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빛난다 - 허무와 무기력의 시대, 서양고전에서 삶의 의미 되찾기
휴버트 드레이퍼스 외 지음, 김동규 옮김 / 사월의책 / 2013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잘 표현된 불행 ( 不行 )

 

 

 

 

 

 

나는 무늬만 목재인 것들은 절대로 쓰지 않는 구식 일꾼들을 안다. 그런 목재는 일에 전혀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은 안다. 숙련된 일꾼은 결심 판사과도 같다는 것을. 왜냐하면 나무는 대패(지금은 거의 사용되지 않지만)나 도끼(역시 패물이 된) 아래에서 이제까지 발견되지 않았던 성질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나 자신의 손으로 느꼈기에 나의 눈으로 아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문외한에게 가르칠 수는 없다. " 채찍처럼 질긴 " 톱밥과 " 당근처럼 쐐기꼴을 한 " 톱밥의 차이를 어떻게 가르칠 수 있으며, " 썩은 " 느낌과 " 푸석푸석한 " 느낌의 차이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는가? 참나무건 너도밤나무건 이런 차이들은 다 고르게 있다. 하지만 실제 작업을 해본 사람들만이 그것을 안다.

 

- 조지 스터트, The Wheelwright's Shop, < 모든 것은 빛난다' >에서 발췌

 

 

 

대한민국 기독교는 기복 신앙'에 뿌리를 둔다. 내 가족이 아무 탈 없이 생활할 수 있도록 만수무강'을 기원한다. 신앙 간증을 들어보면 " 핑계 없는 무덤은 없다 " 는 말은 틀린 말처럼 느껴진다. 레파토리'가 하나같이 똑같다. 개과천선'이다. 인간의 힘으로는 절대 할 수 없는 결과를 신의 도움으로 극복한다는,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최루성 가족 드라마'다. 기적을 경험한 간증인은 매사에 감사요, 축복이니 할렐우야, 다.  대한민국 대표적 삐딱이'인 나는 이 거지같은 노예 근성 앞에서 눈물은커녕 콧물만 훌쩍거리게 된다. 누군가가 이 글을 읽고 나서 나를 가엽게 여겨서 선도 대상으로 선정한 후 집중 관리 대상으로 삼았으면 좋겠다. 나 또한 감동적인 설교에 감읍해서 주를 섬기는 종이 되고 싶다. 비아냥이 아니라 진심'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사랑을 가르친 성자'였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예수 그리스도를 사랑'만 가르친 성자'라고 말하면 그것은 틀린 말'이 된다. 그는 사랑과 함께 아름답게 분노하는 법도 가르쳐준 성인'이었다.

 

그는 선동가였고, 혁명가였다. 그런데 대한민국 기독교는 이 대목은 쏙 빼먹은 채, 예수를 계룡산 뜬 구름 위에서 뒷짐 지고 설교하는 모습으로 이미지化한다. 우우, 하지 마라. 당신 입에서 와와, 를 기대한 것도 아니다. 예수가 당신의 소원 나부랭이 따위나 들어주는(당신의 간절한 소망 따위나 들어주는)  그런 하찮은 인물이라면 나는 차라리 산타클로스'를 신으로 섬기겠다. 붉은 악마 응원단은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는 멋진 슬로건'을 내걸고 광장으로 집결했지만 4강의 기적은 간절한 기도가 응답한 결과가 아니라 홈 어드밴티지'가 적용한 오심이 결정적 이유였다. 당시에 우리는 그 사실을 전혀 몰랐다. 기세가 등등했고 허세가 하늘을 찔러서 앞을 보지 못했다. 신은 응답하지 않는다. 부흥 집회 때마다 간증 시간에 오르는 그 수많은 사람들이 경험한 기적'은 신이 응답한 결과가 아니다. 만약에 신이 당신처럼 보잘것없는 인간의 소원을 들어주는 존재라면 신은 당신보다 더 꾀죄죄한 존재일 가능성이 높다.

 

당신이 자식이 좋은 직장에 들어갈 수 있도록 기도를 하거나 딸이 좋은 남편감을 만나도록 기도했을 때, 신이 그 응답을 들어주느라 바쁜 잔무에 시달려서 정작 아프리카에서 벌어지는 비극적 상황을 모르고 지나쳤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 진짜 신앙인'은 공과 사를 구분할 줄 안다. 자기 자식새끼에 대한 청탁은 하지 말자.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대한민국 기독교는 이미 자정 능력'을 상실한 지 오래'이다. 내가 예수 그리스도'를 사랑하는 이유는 行 할 수 있으면서 不行 했다는 점이다. 기독교인이라면 모두 다 아는 바, 예수는 기적을 행하는 자'이다. 앉은뱅이를 서서 걸을 수 있게 만들었고 나병 환자의 병을 치유하였으며 앞을 볼 수 없는 자는 앞을 볼 수 있게 만들었다. 그리고 부활하셨다. 하지만 예수는 기적을 행할 수 있는 능력'을 자기 자신을 위해 사용하지 않았다.

 

채찍이 살 속을 파고들어도, 못이 손과 발을 뚫어도, 한 모금의 물이 목숨보다 간절한 순간이 와도 그는 이 고통을 피하기 위해 기적을 행하지 않았다. 나라면 그리고 당신이라면 과연 그럴 수 있을까 ? 아마도 온갖 요술을 부려서 부귀영화를 누렸을 것이다. 내가 이 지점에서 말하고 싶은 것은 이것이다 : " 예수는 < 나 > 가 아닌 < 너 > 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 그런 점에서 사이비 한국 기독교 목사들이 믿음의 결과가 행복과 불행'이라고 말하는 것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예수는 행(幸) 과 불행(不幸)'을 말한 자'라기보다는 기적을 행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행하지 않은 < 行과 不行의 철학 > 에 대해 말한 성자'였다. 기독교의 참된 미덕은 기도에 대한 응답으로써 행복(幸福)을 얻으려는 욕망이 아니라 권력을 행할 수 있지만 행하지 않는 不行 에 있다. 초월적 힘을 남용하지 않으려고 했던 예수의 깊은 뜻이었다. 성서는 " 잘 표현된 不行 " 에 대한 텍스트이다. 그러므로 기적이 넘쳐나는 한국 기독교 간증 집회는 가짜'다.

 

< 모든 것은 빛난다 > 에서 저자는 호메로스를 통해서 다신주의를, 기독교를 통해서 유일신의 등장을 고찰한다. 저자가 보기에 일신주의는 전체주의적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이러한 부작용은 결국 니체가 신은 죽었다, 고 선포하게 된다. 그런데 우리가 니체에 대해서 오해하고 있는 것은 니체가 " 신의 죽음 " 을 선언한 근본적인 이유는 무신'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니체는 무신을 주장하지 않았다. 그는 다신주의'로 돌아가자는 의미에서 신은 죽었다고 말했을 뿐'이다. 저자는 6장 < 백경 > 을 통해서 " 우주는 인간에게 무관심하다 " 는 사실'을 읽어낸다. 내 식대로 말하자면 " 신은 응답하지 않는다 ! " 이다. 요즘 유행하는 < 응답하라 시리즈 > 로 설명하자면, 당신이 아무리 신에게 삐삐를 치고, 시티폰으로 통화를 시도해도 신은 당신의 전화를 생깐다. 그는 지구를 다스리는 자가 아니라 우주를 다스리는 자'다. 광활한 우주를 중심으로 보자면 지구는 모래알처럼 작지 않을까 ?  

