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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의 독설.

 

 

 

 

 

 

 

 

 

 

 

 

 

대중은 왜 김미경에게 열광할까 ? 성공한 < 용 > 이기 때문에 그렇다. 여기에는 한 가지 조건이 붙는다. 반드시 놀던 물이 < 개천 > 이어야 한다.  ( 구름 위에서 놀던 용은 절대 안 된다. ) 사람들은 그녀를 개천에서 용 났다고 생각한다. 관객의 판단이 아니다. 김미경은 특강 내내 자신을 별 볼 일 없는, 어두컴컴한, 증평의 촌년이라고 관객에게 자신을 소개한다. 갑자기 성공한 사람들은 자신이 이룩한 성과를 과장하는 것보다 자신이 얼마나 고생했는가를 과장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그 밑바닥에 처참할 수록 그 사람의 성공은 더 빛나기 때문이다. 김미경은 자신의 성공 스토리에  < 개천' > 이라는 밑바닥을 끌어들임으로써 자신을 더욱 가치 있는 것으로 만든다. 처세의 달인'이기에 가능한 우아한 기술이다. 그녀는 늘 똑같은 말을 반복한다. " 힘들지 ? " 그리고는 이어서 다음과 말한다. " 남들보다 더 열심히 해야 성공한다." 이 말을 병렬을 연결하면 언니의 독설은 정말 나쁜 독설처럼 보인다. 힘들어서 쓰러질 것 같은 친구에게 힘들지, 라고 묻고는 더 열심히 해, 라고 채찍을 가한다. 깐 데 또 깐다. 잔인한 일본 순사'처럼 말이다. 이 세상에 인생의 키워드를 알려주는 특강은 없다. 멘토가 알려준 노하우를 그대로 실천한다고 해서 당신이 성공할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 인생이 그런 몇 가지 지시'로 운명이 바뀔 수 있다면 저 높고 높은 구름 위의 신은 왜 존재하는 것일까 ?  멘토는 없다. 오직 甲만 있을 뿐이다.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 by Sean Mort

 

미경은 스타 강사'다. 최근에는 < 무르팍 도사 > 에도 나오고, 티븨엔 < 스타특강쇼 > 진행자'로 맹활약을 하고 있는 모양이다. 스타강사 쇼'를 한국의 오프라 윈프리 쇼'로 키울 야심을 가지고 있을 터'이다. 중국에 사대천왕이 있다면, 한국에는 사대멘토가 활약 중이다. 안철수, 김난도, 혜민'에 이어서 김미경도 한국의 내노라하는 대표 멘토'가 된 것이다. 가뜩이나 특강으로 수입이 짭짤한 분이 책도 불티나게 팔리니 천국이 따로 없다. 그녀의 특강 주제'는 밥그릇 챙기기'에 대한 이야기'다. 하지만 밥그릇은 쉽게 바닥을 보이는 법이다. 바닥을 숨기기 위해서 아무리 고봉으로 밥을 쌓아도 머슴밥이다. 뱃놈, 숟가락질 몇 번이면 그릇 바닥이 보인다.

 

김미경은 최근 인문학 비하 논란으로 화제의 인물'에 올랐다. 동영상을 찾아서 보았다. 핵심은 인문학 읽으면 밥이 나오냐 떡이 나오냐, 다. 차라리 자기계발서'를 읽는 것이 유익하다는 논리인데, 이 정도면 노골적인 PPL 광고'이다. 왜냐하면 자기계발서'를 20권 남짓 써온 < 자기계발서의 오프라 윈프리' > 가 아니었던가. 자기 책 광고 하려고 인문학을 시건방 떠는 것으로 비하하는 것이다. 인문학을 소금에 비유한다면, 성공학은 설탕이다. 설탕은 안 먹으면 되지만 소금은 섭취를 못하면 죽는다. 그게 인문학과 처세학의 차이다. 그녀의 말대로 책은 죄 없다. 사람도 아무 죄 없다. 문제는 김미경을 멘토라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문제'다. 이것저것 맛 보는 것은 나쁘지 않다. 문제는 대한민국 성인의 1년 독서량이다. 1년에 한 권 읽는 수준의 독서'가 꼭 (언니의) 독설'이어야 할까 ? 끼리끼리 논다는 것은 맞는 말이다. 김미경 특강을 보고 있으면 그녀는 꼭 약장수 같다.

 

자기계발서의 한계'는 분명하다. 자기계발서'가 하라는 대로 따라 해서 성공한 사람은 거의 없다는 점이다. 그것이 바로 자기계발서의 정체다. 그녀의 책이 백만 부가 팔렸다면 백만 명이 읽었을 것이고, 그 책이 집의 서재에 꽂혀 있다면 엄마가 읽고, 아빠, 동생이 읽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적어도 그녀의 책을 읽은 사람은 최소 200만 명이 될 터인데, 왜 항상 그 모양 그 꼴로 살아가는 것일까 ? < 400만 원으로 10억 만들기 > 라는 재테크 서적이 있다. 그 책의 노하우를 충실히 따르면 모두 부자가 될 것이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과연 있었나 ? 시중에 떠도는 자기계발서의 팔 할은 쓰레기'다. 김미경은 초등학교만 나오면 다 나오는 얘길 왜 인문학에서 배우려고 하느냐고 묻는다. 그렇다면 반대로 똑같이 한번 당신에게 되묻자. 초등학교 교과서에서도 깨우치려면 깨우치는 법이거늘, 왜 이런 특강쇼'를 기획하는 것이오 ?

 

1년에 쏟아지는 이런 책들은 출판 시장을 오염시킨다. 수백 권의 자기계발서'가 쏟아지지만 사실은 똑같은 말이다. 유식하게 말하자면 ( 보드리야르의 말을 빌리면 ) 동일증식'이다. 김미경이 스타 강사여서 그렇지, 별 볼 일 없는 책들도 김미경이 했던 소리를 글자 하나 안 틀리고 무한 반복한다. A라는 책의 주제가 < 디테일을 중시하라 > 라면 B의 책은 이 디테일을 살짝 비틀어서 < 꼼꼼한 김대리의 성공 노하우 > 라는 제목으로 책이 나온다. 그리고 C의 책은 < 이제는 친정 엄마 마인드'다. > 라는 컨셉을 잡는다. 디테일을 구수한 한국식 말로 바꾸면 잔소리요, 꼼꼼한 태도'가 아닌가. 또한 그러한 상징적 인물은 친정엄마가 아닐까 ? 결국 같은 이야기의 변주다. 이런 식의 무한반복이 바로 자기계발서'이다. 그러니깐 당신은 10년 전에 읽은 책을 제목만 바뀌어서 나온 책을 다시 읽는 것이다. 10년 전에 그 책을 읽었다면 지금은 성공한 사람이 되어 있어야 하는데, 여전히 그 모양 그 꼴로 그 책을 다시 읽는 것이다. 성공하기 위해서 말이다.

