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언 맥큐언의 < 속죄 > 라는 소설 속에는 cunt'라는 단어가 전체 서사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남자는 여자에게 그날 있었던 일에 대해 사과 편지를 쓰다가 갑자기 사랑 고백 편지‘로 빠진다. 그런데 그만 성적으로 흥분한 나머지 삐딱선을 탄다. 남자는 이 편지를 버리고 다시 정중하게 사과 편지‘를 쓴다. 그런데 사과 편지’를 편지봉투에 넣는다는 것이 그만 낙서처럼 쓴 음란한 편지‘를 넣는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범하게 된다. CUNT''라는 걸러지지 않은 단어가 쓰인 편지’가 그녀에게 도착한 것이다. 이 사소한 사건을 계기로 두 남녀’에게는 엄청난 일이 벌어진다. 소설 속 주인공이 짝사랑하는 여자에게 보낸 것은 letter가 아니라 litter'였던 셈이다. ( litter : 어수선하게 흩어진 물건, 잡동사니, 찌꺼기, 쓰레기, 난잡, 혼잡 )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244950 건축학개론, 아주 오래된 편지 中

 

 


 

 

 

 

九 + 口 = 18 .....

 

 

 

 

입은 조심히 다루어야 할 기관'이다. 일구이언一口二言'하면 유구무언有口無言'이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그동안 나는 有口無言' 이 有九無言'인 줄 알았다. 그래서 입이 열 개라도 할 말 없어, 라는 식의 뜻인 줄 알았다. 하지만 " 입이 열 개라도 할 말 없다 " 와 " 입이 있어도 할 말은 없다 " 나 뜻은 크게 다르지 않으니 받아쓰기를 하지 않고 발화된 내 무식'을 알아채는 사람은 별로 없었을 것이다. 휴, 다행이다 ! 하여튼 一()로 二()하면 안 되고, 口가 九가 되어서도 안 된다. 二言도 안 되고, 無言도 안 된다. 한 입 가지고 두 말 하면 염치 없는 사람이다. 그런데 정치인은 一口一言'을 철저하게 무시하는 집단이다. < 신갈나무투쟁기 > 라는 책을 쓴 차윤정'은  4대강 사업이 재앙이라는 식으로 말하다가 관리가 되자 입을 싹 바꾼 전형적인 후흑厚黑 관료'였다. 그리고 철도 민영화를 격조 높게 비판했던 최연혜가 코레일 사장이 되자 얼굴을 바꾼 경우도 전형적인 후흑형 인간이라 할 수 있다.

 

 

두꺼울 후에 검을 흑, 얼굴은 뻔뻔하고 마음은 검다는 뜻이다. 윤창중은 이 후흑의 킬리만자로요, 안나푸르나'라 할 만하다. 박근혜 후보에 대한 옹호가 정치에 뜻을 둔 포석이냐는 사회자의 말에 두 주먹 불끈 쥐며 내 영혼을 모독하지 말라고 했던 그는 박근혜가 대통령이 된 후 대변인 자리를 마련하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자신의 영혼을 모독하며 관료가 되어 워싱턴까지 날아갔던 인물이다. 윤창중 선생님은 " 위싱턴 발 대통령 외교 방문 전세기 " 안에서 구름 위로 우뚝 솟은 킬리만자로 봉우리를 보면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닫는 자신의 출세 가도를 생각하며 기분 좋은 멀미에 방긋 웃었을 것이다. 조용필은 짐승의 썩은 고기만을 찾아다니는 하이에나가 될 바에는 차라리 눈 덮인 정상에서 굶어죽는 표범이 되고 싶다고 했지만 윤창중 선생님은 눈 속에서 굶어죽을 바에는 차라리 짐승의 썩은 고기를 씹으며 악착같이 살아남아서 

 

눈 덮인 킬리만자로 정상을 정복하리라는 야심에 두 주먹 불끈 쥐었을 것이다. 하지만 누가 알았으랴. 정상'까지 오른 그가 비정상적으로 밑바닥까지 추락해서 중국 신화 통신이 선정한 < 2013 세계 8대 굴욕 사건 > 에 당당하게 뽑히게 될 줄은. 연필을 잡던 손으로 타인의 엉덩이를 허락도 없이 잡으면 안 된다. 글쟁이가 필화나 설화에 연루될 수는 있으나 인턴 직원 언덩이를 만지다가 수화'(手禍)에 연루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 윤창중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 자의 반 타의 반 히키코모리가 되어서 배달된 양념 치킨 닭다리를 grab하며 와신상담 중에 있을까 ? 이명박 정부나 박근혜 정부나 도덕성은 바닥을 친 지 이미 오래이지만 적어도 이명박 정부는 박근혜 정부보다는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이명박 정권은 상득이 하고는 놀았지만 바보 칠득이(칠뜨기) 하고는 상종을 하지 않았다.

