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지상주의자에게 










                                                                                               날마다 책을 읽고 서평을 남기는 파워 블로거'가 있었다.  하루에 책 한 권을 읽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닐 텐데 덧대어 날마다 원고지 10장 분량의 서평도 올린다는 사실이 나를 놀라게 했다. 그는 철저하게 책 내용에 집중했다. 그의 리뷰는 요약정리가 잘 된 써머리 노트 같았다. 사람들은 그의 리뷰를 좋아했지만 내가 봤을 때 그 리뷰는 촌스러웠다. 단순하게 책 내용을 정리한 글은 기계적인 필경사의 단순한 결실에 불과했다. 그러다 보니 글쓴이가 쓴 글 속에서는 " 존재 " 로서의 고민이 보이지 않았다.  뇌는 있으나 심장이 없는 깡통 로봇 같다고나 할까 ?  


결정적 계기는 노무현이었다. 노무현이 서거한 날에도, 그는 여전히 책을 읽고 리뷰를 올렸다. 심장이 없는 로봇답게 그의 글에는 죽은 자에 대한 애도도 없고 폭력적인 현실에 대한 비판도 없었다. 책 속에서 묘사하는 불평등과 폭력에 대해서는 성심 성의껏 잘잘못을 따지더니 < 책 - 바깥 > 의 문제에 대해서는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이다. 그는 오로지 책을 읽고 성실한 리뷰를 작성하는 것이 전부였다.  나는 그 좆같은 성실함에 혀를 내둘렀다. 하지만 성실한 필경사 생활은 결실을 맺었다.  그는 몇 년 후에 소설가로 데뷔했다.  그리고 성공했다, 시바 ! 유감스럽게도...... 


이동진 평론가를 볼 때마다 차가운 심장으로 글만 쓰던 그 필경사가 자주 떠오른다.  정치적인  것을 강박적으로 제거한 채 영화적인 것에만 집중한다는 점에서 영혼 없는 필경사를 닮았다. 아마도 그것은 그가 조선일보 기자 출신이라는 흑역사를 감추기 위한 강박이었는지도 모른다.  영화 << 변호인 >> 과 << 캐롤 >> 에 대한 입장은 철저하게 계산된 글이었다.  예를 들어 그는 영화 << 캐롤 >> 에 대하여 " 이 영화는 두 여자의 사랑 이야기라기보다는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인데 두 사람이 생물학적으로 여자다, 이 두 가지는 차이가 있겠죠 ? " 라고 말한다. 


이처럼 그는 정치적인 것보다는 정치색을 탈색시키고 난 후에 그 텍스트를 해석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동성애를 빼놓고는 설명이 불가능한 서사를 가지고 있다.  그는 영화-안'에서만 말할 뿐 영화-바깥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예를 들어 영화 속 노동 운동가의 영화적 삶에 대해서는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고 감동하지만 정작 영화 바깥에서 365일 동안 cctv 철탑 위에서 투쟁하는,  현재진행형인 삼성 노동자의 투쟁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한다.  침묵이라기보다는 무관심에 가깝다. 그는 전형적인 영화지상주의자'다. " 영화가 세상을 구원하리라 ! "  


좆같은 소리'다.  영화는 세상을 구원할 리가 없다.  영화라는 세계 - 안과 영화라는 세계 - 바깥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종종 이동진이나 정성일1) 같은 영화지상주의자가 영화 만만세를 외칠 때마다 헛구역질이 나오곤 한다.  정성일은 21세기 영화 평론가의 비평 수준이 초라하다며 땅이 꺼지도록 한숨을 쉬지만 내가 보기에는 정성일이야말로 그 책임이 매우 크다. 너나 잘해라. 





​                             


1)  정성일이 시간 날 때마다 입만 열었다 하면 하는 거짓말이 있다. 일명 < 시네필 3법칙 > 인데, 정성일은 트뤼포의 말이라며 시네필 3법칙을 자주 인용하고는 했다. “ 트뤼포는 언제나 말버릇처럼 영화광에는 세단계가 있다고 얘기했다. 초보는 한 영화를 두 번 이상 보는 것이며, 그 다음은 비평가가 되는 것이고, 진짜 영화광은 영화감독이라는 것이다.”그런데 트뤼포는 정작 이 말은 한 적이 없다. <  내 인생의 영화들 > 이라는 책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I am often asked at what point in my love affair with films I began to want to be a director or a critic. Truthfully, I don’t know. All I know is that I wanted to get closer and closer to films. The first step involved seeing lots of movies; secondly, I began to note the name of the director as I left the theater. In the third stage I saw the same films over and over and began making choices as to what I would have done, if I had been the director.


