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가 나에게 술 한 잔 하자고 했다.

 

 

 

매력 있는 여성을 보면 함께 눕고 싶듯이, 좋은 영화를 보고 나오면 술을 마시고 싶다. 이건 본능적 허기'이기에 참기가 힘들다. 그러나 좋은 영화'라고 해서 모두 술 생각이 나는 것은 아니다. 쓸쓸하고 허전할 때 나를 위로해 주는 것은 여러분이 아니라 술과 영화'다. 다음 영화 목록'은 술 생각'이 간절한 영화들이다. 그 전에 올린 글을 다시 정리하여 올린다.

 

 

1. 밀리언 달러 베이비

밀리언 달러 베이비'를 보았다. 심장이 뛰었다. 취하고 싶은 밤이었다. 술집에서 그 여자와 나는 그 영화에 대한 이야기만 했다. 그녀는 토끼처럼 귀를 쫑긋 세우며 들었고 나는 쉼표 없이 말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관객에게 원했던 것은 값 싼 동정이 아니라 동의'라는 말을 했다. 마틴 스콜세이즈의  < 성난 황소' > 에 대한 이야기도 했던 것 같다.  영업이 끝날 때까지 우린 밀리언 달러 베이비' 이야기를 했다. 그때까지도, 그때까지도 내 심장은 천둥처럼 뛰었다. 나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가 눈을 떴다. 여자의 눈동자가 캄캄한 밤 하늘 위에 뜬 인공위성처럼 반짝였다. 그날 우리는  습관처럼 798번째 섹스'를 했고 1098번째 섹스를 끝으로 헤어졌다.  

 

 

 

 

2. 키즈리턴 

 

대학로 동숭 아트 센터'에서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 키즈 리턴' > 을 보았다. " 실패했을까 ?  " 라는 질문에 친구가 답한다. " 빠가야로, 우린 아직 시작'도 안 했어. " 영화가 끝나고 나오니 아직도 날이 밝다. 마로니에 공원에 앉아서 혼자 소주를 마셨다.  

 

  

 

3. 다이하드 3 

아뿔사 ! 영화표를 샀더니  친구와 나는 돈이 없었다. 그것도 종로 3가 한복판에서 말이다. 친구가 그토록 보고 싶었던 다이하드 3'는 매진,매진,매진'이었다. 결국 우리가 선택한 시간은 마지막 회 영화 상영'이었다. 앞으로 네 시간'은 버텨야 한다. 돈을 다 털어보니 남은 돈은 칠천 원 정도.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1평 남짓한 구멍가게'로 들어갔다. 가게 안에는 간이 탁자 한두 개 놓여 있는 그런 풍경의 구멍가게. 추위도 녹일 겸 우린 두부 한 모를 시켜서 막걸리'를 마시기 시작했다.

 

친구야, 이 추위를 버티기 위해서는 술을 마셔야 한다구. 러시아를 봐. 그놈들은 얼어죽지 않기 위해서 보드카를 마시잖아.  우린 존 맥클레인 형사의 활약상을 위해 마시자구 ! 자, 건배. 시작은 좋았다. 그렇게 마신 막걸리가 다섯 병. 취할 때로 취했다. 밖을 나오는데 휘청 휘청. 야, 야야야야. 이거 우리가 존 맥클레인 걱정할 때가 아닌데 ! 빌어먹을. 하여튼 우린 영화'를 보았다. 나중에 깨달은 사실이지만 가지 말았어야 했다.

 

500석 가까운 좌석은 앞 줄까지 매진이었다.  예고 상영 때부터 졸음이 쏟아졌지만 두 눈을 부릅뜨고 참았다. 존 맥클레인 아저씨가 펼치는 대활약'을 보기 위해서. 영화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상황은 묘하게 꼬였다. 덜덜 떨면서 밖에서 술을 마시다가 갑자기 따스한 곳'으로 들어오니 속이 좋지 않았다. 우리는 둘 다 깊은 잠에 빠졌다. 다시 눈을 뜬 이유는 누군가가 신경질적으로 어깨를 흔들었기 때문이었다. 정신을 차리니 여기저기서 궁시렁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막걸리 냄새가 극장 안에 진동을 했으리라. 친구가 내 귀에 대고 속삭였다. 크억!  친구야. 크억 !   아, 나. 나나나나 토할 것 같아. 크으으으으윽.  토할 것 같다 ! "  이런 빌어먹을, 오도가도 못할 상황은 존 맥클레인이 아니라 나'였다.  씹새끼, 여기서 토하면 우린 모두 죽는다. 밖을 나가자면 좌석 열 명'은 지나쳐야 한다.

 

그때 갑자기 친구가 크으으윽 소리를 요란하게 내면서 일어났다. 마치 무협 만화에서 나오는 의성어 크아아아아앙,  이러한 느낌처럼 말이다. 순간 올 것이 왔구나 하는 느낌이 왔다. 친구가 입을 막더니 황급히 밖을 나가며 무릎과 무릎들을 헤쳐나갔다. 여기저기서 비명 소리가 낮게 들렸다. 이크. 존 맥클레인 형사'가 일촉즉발 위기'를 모면했다. 관객이 내지른 비명 소리가 어떤 의미'였는지는 아리송했다. 존 맥클레인의 대활약'을 그토록 보고 싶었던 친구는 돌아오지 않았다. 나는 그날 걸어서 집으로 갔다. 2시간 만에 도착했다. 영화는 다이하드 시리즈 중 최악이었다. 토 나올 만한 영화였다.   

  

 

4. 가을의 전설

오후 1시 40분. 그러니깐 그녀는 비행기 안에 있을 것이다. 내 첫사랑 여자'는 일본으로 이민'을 갔다. 어머니가 아버지와 이혼 후 일본인 남자와 결혼한 까닭에,  그 여자'도 엄마를 따라 일본'으로 떠났다. 나는 그날 공항에 가지 않았다. 내가 찾은 곳은 동네 삼류 극장'이었다. 그곳에서 < 가을의 전설' > 을 보았다. 한낮에 울기에는 이곳만큼 좋은 곳도 없었다. 나는 울기 위해서 표를 끊었다. 몇 시간 동안 울어도 됩니까 ? 매표원에게 물었더니, 매표원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말했다. 껌 씹는 소리와 겹쳐서 들려왔다. " 2시간 30분 정도는 펑펑 울 수 있어요. 이 극장은 대부분 낮에 울기 위해서 오는 관객들이랍니다. 펑펑 우세요. "  

 

극장 안은 온통 남자들로 가득했다. 양복을 입은 40대 남자들이 대부분이었다. 집에서는 듬직한 가장이었으니 모두 당당한 어깨였으리라. 그들은 직장에 가는 대신 극장으로 몰렸다. IMF로 인하여 권고사직이나 실직을 한 모양이었다. 집에다가는 직장에 간다고 말하고 나온 모양이었다. 사람들은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작정한 듯 울기 시작했다. 대성통곡을 하는 이도 있었다. 나도 펑펑 울었다. 소주 네 병은 마신 것처럼 어질어질했다. 가끔 티브이'에서 이 영화를 상영하면 첫사랑 여자'가 생각나고는 한다. 불이 켜지고 영화가 끝나면 사람들은 극장 로비'로 나가 극장 측에서 준비한 얼음팩으로 부은 눈덩이를 마사지했다. 그리고는 방긋.

 

   

 

5. 조지아 

영화 <조지아> 에서 제니퍼 제이슨 리’는 무명 가수’를 연기한. 그녀가 선술집 무대 위에 오른다. 처마 밑에서 녹는 고드름처럼 여기저기서 간헐적으로 박수 소리가 들린다. 예의상 보내는 박수이리라. 그녀는 깊은 주름과 퍼렇게 멍든 눈을 가리기 위해 짙은 스모킹 화장을 한 얼굴로 객석을 바라본다. 그녀는 깊게, 심호흡을 한다. 노래를 부른다. 영화는 거기서 끝난다. 그 흔한 성공 스토리도 없다. 성공을 빛내기 위해서 실패'를 곁가지로 이야기하는 서사는 촌스럽다.    

 

실패는 오롯이 실패일 때 아름답다. 내가 조지아'라는 영화에서 발견한 것은 담백한 실패'였다. 높낮이가 거의 없는 멜로디처럼, 담담하게 고백하는 실패담'은 겸손하다. 우리는 술을 마셨다. 실패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여자가 말했다. " 형은... 반드시 실패할 거야.  우리의 연애도 실패할 거야. "  나는 웃으면서 말했다. " 실패는 재단사의 좋은 도구이지. " 술에 취한 그녀가 내 뺨을 때렸다. 다음날, 나는 대낮에 동네 삼류 극장으로 갔다. 매표원 아가씨'가 나를 알아보고는 말했다. 껌 씹는 소리가 겹쳐서 들려왔다. " 자주 오시네요 ? "   

 

 

6. 사실은 당신과 봤던 모든 영화.

사실은 우리의 데이트 코스'는 늘 일정했다. 영화'를 보고, 술을 마시고,  헤어지거나 모텔에 갔다. 좋은 영화는 좋은 느낌대로, 후진 영화는 후진 느낌대로 그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늘 그렇듯이 그녀는 들었고 나는 말했다. 형편없는 영화일 때'는 늘 밀리언 달러 베이비'와 비교하고는 했고, 좋은 영화일 때도 밀리언 달러 베이비'를 인용하고는 했다. 그러니깐 그녀와 나는 헤어질 때까지 밀리언 달러 베이비' 이야길 줄곧 했던 것이다. 지금 돌이켜 보면 내 심장을 오래도록 뛰게 만들었던 것'은 그 영화 때문이 아니었다. 당신이 있어서, 천둥처럼 뛰었던 것 같다. 내 심장은 그 사실을 몰랐다.언젠가 주말의 명화에서 이 영화'를 우연히  보게 된다면, 당신도 보고 있다면, 나는 당신을, 당신은 나를 기억할 것이다. 그때처럼,  천둥이 치겠지. 노장의 말을 빌리자면 이길 때가 있으면 질 때'도 있는 법이지. 레마르크의 소설 제목을 인용하자면 사랑할 때가 있으면 이별할 때도 있는 법이지. 안녕, 모스쿠라 ! 

 

 

 

 

 

 

 

 

 

 

 

 

 

그외, 나를 술 마시게 만들었던 영화들 

 

 

 

 

 

 

 

연어알, 샌프란시스코에서의 하룻밤, 2004년 시네마떼끄 기념 상영전  아비정전,  아라비아의 로렌스, 에밀 쿠스트리차의 실패한 몇몇 작품들 : 그의 몰락이 믿겨지질 않았서 술을 마셨다. 