 

밑천이 없을 때 바닥을 보이는 것을 탓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두둑한 종잣돈을 쌓아두고도 바닥 운운 하며 죽는 시늉을 하면 얄미운 법이다. 자신의 성공 스토리를 극적으로 보이기 위해 개천'을 끌어들이지는 말자. 이만큼 고생해서 이렇게 성공했으니, 당신들도 그만큼 고생해야 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고 쉽게 말하지 말자.  눈코 뜰 사이 없이 살아온 그녀가 틈틈이 3년 간 9권이나 책을 썼다. 참... 부지런하시다. 이 정도면 조르조 심농과 견줄 만하다. 심농은 평생 300권의 작품을 선보였다. 단, 심농은 전국을 돌아다니며 강의 따위'를 하지는 않았다. 오로지 글만 썼다. 다른 건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인문학 서적은 한두 달에 한 권씩 완성될 수는 없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정약전은 평생을 통해 단 한 권'을 남겼다. 그리고 발터 벤야민은 자신이 쓴 책 때문에 나치에 쫒겨다니다가 어느 낯선 나라의 국경 근처에서 자살을 선택했다.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 당신은 언제 단 한 번이라고 목숨 걸며 책을 쓴 적이 있던가 ? 인문학과 자기계발서의 차이다.오빠의 독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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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최근에 나온 책의 발매 시점'을 나열해 보았다.

 


 

아트 스피치        2010/05
스토리 건배사     2010/11

 

언니의 독설        2011/06

키즈 스피치        2011/07

스토리건배사2.    2011/11

한달에 한번...       2012/02   

2012 자기계발     2012/02   

내 안의 스티브     2012/02

 드림온               20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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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사르 2013-03-22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 논문 표절 사건만 아니었으면 저 같은 게으른 독자는 이런 사람의 존재도 몰랐을텐데.
저는 이 사람의 책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더 많이 팔릴지 아니면 판매고가 줄어들지, 그게 궁금하네요.
예전에 신정아씨 책 냈을 때 폭발적인 반응과 사뭇 차이는 나겠지만 말입니다. 신정아씨 때는 베일로 감춰진 사건을 들춰보고 싶어하는 심리 때문이라는 이유가 있었지만, 이번 사건에 만약 어떤 반응이 있다면, 어떤 이유일지 그게 궁금해서 말이죠.

곰곰생각하는발 2013-03-22 13:53   좋아요 0 | URL
옛날에도 반짝 스타 강사는 많았어요. 그 사람들 모두 공통점은 어느 순간 사라진다는 거죠...
신기루 같습니다.

이진 2013-03-23 0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와 다른 레벨이시라고 답글을 다셨던데, 이제야 그 말에 확신이 가는 군요!
이 글은 정말 제 마음을 쏙 빼들어 글로 옮긴 거 같군요. 곰곰님의 그 날카로운 시선과 비판적인 문장들이 벌써 사랑스러워지려 합니다. 김미경의 강연을, 김미경쇼가 편성되기 전에 스타특강쇼에서 몇 번 본 적이 있어요. 그녀는 말 하나는 진짜 타고난 듯합니다. 한 두 편 보다보니 지겨워져서(같은 말만 하더군요) 더 이상 안 보게 되었는데, 어제 인문학 비하 사건 기사 읽고 기가 찼어요. 자기계발서를 읽으라니, 그것도 인문학을 접어두고? 뭔가 찝찝했는데 곰곰님께서 그 찝찝함의 원인을 속 시원히 밝혀주셨군요. 책 많이도 썼네요, 김미경씨.
아, 더 적을 글이 있었는데 댓글 쓰다가 다른 일 좀 했더니 홀랑 까먹었네요.
곰곰님, 좋은 아침!

2013-03-23 11: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3-24 20: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야호, 영화배우 한가인과 술을 마셨다!!!

 

 

 

 

구청에서 버려진 자전거를 수리해서 구청 시민들에게 무료로 나눠준다고 해서 찾아갔다. 구청 앞마당엔 다양한 종류의 자전거가 일렬로 나열되어 있었다. 짐자전거도 있고, 사이클도 있고, 산악용 자전거도 있었다. 나는 그중에서 제일 후줄근한 자전거 하나를 골랐다. 형편없는 자전거였다. 산악용 자전거도 아니고 짐자전거도 아닌 애매모호한 자전거였다. 80년대 디자인의 자전거였다. 외모로 평가하자면 박색이요, 곰보, 얼꽝이었다. 나는 이 자전거에게 < 애매모호 > 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내가 이 자전거를 선택한 이유는 디자인이 후줄근하고 너무 낡아서 길거리에 방치를 해도 동네 아이들이 훔쳐가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은 달동네로 계단을 34개나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자전거를 끌고 올라가 마당에 둘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자전거는 늘 계단 초입의 전봇대에 매어 두었다. 말이 잠금 장치이지 손으로 힘껏 당기면 풀렸다. 하여튼...... 못난이 중고 자전거 하나가 생겼다.

 

한 달 전이었다. 날씨가 좋아서 자전거를 타기 위해 내려갔더니 전봇대옆에 자전거가 있어야 하는데 보이지 않았다. 이런 자전거를 훔치는 사람도 있던가 ? 이상한 놈이로군. 흠흠. 하지만 더 이상한 일은 다음 날 벌어졌다. 잃어버렸던 자전거가 제자리에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잠금장치가 채워진 채로 말이다. , 신이 곡할 노릇이군. 누가 이 낡은 자전거의 잠금장치를 해제한 후 타고 다니다가 다시 제자리에 놓은 것. 그런 날이 계속 이어졌다. 누군가가 < 애매모호 >를 날마다 애용하고 있는 것이었다.

 

수수께끼는 이내 풀렸다. 왜냐하면 길을 가다가 우연히 이 자전거를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자전거는 굿모닝마트 앞 자전거 거치대 안에 있었다. 피식. 디자인이 너무 촌스러워서 타고 다니는 것이 부끄러울 지경이었다. 아이고, 누가 요즘 이런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가 !ㅎㅎ. 아마도... 나이 지긋한 동네 어르신이나 할머니가 타시고는 얌전히 제자리에 놓고 가시는 것이리라. 귀여운 자전거 도둑이 아닌가 ?피식.

 

자전거 도둑의 얼굴을 보기 위해서 마트 입구 벤치에 앉아 봄 볕을 쏘이고 있는데 우연히 그곳에서 영화배우 한가인을 봤다. 영화 촬영이 있는 날인가 ?우와, 정말 예뻤다. 화장을 하지 않은 얼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태어나서 그토록 예쁜 여자는 처음 보았다.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넋을 놓고 보고 있는데 한가인이내쪽으로 다가왔다. 점점. 점점점, 점점점점더 ! 그러더니 내 자전거의 잠금장치를 푼 후 안장 위에 올라타는 것이 아닌가 ?뭐지 ?! 몰래 카메라인가 ?한가인이 내 자전거를 훔친 도둑 ?