영화에 대한 나의 열정 가운데 어떤 부분이 나를 영화 감독이나 비평가의 길로 이끌었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솔직히 말해서, 모르겠다.  내가 아는 것은 영화와 더 가까워지고 싶었다는 것뿐이다. 첫 번째 단계는 많은 영화를 보는 것이었다. 두 번째로 나는 극장을 나설 때 감독의 이름을 적어두기 시작했다. 세 번째 단계에서 나는 같은 영화를 보고 또 보면서 내가 감독이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지 생각하기 시작했다.”


트뤼포는 잘 모르겠는데요 _ 라고 고백했는데 어찌 된 영문인지 한국의 영화감독들이 가장 많이 인용하는 시네필 3법칙이라는 국문으로 둔갑했다. 이게 다 시네필 정성일의 너무나 과도한 영화 사랑이 빚은 촌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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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kardo 2020-06-02 23: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캐롤 원작자인 퍼트리샤 하이스미스가 봤다면 이동진 뒤통수를 한대 갈겼을 것 같은데요. ㅎㅎ 원작소설과 작가에 대해 조사도 안 하고 대충 갈겨썼나 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20-06-03 17:36   좋아요 0 | URL
ㅎㅎㅎ. 그러니까요. 참, 지나치게 안정적인 틀 안에서만 이야기를 하려는 것 같습니다..ㅎㅎ
 













                              











무릎과 고추









                                                                                         네쁠릭스 영화 << 거꾸로 가는 남자 >> 는 일종의 미러링이다. 서로 성 역할을 바꿨을 때 일어나는 상황을 상상한 드라마'다. 그러니까 이 드라마는 남성이 만들었던 < 좆같은 사회 > 를 반대로 < 젖같은 사회 > 로 설정한 후 상황극을 연출한 것이다. 

이 드라마에서 여성은 웃통 까고 다녀도 되고 남성은 엉덩이에 핑크라고 쓰여진, 빤스 같기도 하고 팬츠 같기도 한,  짧은 팬츠를 입고 다닌다.  회사는 대부분 여성이 장악했고 남자들은 커피 심부름에 바쁘다. 성희롱은 일상이다. 누구에게 ?!  당연히 여성이 남성을 성희롱하는 사회'다. 이 영화에서 여성은 남성을 못 잡아먹어서 안달루시아다. 반면에 남성은 모든 것에서 제약을 받는다. 겨털도 뽑아야 하고 사타구니까지 퍼져나간 꼬털도 왁싱을 해야 한다. 

심지어 발가락 위에 난 족털도 왁싱을 한다. 겨털, 꼬털, 족털(足ㅡ), 털이란 털은 모두 뽑혀야 하니 평소 고통에 털털한 나조차도  아, 이제 그만 !   " 모든 이에게 털을 허하라 ! "  미러링된 사회에서 여성은 남성을 불완전한 존재로 인식한다. 남성이 무거운 것을 들고 있으면 여성이 터프하게 다가와서 남성의 의견을 묻지도 않고 짐1)을 빼앗는다. " 너처럼 연약한 이쁜이가 이런 걸 들 수나 있겠어 ?  귀여운 것, 후후. 이런 일에 힘쓰지 마.  내.... 말, 무슨 뜻인지 알지 ?  흐흐흐 " 뭐, 이런 늬앙스'다. 남자인 내가 보았을 때 참말로 끔찍한 세상이다. 

하지만 얼마든지 웃고 넘길 수 있다. 왜 ? 허구의 드라마이니까 ! 그렇다면 남는 것은 진짜 현실 세계이다. 털이란 털은 죄다 뽑아야 하고, 능력과 상관없이 커피 심부름을 해야 하고, 성희롱이 일상인 사회를 살아가야 하는 여성은 이 현실 사회가 얼마나 끔찍할까 ?  더군다나 학생들에게 성평등을 위한 단편 영화(단편 억압당하는다수, 2010)를 보여줬다는 이유로 교사를 직위 해제하는 한국 사회라면 ?? 한국 사회를 경험하면서 겪는 가장 기이한 풍경 중 하나는 연애할 때 여성의 핸드백을 들어주는 남성들이었다. 한국 남자들은 왜 여자의 손바닥 가방'을 들어주는 것일까 ?  무거워서 ???????!!!   이게 에티켓이라고 ??????  

