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한 번 먹어보겠습니다

 

 

 

뽕끼는 MSG와 비슷한 구석이 있다.  언제부터인가 웰빙, 로컬 푸드, 레시피, 셰프 따위 같은 푸드 병신체'가 보그 병신체'처럼 자주 sns를 점령하면서 MSG은 하층민을 대표하는 상징이 되었다. 특히 동아 방송 << 먹거리 엑스 파일 >> 은 MSG를 쥐약처럼 취급했다. 웰빙族에게 MSG는 금지 약물'처럼 취급되지만 그러한 우려는 배부른 소크라테스'가 배 두들기며 내뱉는 넋두리처럼 느껴져서 반감이 생긴다. 내가 안양 충훈부 반지하 셋방 십오 촉 알전구 밑에서 하루 끼니를 파란 바가지에 탈탈 털어내며 걱정할 때마다 << 쇠고기 다시다 >> 는 세상에서 가장 싼 값으로 " 괴기국 " 맛을 비스무리하게 우려준 마법의 스프'였다. 서울시에서 서울 시민에게 공급하는 아리수 1/2리터 양에 파 송송 계란 탁, 넣어 계란탕을 만들거나,  

납작 어묵에 청양 고추 썰어 오뎅탕을 만들 때마다 << 쇠고기 다시다 >> 는 괴기'인 듯 괴기 아닌 괴기 같은 괴기스러운 가상의 맛을 선사한 1000원의 기적'이었다. 사람들은 조미료가 들어간 음식이 밍밍하다고 투덜대지만 오히려 쇠고기 다시다'가 들어가지 않은 계란탕과 오뎅탕이 더 닝닝'하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 같다. 1등급 쇠고기 넣고 웅숭 깊게 끓인 괴기 맛과 비교할 수 없다고 해서 감칠맛을 선사한 천연 축출 화학물에 침을 뱉을 수는 없었다. 비용 대비 효율 측면에서 보자면 MSG는 훌륭한 조미료'다. 내가 보기엔 천연 재료에서 축출한 화학 조미료 자체가 유해한가 무해한가, 라는 논란은 촛점을 벗어났다. MSG는 적당히 넣으면 문제될 것 없다. 뽕끼'도 마찬가지'다. 뽕끼라고 해서 싸잡아서 싸구려 서정'이라고 말하면 안된다.

" 뽕끼 " 가 적당히 들어가면 감칠맛이 난다. 여기서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부분은 사람들이 뽕끼 서정'을 단순히 5060 세대나 혹은 7080 세대'가 느끼한 서정으로 착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뽕끼는 1020세대에서도 전반적으로 나타난다. 쿨한 척하거나 시크한 척하는 자세'도 뽕끼'다.  한때 LTE급 속도로 빠르게 퍼진 장근석 허세'가 전형적인 뽕끼'다. " 시크한 허세 " 는 박정희 시대를 관통하는 아버지 세대의 " 잘살아 보세 " 에 대한 청개구리식 표현 방식'이다. << 잘살아 보세 >> 가 과잉 ㅡ 서사에 속하는 " 핫 " 한 정서라면,  << 시크한 허세 >> 는 결핍 ㅡ 서사에 속하는 " 쿨 " 한 정서'라 할 수 있다. 이 둘은 묘하게 뒤섞여 서로 애증 관계를 형성한다. 마치 부모와 관심을 받기 위해서 못된 짓만 하는 아이'처럼 말이다.

드라마 << 발리에서 생긴 일 >> 에서 쿨한 세대를 대표하는 조인성이 선보인 주먹 오열 연기는 진정한 뽕끼'를 느끼게 해준다. 또한 서태지 음악은 " 잘살아 보세 " 에 속하는 김창완이나 한대수'보다 촌스럽다. 그들은 적어도 " 오오, 그대여 ! 떠나지 마세요. 나는 지금 울잖아요. " 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그렇기에 뽕끼는 5060, 7080뿐만 아니라 1020세대를 관통하는 서정'이다. 한국인은 눈물이 많은 민족'이다. 위에서도 지적했듯이 중요한 것은 분량'이다. 조미료를 적당히 넣으면 감칠맛이 나고 너무 많이 넣으면 밍밍한 맛이 나듯, 눈물도 적당히 흘리면 아련(한 서정)을 주지만 주책없이 흘리면 < 미련 > 해 보인다. 다음은 신중현이 부른 << 미련 >> 이란 노래'다. 물론 앞에서 말한 < 미련 >과 뒤에서 말한 << 미련 >> 은 다른 의미'다. 하던 일을 멈추고 귀를 기울여보자.

