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응원 문화.

 

 

 

군대 문화는 간략하게 1음절 낱말(들)로 설명할 수 있다. 군대는  < 오 > 와 < 열 > 의 세계이며, < 악 > 으로 < 깡 > 으로 버티고, < 각 > 에 살고 < 각 > 에 죽는다. 그리고 모든 대화는 < ~다 > < ~나 > < ~까 > 로 통일한다. 무심결에 사회에서 쓰던 < ~ 요 > 라는 생활 입말을 사용했다가는 원 펀치 쓰리 강냉이를 자랑하는 돌주먹이 당신의 아구창을 향해 시속 160km 로 날아올 것이다. 군대는 오,열,악,깡,각,각,다,나,까의 세계이다.  군대 용어 가운데 전투 축구'라는 말이 있다. 여자들이 윤창중 다음으로 싫어한다는 군대에서 축구 시합'을 하는 것을 말한다. 며칠 전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밝힌 자료에 의하면 전투 축구로 인해 다쳐서 전역한 사람이 5년 간 2200명'이 넘었다고 한다. 먼 이웃 이야기가 아니다. 

나보다 세 살 많은 형도 군대에서 축구 경기'를 하다가 무릎 인대가 파열되어서 국군 통합 병원'에서 끊어진 인대 대신 철심을 박는 수술을 받아야 했다. 축구 선수들이야 부드러운 잔디밭에서 뒹군다지만,  한창나이'에 여자와 침대에서 뒹굴어야 할 군인들이 연병장 돌더미'에서 뒹구니 부상이 속출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말이 좋아 여가 시간을 활용한 스포츠'이지 계급 투쟁의 연장선'이나 다름없다. 쫄따구는 죽기살기로 뛰어야 한다. 몸을 사렸다가는 그날 밤은 지옥이다. 정확히 말하면 계급 축구'이다. 실력으로 계급 간 갭'을 극복하겠다는 발상은 애당초 지나가는 개에게 주는 게 낫다. 악으로 깡으로 사력을 다해 뛰어야 하고, 그 와중에도 오와 열을 지키며 각을 잡고 뛰어야 한다. 이보다 힘든 경기가 있을까 ?

군대란 무조건 짬밥이다. 며칠 전에 한국 대 브라질 국가대표 친선 경기'가 있었다. 경기 결과는 0 : 2 패배였다.  전형적인 전투 축구'였다. 악으로 깡으로 싸운 경기였다. 반칙이 난무한 거친 경기'였다는 말이다. 이에 누리꾼들은 주인(한국)이 환갑잔치(친선경기)에 손님(브라질)을 초대해 놓고는 안방에서 손님을 매타작했다며 비판했다. 안으로는 자주 독립을 확립하고 밖으로는 민주 번영에 이바지해야 할 동방예의지국의 후손들이 보기에 예의'에 어긋난 것이라. ① " 친목 도모를 위한 친선 경기'가 아니었냐, 중국은 소림 축구 하고 중동은 침대 축구하고 한국은 전투 축구하냐, 야구르지 ? "  ② " 네미마르 몸값이 얼마인데 친선 경기에서 다쳐서 선수 생활 끝나면 누구 책임이냐, 축구 싶냐 ? " ③ " 브라질 선수가 공만 잡으면 관중석에서는 야유만 쏟아지더라, 농구 있네 ! "  ④ " 화기애애하기는커녕 경기가 끝났을 때 한국 선수들은 악수도 거부한 채 운동장을 떠났더라. 이런 응원 문화 당구 싶지 않아. "

이 모든 것을 종합하면 한국 선수들이 페어플레이 정신을 어겼다는 비판'이다 그러자 서형욱 축구 해설가'가 누리꾼이 제기한 비판을 사대주의적 천민 근성'이라고 매섭게 쏘아붙였다. 지지 않기 위해 열심히 뛰면 그만이지 남의 나라 눈치 살필 필요가 없다는 논조였다. " 네미마르 다리가 부러지든 말든, 니미럴 무슨 상관이오 ! " 설전이 오고갔다. 만약 당신이라면 누구 편'을 들 것인가 ?  페어플레이 정신을 어긴 선수를 비판할 것인가, 아니면 선수를 옹호한 서형욱 칼럼을 지지할 것인가. 나는 악으로 깡으로 각 잡고 뛰어다니는 선수'를 비판할 생각은 없지만 서형욱 칼럼'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다. 이 칼럼에서 보여준 설득력과 문장력은 바닥 수준이다. 이런 글을 칼럼이라고 싣는 언론사의 수준 또한 한심하다. 페어플레이 정신을 강조하는 누리꾼을 단순하게 사대주의'라고 몰아붙이는 태도는 오히려 국수주의적'이다.

친선 경기는 단순한 올스타전 경기'가 아니라 A매치 경기'이다. 경기 결과에 따라서 피파 순위'에 영향을 준다. 그러니깐 팬 서비스 차원'에서 제공되는 볼거리가 아니라 결과에 따라 순위와 보상이 주어지는 정식 경기라는 말이다. 엄밀히 말하면 친선 경기'가 아니라 초청 경기'이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 하나은행 협찬, 브라질 - 한국 A매치 초청 경기 > 라고 해야 한다. 그래야지 한국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전투 축구'를 한 사연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단순히 " 친선 " 이라고 하니 누리꾼 입장에서는 오해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업계 바닥 속사정을 잘 아는 서형욱이라면 누리꾼의 비판이 작은 오해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었을 것이다. 오해에서 비롯된 바닥 정서와 동업자 정신을 강조한 말'을 두고 단순히 사대주의적 근성'이라고 비난할 수 있을까 ?  축구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서 끗내자 !

응원 문화'라는 말이 나와서 갑자기 생각난 것인데, 야구장에 갈 때마다 내 신경을 건드리는 것이 바로 야구장 응원 문화'이다. 거대한 에어로빅 댄스홀'이 따로 없다. 야구는 뒷전이고 집단 떼거지 율동과 응원가에 목숨을 건다. 춤과 노래에 빠지다 보니 정작 중요한 경기 관람은 뒷전이다. 심각한 것은 도깨비 시장을 방불케하는 앰프 사용'이다. 출력 좋은 앰프에서 흘러나오는 고성방가'는 과연 한국 특유의 응원 문화라고 보는 것이 옳은 것일까 ? 야구가 본질적으로 상대팀에 대한 배려와 예의'를 무척 중요하게 여기는 스포츠'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앰프를 동원한 응원 문화는 기본적으로 경기를 펼치는 선수들에 대한 무례이고 스포츠에 대한 모독이 아닐까 싶다. 야구장 관중석에서 지르는 함성과 야유'는 경기의 일부이니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앰프까지 동원해서 경기 내내 음악을 틀어놓고 떠들어대는 이유는 무엇일까 ?

지금의 프로야구 응원 문화는 박정희 정권이 낳은 부스러기처럼 보인다. 전형적인 동원 문화'다. 아파트로 상징되는 한국 문화'는 집단의 합일과 단결을 강조한다. 이구동성'이야말로 한국을 대표하는 사자성어'이다. 그래서 야구장에서도 단체 율동과 떼창으로 합일의 오르가슴'을 경험하려는 것은 아닐까 ?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키면 달을 보아야 하듯이, 야구장에 가면 치어리더 빤스나 훔쳐볼 생각은 말고 야구에 집중하자. 야구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서 끗내자 !

 

 

 


 

야구에 관한 글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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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blog.aladin.co.kr/749915104/6588644 : 인간은 공을 던지고 신은 주사위를 던진다.

http://blog.aladin.co.kr/749915104/6569010 : 상대가 강타자일수록 느리게 던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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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013-10-16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하늘엔 조각구름 떠있고~ 강물엔 유람선이 흐르고~
저마다 누려야할 기쁨이~ 언제나 자유로운 곳~
뚜렷한 사계절이 있기에~ 볼수록 정이드는 산과 들~
우리들 마음 속의 이상이~ 끝없이 펼쳐지는 곳~
이구동성을 강요받는 곳~ 딴소리 내면 죽빵~

글에 공감!

