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올해의 사사건건.
■ 남양유업 사태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351795 ( 남쪽으로 튀어 ! )
군대 가기 전까지 시간이 남아서 공사판에서 일을 했다. 처음에는 새벽에 여는 직업소개소에 가서 소개비를 내고 일을 했다. 입에서 단내가 났다. 하지만 요령이 생기다 보니 그럭저럭 할 만했다. 스무 살 청춘이 아니었던가. 철근도 씹어먹을 판국에 12시간 노동이 그리 힘들지 않았다. 공사판에서 만나 알게 되었던 형이 아파트 공사 현장으로 불렀다. 직업소개소를 거치지 않았기에 소개비를 낼 일이 없으니 내 입장에서는 그만큼 좋은 일이었다. 그 형과 함께 아파트 현장에서 3개월을 함께 일했다. 정확한 기억은 나지 않지만 그 형 고향이 남해 섬이었다. 여자도'였던가 ? 하여튼 매우 작은 섬'이었다. 점심을 먹고 남은 시간에 볕 잘 드는 담벼락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남해 꾀죄죄한 섬 마을 이야기를 하다가 내가 주위를 둘러보며 " 남쪽이면 어느 쪽이죠 ? " 라고 묻자 형은 한심하다는 듯 내게 말했다.
" 남쪽이 어디긴 어디냐. 대한민국은 아파트가 나침판이랑께. 니 저기 바라잉 ! 저건 50평짜리 아파트 현장여. 글구 저쪽은 13평이랑께. 창문 방향이 서로 다르제 ? 답은 뻔하지 않것냐. 50평 부자 아파트가 남쪽이다. 긍께, 내가 태어난 고향은 저기랑께. " 그렇다 ! 부자들이 누릴 수 있는 특혜 가운데는 < 남쪽을 공유 > 하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 올해 봄, 남양유업 사태가 벌어졌을 때 제일 먼저 떠오른 단상은 남해 꾀죄죄한 섬에서 태어난 막노동꾼 형이 가르쳐준 강남에서 방위각을 아는 방법'이었다. 이건희 집은 창이 남쪽을 향해 있다 ! 아마, 남양유업 사장 집도 창은 남쪽을 향해 있을 것이다. 조사해 보니 " 남양유업 " 에서 남양은 " 南陽 " 이라고 한다. 남쪽 남, 볕 양'이다. 남양유업 기업 이미지는 볕 잘 드는 남쪽 집 (남향집)이다. 하늘색을 기업 이미지 색'으로 채택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런데 남양유업 사태를 통해 밝혀진 기업 경영 윤리는 납량 특집'에 가까웠다. 볕 양陽'이 아니라 서늘할 량凉'인 것이다. 남양유업 사태는 갑을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 윤창중 사태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375466 ( 빤스 벗고 덤벼라 )
모두가 반대했지만 단 한 사람만이 윤창중을 원했다. 청와대 입성을 자신의 영혼을 향한 모독이라며 목에 핏대를 세우며 화를 냈던 그가 박근혜 대통령이 그를 대변인으로 낙점하자 그는 망설임없이 넙죽 받아들였다. 영혼을 향한 모독이고 나발이고 간에 그리 신경 쓰지 않겠다는 자세였다. 어쩌면 이 신속한 자세는 필연적인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그에게는 영혼 자체가 없었는지도. 벼락 같은 출세에 그는 몸둘 바를 몰랐을 것이다. 그리고는 서서히 권력이라는 단물이 얼마나 황홀한 것인가를 몸소 터득했을 것이다. 워싱턴'에서 그는 외로웠다. 손이 발기하기 시작했다. 피노키오는 거짓말을 하면 코가 커지고, 변강쇠는 해 질 녁'에 오줌을 누면 동이 틀 무렵에나 바지춤을 올릴 만한 어마어마한 방광을 가지고 있었지만 윤창중 선생님은 외로움에 몸부림을 칠 수록 손이 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동이 틀 무렵 바지춤을, 아...... 내렸다. 이 수화手禍 사건은 훗날 윤창중 GRAB 사건으로 널리 회자된다. grabber가 욕심이 많은 사람'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보면 grab과 crab은 일맥상통하는 구석이 있다. 옆으로 가는 < 게 > 라는 뜻인데 성깔이 까탈스러운 사람'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복수형 -s'가 붙으면 매독'이 된다. 인간 crab 윤창중 선생님은 박근혜 정권이 그 어떤 잘못을 해도 흔들리지 않았던 지지율을 한 방에 날려버리셨다. 대다나다. 위인'이다.
