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의 풍경 : 식욕은 성욕이다.

 

식탁의 풍경  

 

식탁에 앉아서 밥을 먹다가 문든 이런 생각이 들었다. 2인용 식탁은 있지만 3인용 식탁은 없다. 4인용 식탁은 있지만 5인용 식탁은 없다. 6인용 식탁은 있으나 7인용 식탁은 없다. 그리고 1인용 침대는 있으나 1인용 식탁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 세상 모든 식탁은 짝수로 이루어진 세계의 총합이다. 그 짝수에 +1'이 있을 뿐이다. 식탁에 앉아 늑대처럼 섬세한 귀와 매처럼 날카로운 눈으로 사소한 일상을 관찰한 결과, 내가 내린 결론이다. 가족이란 2인용 식탁으로 시작해서 4인용, 6인용 식탁으로 확장되는 범위가 아닐까 ? 사전적 의미로 食口란 밥을 나눈다는 뜻이다. 그 최소 단위'가 둘 이상'이다. 혼자서는 나눌 수 없는 것 아닌가 ! 

 

 

 

의자에 대하여

 

공학적 측면에서 보았을 때 가장 안전한 구조는  다리가 세 개'인 의자이다.  다리가 세 개 달린 의자'는 각각 다리 길이'가 달라도 쓰러지지 않는다. 반면 다리가 네 개 달린 의자'는 다리 길이가 하나라도 길거나 짧으면 균형을 잃기 쉽다.  내가 생각하는 평등'은 각자의 길이가 다 달라도 완벽하게 균형을 이루는 다리 세 개 달린 의자의 균형감각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키 작은 사람을 놀려서도 안 되고, 게이라고 손가락질해서도 안 되며, 피부가 검다고 욕을 해서도 안 된다. 저마다 다른 길이'와 그 차이'는 역설적이게도 가장  균형잡힌 의자를 만들 수 있는 재료들이다. 신은 다리 길이가 세 개 달린 의자를 만들었고, 인간은 다리가 네 개 달린 의자를 만들었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이런 식의 인문학적 상상은 좋다. 하지만 개 버릇 남 못 준다고, 나는 점점 허무맹랑한 성적 판타지'에 빠지고 말았다. 여기서 멈춰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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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숟가락에 대하여

 

" 생긴 게 꼭 정자 같구나 ! " 머리는 크고 둥글며, 꼬리는 길고 곧구나 ! 숟가락에서 < 숟 - > 대신 < 숫 - > 이거나 < 수 - > 가 더 어울린다고 말하면 욕을 먹겠지 ? 하여튼 숟가락과 정자'는 묘하게 닮았다. 식욕과 성욕이 관계가 있듯이 말이다. 사실 최초의 성욕은 구순기'였으니 그리 틀린 말은 아니다. 숟가락은 가부장적이다. 남근으로서의 아버지를 닮았다.  부창부수라 하지 않았던가. 밥상머리에서 主가 밥이라면, 從는 반찬이다. 그래서 숟가락은 밥을 먹는 용도로 쓰이고,  젓가락은 반찬을 집는 용도로 쓰인다. 숟가락은 남근을 본떠 만든 토템이다. 숟가락은...... 아버지다 !

 

 

 

 

 

■ 젓가락에 대하여

 

곰곰생각하는발의 황당무계한 똥고집을 이해한다면 젓가락을 여성적인 것이라고 주장할 것이란 사실을 당신은 이미 간파했을 것이다. 숟가락이 정자의 모형을, 더 나아가 숟가락 머리'가 " 어머, 귀두와 닮았어요. " 방긋 ! 만약에 한글에서도 남성형과 여성형으로 구분이 주어진다면 숫가락'은 남성형 명사요, 젖가락은 여성형 명사'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숫가락은 숟가락으로, 젖가락은 젓가락'으로 변형되었을 것이 분명하다. 밥상머리에서 항상 발기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 포크에 대하여

 

