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상식사전 - 최신 개정판
이기태 지음 / 길벗 / 2012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冊 이야기 2015-019

 

『와인 상식사전』 이기태 / 길벗

 

1. 와인이 귀하던 중세 유럽. 남편이 귀가하면 문이 열리자마자 아내에게 깊은 키스를 한다. 애정 표현이 아니라, 아내가 몰래 와인을 마셨나 안 마셨나 체크하는 것이다. 최근 매스컴에서 새삼 와인의 위력이 뜨고 있다. 겨울철 노로 바이러스는 일반 세균과 달리 영하의 추운 날씨에 오랫동안 생존하고 전염성이 강하다. 그런데 이런 노로 바이러스의 감염이 레드 와인에 의해 효과적으로 차단된다는 사실이 우리 연구진에 의해 처음으로 밝혀졌다. 덕성여대 정미숙 교수와 고려대 김경현 교수 연구팀이 노로 바이러스와 함께 레드 와인을 1% 정도 넣어 세포 실험을 했더니, 감염이 완벽하게 차단되었다.

 

 

2. 와인 애호가를 제외하곤 와인에 대해 모르는 것이 당연하다. 나 역시 화이트 와인은 해산물 먹을 때, 레드 와인은 고기 먹을 때 좋다는 이야기 정도만 알고 있다. 그리고 잔을 잡지 말고 잔의 다리 부분을 잡아서 와인의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해줘야 좋다나? 나만 그런 것이 아닌가 보다. 자타가 인정하는 와인 전문가인 이 책의 저자 이기태 역시 와인에 대해 받는 질문 중 빈도수가 높은 것은 ‘와인은 비싼 술이잖아요. 집에서 보관하려면 와인 셀러 라는 것이 있어야 한다고요?’ ‘소주와 맥주는 그냥 마시면 되는데, 와인은 이름부터 사람 기를 죽여요. 읽을 수도 없는 꼬부랑글씨로 도배된 와인 병을 집어 들면 눈앞이 캄캄해져요.’ ‘와인을 마실 때 맛과 향을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면서요?’ ‘제 혀는 와인을 마시기엔 너무 무딘가 봐요. 와인에 대해 어설프게 아는 척하다가 중요한 자리에서 망신이라도 당하면 큰일이잖아요.’ 등등이다.

 

 

3. 와인과 친해지고 와인에 대해 배워가는 과정을 준비마당에서 출발해 넷째 마당으로 안내한다. 와인 매너, 와인 고르기와 보관법, 레이블 해독법, 와인에 대한 좀 더 깊은 정보, 국가별 & 지역별 와인 정보, 아는 척하기 좋은 와인 상식에 이르기까지 가히 와인의 모든 것이 이어진다.

 

 

4. ‘와인 잔, 잘못 건배하면 민폐!’ 그렇긴 하다. 박력도 박력 나름이다. 기분도 기분 나름이다. 좋은 글라스일수록 크리스털 소재로 되어 있고 두께도 매우 얇다. 물론 값도 비싸다. 소주잔 부딪히듯 ‘건배!’ 하다간 ‘쨍!’하고 분위기도 깨뜨릴 수 있다. 그런 모습을 몇 번 본 기억이 난다. 오래 될수록 좋은 것 중에 와인이 안 빠진다. 그런데 와인도 상할 수 있다고 하니 조심 할 일이다. 코르크가 주범이다. 와인을 숙성시키는 주변 환경이 건조해서 코르크가 수축되거나 코르크 자체의 품질이 좋지 않아 손상되면 와인에는 치명적이라고 한다. 그래서 “와이너리

에서도 장기 보관해야 하는 와인들은 비정기적으로 코르크를 새것으로 교체해주는 작업을 실시하고 있다. 와인을 봉한 코르크 자체가 상하는 것을 ‘코르키화 되었다’고 하는데, 이를 프랑스어로 ‘부쇼네’라고 한다.” 코르키화가 진행되면 코르크 자체에서는 물론 와인에서도 신문지 냄새 비슷한 곰팡내가 나게 된다. 실제로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와인 들 중에서도 코르키화를 심심찮게 찾아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끓어오른 흔적이 없고 코르크 마개 윗부분에 곰팡이만 끼어 있다면 오히려 보관이 잘 되어있다는 증거라고 한다.