 

당신이 자꾸 " 하느님, 응답해주세요 ! " 라며 징징거린다면 당신은 하느님을 꾀죄죄한 인간으로 취급하는 불경을 저지른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배교자(背敎者) 는 내가 아니라 바로 당신이다. 결국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신의 응답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다. 내 이웃의 대부분은 노동자'다. 그러므로 노동자를 사랑해야 한다. 조지 스터트는  " 나 자신의 손으로 느꼈기에 나의 눈으로 아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문외한에게 가르칠 수는 없다. " 채찍처럼 질긴 " 톱밥과 " 당근처럼 쐐기꼴을 한 " 톱밥의 차이를 어떻게 가르칠 수 있으며, " 썩은 " 느낌과 " 푸석푸석한 " 느낌의 차이를 설명할 수 없 " 다고 말했지만 배운 게 많은 놈들은 그 느낌의 차이를 허세 가득한 문장으로 그럴듯하게 설명할 수는 있다. 대패를 만져본 적도 없는 놈들이 하는 말이니 그 말은 그럴 듯하자만 가짜다. 기적을 경험한 자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

 

훌륭한 목수가 연장 탓을 하지 않는 이유는 대패질을 하기 전에 이미 좋은 목재를 알아볼 수 있는 눈을 가졌기 때문이다. 연장을 망가뜨리는 것은 질 나쁜 목재'이니 자신이 가진 연장이 망가졌다는 사실은 좋은 목재를 볼 능력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옛날, 예수는 목수'였다. 목수의 나무 木에 손 手다. 목수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이득을 취하는 자가 아니라 오로지 팔의 힘으로 먹고 사는 독립적 인간이다. 그것은 신에 의지해서 징징거리는 나약한 인간들과는 전혀 다른, 어떤 숭고한 지점이다. 성경을 펼쳐 본다. 잘 표현된 不行'을 읽는다.   사진 속 남자는 목수의 아들'이었다. 그가 배운 것은 인간 서열에 따른, 인간 관계에 따라서 얻게 되는 이득이 아니었다. 오로지 手의 힘으로  가계를 이룬 숭고함이었다. 목수였던 아버지는 " 나 자신의 손으로 느꼈기에 나의 눈으로 아는 " 사람이었다. 아들은 커서 어른이 되었고, 한 여자의 남편이 되었으며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되었다. 그도 손으로 느꼈기에 눈으로 아는 사람'이 되었다. 건투를 빈다. 진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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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탈야 2014-01-02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오... 훌륭한 뒷태를 지닌 목수의 아들이로군요. 아름다운 사진입니다.
저 사람의 아버지는 지금도 톱밥을 먹고 사신다고 합니다. 아직도 손에서 톱을 놓지 못하시니... 이제 연세를 생각하자면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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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스런 자식이라면... 뭘 해달라고 애원하지 않아도 해주는 것이 부모/신의 마음아니겠습니까...

<기복신앙 아웃>

곰곰생각하는발 2014-01-02 16:26   좋아요 0 | URL
전 옛날부터 목수 = 예수'다 라는 생각을 하고는 했습니다. 둘 다 수 字로 끝나잖아요. 제 아버지는 칠쟁이'였죠. 만날 옷에 뺑끼가 떨어져서 옷이 완전 무지개 작업복이었죠. 옛날에는 그 모습을 부끄러워했으나 돌이켜보면
참 자랑스러운 직업을 가진 것이었습니다. 얼마나 멋집니까. 사람 등쳐서 이익을 취하지도 않고
스스로 일해서 땀의 대가로 가계를 일으켜다는 것 말이죠.
노동자가 숭고해지는 날이 오겠죠.
서울역 분신에 대해서 죽음에 대해 조롱하는 기사를 보면....
참, 이 나라는 도무지 어떤 희망이 보이지 않습니다. 연장을 든 손은 아름답죠. 그 사실을 알아야 할 것 같습니다.

참... 이 책 시간 나시면 읽어보십시요. 매우 탁월한 책입니다. 백경에 대한 해석은 탁월함...

나탈야 2014-01-02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초딩때 생각이 납니다. 가정환경조사 한답시고, 학교에서 적어오라는 게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진짜 좆같아요. 아빠 직업... 부모님 학력사항... 집이 전세인지 월세인지...

그걸 적을 내야할 때마다 무지 스트레스 였어요. 어린맘에... 부끄러웠거든요.
엄마가 그걸 적을 때면 내 눈치를 살피곤 했는데... 알어서 거짓말로 적어주시더라구요.
아빠는 중졸인데- 고졸로 적고, 직업은 목수지만- 그냥 회사원이라고 적고.
엄마는 알았습니다. 그걸 내가 쪽팔려 했다는 걸.

빌라 지하 단칸방 살 적에는, 하교할 때 우리집 앞을 지나가는 학교애들이 없는 틈을 타- 후다닥 지하로 뛰어들어갔죠. 행여 어느 친구라도 날 발견할까봐서...

근데 언젠가 홍수가 나서 피신 차 주인집 3층에 잠시 얹혀 살때는 하교해서 집에 들어갈 때 보란 듯이 당당히 3층으로 걸어올라갔더란 말이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4-01-02 17:02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간사한 나턀야......
전 아버지가 뺑끼 노동자였지만 어머니가 유명한 강남 복부인이셔서 아파트에 살면서 시간제 가정부도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정말 회게하시고 복부인을 부끄러워하며 종교인이 되셨지만 말입니다....
하여튼 어릴 때는 이거 부모 자체가 좀 쪽팔린 존재였어요. 저도 어머니가 학교 오면 무지 창피해했습니다.
아마도 우리가 노동자 부모를 부끄럽게 생각한 이유는 가난하기 때문이 아니라
부모들이 노동자라는 직업을 잘 가르쳐주지 않았기에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내 친구 아버지는 구청 청소를 하셨는데 이 친구는 늘 자랑을 하더라고요.
하도 자랑을 해서 언젠가는 리어커 끌어준다고 새벽에 나와서 친구와 함께 친구 아버지 리어커를 끌어준 적도 있습니다.

나탈야 2014-01-02 1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페루애님 말씀이 옳습니다. 노동에 대한 잘못된 관념에서 비롯된 게 맞는 거 같아요.
세상에 부끄러운 일이란 게 어딨습니까?
조폭, 사채업자, 머 이런 거 말고 말입니다. (복부인은... 음... 잘 모르겠습니다. 악덕업자가 아닌 이상은...)
여튼.

환경미화 아저씨들이 이렇게 천대받는 나라는 아마도 대한민국밖에 없을겁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1-02 17:24   좋아요 0 | URL
정말 작년에 홍대 청소 노동자에 대한 홍대 총학생회 응대는 정말 끔찍하더군요. 멱살 잡고 침이라도 뱉고 싶었음.
다른 나라는 노동자가 파업을 하면 어느 정도 불편하지만 지지한다는 인식이 깔려 있거든요.
주종동 새끼처럼 월급부터 얼마네 따위로 하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기득권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부자가 구두 업장 노동자를 무시하고, 구두 매장 관리 노동자는 이마트 노동자를 무시하고, 이마트 노동자는 청소 노동자를 무시하는 구조를 만드는 거죠. 이게 바로 그들을 먹여살리는 구조이거든요.
노동자가 노동자를 무시하고 경멸하면 박근혜의 뻘짓에도 콘크리트 지지율이 나오느깐 말이죠. 철도노동자를 경멸하는 주체는 이건희가 아니라 같은 노동자죠. 지도층은 이 구조를 우려먹으려고 할 겁니다.

노동자가 노동자를 스스로 자랑스럽게 생각하도록 만들어야 합니ㅏ.

나탈야 2014-01-02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파업에 관하여, 귀족노조다 뭐다 임금문제를 걸고 가는 짓은, 애초 목적이 노동자 간 분열을 조장하는 책동입니다.
얼마를 받건 무슨 일을 하건 다 같은 노동자일 뿐인 건데, 거기에다가 계급질을 갖다 붙여 서로 간에 싸움박질을 하게 만들죠.
매우 몹쓸 짓.