 

물론 영화배우 한가인이 내 자전거를 훔쳤을 리는 없을 것이다. 한가인을 닮은 여자가 내 자전거를 훔쳤을 것이다. 하여튼 여자가 떠나기 전에 말을 걸어야 한다. 왜 내 자전거를 훔쳤소 ?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변호사를...아니지. 혹시 죄송하지만... 아니지. 내가 왜 죄송해야 하지 ?! 잠시 곰곰 생각하느라 가만 앉아 있는 사이 한가인이, 아니 한가인을 닮은 여자가 먼저 나에게 말을 걸었다. “ 혹시, 이 자전거 주인이세요 ?“ 나는 수줍게 네, 라고 답했다. 한가인을 닮은 여자는 한가인만큼이나 예뻤다.

 

웃을 때 백옥 같은 하얀 치아가 가지런히 보였다. 천사가 따로 없군 ! 그녀가 말했다. “ 화 나셨다면 죄송해요. 누가 전봇대에 자전거를 자물쇠로 채우고는 버린 것이나 다름없는 방치를 했다고 판단했었거든요. 그래서 자전거를 빌리고는 다시 그 자리에 가져다 놓았어요. 저에겐 꼭 필요한 자전거이거든요. “ , 네에. 나는 수줍어서 별 말도 못했다. 여자가 말했다. “ 제가 실례를 범했으니 좋으시다면 시원한 맥주 한 잔 하실래요 ?“ 물론, 나는 좋았다. 좋은 정도가 아니라 입이 찢어지는 줄 알았다.

 

자전거 도둑과 나는 동네 아사히 생맥주 집에 가서 아사히 맥주를 마셨다. 어찌나 달던지 !한가인을 닮은 자전거 도둑은 얼굴뿐만 아니라 마음도 고왔다. 아마, 한가인이라고 해도 사람들은 믿을 것이다. 내가 그 자전거 이름이 < 애매모호 > 라고 말하자 여자는 박장대소했다. 유머 감각 있으시다 !까르르르르. 이때다 싶어서 앞으로 개를 키우면 반드시 개 이름을 <연락처좀알수있을까요> 라거나 < 아름다우세요 > 라고 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왜요 ? 라고 여자는 궁금한 듯 물었다. 하하하. 개를 데리고 공원을 산책하면 개를 사랑하는 여성분들이 오셔서는 꼭 이런 질문 하잖아요. 이름이 뭐에요 ? 이렇게 말이죠. 그러면 전 이렇게 대답합니다. 연락처좀알수있을까요 ? 아름다우세요. “한가인을 닮은 도둑은 정말 신나게 웃었다. 여기 생맥둘이요 ! 여자가 맥주를 추가 주문했다. 대화가 흥미롭다는 증거다. 여자가 물었다.

 

- 혹시 집에서 개는 안 키우세요 ?

- 두 마리 키우고 있습니다. 이름이 < 다행 > 이와 < 덕분 >에 입니다.

- 다행이와덕분에 ?!

- , 다행과 덕분. 개 이름을 부르면 늘 즐거워요. 덕분에 재미있게 놀았어, 참 다행이다 등등.

- , 감동적인 이름이네요. 저 지금 감동해서 눈물이 흐를 뻔 !작명술의 달인이세요.

- 하하하.

- 호호호.

 

자전거 주인과 자전거 도둑은 그렇게 화기애애하게 술을 마셨다. 취기가 어느 정도 오를 때 내가 도둑에게 말했다. “ 아름다우세요. 미인이십니다. 주변 사람들이 한가인 닮았다는 소릴 자주 하지 않나요 ?“ 여자는 생글생글 웃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 한가인 닮았다는 소릴 들어 본 적은 없어요 !

- 왜요 ?

- 내가 바로 한가인이니까요 !! 까르르르르.

- 네에 ??! 농담도 잘 하십니다. 까르르르르.

- 농담 아니에요. 우르사 웅담입니다. 까르르르르.

- 전 곰곰생각하는발입니다. 까르르르르.

 

자세히 보니...... 자전거 도둑은 한가인을 닮은 여자가 아니라 한가인이었다. 그래, 한가인이야 !어라 ?! 이게 무슨 일이지 ?한가인은 계속 까르르르 웃었다. 여자가 말했다. 제가 왜 이 낡은 자전거가 필요한지 아시나요 ? 낡고 볼품없는 당신의 자전거는 저에게 있어서 일종의 가면과 같은 기능을 하는 물건이에요. 마법의 자전거죠. 이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 사람들은 저를 못 알아본답니다. 한가인이 설마 이렇게 낡은 자전거를 타고 대낮에 모자와 선그라스도 없이 돌아다니겠어 !한가인을 닮은 여자겠지. 이런 마음인 거죠. 오히려 제가 자전거 없이 선그라스를 끼고 모자를 푹 눌러 쓰고 돌아다닌다고 생각해 보세요. 위장은 오히려 제가 한가인이란 사실을 돋보이게 할 뿐이죠. 호호호호. 아시다시피, 유명인이 되면 사생활이 없게 되잖아요. 가끔 자유롭게 거리를 걷고 싶어요. 자유인으로 말이죠. 이 자전거가 저를 자유롭게 해준답니다. 일종의 투명 망토죠. 이건 비밀입니다. 자전거 도둑과 자전거 주인만이 알고 있는 비밀. 아셨죠 ?“

 

한가인과 난 아사히맥주집을 나와서 자전거를 매어 두는 전봇대까지 함께 걸었다. 그녀는 유쾌한 여자였다. 종종 훔치러 오겠어요 !네에. 대환영입니다. 언제든지 훔치세요. 하하하. 호호호. 배우 한가인과 나는 그렇게 헤어졌다. 아마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내가 소설을 쓰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혹은 지랄하고 자빠졌네, 라며 웃을 것이다. 그럴 만도 하다. 한가인이 자전거 도둑이라는 둥, 한가인과 함께 아사히생맥 6잔을 마셨다는 둥, 30분 동안 거리를 산책했다는 둥의 이야기를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물론 입장을 바꾸고 본다면 나 또한 우스갯소리라고 생각할 것이 분명하다. 또 어쩌면 내가 착한 자전거 도둑에게 속은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진짜 한가인이 아니라 스스로를 한가인이라고 착각하는 정신 나간 가짜 한가인의 판타지에 속은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저런들 어떠하고, 이런들 어떠하랴. 그 여자는 눈부시게 아름다웠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으니 말이다. 나는 한가인과 술을 마셨다.

