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怪物


팔은 안으로 굽는다.  가재는 게 편이다.  ㉢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ㅡ 이 세 가지'를 뭉그러뜨려서 유식하게 사자성어로 말하자면 " 가족주의 " 로 환원이 되고, 무식하게 저잣거리 입말로 내뱉으면 " 불알후드 " 가 된다. 이 너절한 표현은 집단 내 혈맹을 강조하는 brotherhood'를 알타이계 몽골어'에 적합한 혓바닥으로 굴리게 되면 발생하게 되는 혈전'이다. ( R 발음에 주의할 것 ! ) 듣기가 좀...... " 거시기 " 하지만,  그렇다고 고환후드'라거나 음낭후드'라고 메디칼 용어로 말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 한국 사회가 가부장사회'라는 점을 환기하면 가족주의는 곧 불알들의 연대'를 대표하는 " BROTHERHOOD " 와 일맥상통하는 구석이 있어서 내가 만든 조어造語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불알후드가 가지고 있는 유연한 확장성'이다.  

가족주의(불알후드)가 확대되면 < 국가주의 > 가 된다.   그런데 이 < 국가주의 > 가 좋은 방향으로 성장하면 민족주의가 되지만 삼천포로 빠지면 국수주의'가 되고  국수주의의 극단적 형태가  파시즘'이다          이것을 좀더 광범위하게 확대하면 < 인종주의 > 가 된다. 국가주의가 국가'라는 지역적 한계에 국한된 " 로컬 ㅡ 뽕끼 " 라면, 인종주의는 컬러가 비슷한 인종 간 " 글로벌 ㅡ 뽕끼 " 다. 유유상종'이다.  여기서 끝 ?! 아니다. " 거시적 불알후드 " 의 끝판'은 인간(중심)주의'로 확장한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아무리 날카로운 지성으로 인간과 문명에 대한 비판을 해도 결국은 사람은 인간 편이다. < 인간주의 > 는 인류 멸망과 지구 멸망을 동일시한다. 인류가 멸망한다고 해서 지구가 멸망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편협한 시선이 아닐 수 없다. 가족주의가 < 내 새끼냐 / 네 새끼냐 > 라는 이분법적 잣대로 상대를 평가한다면,

인간주의는 < 인간이냐 / 비인간'이냐 >  라는 논리가 적용된다. 인간이 아닌 것은 가차없이 제거해도 좋다. 리들리 스코트 감독이 연출한 영화 << 블레이드러너 / 1982 >> 는 인간 중심 사고에 대한 통렬한 비판을 담고 있는데, 해리슨 포드가 연기한 데커드 형사는 심문 과정에서 대상을 인간 / 비인간(인조인간)'으로 정한 후 " 비인간 " 을 제거한다. 이 측정 과정을 꼼꼼하게 뜯어보면 서구 백인 제국주의자가 식민 정책을 옹호하기 위해 내세운 계측학과 유사하다는 점을 발견하게 된다. 데커드 형사가 맡은 역할은 식민지'에서 온 리플리칸트로 의심되는 대상을 상대로 IQ 테스트를 측정하는 일이다. IQ 테스트가 백인종의 우월성을 강조한 사이비 계측1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영화는 식민주의에 대한 제국주의자의 폭력과 반성을 담고 있다.

인간/비인간'으로 나누는 이분법적 잣대는 봉준호 감독이 연출한 영화 << 살인의 추억 / 2003 >> 에서도 드러난다. 두 형사'가 죽도록 잡고 싶은 대상은 " 법을 어긴 인간 " 이 아니라 " 짐승 같은 인간 " 이다. 전자가 인간이라는 대상에 방점을 둔 것이라면 후자는 인간의 탈을 쓴 짐승이라는 대상에 방점을 둔 표현이라 할 수 있는데,  " 짐승 같은 인간 " 이라는 관용구에는 인간이 저지른 죄를 죄 없는 짐승에게 뒤집어씌우려는 음모가 깔려 있다. 결국 짐승 같은 인간은 인간이 아니라 비인간'으로 분류된다. 이처럼 인간의 죄'를 다른 대상에게 투영된 결과'과 비인간'이다. 괴물도 마찬가지'다. 팔이 안으로 굽는 신체 구조를 가진 존재가 인간이라면, 팔이 밖으로 굽는 신체 구조를 가진 존재는 괴물이 된다.