영화 << 경축, 우리 사랑 >> 도 일종의 미러링이다.  굳이 이 영화의 성격을 규정하자면 역지사지 부도덕 짠내 로맨스'라고나 할까 ?  50살 여자가 30살 남자와 사랑에 빠진다.  근본 없는 러브 스토리여서 대책도 없지만 감독은 능청스럽게 끝까지 밀어붙인다. 영화는 가족의 반대를 무릎쓰고 자신의 결의를 끝까지 고추세운 봉순의 승리로 끝난다. 원래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무릎 꿇지 않고 고추를 앞세우면 못 이길 싸움이 없는 법이다. 이 영화가 상투적인 멜로가 될 수 없었던 이유는 전복에서 오는 쾌감 때문이다. 부도덕한 로맨스라 욕하지 마라. 원래 모든 로맨스는 선을 넘는 행위이니 말이다.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하다. 김해숙과 기주봉은 말할 것도 없고 김혜나와 김영민도 훌륭하다. 그리고 동네 사람들과 기타 등등도 믿고 볼 수 있는 연기력이다. 


 

​                                     

1) 이 장면에서 나는 연애할 때 여성의 핸드백을 대신 들어주는 한국 남자 특유의 에티켓 문화를 떠올렸다. 연애할 때에는 사랑하는 애인의 핸드백을 들어주는 것이 에티켓이라고 믿는 한국 남자의 망상이 괴상한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지만, 그것을 지극히 당연하다고 믿는 여성도 괴이하기는 마찬가지'다. 연애할 때에는 핸드백도 들어주는 남자는 결혼하면 아내의 장바구니는 들어주지 않는다에 500원 걸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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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내주러 왔습니다 !







                                                                                              한때 프로야구 엘지 트윈스의 찐팬으로서 " 욕하면서 보는 타성 " 에 젖었던 때가 있었다.  볼 때마다 지는지라 어머니는 내가 야구를 볼 때마다 타박을 하셨다.  지는 거 뻔한데 왜 보면서 화를 내니 ?  처음에는 나도 내가 왜 욕하면서 야구를 보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결국에는 엘지 트윈스에 대한 희망을 접고 욕하면서 보는 국내 프로야구와 결별하게 되었다.  안녕, 프로야구 ! 특히, 엘지 트윈스.  이 개새끼들 !!! 


이것이 끝인 줄 알았다. 나는 어느새 장르를 바꿔 고약한 심보를 프로야구에서 국내 영화로 옮겼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훌륭한 영화를 욕하면서 본다는 것은 아예 불가능해서 관람객들이 저주를 퍼붓는 영화를 주로 보게 되었다. 히, 영화 << 엄복동 >> 이 기억에 오래 남는다.  극장 안내 직원이 " 즐거운 관람 되십시오 ! " 라고 말했을 때 나는 영화관 안으로 입장하면서 속으로 이렇게 말했다. " 아니오,  혼내주러 왔습니다. "  이 영화는 내가 0.3초에 한 번씩 욕을 했던 망작이었다.  자전거를 탄 엄복동이 힘찬 질주를 하기 위해 엉덩이를 들어 올릴 때마다 그의 클로즈업된 힙업을 보며 분노했다. " 이게 영화냐 ! " 


내가 극장에서 내지른 일갈은 한때 광화문 광장에서 촛불을 든 시민들이 " 이게 나라냐 ! " 라고 외쳤던 말과 늬앙스가 비슷했다. 잠 못 드는 어제도 그런 영화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했던 날이었다. 내 눈에 들어온 것은 2009년작 << 페어 러브 >> 였다.  이보다 좋은 먹잇감은 없었다.  친구가 죽자마자 그의 딸과 연애를 시작하는 50살 남자와 아버지가 죽자마자 아버지의 친구와 사랑에 빠진 25살 여자.  캬, 막장도 이런 막장이 또 있을까 ?  이게 막창이야 곱창이야 !  늙은 남자가 어린 여자를 만나 운우지정을 나눈다는 불알후드의 성적 판타지가 레이망에 포착되자 