프랑스인가? 울나라에선 대표적으로 귀족노조로 낙인찍힐 만한 <항공노조>가 파업을 해도 여타 저임금 기술노동자들의 전폭적 지지를 받습니다. 이게 정상이에요.
임금의 차등은 현실입니다. 파일럿이 하나 만들어지기 위해 투입된 비용, 엄청난 경쟁률 등을 생각해 보면 고임금인 건 당연한 일입니다. 어떤 놈들은 근무시간까지 걸고 넘어지며, 임금에 딴지를 걸더군요. 그 놈들 논리로는 하루 8시간 내리 운항하고도 안정을 취할 시간 없이 다음날 칼같이 8시간 또 비행기 조종해야 형평성이 맞다는 겁니다. 승객 안전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이 없는 새끼들이거든요.

여튼.

노동자가 노동자 물어뜯는 좆가튼 현실이 이나라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입니다.

유럽에는 국회의원들 조차 노동조합에 가입되어있는 경우가 흔합니다. 그들 스스로도 자신들을 노동자로 인식하는 개념이란 게 있어요.

울나라 국회의원들은 다 개새끼들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1-02 18:00   좋아요 0 | URL
이 새끼들은 철도 노동자가 무조건 8시간 운행을 해야 그게 노동인줄 압니다. 그런 식으로 따지면 국회의원은 국회의사당에서 8시간씩 싸워야 합니다. 대한민국 국희외원 연봉이 세계에서 일본 다음으로 제일 비쌉니다. 그런데 정작 복지는 망국이다, 라고 주장한 국가들 스웨덴 이런 나라 국희의원 월급은 한국 국회의원보다 1/2배입니다. 거의 꼴찌 수준이에요. 한국은 서민 = 노동자' 라는 걸 인식 못합니다.

자신이 노동자이면서 노동자'라고 생각을 안 하고 서민이라고 생각하죠.
서민이 노동자인데 말이죠. 이런 인식을 잘 세뇌시킨 걸 보면 새누리는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나탈야 2014-01-02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노동자>라는 말을 쓰는 순간 <빨갱이> 인증하는 겁니다.

<노조>는 간첩들일 뿐인 거구요.

이게 지금의 대한민국.

곰곰생각하는발 2014-01-02 21:17   좋아요 0 | URL
노동자가 빨갱이가 되는 나라라....
이건 모든 노동자를 인민이라고 생각하는 북한과의 차이점을
잘 못 느끼겠군요.....

만화애니비평 2014-01-02 1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만큼 기독교가 구복신앙에 가까운 체계는 없죠...

곰곰생각하는발 2014-01-02 21:18   좋아요 0 | URL
구복신앙은 무슨 뜻인가요 ? 구할 구에 복 복이면 복을 구한다인데.. 흠흠...
같은 뜻이구만요... 구복'이란 단어도 있네요..

pB 2014-01-03 05: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루루님 이 글 정말 좋아요! 이 글은 어떻게 스크랩 해 갈 수 없는 건가요? ㅜ_ㅜ 블로그에 담고시푸당

곰곰생각하는발 2014-01-03 09:39   좋아요 0 | URL
음... 스크랩이라, 여긴 복사 허용 이런 기능도 없어서 저도 뭐라할 수 없네요.
그냥 긁기 하면 복사 안 되나요 ? 긁적글적....

만화애니비평 2014-01-03 0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복신앙이 원래 낱말이나 구복에 가깝죠. 복을 구하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1-03 09:40   좋아요 0 | URL
오홍, 글쿤요... 하긴 기복이나 구복이나...
 

 

 

 

어느 알라디너가 소개한 < 여자 만화 시리즈 에피소드 > 는 내용이 다음과 같다 : ① 날씨가 좋다 ② 빨래를 널고 ③ 화분도 내다놓는다 ④ 아, 날씨 좋네 ! 시부랄. ⑤ 빨래가 잘 마르니 태양은 훌륭한 가전제품. < 끗 ! > 이 에피소드'를 읽고 나니 정말 태양은 좋은 생활 가전제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성능 좋은 빨래 건조기'이니 말이다. 이 생각'을 확대하면 태양은 다양한 기능을 가진 만능 가전 제품이다. 우선 " 태양은 주요 에너지 공급원으로, 인류가 이용하는 에너지의 대부분은 태양에 의존한다. 수력·풍력도 모두 태양에 유래하고, 나무·석유·석탄도 태양열을 저장한 것이며, 오직 조석력(潮汐力)·화산·온천·원자력 등이 직접 태양열에 의존하지 않는 에너지 자원 / 두산 대백과 中 " 이니 가정용 자가 발전기이며, 열 에너지를 전달하니 곤로'이기도 하다. 그뿐인가 ? 태양은 우울증 환자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성분을 생성하기 때문에 천연 우울증 약'이기도 하며 비타민제이다. 그리고 가장 눈부신 광원이니 백열전구이며, 살균 효과가 있으니 살균소독기'이기도 하고, 석양이 물들면 야시시한 조명'을 선사하니 알전구 스탠드'이기도 하다. 하, 너무 다양한 기능을 가진 가전 제품'이 아닐 수 없다. 스스로를 " 가진 거라고는 맨발의 청춘 " 이라거나 불알 두 쪽'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알거지'들도 사실 따지고 보면 가장 근사하고 비싼 가전 제품'을 꽤나 소유한 사람이다. 밑비닥 알거지'라 해도 ㉠ 성능 좋은 빨래 건조대 ㉡ 비타민 건강보조제, ㉢ 항우울제  ㉣ 따스한 보일러  ㉤ 최소 12시간 정도 지속되는 백열전구 ㉥ 근사한 스탠드 ㉦ 살균 소독기 ㉧ 공기청정기 외 기타 등등을 보유한 것이다. 이 정도면 그럭저럭 든든한 살림 밑천'을 구비하고 사는 삶'은 아닐까 ? 이래저래 태양은 정말 좋은 가전제품'이다.  동정 없는 세상'보다 끔찍한 삶은 볕(이라는 이름의 가전제품) 없는 삶이다. 신은 공평하다. 비록 성정 고약한 하나님은 인간을 에덴 동산'에서 쫒아냈지만,  쫒아내고 보니 안쓰러운 것이라. 그래서 기본적인 살림 밑천'을 그들에게 보내준 것이다.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말이다. 볕은 신이 인간에게 주는 살림 밑천'이다.  

 

-  신이 인간에게 주는 살림 밑천 中

 

 

 

 


 

 

 

 

치워라, 그늘 !

 

 

 

 

민달팽이

 

                           김신용

 

 

냇가의 돌 위를
민달팽이가 기어간다

등에 짊어진 집도 없는 저것
보호색을 띤, 갑각의
패각 한 채 없는 저것
타액 같은, 미끌미끌한
분비물로 전신을 감싸고
알몸으로 느릿느릿 기어간다

햇살의 새끼손가락만 닿아도
말라 바스라질 것 같은
부드럽고 연한 피부,
무방비로 열어놓고
산책이라도 즐기고 있는 것인지
냇가의 돌침대 위에서 午睡라도
즐기고 싶은 것인지
걸으면서도 잠든 것 같은
보폭으로 느릿느릿 걸어간다

꼭 술통 속을 빠져나온
디오게네스처럼
물과 구름의 運行 따라 걷는 운수납행처럼
등에 짊어진 집, 세상에게 던져주고
입어도 벗은 것 같은 사衣 하나로 떠도는
그 우주율의 발걸음으로 느리게
느리게 걸어간다

그 모습이 안쓰러워,
아내가 냇물에 씻고 있는
배추 잎사귀 하나를 알몸
위에 덮어주자
민달팽이는 잠시 멈칫거리다가,
귀찮은 듯 얼른 잎사귀
덮개를 빠져나가버린다

치워라, 그늘!