 

타르콥스키의 거울,  팀버튼의 피위의 대모험, 비틀쥬스, 가위손, 에드우드, 크리스마스의 악몽,  마틴스콜세이즈의 택시드라이버, 코미디의왕, 비열한 거리. 조단테의 그렘린 2, 마티니. 아, 그리고 기타노 다케시의 모든 영화.  나이 들수록 점점 성숙해지는 알모도바르의 영화들, 캔로치의 레이닝스톤 : 이 영화 보고 정말 많은 술을 마셨다.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그 무수한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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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orte 2013-07-15 0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함께 영화를 보고나서 술을 마실만한 연인이라면 헤어져도 사연과 추억은 많이도 남을듯요. 영화보며 치즈 뿌린 나쵸에 콜라먹고, 영화가 끝나면 택시타고 각자 집에가는 그런 애인에대한 기억은 추억도 없이 가물거리기만.....
오늘은 술...은 못마시니 좀 그렇고, 술안주 땡기는 영화한편 봐야할듯요. 아직 이곳은 일요일....

곰곰생각하는발 2013-07-15 00:50   좋아요 0 | URL
여기도 아직 일요일입니다. 아니구나 월요일이다..ㅎㅎ
말이 좋아 낭만이지 사실 영화 보고 술 마시는 코스... 굉장히 클래식하잖아요. 별로 안 좋아할 것 같아요.
전 이상하게 영화 보고 나오면 그렇게 술이 땡기더라고요. 할 얘기도 많고....
사실은 몇 달 전에 했던 얘기 다시 하고 그런 거죠....

어떤 영화 좋아하세요 ? 함 리스트 올려주십셔. ~~

iforte 2013-07-15 01:17   좋아요 0 | URL
히힛. 제 취향 듣고서 놀리지마세염. 저는 딱 다섯가지 쟝르의 영화만 봐요. 액션, 코미디, 에스에프, 환타지, 애니메이션.
이 장르들이 겹쳐지면 겹쳐질수록 그런 영화는 더 좋아하고요. 가령 매트릭스, 반지의 제왕, 호빗, 맨인블랙 시리즈요. 스릴러나, 공포영화, 재난 전쟁영화는 심장에 받는 압박이 넘 심해서 못보고요. 로맨스는 신경질나서 못보구요. 드라마는 졸려워서 못봐요. ㅡ.,ㅡ;;;;

제 개인적 성격 혹은 인생관을 표현하라고 해도 딱 이 다섯 단어를 말해요. 한마디로 이상과 현실의 완전결합이라고 할까요..? 그러니, 이 다섯 쟝르의 개성을 한 인간이 가지면 어떻게 되겠어요. 한마디로... 엽기...그 자체.... ㅍㅎㅎ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3-07-15 04:17   좋아요 0 | URL
아름다운 합체'네요. 전 다행히 장르를 가리지는 않습니다. 정말 닥치는대로 다 봅니다. 그래도 그 5가지 장르가 합치면 뭔가 답은 나오네요. 활동적이고, 쾌활하며, 솔직하고, 낯가림이 없는....
그런 모습이 떠오릅니다. 선천성 명랑함이라고 할까요 ? 포르테 님은 MBTI에서 EN - 쪽 성향을 보이는군요. 외향적 성격 말입니다. 전 INTP예요. 죽으나사나 인피티'더군요.

에스에프 하니 테리 길리엄의 < 브라질 > 이란 영화가 생각났네요. 참... 걸작이었는데 말이죠...

히히 2013-07-15 1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싱싱한 해산물에 맑은 소주를 찾는 신랑과
다를 게 없습니다.
아마도...
영화라는 푸짐한 안주에 술은 필수지요.

대낮에 일하기 싫어 영화관엘 갔는데
혼자뿐이더라구요.
독방을 차지하고 열심히 관람하고 있는데
뒤가 간질간질하여 돌아보니
아저씨가 영화를 상영하면서 고개를 내밀고
영화감상을 하고 있었습니다.
완전 깜놀!
제목이 '두여자'였으니까요.
상관없는 남자와 둘이 보기엔 진했습니다.ㅋㅋ
예전엔 혼자서 영화관을 즐겼습니다.
순전히 제 시간을 갖고 싶어서.

곰곰생각하는발 2013-07-15 21:45   좋아요 0 | URL
싱싱하 해산물에 소주라.. 최고죠.
정말 제가 해산물에 소주 좋아라 합니다.
회는 별로고 왜 해삼, 멍게 조개 이런 거 있잖습니까.
그거 좋아합니다.

내가 아는 분은 혼자 공포 영화 보다가 너무 무서워서 극장 측에 불 켜달라 하고 봤다고 하더라고요..
진짜 켜주었다고 합니다. 왜 예고편 할 때 그때 조명 있잖습니까..

팜므느와르 2013-07-17 0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왠지 첨 시작할 때부터 6번의 결론이 나오지 않을까 조마조마 읽었지요.
역시 곰발님의 센스란! 흐흐~~
근황으로 새로운 '당신'과 본 영화도 소개해주시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7-17 08:29   좋아요 0 | URL
전 대부분 5,60년대 영화만 보느라 요즘 영화들은 안 보는데..
이번에 마스터;라는 영화는 보러 갈 겁니다. 고거 보면 알려드리겠습니다.
 

 

 

 

두 권의, 영화평론집

 

 

로저애버트, 위대한 영화 vs 정성일, 필사의 탐독

 

두 사람의 차이는 명확하다. 로저애버트는 쉽게 쓰고, 정성일은 어렵게 쓴다는 점이다. 물론 두 사람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억지스럽기는 하다. 로저애버트는 대중적 글쓰기/저널리즘 평론을 하는 평론가인 반면, 정성일의 평론은 로저애버트보다 철학적이며 학술적이다. 그렇다면 두 사람은 전혀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는 평론가인가 ?!  그건 아니다, 둘 다 영화에 대한 평론을 하는 평론가.

쉽게 쓰인 문장은 가급적이면 어려운 단어를 동원하지 않고 쉬운 단어를 선별한다. < 별리하다 > 라는 말 대신 < 이별하다. > 라고 쓴다. 반면 어렵게 쓰인 문장은 < 이별하다 > < 헤어지다 > 대신 < 별리하다 > 라는 단어를 선택한다. 우리가 착각하고 있는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알기 쉽게 쓰인 문장보다는 어렵게 쓰인 문장이 좋은 문장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개 풀 뜯어먹는 소리다. 밑구멍으로 호박씨 까는 소리이며, 이명박이 스스로를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고 말하는 소리이다. 개소리다.

로저애버트는 매우 쉽게 자신이 보고 느낀 바를 독자에게 전달한다. 영화 < 달콤한 인생 >의 주인공인 마스트로얀니에 대한 묘사에서, 애버트는 그를 머리가 아파서인지 아니면 영혼의 깊은 통증 때문인지,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세상을 바라본다. 라고 쓴다. 이 단순한 문장은 사실 이 영화가 관객에게 말하고 싶었던 모든 것을 말해준다. 술과 쾌락에 젖어 환락의 밤을 보내는 불쌍한 영혼에 대한 서사를 두통과 영혼의 통증이라는 간략한 말로 압축한다. 반면 정성일은 허진호의 < 외투 > 에서 두 주인공이 나누는 대화를 다음과 같이 쓴다.

 

그 씬의 대사 자체는 하나도 이상하지 않지만 문 앞에서 나눈 쇼트의 사운드는 문에 의해서 구태여그 대사의 디제시스에 어떤 주관성을, 내면화를, 착각을, 부정확성을, 무엇보다도 비현실성을 부여한다.  그 쇼트는 한 씬 안에서 객관적, 현실적, 실제적 장면을 보여 준 다음, 쇼트를 나누어서 뒤이어지는 대사에 의혹, 기대, 착각, 환청, 무엇보다도 모호함을 통해서 무인가 그 자연스러운 장면을 기괴하게 만든다. “

- 정성일, 필사의 탐독

나는 로저애버트나 밀란 쿤데라 그리고 스티븐 킹의 산문을 읽으면 < ! > 라는 감탄사를 뱉는데 반해 정성일의 산문을 읽으면 < ? > 라는 의문사를 뱉는다. 정성일이 잘난 척하며 쓴 저 긴 만연체는 간단하게 < 주인공들이 나누는 대화는 그들이 머문 장소에 어울릴 만한 대사는 아니기에 약간 기괴한 느낌을 준다. > 라고 쓰면 된다. 그런데 정성일은 지긋지긋하게 나열해서 늘린다. 아무것이나 나열해서 병렬로 늘리면 문장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에 가깝다.

저 위에 쓰인 문장은 먹물들이 너무나 사랑해서 10초마다 애용한다는 전설의< must have 아이탬 3종 세트 >가 적나라하게 사용된 훌륭한 예이다. < ~ / >, < ~ / >, < ~ / > . 3가지번역투 문체가 없으면 그들은 문장을 하나도 연결하지 못한다. 물론 저런 문장을 호의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기는 하다. 게는 가재 편이라고,  젠 체하는 먹물들은 저런 문장이 까리하다고 생각한다. 가지도 아니면서 가지가지하고, 기린도 아니면서 끼리끼리 논다.

저런 문장은 난해한 문장도 아니고, 좋은 문장도 아니며, 뛰어난 영화 분석도 아니다. 저 문장은 난해한 것이 아니라 문장을 난도질한 것에 불과하고, 좋은 문장이 아니라 나쁜 문장이며, 뛰어난 분석이 아니라 형편없는 분석이다. 정성일은 테엽장치 시계를 분해하고 조립하는 과정에서 분해만 한 채 조립은 하지 않고 방치한 것과 같다. 로저 애버트는 마지막 문장의 마침표를 질질 끌지 않는다. 그는 훌륭한 평론가다. 그는 파스빈더의<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 에 대해

파스빈더는 감정의 고양된 상태와 침울한 상태를 영화에서 모두 제거하고, 한가운데 자리잡고 있는 조용한 절망만을 간직한다.고 쓴다. 아마 그의 영화를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 이 문장에 감탄했을 것이다. 정말 그렇기 때문이다. < 조용한 절망 > 이라는 문장을 읽을 때, 나는 울컥했다. 왜냐하면 오래된 그 영화가 보여준 장면과 장면이 주마등처럼 스쳤기 때문이었다. 좋은 문장은 결코 젠 체하지 않는다. 다음 문장을 보자.

