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수선 47호

 

 




햄릿이 " 오로라 공주 " 에 대해 말하다

 

 

 

 

 

 

 

 

<< 햄릿 >> 은 시쳇말로 하면 " 막장 드라마 " 다. 임성한 드라마 << 오로라 공주 >> 애서 등장인물이 이유없이 죽고, 쓸데없이 죽고, 어이없이 죽고, 황당하게 죽고, 심지어는 떡대  : 드라마 속 개 이름      마저 죽어서 시청자에게 " 막장 드라마 " 란 거센 항의를 받았다면, << 햄릿 >> 도 같은 이유로 비판을 받아야 한다. 오필리어 공주도 죽고, 플로니어스 재상도 죽고, 거투르드 왕비도 죽고, 클로디어스 왕도 죽고, 레어티즈도 죽고, 햄릿도 결국에는 죽는다. 주요 등장 인물들이 모두 죽은 것이다. 자, 그렇다면 천박한 질문 하나 던지자. << 햄릿 >> 에서 이 사람 죽고, 저 사람 죽고, 다 죽으면 정작 소는 누가 키울 것인가 ?  << 햄릿 >> 은 기승전결/起承轉結’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기승 起承 혹은 기승전 起承轉 에서 막을 내려,  結 없이 끝나는 이상한 연극이다.

 

니콜라 아브라함‘ 씨'는 < 진실의 막간 > 에서 햄릿을 두고 " 환각과 속임수와 광기로 짜인 줄거리’는 결국 주인공들이 없어서 중단 " 되는 연극이라고 지적한다. 무대 위에 뒹구는 수많은 시체에게 대사를 하도록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  엄기영 말대로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이 무대에서 벌어지고 만 것이다. 세익스피어‘는 공연 도중 등장인물들을 모두 죽임으로써 공연을 중단하게 만드는 과오를 범했다. 지금처럼 환불 제도‘가 있었다면 관객들은 환불을 받느라 긴 줄’을 서지 않았을까 ?  그런데 사람들은 아무도 << 햄릿 >> 을 막장 드라마'라며 욕을 하지 않는다. << 오로라 공주 >> 를 비판하면 교양 있는 사람이 되고 << 햄릿 >> 을 비판하면 교양 없는 속물이 되겠지만, 나는 욕하련다. " 셰익스피어 씨, 다 죽으면 소는 누가 키웁니까, 네에 ? " 딱 까놓고 말해서 : << 햄릿 >> 은 막장 드라마'가 맞지만 << 오로라 공주 >> 는 막장 드라마가 아니다.

 

오로라 공주는 그냥 형편없고, 어이없고, 황당하고, 쓸데없는 대본으로 만든 드라마일 뿐이다. 임성한 작가가 << 햄릿 >> 을 모방한다고 해서 원본이 가지고 있는 아우라를 흉내 낼 수는 없다.  아우라  :   예술 작품에서 흉내 낼 수 없는 고고한 분위기 독일 철학가 발터 벤야민의 예술이론에서 나온 말이다        는 불법 복제가 불가능한 영역이다. 당신이 아무리 박근혜를 흉내 낸다고 해도 그녀가 가지고 있는 형광등 100개를 켜 놓은 듯한 아우라를 훔칠 수는 없다. 형광등 100개는 박근혜 고유의 것'이다. 전기세 걱정은 하지 마시라. 전기 사용량은  대통령 품위 유지비'에 속하는 비용이니 말이다. " 막장 ㅡ 서사 " 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것처럼 천박한 서사가 결코 아니다. " 막장 " 은 근엄한 주류 꼰대 사회에 저항하기 위한 수단과 방법이었다.  정치적 입장에서 보자면 " 막장 ㅡ 서사 " 는 우파가 가지고 있는 가치, 제도, 관습, 금기 따위에 대한 " 좌파의 전복 " 에 가깝다.

 

막장은 기본적으로 " 아버지 " 라는 운영 체제'에 반기를 든다. 아버지 (또는 주인 ) 이 아들 ( 혹은 노예 ) 에게 요구하는 것은 순종'이다. 그렇기에 아버지/주인은 아들/노예'에게 시대 순응적 윤리만을 강요한다. 막장 ㅡ 서사'의 원조는 << 오이디푸스 왕 >> 이다. 그는 모든 막장 캐릭터의 영원한 우상이며 정신적 성소 聖所 이다. 내용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다들 아시리라. 아버지 ㅡ 운영 체제'가 보기에 " 오이디푸스 " 는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동침하는 막돼먹은 자식'이다.  그들 입장에서 보면 쿠데타'다.  그들이 보기에는 프로이드 박사도 막돼먹은 오이디푸스 아이'이다. 아들은 아빠를 제거하고 엄마와 섹스하기를 욕망한다. 딸도 마찬가지다. 딸은 엄마를 제거하고 아빠와 잠자리에 들고 싶다고 한다. 막장이 아무리 갈 데까지 간 서사 형식이라고는 하나 이 정도면 멘탈이 붕괴되리라. 마음 여린 개복치라면 이야기만 듣고도 무서워서 벌벌 떨다가 돌연사하리라.

 

프로이트가 살았단 19세기 주류 사회는 인간은 신의 형상을 닮았다고 했으나  프로이트는 그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 개똥 같은 소리 하지 마슈 ! "  동시대 주류 사회가  보기에  프로이트는 이단아였다. 그가 내세우는 서사는 불온하고 천박했기에 위험한 이론이었다. 프로이트가 갈릴레오 시대를 살았다면 신성을 모독한 죄로 단두대에 끌려갔을 것이다.  다윈도 막장 대열에 본격적으로 합류한 인간이었다. 그가 보기에 인간은 원숭이 새끼'다. 이처럼 막장 ㅡ 서사'는 주류 가치를 전복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다. 어떤 서사'가 불온하게 느껴진다는 것은 그 서사가 반란을 도모하기 때문이다. 반란과 전복은 같은 말이다. 임성한 드라마가 막장 드라마가 될 수 없는 이유는 불온하지 않다는 데 있다. 임성한 작자       오, 맙소사 ! 작가를 잘못 입력해서 작자'라고 기입했으나 고칠 생각은 없다. 오히려 근사한걸 ! 양해를 부탁드린다       는 언제나 체제 순응적이다.