초등학교 때 사촌형 따라 몇 번 동대문구장 가봤죠.
당시 OB 베어즈, 삼성라이온즈 코리안 시리즈도 봤던 기억이..
그때부터 야구보는 건 지루해했지만 그저 사촌형 정이 그리워서 따라 다니던 꼬맹이였다는.. :)

곰곰생각하는발 2013-10-16 16:02   좋아요 0 | URL
전 응워나는 거 까지는 뭐라 안 그러겠는데
왜 앰프 사용하는 지 모르겠어요. 정말 짜증남.....
메이저리그 보면 아시겠지만
조용하거든요. 거기서는 앰프 사용 떼창 이런 거 용납 안 압니ㅏ.
외국 용병들 아마 한국 응원 문화 보면 이상하다는 느낌 들거예요.
도깨비 시장 같은 느낌이 들어요.
전 옆에 사람과 야구 보면서 소근소근대는 걸 좋아하거든요...

나탈야 2013-10-17 0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응웡문화와 친선축구논쟁글을 묶어서 싸셨군녀.

저도 응원문화에대한 제 생각을 똥글로 정리해보았습니다.

조쿤녀. 패루애의 진지글과 제 똥글의 콜라보레이션

곰곰생각하는발 2013-10-17 13:22   좋아요 0 | URL
나턀야 님의 내공만 하겠습니다.
늘 배우는 자세로 염탐만 하고 있습니다.

드팀전 2013-10-17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군대는 오,열,악,깡,각,다,나,까의 세계이다> 4자로 맞추기 위해 두번째 '각'은 뺏습니다. 양해를ㅎㅎ
8자로 한국 군대를 정리한 명문이군요.
TV에서 군복입고 나오는 프로그램은 좀 사라졌음 좋겠는데-
8살 아들이 그 프로그램 스쳐지나가며 보더니 군대가기 싫답니다.
자기가 하고 싶은 걸 무서운 말로 못하게 한다구...
꼭 가야한다면 자기는 아이언맨 슈트를 만들어서 군대 안가겠다네요. 일종의 대체복무인가...ㅋㅋ
잘 만들어보라 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10-17 13:24   좋아요 0 | URL
아이언맨을 번역하면 철면피'잖아요. 철면피 부대 하나 만들어야 겠군요. ㅎㅎㅎㅎ
군대를 소재로 한 오락프로는 아마 대한민국이 유일하지 않을까 싶어요.
군대의 필요성을 두말하지 않아도 되지만
굳이 오락 프로로 군대 이야기를 하는건 매우 파시즘적이죠.
군대는 이렇게 드러나면 안 됩니다. 어,... 어디다 이거 쓴 기억이 나는데.. 흠흠...

히히 2013-10-17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기고 지고가 가려지는 것이 별로 달갑지 않은 저 소인배가
1,2,3,4는 충분히 시부릴 예시안입니다..........................만,
친선경기에 대한 올바른 풀이로 서형욱의 억울함은 받아들이겠습니다.
허나,
피 터지게 싸워 이겨야하는 경기종목은 저의 눈독 밖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10-18 09:13   좋아요 0 | URL
피 터지게 싸울 필요 있나요. 사실 야구는 서로 몸이 부딪치고 그러는 스포츠는 아니잖아요.
어찌 보면 꽤나 밍밍한 스포츠....
그런데 요거에 맛을 들이면 꽤 재미잇습니다.

samadhi(眞我) 2014-02-15 0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농구 있네 당구싶지 않아. ㅋㄷㅋㄷㅋㄷ
일년 내내 야구 생각만 하고 삽니다. 머니볼에서처럼 수학 좀 해야 제대로 아는 건데. 적당히(많이) 우기고 내 맘대로 해석합니다. 우리 어린이가 헐값(?)에나마 볼티모어에 팔렸다는 것(사람이 사람값이 아닌 몸값으로 "팔리는" 것이 참 거북한데요.)이 기쁠 따름입니다. 이제 어린이도 가고 용큐도 가고 무슨 맛으로 야구를 보아야 할 지. 꼬꼬마 브라더스만 바라보아야 하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2-15 23:41   좋아요 0 | URL
여성분이 야구 광팬인 경우 좀 드문데,진아 님은 광팬이시군요. 저도 야구철만 되면 야구 봅니다. 기아 응원하시나 봐요. 후후, 전 엘쥐 팬입니다. 봄은 야구로 시작해서 가을에는 한국시리즈로 끝나죠. 그래서 겨울은 좀 심심해요..ㅎㅎ
 

문학사적 고려'를 전혀 하지 않은, 환장할 만한 소설 목록 7편

 

 

 

 

 

 

 

 

 

 

 

 

 

 

 

 

1.

■ 손창섭, 단편소설 : 내가 내린 손창섭에 대한 정의는 다음과 같다 : 손창섭'이라고 말하면 < 어 ? > 하다가 잉여 인간'이라고 말하면 < 아 ! > 하게 되는 작가. 나 또한 <어?> 하다가 <아!> 하게 되는 경우였다. 3년 전, S의 추천으로 읽게 되었는데 니체가 휘두르는 망치와 카프카가 찍어내리는 도끼 그리고 큐피드가 쏘아올린 화살'에 제대로 찍혔다. 손창섭 단편소설에는 부서지고, 베어지고, 박히는 아픔'만이 공존한다. 희망은 없다. 고독을 빗대어 멜랑콜리'를 이야기하려는 겉멋도 없다. 그리고 벗어나려고 하는 몸짓도 없다. 그들은 온종일 서서 비를 맞는다. 내 기준에 의하면 손창섭 단편소설'은 " 흥미진진한 독서 " 도 아니고 " 고진감래 " 도 아니다. 굳이 사자성어로 구획을 짓자면 " 오르가슴 " 이라고 짓겠다. S가 손창섭 소설을 좋아하냐고 물었을 때 나는 < 어 ? > 라고 답했다. 생경스러운 이름이었으니깐 말이다. 그녀가 다시 < 잉여 인간 > 이라고 보충 설명을 했을 때 비로소 < 아 ! > 라고 말했다. " 손창섭의 잉여인간 " 이라고 연결이 되어야지만 알 수 있는 독특한 전후세대 작가 ! 영화제가 끝난 다음날, 바로 도서관으로 달려가서 단편집을 읽었다. 아, 아아아아아 ! 손창섭은 전후세대 작가'가 아니라 전무후무한 작가였다. 아! 로 시작해서 아아아아아 ! 로 끝나는, 어떤 몰입. 손창섭 소설에는 그런 힘이 있다.

 

 

2.

