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乙)들의 희망’으로 불리는 경주마 ‘차밍걸’이 1922년 조선경마구락부가 생긴 이래 최다연패 신기록을 세웠다. 2005년 태어난 8세 암말 차밍걸은 26일 경기도 과천 서울경마공원에서 열린 제6경주에 출전해 11마리 중에서 9번째로 골인했다. 이로써 2007년 데뷔, 7년간 96번 경주에 출전한 차밍걸은 한 번도 우승하지 못하며 자신과 당나루(1995년 기준)가 갖고 있던 95연패 기록을 넘어섰다. 차밍걸은 다른 경주마보다 몸무게 100㎏이 덜 나가는 430㎏의 왜소한 말. 1등은 못하지만 끝까지 열심히 뛰는 ‘소시민’ 또는 성실한 ‘을’로 비유되며 서울 경마공원의 ‘화제마’로 부상했다. 차밍걸이 96연패 기록을 세운 26일, 1등 기수보다 더 조명을 받은 기수가 있다. 차밍걸의 기수 유미라(29)씨다. 2008년 6월 기수로 데뷔한 유씨는 같은 해 8월 차밍걸을 처음 타 12두 가운데 6위를 한 이래 차밍걸이 출전한 96회 경주 중 75번을 함께 달렸다.유 기수는 “오늘도 레이스 중반까지 꼴찌로 처졌다. 하지만 끝까지 열심히 달려 직선주로에서 두 마리를 제쳤다. 1등을 못하지만 어지간해서는 꼴찌도 안 하는 투지 있고 열심히 뛰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 신문에서 기사 발췌, 이해준 기자

 

 


 

 

 

지지 않는다는 말과 죽지 않는다는 말 !

 

 

당시 나는 ●●사단 ●연대 대표 명사수'였다. 연대장은 진급에 환장한 사람이어서 사격 선수로 뽑힌 병사들을 집중적으로 훈련시켰다. " 둥근 해가 뜨면 / 자리에서 일어나서 / 제일 먼저 이를 닦고 / 윗니 아랫니 닦았다 / 세수할 때는 깨끗이 / 이쪽 저쪽 목 닦고 / 머리 빗고 옷을 입고 / 거울을 보았다 / 꼭꼭 씹어 밥을 먹고... "  총을 메고 사격장에 갔다. 시바 !  해 질 때까지 총만 쐈다. 군 제대할 때까지 100발 정도도 못 쏘고 제대하는 병사가 수두룩했지만 나는 하루에 평균 100발 정도 쏘았다. 그짓을 무려 4개월 동안 했다. 아시다시피, 총소리'는 고막을 찢을 만큼 강력했는데 4달 동안 그짓을 하다보니 나중에는 청각에 이상이 왔다. 이명'으로 시작된 청각은 점점 약해져서 결국에는 가는귀먹게 되었다. 더군다나 요즘은 시력마저 급격하게 나빠져서 정상적인 감각이라고는 촉각 밖에는 남지 않았다.

 

이러다가는 무근적 존재이면서 동시에 무각적 존재'가 될 판이었다. 속절없이 늙는 것도 서러운데 무근과 무각의 존재가 될 것이란 생각을 하니 앞이 깜깜했다. 요즘은 출판업계도 불황인 탓에 선정적인 제목으로 소비자 시선을 사로잡으려는 얄팍한 상술을 선보이는 출판사가 많아진 모양이었다. 압권은 " 성 병신 " 이라는 제목으로 나온 책이었다. 도가 지나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도대체 이런 제목을 단 작가는 누구일까 ? 살펴보니.... 읭?! 카프카였다 ! 카프카가 영혼을 판 것이다. 다시 보았다.  제목은 성 병신'이 아니라 장편소설 < 성 > 과 단편 < 변신 > 을 한데 묶은  < 성/변신' > 이었다. 내가 착각한 것이다. 그런가 하면 < 모두 가죽으로 > 라는 공방 가게 간판을 < 모두가 죽으로 > 라고 착각한 적도 있었다. 예식장에 간다는 소리는 장례식장에 간다고 웃으면서 말해서 망신을 당한 적도 있다.

 

이런 착각과 실수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 김연수 산문집 < 지지 않는다는 말 > 을 두고도 주먹을 불끈 쥔 적이 있었다. 표지에 박힌 타이포그래피는 < 지지 > 와 < > 은 폰트가 크고 굵은 반면에, < 않는다는 > 은 그에 비해 폰트와 굵기'가 상대적으로 작고 얇아서 < 지지 > 와 < 말 > 만 눈에 들어왔다. 큰 문제될 것은 전혀 없었지만 문제는 내가 시력이 나빠서 < 자지 > 와 < 말 > 로 이해를 한 것이었다. 더군다나 표지에는 빨간 코끼리가 있으니 말(語)을 말(馬)로 받아들였다. 시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말●●가 뭐냐. 너희들 영혼을 팔았냐, 이 색휘들아 !   도대체 이토록 선정적인 제목을 단 사람은 누구일까 ? 마광수일까, 황병승일까 ? 황병승... 그래, 황병승일 거야. 미래파들은 다 그래. 그런데 놀랍게도 김연수'였다. 따듯하고 부드러운 문장으로 유명한 김연수가 이런 파격적인 제목을 달았다고 생각하니 납득이 가지 않아서 다시 보았다.

 

< 자지 않는다는 말 > 이 아니라 < 지지 않는다는 말 > 이었다. 여기서 말은 내가 생각하는 그 말이 아니었다. 할 말이 없었다. 나는 말이 그 말이 아니라 과천에서 뛰어노는 말인 줄 알았던 것이었다. 청각에 의한 착각은 더욱 심했다.  예를 들면 " 내 안에 너 있다 " 는 말은 내 귀에는 < 내 아내 너(의 집에) 있다 > 로 들리는 것이었다. " 왜 내 아내가 네 집에 있냐 ! ( 씩씩씩 ) " 이 자리를 빌려 일말의 주저 없이 고백하련다. 두 말 하지 않으련다. 세 말 하면 잔소리이니 말이다. 내 말의 요지는 " 나란 놈은 범성론자 ! " 라는 말이다. 그동안 나쁜 시력과 청각 탓을 했지만 사실은 뭐 눈에는 뭐만 보인 꼴이었다. 머리에는 온통 그 생각뿐이니 그런 결과가 나온 것이다. 나는 곰곰 생각했다. " 나는 왜 범성론자가 되었는가 ? " 남 탓을 하자면 프로이트 때문이었다.

 

나는 프로이트 전작주의자'였다. 열린책들에서 출간된 프로이트 전집을 구매해서 여러 번 읽었다. 프로이트 논문은 딱딱한 학술서이기보다는 다양한 장르를 소화한 창작물처럼 보였다. < 꼬마 한스 >, < 쥐 사나이 >, < 도라 케이스 > 는 서스펜스 소설처럼 읽혔고, < 그라디바 > 와 < 모래 사나이 > 는 공포 소설 같았다. 그뿐이 아니었다. < 창조적 작가와 몽상 > 은 문학 평론이면서 미술 평론'이었고, < 문명과 야만 > 은 문화인류학으로 이해했다. 프로이트는 정신분석학자이면서 뛰어난 소설가였고 동시에 문학평론가요, 문화인류학자'였다. 프로이트 이전 시대가 聖적인 인간'에 대한 욕망을 열망했다면 프로이트는 인간을 철저하게 性적인 인간으로 이해했다. 聖적인 인간은 없다. 오로지 性적인 인간만 존재한다. 나는 프로이트의 황소 고집이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나 또한 범성론자가 되었다.

 

범성론자가 된 이후로는 인간은 모두 도 긴 개 긴'이었다. 교사나 교장이나 교육감이나 교육부장관이나 같은 부류였다. 혓바닥은 공자, 맹자, 플라톤'을 이야기하지만 사실 머릿속에서는 10분마다 섹스를 생각하는 존재였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 또한 10분마다 섹스를 생각한다. 각하도 허각도 허공도 허허허허, 다 그런 생각을 하리라. 오죽했으면 기타노 다케시는 이런 제목으로 영화를 만들었을까. " 모두 다 하고 있습니까 ? " 이 말은 꼭 " 안녕하세요 ? " 나 " 식사 하셨어요 ? " 라는 상투적 인삿말처럼 들렸다. 모두 다 하고 있습니까, 는 오갱끼데스까'이며 와따시와 갱끼데스'였다. 범성론적 시각으로 영화를 보면 꽤나 황당한 분석이 가능하다. 영화 < 킹콩 > 을 범성론적 시각으로 해석하면 " 성기 사이즈'가 서로 맞지 않아서 오게 되는 섹스리스 혹은 섹스트러블에 대한 수컷의 울분 " 이다.