 

카사블랑카: 마지막 장면의 클로즈업에서 버그먼의 얼굴은 혼란스러운 감정을 표출한다. 혼란스러웠을 법도 하다. 촬영 마지막 날까지도 비행기에 오를 사람이 누구인지를 확실히 아는 사람이 영화 관계자 중에 한 사람도 없었기 때문이다. 영화를 촬영하는 동안, 버그먼은 영화가 어떻게 끝날지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런 배경 사연은 그녀가 등장하는 장면에서 그녀가 보여주는 감정의 신뢰성을 높여주는 기묘한 결과를 낳았다. 그녀는 바람이 불고 있다는 것만 알았지, 어느 쪽으로 불고 있는지는 알 수가 없었던 것이다.

애버트가 훌륭한 문장가인 이유는 : 그녀는 바람이 불고 있다는 것만 알았지, 어느 쪽으로 불고 있는지는 알 수가 없었던 것이다,  라는 문장을 보면 알 수 있다. 정성일이라면 이 문장을 이렇게 묘사했을 것이다. “ 할리우드 시스템은 배우와 스텝 간의 계급적 차이를 조성한다. 그것은 결국 비디제시스와 디제시스 간의 운명적 간극의 문제이며, 불화를 조성하고, 소통은 단절되며, 잡음은 끊이지 않는다. 그러니깐 버그만이 공항에서 보여준 혼란스러운 연기는 매우 이상한 방식으로 결정된 것이다. 그녀의 연기는디제시스에 어떤 주관성을, 내면화를, 착각을, 부정확성을, 무엇보다도 비현실성을 부여한다.

라고 쓰지 않을까 ? 다음은 그가 쓴 취화선 촬영 현장 일지'이다.

 

우리는 소설을 읽고 난 다음 아무렇게나 말하지 못한다. 조이스나 프루스트 같은 미로를 헤치고 나온 다음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면서 그저 할 수 있는 일은 친구들의 이름이 적힌 수첩을 들추면서 우리의 하루를 돌아볼 뿐이다. 세잔의 그림을 보고 난 다음 그 감흥을 아무렇게나 말하지 못한다. 브루크너의 제 8교향곡 3악장 아다지오에 대해서 방금 듣고난 다음에도 다시 한 번 더 듣고 말하겠다고 대답을 미룬다. 베케트의 무대는 거의 등장인물이 없는데도 무언가 보지 못한 것이 거기 있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그런 영화는 보고 나오면, 그 영화가 난니 모레티건, 허우 샤오시엔이건, 제임스 캐머린이건, 데이비드 린치건, 임권택이건, 그게 누구의 영화건, 누구라도 영화관 문을 나서면서 방금 보고 나온 것에 대해서 금방 입을 연다.

 

- 필사의 탐독

 

장승업이라는 동양화가'를 이야기하면서 조이스, 프르스트, 세잔, 브루크너, 베케트, 모레티, 샤오시엔, 캐머런, 린치를 이야기하는 이유는 뭘까 ? " 우리 것은 좋은 것이여 ! " 를 좀더 글로벌하게 확장한 예일까 ? 동서양 예술가들이 한자리 한마당에 모여서 어울렁 더울렁 뒤엉켜서 운우지정을 나누는 문장 같다. 모를 일이다. 정성일의 문장은 참... 쓰다. 쓸개 같은 문장이다. 나는 이런 문장을 오감보쉼빠빠와 슈퐁크오빠’가 내뱉는 혀 꼬부라진 취중농담이라고 말하고 싶다. 뭔 소리인지 알기 쉽게 말하라. 니미 뽕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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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013-07-14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 글, 거듭 읽어도 재밌습니다.
파스빈더에 대한 로저 애버트의 표현은 정말이지 기가 막히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7-14 16:02   좋아요 0 | URL
전 처음에는 애버트 글이 너무 평이해서 실망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우연히 화장실에서 다시 읽었는데 정신없이빠져들더군요. 핵심을 짚는 문장이 탁월해요. 어렵게 쓰지 않아도 정확히 딱 그 부분을 씁니다. 카사블랑카에 대한 그 바람.. 어쩌구 하는 부분은 정말 탁월했습니다. 왜 로저 애버트가 훌륭한지를 알게 해줍니다.

iforte 2013-07-14 2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ㅍㅎㅎ '니미 뽕'... 어려서부터 똥자루'같은 말만 듣고 자라서인지 참 정겹게 들린다는...
책 전체를 읽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첫번째 인용한 정성일의 문장은 완전히 논문 형식이군요. 만약 논문심사하는데 '눈을 가늘게 뜨고 세상을 본다'는 식의 표현을 쓴다면, 그 압축성, 다의성, 따라서 해석의 모호성 때문에 퇴짜맡기 십상이겠네요. 문제는 정성일이란 사람이 대중평론가인지, 학계에 몸담은 자이라서 전문 연구자들을 위해 글을 쓰는 사람인지, 자기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할 필요가 있겠군요. 그 정체성이 흔들리면 딱, 박쥐되는거죠.

p.s. 어려서는 똥자루라고 어른들이 (특히 삼촌이) 놀릴때마다 무지 서러웠는데, 지금 생각하면 똥자루 맞아요. 특히 화장실 가기 전후, 몸무게가 2kg씩 차이날때는 도무지 뱃속에 뭐가 들었나 자괴감이.... ㅋㅋㅋ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3-07-15 00:07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 눈을 가늘게 뜨고 세상을 본다'는 애버트의 글입니다욧... ㅎㅎㅎㅎㅎㅎㅎㅎㅎ.
제가 이리저리 섞다보니 혼동이 올 수 있음 !!!
어릴 때는 다 똥자루 같아야 귀엽지 않나요. 전 애들 귀여우면 똥강아지'라고 하는데
젊은 신혼 부부는 싫어할라나 모르겠네요.
제가 욕은 좀 구수하게 합니다욧..

iforte 2013-07-15 00:25   좋아요 0 | URL
아, 혼동한게 아니구요, 정성일은 의미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려 했고, 애버트의 글은 다소 문학적으로, 함축해서 표현'했다고 설명과 표현의 차이를 말하려 했사와요. 에구... 글솜씨가 워낙 없다보니 뜻전달이 생각처럼 쉽지가 않네요. ㅠㅡㅠ

곰곰생각하는발 2013-07-15 00:32   좋아요 0 | URL
아, 그뜻이군요 ! 크하하하하하....
하긴 저런 문장은 논문 형식으로 제출했다가는 작살나겠죠 ? ㅎㅎㅎㅎㅎ.
전 처음엔 애버트 문장이 왜 좋은 건가 했어요.
그러다가 그냥 화장실 가야 되는데 그냥 눈에 뜨이길래 가지고 가서 읽다가
다 읽게 되었습니다. 굉장하더라고요. 전 아무래도 문학적 취향을 가진 놈인가 봐요..ㅎㅎㅎ

히히 2013-07-14 2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영화를 사랑한 시청자와
영화를 재료로 벌이를 하는 사업가의 차이. ㅎㅎㅎ

카사블랑카의 문장은 정말 좋습니다.
[섬] 보다는 카뮈의 서문이 더 유명한 것 처럼.
"길거리에서 이 조그만 책을 열어본 후
겨우 그 처음 몇 줄을 읽다 말고는
다시 접어 가슴에 꼭 껴안은 채
마침내 아무도 없는 곳에 가서 정신 없이 읽기 위하여
나의 방에까지 한걸음에 달려가던 그날 저녁으로 나는 되돌아가고 싶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7-15 00:08   좋아요 0 | URL
저도 카뮈 때문에 섬'을 읽었습니다.
실망했던 기억이 나네요.
카사블랑카 저 문장은 쉽게 쓸 수 없는 문장이죠.
대단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팜므느와르 2013-07-17 0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곰발님의 이런 씨알 먹히는 얘기들이 많은 이들에게 전파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에 쉬운 말로, 기막히게 좋은 글들을 쓰는 사람들이 쌔고 쌨는데 저렇게 써야 한다고 강박 갖는 학자(!)연한 체하는 이들이 많다는 게 현실입니다. 코미디죠.
근데 정성일식 문체를 완벽하게 해석하는 님이 저는 더 존경스럽습니다.

그나저나 로저 애버트를 장바구니에 담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7-17 08:41   좋아요 0 | URL
씨알은 일단 먹히고 나야 뭘 말하는지를 알수 있는 것 아니게습니까 ?
저런 문장 보면 속에서 울화통이 터집니다.
내가 괜히 정성일 안티가 되는 게 아닙니다.
정성일 씨 영화제에서 자주 보는데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하여튼 계속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는 모습만 저는 보았어요. 혼자 있는 걸 본 적이 없음.. 은근 수다쟁이인 것 같습니다.

바라리 2017-09-12 1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시원한 사이다 글입니다!
 

 

 

 

 

 

 

보수란 무엇인가! 

부제 : 짬뽕딤섬. 

1. 캡사이신보다 더 화끈한 밤

그는 고교 졸업과 함께 친적이 운영하는 중국집 배달 일을 하면서 주방 일을 배웠다. 그리고 몇 년 후에 당당히 중화요리 요리사가 되었다. ( 그래도 여전히 주방 보조'였다. ) 몇몇 친구들이 그를 찾아갔다. 그는 자신이 직접 요리한 다양한 음식을 내오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매운 짬뽕을 잘 만든다고, 탕슈우우욱도 잘 만든다고, 군만두는 대한민국 중화요리의 수치라고, 부끄럽다고, 다 큰 어른들이 쪽팔리게 군만두 서비스로 안 주냐고 징징거리지 말라고, 한국인들은 군만두에 환장한 민족'이라고. 당시 군만두 서비스를 안 주면 화가 나서 징징거리는 성인에 속했던 친구들은 알았다고, 그만 하라고, 듣기 좋은 말도 여러 번 들으면 지겹다고 말했다 .

