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록이냐 옥중서신이냐 :
스티커와 위스키
" 훌륭한 대통령은 업적을 세우고 참나쁜 대통령은 x을 세운다 "
세월이 흐른 후, 퇴임한 전직 대통령이 으레 그렇듯이 박근혜 씨도 회고록 따위를 집필할까 ? 어쩌면 지은 죄가 쓰빽따끌을 넘어 아스뜨랄해서 " 회고록 " 대신 " 옥중서신 " 의 형식'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대통령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회고록이라고 하자. 회고록'이 출간된다면 " 읽지 않은 책에 대한 논평 " 을 좋아하는 나 같은 부류는 별점 하나를 주고는 저주받을 코멘트를 남길 것이 분명하다. 이러려고 이 책을 읽었나 자괴감이 들어...... 부끄럽구요. 하지만 박근혜 회고록도 나름 미덕을 갖춘 책일 것이라고 지레짐작해 본다. 나쁜 책에 대해서 나쁜 책이라는 사실을 독자가 알고 있을 때 그 책은 더 이상 나쁜 책이 아니니까. 그러니까 박근혜의 조실부모와 혈혈단신 코스프레에 울지 않고 웃고 넘어갈 때, 그 책은 나름대로 가치가 있을 것이다. 각하 ! 너나 우세요
진짜 나쁜 책은 진짜 나쁜 책인데 진짜 나쁜 책이라는 사실을 독자가 알지 못하는 책이라. 내 깜냥에는 << 이솝우화 >> 는 이명박 회고록이나 박근혜 회고록보다 나쁜 책이다. 솔직하게 말해서 인류의 지혜가 담긴 책이라며 문학적 가치 운운하는 것이 같잖다. 이솝우화는 이솝이라는 노예가 주인에게 바치는 용비어천가'에 불과하다. 이솝 우화의 윤리성을 꼼꼼하게 따져보면, 아니 진돗개처럼 살점을 물어뜯을 기세로 행간을 파고들면, 주인에게 사랑받으려는 노예의 행동 강령에 지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노예였던 이솝이 동료에게 강조하는 정직, 근면, 성실, 순종 따위는 주인이 노예에게 강조하는 요구 사항이다.
그래서였을까 ? 이솝은 주인의 하해와 같은 은혜에 힘입어 노예 신분에서 해방된다. 이솝, 나의 늙은 노예여 ! 네 앞에 탁 트인 길을 보거라. 이제 너는 자유이다. 길 트임 ! 이 노예 근성(근면, 정직, 성실, 순종 따위)은 박정희 신화의 핵심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 요구 사항이 하부를 향한 강제에 해당되지만 상부를 향한 훈시는 아니라는 점이다. 하부가 < 막걸리의 세계 > 라면 상부는 청와대 아방궁에서 여자 젖가슴을 주무르며 시발스 리갈 18년산 위스키를 마시는, 이 새끼'가 살아가는 이새끼(whiskey)의 세계이다. 너희들은 열심히 일해라, 우리들은 시발스 리갈이나 마시련다. 상부의 위선은 하부의 선함을 바탕으로 한다.
11월 19일 4차 민중총궐기 대회에서 집회 참가자들이 정부서울청사를 에워싼 경찰 버스에 붙은 스티커를 떼내는 일을 두고 모든 언론이 미덕 운운하며 기사를 쏟아낼 때, 나는 이 " 착한 질서 " 가 흉물스러웠다. 미덕은커녕 미더덕 같다고나 할까 ? 지금 우리는 평화 시위 / 폭력 시위라는 보수 프레임에 빠졌다는 느낌이 든다. 저항의 방식으로 스티커를 붙이는 행위마저 무질서와 불법이라는 딱지를 붙인다면 앞으로 시민 저항권은 동력을 상실할 것이 분명하다. 불법인 차벽에 스티커를 붙이는 행위도 표현의 한 방식'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스티커를 떼는 행위는 타인의 주장을 훼손하는 행위가 아닐까 ?
그것은 저항이 아니라 순응이다. 집회나 시위가 가지고 있는 본질은 순응이 아니라 저항이라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 평화시위 논란, 박근혜가 그토록 원했던 그것 >> 이라는 오마이뉴스 기사는 평화시위라는 맹점을 날카롭게 분석하고 있다.
11월 19일 범국민대회가 끝난 후엔 경찰버스에 붙은 스티커들을 " 평화시위 " 와 " 의경들 피곤할까 봐 " 라는 미명 하에 떼는 행위를 한 이들이 있었는데, 이는 유감스럽게도 타인의 주장을 훼손하는, 마치 벽에 붙은 대자보를 떼어버리는 것과 같은, 폭력적인 행위였고 평화와는 오히려 거리가 한참 먼 행동이었다. - 오마이뉴스, '평화시위' 논란, 박근혜가 그토록 원하던 그것
집회에 나가 쓰레기를 줍고 스티커를 떼내는 행위는 깨시민의 근사한 행동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체제 순응에 불과하다. 청기와 주인 입장에서 보면 집회 참가자가 자기 집 철문에 붙은 스티커를 떼내고 있으니 마음의 여유가 생길 것이다. 악덕이 지배한 세상에서 착함은 이제 더 이상 미덕이 아니다. 불법으로 도로를 점거한 차벽에 스티커를 붙이는 행위를 비판하기에 앞서 불법으로 도로를 점거한 차벽에 대한 저항이 우선되어야 하는 것이 순서이지 않을까 ? 나는 방석집에서 이새끼(whiskey)나 마시는 이 새끼의 도덕률에 장단을 맞출 생각이 없다. 그것은 도덕률이 아니라 도둑 룰이다.
박근혜가 퇴임 후 < 회고록 > 을 남길 것인가, 아니면 < 옥중서신 > 을 남길 것인가 라는 문제는 5차 민중 집회에 달려 있다. 박근혜의 옥중서신을 읽고 싶다면 나와라. 11월 26일이다 ■
덧대기 ㅣ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2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제출받은 의약품 구입 내역 자료를 보면 청와대는 지난해 12월 남성 발기부전 치료제인 한국화이자제약의 비아그라를 60정(37만5000원) 구매했고, 같은 달 비아그라의 복제약인 한미약품 팔팔정 50밀리그램을 304개(45만6000원)도 샀다. 비아그라는 원래 심혈관치료제로 개발됐으나 또 다른 효능이 확인되면서 심장질환 치료제로는 잘 쓰이지 않는다. 팔팔정은 비아그라와 성분이 똑같다. 청와대는 또 한국노바티스의 니코틴엘 TTS10 등 금연보조제를 대량으로 구매하기도 했다. ( 경향일보 기사 중 발췌 )
이 기사를 읽고 불현듯 가수 오승근의 노래 < 내 나이가 어때서 > 가 떠올랐다. 이 노래를 마음 고생으로 불면증이 심하신 각하에게 띄웁니다. 야 야 야 내 나이가 어때서 / 사랑의 나이가 있나요 / 마음은 하나요 느낌도 하나요 / 그대만이 정말 내 사랑인데 / 눈물이 나네요 내 나이가 어때서 /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인데 ...... 교훈은 분명하다. 훌륭한 대통령은 업적을 세우고 참나쁜 대통령은 x을 세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