. 여러분의 목적지는 하늘이다. 여러분의 목표는 별이다."


■ 샤를 드 골

  "이 세상의 그 어떤 위대한 것도 위대한 사람이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고,
   사람은 스스로 위대해지기로 작정했을 때만 위대해진다."


■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시작과 창조의 모든 행동에 한 가지 기본적인 진리가 있다.
   그것은 우리가 진정으로 하겠다는 결단을 내린 순간
   그때부터 하늘도 움직이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당신이 하는 것, 꿈꾸는 것은 모두 이룰 수 있으니, 시작하라.
   대담함에는 천재성과 힘과 마력이 들어있다."


■ 나폴레온 힐

  "무슨 일에든 처음으로 장벽을 넘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당신이 그 사람이 되지 못할 이유가 무엇인가?"


■ 벤저민 디즈레일리

  "어떤 것도 분명한 목표를 위해 존재하려는 인간의 의지에는 저항할 수 없다."


■ 하나님이 아담에게 하신 말씀

  "나는 너희를 천국으로도 땅으로도 만들지 않았고, 죽게 하도록 만들지도
   영생하도록 만들지도 않았다. 그러니 선택의 자유와 영예를 가지고,
   자신이 바라는 대로 자신을 만들어가라.
   너희는 영혼이 주는 힘을 가지고 더 높은 형태로 다시 태어나 신성한 존재가 되라."


■ 윌리엄 제임스

  "우리 세계의 가장 위대한 발견은 자신의 마음가짐을 바꾸는 것으로 해서
   자신의 인생을 바꿀 수가 있다는 것이다."


■ 서머셋 모옴

  "인생에서 재미있는 사실은, 다른 건 다 마다하고 최고만을 받아들이려고 하면
   그걸 얻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 H.W. 롱펠로우

  "위대한 이들이 도달하고 지키는 정상은 갑자기 날아오른 것이 아니며,
   그들이, 동료들이 잠든 한밤에도 땀흘려 올라간 곳이다."


■ W. 클레먼트 스턴

  "자신에게 긍정적인 암시를 하는 것은 기만도, 진부한 감상도 아니다.
   당신 자신이 하지 않는다면 누가 해주겠는가?"


■ 아서 C. 클라크

  "가능성의 한계를 발견하는 유일한 방법은
   그 한계선을 뛰어넘어 불가능으로 넘어가는 것뿐이다."


■ 올리버 웬델 홈스

  "인간의 마음이란 한 번 새로운 생각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하면
   절대 원래의 자리로 되돌아가지 않는다."


■ J. 워렌 매클루어

  "위대성을 갈망하라. 우리는 인생이라는 모험에 찬 여행을 단 한 번 하지만,
   올바로 산다면 그 한 번으로 족하다."


■ 헬렌 켈러

  "인생은 대담무쌍한 모험이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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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언젠가는 기차를 타게 되겠지만......
    from Value Investing 2013-01-11 15:14 
    인생의 대상隊商이 지나가는 모습을 보라,매 순간 환희를 맛보라!오, 사키여, 내일의 양식을 걱정하지 마라,잔을 돌려 포도주를 붓고, 내 말을 들어라, 밤이 가고 있다.- 오마르 하이얌 * * *"더 늦기 전에 아이들과 함께 여행이라도 한번 다녀옵시다."내가 늘 '여행에 미온적일 때마다' 아내한테 어김없이 듣는 말이다. 더 늦을 게 별로 없었을 것 같았던 2001년 가을에도 그랬다. '아이들이 둘 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게 되면' 장기간 여행하기 힘들테니 대
 
 
blanca 2011-08-16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감동적이고 고마운 페이퍼네요. 비박 지리산 종주라니! oren님은 게다가 정식으로 등반을 배우셨군요. 종주하셨을 때 그 기분은 신입사원때 설악산 한번 올라갔을 때 느낀 게 전부이네요. 저에게 지리산은 마지막까지 남겨 놓는 하지만 언제나 꼭 한번 가야한다고 생각되는 곳입니다. 인용구들 중에 제가 원래 좋아했던 얘기도 있고 oren님 덕택에 가슴에 새겨 넣게 된 경구도 있고 그렇네요. 정말 감사합니다.