 

 

5.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붉은 물방울, 와인!’이라는 저자의 표현에 공감한다. 오랜 세월 동안 와인이 사랑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역사적으로는 전쟁까지도 불사하지 않았는가. 프랑스 와인의 대명사이자 전 세계 와인의 모델인 브로드 와인. 브로드 와인을 두고 영국과 프랑스가 치열한 전쟁을 벌인 것이 바로 100년 전쟁이다. 그러고 보니 ‘사랑과 전쟁’의 붉은 물방울이기도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나는 세계 역사에서 비즈니스를 배웠다
임흥준 지음 / 더퀘스트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冊 이야기 2015-018

 

『나는 세계역사에서 비즈니스를 배웠다』 임흥준 / 더퀘스트

 

1. 전철(前轍)을 밟는 것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반복되리라 생각한다. ‘난 너 같지 않아’라는 교만 된 마음 때문이다. 추측운전이 일상화 되어있는 운전자는 다른 사람들이 ‘저러다 대형 사고를 일으키지’ 하는 추측을 완성시켜준다. 역사에서도 똑같은 과오와 실수가 반복된다. 몰라서 못 비킨 것이 아니라, 나는 피해갈 것이라는 자만심 때문이다.

 

 

2. 역사에서 비즈니스를 배운다는 생각이 좋다. 이 책의 지은이가 전문역사가가 아니라서 더욱 그렇다. 역사를 배우고 공부하는 일이 하루 이틀에 될 일이 아니기에 더욱 그러하다.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생각이 깔려 있기에 그 마인드를 높이 산다. 스위스 용병의 직업 정신과 목숨을 걸고 떠났던 자신의 출장 경험을 이야기하고, 둘리틀 폭격 작전과 자신이 수주했던 프로젝트 과정의 공통점을 찾아낸다. 맨땅을 옥토로 바꾼 지은이의 열정이 그대로 느껴진다. 지은이는 20대 후반에 영업에 발을 들여 놓은 후 자신의 업계에서 세계 최고가 된 인물이라 한다. 그가 판매하는 미니프린터는 주로 상점이나 식당 등에서 ‘금전’을 다루는 일에 사용되기에 우수한 품질과 안정적인 사후 서비스가 필수적인 제품이다. 그는 이 분야에서 신생업체를 당당히 세계 2위 업체로 만들었다.

 

 

3. 책은 크게 세 파트로 구성된다. 심(心) : 승부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지(智) : 나를 알고 적을 알면 백전백승이다. 략(略) : 싸우기 전에 생각하라 등이다. “영업사원은 매 순간 크고 작은 판단과 결정을 해야 한다. 따라서 어느 부서에서보다 직관력과 통찰력을 요구받는 곳이 영업부서다. 다른 실무 감각은 노력을 통해서 충분히 끌어올릴 수 있었지만 영업 감각은 짧은 시간에 압축적으로 습득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내게는 그 영업 감각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마케팅 서적들을 미친 듯이 읽어댔지만 큰 도움은 되지 않았다. 대부분이 거시적인 얘기나 원론적인 얘기들만 늘어놓을 뿐 현장에서 매일 마주하게 되는 복잡 미묘한 상황에 적용할 만한 내용은 찾기 어려웠다. 그 때 접하게 된 것이 역사서였다.”