 

 

 

 

 

*

 

 

에필로그

 

어제 토크쇼에 한가인이 출연했다. < 건축학개론 > 의 흥행돌풍으로 인해 그 영화에 출연한 배우 몇몇이 나온 것이다. 시시껄렁한 잡담이 이어졌다. 내 눈엔 한가인만 보였다. 그 자전거 도둑은 정말 한가인이었을까 ? 아니면 한가인을 닮은 여자였을까 ? 그 여자의 말은 정말 농담이 아니라 우르사웅담이었을까 ? 화장을 한 얼굴과 화장을 안 한 얼굴을 비교하니 자전거 도둑의 말은 진담 같기도 하고 농담 같기도 했다. 내 코가 석 자인데 지금 내가 이런 일에 신경 쓸 시간이 없지. 티븨를 끄려고 할 때 모니터 속 한가인이 하얗고 고른 치아를 보이며 말했다.

 

어제 강아지를 하나 입양했어요. 아직 이름은 정하지 않았지만 < 다행 > 이나 < 덕분 > 둘 중 하나를 고를까 해요. 어떤 이름이 좋을까요 ?“ 그날 나는 한가인이 앉은 자전거 안장에 앉아서 밤 벚꽃 길을 달렸다. < 애매모호 > 는 관절염에 걸렸는지 연신 삐끄덕삐끄덕 소리를 냈다. 한가인은내년에도 벚꽃이 피는 봄이 오면 자전거 도둑이 되어서 내가 사는 동네를 찾아올 것이다. 그리고는 전봇대에 묶인 자전거를 풀어 자유롭게 자전거를 탈 것이다. 잠시 동안 배우 한가인은 배우 한가인을 닮은 여자가 되어서 꽃처럼 사푼사푼 거리를 걸을 것이다. 내년에도 한가인과아사히 생맥주를 마시고 싶다. 한가인파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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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맞은 반지 : 포우 그리고 톨킨 .

 

 

 

 

 

 

 

 

 

 

 

 

 

 

< 이발소 그림 > 이라는 말‘이 있다. 그림에 대해서 문외한’인 사람이 보기엔 무척 잘 그린 그림이지만 동시에 조금이라고 그림에 대한 조예가 있는 사람이 보면 예술적 가치가 제로‘인 그림을 말한다. 더군다나 복사한 그림’이다. 이것이 바로 < 이발소 그림 > 에 대한 정의이다. 더욱 특이한 점’은 액자에 유리까지 끼워져 이발소 벽 중앙에 딱 하니 걸려 있는 것이다. 우리는 그 그림이 가짜라는 사실’을 잘 안다. 왜냐하면 이발소 주인은 원본을 소장해서 감상할 만큼 여유 있는 삶은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에 800억짜리 모나리자 그림을 이발소에 걸어둔다면 어떻게 될까 ? 도둑은 800억짜리 그림 대신 십 원짜리 800개가 들어있는 돼지저금통을 뜯느라 땀을 뻘뻘 흘릴 것이다. 도둑이 이 그림을 훔치지 않은 이유는 물건과 장소'가 불일치하기 때문이다. 포우의 < 도둑맞은 편지 >에서 장관이 선보인 계략은 바로 물건과 장소의 불일치’였다.

 

왕비와 공작은 왕 몰래 불륜 관계‘에 빠진다. 그 당시엔 삐삐나 핸드폰 그리고 메신저’가 없는 관계‘로 주로 편지 왕래’를 통해 애끓는 욕망’이 전달되었을 것이다. 연서는 오고 간다. 오가는 횟수가 많을수록 내용은 보다 더 음란하다. 그런데 이들의 < 오고가는 황홀한 말풍선 > 에 갑자기 장관‘이 끼어들어서 이 편지’를 훔친다. 이 편지가 왕에게 전달될 경우 공작과 왕비‘는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 반면 편지’를 소유한 장관은 무소불휘의 권력을 행사할 수 있다. 왜냐하면 공작과 왕비의 불륜을 미끼로 권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편지를 가진 자는 두 불륜 연인을 협박하여 그들이 가지고 있는 권력을 빨아먹을 것이다. 상황이 다급해지니 왕비‘는 경시총감을 시켜 장관 몰래 장관의 집을 이 잡듯이 뒤진다. 그러나 편지’는 그 어디에도 없다. 하지만 탐정 뒤팽‘은 이 편지’를 손쉽게 찾아낸다. 많은 사람들이 투입되어 몇 달을 이 잡듯이 뒤졌지만 찾을 수 없었던 편지를 뒤팽은 어떻게 손쉽게 찾을 수 있었을까 ? 신기한 마술도 그 비밀을 알고 나면 싱겁듯이, 뒤팽의 수사’도 마찬가지다. 사실 이 편지‘는 장관의 책상에 아무렇게나 놓여 있었다. 구겨지고, 찢어지고, 더렵혀진 채’로 그렇게 !

 

결국 이 편지‘는 누구나 볼 수 있었지만 역설적이게도 아무도 보지 못한 것이다. 장관은 그것을 노렸고, 뒤팽은 그것을 알아차렸다. 편지를 찾은 뒤팽은 그것을 왕비에게 돌려준다. 자, 이제 편지’는 다시 발신인과 수신인‘에게 돌아갔다. 그렇다면 장관은 어떻게 되었을까 ? 아마도 공작과 왕비의 계략으로 죽은 목숨이 되었을 것이 뻔하다. 대략 해피엔딩 !

 

 


 

 

 

 

반지의 제왕.

 

The Two Towers by Ian Wilding

 

< 반지의 제왕 > 은 < 도둑맞은 편지 > 의 알레고리‘와 유사하다. 차라리 “ 도둑맞은 반지 ” 라고 해도 근사한 제목이 되었을 것이다. 반지’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기 위한 서약이다. 편지의 거래 방식이 그렇듯이 말이다. 그것은 둘만의 매우 은밀한 약호인 셈이어서 제 3자‘가 취득하면 곤경에 처하게 된다. 은밀한 내용이 담긴 편지’란 은밀한 내용이 담긴 셀카 동영상‘과 같다. 다만 기록 저장 장치’가 다를 뿐이다. 그런데 이토록 지극히 개인적인 물건이 제 3자의 손에 들어가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다. 그는 이 물건을 소유함으로써 이 물건의 원 소유자들을 협박해 이득을 취할 것이다. 이렇듯 반지‘는 왕비의 편지’처럼 누가 소유하고 있는가에 따라서 권력이 이동된다.

