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를 방해하는 요소(들)


                                             여전히 발터 벤야민의 << 아케이드 프로젝트 1,2 >> 를 읽고 있다. 묵은지도 아니고 1년째 묵히고 있으니 난감하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1년 사이에 이사를 두 번이나 했다. 짐을 쌌다 - 풀었다 - 쌌다 - 풀었다를 반복하니 생활 리듬이......  포장 이사'라고는 하지만 책은 내 손으로 다시 정리해야 해서 이사하기 전에 미리 우체국에 가서 4호 박스를 구입해서 쌓아두었다. 이사한 후'로도 박스 해제 작업은 차일피일 미루다 보면 한 달이 지나기 일쑤였다. 나는 내 사전에 내 독서를 방해하는 모든 것을 < 오호츠크 시밤바 > 로 규정했다. 쉽게 말해서 좆같다는 것이지. 무엇보다도 내 독서를 방해한 요소는 놀랍게도 박근혜'였다. 집중력 저하의 원인은 박근혜였던 것이다. 책을 읽는 데 갑자기 < 혼 > 과 < 우주의 기운 > 이 등장하는 바람에 포인트를 놓쳤다. 아스트랄한 지랄'에 밥맛이 뚝 떨어졌다. 책을 읽다가 그네 생각만 하면 느닷없이 괄약근을 조이게 된다. 읽던 책을 덮고는 혼잣말을 한다. 오호츠크, 오호츠크....... 하지만 마냥 썩힌 것은 아니다. << 아케이드 프로젝트 >> 을 읽기 위해서는 반드시 보들레르를 다시 읽어야 할 필요성이 생기게 된다. 마침 기생충학자 서민 교수님이 << 파리의 우울 >> 이란 책을 선물로 보내주셔서 보들레르를 읽다가 그쪽으로 빠졌다. 또, 그런 방식으로 빅토르 위고의 << 레미제라블 >> 을 다시 읽다 보니 아케이드 프로젝트'는 진도가 거의 나가지 못했다. 신기하다. 이 책은 파리의 복잡한 지하도 같다. 무수한 샛길로 빠져야 한다. 이 책을 매조지하고 나면 사사키 이타루의 << 야전과 영원 >> 을 읽을 계획이다. 푸코/라캉/르장드르 읽기'이니 만만치 않은 독서가 될 것 같다. 우선 이 책을 선물하신 새벽 님에게 무한 감사 ! 슬쩍 몇 장 훑어본 결과....... 어렵다 !  다음 목표는 << 자본론 >> 이다. 내가 읽은 책은 그 유명한 분홍책'이었다. 아침 9시에 도서관에 도착해서 마감 시간을 알릴 때까지 읽었다. 그렇게 삼 일 동안 주구장창 << 자본론 >> 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잘 읽혔다. 그때는 박근혜가 없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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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깨비 2015-12-04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집에 묵은지가 한가득입니다. ㅠㅠ

곰곰생각하는발 2015-12-04 16:19   좋아요 0 | URL
돼지 등뼈 좀 사셔서 왕창 넣어서 묵은지 찜 요리 어떻습니까 ?

북깨비 2015-12-05 08:17   좋아요 0 | URL
ㅋㅋㅋ 한권씩 어떻게든 읽어보려고요. 그래도 중고서점에 벼르던 책이 눈에 띄면 안 지를수가 없기때문에 앞으로도 묵은지는 점점 늘어날 것 같습니다만. ㅠㅠㅠ

곰곰생각하는발 2015-12-05 09:42   좋아요 0 | URL
맞아요. ㅋㅋㅋㅋㅋㅋㅋ 중고서저이 문제입니다. 진짜 원했던 책이 나오면 여러 책 묶어서 사게 되다 보니... 이런 악순환이....

건조기후 2015-12-04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근혜는 집중력의 방해원인이기도 하면서 집중력 향상의 원인이기도 하더라고요. 하는 말 듣고 있음 이해가 잘 안 돼서 엄청 몰입할 수 밖에 없는... 어휴.

곰곰생각하는발 2015-12-04 16:41   좋아요 0 | URL
기막힌 모순이군요. 뉴스를 볼 때마다 당최 무슨 소릴 하는지 이해 불가능입니다.

samadhi(眞我) 2015-12-04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지 못 한 책들을 쌓아두고 또 읽고 싶은 책들에 혀를 낼름대며 침을 질질 흘리고 욕심냅니다. 있는 책 다 읽고 책 사라고 남편이 갈굽니다. 그거이 맞는 말인데 자꾸 눈이 딴 데로 가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12-04 16:56   좋아요 0 | URL
저는 옛날부터 막 10권을 동시에 읽는 버릇이 있어서.... 산만하고 그렇습니다. 고칠려고 해도, 이게 안 되네요... 읽다가 좀 지루하다 싶으면 덮고 나서 다시 읽으면 되는데. 이 책 조금 읽다가...
다른 책 보다가 다시 다른 책 보다가.. 막 이래서 나중에는 짬뽕이 됨니다. 고쳐야겠어요. 집중력이 현저히 저하됩니다.

samadhi(眞我) 2015-12-04 16:59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한 권 다 읽고 다른 거 읽어야지 차디찬 맹서를 해도 그렇게 읽고 싶었던(그렇다고 믿었던)책을 보다가 또 다른 책을 눈독들이고... 이책저책 찔끔 보다 말고. 요즘 책들이 저를 노려보는 것 같아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12-04 20:59   좋아요 0 | URL
얼릉 일던 거 다 읽으면 다시는 기웃기웃되지 않으렵니다.

