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의 패션 외교
어릴 때는 어른의 세계가 궁금한 법이다. 나는 다른 아이들처럼 콘돔이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 궁금했던 적은 없다. 이미 콘돔이 피임 도구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니까.
초등학교 때 같은 반 아이가 집에서 콘돔을 가지고 와서 풍선 놀이를 했던 적이 있었는데 담임 샘이 그것을 발견하고는 얼굴이 빨개져서 아이의 뺨을 때린 적이 있었다. 아이들은 풍선 놀이 가지고 그토록 화를 내는 쌤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나는 당시 미혼이었던 샘을 이해했던 최초의 아이'였다. 멍청한 새끼들, 기름 바른 풍선과 아닌 풍선은 구별 좀 하자 ! 나는 쉬는 시간에 아이들에게 이 풍선은 입으로 부는 것이 아니라 고추에 끼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경잡이 반장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외쳤다. " 고추에서도 바람이 나와 ? " 오, 주여 ! 이 철딱서니 없는 무지렁이들을 용서하소서. 내 호기심을 자극했던 어른용 물건은 넥타이'였다.
어른들은 왜 넥타이를 매는 것일까. 어른이 되어서도 마찬가지였다. 의복에서 넥타이는 아무 효용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불편할 뿐만 아니라 날이 더운 날에는 체열을 올리는 주범이기도 했으니까. 그것은 기의 없는 기표였다. 쉽게 말해서 기능을 상실한 흔적 기관처럼 보였다. 마치 남자의 젖꼭지처럼 말이다(모유 수유를 하지 않는 남성에게 젖꼭지라니...... ) 그러던 어느 날 하얀색 슈트와 화이트 셔츠와 흰 넥타이와 흰 양말과 백구두를 신은 남자를 보게 되었다. 백의민족이어서 백의를 사랑했던 곤드레 김 패션의 재현이랄까. 오, 퐌타스틱해요 ~ 하지만 특수복이 아닌 일상복을 " 머리부터발끝까지색을하나로통일한옷 " 을 입는다는 것은 꽤나 쪽팔린 일이다(올블랙패션은 제외).
설령 어느 용자가 머리부터발끝까지색을하나로통일한옷을 입을 용기가 있다 한들 머리부터발끝까지색을하나로통일한옷이 아무에게나 어울리는 것도 아니다. 패션스타만이 소화할 수 있는 스타일이어서 뱁새가 우아한 황새를 따라 하다가는 다리 찢어지기 십상이다. 뱁새인 우리가 커버할 수 있는 색깔은 최소 두 가지 색이다. 흰색 라운드 티에 파란 청바지 그리고 하얀 운동화 정도 ! 기본에 충실한 색의 조합이지만 무난하다고 해서 패션 감각이 뛰어나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해서 색동저고리처럼 알록달록한 색으로 도배를 하는 것은 오히려 촌스러워 보인다. 각각의 색이 통일과 조화를 이루는 것이 아니라 따로 놀아서 안정적인 색의 배합이라 할 수 없다. 각설이를 보라 !
사견을 전제로 기술하자면 : 삼색패션이야말로 단조롭지도 않고 산만하지도 않은 균형 잡힌 조화라는 생각이 든다. 양복은 보통 두 가지 색(와이셔츠 색 + 슈트 색)을 사용하는데 여기에 덧대어 넥타이가 합류하면 삼색 패션이 완성되는 것이다. 단조롭지도 않고 그렇다고 산만하지도 않은 배색이 완성되는 것이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이 여기에 다다르자 비로소 넥타이가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 깨닫게 되었다. 삼색패션은 단조로운 것도 아니라 산만한 것도 아닌 균형 감각을 보여주는데, 넥타이'는 태생적으로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는 슈트의 우울하며 내성적인 한계를 보완한, 가교 역할을 담당한 소품이라 할 수 있다. 넥타이는 조화, 균형, 비례, 강조의 역할을 담당한다.
넥타이를 잘 고르는 사람이 정장을 잘 입는 사람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외교술은 넥타이의 기능을 떠올리게 만든다. 그는 하얀 제국과 검은 제국 사이에서 한쪽으로 기우는 색의 편향을 바로잡는 넥타이'다. 이것이야말로 패션 외교의 정석인 셈이다. 넥타이를 잘 고르는 대통령이 좋은 대통령이다. 패션 외교라거나 패션 정치라는 말을 처음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박근혜 정권 때이다. 그는 한 번 입은 옷은 두 번 다시 입지 않기로 유명한, 돈 세탁은 알아도 옷 세탁은 이해하지 못하는, 옷 떼부자였으나 그의 패션 외교는 외교사에 길이 남을 정도로 실패했다. 두 가지 색 배합을 기본으로 하는 박근혜 패션은 단조로울 뿐만 아니라 색의 배치도 엉망이어서 촌스럽기 졸라 거지없다. 503호, 당신을 최악의 워스트로 선정합니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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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가지 색연필 이미지 사진이 필요해서 골랐는데, 나중에 안경을 끼고 다시 살펴보니 색연필 사진이 아니라 박근혜 사진이었다. 원색을 즐겨 입는 그에게 원색적인 비난 한 마디 : 우리 근혜는 꼭 색연필 같아. 어쩜 그리도 컬러풀하니. 이십싸가지 총천연 크레파스 같은 인간아. 참, 지랄이 색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