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怪物


팔은 안으로 굽는다.  가재는 게 편이다.  ㉢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ㅡ 이 세 가지'를 뭉그러뜨려서 유식하게 사자성어로 말하자면 " 가족주의 " 로 환원이 되고, 무식하게 저잣거리 입말로 내뱉으면 " 불알후드 " 가 된다. 이 너절한 표현은 집단 내 혈맹을 강조하는 brotherhood'를 알타이계 몽골어'에 적합한 혓바닥으로 굴리게 되면 발생하게 되는 혈전'이다. ( R 발음에 주의할 것 ! ) 듣기가 좀...... " 거시기 " 하지만,  그렇다고 고환후드'라거나 음낭후드'라고 메디칼 용어로 말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 한국 사회가 가부장사회'라는 점을 환기하면 가족주의는 곧 불알들의 연대'를 대표하는 " BROTHERHOOD " 와 일맥상통하는 구석이 있어서 내가 만든 조어造語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불알후드가 가지고 있는 유연한 확장성'이다.  

가족주의(불알후드)가 확대되면 < 국가주의 > 가 된다.   그런데 이 < 국가주의 > 가 좋은 방향으로 성장하면 민족주의가 되지만 삼천포로 빠지면 국수주의'가 되고  국수주의의 극단적 형태가  파시즘'이다          이것을 좀더 광범위하게 확대하면 < 인종주의 > 가 된다. 국가주의가 국가'라는 지역적 한계에 국한된 " 로컬 ㅡ 뽕끼 " 라면, 인종주의는 컬러가 비슷한 인종 간 " 글로벌 ㅡ 뽕끼 " 다. 유유상종'이다.  여기서 끝 ?! 아니다. " 거시적 불알후드 " 의 끝판'은 인간(중심)주의'로 확장한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아무리 날카로운 지성으로 인간과 문명에 대한 비판을 해도 결국은 사람은 인간 편이다. < 인간주의 > 는 인류 멸망과 지구 멸망을 동일시한다. 인류가 멸망한다고 해서 지구가 멸망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편협한 시선이 아닐 수 없다. 가족주의가 < 내 새끼냐 / 네 새끼냐 > 라는 이분법적 잣대로 상대를 평가한다면,

인간주의는 < 인간이냐 / 비인간'이냐 >  라는 논리가 적용된다. 인간이 아닌 것은 가차없이 제거해도 좋다. 리들리 스코트 감독이 연출한 영화 << 블레이드러너 / 1982 >> 는 인간 중심 사고에 대한 통렬한 비판을 담고 있는데, 해리슨 포드가 연기한 데커드 형사는 심문 과정에서 대상을 인간 / 비인간(인조인간)'으로 정한 후 " 비인간 " 을 제거한다. 이 측정 과정을 꼼꼼하게 뜯어보면 서구 백인 제국주의자가 식민 정책을 옹호하기 위해 내세운 계측학과 유사하다는 점을 발견하게 된다. 데커드 형사가 맡은 역할은 식민지'에서 온 리플리칸트로 의심되는 대상을 상대로 IQ 테스트를 측정하는 일이다. IQ 테스트가 백인종의 우월성을 강조한 사이비 계측1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영화는 식민주의에 대한 제국주의자의 폭력과 반성을 담고 있다.

인간/비인간'으로 나누는 이분법적 잣대는 봉준호 감독이 연출한 영화 << 살인의 추억 / 2003 >> 에서도 드러난다. 두 형사'가 죽도록 잡고 싶은 대상은 " 법을 어긴 인간 " 이 아니라 " 짐승 같은 인간 " 이다. 전자가 인간이라는 대상에 방점을 둔 것이라면 후자는 인간의 탈을 쓴 짐승이라는 대상에 방점을 둔 표현이라 할 수 있는데,  " 짐승 같은 인간 " 이라는 관용구에는 인간이 저지른 죄를 죄 없는 짐승에게 뒤집어씌우려는 음모가 깔려 있다. 결국 짐승 같은 인간은 인간이 아니라 비인간'으로 분류된다. 이처럼 인간의 죄'를 다른 대상에게 투영된 결과'과 비인간'이다. 괴물도 마찬가지'다. 팔이 안으로 굽는 신체 구조를 가진 존재가 인간이라면, 팔이 밖으로 굽는 신체 구조를 가진 존재는 괴물이 된다.

괴물은 더러운 육체에 대한 혐오가 투영되었다. 그들은 대부분 피범벅이거나 오물 범벅인 존재이며 피부는 거무퉤퉤하고 울퉁불퉁하다. 서구 사회가 문명화 과정'을 거치면서 지나치게 " 청결 " 을 강조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끈적끈적하고 거무퉤퉤한 괴물은 사회화 과정이 단절된 존재'다. 영화 << 캐리 >> 에서 주인공 소녀 캐리는 돼지 피를 뒤집어쓴 순간, 사람들로부터 조롱거리'가 되어 파티의 여왕'에서 한순간에 돼지 피로 범벅이 된 더러운 년으로 강등당한다. 그것은 (변형에 따른) 이종異種에 대한 인간의 심각한 불안과 혐오가 반영된 결과'이다. 줄리아 크리스테바와 조르주 아감벤이 예리하게 지적했듯이 더러운 몸은 비인격체에 대한 기호로 작동하게 되어 법의 보호로부터 예외 상태'에 놓이게 된다.

좀비가 좋은 예'이다. 선량한 시민이 좀비를 때려 죽인다고 해서 감옥에 갈 일은 없다. 생기를 잃고 거무퉤퉤하게 변색이 되기 시작하는 좀비는 인간이 아니라 인두겁을 쓴 비인간'일 뿐이다. 영화 << 엑소시스트 >> 도 마찬가지'다. 관객은 12세 소녀 리건의 몸이 더러워질수록 리건을 비인간'으로 인식한다. 리건은 더러우면 더러울수록 보다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데 관객이 이 영화를 보면서 느끼는 불안은 더러운 육체와 그 변형에 대한 혐오'에서 발생한 감정이다. 이처럼 괴물은 주류에서 추방당한 존재'다. 그들은 변방에서 온 이민자'라는 이유로 ( 드라큐라 ), 병색이 완연하다는 이유로 ( 좀비 ), 가난하고 더럽다는 이유로 법의 예외 상태'에 놓이게 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들 또한 인간'이라는 점이다. 인두겁을 쓴 짐승이 아니라 인간'이다.

얼핏 보기에 흡혈귀, 좀비 그리고 더러운 육체 괴물들이 나오는 영화는 비정상적 육체가 정상적 육체를 공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정반대'이다. 주류 이데올로기는 비주류 집단을 법의 예외 상태에 놓인 후 린치를 가해도 좋은 대상으로 삼는다. 어느 쪽이 더 폭력적인가는 당신이 판단할 문제이지만 불온한 육체가 오랫동안 억압받았다는 측면에서 나는 그들을 지지한다. 잔인할수록 좋다. 어차피 영화이니까. 물고 뜯어라 ■

 


  1. 인간에 대한 오해, 스티븐 제이 굴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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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5-01-20 0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고보니 내 아들 괴물 아니게 만들려고 자신이 괴물되는 마더도 합이 맞네요. 기본적으로 인간의 자기애에서 나온 뿌리깊은 선악구조가 문제 발단아닌가 싶어요. 너는 악하고 나는 선하다. 내가 악하니 너도 같이 악해져야 한다. 모두의 욕망을 드러내는 것을 보면 물어뜯는 위선들...
미국의 악의 축 운운 또한.

곰곰생각하는발 2015-01-20 04:11   좋아요 0 | URL
개인적으로 가족주의`를 좀 혐오하는 편입니다. 뭐랄까. 대한민국에서는 적어도 대한민국에서는 악의 축으로 뿌리를 내린 것 같습니다. 이탈리아와 대한민국은 닮은 점이 있는데 상당히 부패했다는 점이죠. 둘 다 공통점을 가족주의`를 뿌리에 둔다는 점. 개인주의 국가보다 가족주의 국가가 부패가 심하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카톨릭 국가는 대부분 가족주의에 뿌리를 두는데 이탈리아가 ( 대부 보시면 아시겠지만 상당히 한국와 유사한 구조) 부패 왕국이죠... 미국이야말로 사라져야 할 악의 축입니다.
 
[수입] The Honeymoon Killers (허니문 킬러) (지역코드1)(한글무자막)(DVD) (1970)
Criterion / 2003년 7월
평점 :
품절


 

 

 

 

 


 

 

 

 

 

지독한 사랑 : 상처받은 자만이 이해할 수 있는 러브스토리

 

 

 

 

 

ㅡ 짙은 선홍색 

 

아그파'나 후지'는 망하더라도 < 코닥 > 은 살아남으리라 생각했다. 눈보라가 휘몰아쳐도, 외로워도 슬퍼도, 디지털 카메라가 아날로그 필름 카메라를 잡아먹는 날이 와도 코닥 필름은 건재하리라 생각했다. 코카콜라 없는 " 청량 " 음료를 생각하면 " 처량 " 한 마음이 들 듯, " 코닥 " 없는 세상은 " 그닥 " 생각하기 싫었다. 하지만 디지털 카메라의 역습에 제일 먼저 망한 쪽은 업계 1위인 코닥'이었다. " I will be back...... " 이라는 인사도 없이 코닥은 " 꼴까닥 " 침몰했다.  다음은 넘버 투인 아그파'가 적자에 허덕이다가 파산 신청을 했다.     아, 배고파 !       21세기, 그러니까 2000년 이후 필름은 사양 산업이었다. 영화판도 마찬가지'였다. 필름 영화는 디지털 영화 앞에 목이 잘렸다.  모든 영화는 디지털化가 진행 중이고 이제는 완성되어 가는 중이다.

 

디지털化에 대한 저항 세력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캔 로치'와 친구들이 촬영 현장에서 필름으로 영화를 찍기는 하지만 역부족이었다.     필름으로 영화를 만드는 일은 이제 옛일이 된 모양이다. 신문기사 모퉁이에 캔 로치에 대한 기사가 실린 적이 있는데 그가 필름으로 영화를 만드는 작업을 고집한다는 내용이었다.  요즘에는 영화 현장에서 필름을 사용하지 않다 보니 필름 편집용 테이프를 구하기 힘들다는 웃지 못할 일화를 소개하고 있었다.      디지털이 필름을 날름 잡아먹어서 일자리를 잃은 사람이 꽤 많다.  선견지명이라고 할까 ?  로저 코먼이 만든 영화사 < 뉴월드픽쳐스 > 는 원래 < 뉴월드필름 > 이라고 이름을 지었다가 필름이라는 단어는 언젠가는 영화'가 다른 것으로 대체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뉴월드픽쳐스'로 이름을 바꿨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무엇으로 영화를 만들건 간에 결과는 그림 picture이 될 테니깐 말이다.