나는 눈 덮인 킬리만자로 밑에서 먹잇감을 찾아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가 되어 영화가 시작되기 전부터 물어뜯을 준비에 깊은 에로스를 느꼈다. 오냐, 금니빨 빼고 모두 다 씹어먹어주마 !   더군다나 내가 싫어하는 배우인 안성기가 주연이지 않은가.  ▶ 버튼을 눌렀다.  오프닝부터 몸속에 내재되었던 욕 에너지가 괄약근을 지나 중추 신경 4번 통로를 통해 뇌하수체에 전해졌다.  으하하하.  엄복동 이후로 오랜만에 다시 볼 거대한 망작이로구나.  하지만 예측은 완전히 벗어났다.  욕 에너지를 오른쪽 간뇌의 뇌하수체에 전달하기 위해 잔뜩 오므렸던 괄약근이 풀리고 말았다. 


나는 점점 이 영화에 빠져들었다. 한마디로 말해서 이 영화는 매우 잘 만든 멜로드라마'였다. 안성기의 능청스러운 연기는 장면 곳곳에서 빵빵 터진다. 주책맞을 수도 있고  징그러울 수도 있는 그들의 로맨스는 어차피 사랑은 미친 짓이 아니냐,  라는 반문과 함께 묘하게 삶에 대한 통찰을 선물하고 있었다.   또한 감독이 로맨틱 멜로라는 장르를 비트는 솜씨가 제법 훌륭했다.  그리고 등장 인물 모두 개성이 뛰어나서 허투루 버릴 만한 캐릭터도 없었다.  영화를 보다 보면 왜 영화 제목을 << 러브 어페어 >> 가 아닌 << 페어 러브 >> 로 정했는지 이해가 간다. 


소심한 남자는 " fair " 를 " affair " 로 끌어올린 만큼 용기 있는 사내가 아니다.  페어와 어페어 사이에서 망설이던 연인들은 결국 안전한 페어를 선택하면서 영화는 끝난다.  어느새 나는 반평생 한 번도 안 해본 남자의 변두리 페어 러브'에 삼삼칠 박수를 보내고 있었다.  당혹스러웠다.  혼을 내주러 왔으나 오히려 혼이 나고 만 꼴이었다.  그래.  이런 반격, 나쁘지 않다.   그게 바로 욕하면서 보는 재미 중 하나이니깐 말이다.  나는 당분간 이 고약한 소비의 취향을,  엉뚱한 파토스를, 어페어보다는 페어의 찌질함을 지지할 생각이다. 


앞으로도 망작만 찾아 욕하면서 보련다.  재미있는 영화 따위는 당신이나 보세요. 기꺼이 양보하리다.  내 레이다에 걸려들면  나는 괄약근에 힘을 주며 이렇게 말하리라.  혼내주러 왔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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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일일깡


                                     릭 에슬리의 "Never Gonna Give You Up 란 뮤직비디오가 있다. 새파랗게 어려보이는 녀석이 동굴 목소리를 내며 노래하고 있다. 엉덩이는 좌우로 흔든다. 영혼 없이 기계적으로 흔드는 것이 보인다. 요즘의 힙한 세대들이 보기에는 우스깡 !  재미를 느낀 아이들은 본문과는 상관 없는 이 뮤직비디오를 첨부해서 메일을 보낸다. 메일을 받는 사람이 클릭하는 순간 세상에서 가장 촌스럽고 경박스러운 춤과 노래를 보게 된다. 와우, " 릭롤링 " 당한 것이다. 


이것이 나중에는 하나의 인터넷 놀이가 되면서 릭롤링이라는 신조어가 탄생하게 되었다. 이 뮤직비디오는 만우절에 가장 많이 호출되는 동영상으로도 유명하다.  지금은 조롱거리가 되었지만 이 노래는 그 당시 전세계를 강타한 최고의 울트라 그레이트 히트쏭'이었다. 이처럼 문화 소비제는 20년만 지나도 구닥다리로 전락하게 된다. 그때는 그것이 힙했으나 지금은 합(죽이)이 되는 것이다. 인터넷 밈 놀이'였던 릭롤링 현상을 비의 1일1깡과 비교하는 글을 자주 보게 된다. 하지만 결정적 차이는 << 깡 >> 이라는 노래는 불과 3년 전에 출시된 동시대 가요라는 점이다. 