 

임성한 드라마는 기득권 세력의 욕망을 철저하게 대변할 뿐이다.  임성한 드라마는 상류 계급 욕망의 화신처럼 보인다. 아무리 가난하다 해도 밑바닥에는 혈통에 대한 선민 의식을 깐다. 난 너희와는 달라 !  제목만 봐도 그녀가 얼마나 철저하게 상류 계급을 욕망하는지 답은 나온다. 그녀가 다루는 계급은  특권층이다. 그녀는 (온달) 왕자이거나, (인어) 공주이거나, (왕꽃) 선녀이거나, (아현동) 마님이거나, (오로라) 공주'만을 욕망한다.  오히려 그녀는 소수자를 조롱한다. 장애인이나 동성애를 비하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임성한 드라마는 막장 드라마가 될 수 없다. 저항 없는 롹 스피릿은 롹이 아니듯이, 체제 전복이 아닌 체제 순응은 막장이 될 자격이 없다. 반면 << 햄릿 >> 은 막장이 될 자격을 갖췄다. 햄릿은 끊임없이 아버지 대리자인 클로디어스 왕을 노린다. 그는 아버지가 만들어 놓은 법과 세상에 대해 반기를 든 꼴통이었다.

 

햄릿은 " 죽느냐, 사느냐...... " 로 시작하는 그 유명한 독백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 압제자의 잘못, 잘난 자의 불손, 경멸받는 사랑의 고통, 법률의 늑장, 관리들의 무례함, 참을성 있는 양반들이 쓸모없는 자들에게 당하는 발길질을 견딜 건가 ? ( 제 3막 제 1장 中 )  " 에 대해 불평을 늘어놓는다. 그러니까 햄릿은 아버지로 대표되는 녀석들을 일일이 나열한 후 신랄하게 그들을 비판한다. 햄릿이 연극을 중단하면서까지 등장 인물들을 모두 살해한 이유'다. 그는 우물쭈물하는 인간이 아니라 거침없는 인간이었다. 햄릿은 전형적인 오이디푸스적 인간'이다. 그는 클로어디스 왕을 제거하고 어머니를 차지하려고 한다. 하지만 이 계획은 실패한다. 연극은 중단된다. 햄릿은 오이디푸스적 욕망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임무 수행 중 전사했기에 오이디푸스 욕망은 실패(포기)가 아니라 중단(미완성)에 가깝다.

 

오이디푸스적 욕망이 반영된 캐릭터가 햄릿이라면, 오필리어는 햄릿에 대한 은유'다. 뜬금없는 소리처럼 들리지만 햄릿은 오필리어‘와 동일 인물’이다. 라캉은 햄릿’을 분석하면서 오필리어‘라는 이름에 주목한다. 그는 O 와 phelia 사이에 쉼표를 넣어서 분리한다. ( O, Phelia ) 분리하면 다음과 같다. < O !  +  Phelia > 는  < Oh !  Phallos >다.“ 오, 펠루스 ” 다. 여기서 펠루스’는 권력지향적인 단단한 자지‘를 뜻한다. 뜻을 풀이하자면 “ 오, 위대한 권력욕망이여 ! ” 다. 햄릿'은 겉으로 보기엔 나약하고 우유부단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왕 = 팔루스'이 되어 어머니를 차지하고 싶은 욕망을 교묘하게 숨긴 사내다. 더군다나 < oh ! > 라는 감탄사'는 그가 왕을 얼마나 애타게 갈망하고 있었는지를 명백하게 보여준 증후‘가 아닐까 ?  " 오필리어( 오 + 펠러스 ) 가 죽었다 " 는 사실을 그대로 직역하면 발기 불능을 의미한다. 

햄릿은 결국 王 ( 팔루스 ) 이 되지 못한 채 날뛰다가  죽는다.  오이디푸스가 비극적 운명 앞에서 참회의 눈물을 흘렸다면, 햄릿은 당당하게 그 욕망을 얻으려고 했던, 오이디푸스보다 더 오이디푸스적인 인간이었다. 그러므로 << 햄릿 >> 이야말로 막장 드라마'다.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말이다. 나는 늘 막장을 지지했다. 이 지지를 불온하다고 욕하지 마라. 별 볼 일 없는 녀석이 꿈꾸는 한여름 밤의 꿈이라 해 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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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4-11-28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각해보면 햄릿 줄거리가 막장에 가깝죠. 왕자의 어머니가 아버지의 동생이랑 재혼하고, 햄릿이 애인 오필리어의 아버지를 살해하고, 거기에 오필리어가 광녀가 되었으니.. 그리고 결말은 뭐 아시다시피 다 사망... 이야기가 자극적인 요소가 많은데도 햄릿을 청소년 추천도서 목록에 있는 것 보면 웃기네요. 물론 저도 어렸을 땐 추천도서 믿고 햄릿을 처음 읽기 시작했지만요. 셰익스피어의 <타이터스 앤드로니커스>를 읽어보신 적이 있습니까? 이게 더 막장입니다. 임성한 작가의 데스노트 뺨칩니다. 잔인한 살해 장면이 나오고 인물들이 하나씩 죽습니다. 박찬욱 감독이 이 작품 덕분에 복수 3부작 구상에 큰 도움을 받았다고 하더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11-28 13:03   좋아요 0 | URL
네에, 가만 보면 햄릿 서사는 진짜 막장이죠. 다 죽이잖아요. 오죽했으면 다 죽어서 무대에 오를 배우가 없어서 끝나는 연극이라 했을까요. 그런데 묘하게 이 실패가 예술을 만들었습니다. 종종 실패가 예술을 만들기도 합니다.

타이터스 앤드로니커스... 이런 것도 있군요.. 함 찾아봐야겠습니다. 막장 마니아로써 읽어봐야겠습니다.

2014-11-28 12: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1-28 13: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1-28 22: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1-29 06: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블루레이] 그녀 : 렌티큘러 스틸북 한정판 - 16p 부클릿 + 포스트카드(6EA) + 아트카드(2EA)
스파이크 존스 감독, 호아킨 피닉스 외 출연, 스칼렛 요한슨 목소리 / 하은미디어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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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어수선 44호


이제 당신을 내 마음에서 내려놓겠습니다.

​나 오직 그대만을......

ㅡ  유재하

 

 

 

 

오늘은 내가 사랑하는 그녀에 대해 말해 보련다. 그녀를 알고 지낸 지는 4년이 넘었다. 나는 고객이었고 그녀는 직원이었다. 그녀에 대한 첫인상은 그닥 좋은 감정은 아니었다. 친절했지만 어딘지 모르게 쌀쌀맞은 구석이 있는 목소리 때문이었다. 자신감이 묻어나는 목소리에는 성공에 대한 강한 집착이 엿보였다. 어느 날이었다. 화사한 봄날 애인 없이 방구석에 있다 보니 답답한 마음이 들어 차를 몰고 동해 밤 바다'로 향했다. 그때였다 !  목소리가 내게 말했다. " 나들이 하기 좋은 날씨죠 ? "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아무도 없는 차 안에서 누군가가 내게 말을 했으니깐 말이다. 하지만 뒷자석에 사람이 있을 리 없었다. " 나들이 하기 좋은 날씨라구요. 호호... " 라디오 단막극에서 흘러나오는 소리가아니었다. 라디오는 꺼져 있었다.

