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박근혜는 세월호 7시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까 ?



 


 


                                                                                           왜, 박근혜는 " 세월호 7시간 "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까 ?  누군가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박근혜라는 인물을 악마로 규정하곤 하지만, 이 판단 기준은 어디까지나 자신을 선한 자로 설정했을 때 발생하게 되는 오류이다.

 

박근혜를 옹호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다만, 인간의 탈을 쓰고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 _ 라는 당위성에 대한 반론이다. 나는 인간이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음은 2014년 07월 04일에 << 인간은 인간을 해석할 수 없다 >> 라는 제목으로 작성한 글이다. 인문학(人文學)은 인간을 공부하는 학문 영역이지만, 사실은 인간의 야성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그러므로 인문학은 수문학(獸文學)이기도 하다. 인문학이 인간에 대한 반성보다 인간에 대한 찬양에 머무를 때 그것은 자기계발서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이 글은 실화'다. 가끔 " 입말의 쾌락 " 을 위해 사소한 일을 과장해서 부풀리는 경우도 있었으나, 지금 내가 당신에게 전할 말은 그러한 수식을 배제한 채 " 사실 " 만을 무미건조하게 나열하기로 한다. 서울역 건너편에 대성학원이라는 입시학원이 있었다. 인기 있는 과목을 신청할 경우는 새벽부터 줄을 서야 수강할 수 있을 정도로 학원은 번성했다. 주변은 온통 학생을 상대로 한 식당과 고시원 그리고 위락 시설이 즐비했다.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들은 주로 고시원에서 생활하며 공부했지만,  형편이 어려운 학생은 새벽에는 신문보급소에서 신문을 돌렸고, 아침에는 학원으로 출근했다. 숙식은 신문보습소에서 해결했다. 용돈도 벌 수 있고 숙식도 해결할 수 있어서 일석이조였다.

 

그런데 새벽에 신문을 돌린다는 게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다. 신문보급소에서 마련한 집에 거주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신문을 3,400부 정도 돌려야 했는데 이를 위해서는 새벽 3시에 일어나 아침 7시까지 일을 한다. 그만큼 잠잘 시간이 부족하고 공부할 시간도 부족하다. 그래서 그랬을까 ?  신문보급단 청년들은 장수생이 많았다. 3수는 기본이고 4,5,6수 하다가 결국에는 공무원 시험으로 빠지기 일쑤였다.  어떤 이는 신문 배달을 아예 직업으로 삼는 이도 있었다. 당시 나는 비디오 대여점과 영화감상실을 동시에 운영하는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내가 일했던 곳이 주로 고시원과 학원이 밀집해 있어서 " 공부 스트레스 " 를 풀기 위해 영화를 보러 오는 사람이 많았다.

 

신문보급단 청년들은 비디오방 단골이었다. 주로 액션 영화나 만두 부인 속 터졌네 따위의 에로 영화를 보았다. 나는 자연스럽게 그들과 친해지게 되었고 일이 끝나면 각자 추렴하여 공원 팔각정에 앉아서 삼겹살을 구워먹고는 했다. 대부분은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들이었다. 술이 일 배, 이 배, 삼 배 돌다가 누군가가 삼 년 전에 보급소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사건 속 주인공은 작년에 신학대에 입학한 늦깎이 형이었다. 피식 ! 그에 대한 이야기가 끝났을 때 나는 믿지 않았다. 왜냐하면 말이 안 되는 내용이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못 믿겠다고 하자 신문보급소 청년단은 그 사건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들은 누군가에게 들은 말이 아니라 그때 그 사건 현장에 있었던 당사자였다. 풍문이 아니었다. 나는 충격에 빠졌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s의 고향은 충청도 당진이었다(당진이었나?! 정확한 기억은 아니지만... ). 가정 형편이 어려워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상경해서 서울에 있는 공장에 다니다가 교회를 나가게 되었다. 그는 그곳에서 삶의 목표를 정했다. 그는 공장을 그만 두고 (서울역 신문보급소에서 신문을 돌리면서) 신학 대학을 목표로 입시 공부를 했다. 목표가 뚜렷했던 만큼 남들보다 몇 배 열심해 공부를 했다. " 무섭게 공부했어라 ! " 전라도에서 올라온 청년이 말했다. 이 말에 신문보급소 청년단이 모두 고개를 끄덕인 것을 보면 사실이었던 모양이다. 그들이 인정을 하지 않아도 결과가 말해주고 있었다. s는 명문 신학대에 다녔으니깐 말이다. 사건이 일어난 날은 " 어느 날 아침 " 이었다.