정신이 제대로 박힌 놈이라면 범성론자인 곰곰생각하는발이 말하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다음과 같이 말할 것이다. " 숟가락은 ( 숫 ) 가락이다 ? 젓가락은 ( 젖 ) 가락이었다 ?! 어,어어어어이가 없네. 이거 완전 섹드립'에 빠진 범성론자'이구만. 닝기미, 이보슈 잘난 양반 ! 그런 식으로 해석이 가능하다면 포크는 뭐요 ? " 라고 묻는다면 나는 당당하게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 포크는 포큐 fuck you 입니다 ! " 그렇다고 스프를 스와핑이라거나 나이프르 와이프'라고 우길 생각은 없다. 밥상머리에서 흥분하면 곤란하니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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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히 2013-10-13 0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어릴적엔 언니랑 밥상에만 앉으면 왜 그리도 웃음이 터졌는지
범상인 아버지에게 자주 혼이 나곤 하였습니다.
지금도 진지하거나 엄숙한 상황에서 웃음을 참지 못하여
자주 낭패를 본답니다.
아직 젊어 그렇다고 위로하시는 어른들도 계시지만
대다수가 버릇없다 여기시더라구요.
저도 환장하고 미칠지경입니다.
한 번 터지면 막지를 못하니 도에서 출발하여 솔을 넘길 때는 천박한 소리가 목울대까지 차고 올라서
끄윽끄윽 넘어간답니다.
대충 상황이 수습이 되면 그 다음엔 제자신이 끝모를 나락을 쏘다닙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10-13 08:00   좋아요 0 | URL
웃음이 많다는 것은 젊다는 증거일 거예요.
그러다가 정접을 찍고 서서히 웃지 않는 날이 많아지는...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처음에는 웃음이 적다가
늙어가면서 서서히 웃음이 많아지는 생이 좋은 생 같아요.
아니, 웃음이 꼭 필요하지는 않아요. 평온이 필요한 거지....
평온한 상태를 궁극이라고 한다면 사실 웃음도 그 발란스를 깨는 영역이기도 하지요.

히히 2013-10-13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웃음이 많은게 아니라 웃지 말아야 할 상황에 웃음이 많다는 거죠.
그 정점은 아버지 장례식에서 불효자가 된 사연입니다.
하염없이 눈물만 뚝뚝이고 있는데
이모님께서 문밖에서부터 신발을 내팽개치고 들어오셔서
아이고아이고 곡을 하시기 시작하는데
전문가에게서 학습된 울음이였습니다.
생전 처음 접하는 소리에 처음엔 슬프다가 멍해지다가 웃음이 스멀스멀 올라오는데
딱 죽겠더라구요.
이를 깍물고 버티고 있었는데
그때 하필 피차일반 참고있는 언니랑 눈이 마주쳐
동질의 감정에 안심하듯 억눌렀던 웃음이 커지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지요.
고개를 깊숙히 숙이고 참아보려고 용을 쓸 수록 어깨의 요동은 거세어졌답니다.
숨넘어가는 이모님의 곡소리는 완전 유머였다니깐요.(아버지와의 친분 정도를 보더라도)

곰곰생각하는발 2013-10-14 13:23   좋아요 0 | URL
그런 비극이.....ㅋㅋㅋㅋㅋㅋㅋ. 장례식장에서 참 난감하죠...
곡소리 전문 특유의 그 곡소리가 있어요. 앓는 소리 같기도 하는데
여기 리듬에 그냥 아이고 아이고만 외치는....ㅎㅎㅎㅎㅎ
당혹스럽죠. 저도 종종 장례식장 가면
정색을 하고 슬픈 표정을 지어야 하는데
전 이게 잘 안 되요.

엄동 2013-10-14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하하하
저도요 ㅋㅋㅋㅋ
직장상사분 빙모상에 갔다가
얼토당토않은거에 빵터져서 그만. 하ㅡ아

그때 끼친 민폐를 떠올리면
지금도 얼굴이 홧홧해집니다


그나저나
식탁의 도구(!)목록"을 곰곰발님께 보내드리고 싶어진다는.
느므 웃겨요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3-10-14 13:24   좋아요 0 | URL
한 세트 모아서 보내주세요 ~

피비 2013-10-15 0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그러네요 3인용 식탁 나오면 좋겠당
우리 가족은 셋인데 4인용 식탁을 샀어요
대신 한쪽을 벽에 붙여서 3인용으로 만들었지요
남은 의자하나는 홀로 창고방에 있답니다 외롭겠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10-15 11:35   좋아요 0 | URL
오 ! 어서 감옥에 갇힌 의자의 풀어주십시요. 억울한 옥살이'입니다.
참.. 피비, 생신 축하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