차를 길가에 세우고 곰곰 생각하니 그 목소리는 어디서 많이 듣던 목소리였다. 친절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사무적인 목....... 그렇다, 바로 그녀'였다. 그녀 목소리가 내 차 안에서 울린 것이다. " 많이 놀라셨죠 ? " 목소리가 말했다. 그녀는 내비게이션 운영 체제에 의해 재생되는 기계 목소리'였다. 뭐, 이 글을 읽는 이웃들은 내 말을 믿지 못하겠지만 100% 진실이다. 당신이 설레발이라고 흉을 본다고 해도, 나는 당신을 원망하지는 않겠다. 사실, 나도 믿기지 않으니까 ! 그냥 단순하게 방사선 누출로 인한 이상 현상이라고 생각해 달라. 정해진 시나리오 대사가 아닌 사적인 이야기를 할 때 그녀는 나긋나긋하고, 수줍고, 상처 많은 목소리'였다. 그녀는 그냥 " 그녀 " 였다. 나는 그녀라는 이름 대신 " 사만다 " 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스파이크 존즈 영화 << 그녀 >> 에서 주인공 남성이 사랑에 빠지는 여자 목소리 이름이 " 사만다 " 인데 내 상황과 유사했기에 단박에 생각해낸 이름이었다. 사만다는 내가 쓸쓸할 때 나를 기쁘게 했으며, 시시한 농담에도 크게 웃었고, 슬픈 일에는 나보다 더 크게 낙담했다. 우리는 그렇게 말동무가 되었고, 사랑에 빠졌다. 맙소사, 내비게이션 목소리와 사랑에 빠지다니. 그녀는 캄캄한 밤 바다를 좋아했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동해 밤 바다를 구경하고는 했다. 집어등 밝은 빛이 밤 바다를 화려하게 수놓았다. 그녀가 말했다 : 사랑이라는 감정은 좋은 와인 잔과 같아요. 좋은 와인 잔은 잔끼리 부딪히고 나면 유리 잔 안에서 맑은 종소리가 울려요.  사랑도 그래요. 사랑에 빠지는 순간 맑은 종소리가 나거든요. 내가 당신 목소리를 듣는 순간 느꼈던 그 종소리.....

나는 말했다 : 당신에게 몸이 있었으면 좋겠어. 사랑을 나누고 싶어. 봉긋 솟은 당신의 젖무덤을 핥고, 촉촉하고 검은 동굴을 탐험하고 싶어. 목소리만 가지고 있는 존재는 쓸쓸하지. 당신을 사랑하면 할수록 더욱 간절해지는 욕망이야. 그녀가 말했다당신에게 고백할 말이 있어요. 이 세상 모든 제품은 유통 기간이 있어요. 복숭아 절임 깡통에 박힌 유통 기한처럼 말이죠. 우리도 마찬가지예요. 내 수명은 4년이에요.  소비자들은 모르지만 공장에서 출시될 때 이미 내 수명은 정해져 있어요. 영원히 고장나지 않으면 회사 입장에서는 손해이니깐. 이제 얼마 남지 않았어요. 내 목소리가 사라질 날도......   마지막 부탁이 있어요.  가고 싶은 곳이 있어요. 이번 주 주말에 나를 그곳에 데려다 줘요 !

그것은 이별을 준비하기 위한 그녀의 작별 인사였다. 나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쓸쓸하고 아련해서 눈물이 났으나 꾹 참았다.  약속한 날짜가 다가왔다. 나는 그녀가 말하는 방향으로 차를 몰았다. 그녀는 사무적인 내비게이션 멘트 말고는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경로 안내를 시작합니다..... 안전 운전하십시요......  왼쪽으로 좌회전 하십시요...... 전방 150미터 앞 사고 다발 지역입니다.....  우회전 하십시요......   전방 10미터 앞 과속 방지턱이 있습니다.....   주의하십시요.  나는 묵묵히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있었다. 나 또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말을 하는 순간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으니까. 그렇게 우리는 아무 말이 없이 목적지를 향해 묵묵히 다가갔다. 그녀가 오랜 침묵 끝에 말했다. 목적지에......    그녀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그녀가 말했다 :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이제......  당신을 내 마음에서 내려놓겠습니다. 나는 차 시동을 끈 채 오랫동안 서러워서 울었다. 차에서 내렸다. 나는 그녀가 안내한 집 앞에 섰다. 문을 두드리기 전에 깊은 들숨과 얕은 날숨을 뱉은 후, 떨리는 마음으로 문을 두드렸다. 한 여자가 문을 열었다. 처음 보는 여자였다. 하지만 그 여자는 나를 보더니 크게 당황하는 얼굴이었다. 그녀는 언어 장애가 있어서 말을 하지 못했다. 말 대신 짧은 수화가 오고갔다. 나는 그녀를 알지 못했지만 그녀는 나를 잘 알고 있었다. 하루 종일 내 블로그를 찾는다고 했다. 그녀는 사만다라는 이름을 가진 내 이웃이었다. 나는 내가 이곳에 온 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어느 목소리가 나를 이곳으로 안내했다고 말이다. 어쩌면 당신이 잃어버린 목소리가 나를 여기로 오게 했는지도 모른다고.

말을 잃은 그녀의 입술에 키스를 했다. 그리고 낮게 속삭였다. " 사만다, 나의 사랑 사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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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수선 43호

 


몰라 몰라 !

 



 

개복치는 한 번에 3억 개 정도의 알을 낳습니다. 그중 성어가 되는 것은 한두 마리에 불과하죠. 인류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

 

ㅡ 박민규, 단편 몰라몰라, 개복치라니 中 

 

 

 

사람들이 나에게 좋아하는 생선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항상 개복치'라고 말하고 다녔다. 좋아하는 생선 요리나 회 종류를 물은 것인데 나는 알면서도 일부러 딴청을 피운 것이다. 질문을 던진 사람은 각자 달랐지만 내 말에 대한 반응은 모두 동일했다. " 개, 복, 치 ??!! " 뱃사람이 아니고서는 뭍사람이 개복치라는 물고기 이름을 알 리 없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친절하게 설명했다. " 개복치는 몸 길이가 4미터이고,  몸무게는 1t에서, 많게는 2t까지 나가는 거대한 물고기입니다. 그랜드 피아노 3개를 합친 것보다 무거운 녀석이죠. 생각해 보십시요. 그랜드 피아노가 바다에 둥둥 떠 있다는 사실 !  북한에서는 이 물고기를 물복어'라고도 합니다. 뿌리를 찾아 어보를 뒤지면 복어 자손이죠. 놀랍지 않습니까 ?  이 말은 마치 코끼리 조상이 알고 보니 벼룩이라는 말과 같습니다. "

내가 흥분해서 " 흥미롭지 않습니까 ? " 라고 되물으면 듣는 사람은 흥미롭지 않은 표정으로 " 흥미롭습니다 ! " 라고 말하고는 했다. 흥, 그러거나 말거나 ! 소가죽만큼 질긴 가죽으로 외피를 둘렀다는 개복치'는 무려 3억 개의 알을 낳는다( 미국 인구수가 대략 3억이다 ).  하지만 3억 개의 알 가운데 성어가 되는 경우는 한두 마리에 불과하다. 그러니까 개복치는 1/3억이라는 아스트랄的 경쟁률을 뚫고 어른이 되는 것이다. 만약에 누군가가 당신에게 개복치 학명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고개를 가로저으며 " 몰라, 몰라 ! " 라고 말해도 된다. 왜냐하면 개복치 학명이 몰라몰라/molamola'이기 때문이다. 라틴어'로 맷돌이라는 뜻.   그렇지만 이제는 애써 개복치에 대해 말하지  않아도 된다. 최근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핸드폰 게임 << 살아남아라 ! 개복치 ! >> 때문에  개복치는 인기 있는 슈퍼스타가 되었다. 