 

 

4. 지은이는 역사서중 특히 전쟁사(戰爭史)에 관심을 갖게 된다. 개별적인 전투에서 펼쳐진 구체적인 상황들은 영업 현장에 대입해도 손색이 없는 케이스 스터디가 되었다. 인류의 역사에 차고 넘치는 전쟁 기록들 속에서 정보전, 심리전, 기만술 등 경쟁사를 상대할 때 활용할 만한 창의적인 마케팅 전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전면전, 게릴라전, 우회전술과 기습공격의 사례를 통해 약자의 입장에서 시장에 침투하는 영업 전술을 배울 수 있었다. 역사 속 전장을 지은이가 처한 삶의 현장으로 대입했다. 자신이 지휘관이라는 생각을 갖고 이럴 땐 어떻게 했었을까 고민했다. 초대된 지휘관들은 동서양을 넘나든다. 율리우스 카이사르, 이순신 장군, 레오니다스왕, 태조 이성계, 칭기즈칸, 광해군, 김영옥 대령, 둘리틀 대령 등등 많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디 마이너스
손아람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冊 이야기 2015-015

 

『디 마이너스』 손아람 / 자음과모음

 

1. “여자들은 운다. 남자들은 웃는다. 아무 일 아니라는 듯 짐짓 상스러운 입담을 늘어놓기도 한다. ‘사람 되어서 돌아와, 병신아!’” 입영 전야 또는 입영을 앞둔 부대 근처 어디쯤이다. 군대라는 동네가 과연 사람이 되어서 돌아오는지 더 망가져서 오는지 요즘은 잘 모르겠다. 어디서부터 잘 못 되었을까? 군대 가기 전부터인가? 군에 가서 문제가 생기는가? 소설의 첫 부분을 보며 떠오른 단상이다. 소설은 콩트가 꽁지를 물고 이어진다. 한 꼭지 한 꼭지 독립된 글맛이 나는 형식의 소설이다.

 

 

2. 작가의 분신이기도 한 화자이자 주인공 태의는 스스로 서울대학교를 입학하고 졸업했다고 소개한다. 자랑은 아니라고 극구 강조한다. 서울대학교는 그저 ‘괴물 같은 고유명사’라고 밝힌다. 미학(美學)과 출신이다. ‘미학(美學)이 뭐 하는 학문입니까? 종종 사람들이 묻는다. 신입생도 선배에게 물었다. 선배는 선배의 선배에게 물었을 것이다.’ 아름다움의 학문.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학문. 과 이름 중에선 제일 근사(?)하다고 생각한다.

 

 

3. 태의가 대학에 입학하는 것으로 스토리가 전개된다. 이념이 이념을 몰아내는 때다. 누구에겐 찬란한 시절이고, 대다수를 차지하는 그 누구들에겐 고통의 시간들이었다. 태의가 대학 안으로 들어오기 훨씬 전부터 그랬다. 여전히 그 흔적과 탄내가 남아있었다. 마르크스의 ‘마’자만 발음해도 잡아갔다. 여럿이 모여 있는 꼴도 못 봐주는 때였다. 놀려면 각자 놀아라 하던 그 시절을 겨우 벗어난 그 때 태우는 신입생 환영회 때 선배가 묻는 말에 잠시 당황한다. “마르크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글쎄요, 꽤 훌륭한 사람이었다고 생각해요.”

 

 

4. 글을 읽다보니 나의 젊은 날의 기억이 새록새록 돋아난다. 물론 작가가 그린 그림 저 편의 세상이기도 하다. 그러나 요즘 이 사회가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모두 제정신이 아닌 듯하다. 희한한 향수병에 젖어있는 무리들이 상당히 많다. 회색하늘 밑 화장실에서 웃던 사람들일까? 뭐가 좋은지 그저 싱글벙글 다니던 사람들일까? 고통 받는 내 이웃들은 별나라 사람이었을까?

 

 

5. “한 청춘이자 한 시대의 일지를 기록하고 싶었다. 한 인간이자 한 세계의 모형을 창조하고 싶었다. 그래서 이야기 하나에 대한민국을 다 담으려는 탐욕을 부렸다. 느슨하게 말하자면 이 이야기는 수십 명의 사람들에 의해 쓰였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이 이야기는 결코 소설이 아니다. 이것은 나의 자전적인 회고록도 아니다.” 작가의 말이다.