 

편지와 반지‘는 한갓 값싼 종이와 한 돈의 금’일 뿐이지만 이 물건을 가진 자는 고스란히 사물의 주인이 가지고 있는 권력‘을 승계 받는다. < 도둑맞은 편지 > 에서 편지를 누가 소유하느냐에 따라서 권력의 주체가 바뀌듯이, 반지 또한 지금 누가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서 권력의 주체는 바뀐다. 그러므로 두 서사에 나오는 두 개의 사물은 서로 다르지만 동일한 알레고리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편지는 곧 반지‘이다. 물건에 깃든 주인의 정령’이라는 주제는 이제 단골 소재이기도 하다. 결국 제자리로 돌아온 편지’가 왕비‘를 보호하듯이, 제자리로 돌아온 반지’는 공주‘를 보호한다. 같은 이야기’를 두 작가는 전혀 다른 스타일로 풀어쓴 것이다. 전자에서 탐정 뒤팽이 왕비‘를 위기에서 구했다면, 후자는 소인족인 호빗’이 공주를 위기에서 구했다. 포우는 추리적 요소로 극을 전개시킨 것이고, 톨킨은 판타지‘를 끌어들인 것이다. 전혀 다른 내용 같지만 같은 내용이다. 코드’를 바꾼 것뿐이다. 그렇다면 톨킨은 포우의 작품을 표절한 것일까 ? 작곡은 동일하나 가사만 살짝 바꾼 노래일까 ?

 

연대순으로 보면 톨킨이 포우’의 작품을 읽었을 것이다. 시대의 지성인 톨킨이 그 유명한 포우의 < 도둑맞은 편지 >를 읽지 않았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렇다고 해서 톨킨이 작정하고 포우의 글을 훔쳤을 리’는 없다. 톨킨은 포우의 단편‘을 읽었고, 그것은 톨킨의 기억 속에서 무의식으로 남아 새로운 형태의 소설’로 창작되었을 것이다. 톨킨은 이 이야기를 들으면 당연히 펄펄 뛰겠지만 원래 원형성‘이라는 것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영향을 받게 되어 있다. 이 세상에 새로운 것이란 없다. 작가란 자신의 작품이 오리지널’이라고 주장하지만 새로운 창작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하나의 원본과 수많은 복제본‘이 존재할 뿐이다. 포우가 위대한 이유는 바로 그전까지는 존재하지 않았던 오리지널’을 새롭게 창조했다는 점이다. 더군다나 그는 이 광대한 사고의 은유’를 매우 짧은 분량의 텍스트 속에 함축시켰다는 점이다. 그것은 작은 컵 속에 바닷물‘을 담는 신기와 같다. 또한 톨킨의 서사’가 위대한 이유는 이 복사본‘이 복사본인지 모르게 감쪽같이 오리지널인 것처럼 속였다는 점이다. 내가 폭로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 도둑 맞은 편지 > 에서 장관은 편지/ LETTER'라는 단어를 잡동사니/ LITTER'로 둔갑시킨 것이다. ( 󰆴 어수선하게 흩어진 물건, 잡동사니; 찌꺼기, 쓰레기; 난잡, 혼란 ) 장관은 말 그대로 중요한 편지‘를 어수선하게 흐트러진 물건’으로 위장했다. 누가 보아도 그것은 잡동사니‘였으며, 구겨지고 찢어졌으며, 더렵혀진 쓰레기’에 불과했다. 하지만 뒤팽‘은 장관의 속임수를 단번에 간파한다. 뒤팽이 장관의 집을 방문하여 눈여겨본 것은 고급 양장의 편지 LETTER’가 아니라 더러운 편지 / LITTER'였다. 이렇듯 사물과 장소‘가 서로 엇나가면 소동’이 일어난다. < 도둑맞은 편지 >에서 편지는 편지의 수신자 혹은 발신자‘가 보관해야 하는데 제 3자인 장관’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발생한다. 배달 사고‘다 ! ( 이언 매큐언의 < 속죄 > 에서는 나쁜 단어가 들어간 편지지’를 실수로 편지봉투에 넣어 수신자에게 잘못 전달되는 바람에 발신자는 그 후 인생 막장을 달린다. ) < 반지의 제왕 >에서의 반지‘도 마찬가지다. 이런 < 엇박자 보관소 > 는 낱말 그대로 LITTER'를 호명한다. 모든 소동극’은 사실 물건과 그 물건을 보관하는 상자‘가 엇박자로 빗나갈 때 발생한다. 예를 들어보자.

 

첫 번째 예 : 열차‘를 물건 상자’라고 하자. 그렇다면 열차라는 이름의 상자 속에 들어갈 물건은 무엇일까 ? 당연히 승객‘이다. 승객은 열차라는 포장의 상자 속에 보관되어서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도착할 것이다. 두 번째 예 : 다이너마이트‘라는 위험물’이 있다. 이 물건의 상자‘는 무엇일까 ? 당연히 무기고’가 될 것이다. 이곳에는 다이너마이트‘를 화나게 해서 버럭 하게 할 벼락, 전기, 화기’로부터 차단되어서 이 위험물을 안전하게 보관하는 역할을 것이다 그런데 열차라는 보관 상자 안에 다이너마이트라는 물건’이 숨겨 있다면 어떻게 될까 ? 더군다나 시한폭탄‘이 예정된 시간을 향해 째깍 째깍 참새처럼 지저귄다면 ? 이 엇박자‘는 일대 소동을 일으킬 것이 분명하다. 영화로 치자면 이 다이너마이트의 존재를 관객이 모르면 서프라이즈’가 되고, 다이너마이트가 열차 안에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알면 서스펜스‘가 된다. ( 히치콕의 그 유명한 정의 ! ) 이러한 예’는 얼마든지 있다.

 

당신 남편‘은 현재 미국으로 출장 중’이다. 그런데 우연히 남산 하얏트 호텔 로비‘에서 당신의 남편을 목격한다. 남편/물건’은 미국/보관 상자‘에 있어야 정상인데, 남편/물건은 지금 이상한 장소/보관 상자‘에 있는 것이다. 아주 곰 같은 아내 곰곰 씨’가 아닌 이상은 보는 즉시 이 상황‘을 눈치 챌 것이다. 그것은 곧 불화의 씨앗이 될 것이다. 이렇듯 사물과 장소가 엇나가면 소동’이 일어난다. 명심할 것 ! 이러한 " THE LITTER " 들의 출몰‘은 본질적으로 혼란, 불화, 공포’를 발생시킨다. 우리가 귀신‘을 두려워하는 까닭‘은 저승에 있어야 할 물건이 이승’이라는 장소에서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라캉은 < 도둑맞은 편지 > 텍스트를 독해하면서 이런 결론을 내린다. 편지는 반드시 수신인’에게 도달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정상적인 것‘이다. 그런데 이 편지들이 엉뚱한 곳으로 배달이 되면 일상적인 것은 혼란에 빠진다. 연필통 속엔 필기구가 있어야 하고, 기타 케이스엔 기타’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내가 보낸 편지는 반드시 당신이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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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와 독설' 사이.