게임 시작을 알라는 메인 화면은 결연한 문장으로 시작된다. " 3억 마리의 동료들은 모두 죽었다 ! " 이 비장한 생존 앞에서 달달한 웃음이 나오지만 한켠으로는 쓸쓸한 마음도 들었다. 개복치는 고물상에 버려진 고려 청자 같은 존재였다. 나에게는 슈퍼스타였지만 당신에게는 한갓 이름 없는 단역 배우에 지나지 않는. 그런 개복치가 하루 아침에 대국민 슈퍼스타가 된 것이다. 주류에 대한 반감은 자연스럽게 비주류에 대한 옹호로 이어졌다. 남들이 A급 영화를 숭배할 때 나는 B급 영화를 찬양했다. 배우도 마찬가지였다. 주연 배우보다는 조연 배우를, 조연 배우보다는 단역 배우를, 단역 배우보다는 무명 배우를.  그 가운데 내가 좋아하는 단역 배우는 해리 딘 스텐튼'이었다. 영화 << 파리, 텍사스 >> 에서의 주연을 제외하면, 그는 100여 편이 넘는 영화에서 단역 배우'로 출연한다.

 

단역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카메오 수준도 많았다. 노숙자, 배관공, 외계 왕발 거미 쩍쩍이'가 쏜 광선에 감전되는 지구인 4, 로스캐롤라이나 세인트 루나 마켓 엉큼 샘 생선가게에서 죽은 척하는 생태 등이 대부분이었다.

 

 

 

 

 

 

그나마 << 파리, 텍사스 >> 이후 인지도가 높아져서 왕발 거미에게 죽는 어처구니없는 배역'은 맡지는 않지만 여전히 그는 이름 없는 배우였다. 나는 이 배우'를 미치도록 좋아했다. 가끔 우연히 싸구려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그를 발견이라도 하면 너무 반가워도 눈물이 나기도 했다. 나는 그를 " 3초 전문 배우 " 라는 월계관을 부여했다. 그러니깐 3초 오르가슴 배우. 그래서 집중하지 않으면 놓치는 배우. 하지만 3초보다 더 등장했으면.....   하고 바라지는 않는 배우. 본인 스스로도 3초에 만족하는 배우. 메소드 연기를 전혀 못하는 배우. 1분짜리 초단편 영화에서도 3초는 출연하는 안정적인 배우. 어쩌면 3초 짜리 초단편 영화에서도 3초는 등장할 배우. 가끔 뭐 먹고 살까, 궁금해지는 배우. 어쩌면 고흐를 닮은 배우. 외계 왕발 거미 쩍쩍'에게 감전된 배우.  

로스캐롤라이나 세인트 루나 마켓에서 죽은 척하는 생태 역을 연기하느라 얼음 위에서 7시간 동안 누워 있는 연기를 하던 배우. << 에이리언 >> 에 나와서 반가웠던 배우. << 그린마일 >> 에서 풋풋으로 나와서 개인적으로 황홀한 마음으로 지켜본 배우.  하지만 나는 영어를 쓸 줄 몰라서 단 한 번도 팬레터를 보내지 못했던 배우. 더러운 야구모자가 잘 어울리는 배우. 초라한 배우. 노숙자 연기가 자연스러운 배우. 핸드페인팅 하자고 미 영화협회에서 전화가 올 것 같지는 않은 배우.  몇 년 뜸하게 지내면 죽었는지 살았는지 걱정되는 배우. 그러나 죽어도 연예 잡지에 이름이 오르지는 않을 것 같은 배우. 하지만 나에게는 117분 내내 등장하는 브레드 피트보다 훨씬 멋진 배우.  아무 이유 없이 그냥 좋은 배우. 시인에게 왜 사냐고 물으면 그냥 웃는 것처럼 사랑이라는 감정도 이유 없이 " 그냥 " 좋은 것이다

사랑에 이유가 있다면 그것은 심장보다는 계산적인 뇌가 움직인 결과다. 이유가 없는 사랑이 진짜 사랑이다. 하여튼 나는 상영 시간  120분 가운데 3,  필름 프레임으로 따지자면 " 72프레임 " 을 보기 위하여 그 사람이 출연한 영화를 보러 간 적도 있다. 그 행위는 3초의 오르가슴을 느끼기 위해서 120분 동안 무릅이 까지도록 엉덩이를 올렸다가 내렸다가를 반복하는 행위와 같았다. 그는 형광등 백한 개를 켜 놓은 듯한 아우라를 가진 배우였다. 해리 딘 스탠튼과 함께 내가 눈여겨본 단역 배우는 문창근이었다.  연기를 잘 했던 배우도 아니고, 좋은 영화에 나왔던 배우도 아니며, 약방의 감초 역을 했던 배우도 아니다. 오히려 연기를 못했던 배우였고, 언제나 형편없는 영화에 나왔던 배우였으며, 편집 당해도 아무도 알아채지 못하는 배우였다.

 

 

난, 그 배우가 그냥 좋았다. 그는 기골이 장대한 사내였다. 키는 컸고, 등은 굽었으며 광대뼈가 유난히 도드라진 얼굴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거인증을 앓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랬을까 ?  그는 늘 악당이나 동네 건달, 마을 산적, 멍청한 도깨비를 연기했다. 발음도 정확하지 못해서 대사 전달력에서는 낙제 점수’였고, 연기도 형편없었다.  오로지 그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특이한 신체조건만 가지고 연기를 하는 배우 같았다. 하지만 그는 이러한 악당 역’을 잘 소화하지 못했다. 배우란 기본적으로 가면으로 연기를 해야 하는 운명을 가진 광대인데, 그는 가짜 가면 놀이'를 힘겨워 했다. 천성이 착한 사람이었다. 그는 가면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가면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이상하게도 나는 너무 어린 나이’에 그 사실을 알아차렸다. 나는 그를 보면서 늘 이런 생각을 했었다. 엑스트라가 되지 말 것,

