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RLS DO NOT NEED A PRINCE !

일베의 미러링은 메갈이다(라고 그들은 주장하니 일단은 그렇다고 치자). 공식으로 표현하자면 < 일베 = 메갈 > 이다. 즉, 쌍놈이나 쌍년이나 똑같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런 주장은 엉터리다.
왜냐하면 일베의 미러링은 메갈이지만 메갈의 미러링이 일베가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메갈은 일베의 여성 혐오에 반항하여 생긴 현상이지만 일베는 메갈의 남성 혐오에 반항하여 생긴 현상이 아니다. 정리를 하자면 일베는 원인이고 메갈은 원인에 따른 결과'다. 일베는 선 - 원인'이고 메갈은 후 - 결과인 셈이다. 그렇기에 둘 다 똑같다는 논리는 성립이 될 수 없다. 어떤 현상에 대하여 원인은 방치한 채 결과 한 덩어리만 도려낸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본질은 원인에 있다. 일베라는 암세포를 제거하면 메갈은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메갈의 표현 수위가 높다면 메갈을 비판할 것이 아니라 메갈을 탄생하게 만든 일베를 비판해야 한다.
발본색원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 넥슨 게임에 참여한 여성 성우가 메갈리아에서 판매하는 티셔츠를 입었다고 해서 수많은 남성 유저들이 항의를 한 모양이다. 넥슨 측은 이 불만을 즉각 수용해서 여성 성우를 해고했다. 메갈 인증과 일베 인증을 동일한 것으로 간주한 것이다. 이런 표현을 하면 불난 데 부채질하는 격이겠지만, 사실....... 일베는 소수가 아니라 다수'다. 다만, 일베에 가입을 하지 않았을 뿐이다. 그들은 표면적으로는 여성을 지지하며 일베를 비판하지만 따지고 보면 착한 일베에 지나지 않는다. 안철수가 착한 이명박이듯이 말이다. 한국 남성들이 스스로를 페미니즘을 옹호한다며 여성을 지지한다고 말은 하지만,
여기에는 선행 조건이 수행되어야 한다. 여자가 함부로 나대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그러니까 한국 남성들이 페미니즘을 옹호하며 여성 인권을 존중한다고 했을 때, 그들이 보호하고 싶은 부류는 착한 여자이지 나쁜 여자'가 아니다. 이런 태도는 기만이다. 이와 비슷한 예는 리퀘스트 방송에서 적나라하게 표출된다. 방송 사회자와 패널은 방송에 소개되는 장애인의 후원을 부탁하는데 거의 대부분은 장애인이 착하다는 점을 누누이 강조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시청자의 눈물과 연민은 도와야 할 대상이 얼마만큼 착한지에 달려 있다. 그렇다면 도발적 질문 하나. 동일한 조건에 놓인 장애인이라고 했을 때 후원자는 (태도가) 착한 장애인과 (태도가) 나쁜 장애인 중 누구를 도와야 할까 ?
백이면 백, 착한 장애인을 도와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 태도는 옳지 않다. 빈곤으로 인해 고통을 받는 강도는 착한 장애인이든 나쁜 장애인이든 동일하기에 그렇다. 정치적으로 올바른 태도는 착한 장애인이든 나쁜 장애인이든 동일한 혜택이 주어지도록 노력하는 자세'다. 같은 이유로 한국 남성이 여성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면서 그 범위를 착한 여성으로 한정하는 것은 착한 장애인에게만 복지 혜택을 주어야 한다는 주장과 다르지 않다. 자신의 도덕적 잣대로 도움을 주어야 할 대상을 선별하는 태도, 어디서 많이 본 제스츄어가 아닐까 ? 그렇다, 지난 무상 급식 논란에서 새누리가 급식 대상을 가난한 가정의 자녀로 한정해야 된다고 주장하는 것과 같다.
당신이 여성 혐오 사회인 한국의 여성 차별에 깊이 공감하고 도와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착한 여자이든 나쁜 여자이든 그들의 권리를 옹호할 필요가 있다. 메갈이 사라져야 할 대상이라고 해도 그 표적을 메갈에 두면 안 된다. 누누이 하는 말이지만 제거해야 될 첫 번째 대상은 항상 원인'이다. 니체는 말했다. 현대인은 원인을 결과라고 생각하거나 결과를 원인으로 착각한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