고등학교 때는 본드 불고, 눈에서 레이져 쏘던 놈이었는데 나이 들고 나서 정신 차린 것이었다. 나중에 그 친구의 여자친구도 술자리에 동석했다. 이런 자리에서 늘 하는 질문. 어디가 좋아서 둘이 사귀게 되었냐고 물었더니 방긋 웃으며 말했다. 쇼바 잔뜩 올린 오토바이가 멋있었다고, 삼일절만 되면 광복의 기쁨을 함께 하기 위해서 신나게 달리던 오빠의 빠라빠라빠라빰을 잊을 수가 없다고, 노랗게 물든 머리가 존나 멋있었다고, 성격도 화끈하다고. 그 소리를 듣던 그는 밤에는 더 화끈하다고 농담을 했다. 얼굴이 붉어진 여자는 부끄럽다는 듯이 조용히 말했다. 캡사이신보다 더... ... 화끈해...예.

그의 이름이 바로 천맹기. 중학교 1학년이 되도록 한글을 깨우치지 못해서 국어 시간에 책을 읽을 때는 늘 더듬거렸다. 그러니 공부를 잘 할 리가 없었다. 반에서 늘 꼴찌였다. 하지만 명랑한 친구여서 꼴찌를 한다고 기가 죽는 친구는 아니었다. 그 친구는 화교였다. 화교인 친구가 왜 중화학교를 다니지 않고 일반 국립 중학교에 다니는지는 모르겠으나, 하여튼 그 친구는 나와 함께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이는 국립 중학교를 다녔다. 우리는 항상 태극기 앞에서 경례를 했으나 태극기는 단 한번도 우리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 적은 없었다. 도도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그 친구가 사는 집은 전두환이 사는 연희동에 위치한 중화학교안이었다. 아버지가 중국인 학교 소사였기 때문에 친구는 학교 관사 안에서 살았다. 그러니깐 화교인 친구는 화교 학교 안에서 살았지만 학교는 일반 대한민국 중학교를 다닌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미스테리한 일이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자식을 중화 학교에 입학시키지 않은 이유는 학교 소사인 아버지 때문에 자식이 기가 죽은 채로 학교 생활을 할까봐서 아들을 일반 학교에 보냈다고 한다. ( 정확한 이유는 잘 모르겠다. )

 

2. 보수란 무엇인가? 에 대한 답은 보수다.

아버님이 하시는 일은 고장난 책상을 수리하거나 파손된 학교 기물들을 보수하는 일을 하셨다. 내가 이 친구에 대한 추억으로 이 글을 시작하는 이유는 < 보수 > 란 무엇인가, 에 대한 글을 쓰기 위해서이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 건강한 보수란 무엇인가요? > 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서이다. 진보와 보수, 빨갱이와 꼴통, 좌파와 우파 할 때의 그 < 보수 > 말이다.

니미... 보수의 정의에 대해서 토론하자고 하더니 고장난 책상 다리를 보수하는 그 보수로 시작하는 것이 못마땅할 수도 있겠으나, 나는 보수 / 保守에 대한 정의를 보수 / 補修라고 생각한다. 그렇다, 보수란 오랜된 것의 가치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서 고장난 부분은 수리를 하고, 보존하고, 대를 이어 물려주려는 정신이다. 그러므로 보수/保守 의 뜻은 보수/補修. 건강한 보수란 바로 낡은 것을 아끼고 사랑해서 버리지 않고 고쳐서 다시 쓰는 것이다. 옛것에 깃든 가치에 대한 긍정이다. 그것이 바로 건강한 보수.

문제는 보수를 대표한다는 < 새누리 > 의 정체성이 보수와는 거리가 멀다는 점이다. 내가 그들을 싫어하는 까닭은 보수인 척하는 보수이기 때문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보수가 아니라 보신이다. 보수당이 아니라 보신탕이다. 자기 몸에 좋다면 얼씨구나 지화자 타령을 하며 곰 쓸개, 사슴 뿔, 물개 응응'을 날것으로 먹으며 보신을 한다 내가 각하를 보수주의자가 아니라고 단언하는 이유는 그가 지향하는 것이 이데올로기의 색깔이 아니라 돈의 색깔이기 때문이다. 그의 얼굴은 구리보다는 은의 색깔을, 은보다는 금의 색깔을 향한다. 그것은 빛에 반응하는 플라나리아의 머리. 그러므로 그는 이념적 보수가 아니라 거들먹거리는, 금전주의자 보스. 대다수 대한민국 사람들은 보수를 대표하는 사람을 뽑은 것이 아니라 백성 위에 상전으로 군림하려는 보스를 뽑은 것이다. 명박은 상득이와는 협력하지만 완득이와는 상종도 하지 않는 분이다. 상득이의 속박'은 자업자득이다. 그것은 명박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민주당은 진보인가 ? 아마...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미친 놈이거나 미친 년이 될 것이다. 민주당도 보수 정당이다. 보신탕이다, 개고기다, 개소리다. 그것이 대한민국 정치사가 가지고 있는 비극이다. 병신 같은 놈이 정치판에서는 꽤 정의로운 놈이 되어 투사 운운한다. 대한민국의 비극은 새누리를 대표하는 보수당이 형편없기 때문이 아니라 그 대항마인 민주당이 대책 없는 꼴통이기 때문에 더 비극인 것이다. 새누리가 형편없는 점수를 받아도 민주당은 새누리를 따라잡을 수가 없다. 왜냐하면 새누리보다 점수가 더 형편없기 때문이다.그것은 브라질 축구 대표팀과 베트남 축구 대표팀이 경기를 하는 것과 비슷하다. 절대 이길 수 없는 경기를 관람하는 것만큼 재미없는 경기도 없다.

■ 물론 경기도는 있다. 행정 구역상 팔도 중 하나다. 하지만 경기도는 재미없다는 말은 사실이다. 경기도보다는 인천 월미도가 더 재밌다. 경기도와 인천은 그렇고 그런 사이다가 떠다닌다. 그래서 서영춘은 뿜빠라뿜빠 뿜빠빠.. )

보수와 보신주의 180도 다른 말이다. 그런데 보신주의자들은 자신을 보수주의자라고 생각한다.  자신을 보수주의자라고 생각하는 대한민국 사람들의 86.3%는 보수주의자가 아니라 보신주의자들이다. 보신주의자들은 자신의 입지를 공고하게 해 줄 빽과 줄 그리고 동창과 동향을 이용하는사람들이다. 그것은 단물만 쏙 빼먹는 알사탕 마니아의 사심이지 애향심이 아니다. 그들은 낡은 의자를 고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우리는 보수의 개념을 오해하고 있는 것이다. 건강한 보수주의자들은 말 그대로 그냥 보수주의자들이다. 옛것을 낡은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새로운 것은 적으로 간주하지 않는다. 그리고 자신의 기득권을 위해서 바득바득 발악하지 않는다.

진보도 마찬가지다. 진보는 빨갱이인가 ?  드라큐라인가 ? 늑대인간?! 진보가 수구보다는 개혁에 가깝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진보가 말하는 개혁이란 낡은 의자는 버리고 새 의자로 바꾸자는 주의가 아니다. 건강한 진보주의자들은 왜 꼭 의자에 앉아서 수업을 하냐고 반문한다. 책상과 의자 대신 바닥에 앉아서 자유롭게 수업을 하자는 것이다. 제대로 된 진보는 전복보다는 전환을 모색한다. 발상의 전환 말이다.

 

3. , 뿅뿅. 짬뽕은 너무 매웠다.

내 친구의 아버지는 묵묵이 파손된 기물을 보수하셨다. 당신의 손을 거쳐 나온 물건은 모두 튼튼했다. 그는 박봉이었지만 스스로의 삶에 만족하셨다. 입신을 위해서 고향이나 지인의 이름을 팔지도 않았다. 그는 전라도 새끼라고 욕을 하지도 않았고, 경상도 새끼라고도 욕을 하지 않았다. 버려지는 것이 아까워서 고쳤을 뿐이고, 그 물건을 애지중지하며 아껴 썼다. 그의 작업장에는 크기가 다른 다양한 못들과 부품들이 있었고, 오래된 톱과 다양한 망치가 잘 정돈되어 있었다. 진정한 보수주의자는 자신만의 작업장과 연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는 옛것을 사랑했지만 낡은 것을 폄하하지는 않았다. 그가 새로운 것을 불편해 한 이유는 적의 때문이 아니라 잡다한 기능이 너무 많아서 불편했기 때문이었다. 손에 익은 것을 좋아했을 뿐이다. 그는 훌륭한 목수이며 건강한 보수주의자였다.  그의 아들은 전교에서 꼴지를 했지만 지금은 전국에서 가장 매운 짬뽕을 만드는 중화요리 전문점의 주방장이 되었다.

나는 친구들과 함께 그 녀석이 일하는 일터를 찾아간 적이 있다.  비록 그가 손수 만든 매운 짬뽕 때문에 내 똥구멍에서는 불이 났지만 맛은 < >좋았다. 친척이었던 중국집 사장님의 배려로 우리는 밤 늦도록 문 닫은 가게에서 술을 마셨다. 얼큰하게 취했을 무렵 그의 여자친구가 와서 함께 술을 마셨다. 친구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도 했다. 누군가가 망치질을 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고 말했다. 친구는 그 말에 몇 년 전에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다. 한때 뽄드를 불며 007 제임스 뽄드 흉내를 내던 철없던 놈이 철이 든 것이다.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오고갔다. 오빠야 성깔이 화끈해서 좋아예, 뒤끝 없어예, 밤에는 더 화끈해예, 야광봉이라예, 캡사이신보다 더, , 더 화끈해예. 오래 쓰는 건전지라는 말에 기분이 좋아진 천맹기 씨는 마작을 하자고 했다. 내가 모른다고 하니 가르쳐주겠다고 했다. 마작을 하다가, 고스톱을 치고, 포커 게임을 했다. 술기운이 올라왔다. 나는 화장실에 가서 설사를 했다. 닝기미, 짬뽕이 너무 매웠다.

 

4. 짬뽕과 딤섬

그는 지금도 주방에서 짜장면과 짬뽕을 만들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그때 보았던 여자와 결혼을 해서 자그마한 중국집을 차렸을지도 모른다. 오래 쓰는 건전지였던 그의 발기력은 조금 물컹물컹해졌을 것이고, 야광봉도 희끄무리죽죽해졌을 것이다. 어쩌면 젊었을 때 뽄드와 부탄가스를 너무 많이 먹어서 전립선 기능 저하를 앓고 있을지도 모른다. , 아닐 수도 있다. 하여튼 그는 오늘도 전국에서 가장 매운 짬뽕을 만들어서 맛집 프로그램에 출연하려고 발악을 할 것이 분명하다. 캡사이신 듬뿍 넣어서 독한 맛을 낼 것이다. 그때 생각을 하면 아직도 불타는 나의 똥구멍이 생각난다. 하루종일 고생했던 기억이 난다.  캡사이신은 지독하게 나의 괄약근을 공격했다.

