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마태우스
서민 지음 / 장문산 / 1997년 1월
평점 :
절판


 

 

 


 

 

 

 

 

구하기 힘든 책은 귀한 책이다  

​

 

 

 

                                                                        내 짧은 영화 감상의 변천사는 " 대중 오락 영화 → 예술 영화 → 컬트 영화 → B무비 → 다큐 → 영화에 관심이 없음 " 순으로 취향이 변했다. 주류 대중 오락 영화'가 재미는 있지만 깊이가 없었다면,  예술 영화는 깊이는 있지만 재미가 없었다. 둘 다 내 취향은 아니었기에 내가 선택한 장르는 컬트 영화와 B무비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기괴함, 숭배, 키치 그리고 전복적 상상 따위가 마음에 들었다. 나사가 하나 정도는 풀린 인물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컬트와 B무비는 " 마이너 뽕끼 - 스러운 " < 아우라 > 를 가진 장르였다.  체제 전복적인 상상력도 마음에 들었다.

​

무엇보다도 속물(俗物)의 욕망을 숨기지 않는 솔직함이 마음에 들었다.  문제는 이들 영화가 변두리ㅡ비주류ㅡ마이너 정서'이다 보니 대중적 취향과는 거리가 멀었다는 점이다. 극장에 걸릴 턱이 있나. 그만큼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도 줄어들었다.  그런데 사람 심리'라는 게 구하기 힘들면 더욱 구하고 싶은 마음. 나는 < 주먹 쥐고 소림사 > 의 구하라가 되어서 이곳저곳을 싸돌아다녔다. 구하라, 구하라, 구하라 ! VHS 테이프'를 어둠의 경로를 통해 어렵사리 구하다 보면,  이 지난한 과정 때문에 영화를 보기도 전에 애정이 생기곤 했다.  영화를 구할 수 있다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어디든 갔다. 어떻게 구한 기회'인데 내가 실망할쏘냐,  이런 태도. 어렵사리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는 희망 때문이었을까. 

​

영화가 내 기대보다 못 미치더라도 실망하는 일은 없었다. 그저 구하기 힘든 영화를 보았다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었다. 구하기 힘든 영화는 귀한 영화였다.  돌이켜보면,  이 소비 행위'는 " 아날로그 감성 " 과 연결이 된다. 먹물처럼 잰 체하며 말하자면 " 레트로 지향적 소비 취향 " 와 맞닿아 있다. 내가 소비한 것은 구매 비용'이 아니라 그 영화를 보기 위한 불편한 과정'에서 오는 체험'이었다.  다시 말해서 나는 불편을 주고 영화를 산 것이었다. 현대 사회는 < 불편 > 을 삭제하는 방식으로 진화했다. 소비 상품(혹은 시스템)이 < 불편 > 을 제거하는 이유는 < 편리 > 를 위해서이다. 좋은 예가 디지털 카메라'다. 디지털 카메라는 필름 기계식 카메라가 가지고 있는 모든 불편을 제거'했다.