 

 

6. 작가는 1997년부터 2007년까지의 연표를 그리며 “잃어버린 10년”이라 표현했다. 누군가에겐 잃어버린 10년이 누군가에겐 운 좋게 챙긴 10년이다. 그리고 잃음과 챙김은 이웃하며 함께 간다. 우는 사람은 눈물을 감추고 싶지 않으나 웃는 사람은 밀실이 필요하다. 아니 요즘은 드러내놓고 웃더라. 목에 힘까지 줘가며 웃더라. 우는 사람보다 웃는 인간들이 더 많아지지 않길 바랄 뿐이다. 손아람 작가. 기대감이 땡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카지아도 정거장 ㅣ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육필시집
황학주 지음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 201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冊 이야기 2015-014

 

『카지아도 정거장』 황학주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1. “뻘 앞에 세워진 우리의 살림집/ 라이터 불을 켜서/ 두 사람 신발을 마루 밑에 넣으면/ 말꼬리 치는 눈보라 공중에 뱃삯을 내고/ 지상에 떨어진 두/ 상처의 별똥/ 용서해 줄 텐가/ 딱히 더 내디딜 곳 없음을//흙집 밑동 남루한 불에/ 뻘밭이 무늬를 굽는다”

_「뻘 앞에」 전문

뻘은 무엇을 줄 수 있을까? 잘만 찾으면 게도, 낙지도 잡힐만하다. 그러나 뻘도 뻘 나름이다. 물이 와서 다독거려준다면 모를까 쓸모없는(생산성 없는)땅이기에 그 살림이 더 옹색해 보인다. 그래도 이 땅에 올 때 거저 안 왔다. 뱃삯은 내고 왔다. 용서를 누구한테 비는가. 그저 멋쩍은 마음에 품는 생각이다. 뻘밭에 생기는 무늬처럼 이들의 일상에도 피어나는 무늬가 생기길 바랄 뿐이다.

 

 

2. “아침에겐/ 아침이 되기 전의 바스락거림이 있다// 짐작건대/ 세간엔 많은 슬픔이 되기 전/ 자작나무 껍질에 닦은 눈동자가 있다/ 입 딱 벌어지는 일들이지만// 바위 위에 잠시 앉았다 떠난 새에겐/ 초록의 입술 한 점 물어 올린/ 날기 전의 비틀거림이 있다// 산마루가 보이기 전에/ 오랫동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을 게다”

_「아침에겐」 전문

어떤 일이 일어나기 전 ‘징조’가 있다. 그러나 그것은 솜털하나도 흔들지 못하는 바람 일수도 있다. 공중에서 꽃잎이 하나 떨어져도 그 사연은 깊다. 아니 땐 굴뚝에서 연기가 날 수도 있다. 살아가며 어떤 일과 마주할 때 나는 어떤 마음 자세로 받아들이는가가 관건이다.

 

 

3. “숲길이 막 어두워져 더 걸어 들어갈까 말까 하는 갈피에서/ 무슨 빛인가 발그레하게 떠오르는 것이었습니다/ 숲이 항아리를 씻어 두었는지/ 무슨 빛인가,// 여름날 길을 달리는 모든 가지들 위에/ 밥 묻은 손바닥처럼 얹히는 것이었습니다// 그 길은 언젠가 두 사람이 걸어/ 이끼 앉은 돌 틈에서 목탑(木塔)을 들어내던 곳/ 찬 이슬을 지닐 때까지 구부러들어야 했던/ 어둠의 설움의 친정이었을,// 숲에선 하루해를 핥아 준 냄새가 나고/ 지하대수층에 다니러 가는 해가 밤나무 밑으로 접어들면/ 마른 새가 엎드려 있어도 좋을/ 눈동자 같은 둥지가 밝아 오는 것이었습니다// 오 숲길은,/ 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을 때가 있어서/ 두고 가는 사람을 짐작하지 않지만/ 사람과 다른 과일도 있다는 말을 해 주는 것이었습니다”