릭롤링이 한물 간 전세대에 대한 조롱이라면 일일일깡은 동시대 문화에 대한 대중의 조롱인 셈이다. 그러니까 세월이 흐르면서 이제는 늙어버린 감성이 아니라 태어날 때부터 늙어버린 감성인 것이다.  벤자민 버튼처럼 말이다.  가수 비는 << 힙 ㅡ 스러움 >> 과 << 끼ㅡ부리기 >> 를 혼동하고 있다. 이제 중년에 접어들 남자가 사타구니에 주먹 넣고 잼잼하는 춤은 힙이 아니라 끼'다. 끼는 어릴 때 발현되어야 그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지 자신의 명성을 세계에 고추세웠던 이가 여전히 끼를 부리면 우스깡.  


어릴 때에는 자나깨나 사랑 타령을 하다가도 이제 나이가 들면 세계의 평화와 환경을 걱정하는 노래를 부르기 마련이다. 내가 깡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느꼈던 것은 " 스웩 " 이 아니라 " 우엑 " 이었다. 그는 여전히 사타구니에 주먹 넣고 잼잼하며 나 졸라 섹시하지 ? _ 라는 꾸러기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 정도면 철학도 없을 뿐만 아니라 철도 없어 보인다. 힙합이란 장르를 사용하면서 정작 라임과 플로우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 가사를 보다 보면 어이가 없을 정도다. 스스로를 월드스타라고 말하는 비의 브랜드 가치라면 국내 최고의 스텝들이 의기투합했을 텐데 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일까. 


그리고 진부할 정도로 상투적인 표현을 보라. 어떻게 된 게 한국의 가수들은 죄다 화려한 조명이 항상 자신을 감싼다고 주장하고 그놈의 무대는 항상 불이 꺼져 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아저씨, 무대 위에 불이 꺼졌으면 집에 가세요 !   이런 상투적인  가사를 쓰는 놈은 그놈의 상투를 잡고 앞뒤로 흔들어야 한다.  어떤 주제에 대한 글을 쓰면 그 글에 맞는 동영상을 띄우기 마련이나 꼴도 보기 싫어서 가사만 올린다. 








덧대기


가사 내용에 " 수많은 영화 관계자 날 못 잡아 안달이 나셨지 " 라고 말했을 때, 나는 크게 웃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만든 영화가 고작 엄복동이냐 ? 






Yeah 다시 돌아왔지 내 이름 레인(RAIN) 스웩을 뽐내 WHOO! They call it! 왕의 귀환 후배들 바빠지는 중! 신발끈 꽉 매고 스케줄 All Day 내 매니저 전화기는 조용할 일이 없네 WHOO! 15년을 뛰어 모두가 인정해 내 몸의 가치 허나, 자만하지 않지 매 순간 열심히 첫 무대와 같이 타고난 이 멋이 어디가 30 sexy 오빠 또 한번 무대를 적셔 레인이펙트 나 비 효과 화려한 조명이 나를 감싸네 시간이 멈추길 기도해 but, I’m not gonna cry yeah 불 꺼진 무대 위 홀로 남아서 떠나간 그대의 목소릴 떠올리네 나 쓰러질 때까지 널 위해 춤을 줘 허세와는 거리가 멀어 난 꽤 많은 걸 가졌지 수많은 영화제 관계자 날 못 잡아 안달이 나셨지 귀찮아 죽겠네 알다시피 이 몸이 꽤 많이 바빠 섭외 받아 전세계 왔다 갔다 팬들이 하늘을 날아 WHOO! TV 드라마, 영화 yeah! I get it all 이젠 모두를 붙잡을 노래를 불러 볼륨은 올리고 재 등장과 동시 완전 물 만나 call me 나쁜 오빠 무대를 다시 한번 적시지 레인이펙트 나 비 효과 화려한 조명이 나를 감싸네 시간이 멈추길 기도해 but, I’m not gonna cry yeah 불 꺼진 무대 위 홀로 남아서 떠나간 그대의 목소릴 떠올리네 

나 쓰러질 때까지 널 위해 춤을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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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0-05-29 16: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들어본 적이 없어서 몰랐는데 저 가사 어쩔....;;; 정말 오그라드네요. 저런 노래 내놓다니 정말 뭔깡인지...