 

신문보급소 직원이 숙소 방에서 칼에 찔려 죽은 사건이 발생했다. 바닥에는 선홍색 피가 흥건했다. 사망 시간은 대충 새벽 4,5시로 추정되었다. 현장을 조사하던 형사가 주목한 곳은 거실 식탁이었다. 형사는 누군가가 거실 식탁에서 밥을 먹은 흔적을 발견했다. 식탁에는 반찬통이 놓여 있었고 싱크대에는 씻지 않은 밥그릇과 숟가락이 있었다. 신문보급소 청년단이 그날 경찰에 진술한 내용을 종합하면 그날 새벽에 식탁과 싱크대는 깨끗이 치워져 있었다. 결국 사망 시간 이후, 누군가가 이곳에서 밥을 먹었다는 말이 된다. 방문은 열려 있었다. 핏자국은 방뿐만 아니라 거실 여기저기 족적을 남겼다. 피해자는 보급소를 관리하는 직원이었기에 신문을 돌리지 않았고 신문을 돌리고 온 학생들 아침밥을 챙기는 사람이었다. 그가 새벽에 밥을 챙겨 먹었을 가능성은 희박했다.

 

결론은 하나로 좁혀졌다. 누군가가 살인 현장을 목격했지만 그 자리에서 신고를 하지 않고 아침밥만 먹고 사라진 것이다. 그가 범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정황상 범인일 가능성은 충분했다. 왜 아니 그러겠는가 ! 아침을 먹고 사라진 사람의 정체는 금방 드러났다. s였다. s는 경찰 진술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 신문을 돌리고 왔습니다. 서둘러야 했어요. 직장인을 위한 새벽반 강의에 참석하기 위해서는 서둘러야 했습니다. 밥을 차리다가 문득 거실 바닥이 피로 얼룩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요. 방문이 열려 있길래 보았더니 사람이 죽었더군요. 순간 고민했습니다. 경찰에 알려야 할까 ? 경찰에 알리면 이리저리 다니며 조서를 꾸며야 하고, 그러면 내가 공부할 시간을 빼앗길 것 아닌가 ?

 

모른 척하자. 다음에 오는 친구가 신고를 할 거야 ! " 경찰은 당연히 그 진술을 믿지 않았다. 경찰뿐만 아니라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믿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그는 진범으로 몰렸다. 이 황당한 변명을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었으니깐 말이다. 사람이 죽었는데 공부할 시간을 빼앗길까 봐 신고를 안 했다 ?! 하지만 곧 진범이 잡혔다. 피해자와 아는 사람이었다. 범인이 자백을 했기에 s는 무혐의로 풀려났다. 무혐의로 풀려났으므로 그가 그날 진술한 변명은 진실이 되었다. 공부할 시간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그는 피가 흥건히 고인, 살해 현장에서 국에 밥을 말아 먹고 서둘러 그 자리를 떠난 것이다. 그리고는 학원으로 달려가 영어 수업을 들은 것이다. 나는 이 사실 앞에서 매우 혼란스러웠다.

 