​

​필름 끼우기는 물론이요, 인화와 현상 과정도 생략되었을 뿐만 아니라 보정 작업도 간단해졌다. 여러모로 편리한 것이다. 디지털 음원도 마찬가지다. 듣고 싶은 곡만 들을 수 있다. 듣고 싶은 곡을 듣기 위해 앨범 전체를 들어야 했던 시대는 지난 것이다. 하지만 현대 상품은 불편을 제거하면서 아우라도 제거되었다. 결과만 남고 과정이 생략되다 보니 추억이 사라졌다. 내가 컬트 영화와 B 무비에 매료되었던 까닭은 만듦새가 훌륭해서가 아니었다. 오히려 조악하기 그지없는 영화도 많아서 속으로 " 참... 그지같은 영화네. "  라는 혼잣말도 많이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영화(들)을 기억하는 이유는 애타게 찾아헤매던 날들에 대한 추억'에 있다.  왜 그랬을까 ?  니미, 이 나이에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알라딘에서 배출한 몇몇 스타'가 있다. 알라디너 마태우스, 그도 알라딘이 배출한 걸죽한 스타'다. 그는 단국대 기생충학 교수이자 인기 방송인이며 동시에 < 서민의 어쩌면 > 이라는 경향일보 칼럼을 쓴 칼럼리스트'이기도 하다. 이름은 몰라도 얼굴을 한 번 보면 모두 아, 한다.  아, 그 사람 !  속된 말로 그는 " 떴다. " 그에게도 흑역사는 있었던 모양이다.  소설 << 마태우스 >> ,  눈 감고 읽으면 아, 하게 되지만 눈 뜨고 읽으면 우, 하게 된다는 소설. 바로 이 소설을 쓴 사람이 마태우스(서민)이다. 본인은 정작 이 소설에 대한 가치를 평가 절하하는 모양새'다(그는 자신이 쓴 책을 사들여서 스스로 절판시켰다고 한다). 하지만 이 책은 유령처럼 살아남아서 종종 헌책방에 모습을 드러내곤 했다. 자신을 부정하는 아버지에 대한 복수의 화신'으로 말이다. 궈, 궈궈궈궈궈궈궈궈궈 ~  보소보소, 내 말 좀 들어보소. 내가 서민 박사의 사생아'라오.

 

복수(複數)의 목격자에 의하면 << 소설 마태우스 >> 는 헌책방 책장에 갇혀서 그렇게 울부짖고 있었다고 한다.  구하기 힘든 영화일수록 기어코 보고 말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는 컬트 마니아처럼,  이 책이 눈에 띄지 않을수록 나는 애타게 이 소설을 만나고 싶었다. 그리고........ 드디어 이 소설을 만나게 되었다(cyrus 님에게 무한 감사. 다음에는 제가 < 닳지 않는 칫솔 > 을 구해서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아자 ~ ). 솔직히 말해서 이 소설이 좋은 소설'이라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애정 표현'을 담아 " 괴랄 " 한 소설이라고 하자.  but, 앞말과 다르다고 뒷말이 무성할지는 모르겠으나 이 책은 좋은 책'이다. 구하기 힘든 책은 모두 귀한 책'이다 ■

​ 




 


댓글(18)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cyrus 2016-02-12 1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을 잘 받아서 그런지 책이 뽀샤시하게 나왔네요. ㅎㅎㅎ ‘괴랄’이라는 표현은 B급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찬사를 보낼 때 쓰는 단어입니다. 진짜 봐서는 안 될 형편없는 쓰레기 책들을 가리킬 때 ‘불쏘시개’라고 합니다. 글 제목이 마음에 들어요. 헌책에 대한 평소의 제 생각을 잘 압축한 문장이거든요. 서평을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

곰곰생각하는발 2016-02-12 16:19   좋아요 1 | URL
종이가 사용된 책 가운데 가장 쓰레기는 < 박근혜 공약집 > 이죠...
쓰레기 중의 쓰레기`입니다.



사이러스 님에게 언젠가는 닳지 않는 칫솔을 제가 선물로 드릴 날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랜만에 컬트적 취향이 생겼어요. 헌책방 가서 귀한 책 발견할 때의 그 즐거움을 그 누가 알겠스빆.

제 책 목록 중 최고로 치는 것은 비싼 책이 아니라 헌책방에서 주고 산 2000원짜리 책 인데
제목이 쟈칼입니다... 포사이스 작품 말이죠. 이 책이 저에게는 가장 귀한 책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2-12 16:22   좋아요 1 | URL
이제 알라딘도 마태우스를 읽은 자와 읽지 않은 자로 구분해야 되지 않것습니까 ? 허허허허...