■ 찰스 부코스키, 치나스키 시리즈 : 나는 체질적으로 헤르만 헤세의 < 데미안 >이나 생텍쥐페리의 < 어린왕자 > 따위'를 좋아하지 않는다. 우선 인간은 알을 깨고 나와야 성장한다는 허황된 성장 담론을 믿지 않는다. 박혁거세 신화를 믿는다면 모를까, 인간이 난생(卵生)이라는 말은 금시초문'이다. 그리고 다 큰 어른이 동화책 한 편 읽었다고 자랑스러워서 호들갑을 떨고 있는 모습도 웃긴다. 하여튼, 작가가 독자에게 훈계하듯이 교훈을 주려고 하는 짓'을 그닥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그런 짓은 꼰대나 하는 짓 ! 이런 소설을 읽을 때마다 나는 작가에게 외친다. 너나 잘해라 ! 물론... 속으로만 외친다. 안 그러면 따귀를 맞을 테니깐. 정확한 문장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 펙토텀 > 에서 " 좆이 안 선다 ! " 라고 끝나는 문장을 읽었을 때, 나는 쾌감을 느꼈다. 많은 소설을 읽었고, 또한 수많은 소설의 엔딩'을 숱하게 읽어왔지만 < 좆이 안 선다 > 라는 문장보다 천박한 문장을 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하긴, 술과 도박 그리고 섹스가 인생의 팔 할인 주인공에게 좆이 안 서는 것만큼 고민스러운 것도 없었으리라. 하루 종일 술과 도박과 섹스 생각만 하는 주인공이 느닷없이 끝날 때가 되니 인류애를 걱정하는 시늉을 한다면 그보다 꼴사나운 짓도 없을 것이다. 내가 찰스 부코스키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는 겉멋이 없기 때문이다. 걸레 스님으로 유명했던 중광이 좆에 붓을 달아서 그림을 그렸듯이, 찰스 부코스키는 좆에 붓을 달아서 소설'을 썼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그의 소설은 온통 섹스 이야기'로 도배를 하지만 전혀 외설스럽지 않다. 그리고 책을 덮으면 이상하게 공허하고 쓸쓸한 느낌에 울컥하게 된다.

 

 

3.

■ 다카하시 겐이치로, 우아하고 감상적인 일본 야구 : 스티븐 킹이 보스턴 레드삭스 팬으로써 < 톰 고든을 사랑한 소녀 > 를 쓰고, 박민규가 인천 변두리 삼미 슈퍼스타즈 팬으로써 < 삼미 슈퍼스타즈 마지막 팬클럽 > 을 썼다면, 다카하시 겐이치로는 한신 타이거즈 팬으로써 < 우아하고 감상적인 일본 야구 > 를 썼다. 이로써 한,미,일 베이스볼 삼국지'는 완성되었다,    는 뻥이고......    

유감스럽게도 찰스 부코스키는 < 여자들 > 에서 주인공이 외부 세계도 지루하고, 역사도 지루하고, 동물원도 지루하고, 그리고 " 야구도 지루하다 " 고 했지만 나는 야구만큼은 지겹지 않다. 요즘은 대한민국과 미국이 밤낮 없이 가을 야구를 진행해서 밤낮없이 야구를 보고 있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다. 야구는, 재미있다 ! 야구는 본질적으로 실패를 다루는 미학'이다. 좋은 투수는 정직한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사람이 아니라 볼을 잘 던지는 사람이고, 좋은 타자는 내야 땅볼을 치고도 전속력을 향해 달리는 선수'다. 베리 본즈'처럼 홈런 쳤다고 거들먹거리며 그라운드'를 느릿느릿 걷는 놈은 양아치 취급 받기 십상이다. 아니나 다를까 ! 메이저리그 역사상 홈런 기록을 갈아치운 베리본즈'는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가장 닮고 싶지 않은 이기적 타자로 회자되고 있다.  베리 본즈보다는 허슬플레이어 닉 푼토 같은 타자가 좋은 타자이다. 전공투 세대인 다카하시 겐이치로의 < 우아하고 감상적인 일본 야구 > 는 야구'라는 소재를 빗대서 전혀 엉뚱한 이야기를 한다. 언어 유희와 해체가 목적이다. 최루탄과 화염병 속에서 구속과 도피를 반복하면서 느껴야 했던 기성 세대'에 대한 반감은 고스란히 언어 해체에 따른 유희'에 집착하게 만든다. 그가 이 소설에서 노리는 것은 꽤나 재미있는 소설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4.

스티븐 킹, 사계 : 앙드레 지드'가 보기에 조르주 심농'은 천재'였다. 1만 명이나 되는 여자와 섹스를 했다는 심농의 여성 편력이 부러웠던 것이 아니라 작품 하나에 평균 한 달에 못 미치는 집필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작품성을 유지하는 필력'을 부러워한 모양이다. ( 심농이 자랑스럽게 말한 1만 동침설'이 사실이라고 가정하면, 1년이면 365일이니 그는 평균 27년 동안 단 하루도 빠짐 없이 새로운 여자와 잠자리'를 가졌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 그는 여자와 섹스 그리고 자신이 이룩한 성공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타자기 앞에 앉아서 쪽파를 다듬듯이  문장 나부랭이'나 다듬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그냥 본능에 의해 자동기술법으로 써내려갔으니 탁월한 작가임에는 분명하다. 그가 남긴 소설은 대략 400권이나 된다. 과연 심농에게 도전장을 내밀 현대 작가'가 있을까 ? 생산성과 작품성 모두를 충족시켜주는 작가 말이다. 심농에게는 못 미치지만 그에게 대적할 유일한 적수는 스티븐 킹이 아닐까 싶다. 오히려 작품성만을 놓고 보았을 때는 심농보다 한 수 위'다. 그 또한 자동기술법으로 소설을 작성하는 소설 기계'이다. 네 개의 중편 모음으로 이루어진 < 사계 > 시리즈'는 스티븐 킹'이 장편도 아니고 단편도 아니어서 출판하기도 그렇고 버리기도 그래서 그냥 서랍 속에 넣어두었다가 새카맣게 잊고 있었다고 한다. 킹 소설이라면 침 흘리지 않을 편집장이 어디 있을까 ? 결과론적인 이야기이지만 킹이 이 네 편의 중편'을 버렸다면 문학사적으로 큰 재앙이 되었을 것이다. < 사계 > 는 스티븐 킹이 쓴 소설 가운데 가장 탁월하다.

 

 

5.

코멕 메카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 코맥 매카시가 내놓은 소설의 궤적을 따라가다보면 문장이 점점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 피의 자오선 > 에서 보여준 고딕형 만연체'는 <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 와 최근작인 < 로드 > 에서는 단문 위주로 문체가 바뀌었음을 발견하게 된다. 기성 작가들이 개성'이라는 이름으로 일관성을 유지했던 것과는 달리 코멕 메카시'는 작품마다 문체에 대한 고민을 했던 것으로 보여진다. 나는 그의 변화가 반갑다. 그 정점에 <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 가 있다.  어떻게 하면 마침표를 가장 멀리 던질 수 있을까를 고민했던 초기작과는 달리 <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 에서는 문장의 첫 번째 단어와 마지막 구두점 사이의 간격이 점점 짧아지더니 결국에는 따옴표와 쉼표 그리고  마침표까지 생략하기에 이른다.  그가 간결한 문장을 통해 남기고자 했던 것은 (등장인물 간의) 행위과 결과'였고, 도려낸 것은 마음'이었다. 그런데 이 집요한 생략이 묘한 긴장감을 선사한다. 시거가 주유소에 딸린 편의점 점원과 나누는 대화와  시거'에게 쫓기는 모스가 히치하이킹으로 만난 소녀와 나누는 짧은 선문답'은 이 소설의 백미'다. 유감스럽게도 코헨 형제가 만든 영화에서는 모스와 소녀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나오지 않는데 영특한 코헨 형제가 이 소설의 백미를 놓쳤다는 것은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코헨 형제가 완성한 <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 는 마치 춘향가에서 " 사랑가 " 를 생략한 완창 같다. 그렇다고 영화가 후지다는 말은 절대 아니다. 하지만 소설은 영화보다 좋다는 사실은 진실'이다. 그는 헤밍웨이와 허먼 멜빌 사이를 가로질러서 그만의 묵시록을 이룩했다. 거룩한 소설이다.

 

 

6.