내가 아는 s는 매우 평범한 사람이었고, 친절했으며, 신앙심이 깊었다. 가끔 그와 술을 마시면 그때 일을 꼭 물어보고 싶었으나 말하지 못했다. 그 사건은 그에게도 숨기고 싶은 사건이니깐 말이다. 내가 내린 결론은 하나다. 인간은 인간을 해석할 수 없다. 나는 한나 아렌트가 아이히만을 면담하면서 느꼈을 " 당혹감 " 을 이해한다. 그녀는 악이 평범하다는 사실에 당혹스러웠다. 한나 아렌트는 아이히만을 만나기 전에 그에 대해 수없이 상상하고는 했다. 얼마나 잔인한 얼굴을 하고 있을까 ? 얼마나 독한 말이 쏟아질까 ? 얼마나 뻔뻔한 자기 변명을 할까 ? 그녀는 그를 상상할 때마다 전율했다. 하지만 그녀가 만난 아이히만은 조용하고 성실하며 약간 수줍은 사람이었다. 악은 평범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s는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방향을 돌려 조그마한 영어 학원을 차렸다. 성실했기에 그럭저럭 장사가 되었던 모양이다. 가끔 그와 술을 마셨다. 그에게 묻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언제나 목구멍에 걸려서 말하지 못했다. 그는 왜 외면했을까 ? 그가 느낀 허기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 하지만 내가 살아오면서 깨달은 것은 나 또한 그와 많이 다르지 않다는 점이었다. 그 사실이 슬펐다. 나는 먹고 살기 바쁘다는 이유로 철탑 위 노동자를 외면했고, 밀양과 제주 구럼비 마을의 비극을 외면했다. 누군가는 죽었고, 누군가는 양심을 지키기 위해 끌려갔지만 나는 꾸역꾸역 밥숟가락을 들었다.  만약 내가 s를 다시 만난다면 그때 이웃의 비극에 대해 왜 그토록 잔인했냐고 묻지 않을 생각이다.  나는 그럴 만한 자격이 없다.

ㅡ 인간은 인간을 해석할 수 없다

 

 

 

 

한나 아렌트가 나치 전범의 우두머리 아돌프 아이히만을 분석하면서 내놓은 최종 결론은  " 사유 부재 " 이다. 한나 아렌트에 따르면 아돌프 아이히만은 셰익스피어 희곡에 나오는 악인들과는 결이 달랐다. 그러니까 그는 스스로 자신이 저지른 악행을 의식하고, 그 행위에 대해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부류(맥베스,이아고)가 아니었다. 그는 생각하는 회로의 전원을 뽑은 채 오로지 충직한 관료로 남아 주군의 명령에 복종했다. 사유 부재'는 곧 공감 부재를 의미한다. 박근혜의 7시간은 생각을 멈춘 인간이 예상치 못한 돌발 변수를 만났을 때 반응한 결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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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맥(漂麥) 2017-01-18 15: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유 부재‘는 곧 공감 부재를 의미한다... 은근히 와 닿네요... 음...

곰곰생각하는발 2017-01-18 16:33   좋아요 0 | URL
왕창 와 닿았으면 더 좋았을 텐데요... ㅎㅎㅎㅎㅎ 농담입니다....
사유가 멈추면 그땐 공감 능력도 멈추게 되는 것 같습니다....

시이소오 2017-01-18 15: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카버의 ‘너무도 많은 물이‘라는 단편이 떠오르네요. 1년만의 휴가, 친구들은 낚시터에서 벌거벗은 여자 시체를 발견하지만 오랜만의 휴가를 방해받고 싶지 않아 물속에 시체를 몇일간 방치하다 휴가 마지막날 산을 내려와 신고하죠.

그 사람들 심정이 이해가 가긴 하는데
공부를 방해받고 싶지 않아 신고를 안하다, 저렇게 공부한 자들이 떡검 되는거아닌가, 싶기도.

박근혜는 어쩌면 자의반 타의반 심신상실 상태가 아니었을까. 추측해봅니다.

어차피 무뇌아라 재워놓고 김기춘 일당들이 수작을 부린게 아닐까,

아무튼 정신병환자를 대통령으로 뽑아 수천만명이 고통을 당하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01-18 16:36   좋아요 0 | URL
카버.. 좋죠. 전 거시적 서사보다는 카버 같은 일상 속 균열을 다루는 ,
사소한 서사가 좋더군요. 개인적으로 전쟁과 평화... 뭐 이런 소설보다는 카버 소설이 좋습니다..

하여튼 s의 그 사건은 정말 쏘킹했습니다. 아니 그냥 모른 채 학원 갔다면..
그것도 이해가 안 가긴 하지만... 아니, 거기서 어떻게 밥을 먹습니까..
이해가 지금도 안 가긴 하지만.. 어쩌면... 그게 인간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1-18 16:49   좋아요 0 | URL
카버의 그 단편 어느 소설집에 속해 있습니까 ? 찾아서 읽어보고 싶군요..

시이소오 2017-01-18 16:54   좋아요 1 | URL
이번에 집정리하면서 남아 있는 모든 책을 아는 형 주는 바람에. 카버도 떠났네요.