곰곰생각하는발 2020-05-31 15:41   좋아요 0 | URL
용기 있지 않습니까 ? 저것도 용기임..

수다맨 2020-05-31 13: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터넷에 1일1깡이라는 말이 오르내려서 무슨 뜻인지 굳이 찾아보지 않았는데 여기서 그 의미를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깡이 일종의 ‘깡다구‘ 같은 말인가 짐작했습니다.
막줄에 있는 ‘그래서 만든 영화가 고작 엄복동이냐‘는 문장을 보고 크게 웃었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지 않았는데 주변 사람들이 희대의 망작이라면서 엄청나게 비판하더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20-05-31 15:41   좋아요 0 | URL
욕하면서 보는 재미를 아는 분이라면 깡과 엄은 최고의 작품이죠.. ㅎㅎ
 






















내가 뽑은 빌리 아일리시 찐픽 !










옛날 옛적에, 스티븐 킹이 쓰다가 망친 미완성 원고를 케비넷에 넣어두고 오랫동안 방치한 적이 있다. 하루는 편집자와 식사를 하던 도중에 킹이 단편이라고 하기에는 장편에 가깝고, 그렇다고 장편이라고 하기에는 중편에 가깝지만 중편이라고 하기에는 차라리 장편에 가까운 애매모호한 분량의 원고들이 있는데 완성도가 형편없어서 아무래도 쓰레기통에 버려야 겠다는 푸념을 쏟아냈다. 편집자가 미완성 원고를 일단 읽어보겠다고 하자 킹은 남들에게 보여줄 만큼 훌륭한 작품이 아니라며 손사래를 쳤지만 결국 편집자의 손에 넘어갔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작품이 중편 4개를 묶은 << 사계 >> 였다.  영화 << 쇼생크 탈출 >> , << 스텐 바이 미 >> , << 죽음보다 무서운 비밀 >> 의 원작이 바로 이 작품집에 수록된 소설들이다. 독설로 유명한 장정일이 이 에피소드를 놓칠 리 없었다. 그는 독서일기에 다음과 같이 썼다. "  스티븐 킹이  이 단편을 쉬어가는 의미에서 쓴 작품이라면 한국의 작가는 다 죽어야 한다." 빌리 아일리시가 집에서 오빠와 함께 << ocean eyes >> 를 만들어 사운드 클라우드에 올린 게 15살 때'다. 나이 서른을 훌쩍 뛰어넘어 사십 가까운 나이에 << 깡 >> 을 만든  가수 비'의 꽝을 보면서 격세지감을 느끼게 된다. 예술에 있어서 피나는 노력보다 중요한 것은 타고난 능력'이다. 스스로를 월드스타라고 말하는 아저씨는 지금도 " 화려한 조명이 나를 감싼다 ㅡ " 고 주장한다( 그리고 허구한 날 불 꺼진 무대 위에 왜 혼자 남아서 청승을 떠는지 모르겠다. 일 끝나면 일찍 집에 들어가세요, 아저씨 ! ). 그놈의 화려한 조명은 왜 항상 자신을 감싸고 있다고 주장하는지 이해를 할 수는 없지만 << 깡 >> 에서 보여준 극악스러운 우스깡스러운 촌스러움은 영원하리라 믿는다.   마이클 잭슨이 사타구니에 주먹 넣고 잼잼해서 세계를 정복한 지가 언제인데 비는 여전히 사타구니에 주먹 넣고 잼잼한다. 봤냐, 나 섹시하지 ?                   비 아저씨, 사타구니에 주먹 넣고 잼잼하지 마세요. 사타구니에 습진 걸려서 긁는 사람 같아요.  더러워요.  빌리 아일리시가 심심해서 집에서 오빠하고 대충 만들어 사운드 클라우드에 올린 곡이  << ocean eyes >> 라면 한국의 가수는 다 죽어야 한다.  2020년 그래미 어워드에서 빌리 아일리시가 올해의 신인, 올해의 노래, 올해의 앨범, 올해의 레코드상을 수상했을 때 그녀 나이 겨우 18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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