■ 김훈, 칼의 노래 : 플로베르의 앵무새' 라는 소설은 좋아하지만  플로베르의 보봐리' 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플로베르 특유의 만연체'에 질려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깐, 나는 길게 늘어진 장식적 수사'에 대해 체질적인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형용사(구)와 부사(구)가 잔뜩 낀 문장은 기름기'가 많은 비계덩어리 같다. 차라리 형용사(구)와 부사(구)가 최대한 억제된 문장이 읽기에 좋다. 간결한 문장은 맑은 대구탕' 같다. 싱싱한 대구에 일체의 양념 없이 소금만으로 간을 맞춘. 아... 바로 그 맛 !  원래 식감이 좋은 고급 식재료일수록 양념을 최소화하는 법이다. 반면 비린내가 많이 나는 값싼 생선일수록 독한 양념으로 냄새를 지운다. 문장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뛰어난 문장가는 장식적 요소'를 버리는 경향이 있다. 대표적인 문장가가 바로 김훈이다. 그리고 그 정점에는 < 칼의 노래 > 가 있다. 책 띠지'가 제공하는 설레발을 믿지는 않지만 적어도 이 책에 대한 " 벼락 같은 축복 " 이라는 말에는 동의한다. 텍사스 주 엘파소에 코맥 매카시가 있다면, 경기도 일산에는 김훈이 있다. 그는 풍경에서 아름-다운 것을 보는 동시에 아픔-다운 것을 본다. 이러한 양가적 사고 방식은 인간을 바라보는 감정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 나는 임금이 가여웠고, 임금이 무서웠다. 가여움과 무서움이 같다는 것을 나는 알았다. " 그에게는 가여움과 무서움, 살고자 하는 욕망과 죽음에 대한 공포 그리고 아름다움과 통증'은 하나로 겹친다. 김훈이 보기에 인간이란 귀한 놈도 없고 비천한 놈도 없다. 

 

 

7.

로맹가리 혹은 에밀 아자르, 자기 앞의 생 : 10년 전이었다. 도서관에서 우연히 < 자기 앞의 생 > 이란 책을 발견했다. 내가 그동안 이 책을 읽지 않은 이유는 아동 청소년 책'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당시에 나는 꽤나 어려운 소설을 읽었다. 로브그리예, 사르트르, 까뮈, 제임스 조이스와 같은,  읽기 어려운 소설을 읽는다는 것을 자랑'으로 삼던 시절이었다. 마치 구하기 힘든 영화'만 찾아다니는 (필사의) 탐독 목록'처럼 말이다.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 자기 앞의 생 > 을 읽었다. 그러다가 그만 눈물을 쏙 빼게 되었고, 그 후 며칠 동안 도서관에 비치된 로맹가리가 쓴 소설'은 모두 읽게 되었다. 창녀의 아들로 태어난 모모는 오후 3시 같은 인물이었다. 점심 약속을 하기에는 늦고, 그렇다고 저녁 약속을 하기에는 이른 오후 3시 말이다. 모모는 아이'라고 하기에는 어른스럽고, 어른이라고 하기에는 아이'이다. 정성일 말투를 흉내 내자면 " 그러니깐 이 소설은 아주 이상한 방식으로 다가온 애매모호한 성장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이다. 이 자리에서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나는 아이다운 아이'를 좋아하지 않고, 어른다운 어른에게도 끌리지 않는다. 그것은 생장 기간을 생애 주기'에 따라 짜맞춘 방학 생활 계획표'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어른다운 아이와 아이다운 어른'에게서 인간적인 희노애락을 본다. 내가 로맹 가리 소설에 끌리는 이유는 조숙과 미숙 사이에 놓인 불완전한 반숙(半熟) 때문이다. 이 세상 모든 경계인은 자신이 가진 몸보다 정신이 너무 빠르거나 늦은 경우이다. 혹은 자신이 가진 정신보다 몸이 너무 빠르거나 늦게 성장한 경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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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013-10-16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새벽이 이 글에 끝까지 덧글을 달지 않은 이유는 나으 헤르만 헷세를 디스했기 때문..! :)

그런데 다른 분들은 이 재미난 포스트에 왜 피드백 안 하셨을까요? 공감만 잔뜩이넹..

곰곰생각하는발 2013-10-16 15:58   좋아요 0 | URL
오홋.... 책 좀 읽는다는 사람에게 하루키와 헤세 디스하는 짓은
한국인이 김연아 디스하는 꼴이죠...... ㅎㅎㅎㅎㅎㅎ.
제가 좀 과장되어 말하는 버릇이 있지 헤세 그리 나쁘지 않아요.
다만 극적 긴장감을 주기 위해 헤세 디스핬습니다.

새벽 2013-10-16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헷세가 데미안에서 쓴 아브락사스 우화는 정신적인 성장통을 뜻한다고 봤어요.
또한 인식적인 깨침에는 뼈아쁜 아픔이 따르기도 한다는 생각..! 가끔은 공짜로 자각을 얻을 때도 있지만 :)

곰곰생각하는발 2013-10-16 15:59   좋아요 0 | URL
네에... 그냥 웃자고 쓴 표현입니다.
전 이상하게 헤세 글이 지루하더라고요. 별다른 감흥이 없는 독서였어요.
하지만 그게 매우 고운 성품을 가진, 존경할 만한 지식인이라는 데는 동의합니다.

솔라리스 2013-10-16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오늘은 오후 일정이 비어서 일찍 귀가했으나 행복감도 잠시, 아이들도 마나님도 없는 집안에서 지금 뭘 할까 멍 때리고 있습니다. 간만에 독서를 해볼까 하여요.

한가지 닉넴으로만 글남기기 뭐해서 먼먼 옛날의 닉넴을 써봤습니다.. 누구일까요? (읭? )

+ 아, 얼른 운동이나 다녀와야겠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10-16 16:00   좋아요 0 | URL
읭?! 요거 보고 누군지 알겠습니다. 새벽 님..
아니 이제부터는 솔라리스 님이라고 불러야겠군요.
일찍 귀가하고 아이들 없으면 뭐 불 다 끄고 영화 보는 게 짱이죠..
치맥 사가지고 들어가셔서 관람이요 ~~~

2013-10-16 21: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0-18 21: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수다맨 2013-10-17 0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년 전에 손창섭이 88세로 별세했죠. 국민일보 정철훈 기자가 2009년에 그를 찾아내지 않았다면 그야말로 생사조차도 모를 뻔했습니다.
수를 부족하게 누리지는 않았지만 그의 초라한 말년과 최후를 보니 정말로 눈물 나더라구요. 이 대작가가 왜 바다 건너 타국에서 이토록 쓸쓸히 생애를 접어야 했는지... 작가의 인생이 그가 쓴 소설과 그대로 포개지는 것 같아 참 심란하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10-18 21:15   좋아요 0 | URL
네에.... 제가 소창섭을 읽고 나서 얼마 안 있어서 손창섭 보고 소식을 들ㅇ니 기분 묘하더라고요.
그전까지는 그냥 일종의 연락 두절이었는데 병실에 누워 있다는 소식을 듣고는 기분 묘했습니다.
좋은 작가에 대한 문단에 대접이 형편없었죠..

히히 2013-10-17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름아름하게만 느꼈던 작가를 청아하게 끄르셨네요.
'내가 로맹 가리 소설에 끌리는 이유는 조숙과 미숙 사이에 놓인 불완전한 반숙(半熟) 때문이다.'
이런 명쾌한 해석은 곰...발님만 가능합니다. 완전 공감입니다.
눈 쌓이는 날 [남한산성]을 읽었는데 정말이지 갇히고 싶더라구요.
이후에 읽은 [칼의 노래]가 엉거주춤할 정도로요.
김훈쌤 글의 제철은 겨울이던데...
봄,여름은 문체와의 편차가 너무 심해서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10-18 21:17   좋아요 0 | URL
글죠 ? 모모'로 대표되는 아이는 조숙과 미숙 사이에 놓은 반숙입니다.
ㄱ렇기 ㄸ문에 우리가 끌리는 거예요.
김애란의 < 두근두근 > 이 개 실패한 이유는 너무 조숙 쪽으로만 밀었어요.
마치 어린아이를 성인군자처럼 묘사하잖아요.
굉장한 실패죠....