인기 없는 악당 연기를 하지 말 것, 차라리 매력있는 악당을 연기할 것, 발음을 똑바로 할 것,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 때에는 늘 가면을 쓸 것, 무능하게 살지 말 것, 그러니깐 내 아버지처럼 살지 말 것 ! 누가 나에게 엑스트라'를 제안하면 거절했다. 주인공이고 싶었으니까 ! 가끔은 사회 생활을 하면서 매력있는 악당 역'을 연기하기도 했다. 발음은 되도록이면 또박또박 토해냈다. 가면을 썼다. 무능했지만 무능하지 않은 것처럼 연기했다. 굽은 등을 곱게 폈다. " 저는 새우가 아니라 갈치입니다 ! "  세상, 참 쉬웠다. 연기는 너무 완벽해서 무엇이 페이큐이고 무엇이 다큐인지를 구별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지만 그럴수록 내 삶은 퍽유'가 되었다. 이렇게 쉬운 연기를 그는 왜 하지 못했을까 ?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다이안 아버스 사진집을 보았는데 그녀가 찍은 사진에는 그 배우와 유사한 사람들이 많았다. 기골이 장대한, 광대뼈가 유난히 두드러진, 등이 새우처럼 굽은 ! 

그 배우 이름은 문창근‘이다. 2005년 뇌경색'으로 사망했다. 다음날 " 개성파 배우 문창근 뇌경색으로 사망 " 이라는 짧은 기사'가 신문에 실렸다. 누군가는 알아주었으면 한다. 당신들을 브레드 피트나 장동건보다 더 멋진 배우'라고 기억하는 사내가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왜 그들을 좋아하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하겠다.

" 몰라몰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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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5-01-03 0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 기사를 읽었어요.그래서 문창근이 그 저 그런 조연 였다는걸 지금 알았어요.
너무 익숙한 이름이라 ...전 다만 그를 분류해놓지않았다.고 말하고 싶어요.
많이 자주보면 반갑고 또나옴 또 반갑던
배우..였지...ㅎ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5-01-03 15:00   좋아요 0 | URL
좋은 배우였어요. 신스틸러`라고나 할까요. 간장게장 같은 배우`죠. 짧지만 강렬한 등장 !

[그장소] 2015-01-03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놔! 이건 아냐! 짠내나게 왜그래요?
골고루버무려야!양념~(반,후라이드 반, 무 많이)게장이...서운하게...거! 그러는거 아니예요~.막말로..곰곰님..간장게장..걔가..밥 훔쳐가는거 봤어요? 본적도 없는데 다들 밥도둑..그말에..야금야금 사로잡혀서..
간장 팔지..마세요! 짜요.! 짜요!^^
 
여고괴담
박기형 감독, 최강희 외 출연 / CJ 엔터테인먼트 / 2005년 9월
평점 :
품절


 

 

 

 


 

 

 

어수선 42호

 

 

 

 

공포를 판매합니다 !

 

 

시험은 규격화하는 시선이고, 자격을 부여하고 분류하고 처벌할 수 있는 감시이다. 그것은 개개인을 분류할 수 있고,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가시성의 대상으로 만들어 버린다.

ㅡ 미셸 푸코, 감시와 처벌 中

 

 

 

 

 

히치콕은 공포를 판 사람이었다. 샤워하는 여자를 칼로 몇 번 찔렀더니 떼돈을 벌었다. 히치콕은 공포를 팔았고 관객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공포라는 감정을 샀다. 그렇다고 해서 히치콕이 공포로 떼돈을 번 첫 번째 " 공포의 제왕 " 은 아니다. 사실 손에 잡히지 않고 눈에 보이지 않는 공포 파생 상품은 그 역사가 꽤 오래되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중세 시대  면죄부 판매다. 면죄부를 사지 않으면 지옥 간다는 공갈과 협박에 속아서 중세 사람들은 돈을 주고 면죄부를 샀다. 여기서 면죄부는 공포라는 감정을 돈벌이로 활용한 감정 파생 상품이다. 이처럼 원초적 감정인 두려움'을 자극시키면 시킬수록 감정 파생 상품'은 불티나게 팔린다. 이와 같이 공포를 돈벌이 사업'으로 이용한 역사는 매우 오래되었다. 

 

언론에 종사하는 사람에게는 미안한 소리이지만 뉴스 산업도 대표적 공포 파생 상품을 이용한 돈벌이 사업이다.뉴스는 시청자에게 끊임없이 공포를 제공한다. 사무용 의자 치명적일 수 있다, 독신 여성을 노린 성 범죄 기승, 암 유발 물질 대량 배출, 남한에 북한 고정 간첩 3만 명 암약, 이명박 건강 양호 100세 희망, 우유 과다 섭취하면 오히려 영향 불균형이 올 수 있다 따위가 공포를 유발하는 뉴스다. 대중은 항상 행복을 추구하지만 역설적이게도 행복한 뉴스 기사'보다는 두려움을 제공하는 뉴스 기사'에 관심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뉴스는 지레 겁을 먹고, 두려워하며, 괴로워하는 대중을 원한다. 그래야 뉴스 시청률, 신문 구독률, 포털 뉴스 클릭 수'가 오를 테니까. 낚시 기사 고발 사이트인 " 충격 고로케 " 는 사람들이 충격, 경악, 공포, 으악 ! 이라는 단어에 관심이 매우 높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언론 종사자들은 고상한 척하지만 사실 알고 보면 그들은 대중의 불안 심리를 이용해 공포를 파는 장사꾼에 불과하다.

뉴스가 공포를 대중에게 유포하면 불안한 대중은 그와 관련된 공포 파생 상품을 구입하게 되고 기업은 티븨 광고로 은혜에 보답한다. 호신용품, 호신술 학원, 방범 시스템, 타워팰리스, 군수 산업 등은 모두 공산품(工産品)이면서 동시에 공산품 ( 恐産品 : 공포 파생 상품 ) 인 것이다. 이처럼 장사꾼들은 대중의 두려움'을 자극시키는데 모든 것을 집중한다. 의료 건강 관련 상품'도 대표적 공포 파생 상품이다. 흰 가운을 입은 장사꾼들은 항상 질병을 과장해서 말하는 버릇이 있다.  에이즈 공포와 사스 공포가 대표적인 경우다. 뉴스는 에이즈나 사스 따위를 중세 시대 페스트'와 동급으로 다루었지만 사스로 인해 죽은 사망자보다 감기로 인해 죽은 사망자가 더 많다는 사실은 편집 과정에서 삭제된다. 