 

하지만 이 말을 곧이 곧대로 믿으면 안 된다. 그는 < 뉴월드픽쳐스' > 를 팔고 후에 < 콘코드필름' > 을 만들었다. 앞뒤가 안 맞는 소리.  내가 다녔던 일터는 필름 창고'였다. 보스는 충무로에서 자수성가한 양반이었다. 술만 마셨다 하면 눈보라아아가 휘이날리이이이는 바람찬 충무로에서 구두닦이'를 하며 영화 제작자 겸 영화 수입업자로 성공한 이야기'를 회상에 젖어 말하고는 했다. 그닥 감동스럽지는 않았다. 그가 제작한 영화와 수입한 외화는 팔 할이 형편없는 영화'였다. 큰 돈을 굴릴 수 없으니 작은 영화를 제작할 수밖에 없었고 그럭저럭 본전은 때리는 싸구려 에로 영화만 수입하다 보니 그리 되었다. 어느 날  토요일이었다. 보스는 내게 필름 창고'를 정리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맙소사, 그날따라 데이트가 있어서 옷에 신경을 썼는데 필름 저장고 정리'를 하라고 하니 화딱지가 났다.

말이 좋아 필름 보관소'이지 연탄 창고나 다름없었다. 보스가 눈보라가 휘이이날리는 바람찬 충무로에서 그동안 제작한 영화들과 수입 외화는 100편이 넘었는데 이걸 분류하고 필름 세척하는 작업은 반나절만에 뚝딱 해치울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어쩌랴. 목구멍이 포도청인 걸 ! 그때 필름 창고에서 발견한 필름이 << 짙은 선홍색 >> 이었다. 감독 아르트로 립스타인, 루이 브뉘엘의 서자. 조도로브스키와 함께 멕시코 영화를 대표하는 양대 산맥. 보스가 이 영화를 사들고 온 이유는 간단했다. 미국 화폐 달러'에 비해 맥시코 화폐 페소(peso)가 저렴하니 싼 맛에 산 것이다. 나는 먼지를 뒤집어쓴 채 무엇에 홀린 듯 이 필름을 시사실 영사기에 걸어 돌려 보기 시작했다.   사실을 고백하자면 회사에서 철야 당직 근무를 할 때 심심해서 보았지만

 

일하다 말고 컴컴한 시사실에서 이 영화를 보았다고 하면 그럴듯한 "  그림 " 이 나오니 그리 한 것이다. 미리 양해를 부탁드린다.  영화는 웃으면서 잇힝, 하며 코 팔 정도로 재미있는 영화가 아니라 아, 하다가 결국에는 오오, 하게 되는, 똥 쌀 정도로 훌륭한 영화'였다. 모 이웃이 표현한 말을 빌리면 맛이 간 루이 브뉘엘이 << 보니 엔 클라이드 /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 을 찍은 것 같았다. 아르트로 립스타인 감독이 루이 브뉘엘 밑에서 조감독 생활을 했으니 정확한 지적'이다. 이 작품은 << 허니문킬러 / 1969년 >> 를 리메이크한 영화'였다.  당시에는 이 영화를 볼 기회가 없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최근에 보게 되었는데,  한편 웅이네 가족은..... 


​ㅡ 허니문 킬러

<< 짙은 선홍색 >> 이 정신줄 놓은 브뉘엘이 만든 영화'라면 << 허니문킬러 >> 는 시네마 베리떼 감독이 휴대하고 다니는 카메라로 찍은 고다르 영화'였다.  사악한 간호사 역을 연기한 샐리 스톨러'는 안나 카리나의 망가진 모습처럼 보였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이 영화는 누벨 바그와 시네마 베리떼를 반반 섞은 듯한 느낌을 주는데, 처음에는  마틴 스콜세즈가 감독하기로 했으나     실제로 도입부를 찍기도 했다        제작사와 대판 싸운 후 감독 권한은 레너드 캐슬'에게 넘어갔다. 그는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쓴 시나리오 작가'였다.  영화 감독 경험이 전무한 초짜'였다. 하지만 " 초짜 " 라는 우려와는 달리 영화는 이탈리아 장인이 한 땀 한 땀 정성스레 만든 걸작'이 되었다.

 

이 영화는 레너드 캐슬이 처음 만든 영화이자 마지막 영화'가 되었다.     처음 만든 영화이자 마지막 영화이며 동시에 걸작 반열에 오른,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는 작품으로는 찰스 로튼의 << 사냥꾼의 밤 >> 과 허크 하비의 << 영혼의 카니발 >> 이 있다.        카메라가 대상을 잡는 위치'는 생동감이 넘치고 명암 대비가 강렬한 흑백 촬영은 앞서도 지적했듯이 시네마 베리떼的  날(것) ㅡ 이미지를 떠올리게 만든다. 그리고  장도리 살인 장면은 << 올드보이 >> 장도리 장면'보다 좋다. 무엇보다도 이 영화에서 가장 뛰어난 점은 마사 벡'을 연기한 셀리 스톨러'라는 배우'가 가지고 있는 페르소나'다.  질투에 눈이 멀어서 어린 아이까지 죽인 여자는 무표정한 얼굴로 담담하게 말한다. " 상처받은 자만이 이해할 수 있는 러브스토리 " 라고 말이다.

 

이 말이 묘하게 심금을 울린다. 누누이 하는 말이지만 우는 연기'보다 어려운 연기는 웃는 연기'이고, 웃는 연기보다 어려운 연기는 무표정한 연기'이다. 관객이 배우의 무표정한 얼굴에서 복잡한 텍스트를 읽을 때, 그 배우는 훌륭한 배우'다.  마사 벡을 연기한 셀리 스톨러'는 적어도 이 영화에서 만큼은 불꽃 튀는 연기를 보여준다.  종종 필름으로 만들어진 영화들이 그리워진다. 오랜 세월, 퇴화의 흔적으로 색이 바래고 스크래치'가 난 필름 영화를 볼 때마다 그립다. 이젠 그런 영화를 볼 기회'란 없다. 디지털化된 영화는 퇴화의 흔적도 긁힌 상흔도 없을 테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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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5-01-18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표정의 대가ㅎ 클린트이스트우드 표정 변화보려고 영화내내 무의식적으로 얼굴에 집중돼 있을 때가 많아요. 아이돌 소녀라도 이 정도는 아니겠다! 싶게... 찔끔하는 표정변화라도 보게 되면 무슨 대단한 발견이라도 한 듯한 기분이ㅎ... 나이 드시니 멋진 고목 표정되셔서 더 좋더군요.
조감독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홍상수, 김기덕 조감독 출신들은 그 영향권에서 못 벗어나는 게 안타까워요. 서정이 이미 그랬다면 문제가 더 심각한데...
봉준호, 박찬욱 조감독 출신 감독이 나온다면 어떤 모습일까 그건 좀 기대되는 일입니다. 그들은 정서가 아니라 작법적으로 움직이는 이들이라 본인의 서정은 간직할 수 있을테니...
근데 저 포스터 정말 멋지네요.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 다른 버전 닮았기도 하고...
코닥의 자멸은 안타까운 일이죠.
아주 먼 훗날엔 우리가 이렇게 화면을 들여다보는 세상도 다 사라져있을지도 모르죠...

곰곰생각하는발 2015-01-18 05:41   좋아요 0 | URL
클린트 옹.. ㅋㅋㅋㅋㅋ 연기의 팔 할은 주름` 아니겠습니까. 주름은 참 많은 것을 말하는 거 같습니다.
저는 코닥이 망할 줄은 몰랐습니다. 디지탈 카메라가 아무리기승을 부려도 부동의 1위는 코닥 아니었습니까.
살아남을 줄 알았는데 무너진 걸 보면 종이책도 그꼴이 안 나니라는법도 없는거 같습니다.

AgalmA 2015-01-18 05:51   좋아요 0 | URL
코닥 필름 400 흑백으로 찍은 사진의 추억을 고이 간직하며 묵념이죠, 뭐.
자본주의 광풍 속에 키치와 키덜트들이 얼마나 광범위하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앞으로도 많은 게 살아남고 사라지겠죠...

곰곰생각하는발 2015-01-18 07:15   좋아요 0 | URL
코닥 400. ㅋㅋㅋ 옛 생각나네요. 저는 코닥 100`이 너무 기생오라비 같아서 400을 즐겨 사용했습니다. 거친 느낌이 좋더군요. 아쉬운 점은 1600을 사용하지 못한 점입니다. 무진장 거친 사진 좀 찍고 싶었는데 말이죠...

AgalmA 2015-01-18 07:17   좋아요 0 | URL
기생오라비ㅋㅋ...그러게요. 저도 1600은 사용할 생각도 못했는데 그런 건 참 아쉽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1-18 08:47   좋아요 0 | URL
그 누구냐... 왜 범죄 사진만 찍어서 유명해진 사진가가 있습니다. 그가 주로 밤거리를 찍었는데 광원이 부족하다 보니 감도 100짜리는 아예 쓸 생각을 못하고 400,800, 1600를 썼는데 아.. 이게 은근 멋집니다.

AgalmA 2015-01-18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jim goldberg? 아니예요. 이건 틀린 답 같습니다. 사진을 보면 알텐데 아, 궁금타

곰곰생각하는발 2015-01-18 11:45   좋아요 0 | URL
rhfem rhfem 골드버그도 범죄 사진만 찍었군요. 아, 생각은 안나는데 ㄴ 아르 이름이 짧았던 것 같은데 말이죠...

뽈쥐의 독서일기 2015-01-19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처받은 자만이 이해할 수 있는 러브스토리라니.. 얼마나 상처받았는지 테스트 해보고 싶어지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1-20 04:13   좋아요 0 | URL
네에. 기회 되시면 꼭 보시기 바랍니다. 아주 독특한 범죄 영화이면서 묘하게 일그러진 러브스토리입니다.
 