ㄱㄱㄱㄱ 공감합니다. 김훈의 문체는 겨울이에요.....
 

식탁의 풍경 : 식욕은 성욕이다.

 

식탁의 풍경  

 

식탁에 앉아서 밥을 먹다가 문든 이런 생각이 들었다. 2인용 식탁은 있지만 3인용 식탁은 없다. 4인용 식탁은 있지만 5인용 식탁은 없다. 6인용 식탁은 있으나 7인용 식탁은 없다. 그리고 1인용 침대는 있으나 1인용 식탁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 세상 모든 식탁은 짝수로 이루어진 세계의 총합이다. 그 짝수에 +1'이 있을 뿐이다. 식탁에 앉아 늑대처럼 섬세한 귀와 매처럼 날카로운 눈으로 사소한 일상을 관찰한 결과, 내가 내린 결론이다. 가족이란 2인용 식탁으로 시작해서 4인용, 6인용 식탁으로 확장되는 범위가 아닐까 ? 사전적 의미로 食口란 밥을 나눈다는 뜻이다. 그 최소 단위'가 둘 이상'이다. 혼자서는 나눌 수 없는 것 아닌가 ! 

 

 

 

의자에 대하여

 

공학적 측면에서 보았을 때 가장 안전한 구조는  다리가 세 개'인 의자이다.  다리가 세 개 달린 의자'는 각각 다리 길이'가 달라도 쓰러지지 않는다. 반면 다리가 네 개 달린 의자'는 다리 길이가 하나라도 길거나 짧으면 균형을 잃기 쉽다.  내가 생각하는 평등'은 각자의 길이가 다 달라도 완벽하게 균형을 이루는 다리 세 개 달린 의자의 균형감각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키 작은 사람을 놀려서도 안 되고, 게이라고 손가락질해서도 안 되며, 피부가 검다고 욕을 해서도 안 된다. 저마다 다른 길이'와 그 차이'는 역설적이게도 가장  균형잡힌 의자를 만들 수 있는 재료들이다. 신은 다리 길이가 세 개 달린 의자를 만들었고, 인간은 다리가 네 개 달린 의자를 만들었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이런 식의 인문학적 상상은 좋다. 하지만 개 버릇 남 못 준다고, 나는 점점 허무맹랑한 성적 판타지'에 빠지고 말았다. 여기서 멈춰야 했다.

.  

 

 

 

■ 숟가락에 대하여

 

" 생긴 게 꼭 정자 같구나 ! " 머리는 크고 둥글며, 꼬리는 길고 곧구나 ! 숟가락에서 < 숟 - > 대신 < 숫 - > 이거나 < 수 - > 가 더 어울린다고 말하면 욕을 먹겠지 ? 하여튼 숟가락과 정자'는 묘하게 닮았다. 식욕과 성욕이 관계가 있듯이 말이다. 사실 최초의 성욕은 구순기'였으니 그리 틀린 말은 아니다. 숟가락은 가부장적이다. 남근으로서의 아버지를 닮았다.  부창부수라 하지 않았던가. 밥상머리에서 主가 밥이라면, 從는 반찬이다. 그래서 숟가락은 밥을 먹는 용도로 쓰이고,  젓가락은 반찬을 집는 용도로 쓰인다. 숟가락은 남근을 본떠 만든 토템이다. 숟가락은...... 아버지다 !

 

 

 

 

 

■ 젓가락에 대하여

 

곰곰생각하는발의 황당무계한 똥고집을 이해한다면 젓가락을 여성적인 것이라고 주장할 것이란 사실을 당신은 이미 간파했을 것이다. 숟가락이 정자의 모형을, 더 나아가 숟가락 머리'가 " 어머, 귀두와 닮았어요. " 방긋 ! 만약에 한글에서도 남성형과 여성형으로 구분이 주어진다면 숫가락'은 남성형 명사요, 젖가락은 여성형 명사'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숫가락은 숟가락으로, 젖가락은 젓가락'으로 변형되었을 것이 분명하다. 밥상머리에서 항상 발기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 포크에 대하여

 

정신이 제대로 박힌 놈이라면 범성론자인 곰곰생각하는발이 말하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다음과 같이 말할 것이다. " 숟가락은 ( 숫 ) 가락이다 ? 젓가락은 ( 젖 ) 가락이었다 ?! 어,어어어어이가 없네. 이거 완전 섹드립'에 빠진 범성론자'이구만. 닝기미, 이보슈 잘난 양반 ! 그런 식으로 해석이 가능하다면 포크는 뭐요 ? " 라고 묻는다면 나는 당당하게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 포크는 포큐 fuck you 입니다 ! " 그렇다고 스프를 스와핑이라거나 나이프르 와이프'라고 우길 생각은 없다. 밥상머리에서 흥분하면 곤란하니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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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히 2013-10-13 0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어릴적엔 언니랑 밥상에만 앉으면 왜 그리도 웃음이 터졌는지
범상인 아버지에게 자주 혼이 나곤 하였습니다.
지금도 진지하거나 엄숙한 상황에서 웃음을 참지 못하여
자주 낭패를 본답니다.
아직 젊어 그렇다고 위로하시는 어른들도 계시지만
대다수가 버릇없다 여기시더라구요.
저도 환장하고 미칠지경입니다.
한 번 터지면 막지를 못하니 도에서 출발하여 솔을 넘길 때는 천박한 소리가 목울대까지 차고 올라서
끄윽끄윽 넘어간답니다.
대충 상황이 수습이 되면 그 다음엔 제자신이 끝모를 나락을 쏘다닙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10-13 08:00   좋아요 0 | URL
웃음이 많다는 것은 젊다는 증거일 거예요.
그러다가 정접을 찍고 서서히 웃지 않는 날이 많아지는...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처음에는 웃음이 적다가
늙어가면서 서서히 웃음이 많아지는 생이 좋은 생 같아요.
아니, 웃음이 꼭 필요하지는 않아요. 평온이 필요한 거지....
평온한 상태를 궁극이라고 한다면 사실 웃음도 그 발란스를 깨는 영역이기도 하지요.

히히 2013-10-13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웃음이 많은게 아니라 웃지 말아야 할 상황에 웃음이 많다는 거죠.
그 정점은 아버지 장례식에서 불효자가 된 사연입니다.
하염없이 눈물만 뚝뚝이고 있는데
이모님께서 문밖에서부터 신발을 내팽개치고 들어오셔서
아이고아이고 곡을 하시기 시작하는데
전문가에게서 학습된 울음이였습니다.
생전 처음 접하는 소리에 처음엔 슬프다가 멍해지다가 웃음이 스멀스멀 올라오는데
딱 죽겠더라구요.
이를 깍물고 버티고 있었는데
그때 하필 피차일반 참고있는 언니랑 눈이 마주쳐
동질의 감정에 안심하듯 억눌렀던 웃음이 커지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지요.
고개를 깊숙히 숙이고 참아보려고 용을 쓸 수록 어깨의 요동은 거세어졌답니다.
숨넘어가는 이모님의 곡소리는 완전 유머였다니깐요.(아버지와의 친분 정도를 보더라도)

곰곰생각하는발 2013-10-14 13:23   좋아요 0 | URL
그런 비극이.....ㅋㅋㅋㅋㅋㅋㅋ. 장례식장에서 참 난감하죠...
곡소리 전문 특유의 그 곡소리가 있어요. 앓는 소리 같기도 하는데
여기 리듬에 그냥 아이고 아이고만 외치는....ㅎㅎㅎㅎㅎ
당혹스럽죠. 저도 종종 장례식장 가면
정색을 하고 슬픈 표정을 지어야 하는데
전 이게 잘 안 되요.