 

여기에 사회비판적 요소를 가미하면 " 킹콩은 흑인에 대한 은유'이다. 킹콩이 백인 여자를 욕망할 때, 백인 사회'는 철저하게 응징한다. 킹콩은 흑인이 백인 여자를 욕망하는 것에 대한 백인들의 히스테릭을 다룬 "  영화가 된다. 백인 사회에 퍼져 있는 이종교배'에 대한 불쾌감은 한국배우인 비가 주연을 맡아서 화제가 된 < 닌자 어새씬 > 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백인 마초'가 흑인 미녀나 동양 여성과 관계를 맺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 여기면서 정작 흑인 남성이나 동양 남성이 백인 여자와 관계를 맺는 것에 대해서는 불쾌감을 표시한다. 영화 < 닌자 어새씬 > 에서 비와 사랑을 나누는 여성은 백인이 아니라 흑인 여성이다. 헐리우드는 백인 배우가 예쁜 동양 여성과 사랑을 나누는 꼴은 흐뭇하게 바라보면서 동양 배우'가 늘씬한 백인 여성과 사랑을 나누는 꼴을 못본다. 그래서 비에게 흑인 여성을 파트너로 정한다. 유색인종은 유색인종끼리 끼리끼리 놀라는 속셈이다.

 

현대 문명은 오랫동안 남성이 지배했다. 이 말은 곧 남성 욕망이 문명 속에 뿌리 깊게 박혔다는 것을 의미한다. 10분마다 섹스를 생각하는 놈들이니 곳곳에 영역 표시를 했을 것이다. 가부장 중심 사회일수록 더욱 그렇다. 대표적인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영화 < 실미도 > 는 고개 숙인 남성'에 대한 자기 연민'을 다룬다. 1000만 관객 동원은 불길한 증후였다. IMF는 딱딱한 아버지를 물렁물렁한 아버지로 만들었다. 이 위기 속에서 등장한 < 실미도 > 는 물렁물렁한 아버지를 위한 위로 영화'였다. 훈련 도중 다리'를 다친 찬석 ( 강성진 ) 이 동료들을 향해 울면서 죽지 말고 살아서 돌아오라고 감동적으로 울먹일 때 상필 ( 정재영 ) 은 외친다. " 우린 죽지 않아 !!!!! " 나는 이 말이 딱딱한 남근을  욕망하는 절규처럼 들렸다. 실직은 곧 사회적 임포텐츠'였다.

 

실미도 부대'는 사형수들이 모인 집단이었다. 그것은 사회 체제 내 포섭 대상이었던 30대 이상의 남성이 정리해고로 인해 체제 밖으로 쫒겨난 상황과 유사했다. 영화 속 사형수는 직장에서 쫒겨난 아버지에 대한 은유였다. 강우석은 실의에 빠진 한국 남성들에게 해병대 극기 훈련'을 받고 새롭게 갱생하자고 제안한다. 그는 한물간 선수들을 모아서 " 헬 오브 지옥 " 같은 동계 훈련을 통해 심신을 단련한 후 재무장하여 한국 시리즈'에 진출하는 스포츠 서사와 반공 이데올로기'를 섞었다. 남성혈맹, 스포츠 서사, 반공 이데올로기가 섞인 이 영화는 말 그대로 테스토스테론이 작렬하는 남성 판타지 영화'였다. 이 영화가 시대적 우울에도 불구하고 1000만 관객에 성공했다는 점은 위기의식을 느낀 중년 남성을 극장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위기를 느낀 남성들은 이 영화를 통해 위로 받았다.

 

위로가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남성만을 위로하는 것은 쪼잔해 보인다. 한국 사회는 남성이 힘들면 여성은 남성보다 2배 더 힘든 구조'이다. 이 구조를 외면한 채 불쌍한 한국 남성'만 외치는 것은 뻔뻔한 것이다. 내가 영화 < 실미도 > 의 흥행을 두고 불행한 증후'라고 말한 이유는 위기를 애국심'에 호소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 태극기 휘날리며 > 와 < 실미도 > 는 전형적인 반공영화'이다. 여기서 적은 북한으로 설정되었지만 엄밀히 말하면 < 적 > 은 < 경제 위기 > 이다. 이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은 남성들의 군사적 혈연동맹'이다. 영화 < 실미도 > 는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애국심을 강조한 유사 파시즘을 제안한다. 그래서 불길한 것이다. 이처럼 범성론적 시각을 무조건 허무맹랑한 잡설로 치부하면 안 된다. 모든 것을 싸잡아서 범성론적 시각으로 판단하는 것에는 오류가 따르지만 적어도 사회를 욕망하는 유기체로 보았을 때에는 매우 유용한 시각이다.

 

 

 

 

어제는 하루종일 < 에일리 누드 유출 > 에 대한 소식으로 시끄러웠다. 솔직히 나는 이 에피소드가 왜 논란이 되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포르노를 워낙 많이 보아서 그런지 에일리의 누드'는 오히려 아름다워서 그 건강한 육체에 대해 박수를 보내고 싶은 심정이었다. " 브라보 ! 에일리 가는 길에 영광있으라 ! " 그런데 이상한 기사 하나가 내 눈에 띄었다. 텐 아시아'가 전송한 기사였다

 

 

 

논조는 에일리 누드 의혹이 미국에 기반을 둔 영어 사이트'에 올라와서 국가적 망신'이라는 뉘앙스'였다. " 국제적으로 민망한 상황 " 이라고 점잖게 말했으나 사실은 " 나라 망신 " 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도대체 뭐가 나라 망신'이라는 것일까 ? 한국산 나체 사진이 돌아다녀서 ? 그런 식의 논리가 맞다면 미국은 패리스 힐튼 때문에 얼굴을 못 들고 다녀야 한다. 배선영 기자의 논리가 맞다면 나체 사진과 수많은 섹스 동영상이 유출된 미국은 히잡 쓰고 다녀야 한다. 이 기사를 작성한 기자는 패리스 힐튼 섹스 비디오가 파문을 일으켰을 때 적어도 패리스 힐튼 때문에 미국이 국제적으로 민망한 상황을 연출하겠네, 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왜 에일리의 누드 사진은 국제적으로 민망한 상황을 연출하게 되었다고 말하는 것일까 ? 여기에는 한국 남성의 남근적 욕망을 대리하는 줏대없는 시선이 자리 잡고 있다. " 나라 망신 " 이라는 논조는 여성-육체와 여성-욕망'을 개인 소유라고 생각하지 않고 국가 소유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이러한 사고는 남근주의에 기반을 둔 전체주의적 발상'이다.  개인의 육체를 국가 소유라고 생각할 때 파시즘은 작동한다. 한국 사회는 파시즘이 도래할 가능성이 있는 사회가 아니라 이미 파시즘 사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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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3-11-13 0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과 링크한 책을 보고 기대한 내용과 글의 결말이 백만 광년 쯤 멀리 있어서 놀랐어요 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3-11-13 04:29   좋아요 0 | URL
뒤통수 치는 거죠... 제가 뒤통수를 잘 칩니다. 그래야 읽는 맛이 있더라고요.
예상 가능한 글만큼 재미업슨 것도 없어요. 잘지내십니까 ? 시미코 만화 재미있더군요.
알고보니 요거 내가 좋아하든 일본드라마 원작이더군요...ㅋㅋㅋㅋ 이런 스타일 무지 좋아합니다.
황당하면 할수록 좋아요..

poptrash 2013-11-13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지 않는다는 말에서 에일리 누드로 끝나다니 한참 웃었네요 ㅎㅎ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11-14 00:33   좋아요 0 | URL
전 아무래도 저 책 디자인 한 사람 범성론자 같아요.
지지 말 빨간 색 등등... 뭔가 성적인 것을 의도적으로 뿌린 것 같습니다.