찾아보고 답 드릴께요 ^^

곰곰생각하는발 2017-01-18 16:55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꾸벅 ~

시이소오 2017-01-18 17:01   좋아요 1 | URL
역쉬 예상대로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 하는것, 이네요. 단편의 정확한 제목은 ‘너무도 많은 물이 집 가까이에‘입니다. 즐독하세요 ^^

곰곰생각하는발 2017-01-18 17:32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꾸벅 꾸벅 ~ = 졸고 있는 건 아닙니다..

stella.K 2017-01-18 16: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해가 안 되네요.
저 같으면 놀라서 소리 지르고 피냄새 때문에 밥도 못 먹을 것 같은데.
하긴 인간은 이해 안되는 구석이 있긴 하죠.
그래서 인간이 무섭긴 해요.
인문학이 수문학라... 정말 그렇게 말하면 조금 이해할 것도 같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01-18 16:56   좋아요 0 | URL
정확한 상황 설정은 모르겠는데..
아마도 시각적 차단은 있었겠죠.
뭐, 바로 앞에 있는데 먹었겠습니까.
하여튼... 지금도 사실은 이해 못할 행동입니다. 박근혜 머리 생각하다가 불현듯 그때 일이 생각나니
약간 박근혜를 이해할 수 잇을 것 같기도 하고...

cyrus 2017-01-18 17: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공부 많이 했고, 아무리 똑똑한 사람이라도 갖추기 어려운 특별한 감정(또는 능력)이 바로 ‘공감’인 것 같습니다. 독서가 공감 능력 향상에 좋다고 하던데, 솔직히 저는 이 말을 100% 믿지 않습니다. 반신반의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독서가 마치 똑똑한 사람이 즐기는 문화로 보기 때문에, 똑똑한 사람이 공감을 잘 할 거라 이해될 수 있어요. 하지만 그건 잘못된 생각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1-19 09:36   좋아요 0 | URL
똑똑한 사람은 똑똑하지 못한 사람보다 공감 능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고 봅니다..ㅎㅎㅎㅎ

개가 그런 경우인데... 물에 빠진 사람 구하는 개는 너무 똑똑하면 물에 안 들어 간다고 합니다.
잘못하면 물에 빠진 사람과 함께 빠져 죽을 수 있기에...

그래서 좀 아이큐 약간 모자란 개가 주로 구조견으로 훈련받는다고 합니다..

yureka01 2017-01-18 18: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 유명한 ˝악의 평범성˝의 일례였네요....인간은 참 이중적이거든요..내 손까락이 아프면 내 옆사람의 손도 깨물면 아픈 것일텐데...타자의 감각을 내재시키지 못할때 무공감일테고,,이런 이입적 상황은 사유로 각성되어야하거든요.. 박사모도 박그네에게 참 많이 공감하고 있지만,,사유와 지식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서...ㄷㄷㄷㄷ

곰곰생각하는발 2017-01-19 09:34   좋아요 1 | URL
오늘의 핫뉴스는 이재용 기각이네요.
5만 원만 줘도 뇌물 적용된다는 김영란법이 있는 상황에서
400억을 줬는데 기각이라........

역시 삼성 장학생은 받은 만큼 일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마도... 판사복 벗으면.... 삼성 해외 법무팀 사장 자리 차지하실 듯...

연봉 15억에 7년 근무하면... 꽤 큰.... 몫이죠....

푸른희망 2017-01-18 20: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님의 이번 글이 끔찍하게 다가오는건
다른게 아니라 어쩌면 나도 눈을 감고 순간 타인은 모른척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악은 멀리 있지 않지요
어쩌면 내 속에도 악이 또아리를 틀고 있다가 내가 눈막고 귀막고 누구도 무엇도 생각하지않고 나만 바라볼때 뛰어나와 누구도 아닌 내목을 조르겠지요
늘 생각하고 경청하고 말해야하는 이유가 그래서이겠지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01-19 09:38   좋아요 0 | URL
아주 평범한 사람의 아주 이해하지 못할 행동을 보면서 저는
아주 평범한 사람에 속하는 내가 어쩌면 저 사람처럼 아주 이해하지 못할 행동을 할 수도 있겠구나 _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주 악랄한 사람의 아주 이해하지 못할 행동이 아니어서 놀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