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 마이너스
손아람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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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2015-015

 

디 마이너스손아람 / 자음과모음

 

1. “여자들은 운다. 남자들은 웃는다. 아무 일 아니라는 듯 짐짓 상스러운 입담을 늘어놓기도 한다. ‘사람 되어서 돌아와, 병신아!’” 입영 전야 또는 입영을 앞둔 부대 근처 어디쯤이다. 군대라는 동네가 과연 사람이 되어서 돌아오는지 더 망가져서 오는지 요즘은 잘 모르겠다. 어디서부터 잘 못 되었을까? 군대 가기 전부터인가? 군에 가서 문제가 생기는가? 소설의 첫 부분을 보며 떠오른 단상이다. 소설은 콩트가 꽁지를 물고 이어진다. 한 꼭지 한 꼭지 독립된 글맛이 나는 형식의 소설이다.

 

 

2. 작가의 분신이기도 한 화자이자 주인공 태의는 스스로 서울대학교를 입학하고 졸업했다고 소개한다. 자랑은 아니라고 극구 강조한다. 서울대학교는 그저 괴물 같은 고유명사라고 밝힌다. 미학(美學)과 출신이다. ‘미학(美學)이 뭐 하는 학문입니까? 종종 사람들이 묻는다. 신입생도 선배에게 물었다. 선배는 선배의 선배에게 물었을 것이다.’ 아름다움의 학문.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학문. 과 이름 중에선 제일 근사(?)하다고 생각한다.

 

 

3. 태의가 대학에 입학하는 것으로 스토리가 전개된다. 이념이 이념을 몰아내는 때다. 누구에겐 찬란한 시절이고, 대다수를 차지하는 그 누구들에겐 고통의 시간들이었다. 태의가 대학 안으로 들어오기 훨씬 전부터 그랬다. 여전히 그 흔적과 탄내가 남아있었다. 마르크스의 자만 발음해도 잡아갔다. 여럿이 모여 있는 꼴도 못 봐주는 때였다. 놀려면 각자 놀아라 하던 그 시절을 겨우 벗어난 그 때 태우는 신입생 환영회 때 선배가 묻는 말에 잠시 당황한다. “마르크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글쎄요, 꽤 훌륭한 사람이었다고 생각해요.”

 

 

4. 글을 읽다보니 나의 젊은 날의 기억이 새록새록 돋아난다. 물론 작가가 그린 그림 저 편의 세상이기도 하다. 그러나 요즘 이 사회가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모두 제정신이 아닌 듯하다. 희한한 향수병에 젖어있는 무리들이 상당히 많다. 회색하늘 밑 화장실에서 웃던 사람들일까? 뭐가 좋은지 그저 싱글벙글 다니던 사람들일까? 고통 받는 내 이웃들은 별나라 사람이었을까?

 

 

5. “한 청춘이자 한 시대의 일지를 기록하고 싶었다. 한 인간이자 한 세계의 모형을 창조하고 싶었다. 그래서 이야기 하나에 대한민국을 다 담으려는 탐욕을 부렸다. 느슨하게 말하자면 이 이야기는 수십 명의 사람들에 의해 쓰였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이 이야기는 결코 소설이 아니다. 이것은 나의 자전적인 회고록도 아니다.” 작가의 말이다.

 

 

6. 작가는 1997년부터 2007년까지의 연표를 그리며 잃어버린 10이라 표현했다. 누군가에겐 잃어버린 10년이 누군가에겐 운 좋게 챙긴 10년이다. 그리고 잃음과 챙김은 이웃하며 함께 간다. 우는 사람은 눈물을 감추고 싶지 않으나 웃는 사람은 밀실이 필요하다. 아니 요즘은 드러내놓고 웃더라. 목에 힘까지 줘가며 웃더라. 우는 사람보다 웃는 인간들이 더 많아지지 않길 바랄 뿐이다. 손아람 작가. 기대감이 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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