yamoo 2013-11-13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에리히 프롬과 에코 그리고 쿤데라 전작주의자 였죠.ㅎ
프롬 저서는 번역된 거 다~~모았는데, 에코는 열린책들에서 에코매니아판 냈을 때, 완전 좌절했다는...ㅜㅜ
새물결에서 낸 에코 에세이만으로 위안을...ㅎ
쿤데라는, 니미....전집이 나올 줄이야.....OTL 이전에 출간된 건 다~~구색을 맞춰놨는데...어쩌라구..ㅜㅜ


이번 글도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11-14 00:36   좋아요 0 | URL
쿤데라 전작주의자는 행복한 사람이죠.. 할만 함...
전 프로이트와 니체 전작주의자였는데... 오, 아니다. 셔록홈즈도 전작했구나..ㅎㅎㅎㅎ. 홈즈는 별로 없으니 감흥이 없는데 애거사 전작하신 부는 뿌듯할 거 같습니다. 전 솔직히 한 출판사에서 스티븐 킹 전작 나오길 기대하며 10년을 버티고있는데 안 나오네요.. 아마 저좍권이 여러 출판사 몫으로 가서 그러나 봅니다.
사실 킹 소설 중 안 나온 작품이 어마어마하게 많습니다. 빨리 나오길 바래요. 딱 독립적인 전집 있잖아요.
밀리엔셀러 시리즈 중 몇 권이 아닌... 아무래도 가능성은 황금가지'가 해야 할 것 같은데.. 흠흠...
쿤데라 책을 전집처럼 꾸미는 방법 하나 알려드리겠습니다.
같은 책종이 사서 쿤데라 책만 포장해 봐요. 그럴 듯하지 않겠습니까 ?
오, 이거 방금 제가 생각한 건데 그럴 듯한데요 ?
+
저도 소새키 책 꽤 되는데 아 이번 소새키 전집은 정말 갖고 싶더라고요. 계속 고민 중입니다.
 
리타 헤이워드와 쇼생크 탈출 - 스티븐 킹의 사계 봄.여름 밀리언셀러 클럽 1
스티븐 킹 지음, 이경덕 옮김 / 황금가지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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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록키 호러 픽쳐 쇼 > 라는 컬트 영화를 300번 넘게 감상하고 나서 그 영화에 대한 책을 쓴 사람이 있다. ( 컬트라는 것의 정의 중 하나가 반복 관람이기는 하지만 300번이라면 도를 넘은 것이다. ) 그는 3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을 오로지 록키 호러 픽쳐 쇼'에 대해서만 썼다고 한다. 1회 감상에 1페이지 분량의 글감이 나온 셈이다. 만약에, 그가 500번 넘게 봤다면 5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의 책을 쓸 수 있을까 ? 우리라면 엄두도 못낼 것이다. 1번 볼 때마다 코 파고, 1페이지'를 작성할 때마다 피, 똥, 싼, 다. 하지만 그 록키 호러 열혈 무명씨'라면 가능할 것이다. 우리는 < 록키 호러 픽쳐 쇼 > 를 볼 때마다 " 반복 " 을 경험하지만 그는 볼 때마다 " 차이 " 를 경험한다. 이 차이는 다시 보기(반복)의 결과이다. 300번을 넘게 본 그는 볼 때마다 즐거워서 비명을 지르고,  3번째 보는 우리는 지루해서 댄스홀에서 지루박이라도 추고 싶은 심정이다. 이처럼 차이'를 제대로 볼 줄 아는 사람들은 하하하

- 록키 호러 픽쳐 쇼 中

 

 

 


 

 

 

 

 

시간과 압력에 대한 단상.

 

 

나는 한결같이 나 자신이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나는 미치는 것이다. 나는 변하지 않기 때문에 미치는 것이다.

 

- 사랑의 단상 中 동문선 176,  롤랑 바르트

 

 

 

안양 새마을 금고 강도 사건

틈틈이 회계사 시험 준비'를 했다. 시험을 준비하기 전에 선배들로부터 칠전팔기할 각오가 아니면 제풀에 지쳐서 포기하게 된다는 소리를 들었다. 선배들은 종종 빈정 반 농담 반 섞어 말하고는 했다. " 곰곰발'은 키도 작은데다 집도 가난하니, 결혼정보회사 듀오 같은 곳에서 너에 대한 점수를 매기면 0점에 가까울 거이. 그러니 연봉이라도 빵빵한 직업을 선택해야 하지 않겠냐 ? " 틀린 말은 아니었다. 내가 가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이를 악물고 공부했다. 아침에는 곰 쓸개를 씹고 저녁에는 바늘 방석 위에서 잠을 잤다. 다행히 나는 행운이 따라서 이전삼기 만에 시험에 합격했다. 가문의 영광이었다. 회계사 합격 후 결혼 정보 회사인 듀오'에 가입했다. 내 점수는 0점에서 65점으로 뛰었다. 이 점수는 내가 노력해서 얻을 수 있는 최대였다. 내가 아무리 기를 써도 나라는 인간은 대한민국에서는 65점이 최고 점수였다.

90점 이상이 되기 위해서는 부모가 강남에 살아야 했고(10점), S대를 졸업해야 하며(10점), 키가 180은 넘어야 했다(10점). 나 같은 사람은 대한민국에서 아무리 노력해서 수우미양가 중 미'에 해당하는 신랑감이었다. 생각해 보면 나폴레옹이 대한민국에서 태어났다면 그 또한 기껏해야 70점짜리 신랑감이 되었을 것이고,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홍길동은 60점짜리 신랑감 밖에 되지 않았을 것이다. 어머니는 내가 광화문에 있는 국내 4대 회계법인 EY한영'에서 일하기를 원했지만 내 계획은 달랐다. 내 목표는 공인회계사'가 아니었다. 공인회계사 자격증 취득은 보다 원대한 목표를 위한 작은 단계에 지나지 않았다. 과정 중 하나였던 것이다.  나는 2009년 5월 경기도 안양 새마을 금고'에서 돈을 훔쳐서 달아나다가 잡혔다.  경찰에 잡히는 과정도 내 계획 가운데 하나였다.

내 마지막 목표는 안양 교도소에 수감되는 것이었다. 당시 언론은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공인회계사 자격 시험에 합격한 엘리트가 은행 강도로 돌변했다는 사실은 매력적인 기삿거리'를 제공했다. 심지어는 이명박 각하'도 월례 회의 때 이 사건을 거론하며 요즘 젊은이들의 황금만능주의'를 비판했다고 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나는 구치소 수감 중 그 소식을 들었다. 속으로 생각했다. " 너나 잘하세요! " 내 목표는 교도소에 수감되어서 교도소장의 회계'를 봐주다가 세탁한 돈을 갖고 탈출하는 것이었다. 당신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교도소에 수감되는 것이 목표인 사내'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 쇼생크 탈출 > 에 대한 썰'을 풀어야 한다.

 

교화되셨습니까 ?

< 아비정전 > 을 40번 넘게 보았다.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272664 ) 하지만 이 " 오따꾸적 열정 " 은 억지에 가까웠다. 세 번째 감상까지는 황홀했으나 열 번'을 넘기자 이 영화가 서서히 지겨워지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0번 넘게 본 이유는 기록에 대한 욕심 때문이었다. 나는 거들먹거리는 정성일 키드'를 만나면 사용할 요량으로 아비정전 40회 관람'을 히든 카드로 준비한 것이었다.  반은 모니터로 보았고 나머지 반은 스크린을 통해 보았다. < 아비정전 > 은 왕가위 영화제나 장국영 추모제를 통해 자주 극장에서 상영되었고,  나는 시간이 날 때마다 영화제를 찾아다니면 보았던 것이다.  부산, 전주, 부천 영화제를 돌아다녔다. 40번 넘게 보았다는 말에 정성일 키드'들은 내 앞에서 꼬리를 내리고는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는 다함께 외쳤다. " 곰곰생각하는발, 가는 길에 영광 있으라 ! "

하지만 나는 이 행위'를 두고두고 후회했다. 횟수가 늘어날수록 이 영화를 처음 접했을 때 느꼈던 황홀은 점점 무덤덤한 마음으로 바뀌기 시작했던 것이다. 끝이 보이는, 오래된 연인 사이에서 감지되는 권태 말이다. 열정이 독이 된 케이스'였다.   이 사건 이후로는 한 영화'를 반복적으로 보는 욕심'을 버리기로  했다. " 정성일 키드的 허세 " 를 버리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이 계획은 뜻하지 않은 곳에서 틀어졌다. 영화 < 쇼생크 탈출 > 때문이었다. 처음부터 이 영화에 욕심을 냈던 것은 아니었다. 케이블 티븨 OCN 영화 채널에서 상영할 때마다  아무 생각 없이 보다가 깨닫게 되었다. 내가 이 영화에 홀렸다는 사실을 말이다. 열 번을 넘기고, 스무 번을 넘겼다. 그리고 이제 서른 번째 영화를 보게 되었다. 의무가 아니었다. 이 영화는 < 아비정전 > 과는 달리 보면 볼수록 더욱 재미있고 숨겨진 의미도 더욱 풍부해지는 영화였다. 