cyrus 2016-02-12 19:15   좋아요 0 | URL
과거에 나온 장르작품 중에 귀한 책이 많아요. 물만두님의 서평을 읽고 참고하면서 절판된 장르소설을 찾고 있는 중입니다. 아무도 가지지 않은 책을 2,000원으로 구입할 때가 기분이 뿌듯해요. 나중에 그 책을 온라인 중고샵에 검색하면 가격이 비싼 사실을 알게 될 때가 있어요.

samadhi(眞我) 2016-02-12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해내셨습니까? 마태우스님이 흥분(?)하실 듯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2-12 16:20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 해냈습니다. 순서상 진아님 책 먼저 읽어야 하는데 너무 읽고 싶었던 책이라 먼저 읽었네요... 다음에는 진아 님 책을 읽도록 준비하겠습니다.


samadhi(眞我) 2016-02-12 16:24   좋아요 0 | URL
숙제처럼 부담느끼시면 제가 부담되는데요. 생각날 때, 읽을 게 없을 때 읽으시면 될 것을. 안 땡기면 그냥 전시만 해둬도 되고요. 그 책이 꼭 읽고 싶어서 샀다가도 어느새 그 열정(?)이 식어서 다른 책이 더 눈에 들어오고 그런 일이 반복되다보니 책장에 읽지 않은 책이 쌓여가네요. 다 읽고 나서 책을 사라는 남편의 잔소리(?)가 맞는 말인줄 알면서도 못 들은 척 또 다른 책에 군침을 흘리지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2-12 16:28   좋아요 0 | URL
모르시는 말씀.. 제가 항상 하는 말 중 하나가
신경숙를 찬양하면서 공선옥을 무시한다는 것은
시민케인보다 쥬라기 공원이 더 뛰어나다고 말하는 것 같다...

공선옥 저평가된 작가`죠. 제가 보기엔 신경숙보다는 공선옥입니다..

samadhi(眞我) 2016-02-12 16:30   좋아요 0 | URL
저는 신경숙 한번만 읽어도 질려서 그냥 평가 안 해요. 신경숙 , 공지영 책은 그냥 안 읽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2-12 16:30   좋아요 0 | URL
신경숙은 내면이 부실하다 보니 문체로 사람을 홀리려는 경향이 있고
공선옥은 그 반대죠.. 비교 대상이 아닙니다.

시이소오 2016-02-12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이 책이 그 책이군요
서민 박사님께서 아직 전부 회수하지 못했다는, 대단하시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2-12 17:04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 회수를 하지 못하셨던 모양입니다. 제가 입수했습니다...
이런 작품일수록 까발려야 합니다.. ㅋㅋㅋㅋㅋㅋ

5DOKU 2016-02-13 0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근 넷플릭스에 가입을 했는데 참 이상하게 볼 영화가 많아지니까 되레 안 보게 되더라고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2-13 10:26   좋아요 0 | URL
책 좋아하는 사람 출판사에서 일하지 말고, 영화 좋아하는 사람 영화사에서 일하지 말라는 소리는 진리입니다..

yamoo 2016-02-13 2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저 마태우스 저 책....작년에 알라딘 강남점에서 구했어요.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이사오고 난 후에 저 책 이하 200여 권이 오리무중이라는 거...ㅠㅠ

구하기 힘든 책이 귀한 책이지요. 암요! 그렇구말구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2-14 16:14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 의외로 잘 눈에 띄는 작품이군요.. ㅎㅎㅎㅎㅎㅎ

마태우스 2016-03-11 0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곰발님 안녕하셨어요 간만에 찾아뵙고 글 정주행하다가, 그만 이 글을 봐버렸습니다. 곰발님을 늘 존경했습니다만, 지금 이 순간은, 흑. 곰발님이 밉습니다 ㅠㅠ 역시 완벽한 회수는 불가능하네요ㅠㅠ

곰곰생각하는발 2016-03-11 10:06   좋아요 0 | URL
아닙니다. 매우 유쾌한 독서 경험이었습니다. 다음 목표는 닳지 않는 칫솔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이 책은 정말 찾기 힘드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