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응원 문화.

군대 문화는 간략하게 1음절 낱말(들)로 설명할 수 있다. 군대는 < 오 > 와 < 열 > 의 세계이며, < 악 > 으로 < 깡 > 으로 버티고, < 각 > 에 살고 < 각 > 에 죽는다. 그리고 모든 대화는 < ~다 > < ~나 > < ~까 > 로 통일한다. 무심결에 사회에서 쓰던 < ~ 요 > 라는 생활 입말을 사용했다가는 원 펀치 쓰리 강냉이를 자랑하는 돌주먹이 당신의 아구창을 향해 시속 160km 로 날아올 것이다. 군대는 오,열,악,깡,각,각,다,나,까의 세계이다. 군대 용어 가운데 전투 축구'라는 말이 있다. 여자들이 윤창중 다음으로 싫어한다는 군대에서 축구 시합'을 하는 것을 말한다. 며칠 전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밝힌 자료에 의하면 전투 축구로 인해 다쳐서 전역한 사람이 5년 간 2200명'이 넘었다고 한다. 먼 이웃 이야기가 아니다.
나보다 세 살 많은 형도 군대에서 축구 경기'를 하다가 무릎 인대가 파열되어서 국군 통합 병원'에서 끊어진 인대 대신 철심을 박는 수술을 받아야 했다. 축구 선수들이야 부드러운 잔디밭에서 뒹군다지만, 한창나이'에 여자와 침대에서 뒹굴어야 할 군인들이 연병장 돌더미'에서 뒹구니 부상이 속출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말이 좋아 여가 시간을 활용한 스포츠'이지 계급 투쟁의 연장선'이나 다름없다. 쫄따구는 죽기살기로 뛰어야 한다. 몸을 사렸다가는 그날 밤은 지옥이다. 정확히 말하면 계급 축구'이다. 실력으로 계급 간 갭'을 극복하겠다는 발상은 애당초 지나가는 개에게 주는 게 낫다. 악으로 깡으로 사력을 다해 뛰어야 하고, 그 와중에도 오와 열을 지키며 각을 잡고 뛰어야 한다. 이보다 힘든 경기가 있을까 ?
군대란 무조건 짬밥이다. 며칠 전에 한국 대 브라질 국가대표 친선 경기'가 있었다. 경기 결과는 0 : 2 패배였다. 전형적인 전투 축구'였다. 악으로 깡으로 싸운 경기였다. 반칙이 난무한 거친 경기'였다는 말이다. 이에 누리꾼들은 주인(한국)이 환갑잔치(친선경기)에 손님(브라질)을 초대해 놓고는 안방에서 손님을 매타작했다며 비판했다. 안으로는 자주 독립을 확립하고 밖으로는 민주 번영에 이바지해야 할 동방예의지국의 후손들이 보기에 예의'에 어긋난 것이라. ① " 친목 도모를 위한 친선 경기'가 아니었냐, 중국은 소림 축구 하고 중동은 침대 축구하고 한국은 전투 축구하냐, 야구르지 ? " ② " 네미마르 몸값이 얼마인데 친선 경기에서 다쳐서 선수 생활 끝나면 누구 책임이냐, 축구 싶냐 ? " ③ " 브라질 선수가 공만 잡으면 관중석에서는 야유만 쏟아지더라, 농구 있네 ! " ④ " 화기애애하기는커녕 경기가 끝났을 때 한국 선수들은 악수도 거부한 채 운동장을 떠났더라. 이런 응원 문화 당구 싶지 않아. "
이 모든 것을 종합하면 한국 선수들이 페어플레이 정신을 어겼다는 비판'이다 그러자 서형욱 축구 해설가'가 누리꾼이 제기한 비판을 사대주의적 천민 근성'이라고 매섭게 쏘아붙였다. 지지 않기 위해 열심히 뛰면 그만이지 남의 나라 눈치 살필 필요가 없다는 논조였다. " 네미마르 다리가 부러지든 말든, 니미럴 무슨 상관이오 ! " 설전이 오고갔다. 만약 당신이라면 누구 편'을 들 것인가 ? 페어플레이 정신을 어긴 선수를 비판할 것인가, 아니면 선수를 옹호한 서형욱 칼럼을 지지할 것인가. 나는 악으로 깡으로 각 잡고 뛰어다니는 선수'를 비판할 생각은 없지만 서형욱 칼럼'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다. 이 칼럼에서 보여준 설득력과 문장력은 바닥 수준이다. 이런 글을 칼럼이라고 싣는 언론사의 수준 또한 한심하다. 페어플레이 정신을 강조하는 누리꾼을 단순하게 사대주의'라고 몰아붙이는 태도는 오히려 국수주의적'이다.