 

 

 

 

 

s가 손창섭의 < 인간동물원초 > 를 읽어 보라고 했을 때, 나는 시큰둥했다. 21세기에 무슨 50년대 소설'인가 ! 더군다나 흔해빠진 한국 소설을 말이다. 신경숙의 질질 짜는 서사와 김연수의 말랑말랑한 문장에 질려버린 터'였다. 더군다나 문예지를 구독해서 볼 만큼,문학에 대해 열정이 있는 문학 소녀와 문학 청년'들이 칭송하는 고은과 황석영의 작품을 나는 좋아하지 않았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아는 것이 없으니 고은의 시'는 코끼리 코로 그린 추상화 같았다. 계룡산 뜬 구름 위에서 내다보는 듯한 산신령의 관조적 허세'가 읽혔다. 하여튼 약속을 했으니 읽어 보리라 마음 먹고 도서관을 찾았다. " 인간동물원초 " 는 단편이었다. 20분이면 다 읽을 분량이었다. 아무 생각없이 읽기 시작했다. 그 후, 나흘 연속으로 도서관을 찾아서 손창섭 소설은 물론이고 손창섭과 관련된 서적을 모두 읽었다.

 

정말 끝내주는 작가'였다. 내가 아는 범위 안에서 손창섭만큼 전복적이며 파괴적인 작가'는 없었다. 세태 소설'이라는 이름으로 평가 절하된 < 삼부녀 > 는 작품성을 인정받은 현대 소설들과 견주어도 결코 뒤지지 않았다. 오히려 독보적이었다. 손창섭은 " 불온의 제왕 " 이다. 그를 알기 쉽게 소개하자면 " 데이빗 린치的 " 이다. 내가 손창섭에 대해 이렇게 들뜬 이유는 아무 기대도 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잔뜩 기대를 한 채 손창섭 소설'을 접했다면 오히려 무덤덤하지 않았을까 ? 그런 면에서 보자면 김신용이라는 시인의 발견은 나에게는 경이로움이었다. 내게는 우연히 접한 시인'이었기 때문에 기쁨은 더 컸다. 그것은 주류가 되지 못한 채 꾀죄죄한 홍대 변두리 클럽을 전전긍긍하지만 실력 하나만큼은 끝내주는 인디 밴드'를 알게 되었을 때의 기쁨이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김신용은 이미 문단에서 꽤 유명한 시인이었다)

 

도장골 시편'에 수록된 < 민달팽이 > 는 패각 한 채 없이 헐벗은 민달팽이의 겨우-삶'을 바라본다. 집도 없이 벌거벗은 미물에 대한 시인의 통속적 접근이 뻔하듯이, 시 속에 등장하는 아내는 배추 잎사귀 하나를 떼어 민달팽이 위로 그늘을 만들어준다. 없이 사는 것에 대한 연민'이다. 만약에 시가 여기서 끝났다면 이 시는 시시한 시가 되었을 것이다. 시인은 마지막 연에서 " 치워라, 그늘 ! " 이라고 쓴다. 이 문장은 마치 민달팽이가 인간에게 던지는 속말 같다. 타자의 동정에 대해서 단호히 거부하는 몸짓을 통해서 민달팽이는 단단한 실존'을 스스로 증명한다. " 치워라, 그늘 ! " 을 다른 식으로 표현하자면 " 볕을 가리지 말라 ! " 와 일맥상통한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이다. 그렇다, 볕을 가린 잎사귀는 알렉산더 대왕'이고, 민달팽이는 꾀죄죄한 디오게네스'다. 김신용 시인은 민달팽이를 보며 그 무시무시한 알렉산더 대왕 앞에서도 쫄지 않으셨던 맞짱 디오게네스 선생'을 떠올린다.

 

어쩌면 디오게네스'는 역사상 최초로 " 일조권 " 을 주장했던 인물로 기록될 것이다. 일조권의 사전적 의미는 : " 태양 광선을 확보할 수 있는 권리. 인접 건물 따위에 의하여 자기 집에 태양 광선이 충분히 닿지 못하여 생기는 신체, 정신, 재산의 피해에 대하여 보상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 / 네이버 국어 사전 " 이다. < 볕 > 은 결국 공공재'라는 것을 의미한다. 남양유업 사태'에서 내가 눈여겨본 것은 완장을 찬 놈이 입에 게거품을 물고 지랄을 하는 낯익은 풍경이 아니라 남양(南陽)이라는 기업 브랜드 네이밍'이었다. 남쪽 남에 볕 양'을 사용했다. 품질 좋은 볕'을 지향한다는 소리이다. 문제는 남양유업이  노동자가 사는 터 앞에 볕(陽 : 볕 양 ) 이 잘 드는 으리으리한 집을 지어 노동자의 집에 그늘(凉 : 서늘할 량 )을 드리운다는 점이다. 남양(南陽) 유업은 결국 납량(納陽) 유업인 셈이다. 납량유업 노동자가 외친 절규는 " 볕을 가리지 말라 ! " 는 소리이며 " 치워라, 그늘 ! " 이라는 외침이다.

 

언론사 평균 연봉

 

인간은 누구나 볕을 공정하게 쬘 권리가 있다. 그런데 한국 사회'는 " 볕을 가리지 말라 ! " 는 요구를 배부른 소리'라거나 빨갱이들이 하는 소리라고 일갈한다. 1억 4천만 원짜리 드럼통(국회의원 연봉)이 6천만 원짜리 철밥통 보고 귀족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대한민국 노동자는 6천만 원짜리 철밥통 이상을 욕망하면 불순한 욕망을 품은 세력이 된다. 조선일보는 날마다 < 6000만 원 호화 연봉論 >을 주장하며 철도 노조를 너절한 집단이라고 비난했지만 정작 조선일보 기자들의 평균 연봉'이 8274만 원'을 넘는다는 사실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 누누이 강조하자면 순우리말 가운데 한 글자'인 단어는 절대적인 존엄성을 가지고 있다. < 사랑 > 이라는 단어가 2음절이고 < 밥 > 이라는 단어가 1음절인 이유는 사랑보다는 밥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몸의 기관들 : 낯, 눈, 코, 입, 귀, 손, 발, 좆, 젖'이 모두 1음절인 이유도 없어서는 안 될 신체이기 때문에 그렇다.

 

< 볕 > 도 마찬가지다. < 밥 > 만큼 중요하다. < 좆 > 만큼 중요하다. 디오게네스는 왜 알렉산더 대왕 앞에서 볕'을 화두로 이야기를 꺼냈을까 ? 남의 볕을 탐하지 말라. 세상 모든 권력을 쥔 알렉산더 대왕도 꾀죄죄한 디오게네스의 일조권 요구에 옆으로 비켜서지 않았더냐. 당신은 누군가에게 따스한 볕이 된 적이 있었더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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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미에르 2014-01-01 1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멜 확인 요망.
노래 녹음만 남았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1-01 12:30   좋아요 0 | URL
확인했습니다. 기타 연주 들어갔더니 뭐 음감이 풍부해졌습니다.
기타 연주 좋군요. 신인 가수 빡세게 시켜서 노래 잘 뽑으셔야 합니다.

새벽 2014-01-01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좀 생뚱 맞는지도 모르는데.. 이발하면서 그런 생각을 합니다.
이렇게 정성껏 머리 깎아주고 고객에게 심미적, 위생적 만족감을 주는 헤어 디자이너들이 과연 일부 돌팔이 의사들 진료행위보다 못한 노동인가.. 그 연봉과 처우 차이는 도대체 왜..?! (읭..)
이건 뭐 워터-다이아몬드 역설도 아니고.. 여튼, 치워라! 그늘!!

비로그인 2014-01-01 13:02   좋아요 0 | URL
아.. 읽고 흥분돼서 급하게 다느라 또 비로그인으로 달았... ;;

곰곰생각하는발 2014-01-01 13:12   좋아요 0 | URL
옛날에는 실제로 이발사가 의사를 겸직했습니다. 어차피 가위질이잖아요.
종종 의사들이 나와서 토크쇼에서 사회 현상을 진단하고 그러는 걸 보면 꼴사납다는 생각이 듭니다.