괴물은 더러운 육체에 대한 혐오가 투영되었다. 그들은 대부분 피범벅이거나 오물 범벅인 존재이며 피부는 거무퉤퉤하고 울퉁불퉁하다. 서구 사회가 문명화 과정'을 거치면서 지나치게 " 청결 " 을 강조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끈적끈적하고 거무퉤퉤한 괴물은 사회화 과정이 단절된 존재'다. 영화 << 캐리 >> 에서 주인공 소녀 캐리는 돼지 피를 뒤집어쓴 순간, 사람들로부터 조롱거리'가 되어 파티의 여왕'에서 한순간에 돼지 피로 범벅이 된 더러운 년으로 강등당한다. 그것은 (변형에 따른) 이종異種에 대한 인간의 심각한 불안과 혐오가 반영된 결과'이다. 줄리아 크리스테바와 조르주 아감벤이 예리하게 지적했듯이 더러운 몸은 비인격체에 대한 기호로 작동하게 되어 법의 보호로부터 예외 상태'에 놓이게 된다.

좀비가 좋은 예'이다. 선량한 시민이 좀비를 때려 죽인다고 해서 감옥에 갈 일은 없다. 생기를 잃고 거무퉤퉤하게 변색이 되기 시작하는 좀비는 인간이 아니라 인두겁을 쓴 비인간'일 뿐이다. 영화 << 엑소시스트 >> 도 마찬가지'다. 관객은 12세 소녀 리건의 몸이 더러워질수록 리건을 비인간'으로 인식한다. 리건은 더러우면 더러울수록 보다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데 관객이 이 영화를 보면서 느끼는 불안은 더러운 육체와 그 변형에 대한 혐오'에서 발생한 감정이다. 이처럼 괴물은 주류에서 추방당한 존재'다. 그들은 변방에서 온 이민자'라는 이유로 ( 드라큐라 ), 병색이 완연하다는 이유로 ( 좀비 ), 가난하고 더럽다는 이유로 법의 예외 상태'에 놓이게 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들 또한 인간'이라는 점이다. 인두겁을 쓴 짐승이 아니라 인간'이다.

얼핏 보기에 흡혈귀, 좀비 그리고 더러운 육체 괴물들이 나오는 영화는 비정상적 육체가 정상적 육체를 공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정반대'이다. 주류 이데올로기는 비주류 집단을 법의 예외 상태에 놓인 후 린치를 가해도 좋은 대상으로 삼는다. 어느 쪽이 더 폭력적인가는 당신이 판단할 문제이지만 불온한 육체가 오랫동안 억압받았다는 측면에서 나는 그들을 지지한다. 잔인할수록 좋다. 어차피 영화이니까. 물고 뜯어라 ■

 


  1. 인간에 대한 오해, 스티븐 제이 굴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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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5-01-20 0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고보니 내 아들 괴물 아니게 만들려고 자신이 괴물되는 마더도 합이 맞네요. 기본적으로 인간의 자기애에서 나온 뿌리깊은 선악구조가 문제 발단아닌가 싶어요. 너는 악하고 나는 선하다. 내가 악하니 너도 같이 악해져야 한다. 모두의 욕망을 드러내는 것을 보면 물어뜯는 위선들...
미국의 악의 축 운운 또한.

곰곰생각하는발 2015-01-20 04:11   좋아요 0 | URL
개인적으로 가족주의`를 좀 혐오하는 편입니다. 뭐랄까. 대한민국에서는 적어도 대한민국에서는 악의 축으로 뿌리를 내린 것 같습니다. 이탈리아와 대한민국은 닮은 점이 있는데 상당히 부패했다는 점이죠. 둘 다 공통점을 가족주의`를 뿌리에 둔다는 점. 개인주의 국가보다 가족주의 국가가 부패가 심하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카톨릭 국가는 대부분 가족주의에 뿌리를 두는데 이탈리아가 ( 대부 보시면 아시겠지만 상당히 한국와 유사한 구조) 부패 왕국이죠... 미국이야말로 사라져야 할 악의 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