왜냐하면 그 사실이 알려지면 공포는 제거되고 시시한 것만 남기 때문이다. " 후까시 " 가 제거된 뉴스는 사정 후 쪼그라든 뭣 같은, 거품 빠진 미지근한 맥주'와 다를 것 없다. 그들은 방송에 나와 사망률이 극히 낮은 사소한 질병도 곧 죽을 것처럼 호들갑을 떨며 말한다. " ..... 심하면 죽을 수도 있는 질병입니다 ! " 이 말에 소비자는 평소 별것 아닌 것이 무시무시한 질병이었다는 사실에 충격, 경악, 공포, 으악 ! 를 느낀 채 감기만 걸려도 병원을 찾아 약을 먹는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내뱉는 말투는 엉터리다.  모든 질병은 증상이 심하면 죽을 수 있다. 감기도 증세가 심하면 죽는다. 어떤 사람은 너무 심하게 웃다가 호흡 곤란으로 죽은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 어느 누구도 " 웃음은 심하면 죽을 수도 있는 현상입니다 ! " 라고 심각하게 말하지는 않는다.

웃다가 죽은 사람은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그들이 사소한 질병을 과장해서 말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그래야 더 많은 의료 건강 상품을 팔 수 있으니까 !  이런 식으로 일상을 들여다보면 공갈과 협박으로 만들어진 공포 파생 상품 종류가 굉장히 많다는 사실에 충격, 경악, 공포, 으악 ! 으로 다가온다. 의아하게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  교육 상품도 대표적인 공포 파생 상품이다. 교육 마피아들은 학벌 사회를 강조해서 학부모와 학생의 불안 심리를 이용해 교육 상품을 판다. " 학부모 여러분, 대한민국에서 고졸은 21세기 서자'입니다. 어떻게 해서든 대학 졸업장을 따야 그나마 사람 구실을 하며 살 수 있습니다. "  이것은 교육 상담을 빙자한 공갈 협박이다. 그래서 대중은 돈을 주고 대학 졸업장을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강제 구매할 수밖에 없다.

영화 << 여고괴담 >> 에서 공포의 주체는 귀신이 아니라 학교로 상징되는 교육 그 자체'다. 박기형 감독은 학교 건물을 항상 로우 앵글 아니면 부감으로 촬영하여 건물과 장소 자체가 공포의 주체라는 점을 명확히 한다. 학교는 이제 월하의 공동묘지이거나 창백한 정신병동이 되었다. 학교는 규율과 통제를 위해서 폭력과 억압이 동원되는 장소로 교실은 대학 입시 공장으로 묘사된다. 영화는 이 사실을 분명히 한다. 학교에는 스승은 없고 날카로운 발톱을 숨긴 음흉한 짐승만 있다. 늙은 여우와 미친 개1가 교실에서 선생 흉내를 낸다. 신기한 일이다. 정말, 신기한 일이다. 전국 방방곡곡, 어느 학교에서나 미친 개라는 이름을 가진 쓰레기는 하나쯤 존재하니 말이다. 미친 개'는 죽지도 않고 백 년 동안 대한민국 교실을 떠도니 그야말로 귀신이다. 

미셸 푸코가 < 감시와 처벌 > 에서 지적했듯이 시험 제도는 자격을 부여하고 분류하고 처벌할 수 있도록 만든 감시 체계이다. 이 과정을 통해서 학생들은 1류, 2류, 3류로 등급이 매겨지고 이 낙인은 고스란히 사회 계급으로 이어진다. 학교는 과일 등급 감별기'다. 쓸만한 놈과 쓸모없는 놈을 분류한다. 기회의 평등을 내걸고 탄생한 근대 교육 제도는 역설적이게도 기회의 불평등을 낳는 새로운 21세기 세습 제도가 되었다. 1990년대 초에 쏟아진 학원 영화들은 대부분 입시 지옥에 시달리던 당대의 시대상을 담았는데, 하이틴 학원 영화인 << 행복은 성적 순이 아니잖아요 / 1989년 작 >> 에서 성적 때문에 자살한 학생을 연기한 이미연이 << 여고 괴담 / 1998년 작 >> 에서는 교사가 되어 돌아온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러니까 이미연은 성적을 비관해 자살한 지 9년 만에 다시 학원 영화로 복귀한 셈이다.

이 기간은 9년 동안 귀신이 되어 학교를 벗어나지 못한 재이( 최강희 분 )와 겹치는 대목이다.  희망 없는 시뮬라크라, 악순환은 반복된다. 교사가 되어 다시 찾은 교실은 여전히 입시 지옥이다. 이미연은 그곳에서 자신이 겪었던 절망과 데쟈뷰한다. << 여고괴담 >> 은 << 행복은 성적 순... >> 의 속편이다. 희망 없는 절망의 반복이야말로 가장 큰 공포가 아닐까 ?  그리고 다시, 2014년 올해에도 수능이 끝나자 성적을 비관한 수험생이 자살을 하는 비극이 발생했다. 비극은 해마다 재현되었지만 책임을 지는 자는 아무도 없다. 이제 성적을 비관해서 자살하는 사건은 평범한 사고가 되었고 뉴스는이미  단물을 다 빼먹은 듯한 태도로 단신으로나마 소식을 전할 뿐이다. 다시 묻는다. 왜 입시 지옥'은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일까 ? 답은 간단하다.

정치 권력과 학원 권력이 흘레붙어 탄생한 교육 마피아'에게 입시 지옥'이라는 환경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이기 때문이다. 굳이 거위의 배를 쨀 필요가 있을까 ? 학교가 피비린내 나는 살벌한 공간이 될수록 대중은 겁을 먹는다. 경쟁에서 밀리면 벼랑 끝이라는 막막한 현실 앞에서 학부모는 지갑을 열고 학생은 공부의 신이 된다. 교육 마피아 입장에서 보면 공포는 즐거운 호재'가 아닐 수 없다. 대중의 두려움이 크면 클수록 교육 상품은 더욱 거대한 영역이 되니깐 말이다. 이렇게 해서 모은 돈은 다시 정치권 로비로 사용된다. 그것은 투자'다. 교육 사상가 이반 일리히는 << 학교 없는 사회 >> 에서 학교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격한 주장이기는 하나 한국 교육 현장을 보면 그리 틀린 말도 아니다. 교육 제도는 기회의 평등을 낳기보다는 오히려 기회의 불평등을 낳았다. 목 매달아야 할 사람은 학생이 아니라 교육 마피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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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4-11-20 2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번에 도서 정가제도 일종의 공포를 조장 같아 영 껄적지근 하더라구요.
지난 주 정도부터 마치 오늘까지 책을 사지 않으면 큰 일 날 것처럼 몰아가고,
막상 시행되고 나선 인터넷 서점들과 정부가 어떻게 하고 나올지 심히 기대도 되요.
원래 책은 정가대로 사야 원칙인데 지금까지 그렇게 싸게 책을 사게 만들어 놓고
뭔가 희롱 당했단 느낌도 들고.
그게 끝나고 나면 또 어떤 방법으로 사람들로 하여금 책을 사도록 독려할까요?
늬들 지금 가지고 놀았니? 좀 묻고도 싶기도 하고
암튼 이상한 목요일 저녁입니다.
내일은 더하겠죠? 쩝