수다맨 2014-01-01 1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경향신문 생각보다 너무 가난하더군요. 그래도 종이신문 중에는 나름 괜찮고 저명한 신문인데 저렇게 봉급이 짤(!) 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조선일보는 기자 초봉이 5000쯤 된다는데, 경향신문은 부장급까지 올라가도 연봉이 4000 안팎이라더군요-_-;;;;

곰곰생각하는발 2014-01-01 21:22   좋아요 0 | URL
기자 정신이냐 돈이냐, 죠.
기자 양심을 지키려면 돈을 적게 받아야 하고,
돈을 많이 받으려서 기자 정신을 버려야 합니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기에.. 조선일보는 돈을 많이 주는 거 같습니다..

엄동 2014-01-02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년인가
ebs 지식채널에서 소개된 프로퍼블리카"란 온라인언론사가 있죠
퓰리처상을 2년 연속으로 받은.
상업언론에 반대하고 대부분 언론사가 기피하는 분야,
주로 권력남용사례를 다루는.

장자연건때 쌩까고
최근 송강호에게 급쩐"이 필요하냔 멘트를 날려준 조선일보
서해 기름유출때 변죽만 울리다만 중앙일보 .; .

근 몇년간 가장 고액연봉의 언론사들을 보니.
대한민국에선 길이 없을
프로퍼블리카"가 떠오릅미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1-02 16:14   좋아요 0 | URL
아마 대한민국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 국가가 될려면
조선일보가 플리처 상을 받는 날이
와야 할 것입니다.
조선일보가 확실히 공공의적이긴 해요.
송강호 급전 멘트 때리는 기술을 보면 말이죠.
 

 

 

 

 

2013, 올해의 사사건건. 

 

 

 

 

■ 남양유업 사태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351795 ( 남쪽으로 튀어 ! )

군대 가기 전까지 시간이 남아서 공사판에서 일을 했다. 처음에는 새벽에 여는 직업소개소에 가서 소개비를 내고 일을 했다. 입에서 단내가 났다. 하지만 요령이 생기다 보니 그럭저럭 할 만했다. 스무 살 청춘이 아니었던가. 철근도 씹어먹을 판국에 12시간 노동이 그리 힘들지 않았다. 공사판에서 만나 알게 되었던 형이 아파트 공사 현장으로 불렀다. 직업소개소를 거치지 않았기에 소개비를 낼 일이 없으니 내 입장에서는 그만큼 좋은 일이었다. 그 형과 함께 아파트 현장에서 3개월을 함께 일했다. 정확한 기억은 나지 않지만 그 형 고향이 남해 섬이었다. 여자도'였던가 ? 하여튼 매우 작은 섬'이었다. 점심을 먹고 남은 시간에 볕 잘 드는 담벼락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남해 꾀죄죄한 섬 마을 이야기를 하다가 내가 주위를 둘러보며 " 남쪽이면 어느 쪽이죠 ? " 라고 묻자 형은 한심하다는 듯 내게 말했다.

 

" 남쪽이 어디긴 어디냐. 대한민국은 아파트가 나침판이랑께. 니 저기 바라잉 ! 저건 50평짜리 아파트 현장여. 글구 저쪽은 13평이랑께. 창문 방향이 서로 다르제 ? 답은 뻔하지 않것냐. 50평 부자 아파트가 남쪽이다. 긍께, 내가 태어난 고향은 저기랑께. " 그렇다 ! 부자들이 누릴 수 있는 특혜 가운데는 < 남쪽을 공유 > 하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 올해 봄, 남양유업 사태가 벌어졌을 때 제일 먼저 떠오른 단상은 남해 꾀죄죄한 섬에서 태어난 막노동꾼 형이 가르쳐준 강남에서 방위각을 아는 방법'이었다. 이건희 집은 창이 남쪽을 향해 있다 ! 아마, 남양유업 사장 집도 창은 남쪽을 향해 있을 것이다. 조사해 보니 " 남양유업 " 에서 남양은 " 南陽 " 이라고 한다. 남쪽 남, 볕 양'이다. 남양유업 기업 이미지는 볕 잘 드는 남쪽 집 (남향집)이다. 하늘색을 기업 이미지 색'으로 채택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런데 남양유업 사태를 통해 밝혀진 기업 경영 윤리는 납량 특집'에 가까웠다. 볕 양陽'이 아니라 서늘할 량凉'인 것이다. 남양유업 사태는 갑을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윤창중 사태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375466 ( 빤스 벗고 덤벼라 )

모두가 반대했지만 단 한 사람만이 윤창중을 원했다. 청와대 입성을 자신의 영혼을 향한 모독이라며 목에 핏대를 세우며 화를 냈던 그가 박근혜 대통령이 그를 대변인으로 낙점하자 그는 망설임없이 넙죽 받아들였다. 영혼을 향한 모독이고 나발이고 간에 그리 신경 쓰지 않겠다는 자세였다. 어쩌면 이 신속한 자세는 필연적인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그에게는 영혼 자체가 없었는지도. 벼락 같은 출세에 그는 몸둘 바를 몰랐을 것이다. 그리고는 서서히 권력이라는 단물이 얼마나 황홀한 것인가를 몸소 터득했을 것이다. 워싱턴'에서 그는 외로웠다. 손이 발기하기 시작했다. 피노키오는 거짓말을 하면 코가 커지고, 변강쇠는 해 질 녁'에 오줌을 누면 동이 틀 무렵에나 바지춤을 올릴 만한 어마어마한 방광을 가지고 있었지만 윤창중 선생님은 외로움에 몸부림을 칠 수록 손이 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동이 틀 무렵 바지춤을, 아...... 내렸다. 이 수화手禍 사건은 훗날 윤창중 GRAB 사건으로 널리 회자된다. grabber가 욕심이 많은 사람'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보면 grab과 crab은 일맥상통하는 구석이 있다. 옆으로 가는 < 게 > 라는 뜻인데 성깔이 까탈스러운 사람'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복수형 -s'가 붙으면 매독'이 된다.  인간 crab 윤창중 선생님은  박근혜 정권이 그 어떤 잘못을 해도 흔들리지 않았던 지지율을 한 방에 날려버리셨다. 대다나다. 위인'이다.

 

 

국정원 사태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258326 ( 셀프 카메라가 당신을 노린다 )

이 사태에 대한 코멘트는 생략하기로 한다. 국정원에 대해 쉰소리를 했다가는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을 수도 있기 때문에 ! ( 식탁 웰빙은 풀무원, 동물 재롱은 동물원, 클린 댓글은 국정원 ! )

 

 

안녕하십니까 대자보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767266 ( 변호인, 밥의 힘으로 일어서야 하는 어떤 숭고한 직립 )

남양유업 사태'는 甲과 乙이라는 불공정 구조'가 얼마나 폭력적인가를 일깨워준 사례였다. 우리는 열심히 살아서 乙을 벗어나고자 하지만 甲으로의 진입 장벽이 생각보다 견고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개천에서 용 난 이'는 증평의 촌년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김미경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었다. 이 불안감은 스펙'에 대한 집착으로 변질되어서 모두 spec grabber'가 되었다. 홍대 청소 노동자가 점심을 먹을 장소가 없어서 화장실 바닥에 앉아 쭈그려 밥을 먹어야 하는 비윤리적 작업 환경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자 돌아온 타박'은 시끄러워서 공부를 할 수 없다는 스펙 그랩버'의 항의'였다. 홍대 도서관을 불 밝히는 형광등 100개의 아우라'는 오로지 甲이 되기 위한 乙의 욕망이었나 ? 그리고 1년 후에 누군가가 대자보를 붙였다. " 모두들 안녕하십니까 .... " 로 시작하는 안부 글이었다. 안녕하지 못한 청춘들은 이에 대해 응답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 좋아요 > 와 < 공감 > 으로 이루어진 사이버 소통이 아니라 손 편지로 작성된 아날로그적 감성이었다. 남성보다 여성이 안녕하십니까 대자보'에 더 크게 공감한 이유는 편지 형식을 빌린 안부였기 때문이었다. 발신자는 있으나 특정 수신자는 없는, 얼굴을 모르는 펜팔 친구에게 보내는 이 공감은 꽤나 큰 울림을 선사했다. 자기 밥그릇을 위해서 이웃의 허기를 외면할 때마다 한쪽 가슴이 아렸던 통증을 기억하며 말이다.