엄동 2013-10-14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하하하
저도요 ㅋㅋㅋㅋ
직장상사분 빙모상에 갔다가
얼토당토않은거에 빵터져서 그만. 하ㅡ아

그때 끼친 민폐를 떠올리면
지금도 얼굴이 홧홧해집니다


그나저나
식탁의 도구(!)목록"을 곰곰발님께 보내드리고 싶어진다는.
느므 웃겨요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3-10-14 13:24   좋아요 0 | URL
한 세트 모아서 보내주세요 ~

피비 2013-10-15 0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그러네요 3인용 식탁 나오면 좋겠당
우리 가족은 셋인데 4인용 식탁을 샀어요
대신 한쪽을 벽에 붙여서 3인용으로 만들었지요
남은 의자하나는 홀로 창고방에 있답니다 외롭겠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10-15 11:35   좋아요 0 | URL
오 ! 어서 감옥에 갇힌 의자의 풀어주십시요. 억울한 옥살이'입니다.
참.. 피비, 생신 축하드립니다 ~
 

 

노벨문학상과 출판사.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가 발표되었다. 풍문으로 들은 깜냥'으로 보자면 조이스 캐롤 오츠'나 토마스 핀천 그리고 필립 로스'가 눈에 익숙했으나 노벨 위원회'가 선택한 작가는 앨리스 먼로'였다. 그녀가 쓴 책을 읽어본 적이 없으니 내게는 생소한 작가'여서 달리 할 말은 없지만 문학사상사'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수상하지 못한 것에 대하여 무척 아쉬워했을 것이란 사실은 분명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문학사상사는 하루키 때문에 팔자가 핀 출판사'다. 잘 키운 스타 한 명이 연예기획사에 소속된 직원 전체를 먹여살리는 꼴이니, 하루키라면 항상 예의주시하지 않을까 ?  출판사 입장에서 보면 아이유가 부럽지 않다. 그러니 슈퍼스타 대접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덥다 하면 문학사상사 싸장님이 버선발로 뛰어나와 손부채질이라도 할 태세'다.

" 하루키 님, 재즈 들으며 열기 좀 식히고 가실게여 !!! "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나는 노벨 문학상'이 북 마켓 버라이어티 쇼'라는 생각 이외에는 별다른 느낌이 들지 않는다. 헤르타 뮐러'에서 시작한 의외성은 무라카미 하루키'에서 정점을 이룬다. 노벨상이 서서히 대중성에 눈을 떠 후한 점수를 주기로 선정 기준을 변경했다면 스티븐 킹에게도 눈길을 주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노벨상은 작품 자체에 대한 평가보다는 정치적 입장과 대륙별 지역 안배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언어 세력 간의 물밑 지원'이 큰 몫을 차지하는 것 같다. 삼박자를 고루 갖춘 이가 수상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이스라엘 작가 아모스 오즈'는 꾸준히 강력한 수상 후보로 거론되지만 중동 정세'를 보면 아모스 오즈에게 불리하게 적용된다. 세계 여론은 중동에서 독불장군처럼 전횡을 휘두르는

이스라엘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가 높으니 앞으로 노벨상 위원회가 지역 안배 차원에서 중동 지역에 한 표를 선사한다면 아모스 오즈'보다는 반 이스라엘 중동 국가 출신 작가들이 유리하지 않을까 싶다. 이처럼 노벨상은 오로지 작품성 자체만 가지고 왕중왕전을 치르는 것은 아니란 말이다. 작품에 대한 명성만 놓고 보자면 보르헤스'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하지 못한 것은 8대 불가사의 중 하나'에 속하며 평단의 전폭적인 지지로 보자면 토마스 핀천은 노벨상을 세 번은 타고도 남았을 것이다. 그리고 살만 루시디'는 어떤가 ? 노벨상이 100년이 넘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20세기 기라성 같은 조이스, 톨스토이, 체코프, 입센, 에밀 졸라 그리고 마크 트웨인도 수상을 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게 된다.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이지만,

나는 새물결에서 나온 토마스 핀천의 < 중력의 무지개 > 가 십만 원에 가까운 가격으로 서점에 나왔을 때 입에서 쌍욕이 튀어나왔다. 출판사 입장에서는 소설이 지나치게 난해해서 팔리지 않을 소설이니 박리다매'보다는 후리소매(厚利小賣) 로 명품 전략'을 구사하겠다는 속셈'인데  막말로 이 바닥 상도를 감안하면 어긋나도 한참 어긋나는 전략'이다. 그런 식의 논리'라면 새물결이 보기에는 한길 그레이트북스 시리즈와 지만지 시리즈는 경영 마인드'가 형편없는 출판사'다.  어려워서 안 팔리는, 그것도 소설도 아닌 인문학 책들만 뚝심 있게 출판하니 말이다. 보아하니 < 중력의 무지개 > 는 초판 700부에 가격이 100,000원 안팎이면 손익분기점은 넘기는 모양이다.  700부가 다 팔리면 그때 가서 저렴한 가격으로 내놓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천명하기도 했다. 

" 1000억불 수출 달성 기념 특별 세일 이벤트. " 라도 열겠다는 마인드다. 오, 맙소사 ! 책을 단순히 신라면 블랙'으로 생각하는 싸장님의 공격적 경영 전략 !  까다로운 입맛을 가진 vip를 겨냥해서 비싼 가격으로 소량을 팔겠다는 것인데, < 책 > 은 유감스럽게도 주머니가 넉넉한 사람보다는 가난한 자를 위한 필수품이 아니던가.  차라리 니체처럼 자비로 10부만 찍어서 어장 관리 차원에서 새물결 단골들에게 선물했다면 나 같은 사람은 그 마음에 감동하여 영원한 지지자'가 되었을 것이다. 좋은 책 내서 욕 먹고, 높은 가격 책정으로 계급 간 위화감만 조성하는 꼴이다. 소설 한 권 사서 읽을 돈 없을까마는 주인장 하는 꼴이 괘씸하오.  옛날에 책 도둑은 가난한 학생의 주머니 사정을 감안하여 눈 감아주는 미덕이 있었거늘.... 아이고, 배 아파서 나는 못 읽겠소 ! 

토마스 핀천에게는 미안한 소리이지만 내심 그가 떨어지기를 바랐다. 토마스 핀천 수상 소식에 희희낙락거릴 싸장님 생각을 하니 배가 아픈 탓이다. 농담이다. 그냥, 책값이 더럽게 비싸다는 소리를 구질구질하게 길게 늘어놓았다.  쓸데없이 말이 길어졌지만 앞으로 당분간은 코멕 메카시나 필립 로스 그리고 토마스 핀천 같은 북미 작가들은 수상을 하기는 힘들 것 같다. 캐나다 작가 앨리스 먼로가 이번에 수상했으니 말이다. 노벨 문학상'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불현듯 " 손창섭 " 이  생존해 있었다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를 했다.  손창섭'이라고 하면 < 어 ? > 라고 반응하지만, 잉여인간이라고 하면 < 아 ! > 라고 반응하게 되는 전후세대 작가 말이다. 요즘 한창 유행하고 있는 " 잉여 " 라는 말도 따지고 보면 그 원조'가 손창섭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니깐 우리는 손창섭이라는 위대한 작가를 소설 제목'으로만 알고 있는 것이다. 고전이라는 정의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아무도 안 읽는 책'이라고 한다면,  손창섭의 < 잉여 인간 > 이야말로 고전 중에서도 고전에 속할 것이다. 손창섭에 비하면 고은이나 황석영'은 한 수 아래'이다. 그가 절필 선언을 하지 않고 현해탄을 건너지 않았다면 한국 문학판은 180도 바뀌었을지도 모른다. 설령 그가 현해탄을 건넜다고 해도 한국 문단이 그에 대한 관심과 지지'를 꾸준히 보냈다면 머나먼 타관에서 쓸쓸히 죽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고집불통인 노 작가'는 후에 빛나는 걸작을 내놓아서 한국문단의 타는 목마름을 시원하게 해갈시켜 주었을 것이다. 손창섭 소설은 지금 다시 읽어도 여전히 파격적이다. 대한민국에 손창섭 만한 작가 없다.

