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수선 47호

 

 




햄릿이 " 오로라 공주 " 에 대해 말하다

 

 

 

 

 

 

 

 

<< 햄릿 >> 은 시쳇말로 하면 " 막장 드라마 " 다. 임성한 드라마 << 오로라 공주 >> 애서 등장인물이 이유없이 죽고, 쓸데없이 죽고, 어이없이 죽고, 황당하게 죽고, 심지어는 떡대  : 드라마 속 개 이름      마저 죽어서 시청자에게 " 막장 드라마 " 란 거센 항의를 받았다면, << 햄릿 >> 도 같은 이유로 비판을 받아야 한다. 오필리어 공주도 죽고, 플로니어스 재상도 죽고, 거투르드 왕비도 죽고, 클로디어스 왕도 죽고, 레어티즈도 죽고, 햄릿도 결국에는 죽는다. 주요 등장 인물들이 모두 죽은 것이다. 자, 그렇다면 천박한 질문 하나 던지자. << 햄릿 >> 에서 이 사람 죽고, 저 사람 죽고, 다 죽으면 정작 소는 누가 키울 것인가 ?  << 햄릿 >> 은 기승전결/起承轉結’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기승 起承 혹은 기승전 起承轉 에서 막을 내려,  結 없이 끝나는 이상한 연극이다.

 

니콜라 아브라함‘ 씨'는 < 진실의 막간 > 에서 햄릿을 두고 " 환각과 속임수와 광기로 짜인 줄거리’는 결국 주인공들이 없어서 중단 " 되는 연극이라고 지적한다. 무대 위에 뒹구는 수많은 시체에게 대사를 하도록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  엄기영 말대로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이 무대에서 벌어지고 만 것이다. 세익스피어‘는 공연 도중 등장인물들을 모두 죽임으로써 공연을 중단하게 만드는 과오를 범했다. 지금처럼 환불 제도‘가 있었다면 관객들은 환불을 받느라 긴 줄’을 서지 않았을까 ?  그런데 사람들은 아무도 << 햄릿 >> 을 막장 드라마'라며 욕을 하지 않는다. << 오로라 공주 >> 를 비판하면 교양 있는 사람이 되고 << 햄릿 >> 을 비판하면 교양 없는 속물이 되겠지만, 나는 욕하련다. " 셰익스피어 씨, 다 죽으면 소는 누가 키웁니까, 네에 ? " 딱 까놓고 말해서 : << 햄릿 >> 은 막장 드라마'가 맞지만 << 오로라 공주 >> 는 막장 드라마가 아니다.

 

오로라 공주는 그냥 형편없고, 어이없고, 황당하고, 쓸데없는 대본으로 만든 드라마일 뿐이다. 임성한 작가가 << 햄릿 >> 을 모방한다고 해서 원본이 가지고 있는 아우라를 흉내 낼 수는 없다.  아우라  :   예술 작품에서 흉내 낼 수 없는 고고한 분위기 독일 철학가 발터 벤야민의 예술이론에서 나온 말이다        는 불법 복제가 불가능한 영역이다. 당신이 아무리 박근혜를 흉내 낸다고 해도 그녀가 가지고 있는 형광등 100개를 켜 놓은 듯한 아우라를 훔칠 수는 없다. 형광등 100개는 박근혜 고유의 것'이다. 전기세 걱정은 하지 마시라. 전기 사용량은  대통령 품위 유지비'에 속하는 비용이니 말이다. " 막장 ㅡ 서사 " 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것처럼 천박한 서사가 결코 아니다. " 막장 " 은 근엄한 주류 꼰대 사회에 저항하기 위한 수단과 방법이었다.  정치적 입장에서 보자면 " 막장 ㅡ 서사 " 는 우파가 가지고 있는 가치, 제도, 관습, 금기 따위에 대한 " 좌파의 전복 " 에 가깝다.