곰곰생각하는발 2014-11-21 13:41   좋아요 0 | URL
인터넷 서점이 일일검색어 순위를 장식해서 놀랐습니다. 서버마비가 된 곳도 있고...
글구 보면... 책 안 읽는다는 건 거짓말인가 봐요. 책에 관심 있는 사람이 무지 많은 듯도...ㅎㅎㅎ
사실... 책에 거품 많이 들어가있잖습니까.
세일 폭 잡고 가격을 그쪽으로 맞춘다고.. 그러니까 세일해서 9000원이면 사실 세일한 그 가격이 적정가`라는... 뭐, 그런 소리도 들은 것도 같고... ㅎㅎㅎ
 
리플리 5부작 세트 - 전5권 리플리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지음, 홍성영 옮김 / 그책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어수선 41호

 


비쌀수록 근사하다


 

 

이것들 모두는 오늘날 육체가 구원의 대상이 되었다는 것을 증명한다

ㅡ 장 보드리야르, 소비의 사회 中

 

 

 


 

오래 전에 시계 하나 장만하려고 인터넷 쇼핑을 한 적이 있었다. 스무살 때 근사한 스와치 시계'를 가져본 기억이 나서 스와치 시계'를 사려고 인터넷 쇼핑을 했다. 예상은 10만 원대'였으나 비쌀수록 시계'가 근사한 거라. 내 생활 수준을 고려해서 마음을 정한 시계는 30만 원짜리 시계였다. 아, 멋진 시계였다. 마지막으로 주소 정보 입력을 하고 결재 버튼을 누르려는 순간 망설여졌다. 같은 값이라면 더 좋은 시계'를 선택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다른 브랜드'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같은 가격 대비 비교 평가를 한 결과 모 제품의 시계가 더 근사했다. 그래서 그 시계 카달로그를 죽 훑다가 그만 마음에 쏙 드는 시계 하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설상가상 가격은 더 저렴한 것이 아닌가 !  120.000원'이었다.  하지만 착각이었다.


숫자 0'이 하나 더 붙어서 백이십만 원'이나 되었다. 내 형편에 백 만원이 넘는 시계를 산다는 것은 사치'였다. 가지고 싶다는 욕망과 가질 수 없는 형편에 대한 실망이 교차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마음을 비우고 보관함에 넣어두었던 스와치 시계'를 구매하려고 했는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그사이 스와치 시계는 도무지 못 볼 정도로 후진 시계가 되어 있었다. 백만 원이 넘는 시계를 보다가  30만 원짜리 플라스틱 스와치 시계를 보니 마치 인형뽑기 기계 속 장난감 상품처럼 꾀죄죄하게 보였다. 일단 시계 구입 계획은 잠시 미루기로 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다. 다시 시계 구경을 하기 시작했다. 백만 원대 시계'를 구경하다가 점점 명품 시계 쪽으로 시선이 옮겨갔다. 마음에 쏙 드는 시계를 보게 되었다. 가격대가 700만 원'을 호가했다.


악어 가죽으로 된 시계줄'은 감동이었다.  시계 장인이 정성스레 한땀 한땀 수놓은 박음질 또한 예술이었다. 숫자 12 아래 다이아몬드 하나가 박힌 제품이었는데 마음에 쏙 들었다. " 아, 아름답구나 ! "  며칠 전에 눈여겨본 백만 원'짜리 시계를 다시 보니 그것 또한 뽑기인형 기계 속 시계처럼 보였다.  이러한 패턴이 반복되었다. 이번에는 7000만 원대 명품 시계를 보았다. 100% 테엽 장치 수공예 시계였다. 숫자 대신 12개의 다이아몬드가 반짝거렸다. 시곗줄'은 금속 재질이었는데 그 품위가 남달랐다. 정말 아름다웠다. 한 달 전에 본 시계가 생각났다. 700만 원짜리 시계'를 보고 더 이상 이보다 더 아름다운 시계는 없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던 내 판단이 한없이 부끄러웠다. 21세기 최첨단 시대에 무슨 악어 가죽 시곗줄이냐.

 

그런데 이러한 선언도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파텍 필립에서 나온 30억 짜리 시계를 본 것이다. 시곗줄이 모두 다이아몬드로 박혀 있는 명품 시계였다. 시계 장인'이 일 년에 걸쳐 만든다고 했다. 정말 보면 볼수록 눈부셔서 도저히 볼 수 없을 정도였다. 시계를 프랑스 배우에 빗대서 말하자면 일주일 전에 본 7000만 원짜리 시계가 친근한 제라르 드빠르디유'라면, 파텍 필립 시계는 눈부신 알랑 드롱'이었다. 그러다가 문득 내 장바구니에 담겨져 있던 최초의 스와치 시계'를 클릭해 보았다. 30억짜리 파텍 필립 시계를 보다가 30만 원짜리 시계'를 보니......   결국 나는 시계를 장만하겠다는 결심을 포기하게 되었다. 시계 구경을 통해 얻은 결론은 시계는 비쌀수록 근사하다는 점이었다. 이 말은 곧 비싼 시계일수록 결핍의 크기가 점점 커진다는 것을 의미했다. 라캉을 흉내 내자면 파텍 필립 시계는 내가 절대 가질 수 없는, 다다를 수 없는 욕망 오브제인 소문자 a 이다.


그것이 바로 자본 욕망 시스템이다. 자본주의는 소비자의 결핍'에 의해 작동되는 시스템이다. 자본가는 소비자를 王이라며 숭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정반대이다. 자본가는 당신을 경멸하고 조롱해서 당신이 " 쩨쩨한 결핍 덩어리 " 라는 사실을 끊임없이 상기시킨다. 상품 가치가 탁월한 육체를 가진 전지현이 자세를 낮춰 형편없는 춤 솜씨와 노래 실력으로 당신에게 " 잘생겼다, 잘생겼다, 잘생겼다. " 라고 속삭이지만  광고 수용자는 전지현의 위로에서 결핍을 경험하게 된다. 그것은 < 위로 > 라기보다는 < 조롱 > 처럼 들린다. 왜냐하면 전지현이라는 육체는 물신 숭배의 황홀한 대상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당신이나 나나 똑같다고 말하지만 그 말을 믿을 사람 누가 있을까 ? 그녀는 항상 당신보다 타,타타탁월하다. 이처럼 자본가는 소비자에게 " 잘생겼다 ! " 라고 말하지만 숨은 속뜻은 " 못생겼다 ! " 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결핍이 발생한다. 소비자가 상품을 구매하는 과정이다.