어쩌면 손창섭의 죽음은 가장 강력한 노벨 문학상 후보 한 명을 잃은 것과 같다. 얼마 전 손창섭이 잡지에 발표한 단편 하나가 최근에 발견되어서 < 연인 > 이라는 문예지'에 그 단편이 실렸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이처럼 발표된 작품도 모르고 지나갔으니 미발표 작품들도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하니 답답할 뿐이다. 마음 넉넉한 출판사 하나 있어 손창섭에 대한 자료를 발굴하고 한데 모아서 고급스러운 양장본으로 손창섭 전집 하나 내줬으면 좋겠다. 토마스 핀천에 피똥 싸지 말고 손창섭에 투자하자 ! 비싸도 좋다, 구매할 의사 있다. 걸작에 대한 예감, 그 느낌 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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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013-10-11 0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잉여인간, 하니까 아, 그 손창섭! 하고 알겠네요.
저 지금까지 곰곰발님이 몇몇 포스트에서 언급하신 손창섭을 염상섭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음요. ;;

뭐든 시상식이.. 순수하긴 참 힘들 거에요.
그래도 노벨문학상은 나중에 모종의 큰손들에 의해서 생긴 경제학상이나 세계영화제들보단 낫지 않나 싶기도 하구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10-11 09:33   좋아요 0 | URL
염상섭...ㅋㅋㅋㅋㅋ. 표본실의 청개구리'인데.. 사실 저도 이거 안 읽어보았네요...
노벨문학상이 보면 유럽권에는 지나치게 관대하고 북미권에는 지나치게 짭니다.
다양성 차원에서 슬슬 아시나나 아프리카 중동 간간이 넣어두지만 생색내기인 것 같고...ㅋㅋㅋ

ㄷㄷ 2013-10-11 0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벨문학상 관련 글이 올라올거라 예상했습니다 하하...손창섭!!!!! 제가 정말 좋아하는 작가입니다! 지금도 도서관에 가면 괜히 손창섭 코너를 스윽 둘러보곤 합니다. 잉여인간도 좋지만 사실 저는 비오는 날을 제일 좋아합니다. 신의 희작도 좋아하구요. 정말 뛰어나고 독보적인 작가인데 연구도 미흡하고 잘 알려져 있지 않아서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주변에서 소설을 추천해달라 하면 손창섭 작품들을 소개해주긴 하지만...사실 기괴한 내용들이 많아서 사람들 반응이 그닥 좋지는 않더군요...저는 오히려 이런 기괴하고 암울한 느낌이 매력이라고 생각하는데 말이죠...

곰곰생각하는발 2013-10-11 09:35   좋아요 0 | URL
무시무시한 작가죠. 이런 분위기 흔치 않습니다.
아주 기묘하게 암울하면서 뭔가 스멀스멀 기어오르는 절망을 탁월하게 묘사하는 작가입니다.
삼부녀 요 작품도 기가 막혀요. 내가 보기엔 30년은 앞을 내다볼 줄 아는 작가였습니다.

수다맨 2013-10-11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설에 의하면 손창섭이 기인 기질이 다분히 있어서 문단이랑 별로 친하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또, 그의 성격이 낯을 가리는 편이라 친구들도 별로 없었다 하구요. 다른 얘기지만, 예전에 김신용 선생도 문단에 최승호 시인 정도를 제하면 딱히 친한 사람도, 아는 사람도 없다 하더군요.
아무래도 한국은 문단에서 위치가 확고한 작가=대가=노벨상 후보작가라는 공식이 너무 굳어져 있는 듯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10-11 10:49   좋아요 0 | URL
손창섭이 현대문학상과 동인문학상을 수상해을 겁니다. 당대 최고의 상을 모두 휩쓸었는데 공교롭게도 문단과는 전혀 친하지 않았습니다. 안 친한게 아니라 좀 혐오했다고 해야 하나요. 거리두기를 열심히 했죠. 아마도 문단 사회가 가지고 있는 허세오기 싸움이 싫었던 까닭인 것 같더군요. 문단에 열심인 사람치고 제대로 된 인물 없죠. 문예비평이 개판인 이유도 서로 만나서 술 마시고 떠드는데...
만날 술 마시고 하는데 안면이 있으면 냉정하게 문학에 대해 평가를 내리지 못하지 않습니까...

2013-10-11 11: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0-11 11: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즐거운 인생 2013-10-11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맞아요. 전 솔직히 말해 필립 로스 등이 노벨 문학상 감인가도 의아. 뭐, 그럭저럭이더만..원래 지는 못 쓰면서
타인의 글엔 엄격한 척, 잘난 척 방방 뜨는 게 독자이긴 하죠. ㅋㅋ

스티븐 킹에게 노벨 문학상 줘야 해요. 케리 같은 글 한 편 쓰면, 절필해도 아쉬울 것이 없을 것 같아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10-11 18:37   좋아요 0 | URL
저도 필립 로스는 모르겠고, 핀처는 인정합니ㅏ. 캐롤 오츠도 뭐 그닥 뛰어난 것 같지는 않고.... 하지만 살만 루수디는 워낙 트러블메이커이니 고걸 인정해 줘야 할 것 같고.. 뭐 그정도죠.
제가 한림원이었다면 킹에가 노벨상 줍니다.

히히 2013-10-12 0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출판사 싸장님을 욕보인 곰...발님을 지지합니다.

노벨상이 국위선양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친다 할 지라도
예술은 오직 자신을 사르는 불씨를 꺼뜨리지 않는 자의 몫입니다.
애국자라는 명분 보다는 이기적인 욕망을 따르는 자를 사랑하겠나이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10-13 07:44   좋아요 0 | URL
전 노벨상'이 대단하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그냥 운이 좋은 사람이 타는 것이려니 합니다.
 

말과 글.

 

같은 소리를 계속 반복하지만 < 한글 > 과 < 한국어 > 는 다른 차원이다. 한글날은 세종대왕이 나랏말쌈이 듕귁가 달라 서로 사맛디 아니해서 훈민정음을 반포한 날'을 기념하는 국경일'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 한글날 > 이지 < 한국어의 날 > 은 아니란 말이다. " 한국인 98%가 틀리는 맞춤법 시리즈 " 를 살짝 비틀어서 말하자면 한국인은 98%가 한글과 한국어의 차이를 혼동한다. 한글은 문자이고 한국어는 언어'이다. 한글을 도입한 < 찌아찌아'족 > 를 예로 들어보자. 한글을 도입한 인도네시아 소수 부족인 찌아찌아 사람들이 한글을 사용하기 때문에 한국어'를 사용하는 부족이라고 할 수 있을까 ?

아니다, 인도네이사 바우바우 섬에 사는 찌아찌아 사람들은 한글을 사용하지만 찌아찌아 소수 부족어'를 사용한다. 그들은 사랑을 뜻하는 찌아찌아어인 움쌀롸꽐라꽐라'를 그저 한글로 움쌀롸꽐라꽐라'라고 쓰는 것일 뿐이다. ( 만약에 그들이 움쌀라꽐라꽐라를 버리고 사랑'이라고 말한다면 찌아찌아 사람들은 한국어를 한다고 말할 수는 있다. ) 같은 이유로 옛 조상들이 한문을 도입해서 널리 사용했다고 해서 중국어'를 사용한 것은 아니다. 낫 놓고 기억 자'를 모르는 사람도 한국어를 유창하게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문자와 언어'를 구별할 필요가 있다. 나는 한글이 과학적이라는 데에는 동의하지만 한국어가 과학적이라는 데에는 1%도 동의하지 않는다.