 

 

철도 파업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771757 ( 한 줌의 밥과 한 줌의 도덕 )

나는 철도 파업'이 밥그릇을 위한 싸움이 아니라 대의를 위한 투쟁이라는 말에 반대한다. 철도 파업은 밥그릇을 위한 싸움'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지지한다. (오히려 대한민국의 안녕과 평화를 위한 투쟁이라면 반대한다) 평균 근속 연수 19년을 하루도 빠짐없이 출근해야 얻을 수 있는 6000만 원짜리 철밥통'이 탐욕이 만들어낸 집단 이기주의'라면 경력이 겨우 4년 남짓한 국회의원이 받는 1억 4000만 원짜리 드럼통'은 무엇으로 이해해야 할까 ? 내 상상력은 지극히 상식적이어서 1억 4000만 원짜리 드럼통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싸이-파이的 감수성을 동원할 수밖에 없다. 이 드럼통은 아스트랄'하다. 육천만 원짜리 철밥통을 욕하기에 앞서 일억 사천만 원짜리 드럼통을 욕해라. 그리고 교수를 겸직한 정치평론가들이 교단에서 학생들은 안 가르치고 방송 출연할 때마다 휴강 딱지'나 붙이고 방송국 스튜디오'에 얼굴을 들이미는 교수들이 과연 철도 파업'에 대해서 무책임한 짓이라고 욕할 수 있을까 ? 천만 원 등록금을 생각하면 " 텔레비젼에 내가 나왔으면 좋겠다 " 는 동심을 가지고 휴강을 남발하는 당신이야말로 무책임한 짓은 아닐까 싶다.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는 꼴이다. 철도 파업이 빨갱이들이나 하는 짓이라면 정치 파업은 그보다 더한 색깔이다.

 

 

향숙이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749861

2013년이 지난다. 끝으로 향숙이에게 안부를 묻는다.

 

 

 

 

http://blog.aladin.co.kr/749915104/6554216 : 볕과 가전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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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우 2013-12-31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 내용과는 무관 하지만 저는 페루에님이 하신 말중 최고의 가전제품은 햇빛 이라고 하신게 제일 기억에 남네요.
이상하게 눈부신건 적응이 안되는데, 밤에 일어나는 올빼미인 저도 그말을 들으니 낮에 일어나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ㅎㅎ

비로그인 2013-12-31 16:47   좋아요 0 | URL
저두요. 가장 기억에 남는 글 중 하나였어요. :)

곰곰생각하는발 2013-12-31 17:26   좋아요 0 | URL
워낙 주옥같은 글들이 많아서 일일이 기억은 안 나는군요..ㅎㅎㅎ
햇빛은 가전제품이란 말은 아마 일본 만화 작가의 만화에서 한 토막 빌린 글입니다.
저도 워낙 경탄해서 그걸 소개한 꼭지에서 인용한 글일 거예요.
여긴 검색 기능이 개판이어서 검색할 때마다 화딱지가 나서 못 찾겠네요...ㅎㅎ


아, 지금 찾았네요. 걸어둡니ㅏ. 댓글 창에 걸어두면 링크가 안 걸리더라고요.
하여튼 알라딘 더럽게 기능이 후짐....

비로그인 2013-12-31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맞아요. 남쪽으로 튀어,가 남양유업에 대한 글이었죠.. 읽었던 글 맞구낭..
곰곰발님 글은 영화랑 현실과 초현실이 워낙 겹쳐져서.. ^^;

곰곰생각하는발 2013-12-31 17:19   좋아요 0 | URL
뻥이 팔 할이고 허세가 이 할인 불로그입니다..

rtour 2013-12-31 1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딴소리. 동네에 탕슉 트럭이 와서 5000원 어치 샀어요. 고량주 땡기네요. 그런데 없어요. ㅜㅠ

곰곰생각하는발 2013-12-31 20:27   좋아요 0 | URL
워낙 딴소리'의 대마왕이서셔서 별로 놀라지는 않습니다.
턍쇽에 보드카, 위스키 이런 것은 은근 잘 어울립니다. 압생트 한 잔 마시고 싶군요....

수다맨 2014-01-01 0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iarari&logNo=80192056666
윗 글과 관련이 있지는 않지만, 왠지 곰곰발님께서 좋아하실 듯해서 인터넷 주소를 가져왔습니다.
김신용 선생의 인터뷰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1-01 07:30   좋아요 0 | URL
전 이게 링크가 안 걸립니다. 하여튼... 찾아서 읽겠습니다.

3시 2014-01-01 0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꽁짜로 좋은 글 맘껏 읽을 수 있어서 즐건 한 해였어요 감사드립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1-01 07:30   좋아요 0 | URL
공짜라니요. 일일이 청구할 계획입니다.

만화애니비평 2014-01-01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향숙이는 이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1-01 14:04   좋아요 0 | URL
향숙이는 이쁩니다...

엄동 2014-01-02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든 글들이 주옥, 아니 구슬"같았더랬죠.
낄낄낄

자연스레 공감하고
사심없이 웃음짓고
깨알같은 즐거움에 빵빵 터지는

곰발님 블로그 만쉐이!

해피해피뉴이얼이예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1-02 16:13   좋아요 0 | URL
엄동 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요. 진심입니다.
 

 

 

 

 

 

이언 맥큐언의 < 속죄 > 라는 소설 속에는 cunt'라는 단어가 전체 서사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남자는 여자에게 그날 있었던 일에 대해 사과 편지를 쓰다가 갑자기 사랑 고백 편지‘로 빠진다. 그런데 그만 성적으로 흥분한 나머지 삐딱선을 탄다. 남자는 이 편지를 버리고 다시 정중하게 사과 편지‘를 쓴다. 그런데 사과 편지’를 편지봉투에 넣는다는 것이 그만 낙서처럼 쓴 음란한 편지‘를 넣는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범하게 된다. CUNT''라는 걸러지지 않은 단어가 쓰인 편지’가 그녀에게 도착한 것이다. 이 사소한 사건을 계기로 두 남녀’에게는 엄청난 일이 벌어진다. 소설 속 주인공이 짝사랑하는 여자에게 보낸 것은 letter가 아니라 litter'였던 셈이다. ( litter : 어수선하게 흩어진 물건, 잡동사니, 찌꺼기, 쓰레기, 난잡, 혼잡 )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244950 건축학개론, 아주 오래된 편지 中

 

 


 

 

 

 

九 + 口 = 18 .....

 

 

 

 

입은 조심히 다루어야 할 기관'이다. 일구이언一口二言'하면 유구무언有口無言'이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그동안 나는 有口無言' 이 有九無言'인 줄 알았다. 그래서 입이 열 개라도 할 말 없어, 라는 식의 뜻인 줄 알았다. 하지만 " 입이 열 개라도 할 말 없다 " 와 " 입이 있어도 할 말은 없다 " 나 뜻은 크게 다르지 않으니 받아쓰기를 하지 않고 발화된 내 무식'을 알아채는 사람은 별로 없었을 것이다. 휴, 다행이다 ! 하여튼 一()로 二()하면 안 되고, 口가 九가 되어서도 안 된다. 二言도 안 되고, 無言도 안 된다. 한 입 가지고 두 말 하면 염치 없는 사람이다. 그런데 정치인은 一口一言'을 철저하게 무시하는 집단이다. < 신갈나무투쟁기 > 라는 책을 쓴 차윤정'은  4대강 사업이 재앙이라는 식으로 말하다가 관리가 되자 입을 싹 바꾼 전형적인 후흑厚黑 관료'였다. 그리고 철도 민영화를 격조 높게 비판했던 최연혜가 코레일 사장이 되자 얼굴을 바꾼 경우도 전형적인 후흑형 인간이라 할 수 있다.