나는 어떻게 할리우드에서 백 편의 영화를 만들고 한푼도 잃지 않았는가 - Art+Business 시리즈
로저 코먼 지음, 김경식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1월
평점 :
품절


 

 

 

 

 


 

 

 

 

 

B 서정의 난폭한 제왕



 

ㅡ 로저 코먼


한낮의 더위 때문에 숨이 턱 밑까지 몰려왔다. 뉴스에서는 연일 폭염 특보를 내보냈다. 기상 캐스터'는 짐짓 걱정스러운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 오늘 같이 무더운 날씨에는 가급적 외출을 자제하시고 수분 공급은 충분히 하시기 바랍니다. 아, 그리고.... 이런 날에 이사를 한답시고 낑낑거리며 책장 정리 따위나 하는 멍청이 대마왕은 없겠죠 ? " 그때, 나는 무슨 일을 했냐면...  내일 이사 갈 준비를 하느라 낑낑거리며 책장 정리 따위나 하고 있었다. 가전 제품은 재활용센터에 팔고, 주워왔던 쇼파는 1년 후 동사무소'에서 발급하는 노란 딱지를 붙인 후 다시 그 자리에다 갖다버렸다. 버려진 쇼파를 보며 생각했다. " 인생은 공수래공수거야 ! "  

 

이삿짐 트럭에 실릴 짐'은 책과 책장이 전부였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책을 포장했다. 이런저런 일로 기진맥진해진 나는 저녁에 시원한 맥주로 허기를 채웠다. 다음날 늦은 아침에 눈을 뜨니 아침부터 어마어마한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다. 하늘에서는 비를 양동이 채 쏟아붓고 있었다. 시바, 그때 마침 이삿짐 트럭이 도착했다. 내리다가 그칠 비가 아니었다. 하지만 이삿날을 연기할 수는 없었다. 트럭은 빗속을 뚫고 서울을 향해 달렸다. 바람이 어찌나 심하게 불던지 서해대교를 건널 때에는 대교'가 좌우로 흔들리는 모습이 보였을 정도였다. " 이러다가 트럭이 전복되어서 바닷물에 빠지면 볼 만하겠군 ! " 그날 내가 버린 책은 100권 안팎이었다.

 

방수천으로 꼼꼼하게 책을 폭우로부터 보호했다고 생각했으나 엄청난 비와 함께 바람'이 부는 바람에 책은 속수무책으로 물을 먹어야 했다. 집에 도착해서 책을 추려 보니 100권 정도는 떡이 되어서 버려야 했고, 100권 정도는 보기 흉하지만 그렇다고 버리기에는 아까울 정도로만 물을 먹었다. 헌책방에 책을 팔려고 해도 물 먹은 책'은 받질 않았다. 천덕꾸러기 신세가 된 책은 책장이 아닌 책상 밑에 쌓아두었다. 어제 조 단테가 연출한 << 할리우드 대로 / 1977 >> 란 영화를 보다가 문득 로저 코먼이 쓴 << 나는 어떻게 할리우드에서 백 편의 영화를 만들고 한푼도 잃지 않았는가 >> 라는 긴 제목을 가진 책이 떠올랐다. 이 책에서 << 할리우드 대로 >> 에 대한 제작 뒷 이야기를 얼핏 읽은 기억이 났기 때문이었다.

 

주류 메이저 A급 스튜디오 영화인 << 선셋 대로 >> 를 패로디한 것이 분명한 << 할리우드 대로 >> 는 저예산 영화 현장에 대한 찬가를 담은 영화였는데, 영화 예고편 편집자에 불과했던 조 단테가 이 영화를 감독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제작비 5만 달러로 일주일 안에 영화를 찍겠다는 조건'을 제시했기에 가능했다. 조 단테는 멋지게 성공했고 후에 B무비에 대한 예찬을 담은 걸작 << 마티니 >> 를 만들었다. << 할리우드 대로 >> 에 감동한 나는 먼지가 쌓일 대로 쌓인 << 나는 어떻게 할리우드에서 백 편의 영화를 만들고 한푼도 잃지 않았는가 >> 라는 책을 끄집어내서 다시 읽기 시작했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젖은 종이가 마르면서 생긴 얼룩을 보니 비바람이 몰아치던 그날이 생각났다.

 

초저예산으로 영화를 만들다 보니 로저 코먼 영화는 손 대면 툭 하고 쓰러질 것 같은 골판지 세트  누군가가 그런 말을 했다 : 문을 쾅 하고 닫을 때 벽이 흔들리면 그것은 B급 영화라고 말이다 ,   똥 쌀 만큼 무시무시한 종이 괴물, 빈약한 서사의 틈, 형광빛으로 승부를 건 특수효과, 자주 써먹는 고답스러운 나레이션 그리고 지나친 폭력과 노골적인 성 묘사'는 로저 코먼 영화의 싼 티나는 특징이었다. 하지만 A급 할리우드 스튜디오 영화와 맞짱을 떠도 결코 뒤떨어지지는 않는 작품이 많았다. 로저 코먼은 니체가 언급했던 것처럼 모든 가치에 대한 전복을 다뤘다. 모든 권위와 우상은 로저 코먼 앞에서는 한갓 골판지로 만든 세트와 종이로 만든 우상에 불과했던 것이다. 

 

이처럼 그의 영화는 주류가 아닌 비주류 감성이 팔 할'이었다. 내가 영화에 대해 흥미를 잃기 시작한 때는 동네 극장이 갑자기 멀티플렉스化로 재편되는 시점과 맥을 같이했다. " 관객 " 은 이제 " 고객 " 으로 둔갑해 있었다. 관객이라는 단어가 영화를 보는 주체 ( 觀 : 볼 관 ) 에 방점을 찍었다면 고객은 손님을 대접해야 하는 주체 ( 顧 : 돌볼 고 ) 에 방점을 찍었다. 전자가 영화라는 시각 예술에 부합하는 지시어라면 후자는 영화를 자본 이익 창출이라는 점에 주목한 지시어'라 할 수 있었다. 다들 아시다시피 자본이 소비자를 왕 대접( 모셔야할 손님 ) 하는 이유는 호주머니를 털기 위해서다.  더군다나 << 쥬라기 공원 >> 이후,

 

재현 불가능한 화면을 " 뽀샵질 ( CG )  " 이 그럴 듯하게 재현하면서부터 영화에 대한 흥미를 완전히 잃었다. 특수 효과'는 졸속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 개발된 것이라고 주장했던 로저 코먼의 말은 헛소리가 되었다. 이제 특수 효과는 가장 비싼 제작비에 속했다. << 반지의 제왕 >> 에서 건달프를 연기했던 이언 멕컬린의 불편한 고백처럼 배우는 대사를 주고 받는 게 아니라 블루스크린 앞에서 혼자 서서 혼잣말을 하는 신세가 되었다. 할리우드 영화판에서 감정의 교류와 연대 그리고 우정을 찾기는 힘들다. 21세기 영화는 모두 번지르한 영화'가 되었고 실사'보다는 만화'에 가까운 영화가 되었다. CG(특수효과)1는 모든 것을 사실'보다 더 사실적으로 재현했다.

 

관객들은 그 사실에 환호했지만 < 사실 > 과 < 사실的 > 인 것은 엄연히 다르다는 사실은 간과했다. 나는 그 옛날 B급 영화들이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낙원동에 위치한 " 서울 아트 시네마 " 를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ㅡ 괴물 게떼의 대습격 : 100% 종이로 만들었다. 비주얼을 보니 똥 쌀 만큼 무섭다

 

 

그 시절 내가 가장 많이 본 영화는 B급 영화'였고 당연히 로저 코먼 영화를 자주 접할 수밖에 없었다. 당연한 수순이었다. 왜냐하면 로저 코먼은 " B급 영화의 제왕 " 이라는 타이틀과 " 팝아트의 교황 " 이라는 월계관을 거머쥔, B 서정의 난폭한 제왕이기 때문이었다. 누가 나에게 로저 코먼이 연출한 << 공포의 구멍 가게 / 1960 >> 와 프란시스 코폴라가 연출한 << 지옥의 묵시록 / 1979 >> 가운데 어느 작품이 더 훌륭한가, 라고 묻는다면 주저없이 로저 코먼이 만든 엉터리 영화 << 공포의 구멍 가게 >> 에 손을 들어주리라.  << 지옥의 묵시록 >> 은 << 대부 >> 로 극찬을 받은 프란스시 코폴라 감독이 겁대가리 없이 잘난 척하다가 스펙타클하게 망친 제작 재난 영화였다. 

 

3000만 달러가 넘는 어마어마한 제작비, 15개월에 걸친 촬영기간, 2년이 넘도록 끝내지 못한 후반 작업'은 이 영화에 참여했던 제작사 3곳을 쫄딱 망하게 만들었다. 당시 영화 1편 당 평균 촬영 기간이 55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코폴라 감독은 머나 먼 필리핀 정글에서 월권을 행한 것이다. 이 영화에서 기억나는 것이라고는 말론 브란도가 " 호러, 호러 !! " 라고 낮게 외치는 장면이 전부였다.  반면 << 공포의 구멍 가게 >> 는 이틀 만에 촬영을 마쳤고 제작비는 5만 달러에 불과했다. 규모로 보자면 골리앗과 다윗이었지만 내 눈에는 로저 코먼 식 싸구려 공포 영화'가 더 훌륭한 영화'처럼 보였고, 많은 영화광들이 이 영화에 찬사를 보냈다.

 

<< 공포의 구멍 가게 >> 는 이틀 만에 후다닥 만들어진 영화였지만 심야 상영, 재상영 전문 극장, 비디오 대여점, 그리고 각종 무대 공연과 리메이크 영화 등으로 30년 이상 살아남은 영화가 되었다. 로저 코먼은 이 책 서문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무릎 탁, 치며 아, 했다. 비주류 신분으로 할리우드 영화판에서 산전수전 겪으며 깨달은 통찰이었다.

 

​난 1백만 달러의 제작비를 들인 영화를 보면 그 돈이 제대로 쓰였는지 아닌지를 알아낼 수 있다. 3천만 달러, 5천만 달러로 올라가면 방법이 없다. 제작비 5천만 달러짜리 영화는 이렇게 생겼다 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 조지 루카스는 << 스타워즈 >> 에서 돈을 제대로 썼다. 스크린에 그게 나타난다. << 천국의 문 >> 이나 << 이시탈 >> 의 경우는 분명히 그렇지 않다.

