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탁의 풍경
식탁에 앉아서 밥을 먹다가 문든 이런 생각이 들었다. 2인용 식탁은 있지만 3인용 식탁은 없다. 4인용 식탁은 있지만 5인용 식탁은 없다. 6인용 식탁은 있으나 7인용 식탁은 없다. 그리고 1인용 침대는 있으나 1인용 식탁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 세상 모든 식탁은 짝수로 이루어진 세계의 총합이다. 그 짝수에 +1'이 있을 뿐이다. 식탁에 앉아 늑대처럼 섬세한 귀와 매처럼 날카로운 눈으로 사소한 일상을 관찰한 결과, 내가 내린 결론이다. 가족이란 2인용 식탁으로 시작해서 4인용, 6인용 식탁으로 확장되는 범위가 아닐까 ? 사전적 의미로 食口란 밥을 나눈다는 뜻이다. 그 최소 단위'가 둘 이상'이다. 혼자서는 나눌 수 없는 것 아닌가 !
■ 의자에 대하여
공학적 측면에서 보았을 때 가장 안전한 구조는 다리가 세 개'인 의자이다. 다리가 세 개 달린 의자'는 각각 다리 길이'가 달라도 쓰러지지 않는다. 반면 다리가 네 개 달린 의자'는 다리 길이가 하나라도 길거나 짧으면 균형을 잃기 쉽다. 내가 생각하는 평등'은 각자의 길이가 다 달라도 완벽하게 균형을 이루는 다리 세 개 달린 의자의 균형감각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키 작은 사람을 놀려서도 안 되고, 게이라고 손가락질해서도 안 되며, 피부가 검다고 욕을 해서도 안 된다. 저마다 다른 길이'와 그 차이'는 역설적이게도 가장 균형잡힌 의자를 만들 수 있는 재료들이다. 신은 다리 길이가 세 개 달린 의자를 만들었고, 인간은 다리가 네 개 달린 의자를 만들었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이런 식의 인문학적 상상은 좋다. 하지만 개 버릇 남 못 준다고, 나는 점점 허무맹랑한 성적 판타지'에 빠지고 말았다. 여기서 멈춰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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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숟가락에 대하여
" 생긴 게 꼭 정자 같구나 ! " 머리는 크고 둥글며, 꼬리는 길고 곧구나 ! 숟가락에서 < 숟 - > 대신 < 숫 - > 이거나 < 수 - > 가 더 어울린다고 말하면 욕을 먹겠지 ? 하여튼 숟가락과 정자'는 묘하게 닮았다. 식욕과 성욕이 관계가 있듯이 말이다. 사실 최초의 성욕은 구순기'였으니 그리 틀린 말은 아니다. 숟가락은 가부장적이다. 남근으로서의 아버지를 닮았다. 부창부수라 하지 않았던가. 밥상머리에서 主가 밥이라면, 從는 반찬이다. 그래서 숟가락은 밥을 먹는 용도로 쓰이고, 젓가락은 반찬을 집는 용도로 쓰인다. 숟가락은 남근을 본떠 만든 토템이다. 숟가락은...... 아버지다 !
■ 젓가락에 대하여
곰곰생각하는발의 황당무계한 똥고집을 이해한다면 젓가락을 여성적인 것이라고 주장할 것이란 사실을 당신은 이미 간파했을 것이다. 숟가락이 정자의 모형을, 더 나아가 숟가락 머리'가 " 어머, 귀두와 닮았어요. " 방긋 ! 만약에 한글에서도 남성형과 여성형으로 구분이 주어진다면 숫가락'은 남성형 명사요, 젖가락은 여성형 명사'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숫가락은 숟가락으로, 젖가락은 젓가락'으로 변형되었을 것이 분명하다. 밥상머리에서 항상 발기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 포크에 대하여
정신이 제대로 박힌 놈이라면 범성론자인 곰곰생각하는발이 말하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다음과 같이 말할 것이다. " 숟가락은 ( 숫 ) 가락이다 ? 젓가락은 ( 젖 ) 가락이었다 ?! 어,어어어어이가 없네. 이거 완전 섹드립'에 빠진 범성론자'이구만. 닝기미, 이보슈 잘난 양반 ! 그런 식으로 해석이 가능하다면 포크는 뭐요 ? " 라고 묻는다면 나는 당당하게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 포크는 포큐 fuck you 입니다 ! " 그렇다고 스프를 스와핑이라거나 나이프르 와이프'라고 우길 생각은 없다. 밥상머리에서 흥분하면 곤란하니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