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서민

 




                                                                                                     돈이 많으면 불행할까 ? 질문을 다른 방식으로 던져보자. 돈이 많으면 행복할까 ? 돈이 많을 수록 행복의 파이'가 커진다면 재산이 1000억인 사람보다는 재산이 1조인 사람이 더 행복해야 한다. 하지만 차이는 없다. 마찬가지로 재산이 100억인 사람과 재산이 1조'인 사람을 비교해도 차이는 없다. 돈이 많다고 해서 행복한 것은 아니다.

내가 이 주장에 동의하냐고 물으면 당신은 " 물론 ! " 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돈으로 행복을 살 수는 없으니깐 말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함정이 있다. 남은 재산이 10만 원이 전부인 사람은 불행할 가능성이 높을까, 행복할 가능성이 높을까 ? 당연히 불행할 가능성이 높다. 가정 불화의 대부분은 경제적 빈곤'에서 시작된다. 돈이 없어서 불행할 가능성은 돈이 많아서 불행할 가능성에 비해 높다. < 돈 > 으로 행복을 살 수는 없으나 돈으로 미래의 위험 리스크(실직, 사고, 병고 따위)를 크게 줄일 수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티븨 속 드라마는 돈 많은 재벌가를 불행한 가족으로 묘사하고 돈 없는 서민은 행복한 가정으로 묘사한다. 시청자는 재벌가가 재산 다툼으로 콩가루 집안이 되는 것을 지켜보며 콩 한 쪽을 나눠먹는 서민에게서 위안을 얻는다.

하지만 그것은 거짓이자 위선이다. 더 많은 재산을 가지기 위해 가족끼리 서로 으르렁거린다고 해서 그 개인이 꼭 불행한 것은 아니다. 그리고 콩 한 쪽도 나눠먹는 화기애애한 가족이 현재의 삶에 만족한다고 해도 이 행복이 언제나 계속 지속될지는 모를 일이다. 나눠먹을 콩 한 쪽마저 없다면 행복은 불행으로 바뀔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렇기에 콩 한 쪽을 나눠먹는 서민보다는 차라리 재산 다툼을 벌이는 콩가루 집안이 나은 삶을 살 가능성이 높다. 미래의 위험 리스크를 줄이는 쪽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실직, 사고, 병고 따위의 돌발 변수가 발생하게 되면 콩 한 쪽도 나눠먹던 화기애애한 가족은 한순간에 애매모호한 가족이 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재산을 얻기 위해 아귀다툼을 벌이는 재벌은 적어도 돌발변수에 대응할 수 있는 재산이 있기에 미래의 위험 리스크는 적다. 이 지점에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돈이 많아서 싸움이나 하는 가족보다는 가진 건 없지만 마음만은 행복하다고 말하는 짓은 하지 말하자는 것이다. " 돈만 많으면 뭐혀. 가진 것은 없어도 마음이 편허야제 ! " 이 논리는 과연 맞을까 ?   재벌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불행하지 않다.  그것은 가진 것은 불알 두 쪽이 전부인 당신의 쩨쩨한 자위일 뿐이다. 그렇기에 재벌을 불행한 족속으로 여기는 짓은 어리석고, 어리석고, 어리석은 생각이다. 미국인은 부자를 존경하는 문화가 형성되어 있고(물론 세계화 이후 그런 경향은 줄어들었지만) 한국인은 부자를 불쌍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를 찍어 준 유권자의 상당 부분은 그녀가 불쌍하다는 생각에서 찍었다. 이러한 경향은 노동자가 노동자의 파업을 지지하는 대신 대기업 편에 서서 노동자 파업을 나쁜 태도로 규정하는 것과도 같은 맥락이다. 가난한 노동자의 밥그릇 대신 부자의 곡간부터 걱정하는 것이다.  부자를 동경하는 태도가 더 멍청할까, 아니면 부자를 불쌍하게 여기는 태도가 더 멍청할까 ?  커튼 뒤에 숨어서 대한민국을 조종하는 보이지 않는 손'은 가난한 자가 부자를 불쌍하게 여기도록 세뇌시킨다. 그게 그들의 목적이고, 이 은밀한 계획은 성공했다. 티븨 드라마 속 부자는 항상 불행해 보인다.

재벌 3세는 겉돌고, 형제들은 서로 싸운다. 돈은 많아서 흥청망청 쓰지만 공허한 표정이 역력하다.  돈은 많은데 불행한 것이다. 하지만 재벌의 불행은 쥐뿔도 없는 당신의 불행보다는 행복할 결말로 끝날 가능성이 10배는 높다. 당신보다 더 오래 살 것이고, 그 자식들은 더 좋은 환경에서 훌륭한 교육을 받을 것이며, 전망 좋은 곳에서 아침을 맞이할 것이다. 그들이 당신보다 불행한 것은 고작 가족끼리 정이 없다는 것일 뿐이다(드라마 속 설정에 따르자면 그렇다는 소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항상 재벌을 불쌍하다고 생각한다. 스스로를 행복한 서민이라고 생각하면서......





 


댓글(11)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syo 2016-09-21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항상 하고 싶었던 말인데, 제가 안하길 정말 다행이네요. 곰발님처럼 할 수 없었을겁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9-21 10:56   좋아요 1 | URL
기득권의 승리죠. 가진 놈은 가족이 불행하니 너무 그러지들 마쇼... 이런 거죠....

북프리쿠키 2016-09-21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곰곰발님의 의견 대부분 공감합니다.
허나 미디어에서 아무리 세뇌(?)시켜도 부자들을 불쌍하게 생각해 본적은 없네요ㅎ
사실 우리나라만큼 부자들을 존경(?)하는
나라도 있을까 싶은 냉소가 번지네요ㅠ.ㅠ

곰곰생각하는발 2016-09-21 12:11   좋아요 1 | URL
저는 드라마치고 재벌을 좋게 다르는 드라마를 본 적이 없습니다.
만날 싸우더군요. 문득, 재벌은 정말 만날 사이가 안 좋을까 ?
오히려 일반 가정의 불화보다는 더 화목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지키미 2016-09-21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감 백배~~~

곰곰생각하는발 2016-09-21 12:12   좋아요 2 | URL
백 배라는 말씀에 위안을 얻습니다.

stella.K 2016-09-21 14: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서민이 진짜 행복해지려면 사회안전망을 잘 구축해 놔야하는데 말입니다.
부자가 누리는 행복과 서민이 누리는 행복이 같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서민이 행복하지 말라는 법 없잖아요.
글구 거 쓸데없는 비교의식 이딴 것만 안해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요?

우리나라 드라마는 좀 갑갑해요.
그런 이분법도 결국 깔데기라고 남녀간의 사랑을 이루기 위한 부속물에
지나지 않게 짜여지잖아요.
한류 한류하는데 왜들 좋아하는지. 우리나라 드라마 작가들 물갈이 좀 하면 좋겠어요.ㅠ

곰곰생각하는발 2016-09-22 09:28   좋아요 0 | URL
우리나라 드라마 작가 물갈이하고
그 자리에 스텔라 님이 들어가시면 좋겠네요. ^^

cyrus 2016-09-21 17: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진짜 행복한 서민은 마태우스님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9-22 09:27   좋아요 0 | URL
서민 님은 지금 잘 살고 계실 겝니다..

표맥(漂麥) 2016-09-22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돈이 많아 느끼게 되는 불행은 어떤걸까?... 그 불행을 한번 경험해 봤으면~ 하는 쫌생이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