친구가 마지막으로 선보인 음식은 딤섬'이었다. 짬뽕으로 승부하기에는 경쟁이 치열해서 고급화 전략'으로 딤섬 요리 기술'을 틈틈이 공부하고 있다며 내놓은 것이다. 내가 만두'라고 했더니 그는 화를 냈다. " 그, 그그그그것은 딤섬에 대한 모독이야 ! " 딤섬을 點心'이라고 적는단다. 마음에 점을 찍는다는 이름이 시적이어서 마음에 들었다. < 올드보이 > 에서 최민식이 질리도록 먹었던 군만두'는 서비스 메뉴'였을 것이다. 이런저런 추론을 해보면 유지태는 최민식을 사설 감옥'에 보내면서 날마다 밥값을 지불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밥값은 사설 감옥 직원들의 공돈으로 주머니 속으로 들어가고 대신 서비스'로 나온 군만두를 주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 그러니깐 최민식은 15년 동안 직원들이 점심을 시켜 먹고 남은, 서비스로 나온 만두만 먹다가 속 터져버린 이야기다. 만약에 최민식에게 군만두 대신 딤섬을 點心 으로 내놓았다면 그토록 비극적이지는 않았으리라.

짬뽕이 맵고 자극적이었다면, 김이 모락모락나는 딤섬'은 담백하고 순한 맛있었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젊을 때는 자극적인 것을 탐하다가 늙으면 순한 맛에 매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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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orte 2013-07-14 0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드보이 포스터가 왜 걸려있나 했더니, 만두얘기로... 그리고 딤섬으로 마무리....ㅎㅎ
그러고보니 올드보이에서 유지태가 좀 값싼 싸비스를 주문했었나봐요. 조금 돈을 썼더라면 우리의 주인공이 십오년동안 만두대신 딤섬을 먹을수 있었을텐데.. ㅋㅋ... 아까 아침에는 헐리우드판 올드보이 티저를 봤는데... 오대수 역을 맡은 미국배우가 꽤 기대되요. (삼천포로 빠지는 재주는 곰발님 못지않다능...)

여하튼, 보수와 보신의 차이, 격하게 공감요. 그러고보니, 나의 정치적 정체성은.....만민 만생 평화주의...?! 곰발님은 어디쯤..?

곰곰생각하는발 2013-07-14 04:42   좋아요 0 | URL
전 항상 정치성향 테스트를 거치면 무정부주의자'가 나오더라고요.. 후훗..
제가 올드보이'에서 만두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어요.
왜 유지태가 사설 감옥에 돈을 주고 맡기지 않습니까.
아마도 최민식 밥값을 따로 지불 했을 것이 분명합니다.
그런데 이놈들이 최민식 밥값을 자기 주머니( 담뱃값'이나 하려고 )에 털고
대신 서비스로 나오는 군만두'를 준 것이 분명합니다.

하여튼 내 친군느 군만두를 아주 싫어해요. 군만두 서비스로 달라고 하는 사람 보면 죽이고 싶다고...ㅋㅋㅋㅋㅋ
뭔가 좀 찔리더라고요... 제가 중국집 군만두 좋아하거든요...ㅎㅎㅎㅎㅎ 올드보이 리메이크 예고 저도 봤어요.
내용은 거의 비슷한 거 같더라고요....대신 유지태 부하로 나오는 남자'가 여자로 바뀐 걸 보고 역시 헐리우드스럽다는 생각을 해보았ㅆ브니다.

히히 2013-07-14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보수가 잘 된 책상에서 책을 보고 글을 쓰는 정도의 기능에 안주하기 보다는
oh captin! my captin! 을 외치며 책상을 짚고 올라서는 개혁의 용솟음을 받아들일 때
진보라 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것으로 뜯어 고치는 개혁이 아니라
기존의 토대위에서 개간하는 것이
참다운 진보가 아닐까나요?

올드보이 만두에 대한 이야기 궁금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7-15 05:43   좋아요 0 | URL
언제 한번 올드보이 만두 이야기'와 함께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네요.
꺄하하하하하..
 
토리노의 말
벨라 타르 감독, 야노스 데르지 외 출연 / 미디어허브 / 2012년 9월
평점 :
품절


  

 데이비드 린치의 영화가 상징성'에 기반을 둔다면, 벨라 타르는 현시성'에 방점을 찍는다. 그것은 즉물성이다. 벨라 타르는 그 어떠한 첨삭 없이 날것을 현시함으로써 진실을 보게 만든다. 그의 영화는 온갖 상징으로 압도되는 알레고리화'라기 보다는 쿠르베나 일리야 레핀의 소박한 그림에 가깝다. 그는 < 과정을 과장 > 없이 보여준다. 양말을 신고, 바지를 입고, 셔츠를 입고, 그 위에 스웨트를 걸치고, 마지막에 외투를 입는다. 그리고 옷을 벗을 때는 그 역순을 편집 과정 없이 집요하게 보여준다. 말의 장신구를 입히는 과정과 벗기는 장면도 지루하도록 반복된다. 결국 과장 없는 과정의 목격을 통해서 관객이 깨닫는 것은 우리가 깨닫지 못했던 일상의 반복'이다. 인간은 매일 똑같은 일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감독은 생의 의지를 죽음의 묵시록과 연관시켜서 인간은 시지푸스처럼 부조리한 존재라는 사실을 각인시킨다. 벨라 타르는 生은 환희가 아니라 형벌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생의 의지'에 대한 경멸을 의미할까 ?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늙은 남자가 얼어버린 감자'를 씹을 때, 우리는 어떤 숭고함을 경험하게 된다. 하지만 이 숭고함은 생의 찬양이 아니다. < 겨우 > 살아야 하는 인간'에 대한 감독의 연민이다. 영화 < 토리노의 말 > 에서는 니체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니체가 늙고 병든 말의 목덜미'를 잡고 울다가 미쳐버린 곳이 바로 토리노'다. 이 일화에 대한 가장 아름다운 문장은 롤랑 바르트의 < 카메라 루시다 > 이다. 그는 " 1889년 1월 3일, 학대받아 숨진 말의 목덜미에 울며 매달리던, 연민'때문에 미쳐버린 니체 " 라고 적는다. 나는 이 하나의 문장 때문에 이 책을 사랑했다. 그것은 박완서의 < 그 남자네 집 > 에서 한때의 찬란을 " 내 생애 구슬 같은 겨울 " 이라고 말해서 내 심장을 뛰게 했던 것과 같은 울림이다.

 

- 토리노의 말 vs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화 중 

 

 

 

 


 

 

 

 

 

 

 

 

말(馬) 과 말 (語)

 

 

영화사가 쏟아내는 과장된 광고 카피'에 동의한 적은 없으나 < 토리노의 말 > 에 대한 " 압도적 걸작 " 이라는 문장'에는 동의한다.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롱테이크'는 타르코프스키가 60년대 만든 최고 걸작 < 안드레이 류블레프 > 를 떠올리게 만든다. 단 서른 개의 롱테이크로 만들었다는 영상을 보고 있으면 한국 영화 평론가들이 우상으로 여기는 ■ < 서편제 / 임권택 > 롱테이크'가 쪽팔려서 미칠 지경이다. 벨라 타르가 이 영화에서 선보인 롱테이크'는 앞으로도, 그 후로도 오랫동안, 감상하지 못할 것이다. 이로써 나는 두 개의 과장 광고'를 진심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나머지 하나는 < 칼의 노래/ 김훈 > 에 대한 " 벼락 같은 축복 " 이라는 카피다. 걸작을 대하는 우리들의 자세는 참고 견디는 것'이다.  좋은 약은 쓰다고 하지 않았던가. 나는 단 한번도 카프카의 소설이 재미있다고 느낀 적이 없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도 마찬가지이고, 우엘벡의 소설도 마찬가지였다. 책에서 재미 만을 찾으려고 하면 안 된다.  가왕 조용필은 피날레를 장식하는 법, 전율'은 언제나 마지막에 등장하는 슈퍼스타'다. 시작은 미미하였으나 끝은 도도한 법이다.  

 

■ 1. 정성일은 작가주의자'이다. 무슨 말인가 하면 한번 믿으며 끝까지 간다는 말이다. 위대한 감독이 만든 모든 영화가 위대하다는 생각이 바로 작가주의적 시각이다. 그런데 이러한 찬양은 극히 위험하다. 미술가와 영화감독은 다르다. 그림은 오로지 화가 혼자의 붓으로 완성하지만 영화는 수많은 분야의 협업으로 이루어진 결과이기 때문에 그렇다. 작가주으적 시각은 미술 작품에는 적합하지만 영화에는 적합하지 않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 다크 라이즈 > 는 훌륭하지만 그 속편은 형편 없기 때문이다. 임권택의 영화도 마찬가지다. 길소뜸은 좋은 영화이지만 천년학'은 끔찍하고, 달빛 길어올리기'는 지역 특산품 홍보 영화 같다. 정성일은 미술 작품과 영화 작품을 혼동하는 것 같다.

 

 

< 토리노의 말 > 은 재미'가 없다. 무대라고는 늙은 남자와 딸, 병든 말, 돌집 그리고 바람'이 전부인 영화이니 말이다. 더군다나 대사도 거의 없다. 무성영화처럼 진행된다. 감독은 지루한 일상을 지독하게 반복적으로 보여준다. 여자는 일어나면 옷을 입고, 우물에서 물을 길어 나르고, 한쪽 팔이 불편한 늙은 노인이 옷을 입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감자를 삶는다. 기계적 반복이다. 벨라 타르'는 이 장면을 편집 없이 집요하게 파고든다. 이 영화는 그것이 전부이다. 하지만 영화가 끝나면 압도적인 감정'이 몰려온다. 이 압도적 몰입'은 스펙타클'과 유사하다.  벨라 타르'는 지구 종말'을 다룬 그 무수한 헐리우드 스펙타클 무비 감독을 병신으로 만드는 재주가 탁월하다. 이 영화를 보다가, 니체를 생각하다가, 병든 말을 생각하다가, 나타샤와 흰 당나귀를 생각하다가, 결국에는 으앙 으앙 울게 된다.