 

 

 

 

 

 

 

 

 

 

 

 

 

 

 

 

 

 

 

 

 

 

< 소설가의 각오 > 에서 미루야마 겐지는 일본 문단의 지랄같은 꼰대의 풍경'을 비판한다. 돌아가는 꼴을 보면 일본과 한국은 비슷하다. 그가 요구하는 소설가의 각오'는 수도승 같은 속세에 초월한 무욕'이다. 그래야 좋은 소설이 나온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단의 풍경은 무욕은커녕 무념'으로 일관하고, 단단한 각오 대신 가오 잡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 한 마디로 폼생폼사다. 그래서 그는 일본 주류 문단 밖의 작가'로 생활한다. " 문학 살롱이여, 조까라 ! " 반면 스티븐 킹'은 돈 벌어서 좋다고 솔직하게 고백한다. 미루야마 겐지가 보기엔 스티븐 킹이 속물처럼 느껴지겠만, 킹은 꽤 진지하게 글쓰기 강의를 한다. 그는 순문학이 가지고 있는 엄숙주의'를 직설적으로 비판한다. 그가 보기엔 " 주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창작 교실이나 문학 강의에서는 흔히 귀찮을 정도로 ( 그리고 공연히 우쭐거리면서 ) 주제에 매달리는데,사실 주제는 ( 놀라지 마시라 ) 별로 중요한 게 아니다. " 라고 말한다. 내가 지금까지 읽어본 글쓰기 관련 서적 중 최고가 아닐까 싶다. 이에 필적할 만한 책으로는 밀란 쿤데라의 < 소설의 기술 > 이 있다. 얼핏 보면 소설 작법 같지만 위대한 타자의 텍스트에 대한 독후감이다. 가장 좋은 작법은 위대한 텍스트를 분석하는 것이니 말이다. 미루야마 겐지'가 요구하는 소설가의 각오를 제대로 실천한 사람을 한국에서 찾는다면 김수영이 될 것이다. 그를 볼 때마다 자주 조지오웰과 겹친다. 그는 말과 행동이 일치한 실천적 지식인이었다.

 

 

 

 

 

 


 

 

Battle Royale by Adam Rabalais

 

21세기 한국 단편의 특징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 재미없다 ! " 물론 걸출한 몇몇의 작가는 있다. 박민규, 김애란, 김영하, 최제훈, 배명훈 정도 ?!  21세기 한국 장편 소설의 특징 또한 " 재미없다 ! "  다. 물론 예외적인 작가는 있다. 박민규와 김영하는 단편과 장편 모두 고른 실력을 보여준다. 하지만 나머지 작가는 단편의 퀼리티와 장편의 퀼리티‘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차이가 난다. 한국 작가들은 대부분 단편에 강하지만 장편에 약하다.  하성란의 경우 단편은 훌륭하지만 장편은 형편없다. 김애란이 < 두근두근.. > 에서 실패한 이유는 실력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종목 변경에 따른 적응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마치 100미터 달리기 선수가 10,000미터 달리기를 할 때와 같다. 고전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주법과 호흡법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 문학의 특성상 대부분의 예비 작가들은 100미터 달리기 선수로 키워진다. 처음 시작하는 주 종목이 단거리‘다. 대한민국은 등단이라는 (세계에서 유래를 찾을 수 없는) 작가 등용문이 있는데, 등단을 위해서는 단편' 을 선보여야 한다. 선배들 앞에서 노래 한 곡 ! 얼핏보면 멘토와 멘티의 관계이지만 사실 갑'과 을'의 관계에 지나지 않는다. 슈퍼스타 K에서 중요한 것은 멘토의 취향에 누가 가장 근접한가에 있다. 멘토의 요구 조건'에 가장 가까운 자'가 살아남는다. 그것은 말 그대로 요구 조건'이지 진심어린 충고'가 아니다. 더군다나 언어란 누구나 공평하게 사용할 수 있는 공공재산'인데 도 불구하고 이 공공재산'을 사용할 자격이 있는지를 심사/검열'하는 방식은 거의 폭력에 가깝다. 쫌, 역

겹다.

 

이런 시스템으로 키워진 등단 작가들은 단편을 문예지에 팔면서 근근이 생활한다. 단편이 모이면 단편집을 내고, 같은 방식으로 몇 권의 단편 소설집’을 낸 후 장편에 도전한다. 다시 육상종목에 빗대자면 단거리 선수로 출발했는데 중간에 장거리 선수로 전향하는 것이다. 물론 성공하는 선수도 있지만 대부분 실패하고 만다. 물론 단거리와 장거리 모두 좆 빠지게 달려야지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지만 이 두 분야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단거리는 전력 < 집중형 > 이고, 장거리는 전력 < 분배형 > 에 있다. 달리기에서 자신의 종목을 바꾼다는 것은 한 체급 올려서 도전하는 권투 경기와는 다르다.


반면 평론가는 좋은 작가를 발굴해서 대중에게 소개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이게 뒤집어져서 작가가 평론가의 구미에 맞춰 글을 쓴다. 그리고 평론가가 모시는 윗분은 출판사다. ( 혹은 출판사가 스타 평론가를 모신다. ) 뭐 대충 이런 시스템이 운영되니 문학의 가장 밑바닥엔 소설가'가 깔린다. 주객이 전도된 것이다. 하여튼 신진 작가들은 윗분에게 잘보여야 한다. 잰 체하는 속물의 대명사인 교수 집단 내의 문학평론가‘는 고도의 압축을 선호한다. 그들은 수수께끼를 푸는 형식을 선호한다. 평론가는 공선옥 작가처럼 쉽게 글을 쓰면 글 쓸 거리’가 없어서 당황한다.  스핑크스의 수수께끼가 의미하는 바는 바로 이것이오, 라며 허세를 작렬해야 하는데 그게 안 된다. 그래서 평론가는 공선옥에 대한 언급을 자주 하지 않는다. 평론가들이 보기엔 그녀의 소설은 " 재미

 

없어요, 공선옥 씨! "

 

사연이 이러하니, 글을 써서 먹고 살려고 기웃거리는 사람들은 대충 문단 돌아가는 꼴을 파악해야 한다. 누가 갑이고 누가 을인가에 대해서 말이다. ( 단편만 써서 먹고 살 가능성은 이명박이 십년 안에 자신의 과오를 뉘우칠 확률보다 낮다. )  신인 작가들은 문학평론가에게 눈도장을 찍혀야 한다. 자주 노출될수록 유리하다. 문학평론가가 방앗간'이니 작가들은 기꺼이 참새'가 되기를 원한다. 그래서 그들은 평론가들에게 먹히는 단편을 쓴다. 성과 죽음에 대해서, 식욕과 아름다움에 대해서, 대충 이런 식의 알레고리‘로 이야기를 푼다. 막힌다 싶으면 < 현대인의 고독 > 을 이야기하고, 그래도 막힌다 싶으면 < 현대인의 불안 > 에 대해 진술하면 대충 그럴 듯한 소설이 된다고 생각한다. 생각해 보면, 출판사 교정을 보는 사람들은 무척 피곤할 것 같다. 까닥 잘못하면 < 현대인의 불안 > 을 < 현대인의 불알 > 로 인쇄되는 대형 실수를 범할 수 있으니깐 말이다. 그러니 일반 독자‘는 한국 소설이 재미가 없다. 어찌나 심각한지 이 세상 고뇌는 모두 자신들이 짊어진 것만 같다.