떠날 준비는 다 되셨나요? 아무쪼록 즐겁고 안전한 산행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oren 2011-08-16 10:32   좋아요 0 | URL
'지리산'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산이랍니다. 거의 30년 전쯤 대학친구들과 5박6일쯤 되는 '거창한 종주산행'을 통해 처음 접한 이후, 언제나 늘 틈만 나면 달려가고 싶은 산이 되었지요.

텐트를 짊어지고 다녔을 때가 제일 그립고, 산장에서 숙박하는 산행이 제일 싫었는데, 인터넷 예약에 실패하는 바람에 생전 처음으로 '비박 산행'을 하게 되었으니 이것 또한 색다른 경험이라 생각하면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ㅎㅎ

그러고 보니, 이제 떠날 준비는 거의 다 된 듯싶네요.
blanca님도 어서 빨리 '지리산의 품 속'에 안겨 보시길~~

마녀고양이 2011-08-17 0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아, 지리산 종주 떠나시나요? 거기다 히말라야도 다녀오셨구요? ㅠㅠ
그리고 도서실에서 내내 책 읽으셨어요? 해박하심에 모험심에... 못 하시는게 무엇일까요?
저 기 죽었어요... 사실 농담이구요, 너무 좋네요, 너무 멋지세요.

저두 이번 주왕산을 계기로, 짧고 쉬운 코스겠지만 등산을 조금씩 해보려구요.
참 좋더라구요... 건강하게 다녀오셔요.

oren 2011-08-18 13:53   좋아요 0 | URL
종주산행이라고 해봐야 2박3일간의 짧은 일정인걸요. '야영'이 가능하던 시절에는 지리산을 종주하기 위해서 보통 4박5일, 길면 5박6일쯤 걸렸거든요. 야영이 금지된 이후 산장(대피소)에서 잠을 자게 되면서, 무거운 텐트와 장기간의 식량을 넣어 다니던 대용량의 배낭도 이젠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지만, 야영의 독특한 즐거움과 낭만들이 많이 사라진 것 같아 아쉽기도 하답니다.

히말라야는 저도 여태껏 가보지 못했구요. '거기'를 다녀온 친구들이나 선후배들의 얘기를 들을 때마다 달려가고픈 욕망에 비틀거린답니다. ㅎㅎ

마고님은 일산에 사시니 북한산을 자주 가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북한산 만큼 좋은 산도 별로 없고, 실제로 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북한산'을 무지 가보고 싶어 한답니다.
 
장엄함
















온갖 종류의 식물이 자라고, 숲속에서는 새가 노래하고 곤충은 여기저기 날아다니며, 축축한 땅속을 벌레들이 기어다니는 번잡스러운 땅을 살펴보는 것은 재미있는 일이다. 그러한 개개의 생물은 제각기 기묘한 구조를 가지고 있고, 서로 매우 다르며 매우 복잡한 연쇄를 통해 서로 의지하고 있지만, 그런 생물이 모두 지금 우리 주위에서 수행되고 있는 여러 가지 법칙에 따라 만들어진 것임을 깊이 생각해 보는 것도 흥미롭다. 그러한 법칙은 가장 넓은 의미에서 말한다면, '생식'을 수반하는 '성장', 거의 생식 속에 포함된다고도 할 수 있는 '유전', 생활의 외적 조건의 직접 또는 간접적인 작용에 의한, 또 용불용에 의한 '변이성', 생존경쟁과 나아가서는 '자연선택'을 초래하고, 마침내 '형질의 분기'와 열등한 생물을 '멸종'시키는 높은 '증가율' 등이다, 그리하여 직접적으로 자연계의 싸움에서, 또 기아와 죽음에서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최고의 사항, 즉 고등동물의 산출이라는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생명은 최초에 창조자에 의해 소수의 형태로, 또는 하나의 형태로 모든 능력과 함께 불어 넣어졌다고 보는 견해, 그리고 이 행성이 확고한 중력의 법칙에 의해 회전하는 동안 이렇게 단순한 발단에서 지극히 아름답고 지극히 경탄스러운 무한의 형태가 태어났고, 지금도 태어나고 있다는 이 견해에서는 장엄함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480쪽)