 

- 로저 코먼, << 나는 어떻게 할리우드에서... >> 15쪽

로저 코먼이 지적했던 것처럼 영화를 재미있게 보는 방법 가운데 하나는 " 제작 비용 대비 화면의 효율성 " 을 계산하는 것이다. 샘 레이미 감독의 << 이블데드 >> , 코헨 형제의 << 블러드 심플 >> , 프랭크 헤넨로터의 << 바스켓 케이스 >> 를 보는 재미는 바로 제작 비용 대비 효과의 극단적 효율성에 있다. 이러한 영화는 마치 가난한 조강지처가 한 푼 두 푼 아끼며 써내려간 가계부를 볼 때 느끼게 되는 감동과 비슷하다. 자기 머리를 잘라 마련한 시곗줄과 시계를 팔아 머리빗에 감동하듯이 나는 종종 적은 제작비로 악전고투하며 만든 저예산 영화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가지고 있다. 이 책은 로저 코먼의 제작 후일담을 담았다.

 

로저 코먼이 쓴 서문은 감동적이며 << 공포의 구멍 가게 >> 에 대한 후일담은 흥미롭다. 영화만큼 재미있는 입담이다 ■



 

 

 




지옥의묵시록에 대한 후일담 지금은 영화를 파일  저장 형식으로 쉽게 접할 수 있어서 혼자 영화광 흉내를 낼 수 있었지만 옛날에는 CD 저장 방식이어서 일일이  " 시네마떼끄 " 를 찾아다니며 영화를 보아야 했다. 그러다 보니 영화광들 사이에서는 연대가 이루어졌다. 그 당시는 영화 이야기'만 하면 행복한 시절이었다. 오고가는말풍선 끝에 << 플래툰 >>과 << 지옥의 묵시록 >> 가운데 어느 작품이 더 뛰어난 작품인가를 놓고 끝장토론을 펼친 적 있다. 정성일 키드'들은 당연히 << 지옥의 묵시록 >> 에 손을 들었다. 아카데미 작품상보다는 칸느 황금종려상'이 주는 로열티 때문이리라. 열에 아홉은 코폴라 감독'을 지지했고 그중에는 << 플래툰 >> 을 그지같은 영화라고 핏대를 세우는 열혈 키노 키드'도 있었다.

 

<< 플래툰 >> 이 << 지옥의 묵시록 >> 보다 낫다고 주장한 사람은 내가 유일했다. 처음부터 << 플래툰 >> 을 열정적으로 지지할 생각은 없었는데 상대 진영에서 << 플래툰 >> 을 그지같은 영화로 폄하하는 바람에 화딱지가 난 나는 똑같은 방식으로 << 지옥의 묵시록 >> 이야말로 그지같은 영화라고 맞대응했다. 내가 내세운 주장은 다음과 같다.

 

1. A급 감독이 만든 영화치고 내러티브가 지나치게 불균질적이다. 2. 제작비 3000만 달러'가 투입되었는데 헬리콥터 장면 빼고는 효과가 없었다. 3. 감독은 제작자와의 약속을 중요시해야 하는데 감독의 고집으로 제작비가 천문학적으로 늘어났고 그것 때문에 제작사가 도산했기에 감독은 책임을 져야 한다. 4. 무엇보다도 영화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모르겠다.


나중에는 서로 옥신각신하다가 결국에는 " 네 똥 굵다 ! " 로 끝났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그때 그 친구들이 << 지옥의 묵시록 >> 을 걸작이라고 한 이유에는 코폴라와 칸느에 대한 로열티'가 작동한 탓이라 믿는다. ( 대부가 걸작이라는 데는 두 손을 들고 엄지손가락 세 개를 올리고 싶지만 지옥의묵시록이 걸작이라는 데에는 엄지손가락 두 개를 DOWN하겠다. 이 작품은 명백히 실패한 영화다. )  이 영화는 원래 4시간이 넘는 영화인데 극장 개봉은 2시간이 조금 넘는 영화로 상영되었다. 절반을 뚝 자른 것이다. 그러니 관객이 내용을 이해 못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그때 모였던 친구들은 몸통 절반이 떨어져나간 영화에 열광한 것이다. 마치 장편 < 레미제라블 >을 어린이용 문고 축약본으로 읽고 나서는 정독했다고 말하는 태도'와 비슷했다.

 

이 영화는 나중에 감독에 의해 다시 편집되어서 2001년에 3시간이 넘는 감독판으로 재상영되었다. 2시간짜리 영화와 3시간짜리 영화는 확연히 차이가 도드라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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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5-01-14 2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골판지와 CG를 적절히 섞는 공드리 정도는 인정해주셔야 되지 않을지... 비카인드 리와인드는 CG 전혀 안썼던 것 같고...

곰곰생각하는발 2015-01-14 23:56   좋아요 0 | URL
공드리 같은 경우가 B서정을 자극하는 감독이겠죠. 헤넨로티가 감독한 < 바스켓 케이스 > 는 무명감독이 무명배우를 데리고 만든 초초저예산 호러 영화인데 정말 걸작입니다. 이 영화가 예상 밖으로 대성공하자 헐루웃 주류 안에서 2,3탄을 만들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 정말 개판 5분 전 영화를 만들더군요. 결국 돈이 넉넉하다고 해서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비주류 감성을 다룰 때는 확실히 가난의 미덕을 내세워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코폴라 감독이 드라큘라를 A급으로 만들었는데 저는 이게 더럽게 재미가 없더라고요. 마치 달동네 가난한 루저를 다루는데 명품 옷을 입고 있다고나 할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1-15 0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옥의묵시록은 90년대 중반 국내 극장에서 상영된 적이 있다. 예술 영화 마니아들과 이 영화에 대한 난상토론을 펼쳤는데 모두 다 위대한 영화`라는 거`였다. 나 혼자만 형편없는 영화라고 우겼다. 잘난 척하는 티가 너무 많이 나고, 감독 욕심 때문에 애꿎은 영화사 3곳이 도산했으니 무책임했으며, 촬영기일을 무한정 늘리는 것은 작가 정신이라고 우기면 안 된다. 글구... 시바 무슨 놈의 영화가 뭔 말인지 모르겠다. ㅡ 라고 우겼다. 내 말에 사람들은 어이없다는 표정이었다.

나중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이 영화는 4시간 반 정도 길이였는데 제작사에서 2시간으로 축소 상영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절반을 짤랐으니 당연히 영화가 이상해지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닐까 ? 쉽게 말해서 이 영화를 옹호했던 평론가 흉내 내는 이들은 전쟁과 평화를 다이제스트 판으로 읽고는 감동했다며 박수를 치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AgalmA 2015-01-15 01:09   좋아요 0 | URL
취향 존중합니다. 모든 예술장르는 무용하면서도 이해불가능한 매력을 주기도 하잖습니까. 대표적으로 시가 그렇기도 하고요.
공감과 작품성은 자주 혼동되죠. 블록버스터 영화나 베스트셀러들이 자주 증명해주죠.

2015-01-15 03: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1-15 11: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1-15 21: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1-17 06: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5-01-15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야 곰발님 삘이 나는군요.ㅋ
저는 전쟁영화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 두 영화를 자세히 보지 못했지만
플래툰 그지 같다는 말은 들었던 것 같아요.
제 기억에도 이해되는 쪽은 플래툰이었고, 지옥의...는 잘 모르겠던데
전쟁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데다 원래 고전 영화는 재미없다는
편견이 있어 끝까지 못 봤는데 그런 비하인드가 있었네요.
이거 나중에 리메이크 되지 않았나요?
그래봤자 두 영화 허리우드. 미제 영웅주의 그런 거 아니겠어요?ㅋ

곰곰생각하는발 2015-01-17 06:36   좋아요 0 | URL
좀 늦게 댓글 달네요.
전 두 영화 다 안 좋아하는데 너무 플래툰 까니까 오히려 오기가 생겨서 플래툰 옹호한 것 같습닏.
개인적으로 올리퍼스톤 영화를 좋아해요.
둘 다 서구의 자기반성을 담았으나 뭐 그닥 이런 반성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지라...ㅎㅎㅎㅎㅎ

지옥의 묵시록 리메이크는 안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리매이크가 아니라 감독판으로 보완해서 나오기는 했죠. 감독이 필름 숨겨두었다가 언젠가 다시 내놓겠다는 생각이 있었다는군요. 1시간 정도 추가해서 다시 내놨습니다.

수다맨 2015-01-16 2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난한 조강지처가 한 푼 두 푼 아끼며 써내려간 가계부를 볼 때 느끼는 감동! 이 비유가 참 쫄깃하게 들립니다. 저는 영화는 문외한이지만, 저번에 상세하게 써주신 스즈키 세이준과 오늘 본 이 글이 꽤나 접점이 많아 보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1-17 06:30   좋아요 0 | URL
전 정말 그런 이유로 b급 영화`를 봅니다. 돈은 없지. 간지나는 영화는 만들고 싶지, 배우 연기는 형편없지...
온갖 머리 짜내며 만든 영화가 바로 b급 영화예요. 글구 b급 영화 배우들 얼굴 보면 평범하잖아요.
내 얼굴 같기도 하고... ㅋㅋㅋㅋㅋㅋㅋㅋ

요즘 어찌 지내십니까 ?

수다맨 2015-01-18 06:53   좋아요 0 | URL
저번 달보다는 덜 바쁘게 살고 있습니다 ㅎㅎㅎ 날씨가 많이 추운데 곰곰발님께선 잘 지내시는지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1-18 07:16   좋아요 0 | URL
저야 항상 똑같죠. 지겹습니다. ㅋㅋㅋ
 

 

 

 

 

 

 

 

 

 

 

 

 

 

 

 


 

 


 

 


너희가 " 엽기 " 를 아냐 ?