_ 「막 어두워지는 숲길」 전문

막 어두워지는 숲길에 들어선다는 것은 일면 무모하다. 그러나 살아가다보면 무모함을 따질 마음의 여유 없이 그저 발길을 내디뎌야 할 경우가 있다. 뒤돌아가는 것은 더욱 어렵기 때문이다. 다행히 무슨 빛인가 발그레하니 떠오른다. ‘밥 묻은 손바닥’. 시인은 늘 배가 고프다. 육의 배가 아니라, 영(靈)의 배라고 생각하련다. 찬 이슬을 맞도록 밤새도록 들어내고 싶은 마음의 무거움이 있다. 가슴에 매달린 돌덩어리가 있다. 어두운 밤 숲길을 혼자 가도 빛이 있고, 과일도 있답니다. 희망을 가집시다.

 

 

4. 시인의 시(詩)는 가난하다. 그러나 궁색하지 않다. 좀 불편하긴 해도 그리 힘들어보이진 않는다. 어둡다. 그러나 걸어갈 만하다. 기다린다. 그러나 기다릴 만 하다. “그리움이 깊고 부드러우면/ 이런 시간엔 반드시 어디쯤에서/ 내 사랑을 기다리게 된다/ 아직은 가질 수 없고 잊을 수 없는 사랑” _「나는 밤 두시에도 버스를 기다린다」 일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생각의 해부 - 위대한 석학 22인이 말하는 심리, 의사결정, 문제해결, 예측의 신과학 ㅣ 베스트 오브 엣지 시리즈 3
대니얼 카너먼 외 지음, 존 브록만 엮음, 강주헌 옮김 / 와이즈베리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冊 이야기 2015-013

 

『생각의 해부』 대니얼 카너먼 / 와이즈베리

 

1. ‘엣지 있다’ 는 표현은 개성 있다. 특성 있다. 날이 살아 있다. 뚜렷하게 두드러진다. 라는 의미로 사람을 표현하는 〈트렌드 언어〉이다. 학문에도 엣지(Edge)가 있다. “지식의 최첨단에 닿는 방법이 있다. 세상에서 가장 세련된 정교한 지식을 가진 사람들을 한 방에 몰아넣은 다음, 스스로에게 묻곤 했던 질문들을 서로 주고받게 하는 것이다. 그 방이 바로 엣지다.” 오늘날 세상을 움직이는 석학들이 한데 모여 자유롭게 학문적 성과와 견해를 나누고 지적 탐색을 벌이는 비공식 모임인 엣지는 1996년 존 브룩만에 의해 출범했다. 현대 과학이 이룬 지식의 첨단에 다가서기 위해, 과학과 인문의 단절로 상징되는 ‘두 문화’에 반기를 들고 새로운 지식과 사고방식, 즉 ‘제3의 문화’를 추구한다.

 

 

2. 엣지의 회원으로 활동하는 지식인들 중엔 「인튜이션」 「이기는 결정의 제1원칙」의 게리 클라인, 「이기적인 유전자」의 리처드 도킨스, 「빈 서판」 「언어본능」의 스티븐 핑커, 「총, 균, 쇠」의 제레드 다이아몬드, 「생각의 지도」의 리처드 니스벳, 「몰입의 즐거움」의 미하일 칙센트미하이, 「루시퍼 이펙트」의 필립 짐바르도, 「생각에 관한 생각」의 대니얼 카너먼 등 낯익은 이름들이 눈에 띈다.