■ 국정원 사태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258326 ( 셀프 카메라가 당신을 노린다 )
이 사태에 대한 코멘트는 생략하기로 한다. 국정원에 대해 쉰소리를 했다가는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을 수도 있기 때문에 ! ( 식탁 웰빙은 풀무원, 동물 재롱은 동물원, 클린 댓글은 국정원 ! )
■ 안녕하십니까 대자보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767266 ( 변호인, 밥의 힘으로 일어서야 하는 어떤 숭고한 직립 )
남양유업 사태'는 甲과 乙이라는 불공정 구조'가 얼마나 폭력적인가를 일깨워준 사례였다. 우리는 열심히 살아서 乙을 벗어나고자 하지만 甲으로의 진입 장벽이 생각보다 견고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개천에서 용 난 이'는 증평의 촌년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김미경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었다. 이 불안감은 스펙'에 대한 집착으로 변질되어서 모두 spec grabber'가 되었다. 홍대 청소 노동자가 점심을 먹을 장소가 없어서 화장실 바닥에 앉아 쭈그려 밥을 먹어야 하는 비윤리적 작업 환경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자 돌아온 타박'은 시끄러워서 공부를 할 수 없다는 스펙 그랩버'의 항의'였다. 홍대 도서관을 불 밝히는 형광등 100개의 아우라'는 오로지 甲이 되기 위한 乙의 욕망이었나 ? 그리고 1년 후에 누군가가 대자보를 붙였다. " 모두들 안녕하십니까 .... " 로 시작하는 안부 글이었다. 안녕하지 못한 청춘들은 이에 대해 응답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 좋아요 > 와 < 공감 > 으로 이루어진 사이버 소통이 아니라 손 편지로 작성된 아날로그적 감성이었다. 남성보다 여성이 안녕하십니까 대자보'에 더 크게 공감한 이유는 편지 형식을 빌린 안부였기 때문이었다. 발신자는 있으나 특정 수신자는 없는, 얼굴을 모르는 펜팔 친구에게 보내는 이 공감은 꽤나 큰 울림을 선사했다. 자기 밥그릇을 위해서 이웃의 허기를 외면할 때마다 한쪽 가슴이 아렸던 통증을 기억하며 말이다.
■ 철도 파업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771757 ( 한 줌의 밥과 한 줌의 도덕 )
나는 철도 파업'이 밥그릇을 위한 싸움이 아니라 대의를 위한 투쟁이라는 말에 반대한다. 철도 파업은 밥그릇을 위한 싸움'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지지한다. (오히려 대한민국의 안녕과 평화를 위한 투쟁이라면 반대한다) 평균 근속 연수 19년을 하루도 빠짐없이 출근해야 얻을 수 있는 6000만 원짜리 철밥통'이 탐욕이 만들어낸 집단 이기주의'라면 경력이 겨우 4년 남짓한 국회의원이 받는 1억 4000만 원짜리 드럼통'은 무엇으로 이해해야 할까 ? 내 상상력은 지극히 상식적이어서 1억 4000만 원짜리 드럼통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싸이-파이的 감수성을 동원할 수밖에 없다. 이 드럼통은 아스트랄'하다. 육천만 원짜리 철밥통을 욕하기에 앞서 일억 사천만 원짜리 드럼통을 욕해라. 그리고 교수를 겸직한 정치평론가들이 교단에서 학생들은 안 가르치고 방송 출연할 때마다 휴강 딱지'나 붙이고 방송국 스튜디오'에 얼굴을 들이미는 교수들이 과연 철도 파업'에 대해서 무책임한 짓이라고 욕할 수 있을까 ? 천만 원 등록금을 생각하면 " 텔레비젼에 내가 나왔으면 좋겠다 " 는 동심을 가지고 휴강을 남발하는 당신이야말로 무책임한 짓은 아닐까 싶다.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는 꼴이다. 철도 파업이 빨갱이들이나 하는 짓이라면 정치 파업은 그보다 더한 색깔이다.
■ 향숙이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749861
2013년이 지난다. 끝으로 향숙이에게 안부를 묻는다.
http://blog.aladin.co.kr/749915104/6554216 : 볕과 가전제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