편혜영의 소설을 보면 평론가들이 참 좋아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평론이라는 것이 그렇다. 홍상수 영화처럼 밑밥이 잘 깔린 영화는 평론가가 평론하기에 좋다. 차이와 반복 운운하며 들뢰즈를 인용하면 A4 용지 10장은 거뜬하게 쓸 수 있다. 난해할수록 평론가에게는 쉽다. 오히려 평론가를 난처하게 만드는 것은 오히려 쉬운 영화들이다. < 디워 > 에 대해 무슨 할 말이 있나. 디워는 평론가들에게는 개미지옥이다. 그래서 평론가들은 < 디워 > 를 미워한다. 편혜영의 단편은 평론가가 좋아할 작품이다. ( 평론가가 좋아하는 작품이 모두 좋은 작품은 아니다. ) 그러니 평론가들이 개미떼처럼 몰려들어서 성찬을 늘어놓는다. 이것은 일종의 공생관계다. 그녀는 평론가를 위한 단편을 쓰고, 평론가는 그녀를 위한 글을 쓴다. 평론의 성찬이다. 알레고리는 착착 감긴다. 그러니깐 주인공의 두려움은 남성 가부장에 대한 억압에서 비롯된 것이죠. 먼 곳에서 들려오는 개 짖는 소리‘는 여성을 둘러싼 경계가 이미 남성의 폭력적 세계에 갇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렇죠, 편혜영 씨 ?

 

당연하죠, 평론가 선생님 ! 사실... 그렇게 해석하시라고 안개 속에서 개 짖는 소리'를 연출했습니다. 호호호. 쓸 거리'를 제공하는 거죠.


가장 대표적인 단편이 천운영의 < 바늘 > 이다. 기막히게 좋은 단편이라는 평론가들의 설레발이 무색할 정도‘로 지루하기 짝이 없다. (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단편이 매우 뛰어나다는 데는 공감한다. ) 문제는 심사위원이나 평론가들이 참 좋아할 모든 문장을 고루고루 갖추었다는 점이다. 내가 보기엔 독자를 위해 쓴 글이 아니라 심사위원들을 위해 쓴 글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렇듯, 어려운 것을 좋아하는 평론가의 구미에 맞게 글을 쓰니 일반 독자와는 멀어질 수밖에 없다. 읽어도 무슨 소린지 모른다. 엿 먹어라, 한국 소설 ! 이라며 모두 외면해도 요지부동이다. 어차피 1년에 책 한 권 읽는 대중에게 봉사하느니 차라리 윗분에게 잘 보이는 것이 낫다는 태도다. 그리고 어느 정도 그게 먹힌다. 먹물은 먹물끼리 놀아야 제격이다. 요지경이다. 요지경 속 인물들이 세상 살아가는 사람들‘을 관찰하는 꼴이다. 퀼리티, 퀼리티에 목숨 걸지 말고 스티븐 킹’처럼 신나게 재미있는 소설 좀 썼으면 한다. 어쩌면 대중의 형편없는 독서 문화'는 유감스럽게도 < 독설 > 을 책임져야 하는 평론가의 직무 유기와 < 독서 > 를 책임져야 하는 소설가의 직무 태만 때문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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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2013-03-21 2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설가의 가오라. 연달아 흥미로운 글들을 쓰시는 군요.
21세기 한국 소설의 특징을 한 가지 더 붙이자면 "다 똑같다!" 입니다. 제가 늘 하는 말입니다.
눈썰미가 없는 탓인지, 소설집을 읽다보면 이것이 누가 쓴 것이더라 헷갈리곤 합니다.
다 비슷해요. 박민규와 황정은이 그래서 돋보이는 게 아닐까요. 제가 그렇게나 사랑하고 좋아하는 한강 작가도 사실 일반인이 보면 다른 작가와 똑같은 작가입니다. 음... 써놓고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만 다 비슷비슷하다구요.
그리고 사실 저는 편혜영을 썩 괜찮게 봅니다. 그녀의 단편들을 괜찮게 읽었거든요. 물론 그녀가 비대중적인 소설을 쓰는 건 맞아요. 한번은 제 친구에게 그녀의 장편소설을 빌려주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당최 어려워서 못 읽겠다고 돌려주었습니다. 장편뿐 아니라 단편도 마찬가지죠. 저는 편혜영의 작품을 그리 많이 읽은 건 아니지만 어쩌면 김숨과 그녀는 닮았다고 생각했습니다. 곰곰님께서 언급하신 '현대인의 불안'을 다룬다는 점에서요. 어떻게보면 이 한국문학은 현대인의 불안과 고뇌의 범주에서 절대 멀어질 수 없는 것 같아요. 그것을 얼마나 개성있게 다루느냐에 따라 진부하다와 경이롭게 새롭다의 갈래가 나뉘어지겠죠. 편혜영도 개성 있는 작가라고 생각합니다. 개성이라기보다 자기만의 문체를 갖고 있는 것이겠지요. 김미월은 영 심심해요.
평론이 자기들만의 리그인 것은... 저도 평론가를 해도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만... 음...

곰곰생각하는발 2013-03-22 01:22   좋아요 0 | URL
사실 전 소설 잘 몰라요. ㅋㅋㅋㅋㅋㅋ. 그냥 아는 척을 제가 좀 한 것 가타 부끄럽습니다.
전 주로 추리소설을 읽었습니다. 재미있으면 장땡이다,주의거든요...ㅎㅎㅎㅎㅎㅎ
소이진 님은 한국 문학에 대해 깊이가 있으신 것 같아요. 저와는 좀다른 레벨이신 것 같습니다.
앞으로 많이 배우겠습니다. 이곳으로이사온지 며칠안 되서 좀 낯설고 그러네요..ㅎㅎㅎㅎ


사실 소설가가 현대인의 불안을 안 건드리면 그건 직무유기죠.
그런데 저는 너무 노골적인 불안 타령은 심히 불만이 가더라고요.

나탈야 2013-10-18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마루야마 겐지가 느꼈던 문학계의 폐단이 고스란히 전달되는 글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이글 엮어 가겠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10-18 21:22   좋아요 0 | URL
나의 뮤즈 나턀야, 나의 사랑 나탈야 오셧구려... 사랑해요. 나탈야, 얼릉 나라 결혼합시다...
 