 

이 영화를 관통하는 서사는 < 시지푸스의 신화 / 알베르 까뮈 > 이다. 바위를 산 정상에 올려 놓고 나서 뒤돌아서면 바위가 바닥으로 굴러서 다시 바위'를 산 정상에 올려놓아야 하는, 죽을 때까지 이 일을 해야만 하는, 이 일상의 반복 ! 까뮈가 시지푸스 신화를 통해서 말하고 싶었던 것은 바로 " 희망 없는 노동 " 이다. 이 일상이라는 형벌의 중심에 시지푸스'가 있었다면, < 토리노의 말 > 에서는 여자가 있다. 여자는 기계처럼 같은 일을 반복한다. 그것은 마치 시지푸스가 바위를 굴리는 것과 같은 의미 없는 반복이다. 그리고 돌집은 명백하게 시지푸스 산에 대한 은유이다. 벗어날 수가 없는 것이다. 늙은 남자와 여자는 오로지 이 돌집을 벗어나기 위해 얼음처럼 차가운 감자를 씹는다. 하지만 희망은 보이지 않는다. 병든 말과 물이 마른 우물과 그치지 않는 칼바람'은 고립을 더욱 강화시킬 뿐이다. 그들에게 희망은 없다. 실존'만 있을 뿐이다. 희망이 없는 실존은 얼마나 허망한가.  

 

이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형벌은 " 없는 희망 " 을 있는 것'처럼 만들어내는 것이다. 히틀러와 같은 독재자'는 없는 희망'을 마치 있는 것처럼 말하는 익살꾼이라 할 수 있다. 그들이 말하는 희망'은 달콤한 사탕에 지나지 않는다. 내일 처형에 처해질 것이란 사실을 모르는 사형수에게 간수가 희망을 말하는 것은 미덕이 아니라 사기'이다. 프르스트는 이런 말을 했다 " 행복은 몸에 좋다. 하지만 정신의 힘을 길러주는 것은 고뇌'다."  이 말을 살짝 비틀어 인용하면 이런 말도 된다. 희망(을 이야기하는 것)은 몸에 좋다. 하지만 정신의 힘을 길러주는 것은 ( 희망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해주는) 인식'이다.  이 인식의 전환은 매우 중요하다.  

 

내가 김난도의 < 아프니깐 청춘이다 > 따위를 지독하게 혐오하는 까닭은 없는 희망을 억지로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그것은 제우스가 시지푸스의 귀에 대고 " 저 바위를 산 정상에 올려놓는 임무를 완수한다면 너에게 자유의 신분을 줄께 ! " 라고 말하는 잔꾀'와 다르지 않다. 바위는 반드시 아래로 구르게 되어 있다.  그러므로 미션파서블한 것처럼 보이는 임무는 사실은 미션임파서블'한 과제'이다. 지금의 성난 청춘들에게 필요한 것은 위로가 아니라 인식이다. 나는 김난도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김난도여, 사과나무는 당신이나 심어라 !  

 

< 겨우 > 라는 단어가 있다. 겨우는 없다고 하기에는 조금 있는 상태이고, 있다고 하기에는 없는 것이나 다름 없는 < 있음 > 이다. 그러니깐 없음 < 겨우 < 있음'의 순이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늙은 남자가 얼음처럼 딱딱한 감자를 씹을 때, 우리는 이 "겨우" 를 목격하게 된다. 까뮈의 부조리'는 < 겨우 > 를 의미한다. 결핍과 과잉 사이의 존재가 실존이요, 부조리다. 실존은 곧 겨우'다. 인간이란 본질적으로 겨우 살아가는 존재인 것이다. 여기서 겨우'라는 좌표를 다시 설정하자. 없음이 절망을 의미하고 있음이 희망을 의미한다면 겨우는 절망과 희망 사이에 놓은 변곡점이 될 것이다. 벨라 타르'는 이 영화를 끝으로 더 이상 영화를 만들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의 선언은 자신의 한계에 따른 절망'이라기 보다는 어떤 성취의 결과처럼 느껴진다.

 

 

 

 

 

 

 

계속 이어지는 글

 

1. 흥분이 가시지 않아서 계속 쓰게 된다. 사실 이 영화는 불가능에 가까운 영화라고 보아야 한다. 당신은 이 영화에 대해 무엇이 위대한가, 라는 질문을 할 수가 있는데 첫째 이런 식으로 영화를 찍으면 촬영이 미션 임파서블'하게 된다. 이 영화에 쓰인 쇼트가 30개 정도'라는데 보통 영화에서는 최소한 1000개 이상이 쓰인다. 마이클 베이 같은 뮤직비디오 출신 감독들의 영화에는 보통 4000에서 5000개까지 찍는다. 결국 이 영화의 쇼트가 30개라는 것은 30개 모두를 롱테이크로 찍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불가능한 모험에 가깝다.  2.  영화 첫 장면에 나오는 트래킹 장면'은 매우 아름답다. 말의 움직임과 카메라의 동선이 정확히 일치해야 하는데 영화는 무엇보다도 훌륭하게 이끌고 있다. 깜짝 놀랐다. 3. 말의 연기도 훌륭하다. 아마도 수많은 엔지를 통해 얻어낸 한 장면'이었을 것이다. 그 노력에 경배를 ! 

 

5. 지금 오프닝 롱테이크 장면 ( 마차 장면 ) 을 보고 있는데, 롱테이크가 이렇게 다양한 앵글'을 선보였다는 것 자체가 미스테리'처럼 느껴진다. 일정한 회색톤을 유지하는 야외 촬영 장면도 기적처럼 보인다. 정말...... 뛰어나다. 압도적이다 !!

 

6. 아... 다시 보니 정말 끝내주네. 사실 이 영화 볼 때에는 독감에 걸려서 누워서 보았다. 그냥 좋은 영화이겠거나 생각했을 뿐 이렇게 좋은 영화인 줄은 상상을 못했다. 이 영화를 보면서 드는 의문 중의 하나가 사나운 바람을 어떻게 동원했는가 였다. 물론 거대한 선풍기를 돌리는 것이 일반적인 해결 방법이기는 하지만 이 환풍기에 의해 만들어진 바람은 뭔가 작위적이다. 왜냐하면 전경의 나무의 환풍기 바람에 의해 가지가 흔들리지만 멀리 떨어진 후경의 나무는 7월의 나무처럼 흔들림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바람이 동원된 장면을 볼 때는 항상 근경과 원경을 눈여겨보는데 이 영화에는 영화 속 나무 전체가 흔들린다. 닝기미... 환풍기 100대를 설치했다는 것을까 ? 이리저리 찾아보니 답은 헬리콥터'였다. 헬리콥터'라면 가능하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한다. 헬리콥터를 사용하면 동시 녹음을 할 수가 없다. 결국 이 영화의 모든 야외 음향은 녹음실에서 만들어진 것인데, 이 영화가 놀라운 점은 바로 완벽한 소리에 있다. 내가 바람으로 동원된 헬리콥터의 존재를 깨닫지 못한 이유에는 마치 동시 녹음'처럼 진행된 음향 때문에 깜빡 속은 것이다. 굉장하다. 스고이 !

 

7. 바람의 디테일과 함께 극찬받아야 할 점은 바로 소리'이다. 바람 소리'를 잡아낸 음향은 탁월하다. 묘하게 음악적이다. 8. 롱테이크는 필연적으로 공간의 리얼리티를 부여한다. 왜냐하면 쇼트와 쇼트 사이의 편집은 기본적으로 조작'이다. 하지만 롱테이크는 하나의 쇼트이기 때문에 그것이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감독은 리얼리티를 위해 롱테이크를 선호한다. 쉽게 말해서 폭력 시퀸스에서 쇼트를 남발하면 관객은 그 장면이 가짜 액션이라고 느낀다. 하지만 영화 < 올드 보이 > 에서의 복도 폭력 장면'은 진짜 폭력처럼 보인다. 왜냐하면 롱테이크로 찍혔기 때문에 그렇다. 벨라 타르'가 이 영화를 30개의 롱테이크로 찍은 이유는 사실주의에 대한 집착 때문처럼 보인다. 그것은 마치 귀스타프 쿠르베의 고집을 닮았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 나는 천사를 그리지 않는다. 왜냐하면 천사를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  

 

9. 이 영화에 대한 일반적인 평단의 해석처럼  < 토리노의 말 > 은 창세기가 아닌 묵시론을 말한다.  창조가 아닌 소멸이다. 6일째 되는 밤, 빛 대신 어둠이 찾아온다. 그리고 영화는 7일'이 되기 전에 끝난다. 늙은 노인과 여자는 이 혹한과 어둠에서 살아 남을 수 있을까 ? 감독은 희망'이 없다고 말한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이웃의 말을 빌리면 인간이란 멀쩡한 것을 엉망으로 만드는 존재이다. 

 

10. 이 영화는 무성 영화는 아니지만 거의 무언 영화'에 가깝다. 2시간 30분 동안 대사가 거의 없다. 집시와 이웃 사람이 등장하는 장면을 제외하면 전체 다이알로그는 2분이 채 되지 않는다. 모든 것을 최소화했다. 결국 이러한 미니멀적인 경향은 겨우'와 일맥상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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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히 2013-07-11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바람을 녹인 봄의 희망이 퇴각하였다고 해서
여름의 진군이 절망은 아닙니다.
우듬지 그늘이 있지 않습니까?
복날이, 휴가가, 공포영화가, 핫팬츠가, 소나기가, 등목이.....
겨우를 절망에 가깝게 두기 보다는 억지로라도 희망의 부스러기에 둘랍니다.
더 나은 희망은 없습니다.
결정적인 순간에 겨우가 희망으로 바뀌는 감동만 있을 뿐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7-12 00:06   좋아요 0 | URL
덧글의 여왕이십니다. 제가 지금껏 본 덧글 중에서 퀄리티가 가장 탁월하신 분이십니다.

히히 2013-07-12 15:33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곰...발님 글에서 받은 번쩍임만 할라구요.
날마다 까진 글이 곰...발님 스럽지만
속초, 한가인, 아리랑치기류의 글들이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걸 보면
단언컨데
당신은 따뜻합니다.
곰...발님의 시에서 언급한 김밥 속재료의 부실함을 숨기기위하여 잔뜩 뿌린 깨처럼 말입니다.
깨 뿌린 김밥이 터지면 훈기가 돕니다.

새벽 2013-07-12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허.. 어제 네이버가 낮에도 DB 점검을 했다더니.. 이웃들의 여러 글들을 새글 알림에서 누락시켜 놨군요.