 

 

두꺼울 후에 검을 흑, 얼굴은 뻔뻔하고 마음은 검다는 뜻이다. 윤창중은 이 후흑의 킬리만자로요, 안나푸르나'라 할 만하다. 박근혜 후보에 대한 옹호가 정치에 뜻을 둔 포석이냐는 사회자의 말에 두 주먹 불끈 쥐며 내 영혼을 모독하지 말라고 했던 그는 박근혜가 대통령이 된 후 대변인 자리를 마련하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자신의 영혼을 모독하며 관료가 되어 워싱턴까지 날아갔던 인물이다. 윤창중 선생님은 " 위싱턴 발 대통령 외교 방문 전세기 " 안에서 구름 위로 우뚝 솟은 킬리만자로 봉우리를 보면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닫는 자신의 출세 가도를 생각하며 기분 좋은 멀미에 방긋 웃었을 것이다. 조용필은 짐승의 썩은 고기만을 찾아다니는 하이에나가 될 바에는 차라리 눈 덮인 정상에서 굶어죽는 표범이 되고 싶다고 했지만 윤창중 선생님은 눈 속에서 굶어죽을 바에는 차라리 짐승의 썩은 고기를 씹으며 악착같이 살아남아서 

 

눈 덮인 킬리만자로 정상을 정복하리라는 야심에 두 주먹 불끈 쥐었을 것이다. 하지만 누가 알았으랴. 정상'까지 오른 그가 비정상적으로 밑바닥까지 추락해서 중국 신화 통신이 선정한 < 2013 세계 8대 굴욕 사건 > 에 당당하게 뽑히게 될 줄은. 연필을 잡던 손으로 타인의 엉덩이를 허락도 없이 잡으면 안 된다. 글쟁이가 필화나 설화에 연루될 수는 있으나 인턴 직원 언덩이를 만지다가 수화'(手禍)에 연루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 윤창중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 자의 반 타의 반 히키코모리가 되어서 배달된 양념 치킨 닭다리를 grab하며 와신상담 중에 있을까 ? 이명박 정부나 박근혜 정부나 도덕성은 바닥을 친 지 이미 오래이지만 적어도 이명박 정부는 박근혜 정부보다는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이명박 정권은 상득이 하고는 놀았지만 바보 칠득이(칠뜨기) 하고는 상종을 하지 않았다.

 

반면 박근혜 정권은 칠뜨기와 잘 논다. 칠뜨기와 사이 좋게 지낸다는 측면에서 박근혜 정권이 보다 인간적이기는 하지만 모양새가 좋지는 않다. 무식하면 용감한 법이어서 헌법은 무시한 채 법 집행을 감행하는 것을 보면 믿는 구석이 있는 모양이다. 시청률 믿고 까부는 임성한 작가 같다. 씨팔 씨팔, 욕을 하면서 보는 것이 막장 드라마'라고는 하지만 수많은 시청자들로부터 방송 연장 반대 서명 운동까지 벌어지는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는 모습으로 일관했던 태도는 신념이라기보다는 어깃장'에 가깝다. 노이즈 마케팅 또한 마케팅의 한 전략이니 웃고 넘기자. 하지만 정부가 앞장서서 노이즈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면 볼썽사납게 된다. 시즌 1이 끝났다. 앞으로 네 개의 시즌이 더 남았지만 이 시리즈'를 기다리며 " 본방 사수 " 하는 이가 얼마나 있을까는 의문이다. 물론 열혈 지지자들은 " 닭본사 ( 닭 치고 본방 사수 ) " 하겠지만 시즌 5'를 끝까지 사수할 수 있을까 ?

 

김영삼이 혈기왕성했을 때 이런 소리를 했다고 한다. "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 " 의미심장한 말이다. 꼭 삼장법사가 한 소리 같다. 김영삼도 가끔은 정신이 맑은 때가 있었나 보다. 평균 근속 연수 경력 4년으로 1억 4천만 원'을 받는 국회 의원이 평균 근속 연수 경력이 19년이 되어야 6천만 원'을 받는 철도 노동자에게 귀족 대접을 하는 것을 보면 살기 좋은 나라이기도 하다. 노동자를 귀족 대접하는 나라가 어디 그리 흔한가 말이다. 1억 4천만 원짜리 드럼통이 6천만 원짜리 철밥통 보고 나무라는 것은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는 꼴이니 드럼통은 뻔뻔해도 아주 뻔뻔한 족속이다. 우리는 그들이 항상 입만 열면 " 서민의 팍팍한 삶을 걱정하... " 면서 " 노동자의 권리와 주장은 불순한 정치 세력의 입김.... " 이라고 말하는 간극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서민이 곧 노동자다. 이들은 서로 다른 계급이 아니다.

 

그러므로 서민을 위하는 척하다가 노동자에게는 성난 얼굴로 사자후를 토해내는 것은 결국 一口二言인 셈이다. 똥과 된장을 구별하기 위해서 꼭 먹어봐야 할 필요는 없지만 letter인지 아니면 litter'인지는 구별할 필요가 있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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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3-12-30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곰곰발님.. 그들에게 '사자후'를 토해낸다는 표현이 아깝습니다...

그런데 알라딘 서재는 이웃 새글 알림 기능이 없네요..? @_@

곰곰생각하는발 2013-12-30 15:46   좋아요 0 | URL
여기서 사자후'란 죽을 사'자를 써서 죽은 자가 토해내는 소리입니다. ㅎㅎ
알라딘이 워낙 돈이 없다 보니 여러 가지 불편한 게 한두 개가 아닙니다.

엄동 2013-12-30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좋네요 :)


그립 윤창중 선생"이란 곰발님 표현에 빵 터졌었는데
요것과 어깰 나란히 할 패러디를 봤어요 저
Mal-e Antonghanette" 라고

불통"의 2013년을 지대 표현한듯

곰곰생각하는발 2013-12-30 19:36   좋아요 0 | URL
말이 안통하네트'로군요... 난 뭔가 하고 영어 사전 찾아보았습니다..ㅋㅋㅋㅋㅋ
말이 안통하네트'는 정말 절묘했죠.
작명의 천재같아요...ㅎㅎㅎㅎㅎㅎㅎㅎ

수다맨 2013-12-31 0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난리를 쳐도 박근혜 지지율은 여전히 48%나 되더군요. 거 참, 왠지 박근혜가 내일부터 유신할 거라며 미친 척 설쳐도 저 지지율은 그대로 나올 듯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12-31 11:19   좋아요 0 | URL
뭐... 여전히 아마 48%는 마지노선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보다 더한 짓을 해도 떨어지지는 않을 겁니다. 하여튼...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여..

마립간 2013-12-31 0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곰곰생각하는발님, 새해에 좋은 일만 있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곰곰발님이 올해 저와 가장 활발한 교류가 있었던 분이네요.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12-31 11:18   좋아요 0 | URL
아이고. 이거 제가 먼저 찾아가 인사드리려고 했는데 마립간 님이 먼저 인사를 건내시니....
감사합니다. 마립간 님 !!!! 올해 마립간 님을 알게 되어서 영광이었습니다.

만화애니비평 2013-12-31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한민국은 콘크리트 공화국인듯
 

 

 

 

 

 

김광석, 그리고 박정희.  