 

 

 

 

 

 

 

옛날 신문을 읽었어.

 

 

 

The Prestige by Jason Heatherly

 

 

남산 아래 양동'에서 몇 년'을 보냈다. 서울역 창녀촌'이 있는 동네'다. 앵벌이들도 이곳에 모여 살았다. 늙고 병들어서 매춘을 할 수 없는 창녀들은 앵벌이들의 돼지엄마'가 되어서 그들의 돈을 노렸다. 창녀들의 기둥서방 노릇을 하던 포주와 돼지엄마'는 쪽방을 운영하면서 아이들에게 비싼 숙박비'를 뜯어냈다. 아이들이 비싼 숙박비'에도 불구하고 그곳을 다시 찾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러미널로 불리는 알약 때문이었다. 돼지엄마는 약사와 뒷거래를 해서 다량으로 알약을 구입해서 백 원이면 살 수 있는 것을 만 원'에 팔고는 했다. 아이들은 모두 러미널 중독자'들이었다. 날마다 열 알'을 삼켰다.

 

그들은 감기약 알약인 러미널'을 다량으로 삼킨 후, 환각 상태'에서 구걸을 했다. 이 약을 다량으로 삼키면 환상이 보인다. 어머 ! 별이 반짝반짝. 정확한 원인은 모르겠으나 알약 성분은 근육을 마비시켜서 인간 광우병 환자'와 비슷한 병증을 보였다. 침을 흘리고, 바닥에 주저앉고, 손을 심하게 떤다. 뇌 신경계를 자극시키는 것이 분명했다.약에 취한 어린 앵벌이들은 서울역'에서 1호선과 4호선을 타고 구걸을 했다. 사람들은 앵벌이들을 보며 멀쩡한 사람이 구걸을 위해서 앉은뱅이' 흉내를 낸다고 말하지만 그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왜냐하면 실제로 그들은 약 기운 때문에 일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바닥이 될 수록, 캄캄한 밑바닥을 보일 수록 돈벌이는 좋았다. 얼마만큼 밑바닥 메소드 연기'를 잘하느냐에 따라 어른의 동정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문어 새끼, 아이들은 바닥을 기며 구걸을 하는 자신을 문어에 비유하고는 했다. 뼈 없는 짐승 흉내를 내며 살아가야 하는 자신의 삶에 대한 조롱 섞인 비하'였지만 나는 그 말이 슬펐다. 뼈 있는 짐승이 뼈 없는 짐승 흉내'를 내다니. 어쩌면 저 구걸은 숭고한 노동이리라. 예수님이 살아 계셨다면 이곳에 천막 교회'를 열었을 것이다. 가장 낮은 곳, 밑바닥이 되는 삶.

 

http://myperu.blog.me/20152853398

 

 

다들 아시다시피, 남산 아래에는 두 개의 도서관이 있다. 남산 도서관과 용산 도서관이 10미터 간격을 두고 모여 있었다. 내 하루의 일과는 도서관에서 시간을 때우는 것이었다. 도서열람실이 문을 열면 제일 먼저 들어가 책을 읽었다. 하루에 3권씩 읽었다. 열람실은 집중이 잘 되어서 속독이 가능했다. 비봉 출판사에서 4권으로 나온 맑스 < 자본론 상, 중, 하 1,2 > 를 이틀 만에 읽기도 했다. 읽고, 읽고, 읽고, 읽는 것이 전부인 시간'이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책을 기계적으로 읽는 내 자신이 한심해지기 시작했다. 책을 읽는 시간'보다 가만히 앉아서 나무가 물이 들어가는 창밖 풍경을 오랫동안 보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그러다가 재미를 붙인 것이 옛날 신문'을 보는 것이었다. 일반 책이야 도서관에 오지 않아도 책을 사서 보면 되지만, 옛날 신문을 읽을 수 있는 곳은 도서관이 유일하지 않던가 ? 그때부터 옛날 신문일 읽기 시작했다.

 

오늘의 뉴스가 아닌, 10년 전, 20년 전, 30년 전 뉴스'를 읽었다. 시장 생선장수가 버린 생선 내장을 먹고 죽은 기사'도 있었다. 아이들이 굶자 아버지는 시장에 버려진 생선 내장으로 생선국을 끓여 먹었는데, 그 생선이 복어 내장이라는 가슴 아픈 기사'도 읽었다. 아주.... 오랜 전 이야기'다. 새마을 운동 이야기도 읽었다. 박정희는 단골 뉴스'였다. 전두환은 강철 군화를 벗고 대통령이 되었고, 사람들이 날마다 민주화를 외치며 자살을 했다는 기사도 눈에 띄었다.

 

아, 옛날 신문은 세계 문학 전집'보다 재미있었다. 아침 9시에 1986년도 9월 6일자 신문을 읽기 시작해서 1986년도 12월 24일 신문'을 읽을 때가 되면 도서관을 나오고는 했다. 미치지 않고서야, 날마다 찾아와서 옛날 신문을 읽는 사람이 어디에 있을까 ? 하지만 이 취미'도 몇 달'을 가지 못했다. 도서관에 비치된 낡은 신문은 모두 보았으니깐 말이다. 사람들은 내가 옛날이라는 환상에 빠져서 산다고 말했다. 넌, 현실적이지가 않아 ! 핸드폰이 나오는 세상에 그 옛날 섬 마을에 불이 들어온 기사'를 탐하고 있으니 그들의 지적이 맞긴 했지만 귀에 들어올 리가 없었다. 나는 얌전한 고양이처럼 귀기울여 듣고는 조용해 말하고는 했다. 조까 !

 

옛날 신문을 읽지 않기 시작하면서 도서관을 가는 횟수가 줄어들었다. 서울역이 지긋지긋했다. 야밤도주하듯, 서울역을 바라보며 낮게 말했다. 조까, 서울역 ! 빠이빠이다. 앵벌이들의 소식도 그 이후로는 알지 못했다. 나는 어느새 신간 뉴스'만 골라보는 사람이 되었다. 뉴스투데이'만 보았다. 그럴 수록 서울역에서의 이야기들은 모두 꿈같은 농담이 되어버렸다.

 

오래만에 남산 도서관'에 갔다. 단풍 구경하러 갔다가 옛 생각이 나서 들렸다. 이곳에서 옛날 신문을 읽고는 했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고, 앵벌이와 돼지엄마를 만났지. 그러데 그들은 다 어디 갔을까 ? 그 많던 서울역 앵벌이들은 모두 어디로 간 것일까 ? 문득 궁금해서 열람실에 들려 옛날 신문을 찾아보았다. 하지만 어디에도 그들은 존재하지 않았다. 봄날, 꽁꽁 언 수도가 터지듯 눈물이 났다. 한때 나는 옛날 신문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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