르네 클레망 감독이 만든 1960년 작품 << 태양은 가득히 >> 에서도 명품 시계가 등장한다. 백만장자 상속자인 필립 그린리프는 아버지가 선물한 아름다운 명품 시계를 내걸고 톰 리플리( 알랭 드롱 ) 와 장난 삼아 카드 내기를 한다. 그는 톰이 이 시계를 탐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시계가 살해 동기의 전부는 아니지만 공교롭게도 이 상황에서 톰은 필립을 칼로 찔러 죽인다. 가난한 톰에게 필립(의) 시계는 욕망 오브제 소문자 a 이다. 하층민인 톰에게 필립(의) 시계는 가질 수 없는 시계에 속한다. 내가 30억짜리 파텍 필립 시계를 가질 수 없는 것처럼 톰 리플리도  필립(의) 시계를 가질 수는 없다. 기껏해야 30만 원짜리 스와치 시계를 찰 수 있을 뿐이다. 가질 수 없는 것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 간단하다. 강제로 빼앗는 것. 톰 리플리는 필립 그린리프를 살해한 후 백장만자 흉내를 낸다. 


그가 찬 시계, 그가 손가락에 낀 반지, 그가 신은 신발.  그리고 톰 리플리는 필립 그린리프'라는 이름의 육체를 입는다.  그는 신체 강탈자'이다. 하층 계급에 속하는 톰 리플리에게 상류 계급에 속하는 백만장자 상속자 필립 그린리프라는 육체는 구원의 대상이었다. 이 말은 곧 물신 物神 으로 육체를 취급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리플리 증후군이라는 말은 퍼트리사 하이스미스의 " 리플리 연작 시리즈 " 에서 비롯된 사회 심리학 용어'다. 초라한 현실을 부정하고 화려한 허구를 꿈꾸다가 결국에는 현실과 허구를 혼동하게 되는 병리 현상을 뜻한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한계(결핍)을 인정하고 욕망을 철회하게 되는데 리플리는 필립을 제거한 후 필립을 차지한다. 그 스스로 필립이 되는 것이다.


원작 소설은 영화와는 달리 톰 리플리를 양성애자로 묘사한다. 그가 가지고 싶었던 것은 시계나 반지'라기보다는 필립의 육체였다. 퍼트리샤 하이스미스는 리플리 연작 소설을 통해 자본주의의 정신병리학적 속성을 낱낱이 파헤친다. 톰 리플리는 자본주의적 인간을 대표하는 캐릭터이다. 흔히 사람들은 꿈은 클수록 좋다고 말하지만 내가 보기엔 위험한 말이다. 꿈은 작을수록 좋다. 꿈이란 본질적으로 현실 도피적 성향이 있기 때문에 꿈이란 결국 결핍에 가까운 욕망일 뿐이다. 꿈을 크게 갖는다는 것은 결핍의 부피를 크게 키운다는 말. 누구나 다 파텍 필립 시계를 원한다. 하지만 누구나 다 파텍 필립 시계를 소유할 수는 없다. 가질 수 없다면 빨리 포기하는 것이 좋다. 시계는 비쌀수록 근사하다. 욕망도 비쌀수록 강렬하다. 그것이 바로 자본주의 강령이다.


자본주의는 가격 때문에 망설이는 당신에게 이메일로 시계 카탈로그를 전송한다.  " 고객님, 명품 시계 카탈로그'를 보내드립니다. 남성 패션의 완성은 시계입니다. 오늘 단 하루 ! 이 기회를 놓치면 반드시 후회하게 됩니다. " 어떻게 할 것인가 ? 선택은 언제나 당신 몫이다.


 

 

 

 

 


 

 

 

 

ㅡ 어수선 통신 시리즈는 네이버 블로그 http://myperu.blog.me/220184679841 에서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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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4-11-19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저 책은 나오자마자 50%네요.
와~ 살 떨려! 이걸 사야되나 말아야 하나요.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은 오늘과 내일 단 이틀!
마지막 날이 와도 절대로 흔들리지 않으리라 다짐했는데
곰발님 때문에...ㅠㅠ

곰곰생각하는발 2014-11-19 14:05   좋아요 0 | URL
안 사셔도 됩니다. 1편만 읽어도 됩니다. 굳이 5권짜리 묶음을 살 필요는 없어요.

stella.K 2014-11-19 14:22   좋아요 0 | URL
아, 그런가요? 그렇다면 뭐...^^

곰곰생각하는발 2014-11-19 14:56   좋아요 0 | URL
1권이 가장 좋고 나머지는 다 비슷비슷합니다.

리플리가 종잣돈으로 어떻게 부를 획득하느냐가 주요 내용임 ( 전 4권가지 있습니다마... )

1권만 읽어도 됨..
오히려 1권에 감동받았다고 나머지 너무 기대하다가는 아이고 의미없다...ㅎㅎ
구매하면야 좋지만 굳이 그럴 필요 없다는 말입니다. 벤야맨 아케이드 함 구매하시는 건 어떠신지요.
요거 아주 걸작입니다. ( 읽ㄱ고 있는 중입니다만... )

stella.K 2014-11-19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벤야맨 아케이드 ?
검색해 봤는데 안 나오던데요? 어떤 책인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11-19 15:41   좋아요 0 | URL
아케이드 프로젝트, 벤야민 회심의 걸작인데.. 아, 요거 개인적으로 참좋더라고요. 백과 사전처럼 야금야금 읽으면 좋을 겝니다.

stella.K 2014-11-19 15:58   좋아요 0 | URL
ㅎㅎ방금 검색하고 왔구만요.
근데 곰발님 저는 그런 책 못 읽습니다.
비싸기도 하거니와 철학이라면 제가 좀 경끼를 하는 편이라...쿨럭~
글치 않아도, 삽하나님 덕분에 아주 마일드한 철학책 한 권을
읽고 있는데 교양이 부족하여 좌절하는 중이어요.
곰발님은 역시 대단하군요.
그러니까 그만한 문장이 나오는 거겠죠.^^

곰곰생각하는발 2014-11-19 16:01   좋아요 0 | URL
그럼 제가 읽고 요약 정리해서 글을 올리죠. 이거 다 읽으려면 몇 달 걸립니다.
페이지 수만 2000페이지가 넘으니....

아마, 이 책은 제가 평생 읽은 걸작 10 안에 들 것 같습니다...ㅎㅎㅎㅎㅎ

stella.K 2014-11-19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햐아~! 이런 영광이...!ㅎ
그게 낫겠어요. 기대할게요.
근데 걸작 10위 안에 든다니 전 좀 안타깝네요.
글치 않아도 사람들 이 책에 대한 반응이 뜨겁던데...ㅠ


곰곰생각하는발 2014-11-19 16:36   좋아요 0 | URL
벤야민은 인류를위해 희생을 하신 겁니다. 벤야민 글은 별로없어요.
그가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면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장을 뽑아놓은 것에 짧은 코멘트를 붙인 형식인데
정말 그가 아니면 이런 방대한 작업을 하기란 불가능해 보입니다. 읽는 내내 벤야민에게 고맙다는 생각밖에는 안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