알라딘은 동영상 제공이 안 되는 관계로 음악은 http://myperu.blog.me/220261511095

 

신중현이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가했다면 심사위원들이 내뱉을 독설은 예상 가능'하다. 호흡은 거칠고, 비음은 잔뜩 섞여 있고, 발음은 뭉개졌어요. 제 점수는요. 그런데 이 형편없는 가창력은 이 노래가 가지고 있는 " 뽕끼 " 를 빛나게 한다. 매끄럽지 못한 연결 ㅡ 들'은 오히려 진정성'을 들려준다. " 탄밥그릇 " 이 보여주는 서정이 엿보인다. 탄밥그릇이란 탐 웨이츠와 밥 딜러이 뭉친 가상 그룹'을 줄인 말이다. 여기에 찰스 부코스키'가 랩을 맡는다면 촌스런 뽕끼로 무장한 세시봉과는 비교도 할 수 없으리라. 이 명곡은 많은 가수들이 다시 불렀는데 개인적으로 임아영'이 부른 오리지날 버전'이 좋다. " 코스모스 길을 따라서어 ~ " 라고 부를 때 묘한 뽕끼에 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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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5-02-03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년 2인자 <맛나>를 추모하며...

곰곰생각하는발 2015-02-03 16:32   좋아요 0 | URL
맛나 ?! 는 뭔가요 ? 요것도 조미료인가요 ?

AgalmA 2015-02-03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쇠고기 다시다vs쇠고기 맛나, 모델격돌- 김혜자 vs고두심씨
쇠고기 다시다의 파란만장한 역사들이 많았죠.ㅎ

곰곰생각하는발 2015-02-03 16:42   좋아요 0 | URL
오호 그렇습니까. 전 처음 들어본 상품명이네요.. 허허...
고두심 하니까 언뜻 생각나는 것 같기도 하고.... 아갈마 님 문장은 남성적이신데 은근히 여성적인 면이 있으시군요.
대부분 남성들은 잘모를 겁니다. 맛나....

마립간 2015-02-04 10:36   좋아요 1 | URL
저는 주로 미원과 미풍을 예로 듭니다. S의 미풍의 한을 다시다가 풀었군요.

AgalmA 2015-02-04 10:54   좋아요 0 | URL
이렇게되면 미림v미향vs미정 삼파전도 봐야 하나요ㅎ
조미료의 한국사는 누가 안 쓰나...

cyrus 2015-02-03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라켄과 용가리가 조합한 짬뽕스러운 그림의 출처가 궁금합니다. 둘의 조합이 은근히 잘 어울립니다. 글 제목을 보니 갑자기 짬뽕이 먹고 싶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2-03 17:36   좋아요 0 | URL
저도 그림 출처는 잘 모르겠네요. 구글링 해서 우연히 걸린 그림들입니다. 잔득 모아서 글 올릴 때마다 사진 자료실에서 꺼내 쓰는... ㅎㅎㅎ 짬뽕 드시고 싶죠 ? 저 빨판만 보면 저도 이상하게 짬뽕이..ㅎㅎㅎ

yamoo 2015-02-03 1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쇠고기 맛나를 모르시다뉘....헐~ 곰발님두 어릴 적 광고를 많이 안보신 모양이구려~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5-02-04 16:55   좋아요 0 | URL
ㅎㅎㅎ 제가 기억이..... 맛나`가 꽤 유명했었나 보네요.. 허허...

수다맨 2015-02-04 0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디션 프로그램이 언젠가부터 너무 정형화된 가수들만 양산해내는 못된 산파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비주얼 괜찮고, 가창력 좋아야하고, 달달한 미성의 가수들만 나오니 점점 기예만 높은 학예회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더라구요. 이런 공간에서 한대수나 신중현, 정태춘과 같은 가수들이 나오긴 힘들다고 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2-04 16:57   좋아요 0 | URL
슬슬 지겨울 때가 되었죠. 저번에 나가수 하길래 함 봤더니 왤케 재미가 없는지... ㅋㅋㅋㅋ
무슨 콩쿨 대회같잖습니까...

samadhi(眞我) 2015-02-05 0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sg 얘기하니까 이원복의 먼나라 이웃나라 미국편과 느낌이 비슷하네요. 마르고 몸매 좋은 사람들은 건강에 좋고 비싼 식품을 먹고 서민들은 정크푸드를 먹고 비만에 시달린다는 얘기요. 그 부분의 표현에도 서민들을 비하하는 느낌이 있어서 씁쓸하긴 했지만요. 잘 몰랐는데 이원복이 꼴통 인사였네요. 이문열 책 모의 장례식에 대해 분서갱유로 표현한 것만 보아도. 학벌주의야 말 할 것도 없다 치더라도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2-05 19:17   좋아요 0 | URL
이원복의 보수적 색채는 이미 잘 알려져 있져.. ㅎㅎㅎㅎ
이원복 만화를 개인적으로 무척 싫어합니다. 그런 만화 스타일이 싫고
교육 만화에 대한 체질적 반감도 있고.. ㅋㅋㅋ
만화는 좀 불량해야죠.. ㅋㅋㅋㅋㅋ

samadhi(眞我) 2015-02-07 00:04   좋아요 0 | URL
제가 그때 생소한(?) 미국사 수업을 듣고 있어서 그 책을 참고하라는 시간강사의 얘기를 충실히 따르느라 이원복 책은 그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읽었어요. 친미적 색채가 짙게 배어있더라구요.