 

달착지근한 맛

스물아홉 번째 영화와 서른 번째 영화 감상은 서로 달랐다. 내가 서른 번째 영화 감상에서 건져올린 주제는 교화와 지질학이었다. 가석방 심사평가위원회는 장기수 레드 ( 모건 프리먼 ) 에게 뻔한 질문을 던진다. " 교화되셨습니까 ? " 레드는 취업 면접관 앞에 선 취업 준비생'처럼 판에 박힌 입사 지원 동기를 쏟아낸다. " 그럼요. 헤헤. 30년 동안 이곳에 있으면서 지난날을 반성, 반성, 반성, 반성, 반성, 반성, 반성, 반성, 반성, 반성, 반성, 반성, 반성, 반성, 반성, 반성, 반성, 반성,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헤헤. 심사평가위원회 나리님들, 그 전의 레드가 아닙니다요. 헤헤. 철저한 교화'를 통해 전 새롭게 탄생했습니다. 헤헤. 나가면 착하게 살겠습니다. 헤헤. "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기각'이다. 가석방 대상에서 탈락한 것이다. 10년이 흐른 후 다시 한번 가석방 대상'이 된 레드는 가석방 심사평가위원회 앞에서 솔직하게 속내를 털어놓는다.

" 교화 ? 교화되었냐고 내게 묻는 거요 ? 이따위 프로그램은 국가가 당신들에게 직업을 주기 위해 만든 것에 불과하지. 이곳에서 40년을 살았소. 날마다 후회하지 않은 적이 없었소. 눈을 감으면 그때 일이 악몽처럼 생각났소. 그리고는 이내 후회가 찾아왔지....... 어리석은 행동이었으니 말이오. 이 속내는 당신들 앞에서 알랑방구나 꿔서 잘보이기 위한 게 아니오. 난... 정말 날마다 후회를 했지. 하지만 내게 교화되었냐고 묻는다면 달리 할 말이 없소. 난 그냥 나일 뿐이오. " 이 대사'를 들었을 때, 문득 < 사랑의 단상 / 롤랑바르트 > 이 떠올랐다. 롤랑바르트는 이렇게 말한다 : " 나는 한결같이 나 자신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미치는 것이다. 나는 변하지 않기 때문에 미치는 것이다. " 지난날을 후회한다고 해서 그 사람이 교화된 것은 아니다. 후회는 후회일 뿐이고, 교화는 교화일 뿐이다. 원석을 다듬어서 보석'으로 만들 수는 있다. 하지만 그것은 변화가 아니라 연마에 가까운 관리'일 뿐이다.

모든 인간은 타락한다. 롤랑바르트가 한 말을 그대로 적용하자면 비정상은 불변의 결과이고 정상은 가변의 결과이다. 그러므로 전자는 순수한 것이고 후자는 타락한 것이 된다. 미치지 않은 채 어른이 된 자는 모두 타락한 자'이다. 틀린 문장이나 비문은 교정 작업을 거쳐 수정하면 되지만 마음은 원고지에 쓰여진 비문이 아니라 심장에 새겨진 문장이기에 지울 수 없다.  < 쇼생크 탈출 > 은 모든 대사'가 기억에 오래 남을 명대사들이다. 오래 씹으면 달착지근한 맛이 나는 칡뿌리 같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내 꿈은 앤디 ( 팀 로빈스 ) 처럼 살아가는 것이 되었다.  계획대로 나는 안양교도소에 수감되었다. 내 감방에는 리타 헤이워드 대신 한가인 브로마이드'를 벽에 붙였다. 그곳에서 나는 교도소장이 불법적 행위를 통해 몰래 가져온 돈을 세탁했다. 전두환 비자금'으로 구권 만 원짜리 다발이었다.

 

똥은 더러워서 피하는 것이 아니라 무서워서 피하는 것

내가 하는 일은 돈을 세탁한 후 다리미질을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냄새 제거를 위해 페브리스'를 뿌렸다. 그 돈은 불특정다수의 계좌에 이체한 후 다시 한 계좌로 모였다. 백 억이 넘는 돈이었다. 천둥 번개가 매섭게 내리치는 날이었다. 철문이 닫히고 취침 점호가 끝나자 안은 어두웠다. 나는 어둠 속에서 벽에 걸린 한가인'을 오랫동안 주시했다. 이때 번개가 내렸다. 안이 환해졌다. 하나, 둘, 셋....  천둥소리는 정확하게 셋을 센 후 들려왔다. 다시 번개가 내렸다. 하나, 둘, 셋.... 우르릉 쾅쾅 ! 내가 한가인을 볼 수 있는 시간은 3초가 전부였다. 나는 낮게 속삭였다. " 굿바이, 올리비아 핫세 ! " 하지만 운명이란 기묘한 것이다. 계획에 없던 돌발 변수가 발생한 것이다. 벽을 뚫고 나가자 건물의 내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온갖 하수관으로 뒤엉킨 곳이었다.

나는 밖으로 연결되는 하수관을 뚫기 위해 무거운 돌을 집었다. 번개가 내리고 나면 천둥이 치리라. 번쩍이는 불꽃이 조용히 어두운 교도소 건부 내부를 밝게 빛냈다. 하나, 둘, 셋 ! 우르릉 쾅쾅. 천둥소리에 맞춰 무거운 돌을 힘껏 내리쳤다. 모든 일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오수관은 생각보다 쉽게 부서졌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나는 구멍이 뚫린 오수관 속으로 들어가 낮은 포복으로 기어가다가 그만 정신'을 잃었다. 똥에서 나오는 메탄 가스 중독 때문이었다.  시바 !!!  똥 때문에 망치다니 !  나는 다시 안양 교도소'에 갇혔다. 형은 20년으로 늘었다. 이 글은 교도소 內 도서관'에서 작성하는 중이다. 믿기 싫은 놈은 믿지 않아도 된다. 이번 실패를 통해서 배운 것은 딱 하나'다. 똥을 조심해야 된다는 것.  만고 진리가 아닐까 ? 사회생활 할 때에는 괄약근 부실에 따른 치질'로 고생 꽤나 했는데

교도소에서 똥오줌이 흐르는 오수관에 갇혀서 의식을 잃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래저래 내 인생을 가로막는 것은 괄약근이었다. 건물을 거대한 유기체로 보자면 오수관은 똥오줌이 흐르는 괄약근이 아니었던가 ? 내게 있어서 똥은 더러워서 피하는 것이 아니라 무서워서 피하는 오브제'가 되었다. 누누이 말하지만 나는 한결같이 나 자신이다. 오늘 점심 때 교도소에 딸린 식당에서 숟가락을 훔쳤다. 영화 속에서 레드는 말했다. 지질학은 시간과 압력에 대한 학문이라고 말이다. 나는 그가 지질학을 시간과 압력에 대한 학문이라고 말했을 때 격하게 동의했다.