 - 찰스 다윈, 『종의 기원』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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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종류의 많은 식물이 자라고, 숲에서는 새들이 노래하고, 다양한 곤충들이 여기저기 날아다니고, 벌레들이 습지에서 기어 다니는 복잡한 강둑을 바라보면서 서로 너무나 다르고, 너무나 복잡한 방식으로 의존하고 있는 정교하게 만들어진 이 유형들이 모두 우리 주변에서 작용하고 있는 법칙들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생각하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이러한 법칙들은 가장 넓은 의미에서 보면 생식을 수반한 성장, 거의 생식에 포함된다고 해도 좋을 유전, 외적 생활조건의 직간접적 작용에 의해 생기는, 또 사용과 불용에 따라 생기는 변이성, 생존경쟁을 일으키게 하고 또 하나의 결과로서 형질의 분기와, 덜 개선된 유형들의 멸종을 수반하는 자연선택을 일으키게 할 정도로 높은 증가율 등이다.

따라서 자연계의 전쟁 그리고 기아와 죽음의 과정으로부터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높은 단계의 유형, 즉 고등동물의 출현이 곧 따르게 되는 것이다. 이 견해에는 생명이 그러한 여러 가지 능력과 함께 맨 처음에 조물주에 의해 소수의 유형 혹은 하나의 유형에 불어넣어졌으며, 이 행성이 확고한 중력 법칙에 따라 순환하는 동안 너무나도 간단한 기원으로부터 가장 아름답고 가장 멋진 무수한 유형들이 진화되어 왔고 또 진화되고 있다는 장엄함이 깃들어 있다. (596∼597쪽)

 - 스티브 존스, 『진화하는 진화론』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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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연의 명저 산책] 찰스 다윈 `종의 기원`

[최정호 칼럼] 다윈의 종의 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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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칼럼] 위험한 발상, 좋은 생각, 다시 장엄함 / 장대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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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단순한 발단에서 지극히 아름답고 경탄스러운 장관들이 생겨났음을 밝힌 책
    from Value Investing 2012-02-08 23:17 
    『자연 선택에 의한 종의 기원에 관하여: 즉 생존 투쟁에 있어서 적자생존 On the Origin of Species by Means of Natural Selection: or, The Survival of the Fittest in the Struggle for Life』(1859) - 이것은 유명한 제목이다. 이를 읽는 사람은 숨죽이며 읽어 내려간다. 그런데 읽는 사람에게 이처럼 은연중에 꺼림칙한 기분이 들게 만드는 "고전"이 이것 말고 또 있을까
  2. 경탄할 만하고 지극히 명백한 유사성
    from Value Investing 2012-09-15 01:52 
    결국 동일종의 변종이라고 생각되는 것과 같은 종족의 유사성현상은 매우 다양하지만, 물자체로서 의지는 하나다. 이것을 인식해야 비로소 자연의 모든 산물들 사이에 존재하는 경탄할 만하고 지극히 명백한 유사성과, 동시에 주어지지는 않더라도 결국 동일종의 변종이라고 생각되는 것과 같은 종족의 유사성이 이해되는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위에서 말한 화성, 세계 모든 부분의 본질적인 연관, 방금 고찰한 그들 각 단계의 필연성, 이런 것들을 명백하게 깊이 인식하게
 
 
순오기 2011-06-28 0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연의 '고전 탐닉'은 신문에 연재했던 '허연의 명저 산책'글을 모아 출판한 책입니다.
댓글 고맙습니다~~~ 예전에 섬진강 풍경 '봄까치꽃'으로 인사를 나누었네요.^^

oren 2011-06-28 09:39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의 리뷰에 대한 댓글을 달고 난 뒤에 책 내용을 살펴보니 신문 연재에서 접했던 '명저'들이 쫘악~ 나오더군요. ㅎㅎ
그리고 순오기님께서 제가 이름조차 몰랐던 봄까치꽃에 대해 댓글로 친절하게 알려주셨던 기억도 납니다. 그러고 보니 님의 서재 이미지의 꽃사진이 '제철에 맞게' 또 바뀌었군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