 

 

알라딘은 유투브 동영상 지원이 되지 않는다. 동영상( 영화 예고편 ) 을 보고 싶은 분은 네이버 블로그'로 들어오시라. 링크를 걸어둔다.  http://myperu.blog.me/220236951117

 

 

아래 인용구 박스 안에 삽입된 글은 wikitree << 할로윈 스페셜 ㅣ 각국에서 상영 금지된 영화 10선 >> 기사 전문이다. 선정 기준을 보면 " 공포 영화 " 에 촛점을 맞춘 것인지, 신체 훼손을 다룬 " 고어 " 를 대상으로 한 것인지, 아니면 상영 금지 국가의 수'에 촛점을 맞춘 것인지가 불분명하다. 혹은 과도한 성애 장면 ?!  유감스럽게도 상영이 금지된, 전설적인 영화는 이 목록에서 모두 빠져 있다. 예를 들어 오랫동안 상영 금지되었던 << 시계 태엽 장치 오렌지 >> 와 <<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 >> 가 좋은 예'다. 좋다, << 시계 태엽... >> 과 << 파리에서... >> 라는 영화가 정치적 급진성 때문에 이 목록에서 빠졌다고 치자.

 

그렇다면 금지된 영화를 거론할 때마다 언급되는, 고어 마니아 사이에서는 전설이 되어버린 요르그 부트게라이트의 << 네크로맨틱 >> 이 언급이 안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이 영화는 시간(屍姦)을 다루었는데 엽기적인 신체 훼손 및 시체와의 섹스 장면으로 인하여 오랫동안 상영 금지된 영화였지만, 오히려 이 검열과 단속    영국 영화제에서 이 영화를 상영한다고 하자 영국 정부는 프린트를 압수하였고 상영을 지지하는 팬들에게 몽둥이를 들었다       은 소수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숭배를 낳았다. 그리고 스플래터 무비의 시작을 알린 고어의 아버지(?)인 허셀 고든 루이스의 영화'가 이 목록에서 제외된 것 또한 납득이 안간다, 납득이.  작품 제목만 봐도 허셀 고든 루이스가 왜 고어의 아버지'인지 명확하다.

 

<< 고어의 마술사 / THE WIZARD OF GORE ( 1970) >> 이나 << 고어고어 걸스 / GORE- GORE GIRLS ( 1972 ) >> 라는 제목만 봐도 답은 나오지 않은가 ? 내가 호들갑을 떨어서 그렇지 허셀 고든 루이스 감독은 그닥 좋은 감독은 아니다. 그는 오로지 보다 엽기적이고, 보다 끔찍한 신체 훼손에 목숨을 건 감독이었다. 작품성은 지나가는 개에게 주자는 감독이었다. 지금 보면 허섭스레기'에 지나지 않지만 당시에는 꽤나 충격적인 영화에 속했다. " 세계에서 가장 형편없는 영화 감독의 만신전 " 에 오른 에드우드'와 쌍벽을 이룰 유일한 감독은 허셀 고든 루이스'였다. 미안해요, 루이스 ! 이름을 차라리 " 허접 고든 루이스 " 라고 부르고 싶을 정도'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내가 요르그 부트게라이트와 호셀 고든 루이스 감독 영화를 그럭저럭 좋아한다는 점이다. 보다 보면 나중에는 낄낄거리며 웃게 만든다. ( 요르그 부트게라이트 영화가 웃기다는 소리는 아니다. ) 열악한 제작 환경이 만든 " 짜가 ㅡ 티 " 가 영화에 품격을 더하게 된다. 이 유쾌함은 싸구려에 대한 관대한 연민과 익숙한 서정 그리고 조롱과 " 그래서, 어쩌라고 ?! ㅡ 정신 " 이 뒤섞인 결과'이다. 허셀 고든 루이스 감독 같은 경우는 제작비 절감을 위해서 제작, 연출, 각본, 음악, 촬영, 미술, 특수효과 및 연기'도 한다. 얼핏 보기에는 천재 감독의 재림'처럼 보이지만 비극은 그가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하는 게 하나도 없다는 점이다.

 

그는 스즈키 세이준이 그랬던 것처럼 1972년 영화판에서 완전히 쫒겨난다. 아, 다시 보고 싶어라. 또한 네크로필리아적 금기'를 다룬 요르그 부트게라이트 감독 영화는 상영 금지'되는 차원을 넘어서 정부의 탄압으로 영화를 만들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 이 두 감독 영화에 비하면 위키트리'가 정한 영화 목록은 가소롭다. 지금 이 글은 부트게라이트 영화를 보며 쓴다. 토끼처럼 창백한 여성이 시체를 훼손하고 있다. 목을 자르더니 이번에는 몸통을 자르기 시작한다. 내가 이 글을 작성하며 희희낙락했다고 해서 나를 잔인한 남자'라 욕하지 마라. 원문 아래 덧글 형식으로 코멘트를 붙였다 ■





 

 

 

각국에서 상영 금지된 영화 10선

 

 

출처 : http://i.wik.im/194621

 

몇몇 트레일러 영상은 충격적일 수 있으니 심장이 약한 분은 아래 설명 먼저 읽어보길 바란다. 



1. 그로테스크(2009)

 

[유튜브 'CUERNANIME'] 


일본 코지 시라이시 감독의 스플래터 영화 그로테스크는 개봉 전 영국에서 금지됐다. 첫 데이트하던 중 납치당한 두 남녀는 변태 사이코 의사에게 고문당한다. 눈을 도려내거나 사지가 잘리는 등 변태적이고 잔인한 장면이 많다. 영국 영화협회는 2009년 이 영화의 무삭제판 상영을 금지하며 "'쏘우'나 '호스텔' 시리즈 등 고문을 주제로 한 다른 영화와 달리, 그로테스크는 등장인물의 어떤 변화나 서술을 최대한 줄이는 한편 관객에게 점점 심해지는 수치, 잔혹함, 가학성만을 전달한다. 영화가 끝날 때까지 고문의 동기는 '흔적'으로밖에 나타나지 않는다. 이 영화는 가학적 구경거리만을 위한 영화다"고 말했다.  
▶ 곰곰생각하는발 ㅣ 사실 이 영화를 보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 no. 1 " 이라는 타이틀이 주는 감투 때문에 호기심이 발동했다.    이 순위'가 무작위에 의한 나열인지 아닌지는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이 영화에 대한 코멘트를 남기기 전에 먼저 포르노'에 대한 언급을 잠시 하고 싶다. 첫 번째, " 포르노 ㅡ 카메라 " 가 집중하는 것은 구멍이다. 포르노는 기본적으로 찢어진 환부에 대한 페티시즘을 다룬다. 두 번재,  비상업용 셀카 장르'가 아닌 상업용 AV 상업 영화 ( 일본 영화를 중심으로 ) '에 한정해서 기술한다면 " 포르노 ㅡ 사운드 " 는 기표와 기의가 없는 신음소리와 " 야메떼 구다사이 ! " 로 대표되는 부정문으로 이루어져 있다. 마지막으로 줄리아 크리스테바가 지적한 배설물 탐닉'을 다룬다. 영화 << 그로테스크 >> 는 정확히 포르노 장르가 가지고 있는 모든 요소를 갖춘다. 기승전결에 해당하는 서사는 없고 오로지 클라이막스'만 있다. 서사가 실종되었다는 것은 결국 이미지로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인데 이 영화는 " 고어 영화 " 인 척하는 " 포르노 영화 " 다. 그로테스크 ㅡ 카메라'는 집요하게 구멍 혹은 찢어진 환부'를 노린다. 목구멍을 꼬챙이로 찌르고, 가위로 여성 유두를 자르고, 커다란 쇠못으로 남성 고환에 못을 박는다. 더불어 영화 서사'가 없다 보니 대사'도 빈약하다. 희생자로 설정된 남자와 여자가 내뱉는 것은 온통 기표와 기의'를 잃어버린 신음소리와 야메떼 구다사이'가 전부'다. 이런 영화는 스너프 영화'와 같다. 고어 영화'라는 인두겁을 뒤집어썼으나 이 영화는 쓰레기의 제왕 같은 영화'다. 

 


 



2. 인간지네 2 (2011)

 

[미안하다. 트레일러는 인간지네1이다. 차마 인간지네2 트레일러를 볼 용기가 없었다 / 유튜브 'MrTrailerVids']
 

네덜란드 톰 식스 감독의 호러스캇물 영화다. 1편은 샴쌍둥이 분리 전문 외과의가 3명의 항문과 입을 이어서 인간 지네를 만든다는 내용이었다. 2편에서는 한술 더 떠서 12명을 이었다. 첫번째 사람이 식사를 마치면 둘째 사람이 그 대변을 섭취하게 되고, 그렇게 차례 차례 이어져 마지막 사람까지 앞사람의 대변을 섭취하며 살아간다는 논리다. 소재가 워낙 역겹다보니 전세계 네티즌을 충격과 공포에 빠뜨렸으며, 감독 페이스북에 살해 협박이 올라온 적도 있다. 처음 영국에서 상영금지 했다가, 30개 장면을 삭제한 후 18금으로 겨우 상영허가가 나왔다. 호주에서는 짧은 기간동안 금지됐었으며, 뉴질랜드에서는 지금까지 계속 금지상태다. 

 
▶ 곰곰생각하는발 : 영화 장르에 대한 편견은 없는 쪽이다. 스티븐 스필버그 영화에서 아핏차퐁 위타세라쿤까지, 로맨스 영화에서 고어 영화까지 두루두루 찾아서 본다. 이 말은 고어 장르에 대한 진입 장벽이 없다는 점이다. 한때는 공포 영화만 본 적도 있다. 자세한 내용은 링크를 걸어둔다.
 
http://myperu.blog.me/20130317859 ( 애타게 공포 영화를 찾아서 )
영화 취향을 이 자리를 빌려 고백하자면 부산영화제보다는 전주영화제나 부천영화제를 선호하는 쪽이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영화에서 똥 먹는 장면을 무지 좋아한다. 내 스스로가 항문기 고착 장애 환자여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 똥 > 이 나오면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다. 파졸리니의 << 소돔 120일 >> 과 존 워터스 감독의 << 핑크 플라밍고 >> 에 열광했다. 특히 << 핑크 플라밍고 >> 에서 주인공 디바인이 소품이 아닌 진짜 개똥을 먹었을 때 지하 어두컴컴한 시네마테끄 안에서 혼자 기립해서 박수를 친 적도 있다. 만세, 디바인 ! 개똥 맛이 어떠슈 ? << 지네 인간 >> 예고편을 보니 세 사람을 하나로 연결하는 장면이 나오나 보다. 자세한 내용은 예고편에 나온다.