 

반면 박근혜 정권은 칠뜨기와 잘 논다. 칠뜨기와 사이 좋게 지낸다는 측면에서 박근혜 정권이 보다 인간적이기는 하지만 모양새가 좋지는 않다. 무식하면 용감한 법이어서 헌법은 무시한 채 법 집행을 감행하는 것을 보면 믿는 구석이 있는 모양이다. 시청률 믿고 까부는 임성한 작가 같다. 씨팔 씨팔, 욕을 하면서 보는 것이 막장 드라마'라고는 하지만 수많은 시청자들로부터 방송 연장 반대 서명 운동까지 벌어지는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는 모습으로 일관했던 태도는 신념이라기보다는 어깃장'에 가깝다. 노이즈 마케팅 또한 마케팅의 한 전략이니 웃고 넘기자. 하지만 정부가 앞장서서 노이즈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면 볼썽사납게 된다. 시즌 1이 끝났다. 앞으로 네 개의 시즌이 더 남았지만 이 시리즈'를 기다리며 " 본방 사수 " 하는 이가 얼마나 있을까는 의문이다. 물론 열혈 지지자들은 " 닭본사 ( 닭 치고 본방 사수 ) " 하겠지만 시즌 5'를 끝까지 사수할 수 있을까 ?

 

김영삼이 혈기왕성했을 때 이런 소리를 했다고 한다. "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 " 의미심장한 말이다. 꼭 삼장법사가 한 소리 같다. 김영삼도 가끔은 정신이 맑은 때가 있었나 보다. 평균 근속 연수 경력 4년으로 1억 4천만 원'을 받는 국회 의원이 평균 근속 연수 경력이 19년이 되어야 6천만 원'을 받는 철도 노동자에게 귀족 대접을 하는 것을 보면 살기 좋은 나라이기도 하다. 노동자를 귀족 대접하는 나라가 어디 그리 흔한가 말이다. 1억 4천만 원짜리 드럼통이 6천만 원짜리 철밥통 보고 나무라는 것은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는 꼴이니 드럼통은 뻔뻔해도 아주 뻔뻔한 족속이다. 우리는 그들이 항상 입만 열면 " 서민의 팍팍한 삶을 걱정하... " 면서 " 노동자의 권리와 주장은 불순한 정치 세력의 입김.... " 이라고 말하는 간극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서민이 곧 노동자다. 이들은 서로 다른 계급이 아니다.

 

그러므로 서민을 위하는 척하다가 노동자에게는 성난 얼굴로 사자후를 토해내는 것은 결국 一口二言인 셈이다. 똥과 된장을 구별하기 위해서 꼭 먹어봐야 할 필요는 없지만 letter인지 아니면 litter'인지는 구별할 필요가 있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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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3-12-30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곰곰발님.. 그들에게 '사자후'를 토해낸다는 표현이 아깝습니다...

그런데 알라딘 서재는 이웃 새글 알림 기능이 없네요..? @_@

곰곰생각하는발 2013-12-30 15:46   좋아요 0 | URL
여기서 사자후'란 죽을 사'자를 써서 죽은 자가 토해내는 소리입니다. ㅎㅎ
알라딘이 워낙 돈이 없다 보니 여러 가지 불편한 게 한두 개가 아닙니다.

엄동 2013-12-30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좋네요 :)


그립 윤창중 선생"이란 곰발님 표현에 빵 터졌었는데
요것과 어깰 나란히 할 패러디를 봤어요 저
Mal-e Antonghanette" 라고

불통"의 2013년을 지대 표현한듯

곰곰생각하는발 2013-12-30 19:36   좋아요 0 | URL
말이 안통하네트'로군요... 난 뭔가 하고 영어 사전 찾아보았습니다..ㅋㅋㅋㅋㅋ
말이 안통하네트'는 정말 절묘했죠.
작명의 천재같아요...ㅎㅎㅎㅎㅎㅎㅎㅎ

수다맨 2013-12-31 0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난리를 쳐도 박근혜 지지율은 여전히 48%나 되더군요. 거 참, 왠지 박근혜가 내일부터 유신할 거라며 미친 척 설쳐도 저 지지율은 그대로 나올 듯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12-31 11:19   좋아요 0 | URL
뭐... 여전히 아마 48%는 마지노선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보다 더한 짓을 해도 떨어지지는 않을 겁니다. 하여튼...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여..

마립간 2013-12-31 0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곰곰생각하는발님, 새해에 좋은 일만 있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곰곰발님이 올해 저와 가장 활발한 교류가 있었던 분이네요.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12-31 11:18   좋아요 0 | URL
아이고. 이거 제가 먼저 찾아가 인사드리려고 했는데 마립간 님이 먼저 인사를 건내시니....
감사합니다. 마립간 님 !!!! 올해 마립간 님을 알게 되어서 영광이었습니다.

만화애니비평 2013-12-31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한민국은 콘크리트 공화국인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