 

" 1966년, 앤디 듀프레인'은 쇼생크 교도소를 탈옥했다. 찾아낸 것은 진흙투성이 죄수복과 비누 한 조각 그리고 암석 망치였다. 굴을 파는 데 600년은 걸릴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앤디는 20년 안에 해냈다. 앤디는 지질학을 좋아했다. 그의 세심한 성격과 잘 맞았나 보다. 빙하기와 수백만 년에 걸친 산맥의 생성. 지질학은 시간과 압력에 대한 연구이다. 사실 필요한 것은 그것뿐이다. 압력과 시간 그리고 입구를 감출 큰 포스터...... "

- 엘리스 레드 레딩의 독백 中

 

 

지질과 치질

사전적 의미에 구애 받지 않고 같은 성질의 낱말을 하나로 묶는 내 오랜 습관을 이해한다면, 당신은 < 지질학 > 과 < 치질학 > 은 묘하게 비슷한 구석이 있다는 엉뚱한 주장에도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 지질학 > 이 시간과 압력이 토양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학문이라면 < 치질학 > 은 시간과 압력이 항문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다들 아시다시피 무서운 치질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화장실에 앉아 있는 시간과 엉덩이에 힘을 주는 압력의 세기를 적절하게 조절해야 한다. 나는 둘 다 조절에 실패했다. 화장실에서 책을 읽느라 너무 오랜 시간 동안 변기 위에 앉아 있었고, 변비 탓에 항상 엉덩이에 힘을 주다 보니 괄약근에 지나친 압력이 발생해서 과부하가 생기고는 했다. 남근은 전립선 기능 저하'로 기능을 상실한 지는 이미 오래. 내 몸에 붙어 있는 마지막 근육인 괄약근마저 치질로 망가졌으니 나라는 인간은 무근적 존재'였다.

시간과 압력에 실패하는 순간,  당신은 생전 처음 보는 대장항문과 의사 앞에서 엉덩이를 벌려야 한다. 더군다나 (이 글을 읽는 독자가 남성이라고 가정했을 때) 대장항문과 의사가 여성이라면 치질이 때로는 호환 마마'보다도 더 무서울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앵무새처럼 생긴 20대 여자 의사'는 내 항문에 손가락을 넣으며 말했다. " 똥구멍이 국화무늬'네요. 호호호호호. " 그때 내가 느낀 수치심'은 말로 표현이 안 된다. 이 고통은 나폴레옹만이 안다. 그도 악성 치질로 고생한 위인이었으니 말이다. 호사가들이 풀어놓은 썰에 의하면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1센티만 낮았어도 세계는 달라졌을 것이고, 나폴레옹이 악성 치질만 아니었어도 워털루 전투에서 패배하지는 않았을 거라고 한다. 치핵이 괄약근 밖으로 빠져나온 치질 환자가 말을 타고 달린다고 상상해 보라.

그는 이 세상에 불가능은 없다고 했지만  적어도 그의 항문만큼은 " 시간과 압력 " 에 굴복하고 말았던 것이다. 나와 나폴레옹의 공통점은 괄약근 때문에 인생 망친 케이스'였다. 스핑크스, 무시무시한 괴물이다. * 오늘 내가 훔친 숟가락은 밥을 먹는 도구가 아닌 시간과 압력에 반기를 드는 도구로 사용될 것이다. 벽은 콘크리트처럼 단단해 보이지만 사실은 웨하스 과자로 지어진 집에 불과하다. 이 정도 강도면 10년이면 뚫는다. 느낌 아니까. 나는 한다면 하는 놈이다. 이 글을 두고 허풍이네 뭐네 지랄하지 마라. 탈출하면 제일 먼저 당신을 찾아가마. ( 2013.11.10. OCN 방영, 관람 )

 

* 스핑크스의 어원이 바로 괄약근이다. 오이디푸스에 등장하는 괴물은 똥구멍 괴물이다.

 

 

 

 

추신

마이리뷰에 < 별책부록 : 쇼생크탈출 > 을 따로 뽑았다. 볼 때마다 감상을 적을 생각이다. 볼 때마다 관점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으리라.

 

▶ 1. 쇼생크와 여성 http://blog.aladin.co.kr/749915104/6386271  2010.07.12

▶ 2. 쇼생크와 야구 http://blog.aladin.co.kr/749915104/6387416  2011.01.01

▶ 3. 쇼생크와 나비 http://blog.aladin.co.kr/749915104/6390523  2011.11.23

▶ 4. 쇼생크와 왼팔 http://blog.aladin.co.kr/749915104/6391172 2012. 11.22

▶5. 쇼생크와 카사블랑카 http://blog.aladin.co.kr/749915104/6393984 2013.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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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13-11-11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정상은 불변의 결과이고 정상은 가변의 결과이다, 마음은 원고지에 쓰여진 비문이 아니라 심장에 새겨진 문장이기에 지울 수 없다... 유머와 통찰이 섞여 있는 글을 보면서 오늘도 크게 배웁니다.
레드가 자식 뻘인 심사평가위원들에게 차분히 대답하는 장면이, 이 영화의 압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에겐 듀프레인의 저 기가 막힌 탈출 방법보단, 레드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더 가슴에 깊게 와 닿았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11-11 12:20   좋아요 0 | URL
제가 쇼생크 탈출에 대한 글을 한 40개 모아서 책으로 낸다면 사볼 용의 있으신가요 ?
쇼생크 한 편에서 뽑을 수 있는 게 정말 무궁무진합니다. 볼 때마다 새로운 게 보여요.
지질학에 대한 부분은 사실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습니다만...
제가 치질을 앓고나서 아... 시바... 딱 보는데 시간과 압력 부분에서 그만 넋을 놓고 보았습니다.
지질과 치질은 비슷하구나... 하고 말이죠.
다음에 다시 보면 또 다른 대사가 보일 겁니다. 요거 한 40편 모아서 책으로 내야겠어요..

수다맨 2013-11-11 1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로 책으로 내신다면 사겠습니다 ㅎㅎ 인증샷 올리겠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11-11 12:28   좋아요 0 | URL
그렇습니까 ? ㅎㅎ.. 천일야화처럼 이런 식으로 한 40화 정도 모아서 책으로 엮어야 겠어요.
이참에 디비디도 사야겠습니다. 이왕 사시는 거 한 10권 사주십시요..헤헤... 앞으로 착하게 살겠습니다. 헤헤..

수다맨 2013-11-11 2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아직 학생이라 큰돈은 없습니다^^;;;; 5권까지는 사겠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11-11 22:07   좋아요 0 | URL
농담이었습니다. 제가 무슨..... ㅋㅋㅋㅋㅋ.
 

 

알라딘 서재 서랍장 정리

 

마이리뷰

읽다 1 : 국내 소설'을 넣어두었다.

읽다 2 : 국외 소설'을 넣어두었다.

읽다 3 : 국내 비소설 분야를 넣어두었다. 소설을 제외한 모든 분야에 속한다.

읽다 4 : 국외 비소설 분야를 넣어두었다. 소설을 제외한 모든 분야에 속한다.

 

마이페이퍼

읽다 : 말 그대로 책을 읽고 난 후의 잡다한 생각을 적은 글'을 모았다.

 

개통과 분류

정식 이름은 < 슬픔에 대한 개통과 분류 서랍장 > 이나 작명이 긴 관계로 계통과 분류'로 했다. 페이스북 400자평'으로 생각하면 딱이다. 짧은 단상'을 적고 분류할 생각'이다. 일기장에 적었던 문장들, 시를 쓰다가 망친 것, 소설을 쓰다가 망친 문장 가운데 몇몇을 솎아서 분실물 보관함에 넣어둔다. 망친 시'는 쪽팔려서 행나누기를 하지 않고 넣어두고, 망친 소설은 마음에 드는 문장'만 골라서 넣어둔다. 참...  음악도 올리기로 했다. 한동안 라디오헤드와 시규어 로스 음악은 듣지 않았다. 자발적인 선택이 아니라 의사 선생이 권한 처방전이었다. 한때 나에게는 라디오 헤드와 시규어 로스' 음악은 금기'였다.

 

손바닥 낙서

風 : 허풍'에서 풍만 적었다. 짧은 콩트'를 묶어둔다. 뭐, 그냥 버리기는 그렇고,  페이퍼'라 우기기도 그래서 그냥 콩트'라고 하는 것이지 사실은 이것도 저것도 아닌 글'을 모아둔 창고'다.

勢 : 허세'에서 세만 적었다. 이곳에 어떤 글을 넣을지는 아직 정하지 못했다.