 

 

3. 이 책은 각 전문 분야에서 끊임없이 연구 과정을 수행하는 석학들이자 엣지 회원들 중 22인의 생각(Thinking)에 대해 정리한 글 모음집이다. 생각에 대한 생각을 넘어 『생각을 해부』한다. 이 생각들을 모아보면 멋진 그림이 될 것이다. 이들의 면모는 뇌과학, 심리학, 철학, 행동경제학, 진화심리학, 사회심리학, 신경과학, 생물학, 인지과학 등 광범위하다. “우리의 의식과 무의식, 사고와 판단을 움직이는 것은 무엇인가?”

 

 

4. 정서예측, 혹은 빅 옴바사는 무엇인가? 정서예측은 알 것 같기도 한데 ‘빅 옴바사’는 무슨 암호인가? 사회심리학자 대니얼 길버트를 만나본다. 빅 옴바사라는 말은 엣지의 설립자인 존 브룩만이 그와 친했던 할리우드 스타한테 들은 말이다. 그는 하루아침에 벼락부자가 된 유명한 배우다. “빅 옴바사(Big Wombassa)야.” 브록만이 물었다.“What?" 그가 답한다. “빅 옴바사가 무슨 뜻이냐면, 자네가 앞으로 무엇을 얻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 그런데 자네 원하는 걸 얻었을 때 얻지 못하는 것.” 말이 너무 어려우신가? ‘원하는 것을 얻었으니 기대치만큼 행복한가?’ 이다. 길버트의 주 연구 분야는 ‘정서 예측’이다. 정서 예측은 ‘미래에 일어날 사건에 대한 정서적 반응을 예측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길버트는 임상의사가 아니라는 것을 전제로 하면서 이렇게 이야기한다.“나는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정서 예측가가 될 수 있는지를 알아내는데 관심이 있지만, 사람들이 더 나은 정서예측가가 되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 아닙니다. 과학자로서 내 역할이 이런 유형의 오류와 착각을 찾아내서 설명하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찾아낸 결과를 활용하느냐 활용하지 않느냐는 전적으로 각자의 몫입니다.”

 

 

5. ‘아포템노필리아’ 증후군이라고 들어보셨는지? 나도 금시초문이다. 특이하고 정말 불가사의한 증후군이다. 자신의 정상적인 팔다리를 절단하길 바라는 사람들이다. 대체 이런 증후군은 뇌 어느 구석에서 발단이 되는가? 궁금해진다. 프로이트를 끌어대는 이론으로부터 온갖 기상천외한 이론들이 등장한다. 관심을 받고 싶은 행동에서 나온 증후군이라는 설도 있다. 언뜻 납득이 안 간다. 그렇게까지 관심을 갖고 싶어 한다? 팔다리를 잘라내면서까지? 중세 때 그림을 보면 한 여인에게 구애를 하기 위해서 자신의 팔을 잘라 바치는 인간도 있긴 하지만, 현시대에서 이러한 양상을 어떻게 해석해야할까? 신경과학자인 빌리야누르 라마찬드란의 말을 들어본다. “우리가 확인한 바로는 이와 같은 증후군을 우반구 뇌졸중, 정확히 말해서 우측 두정엽 피질 뇌졸중 환자에게 유사한 증후군이 나타납니다.” 그런 환자는 ‘의사양반, 이 팔, 이 팔은 내 것이 아닙니다. 내 어머니 겁니다.’ 하면서 잘라 달라고 한다. 심지어는 자신의 팔이나 다리에 매우 정교하고 불규칙한 선을 그리면서 ‘이 선을 따라 정확하게 절단하고 싶습니다.’하고 요구한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이 신경과학자의 글 어디에도 ‘아포템노필리아’ 증후군 환자가 자해(自害)를 했다는 이야기는 없다.

 

6. ‘생각’이라는 단어가 품고 있는 지경이 넓고 깊다. 사념, 사고, 의식, 무의식, 판단, 예측, 통찰, 직관 등등 많기도 하다. 이 책의 저자들은 그들의 생각을 모아 모아 전달해주고 싶어 한다. 다소 어려운 용어들을 만나기도 하지만, 오히려 그 용어들이 생각의 자물쇠를 열어주는 열쇠가 되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