토리노의 말 보고 저도 충격적이었습니다. 전대미문의 영상 표현을 이렇게 의외로 접하게 될 줄이야..

사탄 탱고를 비롯해서 벨라 타르의 다른 영화들을 찾아보고 싶은데 아직 엄두를 못내고 있구요.

'겨우'라는 키워드를 비롯해서 문장 문장이 팍팍 꽂힙니다.

이 글 읽고 기존 평론가들은 반성 좀 해야 할 것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7-12 12:23   좋아요 0 | URL
충격 제대로 먹었습니다. 사실 저 사탄탱고 봤습니다. 8시간인가...
근데 이상하게 그날 따라 졸리더라고요. 영화는 아마 채 3시간 못 보고 나머지 5시간은 잔 것 같습니다.
영화가 지루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날 몸상태가 최악이었습니다.
항상 감독에게 미안합니다. 다시한번도전을 해야겠어요....

iforte 2013-07-13 0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곰발님이 이리도 극찬하시니 꼭 한번 봐야겠습니다.
말이 없는 영화하니, 어려서 본 '불을 찾아서' (Quest for fire)란 영화가 생각이 나는군요.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아한 영화였는데... 지금도 인류학 서적을 접하면 꼭 이 영화의 장면들과 대조해보면서 이해를 도모한다죠.

곰곰생각하는발 2013-07-14 03:05   좋아요 0 | URL
이 영화는 뭐랄까... 미니멀하다고 해야 할까요 ?현상학적 반응'이라고 개인적으로 쓰고 싶군요.
지루하고 재미없죠. 하지만 잘 견디면 압도적 감동이 몰려옵니다.
롱테이크 3분짜리 하나 만들려면 감독이 모든 에너지를 다 쏟는다고 하죠 ?
그만큼 좋은 롱테이크 만드는 거 힘이 들다고 해요.
그런데 이 양밤은 120분 내내 30개 롱테이크로 찍었어요. 미쳤어요 !!!!!!!!!!!!!!!!!!!!!!!!!!!!!!!!!!!!!!!!!!!!!!!!!!!!!!!!!!!!!!!!!!!!!!!1
 

 

 

 

 

 

 

 

 

 

 

 

 

 

 

 

 

 

 

 

 

 


 

 

 

 

 

 

 

 

 

 

 

 

 

 

 

 

용인 살인 사건.

 

 

가해자는 19살 소년이고 피해자는 17살 소녀'다. 모두 미성년이다. 소년은 동성 친구와 함께 모텔에 투숙한다. 따분해진 그들은 평소 친분이 있던 소녀'를 모텔로 불러들인다. 잠시 후 친구는 약속이 있다며 자리를 뜬다. 소년과 소녀만 남았다. 갑자기 소년의 눈빛이 날까롭게 변한다. 소년은 소녀를 목 졸라 죽인 후, 공업용 카터 칼로 살점을 발라내어 화장실 변기에 버린다. 그리고는 뼈만 김장용 비닐 봉투에 넣어 모텔을 빠져나온다. 소년은 집으로 와 봉투'를 장롱 속에 숨긴다. 긴장으로 인한 피로가 몰려온다. 깊은 잠'에 빠진다. 눈을 떴을 때 허기를 느꼈을까 ? 그는 생각 끝에 친구에게 이 사실을 고백한다. 그리고는 곧 자수'를 한다.

 

지금 이 이야기는 범죄 소설이나 공포 영화에 대한 줄거리 요약'이 아니다. 어제 용인에서 실제 있었던 살인사건'이다. 이 사건은 언론의 관심을 받기에 충분했다. 10대'가 저지른 엽기적인 범죄'이기 때문이다.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픽션이 현실에서 논픽션'으로 재현된 것이다. 내가 이 글'에서 지적하고 싶은 것은 인간의 탈을 쓴 짐승'에 대한 통탄'이 아니다. 10대 사건을 다루는 언론이 특정  팩트를 어떻게 < 프레임化 > 하는가에 대한 지적이다. 이런 십대 범죄'를 다룬 기사의 제목은 팔 할이 < 무서운 십대... > 로 시작된다. 이런 기사를 접한 사람들의 즉각적인 반응은 " 무서운 씹새... " 다.  < 십대' > 는 < 씹새'> 로 추락한다. 그리고는  곧바로 싸가지 없는 존재로 낙인 찍는다.

 

그런데 자세히 뜯어보면 이런 식으로 진행되는 프레임 전략'은  어, 어어어어어어르신들의 지랄같은 꼰대와 꼴값'이 만들어낸 이미지 과잉'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부분을 전체'로 확산하려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이다. 범죄를 저지른 소수에 대한 지적을 집단 전체에 대한 해석으로 확대한 것이다. 10대가 살인을 저지르면 무서운 십대 운운하지만  30대 이상인 성인 남성이 살인을 저지르면 " 무서운 삼십대... " 라는 식으로 제목을 뽑지는  않는다. 강력 범죄 횟수를 보면 10대 청소년보다 30,40,50대 연령이 압도적으로 많은 데도 말이다. " 무서운 오십대.. " 라고 말하는 뉴스 기사를 본 적이 있나 ?  여기에는 자기 허물은 못 보고 남 탓만 하려는 대한민국 어르신들의 소갈딱지'가 읽힌다.  

 

특정 집단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그 구성원'을 분석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아카데미 상'은 아카데미 회원의 투표로 이루어진다. LA타임즈의 분석에 따르면 투표단 중 백인의 비중은 94%이며, 남성은 77%를 차지하고, 평균 연령은 62세'라고 한다. 결국은 < 보수 성향의 60대 백인 남성 > 의 영화적 취향이 곧 아카데미 성향'과 동일하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이유로 편집권을 가지고 있는 데스크 직원의 구성 분포를 분석하면 그 성향을 알 수 있다. IMF 이후 보수 언론 데스크에서 완장을 찬 사람들이 쏟아낸 것은 < 고개 숙인 남성 > 에 대한 슬픈 발라드'였다. 여권이 신장한 반면 남성은 고개를 숙였다는 것이다. 그리고는 징징거린다. 명백한 엄살이다. 여전히 대한민국 사회는 당당한 남성 사회'다. 뉴스는 공정해야 된다. 특정 계급과 계층'에게 불신이나 혐오감을 줄 수 있는 뉴스 보도는 삼가야 한다.  

 

자신에게는 한없이 관대하면서 십대에게는 엄격한 이중잣대'는 < 성' > 을 다룰 때에도 드러난다. 대한민국 헌법에는 성적자기결정권'이 있다. 청소년은 법적 허용 범위 안에서 하고 싶은 사람과 할 수 있다. 그런데 사실상 대한민국 청소년들은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구조'다. 청소년들이 자신의 성 권리'를 주장하면 괴물 보듯이 한다. 청소년에게 성'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청소년의 성 욕망'을 인정하지 않는다. 자기들은 방석집 가서 별별 쇼를 하면서 말이다. 어, 어어어어어어어르신들이 십대의 성'을 좌지우지하려고 하면 욕구에 불만이 쌓인다.  십대의 성'을 왜 당신이 관리하는가 말이다.

 

이처럼 10대를 대하는 어르신의 이중적 태도'는 고스란히 여성에 대한 차별과 편견으로  이어진다. < 10대 > 라는 단어를 < 여성 > 으로 바꾸고, < 30,40,50대 > 를 < 남성 > 으로 바꾼 후에  이 글을 다시 읽으면 놀랍게도 같은 이야기'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10대 청소년들과 여성'이 약자인 이유이다.  한국 사회는 수컷이 지배하는 가부장 구조'다. 그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득권을 위해 10대와 여성을 짓누른다. 못생긴 여자는 죄가 되지만 못생긴 남자는 빳빳한 명함만 있으면 용서가 된다. 불공평 사회'다. 내 말이 < 어이 >없다면 당신은 < 아이 > 다. 철없는 아이다.  섭섭'해할 필요 없다.  내 말이 답답'하다면 당신은 갑갑한 꼰대다.  

 

< 용인 살인 사건 > 은 느닷없이 공포 영화 < 호스텔 > 과 연관검색어'로 묶이는 모양새'다. 범인이 이 영화'를 보았다는 것. 그리고는 판에 박힌 결론에 도달한다. 범인은 공포 영화를 즐겨 보았으며 모방 범죄'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추론이다. 그런데 이 내용은 억지로 짜맞춘 흔적이 역력하다. 기자가 고개를 푹 숙인 범인에게 묻는다. " < 호스텔 > 이란 공포 영화를 본 적 있나요 ? " 이 뜬금없는 질문은 함정 수사를 펼치기 위한 유도 질문'이다. 범인이 호스텔이란 공포 영화를 보았기에 공포 영화가 범죄의 요소'가 되었다면, 같은 이유로 이렇게 질문을 던져보자. " 위대한 개츠비'를 보셨나요 ? " 만약에 그가 보았다고 대답하면 < 사랑 > 이 범죄의 요소'가 되었나 ?

 

황금가지에서 출간된 < 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 > 가운데 " 모텔 탈출기 " 라는 단편이 이 사건과 유사하다고 해서 원인을 제공했다고 볼 수 있을까 ? 정말 그렇게 믿는다면 멍청한 생각'이다. < 어 > 다르고 < 아 > 다른 법이다. 언론 데스크를 장악한 가부장 꼰대'의 입맛에 맞게 얼마든지 포지셔닝을 할 수 있다는 말이다. 누누이 말하지만 질문에 따라 < 어 > 는 < 아 > 가 된다. < 어이 > 없다면 당신은 < 아이 > 다.  이처럼 편견으로 가득찬 언론 플레이'는 비주류 문학이나 공포 영화'를 대하는 태도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꼰대여 ! 아웃사이더와 언더그라운드 문화를 향한 갑갑한 갑질'은 집어쳐라.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은 법이다. 십대가 싸가지 없는 이유는 싸가지 없는 어른을 보고 배운 탓이다. 그게 정답이다. 기성용이 싸가지 없다고 혀를 끌끌 차기 전에 윗물은 맑았는가를 먼저 생각해 보라. 김지하 풍으로 말하자면 십대를 향한, 혹은 비주류'를 향한 조롱의 굿판은, 시부랄,  집어쳐라. 당신이나 잘해라.