 

만년설과 필

원래는 만년설과 만년필'인데 대분류 제목이 모두 5음절이기에 통일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만년설과 (만년)필'로 정했다. 책 리뷰도 아니고 독서 페이퍼'도 아니며, 400자 개념어 사전도 아니고 그렇다고 콩트도 아닌 애매모호한 글을 넣어두기로 결심했다. 단상'이라고 하기에는 거창하니 그냥 일상에 대한 생각을 적을 생각이다. 만년설은 무거운 분위기 글이고, 만년필은 가벼운 분위기 글을 담을 생각이다.

 

■ 모호한 취향

말 그대로 개인적 취향'을 다룬 글을 담았다. 야구에 대한 생각을 꾸준히 쓸 생각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나는 낚시광'이다. 다만 낚시를 해본 적은 없다. 왜냐하면 낚시바늘에 지렁이'를 끼우는 것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겁쟁이라 욕하지 마라. 한때 지렁이'를 애완동물로 키운 적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짐승이다. 하여튼 물고기'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란다. 영화는 말 그대로 영화에 대한 이야기 글이고, 오락관은 잡다한 연예 코너'에 대한 이야기 글'을 모아두기로 한다. 사정에 따라서 카테고리'가 추가될 예정이다.

 

컨트롤비트 ↓

" 컨트롤 비트 다운 받았다 " 를 줄여서 " 컨트롤비트↓ " 이라고 적었다. 5음절을 맞추기 위해서 " 다운로드 받다 " 를 " ↓ " 라는 기호를 사용했다. 컨트롤비트 다운 받다'는 힙합 용어'로 미국 합합계의 떠오르는 신인인 켄드릭 라마가 '컨트롤'이라는 곡을 통해 대표적인 힙합 뮤지션들을 디스 ( 비판 ) 한 데서 비롯되어서 지금은 디스戰에서 상징적 제스츄어가 되었다. 다들 아시다시피 내 글은 대부분 까고 까고 까는 글이 대부분이지 않은가. 소제목으로 분류된 올드스쿨, 프리스타일, 디스'는 모두 힙합 용어'다. < 올드스쿨 > 은 갱스터랩'이 생기기 전인 힙합으로 주로 건전한 랩이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뭐, 잘 살아 보세 ! 따위'가 올드스쿨'이다. 이 서랍장에는 까긴 깠는데 시원찮은 글을 넣어두었다. 그리고 < 디스'> 는 말 그대로 신랄하게 깐 글들만 모아놓았다. 팔 할이 디스'다. < 프리스타일' > 은 즉흥적으로 랩을 하는 것을 의미해서 올드스쿨'에 넣어두기는 우울하고, 디스에 넣어두기에는 비난의 강도가 낮은 글을 넣어두었다. 그렇다, 난 욕쟁이'다. 시바.

 

이 글을 공개할 생각은 없었으나 알라딘에는 비공개 설정'이 없어서 할 수 없이 공개한다. 쪽팔리니 공감 버튼을 눌러서 알라딘 서재 대문에 걸리는 우울한 일은 없었으면 한다. 이렇게 쓰면 꼭 버튼을 누르는 이'가 있다. 그런 사람은 눈여겨보았다가 디스할 생각이다. 그나저나 < 알라딘 서재 정리 > 라는 글은 어디에 넣어두어야 하는 걸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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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3-11-09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씨 ~ 아니 누가 공감을 누른 거야.....
아, 하여튼, 청개구리 같은 작자 가트니라구...
그래, 내 속을 뒤집겠다 이거지 !!!! 그래 어디 다들 눌러보슈 ~~

새벽 2013-11-09 09:27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큭큭.. 전 아닙니다.
네버로 컴백하시라 기원했더니 이렇게 여길 더 깔끔 알흠답게 정비하셨군요.

근데 갑자기 이 글 말미와 이 덧글을 보니깐 눌르고 싶어진당.. 그래서 누르고 감 :)

곰곰생각하는발 2013-11-09 09:41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새벽 님 바보로군요...
오백원 동전과 백 원 동전 이야기 모르십니까 ?
둘 중 하나만 고르라고 하면 바보는 늘 100원 동전만 가지고 가죠.
사람들은 그게 재미있어서 늘 둘 중 하나만 가지라고 하는 그런 이야기..
사실 속은 것은 바보가 아니라 동전을 준 사람이라는 그런 이야기...
이 글은 제가 누르지 말라, 라고 하면 사람들이 일부러 누를 것을 알고 제가 쑈를 부린 겁니다.
봐봐요. 벌써 공감이 두 개잖아요.. 저 공감에 목숨 거는 사람입니다.. 허허허..

새벽 2013-11-09 09:49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칫.. 저는 그런 엽전 없어도 늘 곰발님 글에 공감을 누른다구욧!

삐쳐서 이제 앞으로 안 눌러 줄거임. 흥

곰곰생각하는발 2013-11-09 09:57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왜 그러십니까. 잘못했습니다. ㅎㅎㅎㅎ
하여튼, 이 글 보고 있을 알라디너'에게 경고한다. 공감 누르지 마라 !!

metro318 2013-11-09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인의 청개구리.

곰곰생각하는발 2013-11-10 02:38   좋아요 0 | URL
메트로 님 오랜만이구랴. 오랜만에 와서 청개구리 짓이나 하다니...
당신을 조만간 디스하겠소 !!!!

metro318 2013-11-11 15: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랫만이라니요, 하루에 열두번도 더 들어오고
공감버튼도 꼬박꼬박꼬박 다 누르고
서재 글도 빠짐없이 다 읽었습니다. ^^

곰곰생각하는발 2013-11-11 17:40   좋아요 0 | URL
그런가요 ? 후후.... 소리없이 오셨다 가셔서.... ㅎㅎㅎㅎㅎ.
글구 보니 메트로 님이야말로 제 가장 오랜 이웃 가운데 한분입니다.
올드보이'임.....
 



애들은 항구에 가 고기잡게 말지어다

여덟발 문어에게  걸려들까 무서워라

- 정약용

 

 

큰 놈은 길이가 7~8자에 이른다. 동북 바다에서 나는 놈은 길이가 2장(丈) 정도 된다. 머리는 둥글고 머리 밑은 어깨처럼 되어 있는데 여기에서 여덟 개의 긴 다리가 나와 있다. 다리의 아랫면에는 국화꽃 모양의 단화가 두 줄로 늘어서 있다. 이것으로 물체에 달라붙는데 일단 물체에 달라붙고 나면 그 몸이 끊어져도 떨어지지 않는다. 항상 바위굴 속에 숨어 있다. 돌아다닐 때는 다리 밑의 국제( 국화 모양이 발굽 ) 을 사용해서 나아간다. 여덟 개의 다리 한가운데에는 구멍이 하나 있는데 이것은 입이다. 입에는 매의 부리와 같은 이빨이 두 개 있으며, 매우 단단하고 강하다. 장어는 물에서 나와도 죽지 않지만 그 이빨을 빼버리면 곧 죽는다. 배와 장이 오히려 머리 속에 있고, 눈은 목 부분에 있다. 몸빛깔은 홍백색이지만 껍질을 벗겨내면 눈처럼 흰 살이 드러난다. 국제는 붉은 빛깔이다. 맛은 달고 전복과 비슷하다. 회로 먹어도 좋고 말려 먹어도 좋다. 뱃속에는 사람들이 온돌이라고 부르는 물체가 들어 있는데 이것으로 종기를 치료할 수있다. 물에 개어 바르면 단독( 피부병의 일종 ) 에 신통한 효험이 있다.

- 자산어보, [ 장어, 속명 문어 ] 중. 현산어보를 찾아서 2'에서 발췌

 

 

 

 


 

 

 

 

 

 

 

 

文漁 : " 어머, 어머머머 ! 그건 정말 오해예요. "

 

 

 

 

우리 선조들은 유선형의 몸매에, 지느러미가 있고, 비늘이 있는 비쥬얼'을 선호했다. 그래서 맛은 있지만 비쥬얼이 약한 갈치나 멸치'는 대상을 낮잡아 부르는 ~ 치'로 끝나는 반면에, 맛은 그리 훌륭하다고 할 수는 없으나 몸매는 훌륭한 숭어나 민어'에게는 한자 ~ 魚' 로 분류했다.

 

 한글은 상놈들이나 배우는 문자'라고 생각했던 당시의 한글 경시 사상'은 물고기 이름에서도 그 흔적을 알 수 있다. 못난 물고기는 순우리말 이름'을 가졌다고 보면 된다. 물론 어디까지나 나의 상상이라는 점을 밝혀둔다.