언어'라는 것은 자연발생적 요소에 의해 생성된 것이지 과학적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찌아찌아 부족(어)가 무문자 사회라고 해서 한국어보다 비과학적 언어이며 비문명 사회'라고 주장한다면, 나는 당신에게 이렇게 말하겠다. " 나가 뒈져라 ! " 그런 식으로 주장한다면 한문을 빌려 사용했던 한민족 또한 비과학적 언어를 사용한 비문명 국가라는 반론에 대해 딱히 이의를 재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마빈 해리스는 무문자 사회가 문자 사회보다 열등한 언어체계를 가지고 있다는 선입견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것인가를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 무문자 사회 주민들은 식물들의 속성을 매우 세밀하게 구별할 줄 안다.

평균 그들은 500내지 1000종을 분간해 그 이름을 알고 지낸다. 그에 비해 산업화된 도시 사람들은 보통 50 내지 100 정도밖에 알지 못할 것이다. " 이 지점에서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언어'는 비교 평가'가 불가능한 영역이라는 점이다. 그런데 한국인은 무조건 한국어는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과학적인 언어'라고 말한다. < 넘버 3 > 에 나오는 송강호'도 이구동성으로 같은 말을 할 것이다. 누군가는 한글이 유네스코 세계 기록 문화 유산임을 예로 들며 한국어의 우수성'을 주장하는데 한글이 유네스코 세계 기록 문화 유산'이라는 정보는 틀린 정보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유네스코 세계 기록 문화 유산'에 등록된 한국 문화재 목록은 다음과 같다.  

훈민정흠하례본(1997년지정) 조선왕조실록(1997년지정) ㉢직지심체요철(2001년지정) ㉣승정원일기(2001년지정) ㉤팔만대장경(2007년지정) 조선의 궤(2007년지정) ㉦동의보감(2009년지정) ㉧일성록(2011년지정) ㉨5.18광주민주화운동기록(2011년지정) ㉩난중일기(2013년지정) ㉪새마을기록(2013년지정)

목록을 보고 눈치가 빠른 사람이라면 세계 기록 문화 유산'은 < 한글' > 이 우수하기 때문에 선정한 것이 아니라 < 훈민정흠하례본' > 이라는 기록물이 가치가 있기 때문에 선정한 것이란 사실을 깨달았을 것이다. 한자로 기록된 < 직지심체요철 > 이나 < 팔만대장경 > 만 보더라도 유네스코 기록 문화 유산 선정 기준은 한글이라는 문자의 우수성 때문이 아니라 기록물을 대상으로 한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런데 핵심은 쏙 빠지고는 훈민정음'이 등재되었다는 사실만을 놓고는 한글의 우수성을 강조한다. 요약하자면 유네스코 기록 문화 유산의 취지는 " 유네스코가 세계의 귀중한 기록물을 보존·활용하기 위해 선정하는 문화유산이다. 1997년부터 매2년 마다 선정하며, 국제자문위원회에서 심의·추천하고 유네스코 사무총장이 선정한다(두산백과) " 이다.

또 누군가는 한자에 빗대어 한글이 소리를 재현하는데 탁월하기 때문에 우월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러한 태도는 아전인수 격이다. 한자는 표의문자이고 한글은 표음문자'이다. 표음문자란 말소리를 그대로 기호로 나타내는 문자이니 당연히 소리'를 재현하는 데 한자에 비해 뛰어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러한 비교는 자신에게 유리한 쪽만 보는 것이다. 장단점을 고루 평가해야 하는데 장점만 부각시키는 것은 아닐까 ? 누군가가 총알 탄 사나이인 우사인 볼트의 달리기 솜씨와 이대호의 달리기 솜씨를 비교하며 이대호라는 선수와 야구라는 스포츠를 폄하한다면 조롱거리만 될 것이 분명하다.

나는 한국어가 우수하다는 데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훈민정음'이 우수하다는 데에는 동의한다. 다만 이 동의는 타 문자에 대한 우월성을 전제로 한 값은 아니다. 그저 내 모어'이니 이보다 좋을 수는 없기에 좋은 것일 뿐이다. 내가 한글 대신 훈민정음'이라고 콕 집어서 말하는 이유는 훈민정음 창제의 과학적 체계'와 사고는 인정하지만 일제 이후의 한글 정책'에는 동의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글 정책은 갈팡질팡하다가 이상하게 꼬여서 들쑥날쑥해졌다. < 짜장면 > 과 < 자장면 > 에 대한 혈투와 화해의 과정이 이해가 가지 않고, 몇 월은 되지만 몇 일'은 띄어쓰기가 되지 않아서 벌어진 "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것 " 들에 대한 정의가 아리송하다.   

그리고 생뚱맞은 사이시웃 문법 정책 또한 쉽게 납득이 안 간다. 애국심을 바탕으로 한 알 수 없는 자신감'은 지나가는 개에게나 줘라. 한국인의 문화 우월주의는 교묘하게 대타자에 대한 문화 컴플렉스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열등감이 허세'를 부른다는 말이다. < 입 > 으로만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인 언어'라고 외치지 말고, < 발 > 로 현장을 뛰어나니며 < 손 > 으로 열심히 적어라. 그게 바로 한글 사랑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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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탈야 2013-10-10 1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몇 일은 며칠인데
몇 월은 며둴이 아닌 이유 좀 알려주세요. (굽신굽신)

곰곰생각하는발 2013-10-10 18:35   좋아요 0 | URL
그래서 찾아보았습니다. 몇 년 몇 월하고 몇 일'의 차이는 발음의 차이라고 하네요..
뭐라뭐라 설명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어요..

즐거운 인생 2013-10-11 0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나탈야 님 배너 타고 직행으로 왔어요. 새삼 방가워요. 이런 좋은 글은 네이버에도 띄워서 더 널리 읽히게 해야 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10-11 02:32   좋아요 0 | URL
어라 ? 여기 즐거운 인생 님 글이 또 있네요.. ㅎㅎㅎㅎㅎ. 사실 저도 한글과 한국어 헷갈렸거든요.
곰곰 생각하니 전혀 다른 차원이더라고요. 언어는 참 신기한 거예요.
어떻게 각 나라마다 언어가 탄생하게 되었을까요 ? 신기함... 신기함...

나탈야 2013-10-11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말의 탄생에 대한 기원은 제가 알기론 바벨탑 사건이 유일한 기록인 걸로 알고 있어요. 참 신기하죠.
어떤 나라들은 서로 붙어있는데도 국경을 사이로 전혀 다른 언어가 싹 갈려버리니깐뇨...

신기해 신기해

곰곰생각하는발 2013-10-11 18:36   좋아요 0 | URL
저도 그게 신기합니다.... 아니 어떻게 각자 다 다른 말이 생기죠 ?
인도네시아 같은 경우는 부족어가 다 달라요. 얼마나 신기합니까....
음... 그것에 대한 책을 몇 권 좀 독파해서 나탈야 님께 알려드리겠습니다.

히히 2013-10-12 0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무문자 민족은 두뇌가 상당히 뛰어날 것 같아요.
그들의 구비문학은 우리 머리로는 가늠할 수 조차 없지 않겠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10-13 07:45   좋아요 0 | URL
신기하죠. 문자없이도 식물을 1000종 가까이 분류 가능하다니 말입니다.
신기한 구석이 있어요.

피비 2013-10-12 2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사람들 의외로 한글이랑 한국어 잘 구분 못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10-13 07:58   좋아요 0 | URL
아이구 피비 요정 님 오셨군요 !
맞아요. 사실 저도 그 전에 이걸 구별을 못했어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