 

 

 

 

 

 

 

 

 

■ 언론에 공개된 매우 짧은 정보'만 가지고 추리를 한다면 : 이 사건의 방점은 < 소년 + 소녀 > 가 아니라 < 소년1 + 소년 2 > 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범행 동기가 단순한 성폭행'에서 비롯되었다기보다는 좀더 복잡한 심리적 동기가 작용했다는 말이다. 피해자인 소녀는 성폭행을 당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고, 성폭행을 당했다면 모텔에 함께 있던 친구가 가담했을 수도 있다. 어쩌면 범인은 자신의 용기'를 친구에게 인정받고 싶어서 저지른 과시적 동기'가 작용한 결과는 아니었을까 ? 동성애적 관계 말이다. 그러니깐 이 소년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메시지'를 발송한 것은 아닐까 ? 어디까지나 100% 상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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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3-07-11 0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화도 마찬가지. 미성년들 범죄 사건 일어날 때마다
언론은 범죄소설,영화,만화의 영향이다고 그러는데..
하긴..그런 끔찍한 범죄가 고작 영화나 책 몇권 탓으로 돌릴 수 있다면
얼마나 편하고 좋겠나~ 그 필름, 책만 싹 다 골라 불질러버리면 되게 말이야.
이런 사건이 터지면 나는 그 소년의 가장 가까이에 존재하는 '어른'들을
유심히 관찰해야 한다고 생각해. 부모나 친인척, 선생님, 동네 어른...
아이들의 문제는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가까이에 있는 어른둘에게
그 원인이 있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본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7-11 13:38   좋아요 0 | URL
한국 주류, 그러니깐 가부장이 누구인가를 따져봐야 한다.
예로 들자 어떤 집단의 성질을 파악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
구성 분포도를 이해하는 거야. 예를 보자.
아카데미 상'은 어떤 성향일까 ? 간단히 아카데미 회원의 평균을 분석하면 돼.

1. 90%가 백인 남성이다.
2. 60대 이상이 80% 이상이다.
3. 유대인이 많다.

이 세 가지를 분석하면 답은나오지.
아카데미는 60대 백인 남성의 이데올로기를 반영하는 영화제란 거다.

한국 언론을 장악한 것을 데스크 주체자를 분석해봐.. 답은 나오는 거지.
보통 4,50대 부장급이겠지 ? 남자겠지 ? 엘리트 교육을 받은 이들이니
주류 문화에 정이 가겠지 ? 답은 뻔하지 뭐...


iforte 2013-07-11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열심히 일하다가 잠깐 들렸는데.. 이게 웬일입니까? 헙.. 5시간도 훨씬 전에 먹은 저녁식사가 막 쏠릴려고... 아... 제발.... 이게 현실이 아니길....

오늘, 일진이 왜 이런답니까.... 낮에는 잠깐 심리학과에서 자폐아동관련한 논문발표를 듣고 왔는데 (제 전공은 아닙니다만) 논문 쓴 이가 자랑스럽게 그러더라고요, 자기가 제안한 방법이 자폐아동 교육에 도움을 줄것인데, 교육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어서 교육비를 엄청 아낄수도 있고, 보험회사에서도 좋아할 것이라고.... 뭐, 이런 소리를 씨부렁 거리길래 빈정상하고 왔고만요. 어떻게 자폐아동 심리교육 전공자입에서 요딴 소리나 나온답니까. 이게 미국 대학 교육의 현실인가 싶어서.. 이런 교육 현실에 낑겨있는 제 모습이 초라해져서 기분 울적하던 차였는데... 아... 이 포스팅은 더 심난하게 합니다. 흑흑..... ㅠㅠ

곰곰생각하는발 2013-07-11 13:34   좋아요 0 | URL
언제부터인가 모든 것이 효율 대비 값'이 되어 버렸어요.
그러니 교육 심리'를 공부하는 사람도 이 가격에 이 정도 효과면 남는 장사'란 소릴 하는 거 같습니다.
사실 교육이라는 게 장기간을 둔 포석인데 짧은 효율성을 따지기 시작하면 망하죠.
한국 교육이 계속 망하는 이유는 20년 30년 포석을 두어야 하는데
정권 내에서 바꿔보려고 짧은 기간 교육 정첵을 매일 바꾸니 바뀌지가 않는 겁니다.
이걸 오바마가 한국 교육을 극찬하고 있으니...
아마 그는 청소년 자살 비율이 압도적은 많은 나라라는 사실을 잊으 듯합니다.

Forgettable. 2013-07-11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난하네요.

요즘 애들이랑 수업하다 보면 야한얘기가 난무 ㅠㅠ 처음엔 어떻게 할 줄 몰랐는데 요즘은 적절히 수위조절하는 단계. 억압하니까 잘못된 방향으로 튀어나가잖아요. 아 진짜 할 말 많은데 나중에 포스팅 해야지.

여튼 이 글 좋아요.
무서운 십대의 불편함을 꼭 찝어주셨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7-11 13:43   좋아요 0 | URL
성 자체에 대한 인식부터 바귀어야 아이들도 바뀌지 않을까 싶어요.
제가 개그콘서트를 좋아하는데 불편한 이유는 못생긴 얼굴에 대한 비하가 너무 노골적이란 말입니다.
이런 것은 자제를 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명품 몸매'라는 것이 과연 있을 수 있을까 ? 꿀벅지'라는 말을 너무나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습니까. 이 말을 풀면 식욕과 성욕이 결합된 신조어거든요. 이걸 너무 자연스럽게 쓴다는 거죠. 제가 늘 놀라는 단어가 영계'입니다. 젊은 여성을 두고 한 말인데, 이 단어도 식욕과 성욕이 합쳐진 단어짆아요. 먹고 싶다, 영양가 많다... 가 결국은 젊고 싱싱한 여성을 영계라고 하는 건데.... 이거 공중파에서 자연스럽게 말해진다는 거죠.

공포 영화 탓을 하기 전에 먼저 이런 것들에 대한 비판부터 선행이 되어야 합니다. 공포 영화는 이미 오래 전부터 있어왔던 장르일 뿐이지, 그 아이들이 이 영화를 보고 배운 게 아닙니다.. 저도 할 말은 많으나... 후훗..

비로그인 2013-07-11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7-11 15:31   좋아요 0 | URL
달빛가루 님 10대였던가 ? 가물가물....ㅎㅎ

히히 2013-07-11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무서운 세상의 불쌍한 십대들입니다.
딸 둘을 키우면서
부모란 자식은 가한 힘 만큼 통통통 튕겨나간다는 진리를 확신하는 과정입니다.
첫째에겐 엄하고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 반면
막내는 찟찌가 나와도 여전히 귀엽고 혀 짧은 소리로 대화가 오고가고.
전화 통화를 할 땐 용건만 간단히여서 섭섭한 언니와 다르게
귀청떨어지게 쫑알쫑알 결국엔 다시 수화기 들어 용무를 보는 둘째입니다.
허락되지 않은 군더더기를 붙치고 다닐 첫째가 아니고
지 보면 희죽대는 헤픈모에게 비싸게 굴 막내가 아니죠.
의지가 되고 의욕이 넘치고...

이런 차이는 내가 무심코 흘린 소행 만큼 수확되는 열매들입니다.
매스컴이 치를 떨었던 무수한 범죄자들의 유년기를 보면
그들의 죄가 어른들의 무책임함에 뿌리를 둔다는 것을...

저는 그들 밑바닥 상처가 그저 슬플 뿐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7-11 15:38   좋아요 0 | URL
십대가 괴물이 되는 코스는 두 가지'처럼 보입니다.
하나는 공부기계'로 전락한 십대들이 그 일탈로 탈선을 하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성적 위주 경쟁에서 밀린 십대가 학교에서 벗어나
고립될 때 발생하게 되는 탈선이 그 경우죠. 결국은
몇몇 십대를 괴물로 만든 주범은 꼰대들이죠. 교육 정책을 총괄하는
그 늙은 남성 수컷들이 문제이기도 합니다. 그걸 깨달아야 해요.
무서운 십대'라고 말하기 전에 무서운 십대를 만든 무서운 40대 남성 주류 꼰대들의 기득권을 생각해야 합니다. 자기들은 온갖 데스크에서 주류로 활동하며 조금만 우울하면 고개 숙인 남성들.. 운운하며
징징거리지만 십대들의 고민에 대한 목소리는 그 어디에도 없어요.
10대는 성욕이 없습니까 ? 웃기는 말이죠. 놀고 싶지 않나요 ? 웃기는 말입니다.
피해자인 17세 소녀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죠. 어느 새끼는 오죽 까졌으면 모텔에 가냐고
해서 대판 싸우고 오는 길입니다만... 죽을 짓을 했다는 것인데 어느 누가 죽을 짓을 할 놈이 어디 있습니까..

히히 2013-07-11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새끼 딸린 입에서
남의 자식에게 '화냥년, 도둑놈' 은 나올 말이 아닙니다.
그렇게 되기까지의 그들 삶의 조건은 그대로 둔 채
그 사람의 생각이 썩어서 그런 것 처럼 도끼눈으로 보지 맙시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7-11 16:06   좋아요 0 | URL
어린 년이 오라고 모텔 간 거 보면 정조관념이 없다는 주장을 하는 놈이나
십대 살인자'나 둘 다 똑같은 괴물이죠.
자기 스스로는 자신이 괴물이라는 사실을 잘 모릅니다.
언제나 인간은 자기합리화를 하니 말입니다.

행인 2013-07-11 2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헐..언론기사 보기 전에 요, 개요만 먼저 보고 생각한 것은, 남자 둘이 모텔에 간 것 자체에서, 그리고 시간적으로도 공범일 가능성을 의심했는데요, 기사를 다시 보니..살해동기가 없더군요. sms 문자메시지도 그렇고...그것이 이상해서 알베르까뮈의 이방인이 생각났다느요 쿨럭. 지능적인 것도 아니고 충동적인 것으로 보이는데, 그것이 계획적이었을수 있다는 점이...사이코패스니 소시오패스니의 진단보다는 사건 자체를 명확히 밝히는 것이 중요한 것 같네요. 고인에게는 못할 댓글인가 하지마는요...헐. 갑자기 고인에게 기도해드리고 자야 할듯요. (반 무신론자 왈)

곰곰생각하는발 2013-07-12 00:06   좋아요 0 | URL
원래 소시오패스'가 동기가 없어요. 굳이 동기를 찾자면 지배욕이겠죠.
대상을 제압할 때 오는 그런쾌락을 원했던 것일 겁니다.
좀더 지켜보아야 하겠지만 의문점이 굉장히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