 

 

여기서 눈치가 빠른 독자'는 내 주장에 헛구멍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는 반격'을 할 것이다. 문어, 그렇다 ! 문어'는 사실 징그러운 바다 물고기'이다. 유선형의 몸매도 아니고, 비늘도 없고, 지느러미도 없다. 더군다나 뱀처럼 생긴 다리 8개가 꼼지락거리는 모습이란 ! 이토록 흉물스러운 물고기'에게 왜 고고한 족보인 < ~ 魚' > 를 선사했을까 ? 여러 설이 분분하지만 그중 가장 설득력 있는 설'은 먹물'이다. 문어의 먹물'은 선비가 늘 가까이 해야 한다고 하는 문방사우 중 하나가 아니었는가 ? 사정이 그러하니 이 징그러운 물고기에게 ~ 어'라는 직급을 하사하고 그 앞에 文'이라는 이름을 지은 것으로 추측된다. 

 

 

아, 잘난 양반들의 그 지랄같은 한문 숭배란...... 나랏 말쌈이 듕국과 달라 서로 사맛디 아니 해서 한글을 만드신 것이 아닌가 ? 그 깊은 뜻도 모르니 세종대왕은 광화문 광장'에 앉아 한숨만 쉰다. 그 먹물은 그 먹물과는 다른 먹물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그 먹물이 그 먹물과 같다고 우기는 먹물들의 검은 속내'에 또 한 번 망연자실하지 않을 수가 없다. 줏대도 없고, 일관성도 없다. 그에 비하면 서양인은 최소한 일관성'을 유지했다. 다음에 나열한 물고기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

 

 

쥐가오리, 문어, 낙지, 아귀. 

 

 

서양에서는 위의 물고기를 모두 devilfish'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쥐가오리, 낙지, 오징어, 문어, 아귀'를 통틀어서 악마의 물고기'라고 부른다. ( 사실 아귀의 경우는 조선 어부들도 재수없다고 해서 그물에 잡혀 올라오는 즉시 바다에 버렸다고 한다. 그래서 물텀벙으로 불리웠다고 한다. ) 이처럼 서양 사람들이 데빌피쉬'라고 하면서까지 이들 물고기를 혐오하는 까닭은 성서'와 깊은 관련이 있다. 구약성서 레위기'에 보면 지느러미가 없고, 비늘이 없는 물고기는 먹지 마라, 라는 문장이 있기 때문이다. 지느러미가 있고 비닐이 있는 생선을 선호하는 취향은 동서양 모두 동일한 모양이다.

 

 

실 美는 어느 정도 전세계적 공통분모다. 아무리 문화적 차이가 난다고 해도 콩고 사람들 또한 박지선 사진보다는 김태희 사진을 보며 미인이라고 할 것이 분명하다. 이런 문화적 속사정'이 있다 보니, 서양인들이 보기엔 한국인의 산낙지 시식은 언빌리버블한 것이다. 오, 오오오오마이갓'이다. 박찬욱의 < 올드보이 > 에서 서양인들이 경악스러워 했던 장면은 망치'로 사람 머리'를 공격하는 장면이 아니라 최민식이 산낙지 먹는 장면이었다고 하지 않던가. 더군다나 살아 있는 다리로 입술을 더듬는, 아 ! 낙지 낙지 산낙지. 그 모습은 경악 그 자체'였을 것이다. 므, 므므므므므므므시므시하다.

 

 

 

 

문어에 대한 혐오와 공포'는 허먼 멜빌의 < 백경 > 에서도 드러난다. 소설 속에서는 향유고래와 대왕오징어'가 한판 싸움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누가 이겼는지는 모르겠으나 하여튼 그들은 존나 스펙타클하게 싸웠다. 서양인들은 당연히 문어나 오징어 따위'를 악마라고 해서 고래를 응원했겠지만 먹물을 숭배하던 조선 선비들은 입장이 달랐을 것이다. 고래 이기라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서양인을 보며 쌍놈이라고 손가락질을 했을 것이다. 맞아, 그래 그래. 그랬을 것이 분명하다.

 

■ 뜬금없이, " 그래 그래 그랬을 것이 분... " 따위'는 곰곰생각하는발의 독특한 문장력이라고 이해해달라. " 고래 이기라고 고래고래 ~ " 에 대한 라임을 맞추기 위한 장단이다. 누군가는 이 글을 읽고 이게 무슨 책 리뷰인가, 라고 욕을 하시는 분도 계시리라. 한 마디 한다. 내 맘이유 !   

 

 

 

서양인의 문어/오징어 혐오증은 크라켄'이라는 괴물에서 정점을 이룬다. 크라켄은 일종의 대왕오징어나 대왕문어'인데 쥘 베른의 < 해저2만리 > 에서 괴물로 등장한 이후, 해양 어드밴쳐 영화에서는 거의 단골로 등장하는 괴물이 되었다. 악당으로써 오죽 인기가 많았으면 < 케리비안의 해적 3 > 에서도 크라켄이 등장했겠는가. < 스파이더맨 > 에서의 그 유명한 " 닥터옥토퍼스 " 는 어떤가 ? 크라켄은 바다 위를 지나가는 배를 두 동강 내는 주범으로 찍혔다.

 

 

하지만 문어'를 잘 아는 사람들이 보면 서양인들의 이 혐오'는 지극히 인종차별적인 시선이 아닐 수 없다. 문어는 물고기 중에서도 머리가 매우 뛰어난 종이다. 오죽하면 물속의 유인원'이라는 이름으로 부를까. 또한 문어는 자신의 몸을 주변 환경에 따라 자유자재로 바꾼다. 바위가 되었다가, 산호초가 되기도 하고, 얼룩무늬뱀이 되기도 한다. 정말 똑똑한, 스마트한, 매력이 철철 넘치는 녀석이다. 나는 옛날부터 옥토퍼스'를 좋아했다. 인간과 괴물의 대사투'에서 언제나 괴물을 응원했다. 인간들은 죽거나 말거나......

 

 

사실 괴물'은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휴머니스트'이다. 왜냐하면 괴물'이란 잃어버린 인간성'을 회복시키기 위해 등장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괴물과의 사투를 통해서 소중한 가치를 깨닫게 된다. 그것은 911 쌍둥이 빌딩이 무너지고 나서 비로소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는 심리와 동일하다. 911이후 콘돔이 불티나게 팔렸다는 사실은 쌍둥이 빌딩을 향해 돌진한 괴물들이 남기고 간 선물이 아니었을까 ? 이처럼 괴물은 인간을 파괴하기 위해서 출현하는 것이 아니라 휴머니티'를 복원하기 위해서 나타나는 존재이다. 우리는 괴물과 인간의 사투를 통해서 그동안 잃어버렸던 인간성을 성찰하게 된다. 무시무시한 괴물이 최종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가족의 재발견이다. 괴물은 인간적인 것'을 보여주기 위하여 일그러진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옥토퍼스의 난동이 끝나면 생존자들은 비로소 사랑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깨닫게 된다. 사랑이란 폐허에서 더욱 견고해지는 것, 타이타닉에서 두 청춘 남녀가  그토록 아름다운 이유는 빙하'라는 이름의 옥토퍼스가 배를 두 동강 냈기 때문이다. ( 옛날 사람들은 배를 두 동강 내는 주범으로 대왕오징어나 크라켄을 지목했다. ) 옥토퍼스'란 어쩌면 그들의 사랑을 빛나게 하기 위한 조연이었는지도 모른다. 페허에서 나눈 키스는 괴물이 당신들에게 선사한 선물이다. 문어는 그런 존재다. 그는 휴머니스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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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양은 긴 칼과 같다. 큰 놈은 8~9자에 이른다. 입에는 단단한 이빨이 빽빽하게 늘어서 있는데, 물리면 독이 있다. 침어의 종류이지만 몸이 약간 납작하다.