 


 



3. 카니발 홀로코스트 (1979)
 

 

[유튜브 'giofre']


이탈리아 루게로 데오다토 감독의 호러영화로, 국내에서는 '홀로코스트'라는 제목으로 개봉했다. 아마존 오지로 떠난 다큐멘터리 팀이 자극적이고 충격적인 영상을 얻기 위해 강간 살해 등 만행을 저지른 끝에 분노한 원주민들에게 습격당해 모두 잡아먹히고 만다는 내용이다. '페이크 다큐멘터리'를 표방한 리얼한 묘사로 지금까지 약 50개국에서 금지돼있다. 영화가 처음 개봉했을 때 데오다토 감독이 배우 살인 혐의으로 기소되기도 했다. 거북이 등껍질을 산채로 뜯어내거나, 다람쥐 원숭이를 참수하는 등 총 7마리의 동물이 실제로 영화촬영 중 희생됐다.

▶ 곰곰생각하는발 ㅣ 엽기 코드는 21세기에 시작된 문화 현상이 아니라 이미 1970년대 시작된 과잉 서사'였다. 68혁명 이후, 모든 금기는 도전을 받기 시작한다. 1968년은 정치적, 사회적, 성적 금기'가 무너진 시대였다. 이 시대의 슈퍼스타는 모택동과 호치민 그리고 체 게바라'였다. 특히 인종 차별과 여성 인권 그리고 성적 자유'에 대한 지지가 꽃을 피웠던 시절이었다. 아들 세대가 아버지에게 " 아버지, 아버지 씹새끼. 너흰 입이 열 개라도 할 말 없어! " 라고 말한, 전지구적 전공투 시대'였다. 이 시대적 급진성이 반영된 것이 바로 1970년대 영화였다. 비록 이 영화가 노골적인 돈 욕심으로 만들어진 영화이기는 하나 그닥 불쾌한 영화는 아니다. 모든 영화가 다 << 시민 케인 >> 이 될 필요는 없다. 


 


 



4. 텍사스 전기톱 학살 (1974)
 

 

[유튜브 'horrornymphs']


미국 토브 후퍼 감독의 데뷔작이며 할리우드에서 70년대 슬래셔 영화 열풍을 몰고 명작 중 하나다. 1974년 개봉 당시 수많은 나라에서 상영금지 됐으며 그나마 상영한 영화관도 관객들로부터 불평이 쏟아지자 상영을 중단했다. '에드 게인'이라는 연쇄 살인마의 '실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고 광고했으나 전부 소설이다. 다른 공포영화와 비교해 핏빛 살인장면이 별로 없음에도 불구하고 '전기톱'이라는 살해도구와 '핏빛 상상력'을 부추기는 묘사로 인해 슬래셔 영화로 분류되고 있다. 영국에서는 핏빛 상상력을 부추기는 장면을 모조리 삭제시키려 했지만 내용상 앞뒤를 알 수가 없게 되자 상영 자체를 금지시켜버렸고, 프랑스에서는 "대중의 폭력적 본능을 자극한다"는 이유로 두 차례 상영을 금지시켰다.
▶ 곰곰생각하는발 : 이 영화가 영국과 프랑스'에서 상영금지되었다는 소리는 처음 듣는다. 식인주의'를 다루기는 하지만 상당히 " 소프트 " 하다. 날것이 주는 생생함이 미덕'이다. 지금 보아도 촌스럽지 않다. 피범벅 영화의 걸작인 << 할로윈 / 1978 >> 이 있기 전에 이 영화'가 있었다. 공포 영화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있다면 반드시 보아야 할 걸작'이다. 영화학과 학생이라면 반드시 << 시민 케인 >> 을 의무적으로 보아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영화 속 살인마는 항상 죽은 자의 얼굴 가죽을 벗겨 가면으로 쓰고는 " 작업 " 을 한다. 살인마가 가면을 쓰고 등장하는 영화는 그 전에도 있었지만 이 영화만큼 강렬하지는 않았다. 이 영화 이후, 미치광이 살인마'는 모두 가면을 쓰고 등장한다.


 


 



5. 엑소시스트 (1973)

 

[유튜브 'ryy79']


미국 윌리엄 프리드킨 감독이 만든 영화로, 공포영화 역사에 남을 불멸의 걸작으로 회자되는 영화다. 귀신에 빙의된 소녀와 그 귀신을 몰아내려는 신부간 긴장과 싸움을 소재로 삼았다. 엑소시즘이라는 개념을 대중에 널리 알린 영화이자 최초의 메이저급 공포영화기도 하다. 지금에 와서는 지루하다는 소리를 듣는 영화지만 개봉 당시에는 '역대 가장 무서운 영화'로 충격적인 장면의 연속이었다. 당시 영화를 보던 중 졸도하거나 심장마비로 사망한 사례가 심심찮게 나타나 영화관으로 119가 불려오기도 했다.  당시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무서운 장면과 종교적 이유로 국가 뿐만 아니라 '도시' 단위로 상영금지하기도 했다. 영국에서는 1990년 18금으로 상영허가가 날 때까지 금지됐었다.

 
▶ 곰곰생각하는발 : 자세한 내용은......

 


 


6.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 (1978) 

 

[유튜브 'horrornymphs']


메이어 자키 감독의 영화로, 강간 피해자가 강간범들에게 잔혹하게 복수한다는 내용의 영화다. 센세이셔널한 내용이 화제가 되었고 비슷한 제목의 아류작도 많이 나왔다. 영화는 정확히 절반으로 나누어져서 절반은 여자가 강간과 폭행을 당하는 것으로 채우고, 나머지 절반을 여자의 복수로 채운다. "여성에 대한 폭력을 미화한다"는 이유로 아일랜드,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서독 등 수많은 나라에서 금지됐다. 캐나다의 경우 처음에는 금지했다가 1990년대 들어 일부 지역에 한해 상영허가를 내기도 했다. 


▶ 곰곰생각하는발 : 강간당한 여자의 복수극을 다루었으나 바탕은 신체 훼손이 중심인 공포영화 장르'다. 내가 이 영화를 본 곳은 서울역에 위치한 " 만화방 " 이었다. 이곳에서는 1일 이용권을 사면 하루 종일 만화를 볼 수 있었는데, 주요 목적은 만화가 아니라 포르노 영화'였다. 주인장은 머리가 비상해서 일반 영화 2편 다음에 포르노 영화를 상영했다. 그러니까 포르노 한 편을 보기 위해서는 4시간     영화 상영 시간 + 10분 간 휴식 시간을 합해서     을 기다려야 했다. 이런 식으로 계산하면 포르노 영화 두 편을 보기 위해서는 반나절을 만화방에서 죽치고 앉아 있어야 했다. 당연히 점심과 저녁도 이곳에서 해결해야 했다. 바로 이 부식 비용'이 만화방 주인장의 주 수입원이었다. 만화방 속 청춘들은 오로지 포르노를 보겠다는 일념으로 기다려야 했다. 이 영화가 상영되었을 때 나와 같은 많은 죽돌이'들은 포르노인 줄 알았다. 보다 보면 결정적 장면이 나오리라, 보다 보면 결정적 장면이 나오리라, 보다 보면 결....... 실망한 청춘들이 우우, 했다. 하지만 나는 꽤 재미있게 보았다. 꽤 야했고, 상당히 잔인했으며, 통쾌한 복수극이었다.


 


 

 

 

 

 

 


7. 죽음의 얼굴 (1978)

 

[유튜브 'CinemaTerrorDotCom']


'죽음에 이르는' 다양하고도 폭력적인 방법을 보여주는 페이크 다큐멘터리식 공포영화다. 실제 사람이 죽는 장면이 포함돼있다. 베트남 폭격, 세계 2차대전 당시 히틀러 모습 등 실제 기록영상도 담겨있다. 바다표범이 몽둥이에 맞아 죽거나 도축장에서 도살되는 동물들의 모습 등도 실제 영상이다. 특수분장사로 영화에 참여한 앨런 아포네에 따르면 영화 속 죽음 중 40%만이 가짜라고 한다. 호주, 노르웨이, 영국 등 나라에서 금지됐었다. 


▶ 곰곰생각하는발 : 모르는 영화'다.



 


 

 

 

 

 

 

 


8. 이블 데드 (1981)

 

[유튜브 'valthrudnir']


1981년 샘 레이미 감독의 영화로, 당시 1만달러 정도로 저렴한 제작비로 만들어져 약 240배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극장 흥행 수익을 거둔 것으로 유명하다. 으슥한 산장으로 놀러간 커플들이 고대 악마를 연구했다는 고고학자의 녹음 기록을 발견하고, 이후 정체를 알 수 없는 악마에게 공격받은 친구들이 한 명씩 악마로 변한다는 내용이다. 1980년대 후반 재개봉 극장에서 어느 여자 관객이 악마에 씌인듯 눈이 뒤집어진 채로 갑자기 일어나 뒤돌아보더니 게거품을 물었다는 루머가 전해져온다. 영국, 스웨덴, 말레이시아, 아이슬란드와 아일랜드 등지에서 금지됐었다. 


▶ 곰곰생각하는발 : 샘 레이미 감독이 << 스파이더맨 >> 을 만들기 이전에 만든 수제 홈 호러 무비인 이 영화는 지금 보아도 여전히 " 최고 " 다. " 컬트 영화의 만신전 " 에 오를 만한 영화'다. 제작비를 아끼기 위해서 선택한 싸구려 특수 효과는 오히려 이 영화를 전설로 만들었다. 21세기 헐리우드 CG 영상'은 판타지를 리얼하게 만들었고, 그럴듯함'이 미덕이 되어버렸지만, 오히려 이러한 시뮬라크라'는 영화의 아우라'를 빼앗아버렸다. 쌍팔년도 향수를 바라는 늙은이의 넋두리라 하면 할 말은 없다면 영화가 최종적으로 지향해야 할 덕목은 진실이지 진짜처럼 보이는 화면이 아니다. 이 영화는 그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9. 쏘우 3D (2010)

 

[유튜브 'IGN']


케빈 그루터트 감독의 3차원 공포 영화다. 쏘우 영화 시리즈의 7번째이자 마지막판으로, 3차원으로 즐길 수 있는 유일한 영화 시리즈이기도 하다. 전작과 같이 피와 고어로 범벅이 된 영화로 유명하다. "폭력을 찬양한다"는 이유로 독일에서 공식 상영이 금지됐다. 하지만 개인이 직접 다운로드 받거나 비디오로 보는 것은 상관 없는 듯 하다. 