 

 

 

 

김광석'은 가수라는 타이틀보다는 " 가객 " 이라는 이름이 더 잘 어울린다. 가수(歌手)라는 단어가 노래를 멋들어지게 하는 재주 ( 手 : 솜씨 수 ) 에 방점을 찍었다면, 가객 ( 歌客 ) 은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 ( 客 : 나그네 객 ) 에 방점을 둔 단어'다. 전자는 테크놀로지적 측면을 고려한 것이고 후자는 휴머니티에 대한 접근'이다. 김광석은 기교가 뛰어난 가수라기보다는 진정성'을 노래하는 가수에 가깝다. 그가 부른 노래가 다른 가수들에 비해 유독 노랫말'이 선명하게 들리는 이유는 발성법이 뛰어났기 때문이 아니라 전염성 강한 목소리의 멜랑콜리한 호소력이 서사를 만들기 때문이다. 그는 주로 " 잊어야 한다는 마음 " 에 대한 애상'을 즐겨 다루었는데 노랫말은 대부분 " 잊혀지지 않기 위해 먼저 잊는다. "는 내용이다. 그런 그가 느닷없이 스스로 목숨을 버리고 세상을 떠났다. 서른이 갓 넘은 즈음이었다.  추운 겨울이었다. 그의 부고를 들은 것은 거리를 지나가다가 레코드 가게에서 틀어놓은 스피커를 통해서였다. 

 

그날 라디오에서는 하루 종일 김광석이 부른 노래가 흘러나왔다. 쓸쓸했다. 세월이 흘러서 자신의 이름이 " 스스로의 인생 " 을 줄여서 " ○스인 " 이 되었다고 말하는 여자를 사랑하게 되었다. 내 첫사랑이었다. 그녀가 내게 선물한 앨범이 바로 리메이크 곡 모음집인 < 김광석 다시 부르기 1, 2 > 였다. 여름, 우기 짙던 날에 배달된 소포에는 이 앨범과 함께 손 편지'가 들어 있었다. 배달된 소포 겉표지는 빗방울에 젖어서 파란색으로 쓰여진 글자가 번졌는데 우편배달부는 용케도 주소를 알아본 모양이었다. (그녀는 편지를 쓸 때 만년필을 애용했는데 언제나 파란색 잉크'를 사용했었다) 그날 나는 온종일 김광석 노래를 들었다. 그리고 몇 달 후, 한 통의 편지가 도착했다. 게릴라성 집중 호우도 없고, 우기도 없는, 비도 오지 않는 오랜 건기가 시작되는 청명한 가을이었지만 그 편지는 우기 때 보내온 소포처럼 빗방울 때문에 파란색으로 쓰여진 글자가 얼룩이 져서 번져 있었다.

 

그 편지를 끝으로 더 이상 편지는 오지 않았다. 그때 깨달았다. 편지지에 번진 글씨는 빗방울 때문이 아니라 그녀가 편지를 쓰면서 흘린 눈물 때문에 번진 글자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래서 나는 김광석 노래를 떠올리면 자주 지루했던 장마와 함께 파란색 잉크로 쓰여진 편지가 생각난다. 아버지를 남겨두고 엄마를 따라 먼곳으로 떠난 여자. < 히든 싱어 : 김광석 편 > 은 그 옛날, 사라진 가객 김광석을 다시 호출한다. 몸은 없다. 소리만 생생하게 살아남아서 모창 대회 참가자들과 한판 대결을 벌이는 것이다. 묘한 감동이 몰려왔다. 죽은 자가 살아 돌아왔으니 헛것'이지만 사람들은 이 헛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목소리를 듣고 웃고 울었다. 문득 김광석이라는 가객은 歌客이 아니라 佳客( 佳 : 아름다울 가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귀신이 내는 소리이니 분명 哭 ( 哭 : 소리 내어 울 곡 ) 이지만 사람들은 그를 두려워하기는커녕 행복해 한다. 그는 아름다운 사람'이다.

 

하지만 귀신이라고 해서 모두 아름다울 수는 없다. 김광석은 가객이 되어 돌아왔지만 박정희는 망령이 되어 2013년을 떠돌아다닌다. 김광석은 즐거움을 주지만 박정희는 끔찍한 악몽을 선사한다. 4년을 근무하면 1억 4000만 원짜리 연봉을 받는 집단이 19년 근속을 해야 받을 수 있는 철도 노동자의 6000만 원짜리 연봉을 두고 귀족 노조'라고 할 때마다 분노가 치밀지만 잘 짜여진 정치적 프레임 앞에서 힘없는 철도 노동자는 대책이 없다.  메르켈'이 아닌 대처 노선을 따르기로 한 박근혜는 가난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가난한 자와 싸운다. 그에 동조하여 대한민국 모든 언론은 철도 노조 하나를 두고 매섭게 다구리를 놓는다. 동정도 없고 자비도 없다. 이런 식으로 난타를 당해도 되는 것일까 ? 오늘 칼바람 부는 집회 현장에서 벌벌 떨었다. 꼭 추위 때문은 아니었다. 유령의 귀환, 아주 흉한 몰골로 나타난 박정희라는 이름의 헛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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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013-12-29 0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참 기가 막힌 대조입니다.

그나저나 히든 싱어.. 매번 재방송만 보게 되는데 본방은 토요일 밤에 하나보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12-29 09:53   좋아요 0 | URL
저도 거의 재방송만 봅니다. 오늘은 정신일 말똥하여 본방으로 갔습니다.
보닥 문득그 생각이 김광석도 죽은 자요, 박정희도 죽은 자인데
왜 이리도 박정희가 다시 살아돌아온다는 건 왜 그리 끔찍한가, 라는...

까레이 2013-12-29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ㅋㅋㅋㅋ 히든 싱어 김광석 편 보셨군요
영감(?)이 떠올랐어요..!! 이거 참고해서 글 하나 써도 될까요? (표절 의혹 미리 방지 ^^:;)

곰곰생각하는발 2013-12-29 09:53   좋아요 0 | URL
제가 무슨... 권리 주장입니까. 2000만 원만 주세여.. 영감 제공한 값입니다.

까레이 2013-12-29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낄ㅋㅋ 순간 2000원으로 착각했습니다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3-12-29 10:17   좋아요 0 | URL
특별히 카레이 님에 한해 무료로 제공합니다.

까레이 2013-12-29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영광입니다. 며칠 안 남았군요 흐흐흐

곰곰생각하는발 2013-12-30 12:16   좋아요 0 | URL
내년까지 연장하겠습니다.

2013-12-29 19: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2-30 12: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유구일턴 2013-12-30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평균 근속 연수가 무슨 뜻인지?

곰곰생각하는발 2013-12-30 15:48   좋아요 0 | URL
아시면서 일부러 물어보시는 것 같습니다. 법률 용어도 아니고....
근속의 사전적 의미는 " 한 일자리에서 계속 근무함 " 을 뜻하고
연수는 " 해의 수, 햇수 " 를 의미합니다.

조선일보 기사 보니 삼성 전자 평균연봉과 코레일 연봉이 비슷하다고 나오던데..
요거 아주 함정이죠. 삼성 전자 평균 근속은 10년이 안됩니다. 결국 30대 중반 노동자가 받는 6000만원이고
코레일은 4,50대 중반이 받는 돈이 6000만 원이죠. 요걸 같은 레벨로 붙이면 날조죠...

엄동 2013-12-30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히든싱어"란 프로그램은 못봤는데.

곰발님 서재에서
김광석으로 시작하는 글의 제목을 보니
몬가 울컥하네요 (왜 이제서야 오셨나여)

이거슨 진짜다.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 그의 목소리를

한가한 오늘.
종일 들어야겠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12-30 12:12   좋아요 0 | URL
김광석이 성공적으로 데뷔했으니 이제는
유제하나 어쩌면 4,5,60년대 선배 가수들도 나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게 가능하다면 히든 싱어 정말 재미있을 것 같아요.

하여튼 저도 이 방송 때문에 김광석 노래 다시 듣게 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