- 자산어보, 정약용. ( 현산어보를 찾아서 3'에서 재인용 )

 

 

< 현산어보 시리즈 > 는 다양한 시선으로 즐길 수 있다. 우선 이 책은 훌륭한 어류 사전'이다. 더군다나 400컷에 가까운 세밀화'가 그려져 있으니 이보다 좋을 순 없다. 그림책으로 읽어도 좋다. 그리고 200년 전 정약전을 찾아 그가 남긴 발자취를 따라 흑산도를 여행하는 형식이니 뛰어난 기행문학이기도 하며, < 자산어보 > 에 대한 트리뷰트 북'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메타 소설'로 읽어도 된다. 이래저래 좋다.  < 현산어보 3 > 에서는 정약전에 대한 소개'보다는 대부분을 어류에 대한 소개로만 내용을 꽉꽉 채운다. 그 가운데 한 꼭지로 갈치'를 다룬다.  속초에 머물 때 낚시 방송에서 갈치'에 대한 90분짜리 다큐를 본 적이 있다. 그때 보았던 갈치는 아름다웠다. 이 글은 갈치'를 향한 헌정이다. 이 세상 모든 갈치'이게 바친다. 

 

 


 

 

 

 

갈치 : 칼잠에 대한 이해.

 

 

 

빨간책을 보거나, 돼지표 뽄드를 불거나, 담배를 피거나, 소주를 마시던 불량 써클 아이들이 입에 달고 다니는 말 중 하나가 < 깔 > 이었다. 차세대 건달이 될 건들건들 양아치들은 주로 입 안에서 면도칼을 돌리는 재주를 가진 여자애들과 함께 폐가나 야산을 돌아다니며 본드와 부탄가스'를 불고 다녔다. 그리고는 " 떼 씹 " 에 대한 경험담을 말하고는 했다. 성'에 대하여 관심이 많았던 우리들은 넋 놓고 그들이 하는 섹스 경험담'에 귀를 기울였다. 

 

 

그때 그 불량배'들이 자주 내뱉던 말들이 깔, 깔따구, 깔치 따위였다. 양아치들 사이에서 은어'처럼 사용하는 말들이었다. 써클 소속이면서 내 친구였던 만식이'가 묘사한 깔따구들은 모두 발라당 까진 여자애'였다. 중학생 여자애들이 담배도 피고, 술도 마시고, 소주도 마시고, 본드에 부탄가스'까지 불고, 아무 데서나 엉덩이를 내리고 오줌을 싸고, 똥을 싸고, 섹스'를 하는 아이들이었다. 끝으로 만식이는 나에게 이런 충고를 했다. " 키스할 땐 조심해야 해 ! 내 깔치는 혓바닥 안에 면도칼 있거든. " 므,므므므시므시하다 !!! ( 참고 : 만식이'란 이름이 만식이가 아니라 내 불알친구들을 모두 두리뭉실 엮어서 부르는 상징적인 이름이다. )

 

 

" 만식아 ! 가, 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슴 만져봤냐 ? " 내가 흥분해서 막 질문을 하면 그 녀석은 한심하다는 듯 나를 보며 " 병신 새끼! 씹도 했는데 그깟 젖탱이 한 번 안 만져봤겠냐 ? 꺼져, 한번도 안 한 좆병아리 뻔데기 새끼들아 ! " 아, 아아아무리 양아치 불량 써클 청소년이라고 해도 말이 너무 거친 것'이다. 그래서 나는 싸나이답게 " 가, 가가가가가가가슴 마,마마마마만지면 말랑말랑하냐고 ? " 그땐 여자 가슴 한 번 만져보는 게 소원인 14살 소년이 아니었던가.

 

 

그래서 그럴까 ? 갈치'를 보면 자꾸 깔치'가 떠오른다. 갈치의 날카로운 입과 이빨을 보면 혓바닥으로 면도칼을 굴리던 만식이 깔치 향숙이'가 생각난다. 본드 불고 아무 데'서나 허연 엉덩이'를 까고 오줌을 누던. 그 오줌 소리'가 박연폭포 같다며 불량스럽게 웃던 만식이'가 떠오른다.

 

 

만식아, 지금은 무엇을 하며 사냐 ? 대마초 재배해서 깜빵 가고, 집행유예 기간 중 자전거 훔쳐서 다시 깜빵 간 내 친구 만식아 ! 결혼은 했냐 ? 그때 그 향숙이랑은 연락하고 지내냐 ? 사실 만식이'는 결손 가정'이었다.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으나 어머니 혼자서 시다 일을 하며 가정을 꾸렸고, 향숙이'도 고주망태'인 아버지의 폭력을 피해 거리를 떠돌던 아이'였다. 가난이란 대물림이니 어른이 되었다고 한들 크게 달라질 것도 없다. 만식이'의 주먹은 물주먹이었고, 향숙이는 예쁘지 않았다. 머리도 나쁘고 공부도 못했다. 정말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

 

 

 

깔치에 대한 어원을 조사하니 분분하다. 그중 가장 신빙성이 있는 주장은 이렇다 : 깔치의 어원은 미국말과 일본말이 섞인 것이오. 여자친구를 미국놈은 영어로 뭐라 하오 ? 그렇소. girl 이오. 걸 ! 그럼 일본놈들은 ? 키키키키. 일본놈들은 혀가 짧아서 갈'로 발음하지. 그걸 한국 양아치들이 깔'로 부르기 시작한 것이오. 양아치 씹 문화 용어 대부분은 일본어'에서 따온 것이오. 여기에 사람을 낮게 부를 때 부르는 ~치'가 붙어서 깔치'가 된 것이지. 가끔 갈치와 깔치'를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전혀 다른 말이오. 갈치 입장에서는 억울하지.

 

 

그렇다. 갈치 입장에서는 억울하다. 갈치는 칼'에서 유래되었다. 신라시대 때에 칼'을 갈'이라고 했던 것으로 보아서 이 설'이 유력하다. 여기에 물고기를 뜻하는 치'와 결합하여 갈치/刀魚'가 된 것이다. 갈치 생김새를 칼'로 인식한 것은 비단 우리나라만이 아니다. 서양에서 갈치'를 cutlass fish, hairtail 라고 부르는 것을 보아서 동서양 막론하고 갈치를 칼처럼 생긴 물고기라고 인식하는 것에는 틀림이 없다. 칼처럼 생긴 갈치와 칼을 돌리던 만식이의 깔치'가 묘하게 겹쳐지는 이 기묘한 기시감이란.

 

 

갈치'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생선'이다. 무와 감자를 넣어서 자박자박 조린 갈치조림의 맛이란 얼마나 황홀한가. 소금 간으로 구운 갈치 구이'는 얼마나 단백한가. 그 옛날 생선 가시'가 목에 걸려 고생한 이후로 트라우마가 생겨서 가시가 많은 생선'을 멀리하지만 갈치의 담백한 맛에는 이길 수가 없다. 더군다나 거제도'에서 맛 본 갈치회'는 정말 맛있었다.

 

 

갈치 속성 가운데 특이한 점은 다른 물고기와는 달리 서서 잠을 잔다고 한다. 머리는 하늘을 향하고 꼬리는 바닥을 향한 자세로 잠을 잔다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여러 사람이 비좁은 방에서 옆으로 모로 누워 자는 잠을 < 칼잠 > 이라고 하는데 그 유래'가 갈치의 잠버릇'이라고 한다. 이런 칼잠'을 갈치잠'이라고 하니 말이다.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무더울 것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힘든 여름을 보내는 사람들은 쪽방촌 사람들이다. 창문 하나 없는 이 비좁은 방에서 편히 누울 공간도 없는, 그래서 칼잠을 자야하는 사람들이 견디기엔 지독한 폭염이것이다. 절전 만을  외치지는 말자.  빈곤층 사람들이 겪을 폭염에 대한 대책'부터 내놔야 한다. 한여름 쪽방에서 칼잠을 자보지 않은 사람은 그 고통을 알지 못한다.

 

 

사실 칼잠을 자는 사람은 비단 그들만이 아니다. 이미 1%와 99%로 나뉜 이 시대 사람들은 모두 칼잠을 자는 블레이드러너'다. 네가 아니면 내가 죽는 런닝맨 게임' 속에서 우리는 불안한 잠을 잔다. 서서 잠을 잔다. 누가 내 등을 후려칠지도 몰라. 물주먹 만식이도, 면도칼을 돌리던 향숙이도, 망루 꼭대기'에서 날마다 칼잠을 자던 김진숙 노동자도, 용산 사태 노동자'도, 나도, 당신도 모두 칼잠을 잔다. 우리 모두는 서서 잠을 자는 갈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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