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게 읽히는 건 여전하다. 홍천기가 타고난 재능도 대단하고 미모도 대단한 건 좀 그렇지만, 남주도 잘 생겼으니 둘이 같이 잘 생긴 걸로 하고. 그 시대에 스스로 삶을 결정하고자 하는 용기가 멋지다. 얼른 둘이 만나서 만리장성을 쌓으라공.
독특한 이야기이다. 말도 안되는 내기를 하고, 또 그 속에서 진실을 찾으려 하다니. 15년 동안 변호사를 그 곳에 있게 한 건 오기였을까. 변호사는 성직자가 되었을까…? 그냥 그 내기를 포기했더라면 어땠을까. 번역이 이상하다. 실수가 있으면 총을 쏘라는데 틀린 곳을 찾지 못하면 이겠지.
‘비와 당신’편은…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고 따뜻하기도 했다. 누구나 사연이 있고, 누구나 사정이라는 게 있을테다. 말만 번지르르하게 사람을 홀리는 이가 있고, 어떤 상황이든 자신이 지키고 싶은 것들을 위해 온힘을 다하는 이가 있다. 세상은 혼탁하지만 밝은 햇살이 비치기도 하고 따뜻한 바람이 불기도 한다.
‘북해의 별’이 다시 나온다니… ‘아르미안의 네딸들’도 참았는데 이건 어쩌지? 이러다가 ‘인어공주를 위하여’나 ‘별빛속에’도 다시 나올라나.. 품절되고 절판되고 하던 걸 겨우 겨우 구했는데 이렇게 이쁘고 반짝반짝하게 나오면 계속 사고 싶단 말이지.책장은 좁고 이미 있는 책은 있는대로 쭉 내 곁에 두고 싶고 새로 나온 것도 갖고 싶고… 혹시 병인가? 병원 가야 하나?
아주 흥미롭다. 제주 신화는 설문대할망이 하늘과 땅을 가르면서 시작된다. 물론 여신은 남신으로 대체되지만 설문대할망은 제주의 대지모신으로 남아있다. 서천꽃밭 역시 매혹적인 곳이다. 연약하고 하늘거리기만 할 것 같은 꽃들은 때론 멸망을 가져오기도 하고 때론 환생을 돕기도 한다. ‘영등’은 마치 르 귄의 소설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이 떠오르기도 한다. 옛날이든 지금이든 인간이 감당하기 힘든 어떤 상황이 되면 얼마나 잔인해지는지, 혹은 얼마나 상상력이 풍부해지는지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