 

막장은 기본적으로 " 아버지 " 라는 운영 체제'에 반기를 든다. 아버지 (또는 주인 ) 이 아들 ( 혹은 노예 ) 에게 요구하는 것은 순종'이다. 그렇기에 아버지/주인은 아들/노예'에게 시대 순응적 윤리만을 강요한다. 막장 ㅡ 서사'의 원조는 << 오이디푸스 왕 >> 이다. 그는 모든 막장 캐릭터의 영원한 우상이며 정신적 성소 聖所 이다. 내용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다들 아시리라. 아버지 ㅡ 운영 체제'가 보기에 " 오이디푸스 " 는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동침하는 막돼먹은 자식'이다.  그들 입장에서 보면 쿠데타'다.  그들이 보기에는 프로이드 박사도 막돼먹은 오이디푸스 아이'이다. 아들은 아빠를 제거하고 엄마와 섹스하기를 욕망한다. 딸도 마찬가지다. 딸은 엄마를 제거하고 아빠와 잠자리에 들고 싶다고 한다. 막장이 아무리 갈 데까지 간 서사 형식이라고는 하나 이 정도면 멘탈이 붕괴되리라. 마음 여린 개복치라면 이야기만 듣고도 무서워서 벌벌 떨다가 돌연사하리라.

 

프로이트가 살았단 19세기 주류 사회는 인간은 신의 형상을 닮았다고 했으나  프로이트는 그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 개똥 같은 소리 하지 마슈 ! "  동시대 주류 사회가  보기에  프로이트는 이단아였다. 그가 내세우는 서사는 불온하고 천박했기에 위험한 이론이었다. 프로이트가 갈릴레오 시대를 살았다면 신성을 모독한 죄로 단두대에 끌려갔을 것이다.  다윈도 막장 대열에 본격적으로 합류한 인간이었다. 그가 보기에 인간은 원숭이 새끼'다. 이처럼 막장 ㅡ 서사'는 주류 가치를 전복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다. 어떤 서사'가 불온하게 느껴진다는 것은 그 서사가 반란을 도모하기 때문이다. 반란과 전복은 같은 말이다. 임성한 드라마가 막장 드라마가 될 수 없는 이유는 불온하지 않다는 데 있다. 임성한 작자       오, 맙소사 ! 작가를 잘못 입력해서 작자'라고 기입했으나 고칠 생각은 없다. 오히려 근사한걸 ! 양해를 부탁드린다       는 언제나 체제 순응적이다.

 

임성한 드라마는 기득권 세력의 욕망을 철저하게 대변할 뿐이다.  임성한 드라마는 상류 계급 욕망의 화신처럼 보인다. 아무리 가난하다 해도 밑바닥에는 혈통에 대한 선민 의식을 깐다. 난 너희와는 달라 !  제목만 봐도 그녀가 얼마나 철저하게 상류 계급을 욕망하는지 답은 나온다. 그녀가 다루는 계급은  특권층이다. 그녀는 (온달) 왕자이거나, (인어) 공주이거나, (왕꽃) 선녀이거나, (아현동) 마님이거나, (오로라) 공주'만을 욕망한다.  오히려 그녀는 소수자를 조롱한다. 장애인이나 동성애를 비하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임성한 드라마는 막장 드라마가 될 수 없다. 저항 없는 롹 스피릿은 롹이 아니듯이, 체제 전복이 아닌 체제 순응은 막장이 될 자격이 없다. 반면 << 햄릿 >> 은 막장이 될 자격을 갖췄다. 햄릿은 끊임없이 아버지 대리자인 클로디어스 왕을 노린다. 그는 아버지가 만들어 놓은 법과 세상에 대해 반기를 든 꼴통이었다.

 

햄릿은 " 죽느냐, 사느냐...... " 로 시작하는 그 유명한 독백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 압제자의 잘못, 잘난 자의 불손, 경멸받는 사랑의 고통, 법률의 늑장, 관리들의 무례함, 참을성 있는 양반들이 쓸모없는 자들에게 당하는 발길질을 견딜 건가 ? ( 제 3막 제 1장 中 )  " 에 대해 불평을 늘어놓는다. 그러니까 햄릿은 아버지로 대표되는 녀석들을 일일이 나열한 후 신랄하게 그들을 비판한다. 햄릿이 연극을 중단하면서까지 등장 인물들을 모두 살해한 이유'다. 그는 우물쭈물하는 인간이 아니라 거침없는 인간이었다. 햄릿은 전형적인 오이디푸스적 인간'이다. 그는 클로어디스 왕을 제거하고 어머니를 차지하려고 한다. 하지만 이 계획은 실패한다. 연극은 중단된다. 햄릿은 오이디푸스적 욕망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임무 수행 중 전사했기에 오이디푸스 욕망은 실패(포기)가 아니라 중단(미완성)에 가깝다.