▶ 곰곰생각하는발 : 1편 빼고는 나머지 시리즈는 모두 뻔뻔하다. 1편에 대한 언급을 잠시 하기로 하자. 1편은 일종의 서술 트릭'이다. 이 영화는 X맨이 죽었다는 가정에서 출발했는데 알고 보니 범인은 바로 죽은 줄 알았던 X맨이었다. 서술 트릭이다. 서술 트릭 하면 떠오르는 소설이 바로 아가사 크리스티의 <<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 >> 일 것이다. 1인칭 화자의 시점으로 전개되는 이 소설에서 범인은 바로 1인칭 화자'이다.


 


 

 

 

 


10. 내추럴 본 킬러 (1994)

 

[유튜브 'zhukaiww']


올리버 스톤 감독의 영화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각본을 맡았다. 사람을 죽이며 흥청망청 살다갔던 찰스 스타크웨더(Charles Starkweather)와 카릴 푸게이트(Caril Fugate) 커플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아일랜드에서 완전히 금지됐으며, 미국에서 배포가 금지됐다. 이에 스톤 감독은 영화에서 약 4분 가량의 화면을 삭제하고 미국 내에서 배포 허가를 얻어냈다. "폭력을 정당화하고 찬미한다"는 이유로 논란을 불러일으켰으며 콜럼바인 고등학교 총기난사 사건 등 모방 살인을 불러오기도 했다.

▶ 곰곰생각하는발
: 올리버 스톤 감독'에게 아카데미 작품상이라는 영광을 안긴 << 플래툰 >> 은 적당히 후진 영화'였다. 가장 후진 영화는 7월4일생과 하늘과땅이었다.     반면 최고 걸작은 << JFK >> 혹은 << 닉슨 >> 이었다. 이 영화는 플래툰과 JFK 사이에 놓인 것처럼 보인다. 생각해 보면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보았으니 무삭제판 영화는 아니었던 듯싶다. 국내 상영 시에는 엄청난 가위질'을 했던 것이 자명하니 이 영화에 대한 코멘트는 노 코멘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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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12 03: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1-12 04:29   좋아요 0 | URL
부트게라이트를 아시는군요 ? 허허... 이거 참. 언제 소주나 한 잔 해요. 부트게라이트를 알 정도면 상당한 고어 마니아`라는 소리인데 말입니다. 전 고어 마니아는 아닙니다. 그냥 두루두루 장르 섭렵하는 것이지요.
루이스 영화는 절대 볼 필요 없습니다. 그냥 쓰레기 영화인데 왜 그런 것 있지 않습니까.
남들 안 보는 거 일부러 보러다니는... 개인적으로 제가 그런 놈입니다.. ㅋㅋㅋㅋㅋ

2015-01-12 04: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1-12 05: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1-12 06: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1-12 06: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1-12 06: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1-12 07: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1-12 14: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1-12 18:38   좋아요 0 | URL
아마도 < 공사 > 를 < 동사 > 를 들으신 것은 아닌지요.
배드씬 찍기 전에 공사`를 합니다.
뭐냐면... 살색 테이프`로 거웃과 성기 부분을 가리는 것입니다.
그래야 혹시나 노출되어서 잘 찍은 화면을다시찍어야 하는 불상사를 없앨 수 잇으니 말이죠.

이 공사`라는 게 말이죠.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요. 혼자 해야 하는 몫입니다.
실력 없는 사람들인 떨어져 나가기도 하죠. 특히 목욕씬이나 바닷물에 빠졌다 나올 때
요게 공사 실력이 부족하면 테이프가 떨어져요.
낭패를 보는 셈이죠.

stella.K 2015-01-13 13:51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
그렇구나. 그 정도야 저도 알고는 있었죠.
괜히 아는 걸 물어봤네요.
단지 그 공사가 공사는 공사였네요.
전 동사로 들었어요. 제대로 듣기만 했어도 곰발님한테
안 물어 봤을텐데 미안해용.ㅠ
그런데 곰발님 설명이 좀 웃겨요. 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5-01-12 19:09   좋아요 0 | URL
동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 옛날에 누가 나에게 ˝ 소원이 있어요... ˝ 라고 하기에
소원이 뭐냐고 물었더니 오히려 화를 내며 소원이 있어요 !!!! 라고 말하는 겁니다.
그래서 나도 화가 내서 소원이 뭐냐고 !!!! 고 했더니.. 또 상대방은 소원이 있다구 !!!!!!!!!!!!!!!!!!!


알고 봤더니 ˝ 소원이 있어요. ˝ 가 아니라 자기가 사는 곳이 ˝ 수원에 있다 ˝ 는 소리였습니다.
얼마나 쪽팔리던지....

공사... 이거 혼자 터득해야 하는 거라서 힘듭니다.

stella.K 2015-01-13 14:19   좋아요 0 | URL
ㅎㅎㅎ 소원. 수원!
그런데요 곰발님. 그애가 분명히 동사라고 했어요.
그것도 아주 큰 소리로.
왜 그랬을까를 생각했더니 그애가 공사라고 말하기가 싫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굴려 말한다는 것이 동사라고 하지 않았을까 해요.

그런데 이참에 혹시 곰발님 알고 계시는 영화판 은어나 속어 또는 징크스 같은 것
아는 거 있으면 페이퍼로 올려 보시죠. 곰발님 왕년에 영화판 좀 구르신 걸로 아는데...
저는 그 애가 동사라고 하길래 이게 진짜 영화 용언줄 알았어요.
뭐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 얘기지만, 한때는 베드씬 대역을 썼다는 얘기도
있었거든요. 그래서 얼굴 합성한다고. 믿거나 말거나 한 얘기지만.
그래서 이 동사도 그런 거에서 나오지 않았나 상상했더라니까요.

그런데 어제 곰발님 말씀하신 대로 진짜 영화찍다 그런 일 있으면 엄청 당황했을 것
같아요. 상상만 해도....어우~!ㅎㅎㅎㅎ

아니 근데 어쩌자고 비밀글로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그러다 보니 저도 안 했네요. 이를 어째....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5-01-13 19:35   좋아요 0 | URL
네이버는 자동이어서 비밀댓글을 설정 안해도 되는데, 거기에 익숙하다 보니 안 누르게 되네요...
사실 지금은 다까막었어요. 현장 용어`는 대부분 일본어`예요.
한국 영화판은 거의 일본 거 따온 거거든요. 지금도 일본어 잔재가 남아 있는 갓으로 알고 있습니다.


당연히 수위 높은 섹스씬은 대역이 합니다. 얼굴 부분만 배우가 하고요...
몸값 비싼 배우의 요구일 수도 있고, 몸매가 별로인 경우도 대역으로 대체하고는 합니다.
뭐. 그렇다는 얘기..

수다맨 2015-01-12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즈키 세이준이라는 이름을 보니 예전에 관동무숙 트레일러 부분만 블로그에 올려놓으셨던 거 기억나네요 ㅎㅎㅎ
그 영화를 보진 않았지만 트레일러 엔딩이 기억에 남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1-12 18:34   좋아요 0 | URL
스즈키 세이준 대단하죠. 제가 항상 시간 날 때마다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는 감독입니다.
2000년대 이후 영화를 제가 거의 안 보는데, 그 이유는 너무 세련되었다고 해야 합니까.
날것이 가지고 있는 생생함보다 2000 이후 영화는 너무 익힌 음식인 것 같습니다.
 

 

 

 

 


 

선을 넘는다는 행위

 

 


1. 프리허그는 개나 줘 : 링

나카다 히데오 감독이 연출한 영화 << 링 / 1999년 >> 을 본 사람이라면 절대 잊을 수 없는 명장면이 나온다. 원혼인 사다코가 티븨 모니터를 뚫고 나오는 장면이다. 2차원(모니터)에서 3차원(남자의 집)으로 진입한다는 점에서 이 행위는 월경'이다. 이 장면에서 관객은 모두 " 으악새 " 가 된다. 농담 삼아 하는 말이지만 이 처절한 비명은 " 월경(越境) 후 증후 " 다. 예상 가능한 장면을 추론하자면 남자가 무서워서 뒷걸음질하다가 뒤에서 " 프리허깅 " 하는 귀신을 만나 사랑을 나누는 장면일 것이다. 여기에 배경 음악으로 오리온 초코파이 < 정 > 시리즈 광고 음악이 흐르면 아, 금상첨화.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눈빛만 보아도......

 

이제 뒤에서 " 프리허그 " 하는 장면은 공포 영화 장르에서 진부한 클리셰가 되었다. 16년 동안 일본 영화판에서 공포영화를 만드느라 산전수전ㅡ공중전을 치른 달인 나카다 히데오 선생'은 이 예측 가능한 설정 대신 기발한 아이디어로 정면 돌파를 한다. 사다코는 뒤에서 껴안는 달달한 포퍼먼스 대신 티븨 모니터에서 기어나온다. 시즈키 코지의 원작 소설에는 없는 설정'이다. 그는 관객이 익숙한 서사에는 관대하지만 익숙한 클리셰'에는 지루해 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감독이었다. 이 장면이 관객에게 주는 충격은 감독이 생각했던 것보다 상상 그 이상'이었을 것이다. 비명 소리는 울림통 좋은 록큰롤 베이비'가 악을 쓰며 내지르는 샤우팅보다 길었다.

 

그렇다면 관객은 이 장면에서 왜 그토록 즐거운 공포에 사로잡혔던 것일까 ? " 스크린 " 은 영화와 관객 사이에 놓인 방화벽 기능을 한다. 스크린'이라는 영화 장치는 영화 속 괴물은 절대 스크린 밖으로 튀어나올 수 없도록 만든다. 관객이 돈을 지불하면서 공포 영화를 즐겁게 볼 수 있는 이유는 " 스크린 " 이라는 안전 장치'가 작동하기에 가능하다. 잔인무도한 살인마'가 아무리 지랄을 한다고 해도 스크린이라는 경계를 뚫고 영화관 안으로 난입할 수는 없다. " 허구 " 와 " 현실 " 사이에는 스크린이 버티고 있다. 영화 << 링 >> 은 바로 그 믿음을 배신한다. 관객은 영화 속 티븨 모니터가 영화관 스크린과 동일한 기능을 한다고 믿는다.