그런데 말짱도루묵이에요. 항상...ㅎㅎㅎ

samadhi(眞我) 2015-12-04 21:00   좋아요 0 | URL
˝인생은 짧고 읽을 책은 많다.˝ 지요.

북깨비 2015-12-05 12:27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요즘 책들이 저를 노려보는 것 같아요 - 요 대목에서 빵 터졌어요. 근데... 갑자기 집에 가기가 무서운 건 왜일까요 ㅋㅋㅋㅋㅋㅋ

cyrus 2015-12-04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율리시스》를 11장까지 읽은 뒤로 다시 펴본 적이 없어요. 주석을 같이 읽으려니 귀찮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12-04 20:57   좋아요 0 | URL
주석이 많으면 확실히 읽는 맛이 떨어지죠. 그냥 두 권으로 나눴으면 해요. 그냥 일단 읽고 나서 나중에 해설서 읽고... ㅎㅎ

stella.K 2015-12-04 1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그저 박근혜!
이제 내년이면 임기 후반기 아닙니까? 이제 그만 박근혜를 놓아 주세요.
그래봤자 곰발님한테 이득되는 건 없잖습니까?
아무래도 그분 곰발님 땜에 오래 살 것 같습니다.ㅋ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5-12-04 20:58   좋아요 0 | URL
저에게는 기승전박`이라고나 할까요. 자다가도 그 생각하면......
ㅎㅎㅎㅎㅎㅎㅎㅎㅎ 전 솔직히 좀 무섭습니다. 박 정권 말이죠. 완전 또라이 정권 같습니다.

살리미 2015-12-05 0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랫동안 읽고 싶었던 <자본론> 시작했어요. 아직 김수행 교수가 쓴 역자 서문 읽고 있는 중이지만 ㅎㅎ 역자 서문도 그냥 넘어가버리기 아깝네요. 총 네번의 개정판 서문들을 시대순으로 보다보니 세상이 어떻게 바뀌어가는지 감이 와요 ㅎㅎ 기승전박 할만합니다 ㅋ

곰곰생각하는발 2015-12-05 09:43   좋아요 0 | URL
김수행이 갑이죠.... 그 옛날 오랜지 책이 그립기도 합니다.
네 번의 개정판 서문이라... ㅎㅎㅎ 그것 자체로 역사네요. 역사...

포스트잇 2015-12-05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밤바`..어감 맘에 들어요, 이런 시밤바...ㅎㅎㅎㅎㅎㅎㅎ
와,만만치않은 책들 읽으시네요.
아케이드프로젝트는 신기한 책이더군요. 그냥 아케이드 따라 보이는 걸 나열한 것들이잖아요. 근데도 이상하게 그게 재밌었던 기억이 나네요. 읽다가 중도에 관뒀지만요. 나중에 다시 읽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보들레르에, 푸코,라캉,르장드르..사사키 이타루..와, 와, 와~ㅎㅎㅎ
자본론...을 처음 읽을 때 뭐랄까..대단히 명쾌한 문장들로 이뤄진 아름다운 글이라고 먼저 느꼈거든요.
아름다웠어요. 당시 사회과학서적들 보다가 막상 마르크스의 이 원저를 접하자, 정연함이랄까...뭔가 그냥 아주 깔끔하게, 육룡이 나르샤의 이방지 버전으로 얘기하자면, 초고수가 휘두르는 칼은 베어도 피가 묻어나지 않듯이.. 뭐 그런 느낌..표현력이 딸려서.. ㅎㅎㅎ
언제 다시 읽을라나요.. 보관함에 일단 넣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12-05 10:30   좋아요 0 | URL
아케이드는 참 독특한 책이에요.
사실, 벤야민이 쓴 책은 아니잖아요.
수많은 책에서 필요한 문장만 도려내서 모은 메모집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죠.
전 처음에 이 책의 구성을 잘 이해하지 못해서 어디가 인용이고 어디가 벤야민 코멘트인지 몰라서
고생한 시기가 있었습니다.


자본론 읽었을 때 첫 느낌이 시바, 문학 작가보다 문장력이 뛰어나네, 와 과학자보다 더 과학자답게 공식을 산출하네 였습니다. 이 책 어렵다 하는데 동의는 못하겠더군요. 어려운 것은 후기 맑스주의자 알퉤세 따위이지 사실 막스 자본론이 이해를 못할 만큼 어려운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저도 아직 자본론은 사지 않았습니다. 일단 읽어야 할 책들이 많고.....

포스트잇 2015-12-05 11:53   좋아요 0 | URL
맞아요, 자본론, `문학작가보다 문장력이 뛰어나`요. ㅎㅎㅎㅎㅎ 역시 적절한 표현.
게다가 어렵지 않아요, 진짜. 진짜루.

곰곰생각하는발 2015-12-05 12:05   좋아요 0 | URL
그렇죠 ? 자본론은 너무 어려워, 라고 말하는 사람 중 팔 할은 자본론을 안 읽은 사람입니다.
맑스가 대중에게 자기 생각을 설명하기 위해 엄청난 공을 들였다는 사실을 책을 읽으면 알 수 있습니다.
꼭 보면 안 읽은 사람이 읽은 것처럼 어렵다는 둥 그런 소릴 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