 

오이디푸스적 욕망이 반영된 캐릭터가 햄릿이라면, 오필리어는 햄릿에 대한 은유'다. 뜬금없는 소리처럼 들리지만 햄릿은 오필리어‘와 동일 인물’이다. 라캉은 햄릿’을 분석하면서 오필리어‘라는 이름에 주목한다. 그는 O 와 phelia 사이에 쉼표를 넣어서 분리한다. ( O, Phelia ) 분리하면 다음과 같다. < O !  +  Phelia > 는  < Oh !  Phallos >다.“ 오, 펠루스 ” 다. 여기서 펠루스’는 권력지향적인 단단한 자지‘를 뜻한다. 뜻을 풀이하자면 “ 오, 위대한 권력욕망이여 ! ” 다. 햄릿'은 겉으로 보기엔 나약하고 우유부단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왕 = 팔루스'이 되어 어머니를 차지하고 싶은 욕망을 교묘하게 숨긴 사내다. 더군다나 < oh ! > 라는 감탄사'는 그가 왕을 얼마나 애타게 갈망하고 있었는지를 명백하게 보여준 증후‘가 아닐까 ?  " 오필리어( 오 + 펠러스 ) 가 죽었다 " 는 사실을 그대로 직역하면 발기 불능을 의미한다. 

햄릿은 결국 王 ( 팔루스 ) 이 되지 못한 채 날뛰다가  죽는다.  오이디푸스가 비극적 운명 앞에서 참회의 눈물을 흘렸다면, 햄릿은 당당하게 그 욕망을 얻으려고 했던, 오이디푸스보다 더 오이디푸스적인 인간이었다. 그러므로 << 햄릿 >> 이야말로 막장 드라마'다.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말이다. 나는 늘 막장을 지지했다. 이 지지를 불온하다고 욕하지 마라. 별 볼 일 없는 녀석이 꿈꾸는 한여름 밤의 꿈이라 해 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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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4-11-28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각해보면 햄릿 줄거리가 막장에 가깝죠. 왕자의 어머니가 아버지의 동생이랑 재혼하고, 햄릿이 애인 오필리어의 아버지를 살해하고, 거기에 오필리어가 광녀가 되었으니.. 그리고 결말은 뭐 아시다시피 다 사망... 이야기가 자극적인 요소가 많은데도 햄릿을 청소년 추천도서 목록에 있는 것 보면 웃기네요. 물론 저도 어렸을 땐 추천도서 믿고 햄릿을 처음 읽기 시작했지만요. 셰익스피어의 <타이터스 앤드로니커스>를 읽어보신 적이 있습니까? 이게 더 막장입니다. 임성한 작가의 데스노트 뺨칩니다. 잔인한 살해 장면이 나오고 인물들이 하나씩 죽습니다. 박찬욱 감독이 이 작품 덕분에 복수 3부작 구상에 큰 도움을 받았다고 하더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11-28 13:03   좋아요 0 | URL
네에, 가만 보면 햄릿 서사는 진짜 막장이죠. 다 죽이잖아요. 오죽했으면 다 죽어서 무대에 오를 배우가 없어서 끝나는 연극이라 했을까요. 그런데 묘하게 이 실패가 예술을 만들었습니다. 종종 실패가 예술을 만들기도 합니다.

타이터스 앤드로니커스... 이런 것도 있군요.. 함 찾아봐야겠습니다. 막장 마니아로써 읽어봐야겠습니다.

2014-11-28 12: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1-28 13: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1-28 22: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1-29 06:3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