 

그렇기에 영화관은 남자의 방으로, 극장 스크린은 티븨 모니터로, 관객은 남자와 동일시한다. 하지만 사다코는 이 선을 넘는다. 프리허그 따위는 개나 줘 !  선을 넘었다는 것은 안전 거리'가 무너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특히 여성이라면 말이다.

 



2. 초코파이 외교 : 공동경비구역

 

중요한 것'은 선/line'을 넘지 않는 일이다. 박찬욱 감독이 연출한 << 공동경비구역 >> 에서 비극이 시작되는 지점은 그림자가 경계선을 넘었기 때문에 발생한다. “ 이보라우, 동무 ! 자네, 그림자 넘어왔시오. ” 여기서 선을 넘었다는 표현’은 타자의 땅에 발을 담갔다는 뜻이다. 사이좋을 때는 이 “ 영역 침범 ” 이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지만 서로 틀어지는 순간 곤경에 빠지게 된다. 하루아침에 친구는 적이 되고, 방문은 침범이 되며, 협력은 모략‘이 된다. 밤마다 초코파이로 와이파이하며 하이파이브'하던 두 집단은 결국 적이 된다. 마침내 어둠 속에서 총성이 울린다. 탕, 탕, 탕 !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살아서 범죄자’가 된다.

 

이렇듯 타자의 땅‘에 한쪽 발만 담근다는 것은 신나는 경험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위험한 모험이기도 하다. 월경’하는 순간 그 지역은 잠재적 위험 구역‘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선을 긋고 넘어오지 말 것’을 강력하게 요구한다. 이것이 바로 < 금지 > 이다. 금지‘라는 말을 구어체로 표현하자면 “ 이보라우, 동무 ! 자네 그림자’가 주책없이 선을 넘어왔시요 ! ” 다. “ come < over > ” 다. << 공동경비구역 >> 에서 주인공들은 일부러 선명하게 바닥에 그어진 판문점 경계선‘을 넘는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현실에서 선‘은 아스팔트 도로 위이 새겨진 형광 도료’처럼 선명하게 보이지 않는다. 선은 공기처럼 투명하다.

 

보이지 않으니 사람들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모르고 넘기도 한다. 자신이 선을 넘었다고 느끼는 순간, 이미 늦은 후회다. 이렇듯 현대인은 알게 모르게 선을 어기며, 혹은 선을 밟았다는 사실도 모른 채,  살아가기도 한다. 사람들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기 때문에 직장 동료들에게 욕을 먹고, 실수를 하고, 도박에 빠지고, 마약에 중독되며, 불륜에 빠지고, 살인자‘가 되기도 한다. 선이 선명하게 그어져 있다면 피할 수 있는 일들이다. 그래서 고안해낸 것이 바로 악수'라는 행동이다. 악수는 일종의 암묵적 동의 아래 이루어진 사회적 약속‘이다. 다 큰 어른들이 만날 때마다 바닥에 (분필로) 선’을 긋고는 넘어오지 말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건 결례’다.

 

그래서 발명한 것이 바로 악수'다. 악수란 서로의 손을 잡은 그 위치가 경계선‘이라고 공표하는 사회적 합의'다. 손과 손이 만나는 지점 아래에 선을 긋는 것이다. ( 물론 사람 눈에는 보이지는 않는다. ) 사회적 관계‘는 대부분 악수하는 관계’이다. 여기서 친밀한 관계와 사회적 관계를 혼동하면 안 된다. 악수라는 사회적 행위가 가지고 있는 숨은 속뜻‘은 악수할 때 생기는 공간 안으로는 들어가지 않을 터이니 “ 그놈의 꼬리’를 바짝 세우지는 마쇼 ! ” 라는 뜻이다. 평화 선언‘이다. 그런데 이 선을 넘으면 싸움이 시작된다. 우리가 흔히 애비 에미 따지며 싸울 때 제일 먼저 하는 것'이 자기 얼굴을 상대방 얼굴에 바짝 들이미는 제스츄어'다. 어쩔 ~

 

이 행위'는 곧 자신은 평화로운 합의점보다는 싸울 준비가 되었다는 것을 상대방에게 알리는 비언어 몸짓'이다. < 곁 > 을 타자에게 내준다는 것은 불쾌한 경험이다. 당신 상사’가 뒤에서 바짝 다가와서 귀밑머리에 콧바람‘을 불거나, 업무를 가르쳐준다는 이유로 지나치게 밀착하는 경우가 그렇다. 그것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권력을 남용해서 타인의 영토를 강제로 침범하는 것’이다. 이처럼 가족과 친구 그리고 애인에게만 허용했던 < 곁 > 의 공간‘을 친밀하지도 않은 직장 상사’가 침범하는 것‘은 매우 불쾌한 경험이 아닐 수 없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이 영역 침범’을 위험으로 간주한다. 빨간 불이 켜지면서 방어 태세‘에 돌입하게 된다.

 

밀착이 반드시 불안을 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정치적 뜻을 같이 하는 군중이 광장에 모일 때 밀착은 오히려 강한 결속을 의미한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군중일 때에만 가능하다. 여기서 더 나아가 선‘을 넘어 타인의 땅/육체’에 강제로 침범하는 경우가 바로 < 성폭행 / 성추행 > 이다. 그것은 come'를 넘어선 come “ over ”다. ( come이 A라는 장소에 도착하는 것‘이라면, come over'는 A 라는 장소’를 지나치는 행위다. ) 그러니깐 성폭행이란 몸을 강제로 만지는 행위를 넘어서 몸을 뚫는 행위다. 페니스‘라는 날카로운 무기로 말이다. 남근은 뼈 없이, 피와 살로 만들어진 칼이다.

 

반면 노처녀/노총각‘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로맨스/로맨틱 코미디 장르‘는 대부분 넘어야 할 선’을 넘지 않고 있는 남녀를 다룬다. 그들은 결혼 적령기‘에 이르거나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타인의 영역’을 넘지 못한 사람들‘이다. << 공동경비구역 >> 이나 << 도가니 >> 같은 영화가 선을 넘지 말라고 경고한다면, << 시라노, 연애 공작단 >> 이나 << 건축학개론 >> 같은 영화는 왜 선’을 넘지 않느냐고 다그치는 영화다. 왜냐하면 연애'란 결국 선을 넘었기에 만들어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사랑하는 사람들은 모두 넘어서는 안 될 선’을 살짝 넘은 사람들이기에 국가보안법 위반이며, 월경이며, 모험가들이다.

 

지속적인 기간을 두고 섹스’를 하는 짝패‘들이 지켜야 할 선’이 있다. 바로 < 외도 > 다. 로맨틱 코미디 장르'가 만나면 티격태격하는 두 남녀가 과연 섹스에 성공할 수 있을까를 유쾌하게 바라보는 영역이라면, 순정 멜로 드라마는 두 남녀’가 서로 동의 아래 이루어진 섹스‘를 얼마나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을까를 지켜보는 영역이라고 말할 수 있다. 관객이 달달한 멜로드라마‘를 감상하면서 기대하는 것은 그 어떤 유혹에도 넘어가지 않는, 순애보적이며 지속적인 섹스’다. 하지만 멜로는 순애보적인 사랑 만을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불륜‘은 멜로 장르의 또 다른 변형’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 공동경비구역 >> 은 브라더후드를 넘어 퀴어 영화'로도 읽을 수 있다.

 

로맨스 장르가 선을 넘어서 사랑'에 성공하는 서사라면, ( 불륜을 다룬 ) 멜로 장르'는 선을 넘어 부부가 된 주인공'이 다시금 넘지 말아야 될 선'을 넘을 때 발생하게 되는 반복 - 서사'이다. 영화 공동 경비 구역'은 바로 넘지 말아야 할 선을 월경해서 발생하게 되는 게이들의 격정적 파멸'을 다룬 이야기로 읽히기도 한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선‘을 그으면 그 선을 넘고 싶어 한다. 어쩌면 이 월경‘에 대한 욕구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가장 원초적인 감정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그것들을 억압해야 하는 이유는 금기의 선 하나를 넘으면 또 다른 선’이 생기고, 또 그 선을 넘으면 보다 더 무시무시한 선‘이 당신을 유혹하기 때문이다.

 

선’은 밟히거나 지워지면 다시 생기고, 선을 뛰어넘으면 또 다른 선‘이 생긴다. 그것은 선이라는 생명체가 가지고 있는 치열한 자기복제’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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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5-01-10 1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차원 선을 넘어가면 3차원이 아니라 바로 4차원 그물세계 같아요. 그러니 패닉상태. 아이들 움직임 보는 걸 두려워하면서도 재밌어 하는데 그 생동하는 선넘기들ㅎ! 어른들 선넘기는 머리계산이 보여서 실패!가 다반사. 영화나 게임같은 죽음의 위협이 없는 선넘기가 선호되는 이유가 있는 셈이죠

곰곰생각하는발 2015-01-10 20:34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 맞습니다. 어른들 선 넘기는 꼼수가 뻔히 보이죠. 반면 아이들은 럭비공 같아서 정말 어디로 방향을 선회할 지 예측을 못할 때가 많습니다. 가르캉뒤아`는 바로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무지 재미있을 것 같다능...

곰곰생각하는발 2015-01-10 20:36   좋아요 0 | URL
제가 군에 있을 때 사격 조교였는데 아갈마 님도 아시다시피 왜 탄피 회수하잖아요. 하나라도 모자라면 날이 샐 때까지 찾아야 하는....

대부분 탄피가 떨어지는 동선을 예측 가능해서 그 주위를 찾는데 가끔은 전혀 있을 수 없는 곳에 떨어지기도 합니다. 이게 왜 여기에 떨어져 있을까 . 아이들은 그런 존재 같습니다.

AgalmA 2015-01-10 20:45   좋아요 0 | URL
탄피 얘기 들으니 보르헤스 <비밀의 기적> 단편이 갑자기 확 지나가네요. 그런 소재는 소설로 좀 쓰세요. 여기 좌판 이야기로 소모되기엔 좀 아깝네요. 곰곰 생각하는 발님이야 늘 소재가 넘치시긴 합니다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