친선 경기는 단순한 올스타전 경기'가 아니라 A매치 경기'이다. 경기 결과에 따라서 피파 순위'에 영향을 준다. 그러니깐 팬 서비스 차원'에서 제공되는 볼거리가 아니라 결과에 따라 순위와 보상이 주어지는 정식 경기라는 말이다. 엄밀히 말하면 친선 경기'가 아니라 초청 경기'이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 하나은행 협찬, 브라질 - 한국 A매치 초청 경기 > 라고 해야 한다. 그래야지 한국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전투 축구'를 한 사연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단순히 " 친선 " 이라고 하니 누리꾼 입장에서는 오해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업계 바닥 속사정을 잘 아는 서형욱이라면 누리꾼의 비판이 작은 오해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었을 것이다. 오해에서 비롯된 바닥 정서와 동업자 정신을 강조한 말'을 두고 단순히 사대주의적 근성'이라고 비난할 수 있을까 ? 축구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서 끗내자 !
응원 문화'라는 말이 나와서 갑자기 생각난 것인데, 야구장에 갈 때마다 내 신경을 건드리는 것이 바로 야구장 응원 문화'이다. 거대한 에어로빅 댄스홀'이 따로 없다. 야구는 뒷전이고 집단 떼거지 율동과 응원가에 목숨을 건다. 춤과 노래에 빠지다 보니 정작 중요한 경기 관람은 뒷전이다. 심각한 것은 도깨비 시장을 방불케하는 앰프 사용'이다. 출력 좋은 앰프에서 흘러나오는 고성방가'는 과연 한국 특유의 응원 문화라고 보는 것이 옳은 것일까 ? 야구가 본질적으로 상대팀에 대한 배려와 예의'를 무척 중요하게 여기는 스포츠'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앰프를 동원한 응원 문화는 기본적으로 경기를 펼치는 선수들에 대한 무례이고 스포츠에 대한 모독이 아닐까 싶다. 야구장 관중석에서 지르는 함성과 야유'는 경기의 일부이니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앰프까지 동원해서 경기 내내 음악을 틀어놓고 떠들어대는 이유는 무엇일까 ?
지금의 프로야구 응원 문화는 박정희 정권이 낳은 부스러기처럼 보인다. 전형적인 동원 문화'다. 아파트로 상징되는 한국 문화'는 집단의 합일과 단결을 강조한다. 이구동성'이야말로 한국을 대표하는 사자성어'이다. 그래서 야구장에서도 단체 율동과 떼창으로 합일의 오르가슴'을 경험하려는 것은 아닐까 ?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키면 달을 보아야 하듯이, 야구장에 가면 치어리더 빤스나 훔쳐볼 생각은 말고 야구에 집중하자. 야구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서 끗내자 !
야구에 관한 글 모음.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516844 : 클라라는 왜 울었을까 ? 프로야구 시구에 대한 생각.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249516 : 실미도 vs 공포의 외인구단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250473 : 멜로의 모든 것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250641 : 400번째 안타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387416 : 쇼생크 탈출과 야구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246398 : 세상의 모든 공은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진다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518080 : 수다가 당신을 죽일 수도 있다.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588644 : 인간은 공을 던지고 신은 주사위를 던진다.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569010 : 상대가 강타자일수록 느리게 던져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